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100 thousand reincarnation he became a transcendent hunter RAW novel - Chapter 123
123화 운명의 사람(3)
프로젝트 아포칼립스.
마족들이 노리는 건 하나였다.
‘전국에 존재하는 게이트의 브레이크.’
그리하여 얻게 되는 결과는 분명하다.
대한민국의 국가 기능을 마비 시키고 그 틈을 타 권력을 손에 넣는 것. 외부에는 일련의 과정이 그저 재해라고 여겨진다.
‘아직 세계는 마족의 존재와 그 목적을 정확하게 알고 있지 않다.’
대한민국의 갑작스런 붕괴에 각국의 이권이 치열하게 대립하고, 세계는 혼돈의 양상을 띈다.
진상을 알리려는 시도는 차단 당하고, 마땅히 향해야 할 칼날은 인류 스스로를 향해 들이 밀어지는 셈이다.
‘대비할 시간은 충분하다.’
나는 하늘에 모여들기 시작한 검은 마기를 응시했다. 마계에서 직접 흘러들어오는 마(魔)의 기운.
당장은 저기에 대처할 방법이 없다. 저 기운이 응축되어 게이트로 변모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반대로말하면 그 전까지는 대비할 시간이 충분하다는 거다.’
– 그러면 판이 깔리는데로 다시 연락 드리죠.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아, S급 게이트 공략 다시 한 번 축하드립니다.
그렇게 백묵과의 통화가 끝이 났다.
만족스런 통화내용이었다.
협회에 숨어 있는 마족을 찾아낸 것도 모자라 내 정보를 감춰주기까지.
‘백묵이 예상했던 것보다 더 유능하군.’
그는 나를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이고 싶어 하고 있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만한 투자를 해줄 리가 없으니.
이러한 상황은 내게 유리하다.
‘협회에 존재하는 마족은 상위 마족.’
그것도 오래 전부터 대한민국에 숨어들어 힘을 온존한 존재다. 일반 마족들과 달리 한국의 사정에 대해서도 잘 파악하고 있다.
그 정체는 협회의 부회장.
높은 직분인지라 사회에 가져 올 파장 또한 만만치 않을 터. 뭐, 그 부분은 내 전문 분야가 아니다. 백묵에게 맡기는 게 낫다.
나는 내 일을 해야 한다.
정체가 들키지 않은 지금 좀 더 적극적인 움직임을 취할 수 있게 되었다.
‘할 일은 많다. 우선은 신태양부터 만나야겠어. 레전더리 아이템도 아직 전해주지 않았고.’
나는 택시를 잡아 타고, 수호 길드가 공략 중인 게이트로 향했다.
국립 공원 한가운데 어마어마한 인파가 몰려 있었다. 게이트 공략이 실패하기라도 한다면 이들 큰 사고로 이어질텐데.
멸망한 미래를 아는 나로서는 안전불감증이 심각하다고 보이지만, 세간의 인식은 더 이상 게이트를 위험하다고 여기지 않고 있다.
‘하여간에 엄청난 인기구만.’
나는 사람들을 쭉 둘러봤다. 헌터의 이름이 적힌 플랜카드를 들고 있는 팬들. 연예인 못지 않은 인기를 구가하는 게 헌터다.
대한민국 1위 길드니 당연하다만.
은빛의 날개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의 인파다.
슥.
나는 스마트폰을 확인했다. 은빛의 날개와 달리 수호 길드는 안정적으로 공략에 성공한다.
슬슬 게이트 공략이 끝날 시간이다.
“나왔다! 나왔어!”
“꺄아! 여기 좀 봐줘요! 신태양!”
“고생하셨습니다!”
기자들의 플래쉬 세례가 쉴틈 없이 터져나왔다. 그런 그들을 바라보며 익숙하다는 듯 손을 들어 올리는 길드장 사최헌.
지친 얼굴들이었지만, 그들의 표정에는 만족감이 서려 있었다.
