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100 thousand reincarnation he became a transcendent hunter RAW novel - Chapter 136
136화 오버 더 레전더리(6)
절대 신성.
그것은 일반 신성과는 궤를 달리한다.
신성력이 언데드에게 추가 피해를 입히는 정도에 그친다면, 절대 신성은 언데드의 존재 자체를 멸하는 극상성이다.
언데드에 대한 절대적인 우위.
그 앞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언데드는 없다. 최고위 언데드조차도 그 힘 앞에선 무릎을 꿇을진데, 일반 해골 병사가 아무리 강하다 한들 버틸 리가 없었다.
츠즈즈즈······!
“우와아······.”
엘리스는 눈 앞의 대군이 녹아 내리는 모습을 넋을 놓은 채 바라보았다.
“이, 이거 사기 아니에요······? 내가 제대로 보고 있는 거 맞죠?”
진세아도 눈을 깜빡거릴 뿐이었다.
샤아아—!
그런 기적을 행사하는 채아연의 뒤로 찬란한 후광이 비치고 있다. 허공에 떠오른 그녀는 에픽 등급의 성배를 꼬옥 쥐고 있었다.
그야말로 성녀 그 자체였다.
덜그럭······. 덜그럭······.
우리를 향해 진격하는 해골들은 머리에서부터 녹아내려 몇 걸음 걷지도 못한 채 그대로 금빛 가루가 되었다.
흉흉한 기세를 뿜어내던 해골들이 한줌의 가루로 변한 것이다. 그 위에 살포시 놓인 자그마한 마정석까지. 녀석들은 완벽히 처리 되었다.
‘이 정도 규모로 절대 신성을 펼칠 수 있을 줄이야······.’
채아연이 가진 신성력이 얼마나 방대한지 가늠할 수도 없다. 미래의 채아연의 말에 따르면 마력을 변환하여 신성력으로 사용할 수도 있다 했으니.
본래 계획은 절대 신성을 부여 받아 초마도파괴 광선을 사용하는 것이었는데 말이다.
‘역시 최후의 5인이라 이건가.’
단순히 적을 쓰러뜨렸다에서 끝나는 게 아니다.
재능 개화를 한 채아연의 경험치는 약 5배. 해골들이 가진 막대한 양의 경험치가 전부 채아연에게 깃들 거다.
『 타재간파의 서에 ‘절대 신성 부여’가 기록됩니다. 』
나 또한 언데드에 대한 절대 상성을 지니게 되었음은 말할 것도 없다.
“······.”
이윽고 채아연이 허공에서 내려왔다. 자신이 한 일이 믿기지 않는지 어안이 벙벙한 표정이었다.
그녀의 시선이 내게 닿았다.
“이지한 헌터님······. 대체 뭐하는 사람이에요······?”
초마도광선으로 해골들을 쓸어버린 뒤 채아연에게 차례를 넘겼다. 그녀는 훌륭하게 자신의 역할을 수행해냈다.
그게 전부였다.
나는 무덤덤하게 대답했다.
“재능이 보였거든요.”
실제로 그러했다. 타재간파는 타인의 재능을 간파하고 개화시키는 능력이니까.
“자세한 이야기는 저 녀석을 쓰러뜨리고 하죠.”
나는 역전의 검을 들어 앞쪽을 가리켰다.
반짝이는 땅 위로 반전의 마족이 덩그러니 남아 있다. 금빛 가루를 잔뜩 뒤집어 쓴 채 홀로 서 있는 미남.
녀석의 표정이 볼만했다.
“아니, 아니······. 이런 일이 있을 리가 없잖아. 대적자가 무슨 신이라도 된다는 거야······?”
녀석은 멍한 표정으로 중얼대고 있었다. 그만한 수의 병력을 단숨에 잃었으니 당연한 반응이었다.
참모 역할을 하던 듀라한도 절대 신성에 녹아 보이지 않는다.
“무슨 수를 쓴거냐! 인간에 불과한 네 놈이 대체 무슨 수로!”
저벅, 저벅.
나는 반전의 마족을 향해 다가갔다. 녀석은 이미 전투 의지를 상실해 있었다.
“어이, 오지마라! 저리가······! 가란 말이다!”
얼굴이 새하얗게 질린 반전의 마족은 뒷걸음질치다 바닥에 넘어졌다.
나는 녀석의 목에 검의 끝을 겨눴다.
“에픽 아이템의 나머지 부분은 어디에 있지?”
“모, 몰라······! 나도 모른다고! 나는 그냥 예언의 마족님의 명령을 받고 움직였을 뿐이다!”
