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100 thousand reincarnation he became a transcendent hunter RAW novel - Chapter 118
118화 휘몰아치는 냉기(3)
촤아아—!
눈 덮인 설원 위를 미끄러지듯 나아가는 용인족 하렐.
그는 눈사태를 막아낸 공략대의 정보를 분석하기 시작했다.
‘생각했던 것보다 강한 인간들이군. 의외로 빈틈이 없어.’
하렐이 위치한 장소는 S급 게이트인 혹한의 설원.
이곳은 S급 게이트 중에서도 비교적 난이도가 쉬운 편에 속했다. 바깥에서 측정했을 때의 마력 농도가 옅은 장소다.
‘약한 헌터들이 올 거라고 예상했지만 그런 것도 아니었군.’
폭풍을 걷어내고 눈사태를 막아낸 대규모의 화염 마법. 그 솜씨는 정령을 다루는 자의 것이었다. 그것도 최소 둘.
‘눈사태를 그리 간단히 막아낼 줄이야.’
하렐이 혀를 찼다.
미처 대비하지 못한 헌터 몇은 쓰러뜨릴 기회라고 여겼건만.
그럴 가능성 자체를 깔끔하게 차단했다.
‘정령술 자체는 그리 대단한 게 아니었지만 활용도는 뛰어났다······. 상황 판단 자체도 칭찬할 만해. 그 주변에 있던 다른 인간들도 무시할 수 없겠어.’
쏟아지는 눈의 세례를 막아낸 다른 이들.
어린 남자와 여자가 휘두르는 검. 거기에 더해 강력하게 압축된 마력 화살을 쏘아대는 활잡이까지.
‘주의해야 할 대상은 총 다섯.’
그 다섯 명 중 하나가 마족에게 대항하는 대적자일 수 있었다.
‘그들만 죽인다면 내 할 일은 끝이겠군.’
선혈의 마족께선 살육을 권장하셨지만, 위쪽 돌아가는 낌새가 심상치 않다는 건 권속인 하렐도 알고 있었다.
마족의 정체가 인간들에게 점차 드러나고 있다는 사실도 좋지 않다.
위쪽의 존재들은 그러한 상황을 좋게 여기지 않는다.
주인이되는 선혈의 마족도 그런 분위기를 읽어주면 좋으련만.
‘원체 그런 것을 신경 쓰시는 분이 아니시니.’
어쨌든 위협이 되는 놈들만 걷어내면 충분했다.
촤아악!
눈밭을 고속으로 이동한 하렐은 어느 장소에서 멈춰섰다. 거대한 얼음으로 이뤄진 산 아래의 동굴이었다.
어두운 동굴 너머로 강력한 마력이 느껴진다.
‘보스 수준은 나쁘지 않다. 마기를 줘서 이용하면 쓸만 하겠어.’
아무리 상위 마족의 권속이라지만 다섯 명이나 되는 S급 헌터를 전부 상대하는 건 어렵다.
보스와 그 부하인 엘리트 마수들을 효율적으로 부릴 필요가 있다.
‘여기에 더해서······.’
만전을 기하는 게 하렐의 성격이었다. 그는 마족이나 여타 권속들과 달리 인간들을 약하다고 여기지 않았다.
스으으···..
그가 손을 들어 올리자 허공에 검은 마기가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얼음을 주관하는 정령계의 존재들이여, 용의 피를 가진 자의 부름에 응하라.”
용인족 중에서도 푸른 피부를 가진 하렐은 아이스 드래곤의 후손. 얼음 정령에 대한 친화력은 여타 종족에 비할 것이 못 된다.
일렁이는 공간 속에서 푸른 얼음으로 이뤄진 정령 두 마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 모습은 마치 기사와도 같다.
청빙(淸氷)의 기사.
인간 진영에 불의 정령을 다루는 자가 있다 한들 문제가 안된다. 일반 정령과 상급 정령의 차이는 그야말로 하늘과 땅 차이였으므로.
“만년빙을 만들어라.”
하렐의 명령에 따라 두 정령이 검을 휘둘렀다.
스으으······!
그 검 끝에서 발하는 지독한 냉기가 동굴 입구를 막아가기 시작했다. 만년의 한기가 담긴 두껍고 단단한 얼음의 벽이 생성 되고 있었다.
하렐은 흡족스런 미소를 지었다.
‘아주 좋아.’
