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100 thousand reincarnation he became a transcendent hunter RAW novel - Chapter 111
111화 미래 탈환 계획(2)
그 날부터 특훈이 시작되었다.
다수의 홀로그램 창을 띄운 엘리스가 내게 붙었다.
“기본적으로 제가 사부를 서포트 합니다. 저는 전투 인원이 아니거든요.”
기지에 남아 있는 인원이 번갈아가며 내 성장을 돕기로 했다.
‘남은 시간이 그리 많아보이진 않아.’
도시 너머로 보이는 마족들의 군세가 심상치 않다. 동쪽 거점을 확보했다고는 하나, 여전히 불리한 상황이다.
마족의 총공세 이전까지 최대한 성장해야 했다.
본래 시간대로 귀환하기 위한 조건은 두 가지.
1. 유니크 심화 스킬 두 개를 획득.
2. 스킬 ‘웨펀 마스터’의 레벨을 10 달성.
‘첫번째 목적은 달성했다.’
유니크 스킬인 ‘영웅의 힘’과 ‘초마력회로’를 전수 받았으니까.
둘 다 사기적인 성능을 가진 스킬이다. 내 본래 시간대로 돌아갔을 때의 성능이 기대 된다.
‘남은 건 두 번째 조건인 웨펀 마스터 10레벨.’
웨펀 마스터의 현재 레벨은 3.
20만배라는 경험치가 무색하게 낮은 레벨이다. 다양한 무기를 다루지 않아서인 것도 있겠지만 가장 문제가 되는 건 뻔했다.
‘재능의 부족.’
유니크 스킬부터 경험치가 쌓이는 속도가 느려진 게 체감이 된다. 경험의 질 자체가 높아지면 경험치 상승폭도 올라가지만······.
그렇다고 매번 목숨을 건 전투에 나를 던져 넣을 수도 없는 일.
‘만년 F급 헌터였던 내 재능이 이만큼 올라간 것도 사실 대단한 일이기는 하지.’
그러나 여기서 만족할 거면 시작도 안했다.
“스승님, 좋습니다. 그 기세에요.”
콰앙! 콰아앙!
폭격처럼 쏟아지는 신태양의 검격을 아슬아슬 하게 받아쳐냈다. 기지에 놓인 무기를 바꿔가며 신태양의 공격에 대응했다.
『 스킬 ‘웨펀 마스터 Lv.4’를 획득합니다. 』
“후우······.”
반나절의 훈련이 끝나니 전신이 땀범벅이었다. 훈련 강도가 장난 아니다.
그래도 무작정 검으로 두드려 패던 검성 시절에 비하면 친절함이 느껴진다. 스승에 대한 예의가 느껴진달까.
뻐어억!
아닌가. 착각이었나. 인정사정 없는 건 마찬가지였다. 한 대 스쳤을 뿐인데, 몇 십미터를 나동그라졌다.
“으윽······.”
“아이고, 실수로 손에 힘이 들어갔네요. 잠깐 휴식할까요.”
신태양은 땀 한방울 흘리지 않았다. 역시 SSS급이다. 잠시 고민에 잠겨 있던 신태양이 고개를 들었다.
“스승님, 과거로 돌아가면······. 전 무조건 빡세게 굴려주세요. 전 굴러야 되는 놈입니다.”
“너······. 후회 안 할 자신있어?”
과거의 자신이라고 막말하는 거 아니냐.
“지금의 강해진 스승님이라면 과거의 저도 뛰어 넘으신 상태겠죠. 부디 마구 굴려주세요. 전 그럴수록 강해지는 놈이니까요. 그보다 저한테 잘 맞는 훈련법은 없을 겁니다.”
진지하게 하는 소리였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 의견 잘 수용하도록 하지.”
“감사합니다. 저도 스승님께서 절 두드려 패고 싶으실 마음이 들도록 열심히 하겠습니다.”
“······.”
지금부터 전력으로 나를 패겠다는 소리로 들리는데. 뭐, 바라던바다.
옆에서 데이터를 확인하던 엘리스가 내쪽으로 다가왔다.
“사부, 여기 물이랑 수건이에요.”
“고마워. 그럼 다시 부탁할게.”
“파이팅이에요!”
물을 벌컥 벌컥 들이켠 뒤, 나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체력이 다하고 몸이 부러져도 문제 없다. 엘리스의 시간 조작 한 번이면 원래 상태가 되니까.
