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100 thousand reincarnation he became a transcendent hunter RAW novel - Chapter 120
120화 휘몰아치는 냉기(5)
『 해당 업적을 정산합니다. 』
– 업적명 : 상위 권속 ‘용인족 하렐’ 처치
– 기록 : 성장력 SSS, 냉기 저항 SSS, 데미지 S+, 정령술 S······.
– 종합평가 : SS
이계 규율이 정산하는 업적.
성장력에 한해서는 과평가 되었지만, 나머지는 이제 납득할만한 수준이다.
‘그만큼 내 수준이 올라왔다는 거겠지.’
『 칭호 ‘혹한의 지배자’를 획득합니다. 』
– 빙(氷)속성 저항력 + 300%
– 얼음 속성의 존재들이 당신에게 경외감을 느낍니다.
‘오······.’
업적을 확인하는 내 입꼬리가 슬쩍 올라간다.
스킬 냉기저항과 냉기면역에 이은 칭호 혹한의 지배자. 이걸로 내 얼음 속성 저항력은 700%가 넘는다.
‘사실상 얼음 속성 공격은 통하지 않는다고 봐야겠지.’
살을 에는 듯한 추위도 더 이상 느껴지지 않는다. 게이트 전체에 감도는 추위 디버프가 내게는 통하지 않게 된 거다.
흔적도 없이 죽음을 맞이한 하렐.
놈이 사라진 자리에는 영혼석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있을 뿐이었다.
네임드 마수 중에서도 특출난 녀석이 남기는 영혼석.
토옹.
등에 매달려 있던 오르티마가 튀어 올랐다.
먹고 싶어 안달이 난 모양.
‘그렇게까지 먹고 싶은건가?’
여태까지 오르티마가 뭔가를 섭취 했을 때 나빴던 적은 없다. 정령처럼 곤란한 적은 있었어도, 결과는 항상 좋았단 말이지.
‘신기한 녀석.’
나는 하렐의 영혼석을 던져줬다.
덥썩!
허공에서 영혼석을 낚아챈 오르티마는 기쁜 듯 통통 뛰어다녔다. 이내 몸 안에서 무언가를 끌어내기 시작했다.
스으으······.
증기처럼 솟아나는 붉은 빛의 기운. 불꽃의 정령이 아니었다, 이전에 먹었던 재능 획득의 물약이 내는 색이었다.
이윽고, 무언가를 뱉어냈다.
투욱.
은은한 청색의 빛을 내는 조각이 내 발치에 떨어졌다.
‘이건······.’
『 신기한 재능의 파편 』
미약한 재능, 특이한 재능에 이은 세번째 파편이었다. 나머지 두 개는 조각이 되어 있기는 하지만······.
‘훌륭한데.’
이 재능들은 내가 스킬의 경험치를 쌓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유니크에 이어 레전더리 스킬까지 마스터하기 위해선 뭐가 됐든 간에 재능이 필수적이다.
“그래, 앞으로 많이 찾아서 많이 먹여주마.”
나는 오르티마의 머리를 쓱쓱 쓰다듬었다. 마무리를 하고 있는 사이, 진세아가 슬쩍 다가왔다.
“에취, 훌쩍.”
여전히 감기를 앓고 있는 녀석은 털모자와 털장갑을 낀 채로 오르티마를 주워들었다. 오르티마가 진세아의 의도를 알아채고 붉게 달아올랐다.
“휴우, 좀 낫네.”
오르티마를 꼭 껴앉은 진세아가 엄지 손가락을 들어 올렸다.
“오빠, 알고는 있었지만 역시 장난 아니네요. 멋졌어요. 끼어들 틈이 없던데요.”
뭔가 했더니 권속을 쓰러뜨린 것에 대한 이야기였다. 진세아는 부숴진 얼음 조각 사이에 숨어서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나름대로 전투에 대비하고 있었던 모양.
진세아와 잠깐 이야기를 나누고 있자니 사람들이 다가왔다.
“선배, 괜찮나요?!”
“형, 뒤쪽은 완전히 처리 끝났어.”
신아람과 천성호, 윤지은이 선두에 있었다. 동굴 입구에서의 전투도 간단하진 않았을 거다. 마기를 받은 S급 마수들은 기존보다 훨씬 강하니.
