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100 thousand reincarnation he became a transcendent hunter RAW novel - Chapter 133
133화 오버 더 레전더리(3)
공동묘지의 끝자락.
무수한 뼈가 쌓여 만들어진 언덕 위.
우우웅.
검은 게이트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양 이마에 검은 뿔을 가진 금발의 남성 마족. 그는 주위를 두리번 거리면서 게이트 빠져나왔다.
검은 보자기로 감싼 물건을 조심스레 든 채로.
혹시라도 물건이 어떻게 될까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이었다.
“후우······. 이거 쫄리는데.”
“마의 권역을 다스리는 분이시여, 기다리고 있었나이다.”
“아이씨, 깜짝이야. 크흠.”
그런 그를 맞이하는 것은 목없는 기사 듀라한이었다. 뼈만 남은 말 위에 올라탄 듀라한의 검은 갑옷이 달빛에 번뜩였다.
마족은 눈을 가늘게 뜬 채로 듀라한에게 물었다.
“너, 이름이 뭐라고 그랬지?”
“제올입니다. 예언의 마족께서 내리신 명에 따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래, 그래. 별 일 없지? 제발 없어라.”
“그것이······.”
금발의 마족의 말에 듀라한이 잠시 망설이다 답했다.
“게이트에 침입한 인간들이 있지만, 크게 신경쓰지 않으셔도 될겁니다. 일반 공략자에 불과합니다.”
“정말이지? 쯧, 최근 마계의 분위기도 흉흉하단 말이야. 오죽하면 예언의 마족께서 우리한테 직접 명령을 내리셨겠어.”
“걱정이 과하십니다.”
듀라한의 말에 금발의 마족이 기겁했다.
“과하기는 무슨! 상위 마족인 선혈의 마족도 죽었단 이야기 못 들었어? 예언의 마족께서도 예상하시지 못한 일이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어. 대적자가 당장 여기에 나타나도 이상하지 않다니까?”
중위 반전의 마족.
그는 마계에 존재하는 무기의 일부를 문명계로 가져오는 중이었다.
예언의 마족이 프로젝트 아포칼립스를 위해 급하게 파견한 인물이었다.
“지당하신 말씀이십니다. 하지만 게이트에 들어 온 이들의 수준은 그리 높지 않았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저도 있고요.”
듀라한은 손에 검으로 공동묘지 방향을 가리켰다. 드넓게 펼쳐진 땅 위로 1만에 가까운 해골들이 바글대고 있었다.
“그래. 괜찮겠지. 하기야, 아무리 대적자가 이런 곳까지 올 리가 없지.”
반전의 마족은 품 안에 들고 있는 검은 보따리를 조금 풀어 헤쳤다. 물건이 안전한지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파직, 파지직.
검은 스파크가 물건의 주변으로 튀어 올랐다.
“후우, 일단 손상은 없어 보이네. 게이트만 잘 빠져나가면 되겠어.”
“외람되지만, 그 안에 담긴 게 무슨 물건인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듀라한의 질문에 금발의 마족이 씩 웃으며 대답했다.
“뭐긴, 지금 이 세계 그러니까 문명계에는 존재하지 않는 등급의 아이템이지.”
“허, 그게 정말로 가능한 겁니까? 문명계의 억지력이 작용하지 않습니까?”
억지력.
시스템은 그런 불합리한 존재를 걷어내고 약화 시킨다.
막대한 힘을 가진 마족이 번거로운 과정을 거쳐 문명계로 넘어와야 하는 이유이기도 했다.
아이템도 마찬가지였다.
현 시점에서 레전더리 이상 등급의 아이템이 차원을 넘게 되면 크게 약화되거나 고유의 능력을 잃게 되어 있었다.
반전의 마족은 씩 웃었다.
“예언의 마족께서는 방법을 알고 계시더군. 일종의 편법이지.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건 본래 아이템의 절반 뿐이야. 다른 운반책이 절반을 옮겨서 나중에 합칠 거라는데.”
마족은 저 멀리 해골들과 싸우고 있는 헌터들을 향해 시선을 옮겼다.
“근데, 너희 해골들 엄청 죽어나는데. 괜찮냐?”