낭비되는 시간 없이 훈련은 계속 된다.
저녁에는 기지의 인원들과 함께 미래에 대한 정보를 습득하고 토론한다.
홀로그램 보드 앞에 선 천성호가 열성적으로 주장한다.
“그러니까, 제한의 마족을 미리 처치하고 이 순서대로 마족들을 격파하다 보면······.”
“안 돼, 가장 먼저 죽여야하는 건 가장 성장 가능성이 높은 마족부터야.”
그것을 성녀 채아연이 반박하듯 이야기한다.
“가장 큰 문제는 군단장을 미리 처치한다고 해도, 그 자리를 메꿀 마족이 차례차례 등장한다는 거야.”
“그래도 전력을 줄이는 건 틀림 없잖아. 이어서 나타난 놈들은 본래 군단장이 될 놈들에 비하면 형편 없는 게 분명하고.”
“결국 선택은 사부가 하는거죠.”
엘리스가 끼어들며 열띈 토론이 이어진다. 그 안에 담긴 정보들 하나 하나가 매우 귀중하다.
“배신자들에 대한 것도 잊으면 안돼요. 두 명의 배신자 ‘김상욱’과 ‘김민수’. 그 두 사람은 현재 마족의 편에 서 있어요. 그 둘이 입힌 피해를 생각하면······. 반드시 미리 손을 써놔야 할거에요.”
마족의 편에 선 자가 누군지 확실히 밝혀지는 순간이었다.
대마법사 김민수.
회귀의 마지막 순간, 김민수가 보였던 불길한 기운은 마기가 맞았던 거다.
‘그런데 김상욱도 배신자라고······?’
영혼 계약으로 맺어져 날 배신할 수는 없을텐데. 아직까지 스파이 노릇을 하고 있다면 그것대로 대단한 일이다.
어쨌든 마족들의 신상과 약점을 모두 파악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모든 것을 남김없이 기억하고, 확인하려고 애썼다. 일단 머리에 넣기만 한다면 ‘기억 탐색’ 스킬로 언제든지 다시 확인할 수 있으니까.
* * *
훈련이 이어지면서 기지 내부의 시설에 대해서도 파악할 수 있었다.
‘보면 볼수록 감탄만 나오네. 김건 혼자서 이걸 다 만들었단 말이야?’
각종 부대시설 및 오락거리는 당연하고, 마족에게 대항하기 위한 설비를 완벽하게 갖추고 있었다. 기지라기보단 요새다.
재능 있는 사람에게 기회가 주어지면 이렇게 되는구나 싶다.
“그러고보니 사부가 자주 사용하던 시설이 있어요. 훈련에 도움이 될지도 모르니까, 안내해드릴게요.”
엘리스의 안내에 따라 이동한 장소에는 신기한 기계 장치가 놓여 있었다.
‘여기를 내가 자주 이용했었다고?’
방의 중앙에 놓인 장치를 향해 다가가자, 나를 인식한 건지 녹색 빛이 솟아나기 시작했다. 동시에 인벤토리에 있던 아이템이 불쑥 튀어나왔다.
세 조각의 검은색 파편이 허공으로 두둥실 떠올랐다.
『 특이한 재능의 파편이 세 개 모였습니다. 합성하시겠습니까? 』
허공으로 떠오르는 메시지창.
‘이것도 김건이 만들어 놓은 장치인건가.’
재능의 파편을 합성할 수 있게 해주는 장치. 미래에는 별 게 다 있구나 싶다. 내가 자주 왔다는 것도 이해할만하다.
“맞아, 이거였어요!”
엘리스가 고개를 끄덕인다. 나는 홀로그램 창을 클릭해 세 개의 파편을 합쳤다. 장치 위에 놓인 파편은 빛과 함께 하나의 조각으로 변했다.
『 특이한 재능의 조각을 획득합니다. 』
『 소유한 재능의 조각은 다음과 같습니다. 』
– 미약한 재능의 조각
– 특이한 재능의 조각
파편을 모아 조각으로 만든 효과는 곧바로 드러났다.
이어지는 진세아와의 훈련.
『 스킬 ‘웨펀 마스터 Lv.5’를 획득합니다. 』
『 스킬 ‘웨펀 마스터 Lv.6’를 획득합니다. 』
눈에 띄게 경험치 상승폭이 올랐다.
