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100 thousand reincarnation he became a transcendent hunter RAW novel - Chapter 107
107화 미래의 스킬(1)
허공에서 솟아난 검은빛은 내 손목을 감쌌다. 빛은 복잡한 문양이 새겨진 팔찌로 변화했다.
동시에 허공에 떠오르는 메시지 창.
처음보는 검은 상태창 위에 떠오른 금색 글자들.
나는 조용히 메시지를 읽어나갔다.
『 이계 규율 : 초월의 길 』
『 초월의 좌를 향한 시련이 시작됩니다. 』
‘초월의 길······?’
그 두 개의 메시지가 전부였다. 어떠한 설명도 없었다. 시련이 시작된다고는 했지만, 바뀌는 건 없었다.
확인할 수 있는 건 내 손목에 생겨난 검은 팔찌 뿐.
『 초월의 팔찌 』
– 등급 : 흑(黑)
– 착용자의 격이 상승합니다.
– 아이템 본래 효과를 발휘하기 위한 소유자의 능력이 현저히 낮습니다.
이것마저도 설명은 길지 않다. 퀘스트를 위한 도구인 것 같기는 한데.
이계의 규율의 보상인만큼, 그 등급은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흑색. 어딘가 다른 세계의 등급 체계인 것 같다.
‘초월의 좌······.’
어느 정도 예측은 간다. 멸망한 세계의 영웅들이 나눈 이야기 중 일부가 소문처럼 퍼져 있었기에.
‘마계왕은 초월자라는 소문이었지.’
군단장조차 제대로 처치하지 못하고 있던 시점에서, 마계왕이란 존재는 넘볼 수 없는 장벽이었을 거다.
SSS급을 뛰어 넘은 최상위 격의 존재.
그것을 초월자라고 부른다고 얼핏 들은 기억이 난다.
어쩌면 여기에 있는 내 동료들도 초월자에 대한 이야기를 알고 있을지 모르겠다.
‘물어보면 되겠지.’
떠오른 메시지창은 여기서 끝인가 싶었는데. 검은색 홀로그램 뒤에 황금빛 메시지창이 하나 숨겨져 있었다.
‘응?’
『 1★ 칭호 ‘마(魔)의 대적자’를 획득합니다 』
– 필드 마계에서 모든 능력치 3배 상승
– 제약 무시 3%
‘와······.’
지금까지 사용하던 칭호 ‘마계의 재앙’이 별이 없는 무성(無星)등급 칭호였다면, 이번에 얻은 칭호는 무려 별 하나짜리 1성급 칭호다.
이것 또한 우리 세계에는 존재하지 않는 등급이지만, 그 효과는 굳이 말할 것도 없다.
‘모든 능력치 3배 상승······. 이건 장난 아닌데.’
단순히 데미지가 올라가는 것보다 뛰어나다. 전투는 여러가지 능력치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마련이니까.
기존의 데미지 증가와 합쳐지면 그 강력함은 상상 이상이 될 거다.
SSS급 헌터에 비견될 정도는 아니겠지만······.
‘그래도 여기서 할 수 있는 일이 늘어나겠어.’
물론 지금 당장은 손 하나 까딱할 수 없는 상태였다. 일자베기를 연달아 날렸더니, 몸에 힘이 하나도 안 들어간다.
『 레벨업! Lv.81이 되었습니다. 』
『 레벨업! Lv.82가 되었습니다. 』
···
..
.
『 레벨업! Lv.100이 되었습니다. 』
고개를 돌려서 메시지창을 확인하는 게 최선이다. 그래도 재생의 마족을 잡고 막대한 양의 경험치를 획득했다.
이걸로 내 레벨은 100.
등급은 여전히 A지만, 원래대로라면 S급이 되는 레벨이다.
‘드디어 이만큼······.’
내 쪽으로 가장 먼저 달려온 신태양이 날 부축했다.
“스승님, 괜찮으세요?”
“아니.”
