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100 thousand reincarnation he became a transcendent hunter RAW novel - Chapter 134
134화 오버 더 레전더리(4)
에픽(EPIC).
멸망한 세계의 누구나가 탐하는 사기적인 아이템.
헌터, 네임드 마수에 마족까지.
예외는 없다.
모두가 에픽 아이템을 갈망했다.
‘하지만 내가 에픽 아이템을 얻지 않은 이유가 있다. 아니, 정확히는 얻지 못한 거지.’
현재까지 알려진 아이템의 등급은 일반, 레어, 유니크, 레전더리이다. 그 다음 등급은 알려지지 않았다.
아직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SS급 게이트가 없는 지금 에픽 아이템을 구할 수 있는 장소는 어디에도 없었으므로.
‘그런데 이 녀석이 에픽 아이템을 들고 있었을 줄이야.’
까맣게 그슬린 금발의 마족이 몸을 일으켰다. 놈의 붉은 눈이 나를 응시했다.
“으으······. 내놔라······.”
그래도 아직은 움직임이 굼뜨다. 오르티마에게 맞은 불덩이가 꽤 효과적이었나보다.
‘흐음.’
나는 놈을 유심히 바라봤다. 기억 속에 있는 놈이었다.
‘중위 반전의 마족 아멜.’
이런 장소에서 에픽 아이템을 운반하고 있었다니.
‘에픽 아이템을 활용한다는 거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여기로 가져올 줄은 몰랐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운이 좋았군.’
오르티마가 이 녀석의 기운을 잘 캐치하고 떨어뜨려 준 덕도 있다. 나는 검은 보따리에 감싸인 아이템을 다시 확인했다.
『 훼■된 ■이템의 일부 (■픽) 』
시스템 메시지의 일부가 깨져서 보인다. 이 세계에 존재할 수 없는 물건이란 의미겠지.
“······인간, 그 물건을 얌전히 내려놔라. 네 놈이 하기에 따라 목숨을 살려줄 수도 있다.”
비틀거리면서도 몸을 완전히 일으킨 반전의 마족이 머리를 쓸어 넘겼다.
“싫다면?”
“하, 왠만하면 아무일 없이 넘어가고 싶었는데. 이건 네가 자초한 일이니 후회하지 마라!”
놈의 움직임은 재빨랐다.
잔상을 남긴 반전의 마족은 어느새 내 앞에 도달해 있었다.
서걱—!
놈이 손에 든 단검이 내가 있던 자리를 베어냈다. 단순히 휘두른 공격이었으나, 그 여파는 대단했다.
콰아아앙—!
뒤쪽 뼈다귀와 비석의 잔해가 하늘 높이 솟구쳤다. 그러나 내게는 닿지 못했다.
“어······? 뭐야. 이걸 피해? 나름 진심이었는데.”
중위 마족의 움직임은 얕볼 것이 아니다. S급 헌터도 가뿐하게 제압할 능력을 가진 게 그들이다.
상위 마족에 비하면 약하다지만······.
마족을 상대로 적당히 할 생각은 없었다.
『 타재간파의 모든 항목을 활성화합니다. 』
『 활성 목록 : 광화, 오러블레이드, 신속, 초시공인지······. 』
순식간에 내게 잠들어 있던 힘이 개방되며 이전과 다른 기운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촤아악—!
“우와앗!”
녀석은 내가 휘두른 검을 공중제비로 피해냈다.
“뭐, 뭐야······. 내가 잘못 보는 건가······?”
녀석은 슬금슬금 뒤로 물러섰다. 위기 감지 하나는 잘하는 놈인 것 같다.
“설마, 정말 설마해서 물어보는 건데 네 놈 대적자냐?”
녀석은 얼빠진 질문을 던져왔다. 그 대적자라는 호칭은 너희들이 나를 부르는 호칭이잖냐.
저벅. 저벅.
나는 대답하지 않고 놈을 향해 다가갔다. 당황한 녀석이 손사래를 쳤다.
“어이어이! 날 죽이고 에픽 아이템을 빼앗가려고 해도 소용 없어! 어차피 그건 에픽 아이템의 일부에 불과하다고! 그거 하나로는 아무런 도움도······. 헉!”
거기까지 말한 반전의 마족이 자신의 입을 틀어막았다.
“아니, 방금 건 못 들은 걸로 해라. 아니지. 저 놈이 여기에 있다는 건 어차피 우리의 계획을 알고 있는 거잖아.”
