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100 thousand reincarnation he became a transcendent hunter RAW novel - Chapter 11
11화 성장의 마족(1)
다음날 2시.
동네 근처 공원.
나는 벤치에 앉아 윤서현 헌터를 기다리고 있었다. 겸사겸사 스마트폰으로 최신 정보를 확인 중이다.
‘아직 이렇다 할만한 일은 없다.’
기업의 길드 인수 소식이나, 어느 연구소의 마공학 신기술 발표 같은 정보가 대부분이었다.
‘오, S급 헌터 류탁한. 기억 난다. 사생활이 더럽기로 유명했지.’
그 중에서도 인기 있는 건 스타 헌터들의 사생활이었고.
‘진오 길드 사건에 대한 기사는 거의 없네.’
불과 며칠 전에 있던 진오 길드 사건은 수면 위로 떠오르지도 못했다. 본래대로라면 구조대까지 집어 삼킨 대형 사건이 나 때문에 상당히 축소되었으니 어찌보면 당연했다.
‘그나저나 윤서현 헌터는 언제 오는···.’
생각하기 무섭게 윤서현 헌터가 걸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그 차림은 허름한 가죽 방어구를 걸친 나랑은 달리 움직이기 편한 일반 복장이다.
‘그냥 왔을 리는 없고, 착장 마법이 인챈트 된 방어구를 끼고 있나 보네.’
아이템의 외형이 노출되지 않게 해주는 착장 마법. 상당한 고가일텐데. 언니가 돈 많은 대형 길드 소속이라 그런가.
순수하게 부럽다. 빨리 이 거지 같은 생활을 벗어나고 싶다.
나를 발견한 윤서현은 만들어 붙인 듯한 미소를 지으며 다가왔다.
“죄송해요. 조금 늦었죠. 기다렸나요?”
“아뇨, 기다리진 않았습니다.”
“그······.”
그녀는 무언가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입을 우물거리다 말았다.
“뭐, 하고 싶은 말이라도 있습니까?”
“네? 아뇨, 아니에요. 딱히. 그보다 확실한 정보 맞는거죠?”
손사래를 치던 윤서현이 물었다. 실제로 그 의심은 정당하다. 현 시점에서 변칙 게이트를 밝혀 낼 수 있는 기술이나 인물은 흔치 않으니까.
“가서 확인해보면 확실해질 겁니다.”
그 이유는 진작에 둘러댔었다. 뭣하면 스킬 핑계를 대면 되고. 그 덕인지 추궁 당하는 일은 없었다.
“······일단 알겠어요. 저희가 갈 게이트는 D등급 게이트고, 현재 로만 길드에서 공략 신청을 해 둔 상태에요. 우리는 거기를 뒤따라가는 거구요.
아무도 없었다면 좋았겠지만 게이트에는 대개 주인이 있는 법이었다.
“확인차 움직이지만 지난번 같은 일이 생기면 협회에 지원을 요청할 거에요. 알겠죠?”
“알겠습니다.”
“그리고······.”
“?”
“아뇨, 아무것도 아니에요. 이동할게요.”
윤서현이 내 어깨에 손을 올렸다. 주변의 경치가 일렁이기 시작한다. 눈을 감았다 뜨니 잘 조성된 호수 공원의 잔디 위였다.
‘공간이동 스킬인가.’
본래는 한참 이동해야 할 거리를 단숨에 넘어왔다. 이 시간에 보자고 한 이유가 있었다. 이걸 배울 수 있다면 좋을텐데.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였다.
“어? 오셨나보다.”
게이트 근처에서 공략 준비를 하던 길드원 중 하나가 나와 윤서현 헌터를 발견하곤 다가왔다.
지팡이를 든 여성 헌터였다.
“저는 박현주라고 합니다. 협회에서 나오신 윤서현 헌터님 맞으시죠? 이렇게 미인이 오실 줄은 몰랐는데! 옆에 그 분은······?”
“아, 게이트에 문제가 있을 때 도와주실 분이세요.”
“아하. 안녕하세요.”
박현주가 나를 향해 인사를 꾸벅한다. 나도 고개를 살짝 숙였다.
뒤이어 로만 길드의 길드장으로 보이는 사람이 다가왔다.
“아, 왔나보네.”
길드장이라 그런지 입고 있는 방어구부터가 때깔이 좋다.
그가 입고 있는 금속 재질의 갑옷이랑 비교하니 내 허름한 가죽 방어구가 초라해 보인다.
그는 언짢은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길드장 고성준입니다.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최대한 간단히 하고 돌아가주셨으면 좋겠네요.”
