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100 thousand reincarnation he became a transcendent hunter RAW novel - Chapter 14
14화 인과역전의 상점(1)
이건 미친 짓이었다. 아니, 정말로 미친 것 같았다.
분명히 미친 짓이었는데, 해냈다.
“하아······. 하아······.”
윤서현은 바닥에 주저 앉아 숨을 내쉬었다. 검은 비가 추적 추적 내린다. 맞아도 무해한 비일까? 모르겠다.
멀지 않은 장소에 쓰러진 이지한이 눈에 들어왔다.
마나를 급격히 소모한 탓에 시야가 어지러웠지만 잠시 뿐이었다. 비틀거리며 자리에서 일어선 윤서현이 그에게로 다가갔다.
보면 볼수록 이상한 사람이었다.
‘대체 뭐하는 사람이야.’
만년 F급 헌터.
그게 이지한에 대한 첫인상이었다. 협회에서 확인한 이지한의 정보에는 이렇다할만한 특이사항이 없었다.
그가 각성한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다는 것만 빼면 그는 평범한 헌터였다.
‘보고도 믿을 수가 없어.’
대부분의 사람들은 늦어도 반년이면 F급 헌터에서 벗어나 D급이 된다. 특수한 이유가 있지 않은 한은 그랬다.
그런데 저 남자는 3년이 넘는 시간 동안 F급이었다. 게이트 공략에 참여하지 않은 것도 아니다. 꾸준하게 게이트에 들어 갔단 기록이 남아있었다.
그러니 더더욱 이해할 수가 없었다.
‘왜 능력을 숨기고 있었던거야?’
윤서현이 본 이지한은 결코 F급에 머물만한 사람이 아니었다.
F급 게이트에서 목격한 네임드 몬스터 쿠훌렌과의 결투. 쿠훌렌을 물리친 건 분명 이지한이 맞았다. 그 고블린은 이지한을 바라보며 자신의 이름을 밝혔다.
그리고 오늘.
윤서현은 다시 한 번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마주했다.
무차별적인 폭격을 가하는 규격 외의 존재.
변칙 게이트에 등장한 새로운 보스 몬스터.
도저히 쓰러뜨릴 수 없을 것 같은 몬스터를 이지한은 단칼에 베어냈다. 한줄기로 이어진 검의 푸른 잔상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내 공격도 전혀 통하지 않았는데.’
자신도 몇 번이고 파이어볼을 던져봤지만 마수에게 아무런 타격도 입힐 수 없었다.
마지막에 자신의 공간이동이 도움을 줬다곤 하나, 결국 몬스터를 죽인 건 이지한의 칼날이었다.
무엇보다 그 눈빛이 아직도 생생하다.
자신을 향해 달려오던 이지한의 눈.
‘미쳤어.’
어떤 미친 사람이 마수의 머리 위로 공간이동을 한단 말인가. 그것도 압도적인 화력을 뽐내는 마수를 향해서.
실패하면 뒤가 없는 정신나간 공격이었다.
그럼에도 이지한은 알고 있는 것만 같았다. 자신의 공격이 성공한다는 것을. 확신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 기세에 밀려 공간이동을 했다.
그 결과는······.
어처구니 없게도 대성공이었다.
지금 내리고 있는 검은 비가 바로 그 증거였다.
내색은 안하고 있었지만 윤서현은 나름대로 죽을 각오를 하고 있었다. 조용히 있으라는 언니의 말을 좀 새겨 들을 걸 후회도 잠깐했었다. 하지만 결국 살아남았다.
이지한 덕분이었다.
그런 기적을 만들어낸 장본인은 검을 움켜쥐고 쓰러져있다.
윤서현이 그를 흔들었다.
“일어나요, 자고 있을 시간 없어요.”
“으윽, 당분간 못 움직입니다.”
확실히 큰 기술이었으니 못 움직일만도 했다.
“아뇨, 그래도 움직여야할 것 같은데······.”
윤서현은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들어 올렸다. 어디선가 나타난 은빛 늑대들이 그녀와 이지한을 둘러싸듯 포위하고 있었다.
그 수는 어림잡아 50마리 이상.
게이트 내부의 모든 늑대가 모인 걸지도 모른다. 검은 늑대가 쓰러지자, 이때구나 하고 몰려든 모양이었다.
늑대들은 이빨을 드러내며 천천히 포위망을 좁혀오고 있었다.