헌터들은 게이트를 공략하지 못한 채 체력만 소모하게 될 것이다. 녀석들을 쓰러뜨리는 건 그 뒤가 될 것이다.
* * *
눈사태는 성공적으로 막아냈다.
“후우, 다행이네요. 갑작스런 산사태라 당황했을텐데. 모두 잘 대처 했어요. 특히 지한씨. 좋았어요.”
윤지은이 팀원들을 다독이고서 선두로 향했다. 얼굴에 드리운 다크서클이 보인다. 이번 공격대의 리더를 맡고 있는만큼 그녀도 필사적이었다.
‘본래라면 실패했을 공략이다.’
미래에서 얻은 정보에 의하면 2팀은 이번 게이트를 공략하지 못한다. 원인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2군의 무리한 공략을 진행한 탓이겠지.
물론 내가 있는 한 그럴 일은 없다.
“형 마법은 언제 배운 거에요? 크, 하늘이 뻥 뚫릴 땐 내가 다 시원하더라니까요. 다음에 나도 알려줘요.”
천성호도 한마디를 하고선 자신의 위치로 갔다. 신아람도 멀리서 고개를 살짝 숙였다.
맨처음 시야를 뚫어낸 게 유효했다. 그리고 그건 진세아의 위기 감지 덕분이기도 했고.
“잘했다.”
“뭘요?”
“아까 그거.”
“아, 별 거 아니죠. 그것보다 얘 내가 키워도 돼요?”
진세아가 슬라임으로 변한 오르티마를 품에 안고선 마구 쓰다듬었다. 오르티마도 싫지 않은지 가만히 있는다.
“당연히 안되지.”
“쳇, 그래도 이 녀석 완전 쓸모 있네요. 따뜻하기도 하고, 드래곤으로 변해서 화염도 쏘고.”
나는 설산 쪽을 바라봤다.
눈사태의 원인은 짐작이 간다. 이 게이트에 있을 권속의 짓이겠지.
그래도 잘 대처했다.
정령의 제어권을 빼앗긴 김선우를 제외하면 피해를 입은 사람도 없었다.
그렇다.
뒤통수에서 느껴지는 김선우의 시선이 굉장히 따가웠다.
‘······빨리 니 주인한테 돌아가라.’
나는 곧바로 불꽃 정령의 제어권을 바로 돌려줬다. 조그마해진 불꽃 정령이 쪼르르 김선우에게로 날아갔다.
“죄송합니다.”
“아뇨, 제가 모자란 탓이죠. 감사합니다······.”
가뜩이나 오르티마가 정령을 먹어서 눈치가 보이는데.
이런 사고가 날 줄이야.
‘그나저나 오히려 대단한데.’
정령술에도 등급이 있다.
일반 정령술 위로 고급, 최고급 정령술이 존재한다. 각각 상급, 최상급 정령을 다룬다.
‘내 일반 정령술 레벨이 올라가니 정령 간섭이 발생했다.’
즉, 김선우가 사용하는 스킬은 일반 정령술이란 말이었다. 고급 정령술이었다면 간섭자체가 발생하지 않았을테니.
그가 당연히 고급 정령술을 익히고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발생한 사고였다.
‘김선우는 일반 정령술만 가지고 S급을 달성했단 거잖아.’
일반 정령술로 그만큼의 화력을 발휘해 온 거다.
부족한 출력을 기술과 실력으로 메꾼 셈.
신아람, 천성호에 밀렸다고는 하나 보통 인물은 아니었다. 그 천재성은 눈여겨 볼만하다.
이게 위로가 될진 모르겠지만.
“정령의 출력이 올라간다면 더 높은 경지도 바라보실 수 있으시겠는데요.”
“지한씨한테 정령을 빼앗길 정도면 별 것도 아닌데요······.”
김선우가 저 멀리 설산을 바라봤다. 그 모습이 처량하다. 나는 재빨리 말을 덧붙였다.
“아닙니다. 정령의 힘을 이용하는 방법은 차원이 다르던데요.”
“그, 그런가요? 알아봐주시는군요······. 감사합니다.”
괜히 하는 소리가 아닌 진심이었다.
덕분에 조금은 기분이 나아진 모양. 그는 고개를 꾸벅 숙이고선 다시 공략대의 행렬을 따라갔다. 참 착한 사람이다.
덕분에 정령술을 배우기도 했으니 그냥 넘어가긴 미안한데.
‘보답이 될만한 건······.’
일단은 이것 정도인가.
