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100 thousand reincarnation he became a transcendent hunter RAW novel - Chapter 110
110화 미래 탈환 계획(1)
마족 진영.
콰아아아—!
생체 병기 ‘유르스나템’에 의해 발사된 초마도파괴광선이 인간들이 위치한 동쪽 거점을 뒤흔들었다.
“굉장하군, 아주 좋아! 기대 이상이야.”
제한의 마족은 휘몰아치는 후폭풍을 한 손으로 막으며 크게 웃었다.
공간 마법 자체를 파괴하는 무시무시한 위력. 윤서현이 구성한 공간의 격벽이 종잇장처럼 찢겨 나갔다.
주술을 발휘한 생체 병기는 그 자리에서 피를 토하며 녹아내렸다.
“한 번이라는 게 아쉽지만, 뭐 충분하다.”
이제 군단의 마수들을 가로막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마수들의 검은 물결이 인간의 거점을 향해 전진하기 시작했다.
군단장 제한의 마족은 승리를 확신했다.
“마계대전때 사용되었다는 게 거짓말은 아닌 모양이구나. 크하하! 잘했다.”
“감사합니다. 구해오느라 고생 좀 했습니다.”
부하의 공을 치하할 정도로 만족스러운 상황이었다.
남은 건 자신의 군대가 인간의 거점을 휩쓰는 걸 바라볼 뿐이다.
“아무리 이지한이라고 해도, 내 제약을 벗어날 순 없다.”
SSS급 이상의 출력을 제한하는 제약. 저만한 대군 앞에서는 아무리 이지한이라고 해도 별 수 없다.
그리 생각하며 팔짱을 끼는 그 순간이었다.
“!”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방금 전 공간 격벽을 파괴하기 위해 발사 되었던 파괴광선이.
인간 진영에서 마족을 향해 날아 온 것이다.
콰아아아—!
검은 광선은 천 마리가 넘는 마수를 단번에 집어 삼켰다. 옆에 있던 충직한 부하 또한 그대로 증발해버렸다.
“뭐, 뭣이······?”
제한의 마족이 허망한 눈으로 부하가 증발한 자리를 바라봤다. 새까맣게 탄 피부는 마기로 수복했지만, 얼얼함이 가시지 않고 있었다.
한 발로도 어처구니가 없는데, 미처 상황을 파악하기도 전에 파괴 광선이 연달아 날아오기 시작했다.
콰아아—! 콰아아—!
“뭐, 뭐 이런······?!”
침착하던 그의 눈이 커질 수 밖에 없었다. 만 단위에 육박하는 자신의 군대가 말그대로 녹아내리고 있었다.
광선이 닿는 곳마다 쑥대밭이 되어 복구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 뒤쪽에서 급하게 달려 온 부하들의 안색은 새하얗게 질려 있었다.
“제한의 마족이시여, 이지한이 무슨 수를 쓴 게 틀림 없습니다.”
“지금 당장 후퇴 해야 합니다!”
그런 보고를 들으면서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아냐, 이럴 리가 없는데······.”
이쪽에서도 단 한 발 밖에 사용하지 못한 비장의 무기가, 어째서 저쪽에 그대로 넘어갔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이지한이 능력을 복사했다? 그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던 것 같기도 하다.
제한의 마족은 이를 악물고 말했다.
“그래, 환영이나 어줍잖은 술수겠지. 이지한의 기술이 아니다. 놈은 SSS급이 넘어. 기술을 그대로 구현한다고해도, 저만한 위력이 나올 리가 없다.”
콰아아아—!
그런 제한의 마족의 말을 비웃기라도 하듯 검은 광선이 바로 옆의 막사를 꿰뚫었다. 광선이 지나간 자리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
“부, 부디 후퇴 명령을······.”
몸의 절반이 날아간 마족이 바닥에서 간청했다. 제한의 마족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군대의 80% 이상이 전멸했다.
돌이킬 수 없는 손실이었다.
돌아갔을 때 받게 될 문책. 군단장의 지위를 박탈 당해도 할 말 없는 실수였다.
‘젠장, 젠장!’
그러나 여기서 인간들을 죽이겠다고 전진하는 것도 멍청한 짓이었다. 이미 인간들의 손에 당한 군단장의 수가 적지 않다.
“크아아악!”
성에 못이긴 제한의 마족의 옆에 서 있던 부하 하나를 찢어 발겼다. 검붉은 피가 바닥을 적셨다.
다른 부하들은 고개를 숙인 채 조용히 그의 판단을 기다렸다.
이를 악문 제한의 마족의 입가에서는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전군, 후퇴한다.”
그것말고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 * *
“마족들이 물러가고 있어요······!”
엘리스는 감기는 눈을 억지로 뜨며 말했다. 시간조작으로 많은 체력과 마력을 소모한 탓이었다. 자기 자신의 시간은 되돌릴 수 없다.
그래도 상관없다.
사실상의 완전 승리였다. 적의 대군을 사부님 혼자서 쓸어 버렸다. 거기에 더해 군단장에게 궤멸적인 피해를 입히는데 성공했다.