“5분만 버텨주시죠.”
“정말······.”
뚜껑을 따서 포션을 쭉 들이키자 시원한 청량감이 느껴졌다.
윤서현은 입가에 흘러내리는 포션을 닦으며 말했다.
“그쪽이 무조건 밥 사요. 제일 비싼걸로.”
“······. 1분만 버텨도 됩니다.”
무조건 버틴다.
윤서현의 손에 푸른 마력이 맺히기 시작했다.
* * *
“나왔다! 감사합니다!”
“사, 살았어요. 어떻게 되나 싶었는데, 정말 감사해요.”
변칙 게이트에서 빠져 나온 로만 길드원들이 각자 한마디씩 뱉었다. 내부에서 그만한 일이 있었지만, 바깥은 고요했다. 들어오기 전과 같다.
‘아무도 없는 게 당연하지. 실제 공략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으니까.’
윤서현은 놀랍게도 혼자서 늑대들을 몰아내는데 성공했다. 그 시간을 전부 합쳐도 예정된 범위 안이었다.
나는 그녀의 부축을 받으며 게이트를 빠져나왔다.
자연 회복 스킬은 부상에는 특효였지만,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심력이나 기력의 회복은 느렸다.
‘그래도 이렇게까지 못 움직일 줄은 몰랐는데.’
일자베기를 한계까지 늘여 사용한 반동이었다. 위력이 높은만큼 그 대가도 컸다. 그래도 이제는 적당히 회복 되었다.
“이제 됐습니다. 혼자 걸을 수 있습니다.”
“그래요?”
로만 길드의 길드장인 고성준에게 방어구를 돌려줘야했다. 마음 같아선 가져가고 싶지만 쓸데없이 고소 당하고 싶진 않았다.
“여기. 잘썼습니다.”
“윽······.”
너덜너덜 방어구를 받아든 고성준의 얼굴이 울상이 되었다. 진짜 잘 쓰긴했다. 마력 탄환을 몇 번씩이나 막아줬으니까.
내가 살려줬다는 자각은 있는지, 고성준도 뭐라 입을 열진 못했다. 게이트 내부에서 목격했던 장면이 상당히 충격적이었을테니.
다른 길드원인 박현주의 눈가에는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덕분에 무사할 수 있었어요. 만약 두 분이 없었으면 저희끼리 어떻게 됐을지······. 상상하기도 싫어요.”
나머지 길드원들도 연신 고개를 숙였다. 빳빳하던 고성준의 고개도 슬쩍 내려간다. 머리를 식히고보니 깨달았을 거다.
자신이 길드원 모두를 사지로 몰고 갈 뻔 했단 걸.
윤서현 헌터는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나중에 협회에서 연락이 갈건데, 그때 잘 좀 말해주세요.”
이번 사건은 지난 네임드 몬스터 사건과는 다르다.
변칙 게이트인 걸 미리 파악했고, 사건이 일어나기 전에 막았다. 로만 길드 중 누구도 심하게 다치거나 죽지 않았다.
윤서현의 말을 잘 새겨들은 박현주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물론이죠. 그런데······.”
그녀의 시선이 나를 향했다.
“윤서현 헌터님 말고 다른 분 이름을 미처 못 여쭤봤네요. 혹시 이름이······?”
갑자기 내 이름을 묻는다. 옆에 서 있던 윤서현이 내 옆구리를 슬쩍 찔렀다.
“뭐, 어때요. 어차피 보고서에 들어갈 건데.”
그러니까 그게 곤란하다.
“김갑환입니다.”
“아, 김갑환 헌터님! 정말 감사합니다. 절대로 안잊을 거에요.”
그냥 생각나는 이름을 댔다. 물론 내 이름은 이지한이다.
윤서현이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날 바라본다. 길드원들이 뒷정리를 하기위해 물러서자, 그녀가 내게 물었다.
“진지하게 물을게요. 혹시 수배 중인 빌런이에요? 21세기에 왜 그렇게까지 신상정보를 숨기는거에요? 지난번도 그렇고.”
“별로 눈에 띄고 싶지 않아서 그렇습니다.”
나라고 숨기고 싶어서 숨기는 게 아니다. 내 잠재력을 인정 받아 대형 길드의 후원을 받으며 빠르게 성장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
‘문제는 그러기엔 내 성장이 너무 빠르다는 거다.’