“······그런가.”
그렇다면 볼 일은 없다.
반전의 마족.
그의 제약은 성가시기 그지 없다.
약하디 약한 해골조차 강력한 군사로 만들어버리는 사기적인 제약.
놈을 살려둘 이유는 조금도 없다.
나는 검을 머리 위로 들어 올렸다.
이번에는 놓치지 않는다.
『 각성 스킬 ‘일자베기 Lv.13’을 발휘합니다. 』
콰아아아——!
푸른 기둥이 하늘 위로 솟아 올랐다. 나를 중심으로 시작된 광풍이 금빛 가루와 뒤섞여 게이트 전체로 퍼져나갔다.
이렇게 게이트 공략이 끝났다.
* * *
공략을 마치고, 우리는 마정석을 주웠다.
이게 다 돈인데 아무리 급해도 그냥 두고 갈 수는 없다.
“으아, 마정석 줍다가 죽는 줄 알았네!”
“그래도 진세아양 덕분에 빨리 끝났네요!”
“다들 고생했어.”
재능을 개화하기 전까지는 전투가 긴박하기는 했다. 헝클어진 머리를 한 엘리스는 방어구도 너덜너덜해져 있었다.
“우으으······. 원래는 쉬는 시간에 먹으려고 했는데······.”
그리 말하면서 품에서 약과를 꺼내 먹는 엘리스.
“그거 뭐야? 약과? 나도 주라.”
“여기요, 많이 있어요······.”
이계 규율의 업적 보상은 없었다.
이제 중위 마족을 잡는 정도로는 받을 수 없는 모양.
아쉽지만 오르티마도 딱히 무언가를 뱉어내지 않았다.
‘그래도 예상치 못한 이득이 있었어.’
프로젝트 아포칼립스에 사용될 에픽 아이템을 미리 차단했다. 그 뿐인가, 오르티마를 통해 일부 복원까지 성공했다.
‘모두의 성장까지 생각하면 얻은 게 많은 공략이었다.’
진세아는 재능 ‘리미트 해제’를 개화하고, 레벨 업을 통해 S급 헌터가 되었다. 채아연 또한 ‘절대신성부여’를 획득했다.
이번 공략으로 두 사람 다 S급에 도달했다.
‘목적은 전부 달성했다.’
엘리스가 재능을 개화하지 못한 건 조금 아쉽지만, 앞으로 계속 데리고 다닐거니 문제 없다.
그때였다.
“저기요······.”
채아연이 쭈뼛쭈뼛 내쪽으로 다가왔다.
“처음 게이트 공략할 때 의심해서 미안해요. 제가 괜히 까칠했던 것 같아서요. 이지한 헌터님, 진짜 실력있네요. 인정.”
나는 어깨를 으쓱여 대답을 대신했다.
“그래서 말인데요, 지한 오빠라고 불러도 되죠?”
“?!”
그 순간, 엘리스와 간식을 먹던 진세아가 획 돌아봤다.
“왜 그래?”
“······아뇨, 아무것도 아닌데요?”
갑자기 뭐가 튀어 나오는 줄 알고 깜짝 놀랐다. 진세아의 위기 감지 능력은 무시할 수가 없으니까.
나는 다시 채아연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러면 나도 말 편하게 할게. 괜찮지? 부르는 건 마음대로 하고.”
“네, 지한 오빠!”
“그래, 그래. 이제 나가자.”
게이트 바깥으로 나가자 지하철 역에 은빛의 날개 관계자들이 모여 있었다.
들어 올 때는 없었던 사람들이다. 윤지은이 보내 준 사람들인 모양.
“고생하셨습니다! 소식을 늦게 들었습니다.”
“사진 몇 장만 찍어도 될까요? 길드 내부 기록용으로 쓸 겁니다.”
사람들이 따뜻한 차와 담요를 가져다 줬다.
우리는 극진한 대접을 받으며 은빛의 날개 본사로 돌아올 수 있었다.
– 수호 길드 S급 게이트, 최단기 공략!
– 초신성 ‘신태양’의 본격적인 활약······.
– “이번 공략의 주인공은 신태양” 단독 길드장 인터뷰
돌아 오는 길에 차 안에서 확인한 기사였다.
‘잘하고 있구만.’
재능을 개화한 신태양이 제대로 활약하고 있는 모양이다. 이제 마족과의 전투에서도 충분히 힘을 발휘 할 수 있을 거다.
은빛의 날개 본사.
로비에서 사람들이 이리저리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은빛의 날개 관계자가 아닌 사람도 몇 보였다.