“우왓, 갑자기 공격이 날카로워졌는데?”
나를 향해 연습용 단검을 휘두르던 진세아가 감탄을 내뱉었다. 고작 연습용 단검인데도 강렬한 풍압이 몰아친다.
“내 공격을 막으려면 좀 더 무기를 다양하게 사용해야 할 거야. 마족들의 제약은 치사하고 더러우니까. 미리미리 대비해야지.”
눈 깜짝할 사이에 전방위에서 날아오는 단검과 투척류 무기의 세례.
『 스킬 ‘체인지 웨펀 Lv.11’을 발휘합니다. 』
나는 미리 준비 해둔 커다란 방패를 꺼내들었다. 동시에 몸을 크게 움직였다.
파아앙!
수 십 자루의 무기들을 일제히 튕겨내는데 성공했다.
『 레어 스킬 ‘방패 : 전방위 방어 Lv.1’을 획득합니다. 』
『 레어 스킬 ‘방패 : 전방위 방어 Lv.2’을 획득합니다. 』
···
..
.
『 레어 스킬 ‘방패 : 전방위 방어 Lv.10’을 획득합니다. 』
순식간에 떠오르는 레어 스킬들. 특이한 재능의 조각 완성 이후로 스킬을 습득하기가 더욱 쉬워졌다.
심지어 웨펀 마스터의 효과 덕에 어떤 무기든지 가리지 않고 쓸 수 있으니, 그 시너지는 상상 이상.
진세아가 환호했다.
“오오! 그거야! 그러면 다음 간다!”
“잠깐······!”
말릴 새도 없었다. 마력이 잔뜩 담긴 무기의 폭풍이 나를 덮쳐왔다.
콰아앙! 콰앙!
신태양은 그래도 사람 봐가면서 힘조절을 했다지만, 진세아 이 녀석은 그런 것도 없다. 진짜로 생명의 위협이 느껴진다.
“으와앗, 세아 언니! 멈춰요! 사부가 죽겠어요!”
엘리스가 옆에 붙어 있어서 다행이다.
“자, 훈련은 이쯤하고······. 내가 엄청난 걸 준비해 왔단 말이지.”
훈련 이외에도 진세아는 손수 작성한 세계 지도를 들고 와서 내게 설명했다. 색연필과 형광펜으로 군데군데 표시되어 있다.
“이거 만드느라 어제 잠을 한숨도 못잤다니까.”
진세아는 펜으로 토끼 마크가 그려진 장소를 가리켰다. 여기에는 레전더리 아이템이 잠들어 있단다.
“이것만 확인하면 전 세계의 아이템과 게이트는 오빠의 손에 있는거나 마찬가지! 어때 장난 아니지? 물론 과거에 있는 내 협력이 필수적이겠지만 말이야.”
“오오, 확실히 굉장한 걸.”
“잠깐만요, 여기는 북한 아닌가요?”
“······몰래 다녀오면 되지 않을까?”
어쨌든 유용한 정보가 한가득이었다. 내가 알지 못했던 게이트와 던전에 대한 정보, 거기에 더해 보상까지.
“후훗, 그리고 과거의 나를 위한 훈련법도 미리 짜놨지롱. 이대로만 하면 내가 무적이 되는 건 시간 문제란 말씀.”
여러가지 안내사항이 빽빽하게 적힌 노트였다. 되게 열심히 정리한 게 보인다.
“근데 니가 이걸 하려고 할까······?”
“······.”
잠시 고민하던 진세아가 머리를 긁적였다.
“스읍, 그걸 생각 못했네.”
어쨌든 훈련은 순조롭게 진행 되었다.
웨펀 마스터의 스킬은 착실하게 경험치를 쌓아가고 있었고, 각 영웅들로부터 과거의 자신에게 필요한 일까지 모두 기억했다.
어느덧 웨펀 마스터의 레벨은 9.
본래의 시간대로 돌아가기까지 하루 남았다.
마지막 훈련은 윤서현과 함께였다. 그녀의 공간 마법을 통한 훈련은 지금까지 중 가장 체계적이고 합리적이었다.
윤서현의 부탁은 간결했다.
“저는 언니를 꼭 살리고 싶어요. 부탁할게요.”