경험치 10만배는 단순히 레벨 뿐 아니라 스킬에도 적용된다. 그 성장세는 단순히 재능으로 치부하기엔 확실히 비정상적이다.
사회에 숨어든 마족 놈의 블랙리스트에 올라는 건 사절이다.
‘적어도 날 지킬 힘이 생길 때까지는 적당히 사리자.’
대한민국에서 헌터를 하는 이상, 완전히 나를 숨기는 건 불가능하다. 그래도 괜히 튀어서 좋을 건 없다.
이미 성장의 마족을 쓰러뜨린 시점에서 상당한 활약이긴하다. 그러나 이 정도는 윤서현 선에서 틀어막을 수 있는 정보다.
‘성장의 마족을 잡은 것도 문제는 안된다.’
성장의 마족은 다른 마족들과 커뮤니케이션이 없는 최하위 마족이다. 타고난 자질이 뛰어나보니 군단장이 된 것 뿐이다. 다른 마족들은 녀석의 존재도 모른다.
“변칙 게이트의 보스도 윤서현 씨가 잡은 걸로 하죠. 제 도움은 부가적인 정도로. 협회에서도 그쪽을 더 선호할테고요.”
혹여 나에 대한 기록이 남더라도 괜찮다. 내 뒷조사를 하고 그 점들을 하나의 선으로 이어내는 정도가 되면 나는 이미 충분히 강해져 있을테니까.
눈을 가늘게 뜬 윤서현이 고개를 저었다.
“제가 아무리 뻔뻔해도 그건 아니죠.”
“F급 헌터가 그런 대형 마수를 잡을 리가 없잖습니까.”
지난번 사건 때 써먹었던 변명이지만 이게 사실이다. 이제 한등급 올라서 D등급이긴하지만 그게 그거다.
보스를 잡아도 C등급 상위인 윤서현이 잡는 게 자연스럽다.
“부탁 좀 하겠습니다. 대신 밥은 제가 사겠습니다.”
“······그건 원래 사는 거였잖아요.”
잠시 고민하던 윤서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요. 그렇게까지 말하면 어쩔 수 없죠. 대신 협회에서 깊게 추궁하면 저도 거짓말은 못해요.”
“아마 관심도 없을겁니다.”
나는 윤서현을 지긋이 바라봤다. 그녀는 마지못해 승낙했다.
“······뭐, 덕분에 큰 사고를 하나 막기는 했으니까요. 근데 진짜 이래도 되나 몰라.”
“됩니다.”
“그러니까 그걸 어떻게 아는거에요. 혹시 아는 사람 중에 협회 사람 있어요?”
나는 대답대신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있기는 있었다.
회귀 전 협회 이야기를 줄기차게 늘어 놓던 인간이.
‘그 사람은 협회가 제대로 굴러가기만 했어도 세계가 멸망할 일은 없었다고 생각했었지.’
협회에서 나를 찾는다해도 둘러댈 거리는 많다. 변칙 게이트를 알아낼 수 있는 방법이 마기 측정만 있는 건 아니니까.
“나중에 연락이나 꼭 해요! 그쪽이 밥 사기로 한 거 잊지 말아요!”
뒤를 돌아선 윤서현이 멀어지며 소리쳤다.
당장은 윤서현을 걱정하진 않아도 될 것 같다. 왜인진 몰라도 그녀는 내게 호감을 보이고 있으니까.
일단 성장의 마족에 대한 건 마무리 됐다.
아, 이렇게 돌아가면 안된다.
기껏 공간이동 능력자를 만났는데.
“잠깐!”
“네? 왜요?”
내 부름에 윤서현이 멈춰섰다. 뭔가 기대하는 표정이다. 물론 그 기대는 내가 다음 말을 꺼내자마자 사라졌다.
“용산까지 좀 데려다주시죠.”
“······저기요, 이지한씨. 저한테 뭐 맡겨놨어요?”
“싫으면 됐습니다.”
턱.
그냥 돌아서려는데 윤서현이 내 어깨를 붙잡았다. 그러더니 중얼거렸다.
“뭐, 싫은 건 아니고요.”
* * *
윤서현 덕분에 편하게 아이템 반납을 하고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쓰러져서 하루를 꼬박 잠들었다. 큰 부상은 없었지만 몸을 격렬하게 움직인데다 일자 베기의 후유증이 심각한 탓이었다.
그래도 한숨 자고나니 온몸이 상쾌해졌다.