안정적으로 S급 게이트를 공략했다는 자신감.
1위 길드로서 활약했다는 자긍심.
그런 그들의 옆으로 수호 길드의 관계자가 접근했다. 사최헌에게 무어라 속삭이고 있다.
그 말을 들은 사최헌의 표정이 굳어진다.
“은빛의 날개가 최초 공략이라고······?”
못 믿겠다는 듯 되묻는 사최헌. 그러나 순식간에 표정을 바꿔 미소를 유지한 채 유유히 그 곳을 빠져 나왔다.
공략대는 인파를 지나 수호 길드의 천막으로 들어갔다. 내부는 가려져 있어 무슨 대화를 나누는지 알 수 없다.
‘게이트는 안정적으로 닫혔다. 공략은 예정대로다.’
잠시 상황을 지켜보던 나는 그들의 뒤를 따랐다.
“무슨 일이십니까?”
천막 앞에서 보안 요원이 나를 막아섰지만.
“어, 스승님?! 무슨 일이세요?”
담요를 걸친 채 차를 받아먹던 신태양이 나를 먼저 알아봤다.
“널 좀 데려가려고.”
“저를요? 잠시만요, 눈물 좀 닦겠습니다. 스승님께서 먼저 저를 불러주시다니, 이렇게 감격스러운 날이 올 줄이야.”
과장 되게 눈물을 쓱쓱 닦아내는 신태양. 녀석은 천막 안을 가리켰다.
“잠시만요, 말씀 드리고 올게요.”
“괜찮겠어? 공략이 끝난지 얼마 안 됐는데.”
“물론이죠. 전 별로 한 것도 없어요. 그리고 스승님이 부르시는데 제가 어떻게 모른 척하겠습니까.”
어차피 싫다고 해도 데려갈 거긴 했다.
“지금 분위기가 별로기는 한데, 잠시만요.”
신태양은 공략대가 모인 천막 안으로 들어갔다. 분위기가 안 좋은 이유는 뻔했다. 은빛의 날개에게 뒤쳐진 일 때문이겠지.
확고부동한 1위에 안주하고 있던 수호 길드에는 좋은 자극이 되겠지.
‘멸망한 세계에서 수호 길드는 살아남지 못했다. 검성 신태양은 길드 없이 전국을 떠돌아다니고 있었고.’
3분 정도 지났을까, 천막을 열고 신태양이 고개를 내밀었다. 곤란한 표정이었다.
‘허락을 못 받은 건가?’
그런데로 아이템이라도 전해주고 끝내야 하나 싶었다.
그러나 머리를 긁적인 신태양의 입에서 나온 말은 예상과는 달랐다.
“그, 저희 길드장께서 스승님을 뵙고 싶다고 하시는데요?”
* * *
천막 안.
대한민국 1위 길드답게 넓고 쾌적했다. 각종 편의시설은 물론 에어컨까지 달려있다.
‘장난 아니네.’
천막 자체가 공간 마법이 적용되어 있는 아이템인 모양. 이런 걸 보면 은빛의 날개가 갈 길이 멀다.
“이거 꼭 한 번 뵙고 싶었는데, 여기서 이렇게 뵙게 되네요. 어서 오시죠. 편하신 의자에 앉으세요.”
별로라던 분위기라더니 그렇지도 않았다.
“이지한 헌터님 맞으시죠? 신태양 녀석한테 이야기 많이 들었습니다.”
사최헌은 두 팔 벌려 나를 환영했다.
내 시선을 의식한 신태양이 황급히 변명했다.
“많이는 안했어요. 조금 했어요. 조금.”
“······.”
“어쩌다보니 조금 많이 했던 것 같기도 하고······.”
사실 이제와서는 상관 없어진 일이다. S급에 다다른 지금 내 정체를 숨기고 활동하는 건 오히려 독이다.
