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100 thousand reincarnation he became a transcendent hunter RAW novel - Chapter 112
112화 미래 탈환 계획(3)
상황이 어떻게 된 건지 천천히 파악해야 했다. 시스템창은 분명 내가 본래의 시간대로 회귀했다고 했다.
시스템이 고장난 적은 있어도, 거짓을 표기하는 경우는 없었다.
‘이 녀석은······.’
나는 발치에 쓰러진 마족의 얼굴을 살폈다.
‘중위 마족 중 하나다. 성채의 마족. 내가 쓰러뜨리려고 했던 놈인데.’
그때였다.
스르륵.
내가 손에 쥐고 있던 검이 액체처럼 변하며 땅으로 떨어져 나왔다. 이윽고 은회색 광택의 슬라임으로 변했다.
오르티마였다.
덜덜덜······.
녀석은 뭐가 무섭기라도 한 것마냥 몸을 떨면서 내 눈치를 살폈다. 그래도 이 녀석의 정보를 살피니 확실히 알겠다.
여기는 내가 있을 시간대가 맞다.
“왜 그래?”
내가 묻자 오르티마가 멈칫했다. 그러더니 몸에 그렁그렁 물방울이 맺히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눈물 같은데.
뀨우······!
녀석은 뭐가 그리 반가운지 통통 튀어다니며 내 주위를 빙글빙글 돌았다. 자세히보니까 무언가 말하려고 하는 것 같다.
“······.”
뭐라는걸까. 굉장히 기뻐하는 건 알겠는데.
그래도 아예 의사소통이 안되는 건 아니었다. 오르티마의 지능은 인간 못지 않았으므로.
뀨, 뀨우!
오르티마는 나와 죽은 마족 사이를 왔다갔다 움직였다. 즉, 내가 이 녀석을 죽였다는 거다. 어렵지 않게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런건가······.’
처음부터 짐작은 하고 있었다.
‘뒤바뀌었던거군.’
현재의 나는 미래로, 미래의 나는 현재로. 둘의 몸이 바뀌었었던 것 같다.
즉, 미래의 영혼이 내 몸에 깃들어 있었다는 것.
그렇다면 내 눈 앞에 죽어 있는 마족도 이해가 간다. 미래의 내가 벌여 놓은 일이겠지.
‘그건 그렇고 굉장한 솜씨네.’
놈의 목이 잘려나간 절단면은 소름끼칠 정도로 깔끔하다. 다른 상처는 하나도 없는 걸로 보아, 단칼에 죽인 모양.
‘자세한 일은 나가서 확인하도록 할까.’
저 앞에 보랏빛의 게이트가 보였다. 바깥으로 향하는 출구일 거다. 나는 오르티마를 옆구리에 끼고서, 걸음을 옮겼다.
뀨우!
간만에 만난 거긴 하다만 유독 기뻐하는 것 같다. 미래의 나한테 혹사라도 당했던 걸까? 내 몸에 착 달라붙어 있는 걸 보면 맞나본데.
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오르티마가 나를 그렇게 반겼던 이유를 나는 금방 알 수 있었다.
띠링.
게이트를 나오니 스마트폰으로 입금 알림이 도착했다. 들어온 금액은 약 3천만원. 거기까지도 그러려니 했지만.
잔고를 확인하는 내 미간이 좁혀졌다.
‘잠깐······.’
일십백천만······. 연거푸 숫자를 다시 세던 나는 내 눈을 의심했다.
“도대체 뭔 짓을 하고 돌아다닌거냐.”
104억 원.
내 통장 잔고에 찍힌 숫자였다.
* * *
내역을 보니 104억은 백묵과의 거래를 통해서 이뤄진 모양이었다. 내가 어디를 돌아다녔는지는 백묵에게 물어보면 답이 어느 정도 나올 듯 싶었다.
그런데 놀랄 일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이건 또······. 뭐야.”
자취방으로 돌아온 나는 우두커니 펼쳐진 광경을 바라봤다.
난장판도 이런 난장판이 따로 없었다.
싱크대에는 각종 냄비와 마수의 소재로 보이는 것들이 가득했고, 바닥에는 정체불명의 액체가 담긴 유리병들로 발디딜 틈이 없었다.
급하게 뭔가를 만들던 흔적이 역력하다. 그런 내 시야의 한 켠에 무언가가 들어왔다.
“잠깐, 저건······.”
테이블 위에 올려진 물약 네 병.
쪽지와 함께 놓여진 병에서는 은은한 빛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척보기에도 범상치 않은 물약이다.
나는 잡동사니와 마수 소재들을 헤치고 테이블에 다가갔다.
– 마셔라.