나는 망설이지 않고 타재간파의 능력을 발휘했다.
팅!
『 ‘무재조정 : 타재간파’의 효과를 발휘합니다. 』
『 대상 김선우에 대한 정보가 충분합니다. 』
– SS급 영웅, 거점 수호자, 화염의 정령사, 은빛의 날개 길드원······.
그는 멸망한 세계에서도 인류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던 인물이었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보기 드물게 정의롭고 선한 인물이었단다.
『 대상 김선우의 개화 가능한 재능은 다음과 같습니다. 』
– 고급 정령술 : A
– 최고급 정령술 : S
– 최상급 정령 감화 : S
‘나쁘지 않은데.’
타재간파의 서가 보여주는 재능들은 향후 김선우가 개화할 여지가 있는 재능들이다. 그에게 숨겨진 재능이다.
최후의 11인만큼은 아니었지만 발전의 여지는 충분하다.
『 재능 ‘고급 정령술’을 선택하셨습니다. 』
『 해당 재능의 개화 조건은 다음과 같습니다. 』
조건을 확인한 내 눈이 가늘어졌다.
‘······이거라면 충분히 해볼만한데.’
나는 앞서가던 김선우의 어깨를 붙잡았다. 그는 화들짝 놀라며 품 안에 든 정령을 숨겼다.
“무, 무슨 일인가요?”
나는 그를 향해 씩 웃으며 대답했다.
“김선우씨가 더 강해질 수 있는 방법을 알아낸 것 같아서요.”
* * *
3일이 지났다.
설산을 지난 뒤로부터 마수들이 지속적으로 출현했다. 공격대는 계속해서 전투를 벌여야 했다.
마수들의 종류는 다양했다.
아이스 골렘부터 설인, 얼음 마법을 쓰는 펭귄까지.
전투의 결과는 뻔했다.
콰아앙!
“좋았어, 이거 효과 장난 아닌데? 형 고마워요!”
“······. 좋다.”
신아람과 천성호가 전열에서 크게 활약했다. 레전더리 아이템을 지급한 보람이 있었다.
천성호가 낀 팔목 보호대는 힘을 증폭 시켜줬고, 신아람의 어깨 보호구는 광화 상태에서의 돌진 능력을 크게 향상 시켰다.
윤지은도 만족한 표정이었다. 둘의 활약이 커질수록 윤지은의 얼굴에 묻어 있던 걱정과 피로가 날아가고 있었다.
“좋아, 그거야! 둘 다 잘 했어.”
두 사람이 지나간 자리에는 폭격이라도 맞은 것처럼 땅이 휑해졌다. 그 많던 눈이 사라지고 바닥이 드러나 있을 정도.
그리고 전투 마무리는 정령술사 김선우다.
콰아아아—!
그의 등 뒤에서 발사된 화염의 기둥에 남아있던 얼음 속성의 적들이 녹아내렸다.
키에엑! 키엑!
마수들의 비명소리가 설원에 울려 퍼졌다. 얼음 속성 적에게 화염 속성 공격은 약 2배의 데미지를 준다. 불길이 만들어내는 섬광 속에서 살아남은 마수는 없었다.
화염 정령을 다루는 그의 활약은 말그대로 눈부셨다. 은빛의 날개에서도 그걸 알고 김선우를 공략대에 넣은 거겠지.
“거봐요, 할 수 있잖아요.”
“그, 그렇네요.”
“자신감을 가져요.”
나는 김선우의 기운을 북돋았다.
그가 재능 개화를 하기 위해 필요한 조건은 다름 아닌 자신감.
『 대상 ‘김선우’의 자신감이 98%에 도달합니다. 』
어찌되었건 내 일반 정령술의 레벨은 그보다 높아졌다. 20만배의 경험치가 그의 정령술을 앞지른 것이다.
말로 설명하는 재주는 없었지만, 정령술을 보여주는 것만으로 충분했다. 김선우는 금세 요령을 익혔다.
‘이 사람도 굉장한 재능이군.’
최후의 10인만큼은 아니지만, 업계 2위의 길드에서 활동하고 있는 인물이다. 뛰어난 재능을 가진 건 어찌보면 당연했다.
“지한씨 말대로하니까 정말로 늘고 있어요. 답답했던 가슴이 뻥 뚫리는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더 성장할 수 있을 겁니다.”
공략이 거듭될수록 김선우의 기량은 빠르게 향상되고 있었다.
