after 100 thousand reincarnation he became a transcendent hunter RAW novel - Chapter 10
10화 궁극의 기술(3)
하루 전.
한 아파트의 현관 앞으로 공간이 일렁였다.
윤서현의 스킬인 공간이동이었다.
터억.
공간을 넘어 나타난 윤서현이 양손 가득한 장바구니를 현관에 내려놓았다.
“언니, 나왔어.”
“깜짝이야. 공간이동 함부로 쓰지 말라고 했잖아. 정작 위험할 때 못 쓰는 일 생기면 어쩌려고 그래.”
“또, 또. 잔소리······.”
윤서현은 잔소리를 한 귀로 흘리며 장바구니를 들고 냉장고 앞으로 다가갔다.
소파에 앉아 뉴스에 집중하던 그녀의 언니 윤지은이 고개를 돌렸다.
“근데 얼굴이 왜 그렇게 빨개?”
“내가? 그럴 리가 없는데. 후후.”
냉장고 정리를 끝내고도 윤서현은 여전히 싱글싱글 웃고 있다. 그대로 자기 방 안으로 들어가려다 멈칫하고는 묻는다.
“아, 근데 언니. 이지한이라는 사람 알아?”
“응?”
곰곰이 생각해보던 윤지은이 이내 고개를 저었다.
“처음 듣는데. 아니다, 우리 길드 관계자인가?”
윤지은이 속한 길드 ‘은빛의 날개’에는 워낙 많은 사람이 관련되어 있으니까. 그런 사람이 있었던 것 같기도 했다.
“그래? 그렇구나.”
대답을 들은 윤서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옷장으로 향했다. 겉옷을 옷걸이에 거는 와중에도 실실 새어 나오는 미소를 참을 수가 없었다.
‘내 번호가 궁금해서 괜히 언니 핑계를 댄건가?’
윤서현은 혹시나 싶어 스마트폰을 붙잡고 만지작거렸다.
이런 식으로 남자가 번호를 직접 물어본 건 처음이었다.
이지한.
이름이 분명 그랬지. 독특한 구석이 있었지만 생긴 건 나름 괜찮았···.
“입이 귀에 걸리겠다. 좋은 일이라도 있었나 보네.”
“아, 아! 딱히?”
갑자기 나타난 언니. 윤서현은 당황해서 스마트폰을 놓칠 뻔 했다. 다행히 몇 번 헛손질을 하다가 떨어지기 전에 받아냈다.
“휴······.”
그런 윤서현을 언니인 윤지은이 걱정스럽게 쳐다봤다.
단 하나밖에 없는 혈육이었다. 윤지은의 눈에는 윤서현이 아직도 철 없게만 보였다. 괜한 일을 당하지 않을까 항상 걱정이다.
“조심해. 며칠 전에 게이트에서도 큰일 날 뻔했다면서.”
“정확히는 날 뻔한 거지. 괜찮았거든? 아무 일도 없었어.”
“그때 너 구해준 사람이 누구라고 했지? 감사 인사라도 해야 할 것 같은데.”
“감사 인사는 무슨! 그게 무슨 구해준 거야. 뭐, 확실히 없었으면 위험했을 순 있겠지. 근데 그게 왜? 언니도 참 이상해······.”
하는 말이 완전히 오락가락이다. 그러면서도 손가락을 꼼지락 거리는 게 보통 수상한 게 아니었다.
윤지은이 눈을 가늘게 뜨고선 캐물었다.
“그 사람이랑 뭔 일 있었구나.”
“벼, 별 거 아니야. 그 사람이 나한테 번호를 따갔다고나 할까.”
윤지은은 완전히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혼자 착각하는 거 아니고?”
“아니고! 내가 앤 줄 알아?”
윤지은이 침대 옆으로 다가와 윤서현의 손을 붙잡았다.
“난 참 걱정이야. 부모님 돌아가시고 너랑 나밖에 없는데, 우리 하나뿐인 동생한테 무슨 일이 생길까 봐.”
동생에게 협회를 추천한 것도 그녀의 걱정 때문이었다. 일반적으로 전선에 나서는 길드보다 안전한 업무를 처리하게 되니까.
“그러니까 과한 걱정이라니까. 난 내 몸 하나는 알아서 잘 챙기는걸. 잔소리 그만해.”
“그래, 그래. 나 내일부터 게이트 공략인 거 알지? 일주일 정도 집을 비울 거니까, 집 잘 보고 있으란 소리야. 괜히 엉뚱한 일 벌이지 말고.”