윤지은의 얼굴에는 조금 그늘이 드리워져 있었다.
“제 능력으로 보고는 있었어요. 돕지는 못했지만······. 보통 적이 아니었던 것 같던데요.”
“마족의 권속이었습니다. 입구를 막고 있던 만년빙도 그 녀석의 짓이었고요. 일단은 처리했지만 동굴 내부의 마수들도 여전히 마기로 강화 되어 있을 겁니다.
“······그렇군요.”
마족에 대해선 이미 그녀도 잘 알고 있다.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윤지은이 미소와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공략이 시작되고 줄곧 긴장하고 있던 얼굴에 처음으로 피어난 미소였다.
“지한씨와 함께 오길 잘 했네요. 저 혼자였다면 어려웠을지도 모르겠어요. 김선우씨를 봐준 것도 지한씨죠?”
더불어 윤지은은 공략대의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다.
“역시 은빛의 날개에 꼭 필요한 인재······.”
그리 중얼거리는 윤지은의 눈빛이 심상치 않다.
“필요한 게 있으면 언제든 이야기 해요, 알겠죠?”
그리 말하고서 선두로 나아가는 윤지은.
왠지 중얼거리는 것도 일부러 나 들으라고 한 것 같은데.
공략대는 계속해서 전진했다. 이제 동굴 내부의 보스만 처리하면 끝이었다. 동굴 내부로 들어선 헌터들이 감탄을 쏟아냈다.
“오오, 멋지네요.”
“마수만 아니었으면 관광 명소였다고 해도 믿겠네.”
크리스탈처럼 투명한 얼음들로 이뤄진 동굴 내부. 어디선가 흘러든 빛이 은하수처럼 반짝여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그걸 감상할만큼 공략대에도 여유가 있었다.
그야말로 순조로운 공략이다.
‘레전더리 아이템 덕분에 원래 일정보다 빠르게 공략이 진행됐다. 만년빙을 빠르게 돌파한 것도 좋았고.’
얼음 동굴은 지하로 이어져 있었다.
“우왓, 여기 얼음 안에 뭐가 있는데요?”
“이게 다 뭐냐······.”
“설마 얼음을 부수고 나오는 건 아니겠지?”
고대의 기계 장치 같은 것들이 얼음 속에 잠들어 있었다. 깨뜨리면 살아날지도 모른다.
워낙에 별별 현상이 일어나는 게 게이트니까.
“잠깐, 이건 아이템 같은데요······?”
얼음을 유심히 살피던 진세아가 눈을 반짝였다. 잘 찾아냈다.
얼음에 담겨 있는 보물.
그게 이 S급 게이트의 진면목이다.
은빛의 날개 2팀이 공략에 실패하고, 수호 길드는 해당 게이트를 공략하며 다수의 아이템을 챙기는 게 본래의 미래.
‘이번에는 은빛의 날개가 전부 가져간다.’
수호 길드의 마스터 사최헌.
그는 막판에 가서 마족의 위험성을 간과한다. 현명하게 멸망한 세계를 대비한 것은 은빛의 날개 윤지은이다.
‘어차피 수호 길드는 지금 전력으로도 충분하다. 이후에 신태양에게 힘을 실어줄 필요는 있지만 지금은 은날의 전력 보충이 필요해.’
현 시점에서 나를 전력으로 지지해 줄 수 있는 단체는 은빛의 날개다. 정확히는 윤지은이지만.
이번 공략에서의 수확이 그녀의 입지를 더욱 탄탄히 해줄 터.
“오, 여기에도 보물 상자 같은 게 있는데? 완전 노다지야.”
“그러면 일단 여기서 아이템을 파밍하고 지나갈까요?”
“역시 부길드장님, 완전 좋습니다!”
신난 길드원들이 각자 인벤토리에서 헌터용 곡괭이를 꺼내들고선 얼음으로 달려간다.
“조심해, 괜히 잘못했다가 얼음 속에 잠든 마수들 깨우지 말고.”
“에이, 설마 저 놈들이 움직이겠어?”
“꼭 그런 말을 하면 움직이던데······.”
다행히 그런 불행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은빛의 날개는 안전하게 얼음을 부숴 아이템을 회수했다.