쪽지에는 내 글씨체로 간결하게 쓰여 있었다. 미래의 내가 남기고 간 선물이었다. 입가에 옅은 미소가 떠올랐다.
‘오묘한 기분이네.’
척 보기에도 범상치 않은 물약들이었다.
빨강, 초록, 노랑, 파랑.
물약들의 정보를 살피는 내 눈이 커졌다.
『 체력 강화의 영약 』
– 체력의 기초 포인트를 1.2배 올려줍니다.
‘······미쳤구만.’
이 네 개가 전부 영약이었다. 헌터의 능력치는 물론, 앞으로 얻을 능력치까지 올려주는 사기적인 성능을 가진 영약.
돈이 있어도 구하지 못하는 아이템들이다.
‘이걸 직접 제조했단 말이지.’
제조법 자체가 없는 건 말할 것도 없다. 영약 S급 던전에서 보상으로 간혹 나오는 게 전부다.
그걸 직접 만들었으니, 방 안이 개판이 된 것도 이해가 간다.
영약은 총 네 개.
각각 힘, 체력, 민첩, 지력의 기초 능력치를 올려준다.
미래의 내가 돈도 벌어 놓고, 마족도 잡고, 영약까지 만들어놨다. 미래에서 수련하는 동안 이런 이득이 있을 거라곤 상상도 못했다.
‘이 정도까지 해놓을 줄이야.’
방이 좀 더러워진 걸 빼면, 굉장히 만족스러운 결과다.
미래의 나도 분명 고민 끝에 내게 도움이 될 일을 해준 거겠지.
나는 고민하지 않고 영약을 바로 들이켰다. 시원하면서도 달콤한 액체가 목구멍을 넘어 흘러들었다. 각별하게 맛있다.
『 스킬 ‘포션 체질 Lv.11’의 효과를 발휘합니다. 』
『 포션(영약)의 효과가 33% 증가합니다. 』
『 체력이 1.596배 증가합니다. 』
포션 체질의 효과 덕분에 1.2배였던 영약의 효과가 약 1.6배 가량 증가했다. 이어서 힘, 민첩, 지력의 영약도 전부 마셨다.
온 몸에서 힘이 끓어 오르는 기분이다.
‘강해진 게 체감이 된다.’
무재조정의 능력치 증가 효과와 합쳐지니 압도적인 시너지가 발휘된다. 실제로 늘어난 능력치의 양은 훨씬 많을 거다.
“보통 센스가 아니군. 역시 미래의 나인가.”
“······.”
오르티마가 빤히 나를 바라본다. 해본 소리다.
집에 놓인 물건들을 적당히 치우고, 나는 샤워를 하러 화장실에 들어갔다.
2주 동안 샤워도 안하고 돌아다닌 모양이다. 그만큼 미래의 내가 필사적이었단 의미일지도 모르겠다.
무심코 거울을 들여다봤다가 깜짝 놀랐다.
조각처럼 갈라진 근육들이 탄탄하게 내 몸을 채우고 있었다.
“······.”
원래 몸이 나쁜 건 아니었지만, 영화 배우와 비교해도 손색 없는 근육이 내 몸 곳곳에 자리 잡고 있었다.
“와.”
감탄이 나올 정도다.
헌터의 체형은 능력치와는 별개다. 상위 헌터들 중에는 살찐 사람도 있고, 마른 사람도 있다. 마찬가지로 나이가 어리고 몸집이 작아도 강함과는 별개다.
시스템의 보조를 받기 때문이다. 때문에 체형을 바꾸려면 그에 맞는 훈련이 필요한 법인데······.
‘2주일만에 이런 몸을 만들었다는 건가.’
나는 잠시 거울 속이 내 몸을 빤히 바라보다, 고개를 저었다.
감탄만 하고 있을 순 없었다. 해야 할 일이 산더미다.
솨아아—!
샤워기를 틀자 따뜻한 물이 쏟아져 나왔다. 몸에 묻은 땀과 마수의 피가 시원하게 씻겨 나갔다.
‘덕분에 계획을 더 빨리 진행할 수 있겠어.’
자본에 더불어 능력치의 상승까지. 감사의 인사를 할 수 있다면 하고 싶을 정도다.
이제 해야 할 일은 명확하다.
본래의 시간대로 돌아오며 한계돌파 퀘스트의 목표가 정해졌다. 당연하지만 이 목표에는 내 의지가 깃든다.
미래에서 얻은 새로운 정보가 목표로서 작용한다.
– 목표 : 프로젝트 ‘아포칼립스’ 저지
– 클리어 보상 : ???
한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의 ‘프로젝트:마기’는 정상적으로 진행되었다. 세계 곳곳에 마(魔)의 기운이 자리를 잡아갈 것이다.