그 말에서 어딘지 모를 우월감이 느껴진다. 애초에 나를 보고 있지 않다. 윤서현 헌터에게 일방적으로 말할 뿐이었다.
그 뒤로 세 명의 사람이 보였다. D등급을 공략하는데 필요한 인원은 D등급 헌터 5명이다. 로만 길드는 최소 인원으로 딱 맞춰서 들어가는 셈.
‘원래대로라면 이 사람들 모두 죽는 거였겠지.’
괜한 영웅 심리를 느끼는 건 아니었다. 나는 이 게이트에 숨어 있을 마족만 처리하고 가면 장땡이다.
길드장 고성준은 경고하듯 우리에게 말했다.
“그리고 내부에서 사냥한 마수들은 전부 저희 길드 소유이니, 함부로 하지 않아주셨으면 합니다. 가능하면 사냥에도 일절 관여하지 않으셨으면 좋겠고요. 아시겠죠?”
“네, 네. 알겠습니다. 당연하죠.”
윤서현이 익숙하다는 듯 사무적인 태도로 고개를 끄덕인다. 우리 목적은 변칙 게이트의 여부를 확인하는 것. 토를 달 것도 없었다.
로만 길드원들이 게이트를 향해 움직이기 시작하자 윤서현이 내게 속삭였다.
“이래서 길드 사람들은 귀찮다니까요. 협회가 적인 줄 알아요.”
윤서현 헌터의 입장도 십분 이해한다만, 협회는 이것저것 귀찮게 따지는 게 많아서···. 라는 게 내가 아는 어떤 헌터의 이야기였다. 각자의 입장이 있는 거겠지.
“아, 잠깐만요. 들어가기 전에 측정 좀 할게요.”
게이트 앞에 잠시 멈춰선 윤서현이 스마트폰을 들어 올린다. 그 위에 조그마한 장치가 달려있다.
“으음, 별 다른 징후는 없어요. 정말 확실한 거죠?”
마족의 경우엔 일반적인 마력이 아닌 마기를 내뿜는다. 비슷하면서도 다른 그 성질 때문에 지금 장비로는 탐지가 불가능하다.
“못 믿겠으면 돌아가셔도 됩니다.”
“······사람 진짜 재밌네요.”
애초에 여기까지 왔다는 것 자체가 윤서현이 나를 믿고 있단 의미긴 하다.
이미 로만 길드원들은 전부 게이트로 진입했다. 나와 윤서현도 뒤따라 게이트로 들어갔다.
우우웅···.
공간이동 때와 마찬가지로 주변이 일변하며 풍경이 뒤바뀐다.
“와, 예뻐라.”
“오.”
바깥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었다. 새까만 밤하늘 위로 떠오른 보름달과 형광빛으로 가득한 숲.
몽환적인 분위기다.
이런 장소는 나도 처음 본다. 잠시 구경하고 있자니 앞 쪽에서 우리를 불렀다.
“거기 멍하니 서있지 마시고 저희 뒤에 딱 붙어와주세요. 괜히 멀어졌다가 사고라도 나면 곤란하니까요.”
고성준이 짜증을 내며 말했다. D급 헌터인 고성준이 C급 헌터인 윤서현에게 내려다보듯 말하는 게 참 웃기다.
‘이게 소문으로만 듣던 헌터병이란건가.’
D랭크 길드의 특징이기도 했다.
신생 길드에서 벗어나 길드 운영에 적응된 헌터들. 이들은 F급부터 함께 사냥을 하며 실력을 길러 온 헌터들이다. 이 바닥 돌아가는 원리를 얼추 아는 시기란다.
특징으론 대부분이 자신감에 차있다는 것.
‘성장하고 있으니까 지금이 가장 좋을 때인 걸 모르지.’
그들은 F급 게이트에 있던 마수들을 수월하게 사냥하고, 경험치를 쌓아 올라 온 D급 게이트에서도 계속해서 성장한다.
이렇게 쭉쭉 강해지다보면 언젠가 자신들도 S급에 도달해 스타 헌터가 될 거란 희망을 가지게 된다.
무엇이든 해낼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거다.
그러나 현실의 벽을 마주하지 못한 젊은이가 그러하듯 이들의 자신감은 비정상적이었다.
모든 사람이 그런 건 아니겠지만, 적어도 길드장만큼은 헌터병에 단단히 걸려 있는 모양.
“뭡니까, 할 말 있어요?”
고성준이 벌레 보는 듯한 눈으로 나를 훑는다. 오케이, 자신감 이전에 이 새끼는 예의범절을 밥 말아 먹은 게 확실하다.
“없으면 조용히 따라오기나 하세요.”