어쩌란건지. 오락가락하는 놈이구만.
“하으, 예언의 마족께서도 골머리 썩으시겠어. 진짜 궁금해서 묻는 건데. 어떻게 우리 계획을 전부 알고 있는 거냐?”
“······.”
나는 조용히 검을 움켜쥐었다.
말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란 걸 깨달은 반전의 마족이 고개를 들어 올렸다.
“하여튼······. 그 물건 돌려줘라. 여기는 너 혼자만 있는 것도 아니잖아.”
놈의 시선이 앞쪽의 내 일행들을 향했다.
흑색 해골들과 치열한 전투를 벌이는 진세아, 엘리스 그리고 오르티마까지.
반전의 마족이 자신만만해 하는 이유가 있었다. 놈이 가진 특유의 제약. 나는 그게 뭔지 알고 있다.
녀석이 자신의 금발을 쓸어 넘기는 그 순간.
“그렇게는 못 두지.”
나는 땅을 박차고 뛰어 올랐다.
콰아앙!
반전의 마족과 단숨에 거리를 좁힌 뒤, 놈의 멱살을 잡고 끌고 달려나갔다.
“뭐엇?!”
한발 늦게 놈의 제약이 펼쳐졌다.
『 마(魔)를 따르는 자의 권역에 진입하셨습니다. 』
『 마도 : 계약에 의거하여 제약이 발생합니다. 』
『 약자 반란 : 100m 이내의 모든 생물은 약함에 비례하여 강해집니다. 』
놈이 반전이 마족이라고 불리는 이유.
그것은 불리한 전쟁 상황을 한순간에 뒤집기 때문이다.
“엘리스, 거기 조심해!”
“고마워요, 아연양!”
“나한테 버프 부탁해!”
수 천 마리의 흑골이 몰려드는 앞쪽에선 지금도 가까스로 균형이 유지되고 있었다.
갑자기 흑골들이 강해기라도 하면 저쪽이 무너진다. 반전의 마족이 노리는 게 그거였을 거다.
콰과과과—!
나는 놈의 머리를 바닥에 쳐박은 채 최대한 멀리 끌고 갔다. 단단한 땅 위에 녀석이 파헤친 길이 쭉 이어졌다.
“크아악!”
피투성이가 된 반전의 마족이 마기를 방출해냈다.
콰아앙!
그 마기의 강함은 내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었다. 나는 그대로 땅을 굴러 밀려났다.
반전의 마족은 피투성이가 된 얼굴을 닦아냈다. 놈은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단검을 들어 올렸다.
“너 실수 한거야. 약자라는 건 언제나 상대적인 거거든? 그리고 제약의 범위 내에 존재하는강자와 약자는 너와 내가 유일하다. 이게 무슨 말인지 알겠어?”
녀석에게 비하면 나는 상당한 수준의 강자.
그 차이만큼 약자에게 부여되는 힘도 강해진다. 그야말로 약자의 반란이었다.
‘항상 느끼지만 저 놈의 제약은 말도 안되는군.’
방금 전 놈이 폭발 시킨 마기에 팔이 저릿저릿할 정도였다.
‘새로운 방어구가 아니었으면 팔이 그대로 날아갔겠어.’
승기를 잡았다고 생각한 반전의 마족이 내 쪽으로 달려들었다. 놈의 단검이 이리저리 휘둘러지고 그때마다 강력한 마기가 뒤쪽의 묘지를 강타했다.
콰앙! 콰앙! 콰앙!
“보따리를 내놔라!”
역전의 검으로 모두 막아내고는 있지만 확실히 놈의 힘이 우세하다. 나는 점차 밀려나고 있었다.
‘큭, 무슨.’
움직임이 나와 동등하거나 그 이상이다.
콰드득!
심지어는 갑옷을 뚫고 내 팔에 상처를 낼 정도로 강해져 있었다. 게다가 나는 보따리를 한 손에 쥐고 있어서 제대로 된 반격이 불가능했다.
‘이것만 인벤토리에 넣을 수 있었어도.’
그렇다고 방법이 없는 건 아니었다.
“이거 할 만한데?! 네 놈이 진짜 대적자라면······. 이건 오히려 대박이야. 내 손으로 네 놈의 목을 가져다 바치겠어!”
아주 흥에 겨워서 마구 단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놈의 몸에서 피어 오른 마기가 다수의 분신을 만들어냈다.
“이것도 막아봐라!”
다섯의 분신이 일제히 나를 향해 뛰어 올랐다.
