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100 thousand reincarnation he became a transcendent hunter RAW novel - Chapter 104
104화 오지 않은 미래(1)
수호 길드 회의실.
“하. 이거 대박이군.”
심각한 표정으로 게이트 공략 영상을 보던 사최헌의 입가에 짙은 미소가 맺혔다. 영상에는 이지한이 마족과 싸우는 장면이 담겨 있었다.
멀리서 찍은 영상이었지만 그 능력을 가늠하기엔 충분했다.
사최헌은 살짝 들뜬 목소리로 길드원들에게 말했다.
“대박 정도가 아니야, 상상 이상이라고. 신태양의 스승이라고 했을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는데.”
그 자리에 있는 다른 길드원들도 놀라긴 마찬가지였다.
“보통 사람이 아니었군요. 보여주는 퍼포먼스를 생각하면 S급 헌터와 비교해도 손색 없네요.”
“이것만보고 완전히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그만한 능력은 되는 인물이야. 이런 사람이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다는 게 이상한 거지.”
그리 대답한 사최헌의 눈이 구석에 있는 신태양을 향했다.
“그래서 이만한 헌터를 혼자서만 알고 있었다?”
“아니, 그건 완전히 오해거든요.”
신태양은 볼을 긁적이며 길드장의 시선을 피했다.
‘솔직히 나도 몰랐다. 스승님이 그만한 힘을 숨기고 계실 줄은.’
이번 마족 공략에서 보여줬던 힘.
그건 이미 자신의 수준을 아득히 뛰어 넘어 있었다. 판단하거나 분석하는 것조차 불가능했다.
입을 벌리고 바라보는 게 고작이었으니.
“스승님께서는 길드에 소속 될 생각이 없어보이셨습니다.”
“그러니까, 그 부분을 파고드는 거지. 길드 차원에서 이지한 헌터에 대해 조사 해보라고 한 건 어떻게 됐어?”
사최헌의 말에 옆에 있던 비서가 자료를 건넸다. 그것을 읽어내려가는 사최헌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래! 이 말도 안되는 성장 속도. 대형 길드 없이 이런 성장세라니. 믿기지가 않는구만. 어이, 신태양.”
“예에?”
“책임지고 이 스승이란 사람 우리 길드로 끌어와. 우리쪽에서 할 수 있는 지원은 전부 넣어준다. 너도 좋을 거 아니야?”
스승님과 함께 같은 길드에서 공략을 한다. 일순 나쁘지 않단 생각이 들었지만, 이내 신태양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스승님은 은빛의 날개 쪽에 더 관심이 있으신 것 같은데요. 이번에 용병으로 참여한 것도 그렇고요.”
“아니, 그랬으면 용병이 아니라 진작 길드에 가입했겠지. 우리 쪽에도 기회가 있단 소리야. 한 번 설득해봐.”
손에 든 서류를 툭툭 두드리던 사최헌이 고개를 끄덕였다.
“정 안되면 내가 직접 나선다.”
명실공히 대한민국 1위 헌터 사최헌. 그가 직접 나선다면 거절할 헌터가 어디에 있을까. 사최헌에겐 그런 자신감이 있었다.
“그리고 마족에 대해서 말인데······. 백묵의 정보대로라면 상당히 골치 아파지겠어.”
일반 마수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강함.
그런 놈들이 한꺼번에 몰려 오기라도 한다면, 과거에 있었던 대규모 게이트 브레이크와 같은 재앙이 다시 일어날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더더욱 인재를 영입해야한다는 거지만.”
사최헌의 부담스런 시선이 신태양에게 꽂혔다. 돌고돌아 이지한이었다. 신태양은 어깨를 으쓱였다.
“······시도는 해보죠.”
결과가 뻔한 일이었지만 물어는 볼 수 있으니까. 자신이 아는 스승이라면, 왠만한 조건으로는 턱도 없을 거다.
