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100 thousand reincarnation he became a transcendent hunter RAW novel - Chapter 126
126화 붉은 피가 흐르는 세계(2)
“크하핫! 그래, 아무리 생각해도 이것보다 좋은 방법은 없다.”
붉은 루비가 잔뜩 박힌 핏빛의 왕좌.
선혈의 마족은 자신의 붉은 머리를 늘어뜨린 채 폭소했다.
“프로젝트 아포칼립스와 대적자까지 둘 다 처리할 수 있는 최상의 방법이 여기에 있는데, 멍청하기는.”
그녀는 나약의 마족 몰래 S급 게이트를 생성했다.
일반적인 게이트가 아니었다.
마계로부터 넘어 온 특수한 마기로 이뤄진 게이트.
충분한 양의 마기가 모이기만하면 기폭제가 되어 대한민국에 있는 모든 게이트의 던전 브레이크를 촉발 시킬 것이다.
‘프로젝트 아포칼립스의 도화선.’
그녀는 일이 지지부진하게 진행되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
“쯧, 협회에 있는 마족과 협력한다더니. 결국 아무런 흔적도 못 찾고 말이야. 그럴 바에는 이쪽에서 끌어들이는 게 훨씬 낫지.”
차원 간의 억지력.
그것은 마계에서 이곳 문명계로 넘어오는 상위 마족의 힘을 약화시켰다. 그러나, 선혈의 마족에게는 인간 하나 쯤은 가뿐히 죽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느릿하게 행동해 봤자 그 인간 놈에게 앞질러질 뿐이다 이거지. 어때, 내 말이 맞지 않아?”
“지당하신 말씀이십니다.”
그녀의 발 앞에 조아린 세 명의 권속.
뱀파이어 군단의 수장 순혈 ‘드라구트’.
화염의 용인족 ‘화이아스’.
독의 용인족 ‘폴몬’.
그녀가 특히 아끼는 권속들이었다. 실력과 자질 면에서 가장 뛰어난 놈들이었다.
그런 권속을 살피던 그녀의 미간이 좁혀졌다.
“응? 한 명이 없는데.”
아이스 드래곤의 피를 이어 받은 용인족 ‘하렐’이 없었다.
그녀의 물음에 독 용인족 폴몬이 고개를 숙였다.
“하렐은 지난 S급 게이트에서 목숨을 잃었습니다. 인간에게 당한듯 합니다.”
“그래? 쓸만한 놈이었는데, 아쉽네. 쩝.”
선혈의 마족이 입맛을 다셨다.
드래곤의 피를 이은 용인족은 뛰어난 속성 친화력을 가지고 있다. 마족 사이에서도 인기 있는 권속인데.
그녀는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 힘의 논리에 의해 약자는 패배하는 게 당연하다는 게 그녀의 방식이었다.
오히려 나약의 마족이 옆에 있었다면 대적자에 대한 중요한 힌트를 얻어 냈을 것이다.
“어쨌든 이제 기다리는 것밖에는 없겠어. 마족을 위협하는 대적자가 정말로 유능한 놈이라면 이 게이트도 찾아 오겠지. 아니면 인간 놈들이라도 왕창 죽이던가.”
실로 단순하다 못해 계획이라고 부를 수조차 없는 작전.
그러나, 그녀의 권속들은 아무런 말을 꺼내지 않았다.
화를 입을까 두려워서가 아니다.
선혈의 마족이 가진 힘 자체를 동경하기 때문이었다.
“훌륭하신 선택입니다.”
“대적자도 어찌할 도리가 없겠지요.”
그녀에겐 계획이 필요 없을 정도로 강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으므로.
“그래, 만약 여기까지 대적자가 오지 않는다면 그건 그것대로 좋아. 대적자가 무능하다는 증거가 될테니까. 크하하!”
웃음을 터트리는 그 순간이었다.
콰과과과—!
성의 창 너머로 푸른 빛의 섬광이 번뜩였다. 멀리 떨어진 장소였으나, 이곳까지 바람이 불어 올 정도로 강한 공격이었다.
자리에서 일어나 바깥을 바라보는 선혈의 마족.
“뭐야, 이렇게 빨리 왔다고?”