기나긴 고착 상태에 빠져있던 동쪽 전선이 드디어 움직인다. 그것도 인간의 승리로.
‘사부는 역시 사부라는 건가요······.’
지금의 사부는 과거에서 온 사부일텐데. 그가 불러 온 기적은 말로 다 표현이 되지 않는다.
비틀.
쓰러지려는 엘리스를 이지한이 끌어당겼다.
“괜찮아?”
“예······. 조금 쉬면 괜찮아질······.”
엘리스는 비몽사몽 간에 정신을 잃었다. 시간 조작을 너무 남용한 탓이었다. 이지한도 상황이 그리 좋진 않았다.
‘서 있는 게 고작이다.’
엘리스의 시간 조작이 100% 완벽한 건 아닌 모양. 사실 그만한 대규모 마법을 뻥뻥 쏴댔으니 멀쩡한 게 이상한 거였다.
“고생했어요, 지한씨. 여기서부터는 맡겨줘요.”
앞으로 나선 윤서현 헌터가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그녀의 긴 생머리가 바람에 흩날렸다.
“지한씨가 만들어 준 절호의 기회를 놓칠 순 없죠.”
그녀의 앞으로 보랏빛의 투명한 벽이 생겨났다. 하늘 높이 솟은 거대한 벽이 공간을 분리하고 있었다.
“리더! 괜찮으십니까?!”
“지한님 저희가 갑니다!”
뒤쪽에서 헌터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처음 공격에 휘말렸다가 어찌어찌 회복하고 달려 온 모양새였다.
손에 포션과 각종 약초를 쥐고선 울퉁불퉁한 땅을 뛰어왔다. 상처를 입은 사람도 있었지만 다들 표정만큼은 밝았다.
“한순간 전부 끝장인가 싶었는데, 역시 지한님이십니다. 크윽······.”
“쓸데 없는 소리 말고 빨리 치료해 드려.”
“어, 저기 보세요!”
윤서현이 지나간 허공 위로 강렬한 보랏빛이 일었다. 그 빛 속에서 뛰어나온 것은 다름 아닌 최후의 10인 중 두 명.
“리더, 제가 왔습니다! 미쳤네요, 진짜!”
“스승님, 이제 저희에게 맡겨 주세요.”
신태양, 천성호.
두 명의 영웅이 하늘을 가르며 나타났다. 잠시 이지한에 의해 초토화 된 땅을 바라보며 감탄하던 둘.
“그럼 갑니다!”
그들은 빛살처럼 허공을 박차고 날아올랐다.
슈우우—!
적(赤)과 청(靑) 두 개의 직선이 엇갈리듯 쏘아져 후퇴하는 군단장을 뒤쫓았다. 유성우처럼 그들이 떨어져내린 자리에서 눈이 멀듯한 섬광이 일었다.
이어지는 전투는 이지한의 눈으로도 도저히 확인할 수 없는 전투였다. SSS급 세 명이 군단장을 노리고 벌어지는 전투.
쏟아지는 충격파와 파열음이 그 전투의 치열함을 짐작케 할 뿐이었다.
“으우······. 지원이 왔네요······.”
정신을 차린 엘리스가 고개를 들었다. 엘리스는 이지한에게 안긴 채로 엄지 손가락을 들어 올렸다.
“사부, 진짜 대박.”
그러고선 다시 축 늘어졌다. 그 말하려고 일어난 건가.
“······.”
옆에 있던 헌터들이 큰일났다면서 달려들었지만, 그냥 잠든 거였다.
“제발······. 좋은 소식이 있기를.”
“윤서현 영웅님에 검성하고 혜성까지 붙었는데. 무조건 우리가 이기겠지.”
마족을 몰아내긴 했지만, 이어진 추격의 결과는 아직 알 수 없었다. 기다림은 길지 않았다.
– 제4군단장 제한의 마족 사살 완료. 리더, 정말로 말도 안되는 일을 해냈어요!
얼마 지나지 않아 통신으로 승리 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이, 이겼다!”
“으아아! 리더! 감사합니다!”
“우리가 이겼어!”
헌터들이 기쁨에 젖어 소리쳤다. 그걸 바라보는 이지한의 입가에도 미소가 맺혔다.
군단장 제한의 마족은 처치되었다.
이번만큼은 인간 측의 완벽한 승리였다.
안도해서일까. 과하게 마력을 사용한 탓일까. 나 또한 엘리스처럼 의식을 잃고 말았다.
* * *
“거기서 사부가 마족의 스킬을 복사하더니, 단번에 콰과광! 알겠죠?”
“오오, 장난 아니네. 그래서, 그래서?”
정신을 차리니 엘리스가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있었다. 신태양과 천성호가 흥미롭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 뒤쪽에 채아연이 팔짱을 낀 채 경청한다.
“스승님이 마족의 기술을 사용하셨다고? 그건 마기 위주의 기술이잖아.”