“우리가 공략하는 동안 무슨 일이 있었나봐요?”
“수호 길드에서 최단 공략을 해서 그런 게 아닐까요? 아까 기사 봤어요.”
“그런 일이 있었어?”
아마 그것 때문은 아닐 거다.
“오늘 하루는 푹 쉬고, 내일 보자.”
“하루요? ······완전 지옥의 일정인데요. 뭐, 지금 이 느낌이면 뭘해도 될 것 같기는 해요.”
“매일 매일 사부님과 훈련이라니, 야호······.”
진세아가 자신만만하게 가슴을 폈다. 채아연도 이번 공략에서 성장을 경험 했기에 불만은 없었다. 오히려 기대된다는 눈치다.
엘리스는 조금 풀이 죽은 것 같기도 하다.
너무 굴렸나.
일단 모두가 각자의 숙소로 돌아간 사이 나는 은빛의 날개 장인 공방으로 향했다. 김건이 나를 맞이해줬다.
“아, 지한씨. 방어구는 어떠셨나요? 설마 부작용이 있었던 건 아니죠?”
“아뇨, 아주 잘 썼습니다. 성능 확실하던데요.”
“뭔가 제가 만든 것보다 더 좋아진 것 같은 느낌이······.”
착용 중인 아이템의 정보는 일반적으로 볼 수 없다. 슬슬 성장형 아이템에 대해 알려줘도 괜찮을 시기이긴하다만, 조금 더 상황을 봐야겠다.
나는 김건의 정보창을 살폈다.
『 김건의 재능 ‘오버 더 레전더리’ 개화까지 5 / 50 』
굉장히 빠른 속도로 레전더리를 찍어내고 있었다. 이 정도 속도라면 조만간 능력을 개화할 것 같다.
여기에 온 목적은 따로 있었다.
스윽.
품 안에서 청색의 파편을 꺼내 김건에게 건네었다.
『 신기한 재능의 파편 』
“혹시 이 세 개를 합성해 주실 수 있습니까?”
파편을 확인한 김건의 눈매가 변했다.
“오······. 이건 굉장히······. 신기한 아이템이네요.”
미래의 김건은 파편을 합성하는 제작대까지 만들어 놨었다.
“한 번 해볼게요. 아니요, 꼭 제가 하게 해주세요!”
내 옷을 붙잡고 흔드는 김건.
“어차피 그럴 생각으로 들고 온 겁니다. 놔주시죠.”
“아, 죄송합니다. 저도 모르게 흥분해서.”
파편은 김건에게 맡겼다. 저것까지 조각으로 만든다면 내 미천한 재능도 조금 더 나아지겠지.
“그러면 이제 할 일은······.”
기다리는 것 뿐이다.
* * *
– 아니, 미쳤어요? 지한씨 대체 어떤 방법을 쓴 거에요?
이제는 명실상부 은날의 길드장 윤지은.
그녀의 음성이 스마트폰을 넘어 들려왔다.
“왜 이렇게까지 해주는 거에요? 저기요, 이제는 무서울 지경이거든요?”
“그냥 어쩌다보니 그렇게 됐네요.”
“저희 돈 별로 없어요······. 큰일이네. 이거 얼마를 드려야하지.”
“······딱히 돈을 바라고 한 일 아닙니다.”
다음날 점심.
채아연과 진세아는 다시 능력 테스트를 받았다. 그 정보를 들은 윤지은에게서 득달 같이 전화가 온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전화 드리려고 하긴 했어요. 아직 언론에는 나가지 않았는데, 조만간 대규모 공략이 있을 것 같아요. 자세한 사항은 나중에 만나서 알려 드릴게요.”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뭘요, 지한씨가 한 일에 비하면 별 거 아니죠.”
보글보글.
통화를 종료하고 나니 냄비에 올렸던 물이 끓고 있었다. 나는 비빔면의 봉지를 뜯어, 면을 물에 집어 넣었다.
“사부님께서 직접 요리를 해주신다니. 어떤 요리인가요?”
그 앞에는 엘리스가 앉아 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라면.”
게이트에서 진세아와 채아연의 활약이 너무 두드러졌던 탓에, 엘리스가 나설 일이 거의 없었다.
그 탓에 묘하게 풀이 죽어 있는 것 같기도 하다.
『 스킬 ‘중급 요리 Lv.11’을 발휘합니다. 』
위로도 하고, 요리 스킬의 위력도 확인할 겸 불렀다.
“사, 사부님이 좋아하는 라면······.”
이곳은 은빛의 날개에 마련된 주방.