그녀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반면 뱀파이어들의 수장인 드라구트의 얼굴은 굳어졌다. 부하 뱀파이어들 스물의 기척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들은 결코 약하지 않다.
아무리 적이 강하더라도, 방금 그 공격 한 번에 몰상 당하는 건 불가능했다.
“제가 보고 오겠습니다.”
드라구트가 창틀 위로 올라섰다. 그는 순식간에 검은 박쥐떼가 되어 흩어졌다.
“심심하던 찰나에 잘 됐다. 너희 둘도 가서 상황이나 살펴봐. 만약에라도 대적자라면 날 불러라.”
“예, 알겠습니다.”
“본부대로 하겠습니다.”
용인족 화이아스가 휘파람을 불자, 성의 창 위로 와이번 한 마리가 날개를 펄럭이며 다가왔다.
와이번의 위에 올라탄 폴몬과 화이아스가 빠르게 폭발이 일어난 장소로 향했다.
붉은 피가 흐르는 이 세계에서 자신의 권속인 뱀파이어는 무적이나 다름 없다. 인간들의 수준으로는 도저히 이길 상대가 아닌 것이다.
“정말로 대적자라면 좋겠는데 말이야.”
바깥을 바라보는 선혈의 마족의 눈이 붉게 빛났다.
하늘 위에 떠오른 핏빛의 달 또한 더욱 붉어져 가고 있었다.
* * *
재능 ‘리미트 해제’.
그 효과는 레벨 30의 증가.
단순하지만 그 효과는 지대하다.
20단위로 상승하던 등급은 100이 넘어가면 50 단위로 바뀐다.
레벨 100부터 149까지가 S급 헌터.
150부터 199까지가 SS급 헌터이다.
현 시점 SS급 헌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감안하면.
‘신태양의 레벨은 100 초반.’
리미트 해제가 가져오는 능력치 증가는 어마어마했다.
콰과과과—!
미친듯이 숲을 헤짚는 신태양의 검격. 뱀파이어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었다.
“크아악!”
“도, 도망쳐······!”
나타나는 뱀파이어들을 모조리 휩쓸고 다니다보니 숲이 쥐죽은 듯 잠잠해졌다.
“굉장하네요. 역시 대한민국의 신예! 괜히 수호 길드에서 자랑하는 게 아니었네요.”
엘리스는 어디선가 카메라 비슷한 아이템을 꺼내 신태양을 찍기 시작했다. 한국 관련된 거라면 모조리 꿰고 있는 모양이다.
녀석의 카메라가 나를 향했다.
찰칵찰칵.
“왜 사부가 대한민국에서 알려지지 않았는지가 미스테리에요. 신태양군을 압도할 정도의 실력자인데······.”
“스승님은 노출되는 걸 별로 좋아하시지 않거든. 은빛의 날개에 있는 헌터들도 스승님께서 찾아내신 거야.”
뱀파이어들을 처리한 신태양이 검에 묻은 피를 털어내며 말했다.
“엑, 정말요? 그러면 사부님은 대한민국의 보이지 않는 큰 손······?”
동그란 눈을 깜빡이는 엘리스.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그런 거창한 게 아니다. 숨겨져 있는 영웅들을 미리 발굴해냈을 뿐. 나를 드러내지 않은 건 그냥 내가 약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상황이 나아졌으니 더욱 활발하게 활동하는 것이고.
‘한계 돌파 퀘스트를 착실하게 클리어한 덕분에 내 능력치는 다른 S급들보다 훨씬 높다.’
능력치의 배수 증가.
미래에서 배워 온 스킬의 덕도 있겠지만, 기초 능력의 증가는 무시할 게 못 된다. 그게 내가 신태양을 압도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였다.
“잠깐만요, 저기······!”
엘리스가 하늘을 가리켰다. 달빛 아래 와이번의 한 마리의 그림자가 보였다.
뀨웃!
내 어깨보호구로 변해 있던 오르티마가 튀어나왔다.
“우왓, 얘는 뭔가요?”
“스승님의 펫. 이런 걸로 놀라다니, 아직 멀었구나.”
“으윽.”