윤지은이 속해 있는 A랭크 길드 ‘은빛의 날개’의 주기적인 게이트 공략이었다. 그녀는 경고하듯 동생에게 말했다.
“협회에서도 위험해 보이는 일이 있으면 절대로 나서지 마. 최근 길드 사이에서 안 좋은 소문이 많이 돌아. 게이트가 이전 같지 않다더라. 지난번 사건도 그렇고. 몸조심해.”
“언니는 나를 너무 애 취급한다니까.”
윤지은은 어깨를 가볍게 으쓱이고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그 사람이랑 잘되면 언니한테도 꼭 소개 시켜줘~.”
놀리듯이 말하고선 방 밖으로 사라졌다.
‘언니도 참.’
윤서현이 입을 비죽였다. 그것도 잠시 시선이 다시 스마트폰으로 향한다.
그래서 연락은 언제 오는 걸까?
* * *
다시 현재.
『 액티브 스킬 ‘일자 베기(레어)’를 전수 받습니다. 』
『 스킬 [ 일자 베기 Lv.10 ]을 획득합니다. 』
『 ‘일자 베기’ 스킬이 최대 레벨이 도달했습니다. 』
해냈다.
떠오르는 메시지를 바라보며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아냈다. 내 예상대로 전수를 받는 게 정답이었다.
‘나 혼자 하려 했으면 죽었다 깨어나도 못 했을거야.’
신태양의 조언이 결정적인 도움이 되었다. 그 한 가닥을 잡아내자 레벨이 오르는 건 순식간이었다.
한 번 스킬을 익히니, 단숨에 최고 레벨에 도달할 수 있었다.
‘시작이 되는 지점만 찾아내면 마스터는 어렵지 않다. 경험치가 10만 배니까.’
그 감을 잡는 게 어렵지만.
“······고맙습니다. 덕분—”
감사 인사를 하려고 고개를 돌리는데 바닥에 주저 앉은 신태양이 보였다. 그가 엎드려서 무어라 중얼거리고 있다.
뭐라는 거지?
무슨 헛소리를 하나 싶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한 번만, 한 번만 다시 보여주세요······.”
복잡한 얼굴의 신태양이 애원했다. 그는 무릎을 붙잡고선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일자베기를 다시 한번만 보여주세요. 대체 어떻게 한 건지 이해가 안 가서 그러거든요. 저도 오르지 못한 경지를 어떻게 단 몇 분 만에······. 아니 단 몇 번 만에 나를 뛰어넘은거에요? 나도 아직 완벽하게 다루지 못해서 가르쳐 주고 싶지 않았던 건데······.”
말을 폭포수처럼 쏟아낸다.
뭔 소린가 싶어 잠시 멍하니 바라봤다. 그제야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아, 설마······.’
가르쳐 주기 싫단 이유가 일자 베기 스킬을 마스터하지 못해서였구나.
거기까진 나도 몰랐다.
‘내가 신태양의 일자 베기를 뛰어넘었다는 거구만.’
귀찮게 됐다.
나는 손가락을 움직여 정보창을 불렀다.
『 스킬 설명 』
– 이름 : 태양류(流) 일자베기
– 등급 : 레어
– 레벨 : 10
– 설명 : 검사 신태양이 만들어낸 베기술.
– 추가효과
Lv.10 : 비물질을 베어낼 수 있음
‘확실히 굉장한 능력이네.’
10레벨 추가 효과를 확인하는 내 입이 슬쩍 벌어진다.
비물질에 영향을 주는 건 검에 마력을 두르는 스킬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그걸 가능하게 해주니 가히 사기적인 성능이다.
스킬 하나로 두 개의 효과를 내는 셈이니까.
반투명한 상태창을 너머로 고개 숙인 신태양이 보인다.
“제발, 다시 보여주시면 안 되나요?”
녀석은 슬픈 표정으로 내게 부탁했다.
나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이제 갈게요.”
“제발, 제발 부탁드립니다.”
내 옷깃을 잡고 늘어진다. 검성으로서의 체면은 어디에 두고 온건지. 그 하늘을 찌를 듯 높던 자존심은 어디로 간 거냐.
신태양은 아직 현실에서 헌터로 성공하지 못했다. 자신감의 근거가 부족한 건가?
‘어쩐다.’
나는 잠시 멈춰서 고민했다. 예상보다 훨씬 빨리 스킬을 습득하긴 했다. 그 덕에 시간적 여유가 생겼다.