“문제 없습니다. 예언의 마족께서 하사하신 마기로 만들어진 공간이니까요.”
“혹시 니가 이 게이트의 보스냐?”
“아닙니다, 그런 멍청한 짓을 할 리가 없지요.”
“그래, 그러면 걱정할 필요는 없겠네. 알아서 잘 해라. 대적자 때문에 흉흉하니까.”
반전의 마족은 검은 보따리를 잘 쥐고서 두 날개를 펼쳤다. 땅을 박차고 날아 오르는 그의 얼굴은 여전히 초조했다.
‘어휴, 빨리 전달하고 손 떼야지. 대적자한테 잘못 걸릴까봐 무서워서 살겠나.’
* * *
콰득, 콰드드득!
훈련을 겸한 게이트 공략은 순조로웠다. 진세아도 엘리스도 빠르게 새로운 재능의 달성 조건을 채워가고 있었다.
나도 해골들을 부수다보니, 필요한 경험치를 전부 채울 수 있었다.
『 묵빛 마기가 서린 풀 플레이트 메일이 최대 레벨을 달성했습니다! 』
『 현재 장비의 레벨 : 100 』
레벨 100이 되기 위해선 엄청난 양의 경험치가 필요하다. F급 헌터가 S급에 도달할 때까지 필요한 경험치를 합산한 양.
20만배의 경험치 덕분에 가뿐하게 달성할 수 있었다.
『 갑옷의 숨겨진 성능이 드러납니다. 』
『 마기 침습이 30% 강해집니다. 』
『 마기 복구의 성능이 30% 증가합니다. 』
마기 복구가 강해졌다.
시험삼아 장비를 벗고 긁힌 상처를 만들었다. 붉은 피가 뚝뚝 떨어질 정도다.
스르륵.
다시 장비를 착용하니 상처가 순식간에 아물었다.
‘굉장한데. 이거면 내가 가지고 있던 자연치유 스킬보다 훨씬 좋겠어.’
덩달아 정신에 영향을 주는 마기 침습이 강해지긴했지만 유니크 스킬인 지고의 정신 덕분에 끄떡 없다.
『 현재 장비의 방어력 : 200 + 50.0 』
본래 레전더리 갑옷들의 방어력이 100 중후반인 걸 감안하면 엄청난 수치다. 이미 레전더리를 뛰어 넘었다.
‘미친 수준이다.’
내가 사용하는 역전의 검의 공격력이 300이다. 규격외 등급인 1★ 아이템의 공격력과 맞먹을 정도란 의미.
나는 해골들 사이로 천천히 걸어 나갔다.
쾅! 쾅! 쾅!
내가 무기도 들지 않은 채 있자 수 십 마리의 해골이 동시에 눈을 번뜩이며 달려들었다.
그러나 내 몸에는 생채기 하나 생기지 않는다.
해골들이 아무리 잡몹이라지만 A급 게이트의 마수다. 그들 상대로 아무런 상처도 입지 않는다는 건 굉장한 일이었다.
‘아예 전투에서 배제할 수 있을 정도군.’
덜그럭, 덜그럭.
어느새 해골들이 내 주변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내가 장비를 시험하고 있단 걸 모르는 엘리스가 놀란 눈을 하고서 달려왔다.
“사부님! 구해드릴게요!”
엘리스가 낑낑대며 해골들 틈에서 나를 꺼내려고 했다. 나는 팔을 휘둘러 해골들을 쳐냈다. 녀석들은 힘 없이 나가 떨어졌다.
장비의 성능이 아니더라도 나도 많이 강해졌다.
“괜찮아.”
“까, 깜짝 놀랐어요.”
내가 무사한 걸 확인한 엘리스는 다시 전투로 복귀했다.
채아연과 진세아는 몰려드는 해골들을 상대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콰득, 콰드득!
붉은 잔상을 남기며 단검을 휘두르는 진세아. 녀석은 필사적이었다.
“으으, 끝이 없잖아! 이 놈들 잡다가 우리가 먼저 지쳐서 쓰러지겠어요! 오빠는 왜 안 도와주고 구경만하는 거에요?”
“내가 도우면 훈련이 안되잖아.”