그것도 모르냐는 듯이 신태양이 씩 웃었다. 별 의미도 없는 걸로 경쟁을 다 한다.
오르티마가 와이번을 바라보며 통통 튀어 올랐다.
‘보아하니 흡수할 수 있다는 것 같은데.’
S급 게이트에서도 몇 등장하지 않는 게 와이번이다. 드래곤의 하위종이지만 그 공격력과 마력 덕에 최상급 마수로 취급된다.
비행까지 할 수 있으니 엄청난 전력이 되는 건 덤이다.
기회가 된다면 잡아보고 싶은데.
“어, 다가오는데요?”
와이번은 우리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그것도 심상치 않은 기세로.
심지어 날아오는 와이번의 주둥이에는 붉은 빛이 맺혀 있었다. 다음 순간 놈의 입에서 붉은 브레스가 발사되었다.
콰아아—!
“제가 하겠습니다.”
앞으로 뛰어나간 신태양의 일자베기가 브레스를 반으로 갈랐다. 좌우로 퍼져나가는 브레스.
검은 숲이 타오르기 시작했다. 그러나 큰 불길로 번지는 일은 없었다.
“오, 꽤 하는 놈이 있구만. 그런데 뱀파이어 놈이 우리보다 늦을 줄이야.”
“원래 생색만 내는 놈이니까.”
와이번의 거센 날개짓이 만들어 낸 바람에 불길은 제압되었다. 와이번은 우리의 바로 앞에 착지했다.
와이번에 타고 있는 것은 두 명의 용인족이었다.
지난번에 쓰러뜨린 얼음 속성의 용인족과 같은 권속들. 각자 손에 창과 검을 들고 있었다.
“잠깐······. 네 녀석은······.”
그런데 그 중 하나가 나를 보며 이를 악물었다. 보랏빛 비늘을 가진 용인족이었다. 놈은 살기를 뿜어대며 내 쪽으로 다가왔다.
“지난번 S급 게이트를 공략할 때 있었던 놈이군. 꽤 활약하던데. 설마 네가 대적자였나?”
저런 용인족은 본 적이 없었는데.
“아, 나는 S급 게이트 독의 늪지대에 있던 권속이다. 이거, 흥미가 돋는군. 그때하고는 멤버가다른 것 같은데.”
그제서야 대강 파악이 됐다. 은빛의 날개 1팀과 공략했던 게이트에 숨어 있었나보군. 직접 본 것과 별개로 정보는 알고 있었다.
독 속성 용인족 폴몬이다.
“대적자인지 아닌지는 실력을 확인해보면 되겠지.”
“인간 세 명으로 게이트에 들어올 생각을 하다니. 우스운데.”
와이번에서 내린 두 마리의 용인족은 각자 무기를 든 채 천천히 다가왔다.
“어떻게 할까요?”
신태양이 나를 돌아보며 물었다.
이들은 선혈의 마족이 가진 권속 중에서도 강한 자들이다.
“오르티마, 목룡으로 변해라.”
쿠구구구······!
내 옆에 있던 오르티마가 몸을 부풀리며 거대한 크기의 목룡으로 변화했다.
“우왓?! 사, 사부님?”
나는 엘리스의 어깨를 붙잡고 양 손으로 들어서 목룡의 머리에 태웠다.
“이제부터 둘이 한 몸이라고 생각해. 둘이서 와이번을 노려.”
“네, 넵.”
인벤토리에서 쌍권총을 꺼내 손에 쥔 엘리스. 레벨이 꽤 올랐다지만, 엘리스는 A급 상위다. 오르티마와 페어를 맺는 게 낫다.
“저 빨강 놈은 신태양, 네가 상대하면 되겠네.”
“알겠습니다. 맡겨만 주세요.”
휘리릭.
레전더리급 검을 돌리며 느긋하게 앞으로 나아가는 신태양.
두 마리의 용인족이 비웃음을 머금었다.
“뱀파이어 몇 마리 쓰러뜨렸다고 자신만만해졌나본데.”
“한 번 실력을 확인해 볼까.”
동시에 땅을 박차고 뛰어드는 두 마리의 용인족. 와이번 또한 하늘 위로 날아오른다.