대답할 시간도 안 주고 앞으로 터벅터벅 걸어간다.
“진짜로 저런 사람이 한 둘이 아니라니까요. 덕분에 협회 때려칠까 생각 중이에요.”
윤서현이 한숨을 내쉬었다. 나는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악성 민원인 문제는 언제나 심각한 법이니까.
우리는 로만 길드원들과 함께 강을 따라 쭉 나아갔다. 강이 에메랄드 빛으로 빛난다. 상류로 올라가면 보스가 있을 확률이 높다는 게 헌터들 사이에서의 정설이었다.
‘마족도 보스 근처에 있을 가능성이 크다.’
나로서도 알맞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셈.
그렇게 잘 가나 싶던 때였다.
“전방에 마수 출현!”
고성준이 크게 소리쳤다. 그와 동시에 로만 길드원들이 전투를 준비했다.
“은빛 늑대다! 총 세 마리야! 다들 진형 갖춰! 실드!”
“응, 우선 실드부터 펼칠게!”
“매직 미사일 시전 준비 중!”
길드장의 구호에 맞춰 마법사가 마력 방패를 생성했다.
끼잉!
달려드는 은빛 늑대가 투명한 벽에 가로 막혔을 때, 대기하고 있던 검사가 늑대의 심장에 검을 찔러 넣는다.
타이밍 좋게 화살과 마법이 날아와 마무리를 한다.
물 흐르듯 자연스런 전투 과정이었다. 그들이 쌓아 올린 실력이 이곳에서도 발휘되고 있었다.
‘그래도 꽤 하네.’
흠 잡을 데 없는 사냥이었다. 괜한 자신감은 아니었나보다. 이곳이 평범한 게이트였다면 안정적으로 끝났을 전투였다.
‘문제는 여기에 마족이 있다는거지만.’
아니나 다를까 이변이 발생하고 있었다.
콰드득!
“뭐, 뭐야?!”
다른 은빛 늑대가 발톱으로 실드를 찢어내고 있었다. 한 번 균열이 생기자 실드가 완전히 찢겨나가는 건 순식간이었다.
스스스···.
단 한 번도 뚫린 적 없던 방패가 사라지자, 길드원들은 본능적으로 뒷걸음질쳤다. 그나마 침착한 길드장이 소리친다.
“아직 괜찮아! 다시 가다듬고, 실드가 다시 생길 때까지 막아낸다!”
그 말에 가까스로 정신을 차린 길드원들이 늑대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늑대들도 당하고만 있지 않았다. 살아 남은 늑대 두 마리가 파티 내부로 뛰어들어 진형을 흩트렸다.
“꺄악!”
“이 놈 좀 막아!”
첫 전투부터 진흙탕 싸움이었다.
크르르······.
설상가상으로 심장을 꿰뚫린 줄 알았던 늑대가 비틀거리며 일어났다. 공격이 얕았던 거다.
이들이 약한 게 아니었다. 경험이 부족한 것도 아니었다. 이들은 D급 게이트도 여러번 거친 길드다.
문제는 다른 곳에 있었다.
‘마수들이 비정상적으로 강해. D등급 게이트에 맞는 난이도가 아니야.’
마족이 내뿜는 마기는 이 필드 전체로 퍼져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마기를 흡수한 몬스터들은 기존보다 더욱 강해진다. 마족이 무서운 이유 중 하나였다.
“저희도 돕는 게 낫겠죠?”
상황을 지켜보던 윤서현이 내게 물었다.
“글쎄요. 도울 여유가 있을지 모르겠네요.”
괜히 심술로 하는 소리가 아니었다. 우리도 싸울 때가 됐거든.
『 스킬 ‘인지 Lv.10’의 효과가 발휘 됩니다. 』
푸른 수풀 너머로 흉흉한 맹수의 안광이 빛을 발한다. 그 수는 총 두 마리.
크르르···.
신경을 긁는 낮은 울음 소리가 들려온다.
나는 검집에서 ‘영혼 포식자’를 꺼내들었다. 드디어 사용해 볼 때가 됐다.
윤서현도 상황을 눈치 채고 인벤토리에서 마법서를 꺼내 들었다.
‘공간이동 스킬을 가지고 있어서 설마 했는데 마법 스킬 위주의 헌터인가 본데.’
어떤 스킬을 가지고 있는지는 봐야겠지만. 물리 딜러인 나와의 조합이 나쁘지 않다.
수풀에 몸을 웅크리고 있던 은빛 늑대 한 마리가 쏘아지듯 달려온다. 녀석의 공격 경로를 예측하는 건 쉬웠다.