그리 말하는 윤서현의 눈에는 쓸쓸함이 감돌았다.
최후의 10인 모두가 살아 있는 게 아니었다.
윤서현의 자매이자, 길드 은빛의 날개의 부마스터였던 그녀. 이 시점에서 윤지은은 죽어 있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조각은 충분히 모였다. 다가올 미래 또한 바꿀 수 있을 것이다. 그리하여 미래에서의 마지막 날이 찾아왔다.
기지의 넓은 유리창 바깥으로 마족의 군세가 보인다. 그들이 내뿜는 마기는 붉었던 하늘마저 어둡게 물들일 정도였다.
끝이 다가오고 있다는 건 모두가 직감할 수 있었다.
그러나 누구하나 내색하지 않는다. 나를 배웅하기 위해 모인 모두의 얼굴에 불안이나 긴장감 따위는 없어보였다. 노력하고 있는 거겠지.
“사부님, 안녕히 가세요.”
“오빠, 거기서는 마족 놈들 진짜 다 죽여 버려!”
“과거의 나한테 안부 전해줘, 리더.”
내 앞에 선 신태양은 옅은 미소와 함께 검을 쥐었다.
“스승님, 준비 되셨으면 가겠습니다.”
“그래.”
이걸로 모든 준비는 끝났다.
파앙! 기지의 바닥을 박차고 쏘아지듯 날아오는 신태양.
보이지도 않던 검격이었지만, 지금은 조금이나마 눈으로 따라갈 수 있다. 나는 거기에 맞서 있는 힘껏 검을 휘둘렀다.
카아앙—!
새파란 불꽃이 터져나왔다. 두 쌍의 검기가 충돌하며 만들어내는 맑고 청아한 빛.
이로써 마지막 경험치가 모두 채워졌다.
“스승님, 저희들의 과거를 잘 부탁하겠습니다.”
『 스킬 ‘웨펀 마스터 Lv.10’을 획득합니다. 』
『 귀환 조건을 모두 달성하셨습니다. 』
『 본래의 시간대로 귀환합니다. 』
순간 의식이 아득해지는 느낌과 함께 시야가 흐려지기 시작했다. 거스를 수 없는 강력한 힘이 나를 끌어당기는 듯 하다.
유체이탈을 하듯 내 의식이 몸 바깥으로 빠져나왔다. 영혼을 잃은 내 신체는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자리에 모인 모두가 나를 향해 달려오는 게 보인다.
‘······.’
나는 이를 악물었다.
무언가 해줄 수 없다는 게 미안하게만 느껴진다. 받은 건 많은데. 애초에 내가 귀환한다고 미래의 이지한이 의식을 되찾으리란 보장은 없었다.
그저 하나의 희망사항이었을 뿐.
어쩌면 그는 군단장과의 전투에서 이미 목숨을 잃었던 걸지도 모른다.
아쉬움과 함께 의식이 멀어져가는 걸 느끼던 그 순간이었다.
샤아아—!
내가 차고 있던 초월의 팔찌에서 금빛 기류가 형성 되었다. 흘러나온 빛은 시야 저편에 있는 미래의 내게 닿았다.
“······!”
힘없이 쓰러져있던 내 손가락이 움직였다. 이내 천천히 몸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모두의 얼굴에 비친 환한 미소를 마지막으로 내 시야는 암전되었다.
미래의 내가 깨어난다고 세계를 구할 거란 보장은 없다.
멸망한 세계는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었고, 죽은 사람들은 다시 살려낼 수 없으니까.
그래도 거기엔 분명한 희망이 있었다.
‘이제는 내 차례다.’
그들의 세상을 구하기 위한 노력과 경험은 내가 이어 받았다. 반드시 미래를 바꾸고 말겠다.
어느새 몸을 감싸던 부유감이 사라지고, 기존의 중력이 다시 느껴지고 있었다. 갑작스런 변화에 적응이 안된다.
‘지금부터 시작이다.’
끓어오르는 듯한 고양감과 함께 나는 천천히 눈을 떴다.
『 본래의 시간대로 귀환합니다. 』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타오르는 불길과 어두운 성 안.
내 발치에는 마족의 머리가 뒹굴고 있었다.
나는 분명 자취방에서 재능 획득의 물약을 마셨던 걸로 기억하는데.
“······.”
여기는 대체 어디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