한창 파밍이 이어지는 도중.
“김선우씨, 저기 한 번 녹여보세요.”
“흐, 흐어. 유, 유니크 아이템······!”
“축하드립니다.”
장신구를 확인한 김선우가 눈을 꿈뻑였다.
레전더리 아이템을 사용하는 내게 더 이상 필요치 않은 아이템이다. 미래의 진세아로부터 알아놓은 정보가 톡톡히 제 역할을 했다.
“지, 지한씨는 괜찮으세요?”
김선우의 말에 나는 동굴 너머를 바라봤다.
“괜찮습니다.”
어차피 여기서 나오는 아이템 중 하나를 받기로 했다. 진짜로 쓸만한 아이템은 보스의 방에 있다.
크르르······.
동굴의 안쪽에서 서슬퍼런 안광을 번뜩이는 마수들. 몸에서 시퍼런 냉기를 뿜어내는 서리 늑대들이다.
“슬슬 전투 준비해야겠는데요.”
나는 역전의 검을 쥐고 일어섰다.
* * *
은빛의 날개 2팀.
천성호와 신아람을 필두로 한 혹한의 설원 공략은 애초부터 순조로웠다.
‘괜히 은날에서 두 사람을 푸쉬하는 게 아니었구만.’
‘S급 게이트에서도 완전히 날아다니잖아.’
‘진짜 천재 맞네.’
레전더리 아이템을 장착한 두 사람의 활약이 눈부셨기 때문이다.
은날의 공략대 대부분은 그리 생각했다.
‘이지한이라는 사람도 대단하기는 하지만, 저 두 사람만큼은 아닌데?’
‘그래도 라면 요리 하나는 끝내주더라.’
눈사태를 막아낸 용병 이지한.
사실 그에 대한 소문은 이전부터 돌고 있었다. 은날에 신아람과 천성호를 추천한 인물이며, 이전 게이트에서 큰 활약을 했었다고.
내색하진 않았지만 공략대의 헌터들은 이지한을 의식하고 있었다.
‘소문만큼 대단하지는 않은데.’
‘실제 전투에서는 별 활약은 없네.’
‘뭐, 하늘을 갈랐다더니 그 정도는 아닌데.’
‘라면이 장난 아니야. 미쳤어.’
동굴에 들어오기 전까지만해도 그에 대한 평가는 이러했다. 동굴 앞에서의 전투가 바빠, 권속과의 대결을 직접 보지 못한 이유도 있었다.
그러나 동굴에 들어오고 나서부터 그러한 평가는 반전되었다.
‘잠깐만······. 무슨······.’
촤악, 촤아악—!
냉기로 가득한 서리 늑대 사이를 질주하는 이지한. 그의 검이 사정 없이 늑대들의 목을 베어냈다.
“으윽, 추워 죽겠네. 몸이 내 몸 같지가 않아.”
“후우······.”
신아람과 천성호가 추위에 움직임이 둔해지는 것과는 정반대였다.
에이스 두 사람이 그럴진데 나머지 헌터들은 어떻겠는가.
‘점점 더 추워지잖아. 몸이 덜덜 떨린다.’
‘방한 방어구가 소용이 없을 정도야······.’
‘얼어 붙겠어.’
동굴 내부로 들어갈수록 마수들이 흩뿌리는 한기가 진해지며 온도가 내려간다. 오르티마의 온기도 점차 효과를 잃어갔다.
서걱——!
그럼에도 이지한은 변함 없는 속도로 마수들을 처리해 나갔다. 깔끔하고 정확한 그의 검술은 경탄스러울 정도였다.
‘저게 어떻게 가능한 거지?’
‘춥지도 않나? 이 냉기가 안 느껴지는건가?’
심지어는 보스와 마주했을 때도.
“서리 폭풍이다! 다들 대비해요!”
“바, 발이 얼어 붙었어!”
“뭐, 이런 무지막지한 놈이······!”
거대 설인이 만들어내는 서리 폭풍 앞에 공략대가 멈춰섰다. 가까이 접근하기도 전에 얼음 결정이 몸을 뒤덮는다.
“이거 일단은 후퇴 해야겠는데요!”
다시 재정비하고 붙지 않는 이상 공략대에 승산은 없어보였다.