『 스킬 ‘자연 회복 Lv.10’의 효과가 발휘 됩니다. 』
『 초인적인 회복 능력! 』
메시지를 확인하는 내 입가에 흐뭇한 미소가 걸렸다.
‘역시 스킬이 사기야.’
자연 회복이 아니었다면 며칠 동안 꼬박 잠만자야 했을 거다.
『 대량의 스킬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
『 자연 회복 Lv.10 [ 35% ] 』
메시지를 확인하던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스킬 레벨 옆에 경험치 퍼센티지가 표시되고 있었다.
‘맞다, 마족을 처치하고 최대 레벨이 늘어났지.’
덕분에 일반적인 스킬의 최대 레벨인 10 이상으로 경험치를 쌓을 수 있게 되었다.
한숨자고 일어난 걸로 35%의 경험치가 찼다. 누가 들으면 기가 막힐만한 성장세긴 했지만, 조금 불만스럽다.
확장된 레벨이여서 그런가? 10만배라는 배율을 감안해도 경험치가 오르는 게 엄청나게 더디다.
‘스킬의 레벨이 10을 넘어가면 그 효과가 무지막지 하다고 알고 있긴한데.’
그 성능만큼 경험치를 올리기가 쉽지 않다는 걸까.
스킬의 레벨을 최고치 이상으로 올리는 아이템은 엄청난 고가에 거래 된다. 나하고는 연이 없는 이야기였지. 그런 능력을 그냥 얻었으니, 말이 안되는 거긴 하다.
‘응?’
무재조정 특성의 위대함을 느끼며, 문득 스마트폰을 확인하니 부재중 알림이 떠 있다.
– 부재중 전화(4) : 윤정수
내가 과거에 일했던 헌터 사무소의 소장이었다. 다른 길드의 땜빵을 이유로 전화를 건 것 같다.
‘대타는 더 이상 뛸 생각이 없는데······.’
이제부터는 벌이가 달라지는데, 땜빵이나 하면서 푼돈을 모을 생각은 없다.
나는 인벤토리에 몰래 넣어두었던 마정석을 꺼내들었다.
『 경이로운 순도의 마정석(D++) 』
희미한 붉은 빛을 발하는 마정석이었다. 성장의 마족을 잡고 나온 녀석이었다. 내가 괜히 바닥에 쓰러져 있었던 게 아니다.
덕분에 들키지 않고 챙길 수 있었다.
‘태생이 D등급 게이트여서 아이템 등급은 좀 아쉽지만. 이게 어디야.’
낮은 등급의 게이트에서 나올 수 있는 마정석의 등급엔 제한이있다. 그건 변칙 게이트라고 해도 마찬가지다. 해당 게이트가 품고 있는 마력 수준이 정해져 있어서다.
‘그래도 이 정도면 최소 오백만원은 받지 않을까?’
경이롭다는 수식어가 붙었으니 그 이상의 가격을 기대해 봐도 좋았다. 마정석의 활용처는 무궁무진하지만, 그 순도에 따라 용도가 달라지니까.
물론 이번 마족 사냥의 결과물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나는 성장의 마족을 잡고 나왔던 메시지를 다시 한 번 떠올렸다.
– 이제 레벨당 능력치 증가량이 1.2배가 됩니다!
앞으로 레벨을 올리는 동안 능력치가 1.2배로 오른단 의미다. 이건 기초 능력치가 되어 아이템을 착용할 때 폭발적인 힘을 낼 기반이 된다.
‘레벨업은 게이트만 구해지면 순식간에 할 수 있으니 문제가 안되지.’
여기에 더해 모든 스킬의 최대 레벨 상승.
– 모든 스킬의 최대 레벨 1 증가합니다!
‘이것도 마찬가지로 올리기만 한다면 기댓값이 크다.’
만족스러운 보상이었다.
하지만 진짜 핵심은 따로 있었다.
‘처음부터 궁금했다. 이게 대체 뭐일지.’
특성 ‘무재조정:한계돌파’가 만들어낸 또 다른 기능. 이것에 대한 정보는 어디에도 없다.
그저 이름으로 아이템을 구매하는 상점이 아닐까 추측할 뿐이었다.
당연하다.
이건 이 세계에서 나만이 유일하게 획득한 능력일테니까.
– 인과역전의 상점이 개방됩니다!
나는 손가락을 움직여 상점 기능을 활성화 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