『 스킬 ‘검술 Lv.10’의 효과가 발휘 됩니다. 』
카악!
늑대의 날카로운 이빨과 영혼 포식자의 칼날이 부딪혔다. 놈의 앞 발이 나를 향해 휘둘러지는 게 느껴졌다.
그런데, 어째선지 피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단 기분이 들었다. 오히려 멈춰서지 말아야 할 것 같았다.
나는 영혼 포식자를 쥔 채 걸음을 내디뎌 밀고 들어갔다.
콰드드드득!
“!”
은빛 늑대의 이빨이 입과 함께 단숨에 갈라졌다. 영혼 포식자의 날카로운 칼날이 그 피육을 잡아먹듯 갈라냈다.
나는 멈추지 않고 내달리며 검을 쭉 내질렀다.
촤아아악!
은빛 늑대가 그대로 이등분 되어 바닥으로 떨어졌다. 반으로 나뉜 놈의 피와 내장이 땅을 적셨다.
이렇게 시원한 감각은 처음이었다.
영혼 포식자의 날카로움이 내 예상 이상이었다.
‘미쳤네.’
물론 감상에 젖어 있을 시간은 없었다. 아직 한 마리가 남아 있었다. 고개를 돌리는 순간 윤서현 헌터의 침착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괜찮아요. 제가 묶어두고 있어요.”
“오.”
크르르···.
보랏빛 마법의 사슬이 은빛 늑대의 움직임을 완전히 봉하고 있었다. 녀석은 몸을 부들부들 떨어댈 뿐 꼼짝도 못하고 있었다.
‘마력 사슬.’
대상의 움직임을 제한하는 상급 스킬이다.
푸슉!
나는 그대로 다가가서 은빛 늑대의 심장에 검을 박아 넣었다. 영혼 포식자는 부드러운 두부를 자르듯 늑대의 가죽을 꿰뚫었다.
스으으······.
바닥에 쓰러진 두 마리의 늑대로부터 새하얀 기운이 올라오더니, 영혼 포식자로 날아들어왔다.
『 영혼 포식자가 영혼을 섭취합니다. 현재 영혼의 농도 : 13% 』
굉장히 만족스러운 전투였다. 영혼 포식자도 충전되었고.
‘100%가 되면 새로운 기능이 열리는 건가.’
영혼 포식자의 공격력만 해도 놀라운데, 추가 기능이 해금되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레벨업을 하며 향상된 능력치와 근력 스킬의 도움도 있었겠지만 영혼 포식자가 가진 예기 자체가 뛰어났다.
‘은빛 늑대를 이렇게 간단히 쓰러뜨릴 수 있을 줄이야.’
늑대를 베는 게 고블린을 베는 것보다 쉬웠다.
물론 감탄할 부분은 영혼 포식자만이 아니었다.
“왜요? 제 얼굴에 뭐 묻었어요?”
윤서현 헌터가 가진 능력도 눈 여겨 볼만했다. 훌륭하다.
“아뇨, 그게 아니라.”
마수의 움직임을 봉쇄한 마력 사슬도 훌륭했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늑대를 반으로 갈라버리는 기행을 버렸음에도 내 몸은 깨끗했다.
“배리어 타이밍이 좋아서요.”
“아, 아하. 뭐, 별 거 아니죠.”
윤서현 헌터가 전투가 시작되자마자 배리어를 걸어준 덕이다. 의외로 전투 경험이 많은 모양.
‘이러면 성장의 마족을 처리하기가 한결 수월해지겠는데.’
반면에 저 앞에선 난리였다. 다섯 명이서 아직도 은빛 늑대와 힘겨루기를 하고 있었다.
“크으윽! 좀만 버텨! 이제 두 마리 남았어! 마법은?”
“미, 미안! 빗나갔어!”
“일단 주현이부터 지키자! 다들 뒤로······.”
그래도 한 마리는 잡은 모양.
두 마리의 늑대들이 번갈아가면서 치고 빠지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로만 길드원은 그 콤비네이션에 우왕좌왕하는 중이었다.
그러다 문득 나와 윤서현을 발견하고선 소리친다. 길드장 고성준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금 안 도와주고 뭐하는 겁니까!”
어이가 없다.
“돕지 말라면서요. 사냥감 건들지 말라던 거 아니었습니까?”
“지금 상황에 그게 할소리······! 크억!”
타이밍 좋게 늑대가 뛰어들면서 고성준이 바닥에 엎어졌다. 나는 하는 수 없단 표정으로 윤서현을 바라봤다.
“도와줄까요?”
윤서현이 어깨를 으쓱였다.
“글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