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100 thousand reincarnation he became a transcendent hunter RAW novel - Chapter 140
140화 연합을 이끄는 네 개의 별(4)
이중 던전의 보스 리치가 죽었다.
‘대적자, 네 놈은 큰 실수를 한 거다.’
부협회장은 재빠르게 눈을 돌렸다. 그의 부릅 뜬 눈가에 핏발이 섰다.
지금 이 자리에 없는 누군가가 대적자일 것이다.
이번 공략에 참여한 협회 측 인원은 총 52명.
그들에 대해 세세히 알고 있는 건 아니지만, 비어 있는 인원이 있다면 물어보면 그만이었다.
그러나.
‘이해 할 수가 없군······.’
52명 전부가 이 자리에 있었다.
숨을 헐떡이는 사람도, 전투의 흔적을 가진 사람도 없었다. 모두가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다.
빠득.
부협회장은 저도 모르게 이를 갈았다.
마치 환상 속에서 놀아나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그러나 지금 화를 낸다고 대적자를 찾아낼 수 있는 건 아니었다.
‘후우, 이거 나약의 마족에게 비웃음을 당해도 할 말이 없겠군.’
협회의 주요 인물들을 자연스레 죽음으로 몰아넣으려는 당초의 계획은 완전히 어그러졌다.
“잘은 모르겠지만 리치가 쓰러졌나봅니다. 어쩌면 다른 길드에서 우리가 모르는 지원이 있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행운이군요.”
행운은 개뿔.
부협회장은 당장이라도 마성철의 얼굴을 쳐부수고 싶은 걸 간신히 참아냈다. 여기서 마족임을 드러내는 것만큼 멍청한 짓은 없었다.
이런 곳에서 밝힐 정체였다면, 뭣하러 자신이 수 년 간 인간의 틈에 숨어 있었겠는가.
‘자신만만하게 말했건만 이런 망신이라니.’
첫번째 이중 게이트가 빠르게 공략 되었다.
부협회장이 세웠던 계획은 물거품이 되었다.
그렇다고 해도 사실상 달라지는 건 없었다.
가장 중요한 목적은 변치 않는다.
프로젝트 아포칼립스.
상위 나약의 마족이 착실하게 준비한 계획이다. 이것만큼은 달라지지 않을 거다.
거기에 한 숟가락 얹어 보려고 했건만.
아쉬운 건 어쩔 수 없었다.
‘빌어먹을 대적자 놈.’
그렇게 부협회장이 울분을 삼킬 때였다.
『 최초로 시련을 클리어하셨습니다. 』
『 멸망을 향한 카운트 다운이 시작됩니다. 』
경고성 메시지에 헌터들이 술렁였다.
그들 중 하나가 하늘을 가리키자 그 술렁임은 더욱 커졌다.
“저, 저기 좀 보세요······!”
이전에는 보이지 않던 거대한 운석 하나가 빠르게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추락하는 지점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 제한 시간 내에 다음 지역으로 넘어가십시오. 』
부협회장은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다들 움직이지. 다음 지역이란 곳을 살피러가세나.”
카운트 다운이 시작된 이상, 환상으로 이들을 묶어두는 건 무의미했다. 정확히는 그럴 수 없었다. 환상의 범위가 제한되기 때문이다.
저 운석이 떨어지면 상위 마족인 자신도 무사하리란 법이 없었다.
몰살은 언제나 좋은 선택지지만 휘말리는 건 사양이다.
“이런 상황에도 차분하시다니······.”
“부협회장님······. 역시 노련하셔.”
선두에서 길을 나아가는 부협회장.
그런 그의 뒤를 따르는 52명의 헌터들.
부협회장은 필사적으로 헌터들의 말을 무시하며 나아갔다.
이제는 그런 말조차 열 받을 뿐이었으므로.
모든 게 대적자의 뜻대로인 것 같았지만, 부협회장은 남몰래 비릿한 미소를 흘렸다.
‘그래도 내겐 비장의 수가 하나 남아 있으니,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 게 좋을 거다. 대적자여.’
공략에 참여하는 협회 대부분의 인물들에게 심어 놓은 마기의 씨앗.
그것이 발화하면 대적자를 발견하는 일은 한결 쉬워 질 거다.
“협회장님, 무슨 좋은 일 있으십니까?”
“······.”
부협회장의 옆에 딱 붙어있던 팀장 마성철이 물었다.
“쯧.”
“혀를 차실 정도로 불편하신겁니까?”
“······.”
부디 이 빌어먹을 놈이 대적자이길.
* * *
냠냠.