* * *
내가 다시 눈을 뜬 장소는 병원이었다.
고급스런 VIP룸 병실.
‘중위 마족을 처치하고 정신을 잃었던 건가.’
각성 기술을 연속으로 두 번이나 사용했으니 쓰러진 게 당연하다. 심지어 13레벨 일자베기였다.
몸에서 알 수 없는 무언가가 빠져나가는 듯한 느낌. 그건 극심한 탈력감을 불러온다. 그 상태에서 전투를 지속한 게 기적이었다.
드르륵.
병실의 문이 열리더니 긴 생머리를 한 여성 하나가 들어왔다. 은빛의 날개 부길드장 윤지은이었다.
“일어나셨네요. 이거 자꾸 병원에서 보게 되네요.”
“그러게 말입니다. 제가 얼마나 오랫동안 누워 있었습니까?”
“하루 정도에요.”
레어 기본 스킬들을 완성해서 그런지, 회복 속도도 확실히 빨라진 느낌이다. 잠시 병실의 창에 다가서서 바깥을 내다본 윤지은이 말했다.
“이번 공략으로 지한씨 꽤 유명인이 됐어요.”
“제가 말입니까?”
“길드 내에서만요. 일반인들은 모르지만, 길드 사이에선 소문이 무성해요. 숨겨진 S급 헌터가 나타났다고. 재밌죠?”
하긴, 그만큼 날뛰었는데 조용한 게 이상할 거다. 중위 마족을 처치하려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전력을 쏟아부어서 간신히 이겼으니까.
“지한씨의 실력을 알아 본 길드에서 러브콜이 쇄도할 거에요. 그래서 말인데요.”
입술을 살짝 깨문 윤지은이 고심 끝에 입을 열었다.
“은빛의 길드에 들어오실 생각은 정말 없으신가요? 세아나 성호, 신아람양도 좋아할 거에요.”
“글쎄요, 당장은 들어갈 생각 없습니다.”
“그런가요······.”
윤지은이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아직은 때가 아니다.’
내 존재가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 이 시점에서 나에 대해 자세히 조사한 이들은 깨달을 거다.
나라는 사람이 얼마나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지. 그걸 알면 내가 앞으로 얼마나 강력한 헌터가 될지는 그들도 예상할 수 있을 거다.
‘그걸 적극적으로 이용한다.’
각 길드에서 나를 원할수록, 용병 신분으로 활동하는 내 행동과 발언에 무게가 실리는 게 당연하다.
‘중위 마족을 죽였으니, 마족 놈들의 활동 범위도 늘어날 거다.’
길드에 속해 있으면 게이트 공략의 의무가 생기는데, 그건 지금의 내 목표와는 맞지 않는다.
‘S급 게이트부터는 공략에 며칠씩 소모되는 게 기본이니까.’
나는 짐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쉬운 듯 서있는 윤지은에게 말을 건넸다.
“애들한테는 걱정하지 말라고 전해주세요. 멀쩡하니까요.”
“네, 물론이죠. 다들 오고 싶어했는데 공략 스케쥴 때문에 못 왔어요.”
“다음에 볼 일이 있겠죠. 그럼 다음에 뵙겠습니다.”
확실한 건 과거 최후의 11인들이 빠른 속도로 강해지고 있다는 거다.
‘미래는 이미 바뀌고 있다.’
지금은 그거면 충분했다.
“아······.”
그녀는 무언가 말하려는 듯 손을 들었다가 떨궜다.
“네?”
“아무것도 아니에요. 담에 봬요.”
나는 윤지은에게 손을 흔들고선 복도를 빠져나왔다.
“응?”
병원 밖으로 나오자 검은 양복을 입은 사람들과 눈이 마주쳤다. 뭔가 하고 보는데 갑자기 나를 향해 허리를 숙였다.
그 중 하나가 내게 명함을 내밀었다.
“영광 길드 에이전트 주성진입니다. 혹시 잠시 시간 괜찮으신가요?”
