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100 thousand reincarnation he became a transcendent hunter RAW novel - Chapter 103
103화 전투의 마족(2)
이지한과 전투의 마족, 둘의 싸움이 벌어지는 사이.
카아앙!
뒤쪽에선 권속 미노타우로스와 길드 연합의 전투가 계속 되고 있었다.
“이게 끝이냐?”
날아온 무기를 전부 쳐낸 천성호가 이죽였다.
전투의 마족이 출현하며 게이트 내부에 쏟아진 무기들. 미노타우로스는 그 무기들을 움직여 천성호와 신태양을 공격했다.
“깜짝 놀라긴 했지만, 그리 대단한 건 없어보이는데.”
신태양 또한 어렵지않게 무기들을 쳐냈다.
그들을 바라보는 미노타우로스가 크게 웃었다.
“하하, 자신의 무지함을 실력이라고 착각하는 꼴이라니. 재밌구나.”
도끼를 들어올린 미노타우로스의 주변으로 검은 형체 두 개가 떨어졌다.
쿠웅! 쿠웅!
또 다른 미노타우로스 두 마리. 놈들의 등장에 뒤쪽에 있던 헌터들이 술렁였다.
“저런 괴물이 둘이나 더 늘었다고······?”
“그래도 다같이 덤비면······.”
“아까 도끼질 한 방에 다 나가떨어지는 거 못 봤어?”
영광 길드의 헌터들은 주춤대며 뒤로 물러섰다. 그들은 게이트에 들어오고 나서 실력 부족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다.
반면 수호 길드는 그 상황에서도 태연히 무기를 잡았다.
“태양군도 저리 열심히 하는데, 우리라고 뒤에 있을 순 없지.”
“이제 무기를 사용할 수 있으니까 움츠려 있을 필요도 없고.”
은빛의 날개도 마찬가지였다. 광화 모드에 들어간 신아람이 전신에서 붉은 기운을 내뿜으며 말했다. 진세아도 단검을 들어 올렸다.
“내가 먼저 갈게.”
“네, 언니. 보조할게요.”
그런 그들을 바라보는 미노타우로스 세 마리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맺혔다.
“그래, 그런 발악하는 맛이라도 있어야지.”
“덤벼라! 인간들아!”
이어서 양측의 무기가 격돌했다. 붉은 섬광과 푸른 섬광이 교차하며 검은 대지를 물들였다.
“크하하! 꽤 하는구나! 어디 더 날 뛰어봐라!”
가장 큰 뿔을 가진 미노타우로스가 흡족스럽다는 듯 웃음을 터트렸다. 이런 제대로 된 전투는 간만이었다.
줄곧 주인의 곁에서 힘을 숨기고 있었기에 몸이 근질거렸다.
서로의 목숨을 걸고 펼쳐지는 전투.
미노타우로스는 전사의 피가 끓어 오르는 것을 느꼈다. 그 상대가 연약한 인간에 불과할지라도 말이다.
놈은 연신 웃어대며 도끼를 휘둘렀다.
그런 권속의 공격을 막아내는 천성호의 미간이 좁혀졌다.
“이 새끼, 지금 누굴 얕보고 있어······.”
전투 자체만 놓고 본다면 호각이었다. 아니, 이 딴 놈은 혼자서도 처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옆에서 귀찮게 끼어드는 사람만 없었어도 진작 끝났을 거다.
카앙! 카앙!
계속해서 신태양이 나아갈 방향을 방해하고 있었다. 의도적인 것은 아니었지만, 어쨌든.
반대로 신태양은 천성호 때문에 답답해하고 있었다. 보법을 제대로 발휘하려다가도 천성호 때문에 길이 막힌다.
결국 신태양이 소리쳤다.
“야, 중딩. 저 놈은 내가 마무리할 테니까, 비켜!”
“뭐, 뭣? 중딩?”
천성호가 뒤를 돌아보는 순간.