‘최상위 마족들은 이곳으로 넘어 올 수 없지.’
발전의 마족이 주관하던 ‘프로젝트:메이저 게이트’를 내가 막았기 때문이다.
마족들의 움직임도 달라질 수 밖에 없었다. 따라서 상위 마족들은 세계 곳곳에 사용되는 게이트를 폭주시켜 세계에 혼란을 가져오려고 한다.
그리하여 마계와 이 세계를 강제로 융합하려고 드는 것이다.
‘그렇게는 못 놔둔다.’
프로젝트 아포칼립스는 사전에 차단될 것이다.
그 누구도 아닌 내 손에 의해.
* * *
프로젝트 ‘아포칼립스’.
이것을 주관하는 마족은 세 명의 상위 마족이다. 그들 모두를 죽여야 프로젝트의 완전 저지가 성공한다.
‘문제는 놈들이 꽁꽁 숨어 있다는 거지.’
미래의 정보가 대단하긴 대단한지라, 위치는 전부 파악된다.
다만, 거기에 쳐들어가는 건 자살 행위나 다름 없다. 제대로 된 준비가 필요하다.
‘그 시작은 아이템 파밍부터다.’
나는 은빛의 날개로 향했다. 높이 세워진 빌딩 아래, 나는 안내 데스크로 향했다.
“이지한 헌터입니다. 은빛의 날개 진세아를 만나고 싶은데요.”
“아, 네 알겠습니다. 전달하겠습니다.”
나를 알아본 데스크의 안내 직원이 수화기를 들었다. 바로 안내해주는 걸 보니 은빛의 날개에 내 이름이 퍼져 있는 모양이다.
‘일단 국내 던전부터 싹 훑어야지.’
목적은 진세아를 통한 던전과 게이트 속 아이템의 회수.
현 시점에서 유니크 아이템은 활발하게 거래 되고 있지만 레전더리 아이템은 그렇지 않다.
아무리 최상위 헌터라해도 전 부위를 레전더리로 맞춘 인간은 손에 꼽으니.
아이템을 통한 전력 증강을 목표로 한다.
“······.”
로비에서 잠시 기다리고 있자니, 진세아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왔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샤샤샥.
진세아는 내게 선뜻 다가오지 않고 기둥 뒤에 숨었다. 잔뜩 경계하는 고양이처럼 기둥 너머로 날 쳐다보기만 할 뿐이다.
“뭐야, 왜 그래?”
“오빠 맞아요?”
“그럼 나지. 누구겠······.”
그 순간 바로 깨달았다. 이건 미래의 내가 무슨 짓을 했던 게 분명하다.
미간을 좁힌 채 나를 유심히 바라보는 진세아.
“지난 2주간은 내가 제정신이 아니었어.”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몰라도, 일단은 최대한 안심 시켜보자.
“세상에, 말이 통하잖아.”
“······.”
놀란 눈을 한 진세아가 스마트폰을 들어서 타자를 치기 시작했다. 잠시 뒤, 엘리베이터에서 몰려나온 천성호와 신아람이 기둥 뒤에서 수군대기 시작했다.
“진짜로? 이제 형이 괜찮아진거야?”
“말했잖아, 말이 통한다니까!”
“선배, 정말 선배에요······?”
다행히 오해를 푸는 건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나라고 말 몇 마디하니까 금세 풀어져서 다들 내쪽으로 다가왔다.
“이야, 아니 지난 2주간 형 진짜 이상했다니까요. 아무말도 안하고, 미친듯이 사냥만하고 다니고.”
“맞아, 뭐에 홀린 사람 같았다니까!”
“다, 다행이에요. 돌아와서.”
신아람은 훌쩍이기까지 한다.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났다. 한동안 이 오해를 달고 살아야 할 것 같다.
‘아마 나름의 배려였겠지.’
미래에서 온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배려. 그것은 내 주변과 이야기를 나누지 않는 것이었으리라. 그저 묵묵히 자기 할 일만을 하고 갈 뿐.
“다들 걱정끼쳐서 미안. 근데, 그럴만한 사정이 있었거든.”
자세히 설명해도 혼란만 가중 시킬 뿐이다.
여긴 아직 평화롭다.
마족의 진짜 목적을 아는 건 내가 유일하다.
나는 진세아의 머리에 손을 올렸다.
“그래서 말인데, 진세아. 너는 나랑 어디 좀 가야겠다.”
“어디요?”
“이곳저곳.”
세계 곳곳에 숨어 있는 레전더리급 아이템들. 우선은 한국부터다. 위치는 미래의 진세아가 그린 지도에서 전부 확인했다.
전부 털어서 와야 한다.
이른바 레전더리 투어.
동시에 대한민국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전부 할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