‘이번 공략은 이전과는 다른 대규모 공략이다.’
그걸 대비해서 나도 대량의 식재료를 준비해뒀다. 꽤 이전에 마정석을 담기 위해 샀던 공간 배낭이 톡톡히 제 역할을 했다.
치이익.
옆에 놓인 후라이팬에 대패 삼겹살을 올리자, 기름 소리와 함께 맛있는 냄새가 올라왔다.
요리 스킬 덕에 별 다른 주의를 들이지 않고 비빔면과 삼겹살을 동시에 완성할 수 있었다.
“와아······.”
군침을 흘리는 엘리스에게 음식을 내밀었다.
『 추가효과로 인해 적용 능력치가 두 배가 됩니다. 』
『 정성스럽게 조리된 비빔면 』
– 모든 능력치 12% 증가 (3시간)
– 피로 회복 100%
『 환상적으로 구워진 대패 삼겹살 』
– 영구적인 체력 증가 0.1% (1회 한정)
– 체력의 3%에 해당하는 보호막 획득합니다.
두 개의 음식은 정보창으로 확인할 수 있는 아이템이 되어 있었다.
‘효과가 미쳤는데······.’
중급 요리 스킬의 성능은 끝내줬다. 다른 세계에서 구해 온 스킬이라 그런지, 말도 안되는 가성비를 자랑했다.
이 정도면 게이트 내부에서도 충분히 요리 해볼만하다.
“사부님 혹시 영약을 넣어서 만드신 건가요······? 이전에 게이트 안에서 먹었던 것보다 효과가 훨씬 좋아보여요.”
간혹 사치스러운 헌터들이 그런 일을 한다곤 들었다만, 그럴 바에는 영약을 그냥 마시지.
“어쨌든 잘먹겠습니다.”
그리 말한 엘리스가 능숙한 젓가락질로 비빔면과 삼겹살을 입에 넣었다.
투둑.
젓가락을 떨어뜨린 엘리스는 충격을 받은 것처럼 굳어졌다. 뭐가 잘못 됐나?
“뭐야? 괜찮아?”
“너무 맛있어요······.”
뭐야, 그런 거였나.
“고마워요, 사부님. 완전 힐링이에요······. 너무 맛있어서 눈물이 날 것 같아요. 헤헤.”
눈물을 글썽이는 엘리스.
따지고보면 대한민국까지 무턱대고 건너 온 거다. 분명 원래 있던 곳에서 아는 사람들이 있었을텐데.
예언 하나에 의지해서 여기까지 왔는데 의도치 않게 고생만 시키고 있다.
엘리스가 열심히 비빔면을 먹는 사이.
다시금 한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 백묵
스마트폰을 확인한 나는 주방에서 빠져나와 전화를 받았다.
‘슬슬 연락이 올 거라고 생각했다.’
윤지은이 말한 대규모 게이트 공략.
이건 단순한 게이트가 아니다.
– 아, 지한씨. 어쩌다보니 예상보다 일찍 전화드리게 됐네요. 예상보다 일찍 판이 준비될 것 같아요.
헌터 협회에 숨어 있는 ‘환상의 마족’.
백묵은 그를 끌어내기 위한 작전을 계획하기로 했었다.
– 의외로 그쪽에서 먼저 움직여주더라구요, 저희한테는 절호의 기회죠. 알고 계셨을지도 모르겠지만 유례없는 대규모 게이트가 출현했어요.
윤지은이 말했던 그 게이트일 거다. 현재 대중에게는 알려지지 않은 게이트.
– 그냥 크다고만 말씀드리면 와닿지 않겠죠. 이게 말도 안되는 규모여서요, 의견을 종합하는데 시간이 꽤 걸렸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나는 그 게이트의 정체를 알고 있다.
프로젝트 아포칼립스를 위한 최후의 게이트.
상위 나약의 마족과 환상의 마족의 합작품.
– 이번 공략에는 네 개의 단체가 참여합니다. 수호, 은날, 오성 그리고 협회. 정말 말도 안되는 규모에요.
백묵이 말을 이었다.
– 심지어 협회 쪽에서는 그 부회장이 직접 공략에 참가한다더군요. 재밌어졌어요.
협회의 부회장.
그 정체가 바로 환상의 마족이다.
그는 살짝 들뜬 목소리로 내게 물었다.
– 그래서 말인데요, 지한씨는 어느 단체에서 공략에 참여하시겠습니까?
원하시는 장소 어디에서든 공략이 가능하게 만들어드리겠습니다.
백묵은 그렇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