각 단검의 끝에 시커멓게 맺힌 마기가 흉흉하다.
‘이 놈을 살려둬선 안되겠어.’
나는 손을 뻗어 시스템창을 불러왔다.
사실상 불합리하게만 보이는 반전의 제약.
이 제약에 대항하기란 지극히 간단하다.
내가 약해지면 되는 일이다.
『 타재간파의 서를 해제합니다. 』
『 비활성화 항목 : 광화, 오러블레이드, 신속······. 』
이것 하나로 충분하다.
중위 마족은 그 자체로 약하지 않다. 본디 마족이랑 종족 자체가 강력한 힘과 마기를 타고나는 이들이니.
타재간파가 없다면 약한 쪽은 나다.
『 제약의 영향을 받아 능력치가 200% 상승합니다. 』
『 반전의 마족에게 적용되던 능력치 보정이 사라집니다. 』
“어, 어······?”
순식간에 느려진 놈의 분신들.
반면 내 움직임은 이전과 다름 없이 빠르고 강력하다.
『 스킬 ‘일자베기 Lv.12’를 발휘합니다. 』
『 스킬 ‘절대 일격 Lv.2’를 발휘합니다. 』
서걱—!
푸른 선이 좌에서 우로 모든 분신들을 일격에 베어냈다.
“크아아악!”
피와 함께 바닥에 굴러 떨어지는 본체.
“뭐, 뭐냐?! 무슨 짓을 한 거냐!”
당황한 녀석의 눈동자가 사정없이 흔들렸다.
“그래도 소용 없다. 네가 약해졌다면 다시 제약을 해제하면 그만이니까!”
놈의 몸에서 마기가 빠져나가며 주변 구역에 걸려 있던 제약이 흩어졌다.
『 마(魔)를 따르는 자의 권역이 소멸합니다. 』
『 마도 : 계약에 의거하여 제약이 소멸합니다. 』
“그래?”
그렇다면 나는 다시 타재간파의 서를 발휘할 뿐이다.
『 타재간파의 서 모든 항목을 발휘합니다. 』
『 제 1장 : 1일 무료 이용 가능한 횟수를 소모하셨습니다. 』
『 5만 포인트를 소모합니다. 』
화르륵!
마력의 불길이 내 전신으로 퍼져나갔다.
“뭐, 뭐······? 뭐 이런 놈이······!”
그걸 바라보는 반전의 마족에 눈에 공포심이 솟아났다. 제약을 사용하는 데에도 마기는 소모된다.
나는 포인트가 남아 도는데.
지금 가진 것만해도 약 300만 포인트다.
콰앙! 콰아아앙!
나는 압도적으로 녀석을 몰아 붙였다.
“크아아악! 제올! 제올! 나를 구해라!”
궁지에 몰린 반전의 마족이 소리쳤다. 마기가 서린 그의 목소리가 묘지 전체에 울려퍼졌지만 구하러 올 리가 없다.
와봤자 개죽음이 될테니.
그러나 반전의 마족의 외침이 헛된 것만은 아니었다.
저 멀리 언덕 위로 검은 번개가 다시금 내리쳤다. 이전과는 다른 하얀 안개가 파도처럼 해골들을 집어 삼켰다.
“네 놈의 동료를 돕지 않아도 괜찮겠어?”
흑골들 위로 새하얀 서리가 덮혔다. 그걸로 놈들의 움직임이 완전히 바뀌었다.
덜그럭, 덜그럭!
덜그럭, 덜그럭!
해골들은 바닥에 떨어진 무기와 방어구들을 하나씩 걸치기 시작했다. 이가 빠진 검을 들어 올리고, 닳고 닳아 구멍이 뚫린 투구를 뒤집어 썼다.
전체적인 공격력과 방어력이 크게 향상되었다.
“뭐, 뭐야?!”
“당황하지 말고 다들 뭉쳐요!”
“내 신성력도 잘 안먹혀!”
수세에 몰리는 게 눈에 보일 정도였다.
“크하하! 빨리 가서 동료들을 도와야 하지 않겠나?!”
저벅, 저벅.
나는 땅에 쓰러진 마족을 향해 다가갔다.
“아, 아니······. 도와야하지 않겠습니까? 저기요······?”
오히려 당황한 녀석이 얼빠진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내가 도와줄 필요는 없다. 저기에 있는 녀석들은 내가 아는 가장 재능있는 놈들이다.
그러니 여기서 반전의 마족을 막는 게 내가 할 일이다.
