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100 thousand reincarnation he became a transcendent hunter RAW novel - Chapter 121
121화 운명의 사람(1)
은빛의 날개 2팀이 공략중인 S급 게이트.
그 앞에는 기자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은빛의 날개의 1군이 모인 1팀에 비해 관심은 덜하지 않았다.
상승가도를 달리고 있는 신아람, 천성호.
그 둘에 더해 부마스터인 윤지은까지.
대중의 관심은 오히려 2팀에 쏠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갑작스럽기는 해도 그들의 첫 S급 게이트 데뷔전이었다.
“스읍, 언제 나오려나.”
“꽤 걸리지 않을까요. 아직 수호 길드도 공략 안 끝났는걸요.”
호일에 쌓여 있던 김밥을 한 입 떼어먹은 기자는 게이트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거야 그렇네.”
1위인 수호 길드 공략 소식도 아직이었다. 이제 3일 지난 시점에서 게이트 공략이 끝날 리가 없었다.
“기사는 미리 작성해놨지? 우리가 제일 먼저 올려야 돼.”
“예, ‘수호 길드에 이은 두번째 공략’, ‘은빛의 날개 최초 공략 성공’, ‘은날 신예들의 화려한 데뷔전’. 여러가지 버전으로 준비해뒀죠.”
“뒤에는 지워. 수호 길드보다 빠를 수가 없어.”
“하하, 그거야 그렇네요. 근데 저희야 그렇다고 쳐도 쟤들도 대단하네요.”
게이트 주변에 진을 치고 있는 건 기자들 뿐이 아니었다. 은빛의 날개의 극성 팬들도 함께였다.
후배 기자의 말에 선배가 피식 웃었다.
“오죽하면 우리보다 쟤네 소식이 빠르다는 소리가 나오겠냐. 야, 잘 보고 있어. 그럴 일은 없겠지만 나오면 연락하고.”
“어디가세요?”
“담배, 임마. 요즘은 보는 눈이 많아서 담배도 함부로 못 핀다니까······.”
선배 기자는 자리에서 일어나 흡연구역으로 이동했다. 담배에 불을 붙이는 순간이었다.
띠리링. 띠리링.
“뭐야.”
후배였다.
“왜.”
전화를 받자 그 너머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왔다.
– 서, 선배. 나왔어요. 공략 끝났어요!
“그게 뭔 개소리야. 상식적으로 벌써 공략이 끝났겠냐.”
선배 기자는 미간을 좁혔다.
S급 게이트의 공략의 절대적인 기준은 수호 길드였다.
동시에 발생한 S급 게 이트가 있다면 대한민국 1위 길드인 수호 길드가 가장 먼저 끝나는 게 당연. 업계의 상식이었다.
혀를 찬 선배 기자는 담배에 마저 불을 붙였다.
“잘 들어, 게이트 공략은 변수가 많아. 공략 도주에 부상을 입은 헌터가 먼저 빠져나오는 경우도 있고, 아예 공략이 실패한 경우도 있고. 그걸 공략 성공이라고 단언하는 게 맞냐?”
– 아니, 선배 진짜에요.
“그러니까······.”
스마트폰에 뭐라고 한마디 해주려는 찰나였다.
와아아—!
게이트 근처에서 환호성이 쏟아져나왔다. 그제서야 선배 기자는 담배를 밟아 끄고선 현장으로 달려갔다.
‘뭐야, 진짜 성공이라고?’
환호성까지 쏟아질 정도라면 공략 성공이 명확하단 뜻이었다. 사람들도 게이트를 빠져나오는 헌터들의 얼굴이나 상태 정도는 확인할테니까.
“크윽, 좀······.”
사람들이 갑자기 몰려 들어서 인파를 뚫고 들어가기가 쉽지 않았다. 간신히 자리로 돌아온 선배 기자가 후배에게 물었다.
이미 공략대는 빠져나간 직후였다.