엘리스는 묵묵히 총을 쏘며 해골을 부수고 있었다. 엘리스가 진세아에게 해맑게 말했다.
“긍정적으로 생각해요! 그래도 두들겨 맞지는 않잖아요!”
“······? 오빠, 엘리스를 때렸어요······?”
“아, 아뇨. 사부님이 절 때렸을 리가 없잖아요!”
오해 할만한 소리는 하지 마라.
그리고 그렇게 말하면 진짜 때린 줄 알거다.
“······그건 신태양을 위한 훈련법이었고. 너희를 위한 훈련법은 따로 있어.”
미래의 너희들로부터 받아 온 방법이니 효과는 확실할 거다. 일단은 레벨부터 확실히 올려두는 게 중요하지만.
“그리고 지치고 싶어도 못 지칠 걸. 채아람이 있잖아.”
옆으로 시선을 옮기니 채아람이 철로 만든 지팡이를 들어 올렸다. 지팡이에서 나온 금색 기운이 진세아와 엘리스를 감쌌다.
“쉬는 시간은 대체 언제에요······?!”
“저거 다 잡으면.”
“우아아—!”
팔팔해진 진세아가 해골들을 향해 뛰어들었다.
단순히 버프를 주는 게 끝이 아니었다.
채아연을 중심으로 뻗어나간 반원형의 빛. 거기에 닿는 해골들은 그 즉시 산화되어 사라졌다.
“우와아, 언니 나이스!”
“채아람양, 멋져요.”
백 마리가 넘는 해골들이 단숨에 재로 변한 것이다.
물론 채아연 역시 상당히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후우······. 상위 길드는 이런 극한의 상황에서 사냥하는 게 일반적이란 거군요. 아니, 그럴 리가 없지. 이지한 헌터님, 이거 정말 맞아요?”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회복시켜 드릴게요!”
타닷, 타악!
땅을 박차고 뒤로 물러선 엘리스가 채아람의 등에 손을 가져다 대었다. 이걸로 채아람이 소모한 신성력도 복구가 되었을 거다.
불만은 어느새 사라지고 쌩쌩한 채아람이 고개를 들어 올렸다.
엘리스와 채아람.
두 사람이 번갈아 움직인다면 거의 무한 동력이나 다름 없었다. 실제로 우리는 게이트에 들어 오고나서 단 한 번도 쉬지 않았다.
“진짜 끝이 없잖아······! 시간이 얼마나 지난 건지도 모르겠네.”
이만한 수의 마수가 나오는 게이트는 흔치 않다. 실제로 모두가 막대한 양의 경험치를 얻고 있을거다.
『 채아연의 재능 ‘절대 신성 부여’의 개화 조건은 다음과 같습니다. 』
『 언데드류의 마수 처치 :2521 / 10000 』
『 네임드 언데드 처치 : 0 / 1 』
‘많이 잡기는 했는데 1만은 역시 쉽게 채울 순 없는 건가.’
절대 신성 부여 스킬을 가지게 되면 언데드에 대한 완전 면역을 가지게 되는거나 마찬가지다.
효과를 생각하면 개화하기 힘든 재능인 것도 맞다.
실제로 채아람이 이 재능을 깨닫게 되는 건 세계가 멸망한 뒤일 거고.
‘제약에 막힐 수는 있다곤해도 사실상 언데드에 대한 대비는 끝나는 건데.’
그때였다.
저 멀리 언덕 위로 일반 해골들과 다른 기운을 가진 마수가 모습을 드러냈다.
목 없는 기사 듀라한.
“저거 보스에요······?”
“심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져요.”
듀라한은 천천히 검을 들어 올렸다.
번쩍!
하늘에서 떨어진 검은 벼락이 그의 검에 꽂혔다. 동시에 듀라한이 서 있던 언덕 위로 검은 기운이 퍼져나오기 시작했다.
콰아아아—!
파도처럼 밀려 나온 검은 기운은 해골들을 뒤덮으며 전진했다.
『 스킬 통찰 Lv.11을 발휘합니다. 』
“다들 숨 참아!”
내 지시에 다들 뒤로 물러서며 숨을 참았다. 검은 기운은 그대로 우리를 훑고 지나갔다.