“마침 초마력회로를 배우셨거든요. 마기와 마력의 전환. 간단한 원리죠.”
“하루도 안 지났는데······. 그게 그렇게 빨리 배울 수 있는 거였나?”
“야, 리더잖아. 당연한 거 아니야?”
근데 그걸 왜 내 방에 모여서 하는거냐. 방이 넓어서 괜찮기는 한데.
“응?”
내가 뒤척이는 걸 느낀 엘리스가 뒤를 돌아봤다.
“아, 사부! 일어나셨네요. 저도 막 회복을 마친 참이었어요.”
“몸을 너무 혹사 시키는 거 아니야? 둘 다 너무 무리했어.”
채아연은 걱정스런 얼굴로 내게 말했다. 나는 침대에서 내려왔다. 듣자하니 그녀의 정성 어린 간호가 있었다고 한다.
덕분에 몸은 상쾌하게 회복되어 있었다.
역시 성녀라는 이름이 괜히 붙은 게 아니다.
채아연은 고운 미간을 좁히더니 내게 경고했다.
“마도 기술은 최대한 사용을 자제해. 특히 과거로 돌아가면 여기와 달리 마기의 농도가 다른데다가, 그건 시전자의 상태를 고려하지 않은 쓰레기 같은 기술이란 말이야. 알았지?”
“······.”
갑작스레 잔소리가 쏟아졌지만 나를 걱정하고 있다는 게 느껴진다. 내 입장에선 아직 채아연을 만난 적도 없지만.
“아, 좋은 소식이 있어요.”
엘리스가 분위기를 바꿀 겸 손짓했다. 간략한 지도가 홀로그램처럼 떠올랐다. 미래의 기술인가.
“동쪽의 거점을 확장시키면서 저희도 한숨 돌릴 수 있게 됐어요. 총공세를 대비하기 한결 수월해졌죠. 전부 사부 덕이에요.”
잠시 숨을 고른 그녀가 미소를 지었다.
“사부가 스킬을 수련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여력이 늘었다는 거죠. 서현 언니의 활동 범위를 늘리고, 다른 영웅을······.”
벌컥.
엘리스가 말을 끝마치기도 전에 방 안의 문이 열렸다.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방 안에 울려퍼졌다.
“오빠! 진짜 일어났네!”
진세아였다. 만면에 환한 미소를 띄운 녀석은 단발을 휘날리며 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것도 전속력으로.
SSS급의 돌진.
피하기엔 너무 빠르고, 그대로 있자니 생명의 위협을 느낀다.
“으아앗, 안돼요! 위험해요!”
“리더!”
“스승님!”
우당탕.
엘리스와 신태양, 천성호가 진세아와 한데 뒤엉켜 넘어졌다. 난데없는 촌극을 바라보고 있던 채아연이 진세아의 머리에 꿀밤을 먹였다.
“지금 지한 오빠는 과거에서 왔다고 했잖아. 오빠 죽일 일 있어?”
“아야야······.”
머리를 부여 잡은 진세아가 나를 바라보더니 씩 웃었다.
“그래도 깨어나서 다행이네.”
“넌 여전하구나.”
“그거야 당연하지. 음, 그거 칭찬이지?”
조금 걱정했다. 내가 아는 멸망한 세계의 진세아는 조금의 감정도 없이 도둑질을 일삼는 기인이었으니까.
밝은 모습을 보니 마음이 놓인다.
미래의 나에겐 나를 바라봐주는 동료들이 있다. 나를 의지하고 따를 뿐 아니라 끝없는 응원을 보내준다.
‘그러나 당장의 상황은······.’
대부분의 영토를 빼앗기고 도시 하나만을 남겨 놓은 지금의 상황.
‘빈말로도 좋다고 하기는 어렵다.’
내가 그리던 미래는 아니었다. 웃고 있지만 절망적인 상황이란 건 변함 없다. 그럼에도 이 녀석들이 있다면 어떻게든 해나갈 수 있을 것 같단 생각이 들지만······.
‘내가 해야 할 일은 명확하다. ‘
미래를 바꾼다.
그러기 위해선 미래의 지식을 다시 알아내고 계획을 새롭게 세울 필요가 있었다.
더 나은 미래, 인류가 승리하는 미래를 만들기 위해서.
“지금 이곳의 미래가 바뀔지는 알 수 없는 일이지만······.”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모두의 시선이 내게로 집중 되었다.
“내 미래를 바꿀 수 있게 도와줄 수 있겠어?”
알아야할 것은 많다.
내 노력에도 불구하고 세계가 멸망한 과정은 물론.
인류를 배신하고 마족의 편에 붙은 배신자의 정체까지.
샅샅히 알아내서 돌아가야 한다.
“오빠, 당연한 걸 묻는 거 아니야?”
내 말에 자리에 있는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의 눈에서 느껴지는 진심이 내게 도 전해진다.
“물론이죠, 사부.”
“내가 아는 건 전부 알려줄게, 리더.”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스승님.”
반드시 미래를 바꾸고 말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