마족이 출현하는 게이트가 나타날 때까지 아직 하루 정도 여유가 있다.
‘신태양의 다른 기술도 습득할 수 있다면 큰 도움이 되겠지.’
그런 계산을 마친 뒤에 나는 입을 열었다.
“그러면 다른 스킬도 몇 가지 더 알려주시죠. 교환하는 걸로 합시다.”
“저, 정말이죠?”
한순간에 신태양의 얼굴이 환해지더니 나를 바라봤다.
“근데 아직 이름이 못 물어봤네요. 어떻게 되세요?”
선뜻 이름을 말하려다 멈칫했다.
검성은 믿을 만한가라는 의문이 떠올라서였다.
‘사실 이 만한 인물이 없기는 해.’
내가 알고 있는 선에서 이 남자는 마족과 내통한 적은 없다. 오히려 마족의 목을 썰고 다녔으면 몰라도.
기억 전체를 뒤져봐도 그를 의심할 여지는 없다.
‘그리고 지금 이 시점에선 더더욱 믿을 만하다.’
신태양은 아직 헌터 활동을 시작하지도 않았다. 아무리 부정적으로 생각해도 마족과 손을 잡았을 리는 없다. 각종 길드에서도 포섭을 못 한 마당이니까.
나는 그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이지한입니다.”
그리고 내가 숨기고 싶은 건 나 자체가 아니다. 내가 가진 ‘무재조정’이라는 특성이지.
이 특성이 가진 압도적인 능력.
모든 경험치 10만배.
이걸 들켜서 안되는 거다.
간파 당할 가능성은 낮다.
존재한 적도 없는 특성이거니와 EX급 스킬은 탐지 되지 않는다.
그리고 이런 나를 봐도.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한다.
“부럽습니다. 그 굉장하신 재능! 이지한씨는 단순한 팬이 아니셨군요. 아니지, 역시 절 좋아하시는 분들은······.”
보라, 재능이라고 하지 않는가.
미래의 검성에게 이런 말을 듣는 게 참 아이러니하다.
이놈의 입단속만 적당히 해놓는다면 충분하겠지. 물론 내 이야기가 퍼져나가도 고작 일자베기 정도로 주목 받는 일은 없다.
신태양은 하늘이 무너진 양 행동했지만,
이 세상엔 널린 게 재능이고 스킬이니까.
“스킬을 한 번 불러주시죠. 그중에서 배울만한 걸 골라볼테니까.”
“얼마든지요.”
그럼 스킬을 몇 개 더 얻어볼까.
* * *
나는 다음날까지 신태양의 검도장에 머물며 스킬을 수련했다.
훈련장 근처의 나무들이 전부 베어나갈 정도로 격렬한 수련이었다.
“하아······. 하아······.”
나는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빌어먹을.’
스킬을 하나도 배울 수가 없었다.
일자 베기를 제외한 다른 스킬들의 난이도가 너무 높았다. 하나 같이 화려하다 못해 경악을 불러 일으키는 기술들이였다.
뭐, 경화수월? 격참만개? 폭섬? 만월일섬?
눈으로 쫓는 것도 버거울 지경이었다.
‘신태양의 성격을 생각하면 일자베기가 특이한 거였어.’
자신을 드러내길 좋아하는 성격답게 기술 하나하나가 지극히 화려하고 난해했다. 예술이라 불러도 좋을 정도다.
내게 보여준 얼간이 같은 모습과 달리 그 재능은 천재적이었다.
‘더 해봤자 시간 낭비다.’
나는 새로운 기술을 배우는 걸 완전히 포기했다.
반면 신태양은 이리저리 검을 대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덕분에 대충 감이 잡히는 것 같아요. 확실하지는 않지만······. 정말 감사합니다. 음, 팬 싸인회가 열리면 가장 먼저 초대해 드릴게요. 당연히 식사도 같이 하시고요.”
“······.”
대답할 힘도 없다. 그래도 잠시 쉬고 있으니 금세 체력이 차올랐다.
『 스킬 ‘자연 회복 Lv.10’의 효과가 발휘됩니다. 』
지난번에 얻은 자연 회복 스킬의 효과를 톡톡히 본다.
그야말로 초인적인 회복 능력이었다. 상처 치유는 물론 체력까지 회복시켜주니 든든한 느낌.
‘일단 감만 잡으면 새로운 스킬을 배우는 건 순식간일 텐데······.’
그 감을 잡기가 너무 어려웠다.