신태양의 스승이라는 이야기는 언론에 퍼졌다간 큰 화제가 되겠지만, 길드 내에서 도는 소문 정도라면 상관 없다.
사최헌.
그가 나를 바라보는 눈길이 예사롭지 않았다. 꿀이 뚝뚝 떨어진다고 해야 하나. 부담스러울 정도의 시선이다.
세계가 멸망하기 전 대한민국 1위의 헌터.
남자다운 호쾌한 인상이 매력적인 인물이다.
‘대단한 사람이였지.’
F급 헌터인 내가 땜빵으로 게이트를 전전하던 당시 우상처럼 여겼던 인물.
‘멸망한 세계의 영웅이 천성호였다면, 본래 대한민국의 영웅은 사최헌이나 마찬가지였으니까.’
영웅 협회가 아닌 길드에 속해 있으면서도 평판과 인지도 모두 1위를 달리던 명실공히 최강의 헌터.
그런 그가 나를 향해 말했다.
“본론부터 말하죠. 이지한씨, 수호 길드에 들어오시지 않겠습니까?”
“오오, 말했다. 역시 길드장.”
“지한씨! 저희 길드에 오세요. 저희 되게 좋아요.”
사최헌의 말에 의자에 앉아 있던 길드원들이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하나둘씩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그들의 시선이 전부 내게로 모였다.
“은빛의 날개가 이번 S급 게이트 최초 공략에 성공했다는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그리고 거기에 지한씨가 계셨던 것도 방금 알았고요. 이전에 게이트 공략에서 큰 활약을 하신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사최헌은 사람 좋은 미소와 함께 고개를 들었다.
“때문에 개인적으로 이지한씨를 굉장히 높게 평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제안을 드리는 거고요.”
어쩐지 거절하기 힘든 카리스마가 느껴진다.
“저희 수호 길드 어떠십니까? 최고의 대우를 약속 드리죠.”
갑작스런 제안이었다. 아니, 그러고보니 신태양 녀석이 그런 이야기를 꺼냈던 것 같기는 하다.
“······.”
내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떠올랐다.
은빛의 날개의 윤지은에게 제안을 받았을 때도 물론 기뻤지만.
대한민국 1위 길드에게 입단 제안을 받을 줄이야.
‘정말로 이런 순간이 올 줄이야.’
나는 이런 날을 분명히 고대하고 기다렸다. 내가 특별한 것은 아니었다. 헌터가 된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씩은 꿈 꿔보니까.
대한민국 1위 수호 길드.
압도적인 재능을 가진 헌터만이 발 딛을 수 있는 장소.
나 또한 예외는 아니었다.
그리고 지금, 사최헌이 내게 직접 제안하고 있었다.
수호 길드에 들어오지 않겠냐고.
거기에 대한 내 대답은 뻔했다.
나는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제의해 주신 건 감사하지만. 거절하겠습니다.”
멸망한 세계를 경험하지 않았더라면 받아들였을지도 모른다.
“진심이십니까······? 그렇다면 은빛의 날개에 마음이 있으신 겁니까?”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뇨, 게이트 공략은 용병으로 고용되었을 뿐입니다. 아직은 용병 신분이 편한지라 어디에 소속하고 싶단 생각은 안 드네요.”
내가 하려는 일은 길드에 속할 필요가 없는 일이니까.
“용병으로 고용해주시면 흔쾌히 오겠습니다. 언제든지 연락 주세요.”
흔쾌히 오겠다는 건 예의상 하는 말이다만.
수호 길드와는 언젠가 공략을 해보고 싶단 마음이 있는 것은 진심이다.
아쉬워하는 눈치였지만, 더 이상 나를 붙잡진 않았다. 용병인 내가 언젠가는 길드에 들어 올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걸지도.
“언제든지 도움이 필요한 일이 있으면 말씀해 주세요. 저희 수호 길드에서 조만간 연락 드리겠습니다.”