게이트도 사라져 있었다.
‘이럴 수가.’
다급히 스마트폰을 확인했다. 수호 길드 공략 성공 기사는 하나도 없었다.
“뭐야, 어떻게 된거야. 기사 올렸어?”
“아, 아뇨······. 아까 선배가 지우라고 하셔서······.”
“이 새끼야, 그걸 지우란다고 진짜 지우냐!”
국내에 동시 생성된 다수의 S급 게이트.
아무도 은빛의 날개 2팀의 최초 공략을 예견한 사람은 없었다.
어떠한 길드도 공략을 끝내지 못한 지금.
메인 포털 사이트가 온통 은빛의 날개에 대한 소식으로 도배 되었다.
– 은빛의 날개 2팀, 가장 먼저 S급 게이트 공략해······.
– ‘은날’ 이번 게이트 성공 요인은 무엇?
– 국내 최단기 S급 게이트 공략!
2팀의 최초 공략은 국내에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우와, 기사가 엄청나네요. 와, 나도 있잖아.”
은빛의 날개 휴게 시설.
수건을 목에 건 채 스마트폰을 살피던 진세아가 말했다.
은빛의 날개 길드 건물에 도착한 공략대.
성공적인 공략이었지만 아직 축하의 샴페인을 터트리기엔 일렀다.
1팀의 공략이 진행 중이었기 때문이다.
“오빠, 어디가요?”
“윤지은 헌터한테 너 레전더리 아이템 좀 빌려줘.”
“네?”
이지한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은빛의 날개 1팀.
길드장이 있는 1군으로 구성된 팀이지만, 공략 성공 여부는 확실치 않다. 아니, 예상대로라면 분명히 지원 요청을 보내 올 거다.
이전의 미래에서 2팀이 실패한 이유.
그건 내가 1팀의 공략에 참가했었기 때문이다. 내가 2팀으로 자리를 옮긴 지금 커다란 공백이 생겼을 거다.
‘은빛의 날개는 바로 전에 S급 게이트 공략을 마친 상태였다. 컨디션이 좋을 리가 없어.’
그렇다면 그 기회를 적절히 이용해야 한다.
* * *
그런 이지한의 예상은 정확하게 들어맞았다.
“빌어먹을! 다들 똑바로 정신차려! 이런데서 쓰러지면 어쩌자는 거야!”
S급 중위 게이트.
은빛의 날개 길드장 천상혁이 미간을 좁힌 채 윽박 질렀다.
“길드장, 아무래도 지원 요청을······.”
“이대로는 무리입니다. 다들 상태가 안좋아요.”
“이쯤에서 선택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독기로 가득한 늪지대.
팀원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천상혁은 막무가내였다.
“정신차려, 공략 시작된지 3일 밖에 안 지났어. 지원 요청 한다고 도와줄 길드도 없어.”
“그러면 일단 물러나서 재정비를······.”
“뒤를 봐라, 돌아갈 수 있을 것 같아?”
그들이 지나 온 길은 갖가지 독과 마수들로 득실 거리고 있었다. 지금 돌아간다고해도 손해가 막심했다.
그럴 바에는 공략을 완수하자는 게 길드장의 주장이었다.
“내가 전부 책임진다. 다들 내 뒤로 와.”
“길드장이 그렇다면······.”
틀린 말은 아니었다. 길드장에게는 그만한 능력이 있기도 했고. 그들은 전진 을 선택했다.
쿠구구구······.
그러나 그들은 후퇴했어야 했다.
늪지대에 숨어 있던 거인이 몸을 들어올렸을 때 공략대 전부가 숨을 삼켰다. 천상혁 또한 비로소 뭔가 잘못 됐음을 깨달았다.
‘이, 이건······.’
거인이 팔을 휘두를 때마다 쏟아지는 독액의 비.
도망가려는 그들을 막아서는 독의 장막.