아무래도 재능이 없다 보니 하위 스킬이 튼튼하게 아래를 받쳐 주지 않으면 상위 스킬로 건너가기 힘든 것 같았다.
‘기본 스킬들을 좀 더 모아봐야겠다.’
당장 떠오르는 건 정신력이나 지각력 같은 정신계열 스킬이다. 아예 상위 스킬인 초감각이나 흉내내기 같은 스킬이 있으면 좀 더 수월하게 스킬을 익힐 수 있을 텐데.
유감스럽게도 둘 다 얻기가 매우 어려운 스킬이었다.
“읏차.”
나는 단번에 몸을 일으켰다. 솔직히 할만큼 했다.
확신했다. 신태양으로부터 더 뜯어낼 건 없다. 그러고 싶어도 능력이 안 되는 걸 어째.
“전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아, 가시게요?”
배웅을 나온 신태양이 고개를 깍듯이 숙였다.
“덕분에 많이 배울 수 있었습니다.”
머리를 긁적이면서 쑥쓰러운 듯 말한다.
“검에 관해서 저보다 뛰어난 사람은 없을 줄 알았는데, 스승님 같은 분이 계셨다니. 역시 세상은 넓고, 천재는 많은 것 같습니다.”
스승? 나는 그 단어를 애써 무시했다. 농담이겠지.
겨우 일자베기 하나 마스터했다고 스승이라 불리기엔 과하다.
“그러니 이제 저도 바깥으로 나가보려고요. 검도장에서 망상만 할 게 아니라 내일부턴 직접 뛰어보려고요. 반드시 세계적인 스타 헌터가 되겠습니다.”
어쩌다 보니 검성이 세상 밖으로 나오는 시간을 앞당겼다.
‘원래부터 난 놈이기는 했다만.’
각성 당시 각 길드에서 쇄도하던 러브콜도 신태양이 검도장에 처박혀 있는 사이에 잠잠해졌던 거겠지.
그가 헌터 활동을 시작한다면, 헌터계에는 큰 파장이 일어날 거다.
그건 결과적으로 인류에게 있어 좋은 일이겠지.
“······그래, 그러던가.”
나는 적당히 손을 저으며 멀어졌다.
* * *
다음으로 내가 향한 곳은 용산이었다.
한때 악명 높았던 전자 상가였지만, 지금은 헌터 관련 용품의 성지로 불린다. 물건을 구하기도 쉽고, 팔아넘기기도 안성맞춤이다.
『 아주 완벽히 보존된 늑대 마수의 가죽(F++) 』
『 매우 뛰어난 품질의 늑대 이빨(F++) 』
처억.
인벤토리에서 두 아이템을 꺼내 판매처에 넘겼다.
아이템을 받아 든 매입소 아저씨의 눈썹이 올라갔다.
“호오, 이만큼 품질이 좋은 건 보기 드문데, 해체 스킬이라도 익혔나? 요즘 헌터들은 마수나 죽일 줄 알지, 재료 아이템에는 관심도 없는데 말이야.”
아저씨는 연신 감탄사를 내뱉었다. 하기사 정신 나간 헌터가 아니고서야 해체 스킬을 10 레벨까지 수련할 헌터가 없긴 하다.
판매상 아저씨는 수염을 쓰다듬으며 눈을 빛냈다.
“이야, 이 정도로 좋은 재료는 아이템을 제작할 때 추가 효과가 붙거든. 다음에도 재료 팔 일 있으면 꼭 나한테 오게나. 비싸게 쳐줄테니까.”
나는 대충 고개를 끄덕였다. 다시 올지는 더 생각해봐야겠다.
그렇게 받은 돈이 65만원.
나름 흡족한 벌이었다. 많이 쳐준 거기도 했다. 아무리 상태가 좋다곤 해도 재료 자체가 F등급이니까.
‘그러면 이제 장비를 빌리러 가볼까.’
무기와 스킬은 준비됐다.
부족한 건 방어구다. 고급진 장신구는 없어도 최소한의 방어구는 갖추는 게 좋다.
내가 상대할 성장의 마족이 아직은 약하다곤 하나 방심할 순 없었다. 마족과의 전투는 만전을 기해야 한다.
나는 한 방어구 렌탈샵으로 들어갔다.
딸랑~.
그중에서 가장 허름해 보이는 장비를 골랐다. 돈만 많았어도 옆에 있는 금속 재질의 방어구를 골랐을 거다.
“하루 빌릴 건데, 얼마죠.”
“아, 그 방어구는······.”
웃으면서 대답하는 직원과 달리 내 표정은 굳어졌다.