뒤이어 달려온 천성호와 채아연, 엘리스가 응급 처치를 시작했다. 포션을 뿌리고, 버프를 걸고 난리다.
“스승님이 아니었으면, 이렇게 쉽게는 못 끝냈을 겁니다. 예상치 못한 습격이었어요.”
“기억상실에 걸려도 리더는 리더라니까.”
천성호는 아직도 기억상실 타령이었다. 카리스마 넘치던 인류의 리더였는데, 어쩌다 저런 허당이 된 거냐.
한차례 치료가 끝나자, 나는 몸을 털고 일어날 수 있게 되었다. 신태양이 걱정스런 표정으로 내게 물었다.
“몸은 괜찮으신가요?”
“몸? 왜?”
“일자베기 13레벨, 그러니까 본질베기는······.”
엘리스도 그렇고 신태양도 내 몸 상태를 묻는다. 별 다른 느낌은 없는데. 그런데 그 다음 신태양의 입에서 나온 말이 충격적이었다.
“수명을 사용하잖아요.”
* * *
전투의 마족을 처치하고, 기지에서 하룻밤을 지냈다. 왠만한 호텔 저리가라 할 기지의 시설에 감탄했다.
자고 일어나 바로 식당으로 향했다. 요리사가 따로 있어 식사를 준비해주기까지 한단다.
“이지한님, 어서오세요. 깨어나셔서 다행입니다. 특별히 맛있는 음식으로 제공하겠습니다.”
“아, 예. 감사합니다.”
된장찌개에 밥과 수육, 쌈채소가 나왔다. 멸망한 세계라는 게 믿기지 않는 수준의 퀄리티다. 반대편에서 음식을 받던 엘리스가 손을 들었다.
“사부!”
엘리스는 내 옆자리에 앉았다. 그녀로부터 여러가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마족이 총공세를 펼치기 직전이지만, 도시 내부의 사람들은 비교적 온건한 생활을 하고 있단다.
문명의 불은 아직 꺼지지 않았다.
나 또한 이번 미래에서 많은 것을 알아갈 필요가 있다. 더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해서. 마족의 손으로부터 세계를 구하기 위해.
여러가지를 설명해주던 엘리스가 숟가락을 내려놨다.
“아, 그리고 여기에 있는 동안 수명에 관한 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제가 있으니까요.”
13레벨 일자베기. 신태양의 말에 따르면 그건 본질베기라고 불리는 상위의 기술이란다. 수명을 소모하는 대신 상대의 본질을 훼손하는 극의.
‘그 탈력감의 정체는 수명이었던건가.’
과도하게 힘이 빠진다 싶기는 했다. 엘리스는 설명을 이어갔다.
“다만, 사부가 원래의 세계로 돌아갔을 때가 문제인데······. 저를 만나기 전까지는 일자베기를 주의해서 사용하셔야 할 거에요.”
엘리스의 능력을 활용하면 본질베기로 줄어든 수명을 되돌릴 수 있단다. 리스크가 완전히 사라지는 셈이었다.
“제가 처음 사부를 만났을 때, 사부의 수명은 거의 남아 있지 않았거든요.”
거기까지 말을 마친 엘리스의 시선이 내가 끼고 있는 팔찌로 향했다. 어제 얻었던 초월의 팔찌다.
문양이 새겨진 흑색의 팔찌.
무슨 짓을 해도 빼는 게 불가능해서 포기하고 끼고 다니기로 했다.
“사부, 근데 그건 뭔가요?”
처음본다는 듯한 엘리스의 말투. 그녀는 심각한 눈으로 내 팔찌를 바라봤다.
“미래의 나한테는 이게 없었나?”
“네, 처음봐요. 뭔가······. 이해할 수 없는 아이템이네요. 시간의 흐름에서 벗어난 아이템······. 이게 뭔가요?”
내친김에 초월의 팔찌와 초월자에 대해 말했다. 아쉽게도 내가 아는 정보 이상의 대답을 들을 순 없었다.