“뭐야, 뭐 먹는 거야?”
어깨에 보호구로 변해 있던 오르티마가 반대편 어깨로 기어와서 뭔가를 먹었다. 그러고는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다.
엘리스가 내 어깨 보호구를 툭툭 찔러보더니 말했다.
“정말 신기한 생물이네요. 사부님은 어디서 이런 걸 구하셨나요?”
“창고에서 주웠어.”
내 대답에 옆에 있던 윤서현이 눈을 가늘게 뜨고선 물었다.
“그게 어디 창고인지는 말 안해 줄거죠?”
“나중에 때가 되면 말해드리겠습니다. 같이 가시죠.”
“정말요? 나중에 딴 말하기 없어요.”
오르티마는 황금왕 자볼의 창고에서 얻었다.
그것도 미래에 있는 창고.
‘이 시점에도 분명 자볼의 창고는 존재한다.’
미래에선 환세의 도둑 진세아가 아이템을 싹 쓸어가서 건질 게 별로 없었지만, 현시점에선 창고가 개방되지 않았다.
내부의 아이템도 그대로란 말씀.
‘그런데 오르티마는 어떻게 되는 거지?’
창고에 오르티마가 하나 더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뭐, 그때 가봐야 아는거겠지만.
“정말로 저 운석은 괜찮은거겠죠?”
“시간 내에게 지역을 통과하기만 하면 괜찮을 겁니다.”
“지한씨 말이 지금까지 틀렸던 적이 없기는 한데······.”
이중 던전을 공략한 뒤로 협회를 가로막는 건 없었다.
검게 물든 숲을 벗어나자 메마른 언덕에 오르자 거대한 협곡이 한 눈에 들어왔다.
시스템의 메시지대로 우리가 첫 공략자였다.
기다리고 있는 사람은 없었다.
협곡의 웅장함에 협회의 모두가 입을 벌리며 바라볼 정도다.
“우와우, 절벽 아래가 전혀 안보여요!”
“게다가 저 장벽은······.”
중간에 반투명한 보랏빛 장벽이 협곡 전체를 가로막고 있었다. 우리가 다음 나아가야 할 지역은 바로 건너편에 있는 땅이다.
절벽도 절벽이지만 반대편의 땅과의 거리도 까마득하게 멀다.
“부협회장님! 다른 길드의 공략 상황이 보입니다!”
“오, 정말이네. 다들 저기 봐요.”
우리가 위치한 장소는 고지대였다. 뒤를 돌자 다른 길드의 공략 상황이 한 눈에 보였다.
나는 미리 준비해 온 망원경을 꺼내들었다. 3억원 가량의 꽤 비싼 아이템이다.
가장 먼저 오성.
얼어 붙은 숲, 5m 크기의 얼음 마녀와의 전투가 벌어지고 있다. 가장 뚜렷한 활약을 보이는 건 다름아닌 김상욱.
양 손에 단검을 들고 허공을 거침 없이 뛰어다닌다. 마기를 자유자재로 사용해 거의 날아다니는 수준이다.
마녀가 만들어낸 얼음들을 깨부수며 전투를 주도한다.
‘확실히 보통 실력은 아니군. 오성에서 제일 강한 느낌인데.’
마기의 힘이 뛰어나기도 하다지만 상상 이상이었다. 오성의 다른 헌터들도 상당한 실력자건만.
어차피 오성은 공략에 무조건 성공한다. 마족과 내통하는 길드장이 있는 곳이니까.
나는 망원경을 그 옆으로 돌렸다.
‘수호 길드는······.’
신태양과 사최헌의 활약이 눈부시다.
용암이 흐르는 대지 위, 몰려드는 헬하운드를 학살하다시피하며 전진하고 있다. 그 뒤를 받쳐주는 탄탄한 길드원들의 연계까지.
대한민국 1위 길드답다.
‘이번 공략이 끝나면 신태양의 평가가 더 오르겠어.’
대한민국 최강이라는 칭호를 가진 사나이와 비교해도 부족함이 없을 정도.
마지막으로 확인한 길드는 은빛의 날개.
황량한 바위 지대에서 바위 거인과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콰아앙—!
천성호와 신아람이 만들어내는 강렬한 충격파가 이곳까지 느껴진다. 거인이 기우뚱 넘어가는 사이, 길드장 윤지은이 쏘아내는 화살이 비처럼 쏟아져내린다.
엄청난 파편이 솟구쳐 오른다.
채아연의 버프 덕에 윤지은이 쏜 마력의 화살이 더욱 두껍고 강력해졌다.