젠장, 70만 원이란다. 그래도 어쩌겠나. 거의 전 재산을 지불했다.
‘난 이제 거지다.’
보증금을 내면 더 싸게 빌릴 수 있다는데, 돈이 있어야 말이지.
터벅터벅 걸어나온 나는 방어구를 살폈다.
『 질 낮은 가죽 방어구 세트 』
– 부위 : 각반, 견갑, 장갑, 흉갑 (세트)
– 등급 : 일반
– 품질 : F-
– 효과 : 방어력 + 6
‘이거라도 있고 없고 차이는 크니까.’
그래도 꽤 만족스럽다. 총 증가하는 방어력은 6.
헌터의 아이템은 신비하게도, 방어구를 장착하지 않은 부위에도 방어력이 적용된다. 이걸로 자잘한 공격은 신경 쓰지 않아도 되게 되었다.
이걸로 마족 처치를 위한 준비는 끝이 났다.
‘윤서현 헌터한테 전화해볼까.’
그녀에게 협력 받지 못한다면 몰래 들어가는 수밖에 없었다.
조용히 처리하고 나오면 된다지만 괜히 걸려서 추궁받으면 여러모로 귀찮아진다. 하필이면 지난번에 게이트에 무단 침입한 전적이 있어서.
윤서현 헌터에게 전화를 걸었다.
게이트 관리는 협회 주관이기도 하다. 변칙 게이트에 대한 대응은 실적으로 이어진다. 윤서현 헌터도 기뻐하겠지.
신호음이 가지도 않았는데, 전화를 바로 받았다.
살짝 높은 음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 여, 여보세요?
“윤서현 헌터 맞습니까? 할 말이 있는데요.”
– 네, 하세요.
“변칙 게이트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 ······.
수화기 너머로 침묵이 이어졌다. 잘 안 들렸나? 이내 약간 분노 어린 목소리가 돌아왔다.
– 밥이 아니라 게이트다 이거죠.
밥?
“밥은 사주시면 사양하진 않겠습니다만, 게이트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변칙 게이트에 관해서요.”
– ······?
현 시점, 협회가 변칙 게이트를 알아낼 방법은 거의 없다. 내가 직접 알려주는 게 유일한 방법이었다.
나는 내일 가야할 변칙 게이트에 대해 설명했다.
“지나가다가 봤는데, 변칙 게이트인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확인을 해주셔야 될 것 같습니다.”
기존의 게이트와는 다른 성질, 규칙을 가진 게이트. 최근 들어 변칙 게이트가 늘어나기도 했을 거다.
변칙 게이트는 큰 사고로 이어지는 만큼 협회에서도 신경을 쓰고 있을 거다.
– 근데, 그게 변칙 게이트인지는 어떻게 아셨어요?
“별 거 아닙니다. 게이트의 기본 종류는 A형, B형, C형 그 외 5종으로 총 8가지 형태를 가지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A형과 D형에서는 주기적으로 불규칙한 마력이 방출됩니다. 그래서······.”
내 설명 공세에 윤서현이 기겁했다. 없는 이야기를 한 건 아니었다. 이래 보여도 잡지식은 많다.
– 잠깐, 됐어요. 충분히 알아들었으니까요.
스마트폰 너머로 윤서현 헌터의 한숨이 살짝 흘러나왔다.
– ······굉장히 고마운 정보네요. 정말, 정말 고맙네요. 좋아요. 마침 동네도 같은데 잘됐네요. 정말 잘됐어. 내일 2시까지 약속한 장소로 오세요.
“알겠습니다.”
고맙다는 말과는 반대로 목소리에 가시가 돋혀 있는 듯 한데.
뚝.
뭐, 어떤가. 이렇게 서로 상부상조하는 거지.
나는 퀘스트 창을 띄웠다.
『 한계 돌파 퀘스트 』
– 목표 : 마족 처치 ( 0 / 1 )
– 클리어 보상 : 모든 스킬의 최대 레벨 1 증가, 레벨 능력치 증가량 1.2배 증가, ‘인과역전의 상점’ 개방
‘마족 처치······.’
마족의 야욕을 저지하기 위해서, 동시에 더욱 성장하기 위해서 내딛어야 하는 첫걸음이었다.
이어서 인벤토리에 있던 도검 영혼 포식자를 꺼내 확인했다. 서늘한 기운이 손을 타고 흐른다.
‘준비는 정말 할만큼 했다.’
이제는 마족을 처치하는 일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