신태양의 검 위로 짙은 오러 블레이드가 맺혔다. 폭발적인 힘이 미노타우로스의 도끼와 맞부딪혔다.
굉음과 함께 미노타우로스가 휘청였다. 예상 외의 힘에 놀란 듯 했다. 천성호는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이 꼰대가, 지금 누구보고 중딩이라는 거야!”
새빨간 마력이 담긴 검날이 미노타우로스의 팔을 베어냈다. 붉은 피가 허공으로 비산했다.
“크으윽!”
“꼬, 꼰대?”
경쟁하듯 치고 들어오는 신태양의 검. 미노타우로스는 급하게 마기를 사용해 공격을 막아냈다.
“이 놈들······. 날 앞에 두고 시답잖은 이야기를······.”
전투에서 밀리고 있다는 것보다 자신이 안중에도 없단 사실이 치욕적이었다.
“내 이름은 천성호. 앞으로 그쪽보다 유명해질 거니까, 앞이나 막지 마쇼.”
“······요즘 꼬맹이들은 하나 같이 예의를 밥 말아 먹었나. 너 지한 스승님하고 무슨 사이야?”
“그쪽이 알 거 없잖아.”
뿌드득!
“이 새끼들이······!”
이를 꽉 다문 미노타우로스가 도끼를 들어올렸다. 팔뚝 위로 힘줄이 돋아나고, 근육이 한계까지 팽창했다.
일격에 끝장 낼 생각이었지만.
“야, 중딩. 비켜!”
콰아아—!
한 발 앞서 오러를 두른 신태양의 검이 도끼를 막아냈다. 오러와 마기의 한 치의 양보 없는 팽팽한 싸움.
그것을 유심히 바라보던 천성호의 검에서 새빨간 오러가 솟아나기 시작했다.
콰아아—!
“아, 이렇게 하면 되는 거였구만.”
“?!”
그것을 바라보는 신태양의 눈에 경악이 일었다. 누가봐도 천성호가 방금 오러를 터득했다는 말처럼 들렸으니까.
“크윽!”
어쨌든 신태양과 미노타우로스는 무기를 맞대고 있는 고착 상태. 위기를 느낀 미노타우로스가 물러서려고 했지만.
푸욱!
천성호가 미노타우로스의 심장에 검을 꽂아 넣는 게 빨랐다. 검은 피가 울컥 쏟아지며 미노타우로스가 무릎을 꿇었다.
왼편의 수호 길드, 오른편의 은빛의 날개도 각각 미노타우로스를 쓰러뜨렸다.
“너 그 오러 뭐야······. ”
상황이 정리된 것을 확인한 신태양이 천성호의 어깨를 붙잡았다.
“아, 그게 오러라고 하는 거에요? 그쪽 따라하니까 금방 되던데요?”
천성호는 천연덕스럽게 대답했다. 신태양이 헛웃음을 내뱉었다.
‘은빛의 날개······. 괴물을 데리고 있었잖아.’
들리는 이야기엔 천성호도 스승님이 찾아낸 인재라던데.
‘스승님은 대체······?’
신태양의 손을 떼어낸 천성호가 뒤를 돌아봤다.
“그보다, 빨리 형한테 가야 되거든요······? 지금 그쪽하고 실랑이 할 때가······.”
지금 이 순간에도 앞쪽에선 치열한 전투가 계속 되고 있었다. 이지한과 전투의 마족이 만들어내는 충격파. 그 울림이 여기까지 전해졌다.
“크흐흐······.”
“뭐야, 이 새끼 왜 웃어?”
천성호가 쓰러진 미노타우로스의 목에 검을 가져다댔다. 녀석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말했다.
“지금 네 놈들의 승리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결국 전투의 마족께서 승자가 되실테니. 직접 보아라. 누가 진정한 승리자인지.”