바로 그때였다.
저벅, 저벅.
그런 서리 폭풍을 아무렇지 않은 듯 뚫고 걸어가는 이지한. 경악한 헌터들이 소리쳤다.
“자, 잠깐 위험해요!”
“서, 선생님. 아무리 그래도 그건!”
“형!”
그러거나 말거나, 이지한은 앞으로 나아갔다. 헌터들을 옭아매던 얼음 결정이 어째서인지 그에게는 생겨나지 않았다.
타앗.
보스의 코 앞까지 도달한 그는 땅을 박차고 뛰어 올랐다.
크르르······.
설인이 이지한을 쳐내기 위해 손을 들어 올렸지만.
투두두두——!
뒤쪽에서 윤지은이 쏜 수십 발의 화살에 행동이 차단 당했다.
다음 순간.
서리 폭풍 속에서 한 줄기 빛이 솟아났다.
설인의 머리에서부터 발끝까지를 양분하는 선 하나.
쿠웅!
반토막이 난 설인이 얼음 바닥에 몸을 뉘였다. 이지한은 아무렇지 않은 듯 검에 묻은 피를 털어냈다.
“······.”
“······.”
그 광경을 바라보던 헌터들의 입이 벌어졌다.
서리 폭풍을 뚫고 간 건 특수한 스킬의 영향이라고 쳐도 보스가 한 번에 쓰러졌다. 설인의 질긴 가죽을 단칼에 잘라낸 것이다.
보스 공략이 어이 없을 정도로 간단하게 끝나버렸다.
“소문이 진짜였네.”
“라면만 잘 끓이는 게 아니었구나.”
“거 참, 우리 형 세다니까요.”
반쯤 얼어붙은 헌터들이 수군대는 동안,
윤지은이 흡족한 표정으로 이지한에게 다가갔다.
“지한씨, 고생했어요. 정말 큰 도움이 됐어요.”
레전더리의 대여부터 보스 공략까지.
이지한이 없었다면 어떻게 됐을지 생각만해도 아찔했다.
‘마족의 권속까지는 나도 예상하지 못했어······. 지한씨는 거기까지 꿰뚫어 본 건가?’
위태위태할 거라 생각했던 공략을 성공적으로 만든 장본인. 보면 볼수록 신기한 남자였다. 불과 얼마전까지 F급 헌터였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
‘은빛의 날개에는 이런 사람이 필요한데.’
이미 거절을 두 번이나 당했기에 섣불리 말도 못 꺼낸다는 게 아쉬울 따름이었다.
‘할 수 있는 한 보상을 두둑하게 줘야겠어.’
지금의 은빛의 날개로는 그게 최선이었다.
“도움이 됐다니 다행입니다. 그보다 제 보상 말인데요.”
“아, 게이트에서 나오는 아이템 중 하나를 달라고 하셨었죠. 물론 그거 말고도 금전적인 보상도 같이 해드릴 겁니다.”
“저야 좋죠. 그래서 말인데요. 그 아이템은······.”
이지한은 설인의 뒤편으로 이동했다. 다른 얼음들과 달리 붉은 기운을 띄고 있는 얼음 결정.
그 내부에는 장갑이 잠들어 있었다.
이지한은 인벤토리에서 곡괭이를 꺼낸 뒤, 얼음을 향해 힘껏 내리쳤다.
『 스킬 ‘중급 채굴 Lv.11’을 발휘합니다. 』
카앙!
시원한 소리와 함께 내부에 들어 있던 장갑이 튀어나왔다. 동시에 레전더리를 의미하는 무지개빛이 터져나왔다.
“이걸로 하겠습니다.”
『 이미테이션 글러브(레전더리)를 획득합니다. 』
– 유니크 이하의 스킬을 복사합니다. (대기시간 1주일)
– 방어력 + 75
상대를 따라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아이템.
‘드디어 손에 넣었다.’
나는 이런 류의 아이템을 미래에서 몇 번 경험했다.
그렇기에 그 성능 또한 잘 알고 있다.
일반적인 헌터가 사용했을 때는 단순히 스킬 하나를 복사하는 아이템이지만.
‘이걸 내가 사용하게 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건 스킬을 베껴올 수 있게 되는 사기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