이번에 같이 공략을 했던 영광 길드였다. 대한민국 4위의 대형 길드. 병원 내부에서 기다리지 않은 건 은빛의 날개를 의식해서인가?
나는 잠시 명함과 주성진을 번갈아봤다.
내 입에서 나올 답은 뻔했다.
“당장은 길드에 들어갈 생각이 없어서요. 그래도 명함은 받아두겠습니다.”
“그러지 마시고 이야기 한 번 나눠보시죠······. 현재 길드도 없지 않으십니까?”
피해서 가려는데 나를 졸졸 따라왔다. 집요하다 싶을 정도로 끈질기게. 편의점에서 라면 사가려는데 따라들어오는 건 너무하지 않은가.
다섯명 가량 되는 검은 양복들이 우루루 몰려다니니 시선을 너무 끈다.
“저기요.”
“어떻게 잠시만 안됩니까?”
이 사람들을 어떻게 떼어내나 고민하고 있을 때였다. 길가에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나를 향해 반갑다는 듯 달려드는 사람.
“아, 스승님!”
신태양이었다. 그의 등장에 뒤에 있던 검은 양복들이 술렁였다. 신태양은 눈썹을 일그러뜨리며 다가왔다.
“저기 그쪽들 뭡니까? 뭔데 스승님 근처에서 얼쩡 거리는 거에요?”
슬금슬금 물러나는 검은 양복들.
그 중에서 한 명 주성진이 앞으로 나섰다. 안경을 올려 쓴 주성진은 신태양을 향해 명함을 내밀었다.
“영광 길드 주성진입니다. 길드 영입 제안을 하고 있었을 뿐입니다.”
“아, 그렇구나.”
명함을 확인한 신태양이 자신의 품 안에서 명함을 꺼내들었다.
“난 수호 길드 신태양입니다. 저도 우리 스승님께 영입 제안을 할 건데, 자리 좀 비켜주실래요?”
“어이, 우리가 먼저······.”
그때였다. 신태양의 얼굴을 알아 본 사람들이 순식간에 모이기 시작했다.
“신태양이잖아?!”
“신태양이다!”
“대박, 사진 찍어도 돼요?”
최근 상향 주가를 달리는 인기 헌터라는 게 새삼 실감이 된다. 순식간에 구름처럼 몰려든 사람들로 발디딜 틈이 없어졌다.
“큭······.”
땀을 삐질삐질 흘리던 주성진이 자기 부하들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얘들아, 돌아가자. 나중에 또 뵙겠습니다!”
그 와중에 예의 바르게 인사하고 사라지는 영광 길드원들. 그래도 신태양 덕에 간단하게 떼어냈으니 고맙다고 한마디 하려고 했는데.
신태양은 인파와 함께 멀어지고 있었다.
“아, 싸인 해드려야죠. 사진 좋죠. 이리 오세요. 스, 스승님? 어디 계세요?”
“······.”
일단 집에 가야겠다.
* * *
나는 단칸방에 도착했다. 집에 도착한 게 기쁜지 오르티마가 바닥을 굴러다닌다.
백묵으로부터의 연락은 아직 없다.
‘이제 마족들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할 거다.’
중위 마족의 죽음.
이게 일으킬 파장은 적지 않다. 일개 인간에게 당했다는 소문이 퍼지는 건 순식간일 거다. 이쯤되면 상위 마족들도 움직임을 보일 거다.
‘슬슬 이사를 가야겠는데.’
보다 안전한 장소가 있으면 좋겠다. 그건 백묵을 통해 알아보도록 하고. 우선은 보상의 정산이다.
『 이계 규율이 해당 업적을 정산 중에 있습니다. 』
중위 마족을 잡은 보상은 아직 주어지지 않았다. 한계 돌파 퀘스트를 클리어 하며 얻은 아이템은 내 손에 있다.