물리적인 피해는 없다시피 하다.
하지만 검은 기운이 만들어낸 여파는 굉장했다.
덜그럭, 덜그럭!
덜그럭, 덜그럭!
검은 파도가 휩쓸고 간 자리, 해골들의 색이 검게 변하기 시작했다. 백골이었던 녀석들이 흑골로 변한 것이다.
뼈는 더 단단해지고, 움직임 또한 빨라졌다.
“그래봤자 해골이잖아요!”
콰득!
“뭐?!”
그 강함은 진세아의 단검을 막아낼 정도. 당황한 진세아가 해골을 발로 차고서야 단검을 빼낼 수 있었다.
‘나도 슬슬 움직여야겠는데.’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순간.
꿈틀, 꿈틀.
방어구로 변해 있던 오르티마가 난리를 치기 시작했다. 슬라임으로 변한 녀석은 나를 마구 흔들며 어딘가를 가리켰다.
“왜 그래?”
밤하늘 위로 날아가는 검은 형체가 보였다.
‘마족······?’
나라고 모든 정보를 다 알고 있는 건 아니었다.
‘이 게이트에 마족이 있다는 정보는 없었는데.’
뀨우!
오르티마가 답답한지 내 어깨에서 뛰어올랐다. 그대로 와이번의 형상으로 변한 녀석은 입 주위로 마력을 끌어 모았다.
이내 강력한 불덩이가 놈의 입에서 발사되었다.
『 스킬 ‘투척 Lv.11’의 효과가 발휘됩니다. 』
『 스킬 ‘명중 Lv.11’의 효과가 발휘됩니다. 』
내 스킬이 오르티마에게 적용되며 불덩이는 곧고 빠르게 밤하늘을 나아갔다.
콰아앙!
멋지게 날아가던 물체를 격추했다.
『 레어 스킬 ‘명사수 Lv.1’을 획득합니다. 』
『 스킬 ‘명사수 Lv.2’을 획득합니다. 』
『 스킬 ‘명사수 Lv.3’을 획득합니다. 』
···
..
.
『 스킬 ‘명사수 Lv.11’을 획득합니다. 』
『 추가효과 : 원거리 공격이 가벼운 유도 성능을 가집니다. 』
동시에 엄청난 속도로 메시지창이 떠오른 건 덤이었다.
푸시이—! 쿠웅!
불덩이에 맞은 마족은 그대로 땅으로 추락했다. 멀지 않은 장소였다.
“다들 전투에 집중해!”
나는 오르티마에게 흑골을 막도록 지시하고, 마족이 떨어진 장소로 다가갔다.
그곳엔 새까맣게 탄 금발의 마족이 쓰러져 있었다.
“크으윽······. 이게 무슨 날벼락······. 안전하다며 제올 이 개새끼야······.”
놈은 검은 보따리를 소중하게 품고 있었다.
‘뭐지?’
나는 마족을 발로 밀어내고선 보따리를 들어 올렸다. 마족은 정신이 오락가락한 와중에도 보따리만큼은 꼭 쥐고 있었다.
『 스킬 ‘영웅의 힘 Lv.11’을 발휘합니다. 』
뻐억, 뻐억!
“크허억!”
주먹으로 몇 대 쥐어패니 마족의 손에 힘이 풀리면서 가져올 수 있었다.
보따리를 풀어내자 검은 스파크가 튀어 올랐다.
파직, 파지직!
‘큭, 뭐야 이거.’
시스템이나 이계 규율의 창에서 터져 나오는 스파크와 비슷하면서도 달랐다. 척봐도 보통 물건이 아니다.
샤아아—!
보따리를 완전히 걷어내자 찬란한 노란빛이 쏟아져 나왔다.
그제서야 알 수 있었다.
온전하지는 않지만 이건 분명하다.
‘······.’
상상 이상이다. 아이템을 바라보는 내 눈이 커졌다. 그것을 확인하는 내 심장이 두근 거리고 있었다.
왜나하면 이건
레전더리 위의 등급이자
아직 이 세계에는 존재하지 않는
‘에픽’ 등급의 아이템이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