헌터들도 어떻게든 다른 길드들의 상황을 보고 있었다.
“아무래도 다른 길드들의 공략이 끝나야 다음 지역으로 넘어갈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그때까지는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는 건가.”
하늘 위에서 떨어져내리는 거대한 운석.
그 크기와 거리는 가늠하기가 힘들다.
언제 떨어질지 예측이 가지 않는다.
그것이 협회의 사람들을 더욱 불안하게 만들었다.
팀장인 마성철이 부협회장에게 제안했다.
“지원을 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부협회장은 단번에 고개를 저었다.
“다른 길드들도 이미 충분히 공략을 잘 해주고 있네. 괜한 도움을 주는 것보단 여기서 기다리는 게 나을 걸세.”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습니다.”
마성철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은날이 있는 위치에 거인 둘이 더 모습을 드러냈다.
수호 길드가 있는 쪽도 마찬가지였다. 헬 하운드들 뒤로 철갑을 두른 화염의 야차가 나타났다.
“귀찮게 하는군······. 적당히 할 것이지.”
“예?”
“아닐세, 다만 우리도 많이 지쳤을텐데. 지원이 오히려 독이 되는 건 아닐지 걱정이군.”
돕지 않는다면 더 많은 시간이 걸릴 거라는 건 누구라도 예측할 수 있었다.
“부협회장님 저희는 괜찮습니다!”
“아까 쉬어서 괜찮습니다. 그 뒤로 큰 전투도 없었고요!”
“빨리 돕는 게 더 낫지 않겠습니까?”
떨어져내리는 운석이 보이는 상황에서 아무것도 안하고 가만히 있자는 사람은 없었다.
부협회장을 제외하곤.
그마저도 대다수의 의견이 간다는 쪽으로 굳어지자 부협회장도 허락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지원을 가는 걸로 하게나.”
“부협회장님의 힘도 꼭 필요합니다.”
“그렇겠지······.”
그리하여 협회는 나뉘어져 각 길드의 지원을 나서기로 했다.
좋은 선택이다.
우리는 은빛의 날개를 돕는 조에 속하게 되었다.
부협회장이 보이지 않게 되었을 무렵.
나는 조장에게 말을 건넸다.
“저희는 여기서부터 따로 움직이겠습니다.”
“알겠습니다. 모든 길드가 합류하기 전까지만 도착해주시면 됩니다.”
백묵의 수하 중 하나인 정진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다시 협곡쪽으로 돌아가죠.”
“네? 은빛의 날개에 지원을 안 가도 되는 거에요?”
윤서현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네, 어차피 저희가 도착하기 전에 끝날 겁니다.”
거기는 영웅 포화 상태다.
겉으로 크게 드러나진 않았지만 이제는 수호 길드보다 거기 전력이 더 강할 거다.
각 길드들의 공략이 끝나면 환상의 마족과의 전투가 벌어질 거다.
‘그 전에 해야 할 일이 있다.’
엘리스, 윤서현과 함께 협곡으로 돌아왔다. 나는 잠시 머릿속의 지도와 주변의 지형을 비교했다.
‘여기인가.’
확인 했으면 고민할 건 없었다.
“우앗! 사부님!”
망설이지 않고 협곡 밑으로 뛰어 내렸다. 벽면에 검을 꽂아 넣고서 쭈욱 미끄러져 내려갔다.
카가가각—!
꽤 많이 내려갔다고 생각할 무렵.
발이 닿는 땅이 나타났다.
절벽에서 부자연스럽게 툭 튀어나온 부분이었다.
그 앞으로 협곡의 아래에 숨겨진 동굴이 보인다.
“다들 여기로 내려오시죠.”
“순간이동이 안되는 장소네요······?”
“직접 내려와야 합니다. 조심하세요. 떨어질 수도 있으니까요.”
타앗.
윤서현은 사뿐하게 착지했다.
뒤이어 뛰어내린 엘리스.
휘익.
잘 착지하나 싶던 순간.
“우아앗?!”
아무것도 없는 빈 공간에 부딪힌 것처럼 엘리스가 휘청였다. 그대로 떨어지려는 엘리스의 손을 내가 낚아챘다.
“가, 감사합니다. 분명 아무것도 없었는데 이상해요.”
“그러게. 신기하네.”
엘리스를 끌어 올린 뒤, 나는 잠시 엘리스가 넘어진 공간을 바라봤다.
“······.”
확실히 아무것도 없긴 하다만.
“이런 장소에 동굴이 있을 줄은 몰랐네요······. 지한씨는 용케 알아챘네요.”