“죄송해요. 그래도······. 어쩌면 사부의 미래가 바뀔 수 있다는 증거일지도 몰라요. 저희랑은 다른 무언가가 일어나고 있는 게 분명해요.”
양 손을 꽉 쥔 채 그리 말하는 엘리스의 입가에는 미소가 맺혀 있었다. 진심으로 나를 응원해주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식사를 마치고 나와 엘리스는 트레이닝 룸으로 이동했다. 기지의 수많은 시설 중 하나였다.
이동하는 도중, 기지에 없는 다른 인원들에 대해 들을 수 있었다.
“각 영웅들은 동, 서, 남, 북 각 방위를 담당하고 있어요. 서현 언니는 동쪽에 있구요, 세아는 서쪽에 있죠. 전방에 보이는 마족들과 대치하고 있는 인원도 있고 여러모로 복잡해요. 아, 오르티마는 남쪽에 있어요.”
그러고보니 오르티마가 없었다. 능력치나 인벤토리, 착용한 아이템 등은 내 것이 그대로 넘어왔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아무래도 내 오르티마는 집에 남겨두고 온 모양.
‘뭐, 알아서 잘 있겠지.’
만약 그곳의 시간이 흐른다고 해도, 알아서 찬장에 있는 라면을 꺼내 먹고 있을 거다. 그 정도 지능은 되니까.
“어쨌든 수련이네요. 마족의 총공세가 시작되기 이전까지, 사부를 최강의 헌터로 만들어 드릴게요.”
엘리스는 열의를 불태우며 트레이닝 룸의 인식기에 손을 가져다 댔다.
위잉—.
기계화 된 문이 열리며 운동장 크기의 넓은 장소가 모습을 드러냈다. 기지 안에 이런 시설이 있었다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
“멋지죠? 서현 언니의 공간 마법이 만들어낸 기적이죠.”
벽면은 새하얀 타일로 뒤덮여 있다. 트레이닝 룸의 가운데에는 신태양과 천성호가 있었다.
“스승님,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유니크 스킬을 전수 받고 싶으시다구요. 최선을 다해 알려드리겠습니다.”
인벤토리에서 죽도를 꺼내드는 신태양.
“후후······.”
심상치 않은 미소다.
어쩐지 지난 날의 악몽을 떠오르는데. 검성한테 후드려 맞았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파앙!
그런 신태양에게 달려드는 천성호. 녀석도 죽도를 들고 있었다.
“비켜, 리더한테는 내가 알려줄거니까.”
“이 자식이······.”
어마어마한 충격파가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서로가 나를 가르치겠다고 싸우는 모양이다.
“예전부터 저랬어요?”
엘리스가 질린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 * *
유니크 스킬 ‘영웅의 힘’
이 스킬은 세계가 멸망하고 나서 발견 된 스킬로, 영웅들 사이에서 공유된 필수 스킬이다.
“스승님께서는 늘 말씀하셨죠. 실전에서 배우는 게 최고라고.”
반반씩 나눠서 수업을 받기로 결론이 났다. 먼저 신태양이다. 어째 불길한 예감은 틀리지를 않는다.
녀석은 죽도를 들어올리더니, 회상에 잠긴 듯 말했다.
“스승님한테 참 많이 맞았었죠. 그것도 다 추억이네요. 저도 진심으로 갑니다.”
“잠깐, 내가 널 때렸다고······?”
“예, 그게 가장 배우기 쉬운 방식이더라고요. 저도 동의합니다.”
신태양의 눈이 활활 불타오르고 있었다. 나로선 억울한 부분이다. 검성한테 쳐맞았으면 맞았지, 난 아직 한 대도 때린 적이 없는데.
젠장.
그러거나 말거나 신태양은 전속력으로 나를 향해 돌진했다. 가공할 파공음이 귓가를 스치고 지나갔다.
그와 동시에 신태양이 나를 향해 죽도를 휘둘렀다.
파아앙—!