결과적으로 공략대의 공략은 순조로웠다. 공략대 내에서의 내 입지도 올라가고 있었다.
“엣취, 으으······. 오빠가 만들어 준 라면을 먹지 않으면 죽어버릴지도······.”
“헌터가 감기에 걸리던가?”
진세아는 공략 내내 골골대고 있었다. 오르티마가 있는데도 이러는 걸 보면 유독 추위에 약한 모양이었다.
“디버프에 걸리면 그럴 수도 있다네요. 그보다 그······. 라면은 언제 돼요?”
“아, 금방 됩니다.”
“저도 부탁드립니다!”
윤지은이 슬쩍 내민 그릇에 국자로 라면을 담아줬다. 그 뒤에 줄을 선 공략대원들. 확실히 내 입지가 올라간다.
······요리사로서이긴 하지만.
“이 시간만 기다렸어요.”
“라면 맛이 미쳤다니까요.”
“부길드장님, 이지한님을 요리 용병으로 고용하는 건 어때요?”
“······비싸서 안돼요.”
“큭······. 어떻게 안됩니까?”
“네. 은빛의 날개 거덜나요.”
11레벨의 요리 스킬은 어딜가나 호평이다. 추운 설원에서 먹는 라면의 맛은 내가 먹어도 기가 막히다.
내심 레어 등급의 요리 스킬을 얻을 수 있지 않나 기대했지만, 라면을 끓이는 것만으론 뭔가 부족한 모양이다.
‘요리에 추가 스탯을 붙이는 스킬이 존재 한다고 들었는데. 아쉽군.’
그렇게 3일이었다.
보스가 위치한 것으로 추정되는 얼음의 산이 가까워졌다. 올려봐야 할 정도로 거대한 얼음산.
나는 미소를 지었다.
‘좋다, 예정 되어 있던 것보다 훨씬 빨라.’
공략대에 지급된 레전더리가 제대로 빛을 발하고 있단 의미였다. 본래대로였다면 1주일은 넘게 걸렸을 일정을 절반으로 줄였다.
공략대에 여유와 에너지가 넘치기까지하니 보스까지도 문제 없을 거다.
우리는 금세 동굴 입구에 도착했다. 그러나 안으로 들어갈 순 없었다.
“우와, 이거 뭡니까? 얼음벽?”
“웬 얼음이 동굴 안을 가로막고 있는데요?”
“흘러나오는 마력으로 볼 때, 보스가 있을 장소이기는한데······.”
공략대의 앞에 나타난 것은 거대한 얼음벽.
그것도 일반 얼음이 아니었다.
『 혹한의 설원 : 만년빙 』
– 특수한 마법으로 강화된 얼음입니다.
가장 먼저 나선 것은 천성호였다. 팔을 걷어 붙힌 천성호가 양손검 위로 오러를 끌어모았다.
“이 따위 얼음 깨부수면 그만이지!”
콰아앙!
강력한 검격이 얼음벽을 강타했다. 일대에 잔잔한 진동이 일어날 정도. 그러나 얼음벽은 건재했다.
“쳇, 이거 뭐야? 꿈쩍도 않는데.”
“그거 정령술로 만들어진 얼음 벽인 것 같은데요······.”
조용히 지켜보던 김선우가 입을 열었다.
“그러면 선우야, 네가 화염 정령으로 녹이면 되는 거 아니야?”
“그게 어려운 게······. 내가 다룰 수 있는 화염 정령은 일반 등급까지라 상급 정령의 마법은 파훼할 수가······.”
그 순간이었다.
드드드드······!
눈 밑에 숨어 있던 아이스 골렘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공격대를 둘러싸듯 나타난 마수들에겐 검은 기운이 감돌고 있었다.
‘마기에 의한 강화인가.’
권속이 만들어 낸 함정이었다.
“골렘들은 저희가 맡을게요, 얼음 벽은 부탁 좀 할게요!”
“부탁해요!”
천성호와 신아람이 먼저 뛰쳐나갔다. 그 뒤를 윤지은이 따라간다.
얼음벽을 바라보는 김선우의 눈이 불안한듯 흔들리고 있었다. 상급 정령이 만든 얼음의 벽은, 일반 정령으론 녹일 수 없다.
‘원래대로라면 얼음벽을 녹이지 못한 공략대는 공략을 포기하고 후퇴한다.’
그 과정에서 상당한 피해가 있었음은 당연하고.
각성 일자베기를 사용한다면 부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근처에 숨어 있을 권속을 생각하면 좋은 방법은 아니다.