풀 컨디션이 아닌 은빛의 날개가 감당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어차피 도망갈 수 없다면······.’
선택지는 하나였다.
“모든 공격을 쏟아부어!”
“젠장! 다들 집중해!”
천상혁이 망치를 하늘 위로 들어 올렸다. 하늘을 뚫고 쏟아진 빛이 검이 거인의 몸체를 강타했다.
각종 마법이 하늘을 수 놓으며 거인에게로 쏟아졌다.
그러나 화력이 부족했다.
잠시 기우뚱 했던 거인이 자세를 다시 잡았다. 놈의 상처에서 울컥 울컥 솟아나는 독 안개가 놈을 재생 시키고 있었다.
길드원들의 얼굴에 절망의 빛이 스쳐지나가는 순간이었다. 마력도 체력도 남아 있지 않았다.
“······.”
그들 사이로 침묵이 내려 앉았다. 망연자실한 채 거인을 바라보고 있는 그때였다.
투두두두두······!
셀 수 없이 많은 화살이 어두운 하늘을 뒤덮었다. 보는 것만으로도 압도되는 대량의 화살이 거인을 향해 쏟아졌다.
부족한 화력이 메꿔지고 있었다.
“이 화살은······!”
“설마 지원이······?”
뒤쪽에서 윤지은의 당찬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지원 왔습니다! 다들 포기하지 마세요!”
온 몸을 레전더리 아이템으로 도배한 윤지은. 그녀의 몸 전체에서 은은한 광채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콰아앙! 콰앙!
그런 그녀의 양 옆에서 무지막지한 검기를 흩뿌리며 나타나는 2인.
신아람과 천성호였다.
“지원이 왔다!”
“어떻게 알고 온 거야?”
“다들 뒤로 물러서!”
은빛의 날개의 사기가 순식간에 올라갔다. 그런 그들을 바라보는 윤지은의 입가에 감탄의 미소가 떠올랐다.
“정말 지한씨 말대로네요······.”
“보험을 들어서 나쁠 건 없으니까요.”
뒤쪽에서 천천히 올라온 이지한이 고개를 끄덕였다. 먼저 앞서 나간 공략대를 따라 잡을 수 있었던 것도 이지한 덕분이었다.
“독 안개를 그렇게 많이 마셨는데 괜찮아요?”
윤지은이 걱정스런 표정으로 물었다.
이지한이 전면에 나서며 독 안개와 독 마수들을 제거해 준 덕분에 빨리 도착할 수 있었다.
아무리 그래도 해독제도 제대로 섭취 하지 않았는데 정말로 괜찮은 건지.
어쨌든 이지한의 혈색은 멀쩡했다. 나중엔 앞에 나가서 독을 들이 마시기까지 하는 기행을 선보였다.
“오히려 더 강한 독을 못 찾아서 아쉬운데요.”
“네?”
“거인이 다시 일어나려하네요. 일단 저 놈부터 해치우죠.”
볼 때마다 신기한 사람이다.
그러나 깊게 생각할 여유는 없었다. 자세를 되찾은 거인이 입에서 독무를 뱉어내려 하고 있었다.
우선은 게이트를 공략하는 것부터였다.
“그래요, 계속 갑니다!”
윤지은이 활을 들어 올렸다.
막대한 양의 녹빛 마력 화살이 다시금 밤하늘을 뒤덮었다.
그리고 그 뒤를 달려나가는 이지한.
’13레벨 일자베기를 남용할 수 없는 게 아쉽군.’
본질베기는 강력하지만 수명을 소모한다. 그것도 꽤 많은 수명을. 엘리스를 찾기 이전까지 활동의 폭이 좁아지는 게 단점.
‘그래도 준비할 건 많다.’
이미테이션 글러브를 활용한다면 마족에게 대항하는 스킬을 습득하기 수월해질 거다.
촤아악—!