반사적으로 휘두른 검이 녀석의 죽도를 막아냈다. 수 차례 검격이 쏟아졌지만 나는 차분하게 받아냈다.
‘새로 얻은 칭호 덕분인가본데.’
모든 능력치 세 배 증가. 그 효과는 뛰어났다. 반응속도부터 공격을 막아내는 힘의 조절 및 마력의 운용까지.
신태양은 놀란 기색이었다.
“어······. 그러면 더 강도를 올리겠습니다.”
이어서 쏟아지는 검격은 한차원 위의 것이었다. 한 번 막아낼 때마다 크게 밀린다. 신태양의 눈은 어느때보다 진지했다.
“제가 흘리는 마력을 느끼면서, 받아치려고 시도하면 될 겁니다.”
그 눈빛에선 옅은 살기마저 느껴질 정도.
콰앙! 콰아앙!
‘크윽.’
아무리 능력치가 올라갔다지만, SSS급의 공격을 그대로 받아내기엔 무리가 있었다. 나는 바닥에 나동그라졌다. 온 몸이 부러진 것 같은 고통이 엄습한다.
실제로 몇 군데 부러졌을 거다. 그러나 괜찮다. 오히려 좋다.
“스, 스승님!”
“야, 힘 조절을 그 따위로 하면······.”
놀란 신태양과 천성호가 달려온다. 나는 걱정말라는 듯 손을 들어 올렸다.
극한의 상황일수록 내 경험치는 빠르게 쌓이니까.
나는 무릎을 붙잡고 일어났다. 엘리스는 차분했다.
“엘리스, 치료 부탁해.”
“네. 물론이죠.”
내 몸의 시계가 이전으로 되돌아가며, 부상을 입은 부위가 씻은 듯이 회복되었다.
나는 다시 죽도를 들어 올렸다.
“다시.”
스킬을 얻어서 강해지기 위해서라면 온 몸이 부러져도 몇 번이고 다시할 의향이 있다.
나를 잠시 멍하니 바라보던 신태양이 죽도를 바로 잡았다.
“알겠습니다.”
천성호와 신태양이 교대로 나를 상대하며 스킬을 익히도록 도왔다.
약 반나절이 걸린 사투 끝에.
『 유니크 스킬 ‘영웅의 힘 Lv.1’을 획득합니다. 』
『 힘 능력치 200% 상승, 영웅의 격을 일부 발현합니다. 』
나는 목표로 했던 스킬을 습득할 수 있었다. 몸 위로 솟아난 붉은 기운이 전신을 도포하듯 퍼져나갔다.
콰아앙!
나와 죽도를 맞댄 신태양이 뒤로 밀려났다. 그 발자취를 따라 운동장의 흙먼지가 흩어졌다.
신태양은 못 믿겠다는 혀를 내둘렀다.
“이걸 반나절만에······. 역시 스승님이시네요. 천성호는 1주일이나 걸렸거든요.”
“거기서 내 이야기가 왜 나와? 그러는 너는 2주일이었잖아.”
쉽사리 얻을 수 있는 스킬은 아닌 모양이다. 그 천성호나 신태양이 익히는데 오래 걸렸다는 것만 봐도.
아무리 20만배의 경험치라지만, 내 재능으로 익혔다는 것 자체가 감격스러운 일이다.
“이러면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진행되겠는데요.”
앞으로 필요한 유니크 스킬은 하나.
거기에 더해 웨펀 마스터의 레벨을 10까지 찍어야 한다.
“이 다음 스킬은······. 서현 언니가 가장 잘 알려줄 수 있을 거에요. 구조적으로 서현 언니 말고는 쉽게 알려줄 수 없기도 하고요.”
훈련을 지켜보던 엘리스가 입을 열었다.
“문제는 지금 서현 언니는 동쪽의 전장에 있다는 거에요. 괜찮으시겠어요?”
괜찮고말고.
스킬을 얻기 위해서라면 물불 가릴 때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