미노타우로스를 쓰러뜨린 모두가 앞쪽에서 벌어지는 전투를 바라보고 있었다. 승패를 가늠하기 힘든 전투.
콰아앙!
돌연 검은 기둥이 솟아오르며 이지한과 전투의 마족을 가뒀다. 동시에 불길하게 솟아오르는 메시지.
『 마도 : 계약에 의거하여 제약이 발생합니다. 』
『 전투 지대 : 방어와 회피를 할 수 없습니다. 』
미노타우로스가 광소를 터뜨렸다.
“크하하, 봐라. 전투의 마족께서 자랑하는 전투 지대! 네 놈들은 전부 죽게 될 거다!”
그리고 그 순간이었다.
콰아아아!
푸른 선 하나가 하늘 위로 치솟은 것은.
검은 하늘을 가르고, 대지를 뒤엎는 단 하나의 직선. 뒤이어 몰려오는 충격파에 전투를 바라보고 있던 모두가 눈 앞으로 팔을 들어 올렸다.
“크으윽!”
“스승님!”
“형!”
솟아오른 흙먼지와 폭풍에 앞쪽의 상황이 제대로 파악되지 않았다. 미노타우로스의 요란한 웃음소리조차 묻힐 정도였다.
그러나 다음 순간.
다시 한 번 푸른 선이 대지를 가르는 순간.
폭풍이 걷어지고 고요한 정적이 일대를 뒤덮었다. 전투의 마족이 내뿜던 불길한 마기 또한 일시에 사라졌다.
푸른 하늘 아래 살아남은 것은 이지한이었다.
“어······.”
벙찐 표정의 미노타우로스. 그런 놈의 머리를 천성호가 짓밟으며 이죽였다.
“전투의 마족이 뭐 어쨌다고?”
* * *
전투의 마족을 향해 마지막 일격을 날렸다. 결과는 승리였다. 놈은 형체도 없이 사라졌고, 나는 살아남았다.
털썩.
그대로 바닥에 엎어졌다.
시야가 흐려지고, 호흡이 가빠진다.
각성 스킬을 연달아 사용했으니 남아 있는 내 체력과 마력은 1% 미만. 체력과 마력이 동시에 고갈되었으니, 죽기 직전이라는 표현이 딱이다.
『 스킬 정보 』
– 이름 : 절대 일격 Lv.1
– 등급 : 레전더리
– 설명 : 혼신의 일격의 절대 명중, 속도 증가(100%), 데미지 증가(300%)
마지막 순간에 얻은 스킬이 아니었다면 졌을거다. 전투의 마족과 놈의 공격을 동시에 집어 삼켰다.
‘으윽······.’
손 하나가 까딱일 힘조차 없다.
“아아······. 분하다.”
“!”
그런 내게 전투의 마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간신히 고개를 들어 앞을 바라보자, 검은 먼지 덩어리가 아른거리고 있었다.
“아, 인간아. 놀랄 필요는 없다. 두말 할 것 없이 네 승리다. 내 힘의 잔재가 잠시 내 의식을 붙잡고 있을 뿐.”
“······.”
“하여, 이 몸의 완전한 패배다. 이렇게 즐거운 싸움은 실로 간만이었다.”
죽이겠다느니, 공멸이라느니 온갖 소리는 다 해놓고 이제와서 쿨한 척 해도 별 감흥이 안 생긴다.
“예언의 마족은 분명 내가 군단장이 될 거라고 했다만, 예언이라는 것도 별 거 없구나. 뭐, 이건 개인적인 이야기니 잊어라.”
먼지 덩어리는 내 쪽으로 스르르 다가왔다. 거기엔 어떤 불길한 느낌도 없다.
“인간아, 하나만 묻자. 진심으로 네 손으로 마족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 다가오는 미래를 고작 인간 하나에 불과한 네가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
입가가 비리다. 울컥하고 넘어온 피 맛이 느껴졌다. 고작 중위 마족 하나를 잡고 이 꼴이다.