나는 김선우의 등 뒤로 다가갔다. 가벼운 응원의 말을 던졌다.
“할 수 있습니다. 일단 부딪혀 봐야죠. 지금까지 잘 해왔잖아요.”
정령술의 레벨은 내가 높다지만, 다른 기술들과 정령을 활용하는 방법은 당연히 김선우가 뛰어나다.
그에게 지금 필요한 건 조금의 자신감이다.
나는 그의 등을 슬쩍 밀어줬다.
꿀꺽.
침을 삼킨 그가 눈을 똑바로 뜨고 얼음벽을 바라봤다.
“그래, 김선우 할 수 있어!”
“보여줘라! 가자!”
“보여주세요!”
마침 뒤에 있던 공략대원들도 그에게 용기를 심어주고 있었다.
‘나이스.’
그도 그럴게 지금까지 보여준 김선우의 활약은 진짜였으니까.
“해볼게요.”
그의 눈가에 선홍빛 이채가 감돌기 시작했다.
『 대상 ‘김선우’의 자신감이 100%에 도달합니다. 』
『 타재간파의 발동 조건을 만족하였습니다. 』
『 김선우의 재능 ‘고급 정령술’이 개화합니다. 』
화아악—!
『 동료 김선우가 스킬 ‘정령 소환술’을 발휘합니다. 』
김선우의 뒤쪽으로 붉은 화염이 치솟아오른다. 이전의 자그마한 불씨가 아닌, 훨씬 크고 화려한 불길이었다.
그러한 불길은 여인의 모습을 취했다.
김선우 본인조차 모르게 소환한 상급 정령이었다.
“갑니다.”
이윽고 김선우가 손을 들어 올리자, 상급 정령 또한 그에 맞춰 손을 들어 올렸다. 그의 손이 떨리고 있었다. 그러나 눈동자는 올곧게 정면을 향하고 있었다.
다음 순간.
전에 없던 강렬한 불길이 차가운 대기를 가르고 얼음의 벽을 꿰뚫었다.
콰아아아아——!
그 단단하던 만년빙을 단번에 부숴낸 것이다.
가운데에 뚫린 구멍 하나.
그 균열을 시작으로 극고온의 화염이 얼음의 벽 전체로 퍼져나간다. 미친듯이 치솟는 증기. 뜨거운 열기가 주변을 뒤덮는다.
전투에 참여하지 않은 헌터들은 그 광경을 넋놓고 바라보고 있었다.
쿠구구궁······!
본래대로라면 공략대가 넘어서지 못했을 벽이.
김선우의 손에 의해 그대로 무너져 내렸다.
“해, 해냈다.”
감격한 듯 중얼거리는 김선우.
“좋았어! 역시 김선우야!”
“일 낼 줄 알았다니까!”
“이 자식!”
전투를 하던 헌터들도 뒤를 돌아보며 환호했다. 그 중 하나는 달려와서 김선우의 머리를 헤짚어 놓기까지 했다.
눈물을 글썽이는 김선우.
그의 시선이 나를 향했다.
“지, 지한씨 덕분이에요. 흐윽, 스승님이라고 불러도 될까요?”
“아뇨, 절대 안됩니다.”
“그, 그러면 선생님?”
“······.”
성공을 축하하기엔 아직 이르다. 아직 뒤쪽에선 전투가 한창이었고, 보스도 남아 있었으니까.
게다가.
완벽하게 무너진 빙벽 너머, 불길한 마기를 내뿜는 존재가 우리를 바라보고 있다.
선혈의 마족의 권속.
용인족 하렐.
이런 상황을 예상하지 못한 건지 놈의 얼굴은 경악으로 일그러져 있었다.
“어떻게 이렇게 빨리······. 이건 예상에 없던 일인데.”
그의 양쪽에 서 있는 두 마리의 얼음 기사.
‘호오.’
그 정체가 정령이란 것을 나는 단번에 알아챌 수 있었다. 3일 내내 정령만 보고 있었는데 모를 수가 없지.
그러니 여기서부터는 내 차례다.
『 김선우의 재능 개화에 성공하셨습니다! 』
『 특수 스킬 ‘고급 정령술 Lv.1’을 획득합니다. 』
『 타재간파의 서의 모든 항목을 활성화 합니다. 』
나는 역전의 검을 틀어쥐며 말했다.
“오르티마. 먹어라.”
승기는 우리 쪽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