독 안개나 독 늪은 더 이상 장애물이 아니었다. 공략대의 앞으로 달려나간 이지한의 검이 거인의 왼손을 시원하게 베어냈다.
‘이곳을 빠르게 정리하는대로 새로운 스킬을 습득하러 움직인다.’
* * *
인천 국제 공항.
드르륵.
선글라스를 쓴 금발 소녀는 경쾌한 발걸음으로 입구를 빠져나왔다. 가디건과 손에 쥔 캐리어, 여권을 손에 든 모습은 영락 없는 관광객이었다.
“후후······.”
공항 건물에서 바깥으로 나온 엘리스가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그녀의 만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여기가 K-POP의 본고장, 동방예의지국, 선비의 나라! 드디어 왔다구요.”
유창한 한국말로 주변의 시선도 개의치 않고 그리 말한 엘리스. 스마트폰을 들고선 이곳저곳의 사진을 마구 찍었다.
뭐 하나라도 놓치지 않겠다는 태도였다.
본래부터 한국이란 나라에 관심이 많았다. 그녀는 헌터가 되기 전부터 이곳에 오는 걸 줄곧 꿈꿔오고 있었다.
그 관심의 시작은 아이돌이었지만 나중에는 대한민국이란 나라 자체가 좋아졌다. 한국어를 직접 공부할 정도로 열성이 되었다.
하지만 대한민국에 오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따로 있었다.
“여기 어딘가에 내 인생을 바꿔줄 사람이 있단 말이죠.”
엘리스는 시간을 다루는 헌터였다. 그런 그녀는 며칠 전 꿈에서 강렬한 계시를 받았다.
‘대한민국. 운명의 사람 있음.’
시간을 다루는 헌터인 그녀에게, 꿈은 다양한 시간대에 존재하는 자신의 메시지를 받을 수 있는 장소였다.
수많은 가능성을 뚫고 도달한 하나의 강렬한 예언.
‘운명의 사람을 찾을 것.’
엘리스는 그날로 짐을 싸서 대한민국으로 왔다.
아직 부족한 능력 탓에 자세한 내용은 알 수 없었다. 그 사람이 어디에서 뭘하는지조차 모른다.
얼굴을 알아낸 게 고작이었다.
허나 꿈의 예언이 절대적인 힘을 가진다는 것만큼은 확실했다.
여태껏 그래왔으니까.
“후후후······.”
오고 싶었던 나라인만큼 그녀의 발걸음도 가벼웠다. 스마트폰으로 한국의 기사를 확인하는 손길은 능숙했다.
엘리스는 한글로 된 기사의 헤드라인을 빠르게 읽어내려갔다.
현재 한국은 전국에서 발생한 S급 게이트로 난리였다.
‘오, 은빛의 날개가 제일 먼저 공략을? 그것도 3일만에······.’
평소의 습관대로 확인하던 기사.
거기엔 공략대의 사진도 있었다. 신아람, 천성호와 같이 재능 있는 헌터들은 엘리스도 알고 있었다.
‘한국의 수준도 굉장히 올라간 것 같······.’
그런데 사진의 구석에 찍힌 한 사람의 얼굴이 어쩐지 익숙했다.
‘이 사람은······?’
엘리스의 눈이 커졌다.
‘와우.’
자신이 찾던 운명의 사람이 거기에 있었다. 혹시나 싶어서 다시 기억과 대조해 봤지만 확실했다. 그 사람이었다.
‘이런 행운이.’
엘리스는 서둘러 택시를 잡았다.
이렇게 빨리 찾을 줄은 생각치도 못했다.
역시 한국으로 가라는 예언을 틀리지 않았다. 이렇게 일이 술술 풀릴 줄이야.
어느새 엘리스의 숨이 가빠져 있었다. 심장이 두근거리고 있었다.
“은빛의 날개로 가주세요.”
엘리스는 확신에 찬 목소리로 그리 말했다.
이것이야말로 운명이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