『 스킬 향상의 반지(레전더리) 』
– 선택 스킬의 효과 50% 증가, 레벨 1 증가 (11레벨 이하의 스킬에만 적용 가능)
– 모든 스킬의 경험치 1.25배 습득
‘와, 미쳤네.’
반지를 바라보는 내 입가에 미소가 맺혔다. 13레벨이 된 일자베기에 적용이 되지 않는 것을 제외하면 훌륭한 점 밖에 없다.
나는 반지를 바로 착용했다. 선택할 스킬은 하나였다.
『 레전더리 스킬 ‘절대 일격’의 레벨이 한 단계 상승합니다. 』
『 스킬 ‘절대 일격 Lv.2’를 습득하셨습니다. 』
이것만으로도 상당한 스펙업이었다.
하지만 아직 하나 남았다.
『 재능 획득의 물약(레전더리) 』
황금빛 유리병에 담긴 물약.
두근두근.
바라보는 것만으로 기대가 된다. 유니크를 뛰어 넘어, 레전더리급에 도달한 재능 획득의 물약.
그 효과는 무엇일지.
‘앞으로 대적해야 할 적은 상위 마족.’
그들은 S급 헌터도 쉽게 이겨내지 못하는 강대한 적.
그들을 상대하기엔 아직 한참 부족하다.
현재 내 레벨은 80.
딱 A등급의 초입이다.
현재 내가 가지고 있는 스킬들은 대부분이 레어다. 진정한 S급이 되기 위해선 이 벽을 넘어야 했다.
‘최소한 유니크 스킬들은 전부 갖춰야. 상위 마족을 상대할 여력이 생긴다.’
퐁.
나는 물약의 마개를 제거한 뒤, 그대로 들이켰다. 황금빛 액체가 목구멍을 타고 흐르는 게 느껴졌다.
달콤하고, 시원한 액체는 순식간에 내 전신을 휘감기 시작했다.
내 주변을 이루고 있던 공간 자체가 변화해 간다. 퍼즐의 조각처럼 떨어져나간 공간을 새하얀 배경이 차지한다.
『 재능 획득의 물약(레전더리)를 사용하셨습니다. 』
파직, 파지직!
『 이계 규율이 해당 시퀀스에 간섭합니다. 』
『 시스템이 이계 규율의 인과 타당성을 검토합니다. 』
‘?!’
두 개의 시스템이 충돌을 일으키는 것 같은 모양새.
『 대상 이지한이 재능을 획득하기 가장 적합한 장소로 이동합니다. 』
『 이계규율이 해당 장소의 인과적 타당성을 무시합니다. 』
검은 스파크가 허공에서 튀어 오르더니, 알 수 없는 힘이 나를 끌어 당겼다. 굉장히 길고 난잡한 롤러코스터에 타고 있는 느낌이다.
화악!
한순간에 시야가 어두워졌다. 덜컹거리는 느낌은 사라졌다. 이내 주변이 안정되고 푹신한 감촉이 느껴졌다.
나는 천천히 눈을 떴다.
“여기는······.”
기계적인 느낌이 물씬 풍기는 장소다. 어딘가의 기지 같은데.
천장은 유리로 되어 있어 하늘이 훤히 보였다. 붉은 하늘과 그곳을 흘러가는 검은 구름들. 멸망한 세계라는 것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고개를 들어 올리니, 내 앞에 서 있던 사람과 눈이 마주쳤다.
‘천성호······?’
중학생 천성호가 아니었다.
붉은 머리에 날카로운 인상. 단호하면서도 카리스마 있는 최후의 5인 중 한 명. 명실상부한 대한민국의 리더.
그가 내 앞에 서 있었다.
잠시 나를 멍하니 바라보던 그의 눈이 커졌다. 그러나 더욱 놀라운 것은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이었다.
“리, 리더?”
형도 아니고, 스승도 아닌.
리더.
성인이 된 천성호는 나를 그렇게 부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