나는 조용히 역전의 검을 들어 올렸다.
“에잇!”
협박이 먹히지 않는단 걸 알아챈 마족이 잽싸게 자리에서 일어나며 단검을 내질렀다. 아직도 힘을 숨기고 있었던 모양이다.
『 스킬 ‘일자베기 Lv.12’를 발휘합니다. 』
내 일자베기와 녀석의 단검이 맞부딪혔다. 녀석의 단검은 힘없이 깨져버렸다. 이어지는 날카로운 칼날이 놈의 어깨죽지를 베어냈다.
“크아아악!”
엘리스가 없는 상황에서 굳이 본질 베기로 내 수명을 낭비할 필요는 없었다. 녀석을 처리하는 건 일자베기로 충분하다.
마무리를 하려는 그 순간이었다.
다그닥, 다그닥!
“반전의 마족이시여, 제 손을!”
말을 타고 나타난 듀라한이 반전의 마족을 낚아챘다. 놈이 타고 있는 말은 땅에서 벗어나 하늘 위로 날아 올랐다.
“이대로 퇴각하시겠습니까?”
“미쳤냐?! 저 아이템 안 가져가면 우리 전부 죽은 거나 다름 없어!”
“그러면 일단 부상을 회복하실 안전한 장소로 가겠습니다!”
저 멀리 뼈로 이뤄진 언덕을 향해 날아갔다.
오르티마가 전투 중인지라 뒤쫓을 수가 없다.
‘도망 한 번 빠르군.’
그래도 어차피 아이템은 내 손에 있다. 나는 일행들이 치열하게 전투를 벌이고 있는 장소로 돌아왔다.
진세아를 향해 떨어지는 철퇴를 가볍게 쳐냈다. 달려드는 해골들도 전부 짓이겨 버렸다.
콰드드득! 콰득!
“고, 고마워요. 진짜 죽을 뻔 했네!”
“사부님!”
“이대로 계속 싸워야 하는 건가요?”
나는 저 멀리 뼈언덕을 바라봤다. 반전의 마족이 정신을 차리고, 제약을 재개하면 해골들이 압도적으로 강해질 게 틀림 없다.
『 대상 진세아가 재능 개화를 앞두고 있습니다. 』
『 대상 엘리스가 재능 개화를 앞두고 있습니다. 』
‘그렇다면······.’
일행의 상태를 확인한 뒤, 나는 해골들을 쳐부수며 앞으로 나아갔다. 확실히 이 해골들은 내 상대는 아니다.
종잇장처럼 부숴지며 금새 넓은 자리가 생겨났다.
“내가 맡을테니 잠시 쉬고 있어.”
“후와······.”
“우으······.”
“고생했어. 아직 많이 남았지만.”
세 명이 동시에 자리에 주저 앉았다. 목룡이었던 오르티마도 슬라임의 형태로 돌아와 있었다.
뀨우.
녀석은 내가 들고 있는 보따리에 달라 붙었다.
나는 한 손으로 검을 휘두르면서 보따리를 오르티마에게 던져줬다.
어쩌면 오르티마가 이번에도 아이템을 삼켜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었다.
최소한 오르티마가 삼킨다면 마족에게 뺏길 염려는 하지 않아도 되니까.
덥썩!
검은 보따리를 벗기자 강렬한 노란빛이 퍼져나왔다.
스파크가 터져나왔지만 오르티마는 아랑곳하지 않고 에픽 아이템의 일부를 삼켰다.
『 형상기억마수 오르티마가 불완전한 아이템을 흡수합니다. 』
『 해당 아이템의 치명적인 오류를 발견했습니다. 』
『 아이템의 오류를 자가판단 하에 수정합니다. 』
오르티마의 둥근 몸 전체로 퍼져나가는 금빛!
내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우, 우와아······!”
“이게 뭐에요? 에, 에픽?”
뒤쪽에서 탄성이 터져나왔다.
콰아앙!
해골들을 한 번 밀어낸 뒤 고개를 돌렸다.
『 이계 규율이 해당 아이템에 대한 예외성을 발휘합니다. 』
『 오르티마에 의해 해당 아이템의 인과적 타당성이 인정됩니다. 』
일행 세 명이 도란도란 모여 눈을 반짝이고 있었다.
찬란한 금빛을 내뿜는 구체.
의심할 여지 없는 에픽 아이템이었다.
아무래도 내 생각보다 훨씬 더 잘 된 모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