“왠지 굉장한 아이템이 있을 것 같은 기분이에요.”
S급 게이트의 내부다.
그것도 상당히 SS급에 가까운 고등급.
당연히 좋은 아이템이 있을 수밖에 없다.
『 히든 이중 던전 : 잊혀진 종족의 빛바랜 유적 』
우리들은 동굴 내부로 걸음을 옮겼다.
화아악—!
일행이 발을 들이자 벽면의 횃불이 녹색의 불꽃을 피워냈다. 양측 벽면으로 펼쳐진 총천연색의 벽화가 모습을 드러냈다.
정말로 유적이다.
“잠깐만요, 여기에 있는 거 사부님 아니에요?!”
유적의 그림을 유심히 살피던 엘리스가 말했다. 윤서현이 관심을 보이며 다가갔다.
“어디?”
“봐봐요, 여기 그려진 이 사람. 사부님하고 같은 팔찌를 왼손에 차고 있어요.”
“팔찌의 문양이 비슷하기는 한데······. 그것만 가지고 지한씨라고 하기엔 너무 억지 같은데.”
확실히 흥미롭긴하다. 나도 유적의 벽화를 살펴봤다.
“여기 그려진 건 마족처럼 보이네요. 이 종족이 멸망하게 된 배경이 그려져 있는 걸겁니다.”
군단장을 의미하는 심볼과 문양이 보인다.
검, 밤, 독약, 썩은 고기, 어린 아이······.
고통 받는 사람들의 모습, 마족과의 전투를 묘사한 장면.
그 끝에는 마계왕처럼 보이는 인물이 서 있다.
그리고 그와 대척점에 서 있는 인물이 바로 엘리스가 말한 인물이다.
‘확실히 내 팔찌와 비슷하군.’
초월의 팔찌.
어쩌면 이게 마계왕에게 대항하기 위한 실마리가 될지도 모른다.
다만 당장은 그 활용법을 알 수 없는 게 문제다. 벽화에도 관련된 언급은 없다.
고고학 탐구는 이쯤하면 됐고.
동굴의 끝에 다다르자 원형의 방이 나왔다.
그 중간에는 정육면체의 상자가 놓여 있었다.
황금빛으로 빛나는 상자.
저 안에 무언가 있을 거라는 건 누구나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아무도 섣불리 상자를 열지 않는 이유.
함정이 있을지도 모르니까.
“여, 열어도 될까요?”
“그래요, 지한씨. 기다려봐요. 지금까지 아무일도 없었다는 게 오히려 의심스럽잖아요.”
그래도 열지 않으면 시작되지 않는다.
나는 금빛 정육면체를 향해 손을 뻗었다.
턱.
내 손이 닿는 순간.
투우웅—!
우리가 서 있던 바닥 전체가 사라졌다. 동시에 거센 중력이 우리의 몸을 짓누르기 시작했다.
우리는 금빛 정육면체와 함께 그대로 추락하기 시작했다. 발 밑은 완벽한 어둠. 윤서현과 엘리스가 당황해하는 게 느껴졌다.
“자, 잠깐만요······! 이거 아무것도······!”
“사부님! 위험해요!”
“괜찮습니다. 다들 진정하세요.”
“진정하게 생겼어요, 지금?!”
쿠웅!
꽤 오랫동안 떨어졌지만 예상했던대로 충격은 적었다.
거대한 동공이 우리의 앞에 펼쳐졌다. 복잡한 기계 장치가 가득한 유적이었다.
“주, 죽는 줄 알았네.”
“너, 너무 무서웠어여······.”
철컥!
우리와 함께 떨어진 금빛 정육면체가 분해되었다. 그 안에서 날개가 달린 열쇠가 나타났다.
위잉—!
그것은 우리를 놀리듯이 날아갔다.
동공의 중앙에는 거대한 보물 상자가 놓여 있다.
『 잊혀진 종족의 시련이 시작됩니다. 』
『 살아 있는 열쇠를 잡아 자격을 증명하세요. 』
그런 메시지가 떠올랐다만······.
우리 중 누구도 메시지에 놀라는 사람은 없었다.
그도 그럴게.
“아야야······. 아파······.”
있을 수가 없는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와 함께 자연스럽게 떨어져선 엉덩이를 문지르고 있는 녀석.
진세아가 우리 앞에 있었기 때문이다.
모두의 시선이 녀석에게로 향했다.
“세, 세아야?”
“어, 언제부터 있었던 거에요?”
“······.”
녀석은 이해가 안 간다는 표정으로 자신을 가리키더니 물었다.
“내가 보여요?”
응.
아주 잘 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