내 상대는 보랏빛의 폴몬이다.
빠른 속도로 치고 나온 녀석의 창이 나를 향해 쇄도했다.
『 유니크 스킬 ‘초가속 Lv.10’을 발휘합니다. 』
놈의 공격이 느릿하게 보일 지경이었다.
그러나 가볍게 몸을 틀어 피한 순간.
푸쉬익!
폴몬의 몸에서 보랏빛 연기가 뿜어져나왔다. 그 타이밍이 절묘해 흡입할 수 밖에 없었다. 놈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맺혔다.
“나는 포이즈닉 드래곤의 피를 이은 용인족 폴몬이다! 독을 흡입했으니, 네 녀석은 이제 끝이다!”
확실히 마시기는 했지만.
『 스킬 ‘독 면역 Lv.11’을 획득합니다. 』
『 추가효과 : 독에 대한 완전 면역 3초 』
이미 독 늪지대에서 면역력을 크게 키우고 왔다. 심지어 채우지 못한 11레벨까지 달성하며 얻은 독 면역 3초.
“고맙군.”
“뭣?”
독이 통하지 않자, 놈이 잠시 당황하며 주춤거렸다.
그걸로 끝이었다.
서걱—!
『 스킬 ‘일자베기 Lv.12’를 발휘합니다. 』
데구르르···.
폴몬의 머리가 바닥에 굴러 떨어졌다. 상위 마족의 권속치고는 너무나 허무한 죽음이다.
보아하니 신태양도 화염 속성 용인족을 압도하고 있었다. 검이 치열하게 부딪히지만, 신태양은 얼굴에 여유가 넘쳐 흐른다.
‘오히려 가지고 놀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반대편의 엘리스도 목룡의 머리 위에서 열심히 권총을 쏘아대고 있었다.
타다당! 타당!
주춤하는 와이번의 목덜미를 물어뜯는 목룡 오르티마.
우리의 압도적인 승리였다.
“이, 이겼어요!”
“생각보다 별 거 없네요.”
나는 쓰러져 있는 와이번에게로 다가갔다.
“오르티마, 녀석을 먹어라.”
오르티마는 기쁘다는 듯 와이번에게로 뛰어들었다. 녀석도 마공학 드래곤과 목룡을 흡수한 뒤로 많이 강해졌다.
『 형상기억마수 오르티마가 와이번을 흡수합니다. 』
『 와이번(오르티마) Lv.1 』
나는 그 위에 올라탔다. 엘리스와 신태양이 타기도 자리가 남을 정도로 크다. 와이번이 날개짓을 하며 날아올랐다.
“그러면 이제 성을 향해 가는 겁니까?”
“아니.”
놈들이 말했듯이 아직 강한 권속 하나가 남아 있을 거다.
뱀파이어 군단의 수장 ‘드라구트’.
그가 이끄는 수 천의 뱀파이어들.
“자, 잠깐 저거 뭐에요······?!”
공중에서보니 명확하게 보인다.
우리를 향해 다가오는 새까만 물결. 마치 해일처럼 밀려오고 있었다.
“전부 뱀파이어겠군. 태양아.”
“네, 스승님.”
“사냥의 시간이다.”
퍼억.
나는 신태양을 발로 밀어서 떨어뜨렸다.
“예에?!”
얼빠진 표정을 한 채 땅으로 떨어지는 신태양. 내 행동을 조금도 예상치 못했다는 얼굴이었다.
마음이 아프지만······. 너는 굴러야 한다.
‘방금 전투를 통해서 확실히 확인했다.’
타재간파의 첫번째 재능개화가 5배였다면.
두번째 재능을 개화한 너는.
적어도 수십 배, 아니 어쩌면 100배의 경험치를 획득할 지도 모른다.
그러니 이 뱀파이어들은 막대한 경험치 덩어리나 다름 없다.
내게는 레벨 제한이 있어 무의미한 놈들이지만.
너한테는 다를 거다.
그래도 정 위험해지면 도와주마.
“힘내라.”
“스, 스승님!!!!!”
소리치는 신태양을 뒤로하고.
와이번이 날개를 펄럭이며 하늘 위로 날아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