앞으로 상대할 괴물 같은 놈들을 생각하면······.
내가 세계를 구한다는 말 같은 건 농담처럼 들릴 정도다. 놈의 비아냥 섞인 질문도 이해가 간다.
그래도 대답은 하나다.
“뭐, 시도는 해봐야지.”
고개를 조금 돌려 뒤를 보니 승리한 동료들이 나를 향해 뛰어오고 있었다. 권속들을 전부 쓰러뜨린 모양이다.
나는 안도하며 바닥에 몸을 기대었다. 내 말을 들은 전투의 마족이 웃음을 터트렸다.
“크하하, 제정신이 아니구나. 하기사, 이 몸을 이긴 인간이라면 응당······.”
다만, 놈의 말은 끝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덥썩.
뒤쪽으로 다가온 오르티마가 먼지 덩어리를 삼켰기 때문이다.
우물우물.
몸 안에서 열심히 소화를 시킨 오르티마가 검은 파편 하나를 뱉어냈다.
툭.
『 특이한 재능의 파편 』
“······.”
중위 마족 치고는 허무한 최후였다. 집어 넣을 힘도 없어서, 오르티마가 대신 내 주머니에 넣어줬다.
‘이걸로 특이한 재능의 파편은 두 개째인가.’
이번에 레전더리급 스킬을 얻을 수 있었던 것도, 따지고보면 이런 파편들이 쌓여서 가능한 일이었다.
“괘, 괜찮으십니까?”
가장 먼저 다가온 건 근처에 땅을 파고 숨어 있던 김상욱이었다. 온 몸이 흙이랑 상처 투성이였다.
쏟아지는 무기의 비 속에서 살아남은 것만으로도 칭찬해 줄만한 일이긴 했다.
“하, 진짜로 이기실 줄이야.”
녀석은 품 안에서 포션을 꺼내 내게 뿌렸다. 위급 상황에선 이런 식으로 한다.
주변의 초토화 된 땅을 한 번 둘러 본 김상욱이 중얼거렸다.
“진짜 미쳤네요. 중위 마족을 이기다니. 이게 진짜로 되네.”
김상욱은 마족을 가장 가까이에서 마주했기에 그 강함을 잘 알고 있었을 거다.
“그래서 이제 어쩌실 겁니까······?”
앞으로의 계획을 묻는 것 같다만. 어쩌긴 마족 잡아야지. 미래를 바꿀 수 있는 일이라면 뭐든지 해보는 수밖에 없다.
뒤이어 동료들이 몰려왔다.
신태양, 천성호, 신아람 그리고 진세아까지.
다른 길드의 사람들도 걱정스런 표정으로 다가왔다.
“스승님, 괜찮으세요?”
“빨리, 힐! 응급처치 부탁해요!”
“형! 형! 정신 차려요!”
체력은 얼추 회복한 것 같은데. 어째 정신이 흐려진다.
『 중위 전투의 마족을 처치하셨습니다. 』
『 이계 규율이 해당 업적을 정산합니다. 』
눈 앞으로 떠오르는 메시지들.
『 한계 돌파 퀘스트를 클리어하셨습니다. 』
– 목표 : 전투의 마족 처치( 1 / 1 )
『 축하합니다. A등급 헌터가 되셨습니다. 』
『 클리어 보상은 다음과 같습니다. 』
– 레벨업 능력치 증가량 2배
– 재능 획득의 물약(레전더리)
– 스킬 향상의 반지(레전더리)
그야말로 미친 보상들이 쏟아지는 가운데.
“형, 괜찮아요?”
“오빠, 정신 좀 차려봐요!”
천성호와 진세아가 나를 번갈아 흔들었다. 그만해라, 기절하기 일보직전이다. 물론 그게 입으로 잘 나오진 않았다.
“아파······.”
나는 그대로 의식을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