거기에 신태양이 나에 대해서 굉장히 좋게 말해둔 게 작용한 것 같다. 나를 바라보는 길드원의 시선이 전부 호의적이다.
“이 녀석이 필요하다고 하셔서 온거죠? 데려 가시죠.”
사최헌은 신태양을 집어 던지듯 넘겨줬다.
그리하여 신태양과 함께 천막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몰려드는 팬들을 뚫고 나오느라 굉장히 고생했다.
신태양의 스포츠카는 너무 눈에 띄어서 안 되고.
그냥 택시를 타고 이동하기로 했다.
“그러면 이제 어디로 가면 되는 건가요? 기대 되네요.”
“가보면 알아. 근데 괜찮겠어?”
나는 거듭 녀석의 의사를 확인했다.
“스승님과 함께라면 어디든 괜찮습니다.”
“그래, 그렇단 말이지······.”
그런 각오 아주 좋다.
* * *
S급에 준하는 헌터 두 명이 훈련을 하기에 안성맞춤인 장소.
그거야 게이트 밖에는 없다.
대형 길드의 트레이닝 룸도 나쁘지 않지만 전력을 다하긴 어렵다.
나는 신태양과 함께 A급 게이트 안으로 들어왔다. 백묵을 통해 미리 확인하고 잡아둔 게이트였다.
드넓은 평지가 넓게 펼쳐져 있는 장소였다.
“스승님과 둘이서 게이트를 공략하는 건 또 처음이군요. 기대가 됩니다.”
그리 말하며 검을 꺼내드는 신태양.
근데 뭔가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 같다.
“응? 그게 무슨 소리야. 공략을 왜 해.”
“네?”
당황한 표정으로 날 바라보는 신태양.
나는 미리 구매해 둔 죽도를 두 자루 꺼내 들었다. 아이템으로 특수 제작된 무기라 부숴질 염려는 없다.
“게이트 공략을 하는 게 아닌가요?”
그 중 한 자루를 신태양에게 던져줬다. 영문을 모른 채 죽도를 받아든 신태양이 나를 바라봤다.
“응, 말했잖아. 훈련을 할 거라고.”
“그런 말 없으셨는데요······. 그런데 훈련이라면 어떤 건가요?”
말을 안했던가.
큰 상관은 없다.
나는 인벤토리에서 검 한 자루를 꺼내 땅에 박았다.
『 에이나시아 영웅검(레전더리) 』
“훈련을 잘 마친다면 이걸 주마.”
레전더리 아이템을 바라보는 신태양의 눈빛이 변했다. 못 믿겠다는 투였다.
“레, 레전더리잖아요. 저걸 주신다고요······?”
나는 죽도를 들고 신태양에게로 천천히 다가갔다. 내 살기를 느낀 신태양이 저도 모르게 죽도를 앞으로 내밀었다.
“어디까지나 훈련을 잘 마친다면.”
신태양과의 훈련은 단순히 그의 전력을 증강 시키는데서 끝이 아니다.
내 능력의 강화도 포함 되어 있다.
‘내가 소유한 유니크 심화 스킬은 총 두 개.’
힘, 체력, 민첩, 지력.
힘과 지력은 각각 영웅의 힘과 마력회로를 손에 넣었다. 남은 건 민첩과 체력.
그 중 민첩에 해당하는 스킬을 신태양이 가지고 있다.
‘전수가 안되는 스킬이지만······.’
나는 이미테이션 장갑을 고쳐 꼈다.
스킬을 복사해주는 레전더리급 아이템이다.
이게 있으면 전수가 불가능한 스킬도 복사해 낼 수 있다.
『 타재간파의 서를 발휘합니다. 』
『 모든 항목을 활성화 합니다. 』
나는 죽도를 들어 올렸다. 검에 맺힌 오러가 이글이글 타오른다.
“스, 스승님?”
나를 원망하지 말아라.
두들겨 패기.
이건 미래의 네가 제시한 가장 효율 좋은 훈련법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