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100 thousand reincarnation he became a transcendent hunter RAW novel - Chapter 153
153화 세이비어(1)
“말도 안돼······!”
진세아의 앞에 똑바로 서 있는 미래의 진세아.
이 자리에 같은 사람이 동시에 두 명이 존재하고 있었다.
윤서현도 믿지 못하겠다는 얼굴이었다.
“세아가 둘······. 여기가 정말로 미래란거에요? 마족의 환각이 아니라······?”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진짠가보네······.”
윤서현은 바로 납득했다.
나 때문에 겪은 일이 많아서 그런가.
애초에 눈 앞에 미래의 진세아가 떡하니 있는데 의심할 여지도 없다만.
재능 개화의 물약(에픽)은 나 뿐만 아니라, 옆에 있던 진세아와 윤서현까지 미래로 끌고 온 것이었다.
‘별 일을 다 겪는군.’
원래부터가 상식을 뛰어넘는 물약이었다.
때문에 무엇이 일어나더라도 이상하진 않았다.
한계돌파 퀘스트의 보상이 ‘???’로 나와 있었던 건 이것 때문이었을지도.
“흐흐, 꼬맹이. 어때. 미래의 자기 자신을 만난 기분은?”
놀란 진세아를 귀엽다는 듯 바라보는 진세아(미래). 녀석은 또 다른 자신이 있다는 사실에 대해 그리 놀라는 것 같지 않았다.
미래의 자신을 훑어본 진세아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나 완전 그대로잖아. 키도 그렇고······. 여기저기 전부 그대로······. 여기서 성장이 멈출 줄은······. 저, 절망적이야.”
“······.”
미래의 자신을 만났다는 것보다 그게 더 충격인 모양.
그래도 미래의 진세아가 외관상 더 성숙해 보인다. 함장모와 제복을 갖추고 있는데다가, 그녀의 눈빛에는 확실한 노련미가 묻어 있다.
진세아(미래)는 쓰게 웃었다.
“나다운 대답이긴 하네. 어쨌든 다들 얼떨떨하지? 나도 깜짝 놀랐어. 이렇게 다시 만나게 될 줄은 몰랐으니까.”
“정말로 여기가 미래인거에요? 그렇다면 여기는 대체······.”
상황을 살피던 윤서현이 조심스레 물었다.
“아, 그것부터 이야기해줘야겠네.”
미래의 진세아는 방에 있는 창으로 다가섰다.
바깥으로 보이는 새빨간 하늘.
마기로 뒤덮인 검은 구름.
내려다보이는 지상이 한없이 조그맣다.
“보시다시피 여기는 지상이 아닌 하늘. 세계의 위를 표류하는 인류 최후의 보루 ‘세이비어’. 이 함선에는 그런 거창한 이름이 붙어 있지.”
미래의 진세아가 창문을 열자 마기가 섞인 끈적한 바람이 쏟아졌다. 특별한 장치가 되어 있어 일정량 이상의 기류를 막아주는 모양.
그 말에 윤서현은 입술을 깨물었다.
“세계는 어떻게 된거죠······?”
나도 궁금했던 질문이다.
미래의 진세아는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바람에 흐트러진 머리를 뒤로 넘겼다.
나온 답은 단순했다.
“망했지 뭐.”
망했다는 건 척보면 안다.
다만, 어떻게 망했느냐가 문제다.
“마족들을 못 막았어. 12군단장 중 열을 처치 했지만 실패한 건 실패한거니까.”
그렇지만도 않다.
본래 멸망한 세계에서 처치한 군단장의 수는 단 둘.
그것이 새로운 미래에서 절반으로 늘어나고.
이번 미래에서는 열 명이라는 숫자가 되었으니까.
내게는 그것이 미래로 나아간 증거라고 보인다.
말을 들은 윤서현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마족들은 정말로 세계를 노리고 있었던거네요······. 그렇다고 정말로 세계가 망해버릴 줄이야.”
미래를 모르던 그녀에겐 다소 충격적인 결과일 수밖에 없었다.
“뭐, 그래도 거의 우리가 이겼다고 할 수 있을만큼 끌어왔지만. 결정적인 패배요인이 있었달까.”
미래의 진세아는 씁쓸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
“오빠가······.”
이 세계가 또다시 멸망을 막지 못한 이유.
그 결정적인 이유는 지극히 간단했다.
간단하면서도 핵심적이었다.
“죽었거든.”
* * *
미래 진세아의 말에 따르면 이 세계의 나는 죽었다.
“그때부터 영웅들의 사이도 틀어졌고······. 오빠가 인류 최후의 리더라고 불렸을 정도니까. 당연하다면 당연한거지만.”
“인류 최후의 리더? 오빠가?”
“······죽었다는 게 더 충격이지 않아?”
미래의 진세아가 어이없다는 듯 과거의 자신을 바라봤다.
“오빠랑 두 사람의 상황은 이해하고 있어. 그래서 말인데. 나도 부탁할 게 하나 있어. 물론 그 전에 지금 상황을 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그 순간이었다.
띵! 띵! 띵!
“윽.”
진세아의 주변으로 붉은 메시지가 떠올랐다. 긴급 호출이라는 글자가 적혀 있다.
“잠깐 다녀와야될 것 같은데. 그때까지만 잠깐 이 방에 있어줘. 특히 서현 언니는 절대로 방 안에서 나오지마······!”
그런 말을 남기고 진세아가 서둘러 바깥으로 나갔다.
아직 듣지 못한 이야기가 많다.
나머지 최후의 10인들은 어디에 있는지, 내가 어째서 죽었는지 등등.
“나는 왜 나가지 말라는 걸까요?”
“저한테 물어봐도 모릅니다. 미래에는 저도 끌려 온 거니까요.”
“은근슬쩍 넘어가려 해도 소용 없어요. 여기까지 온 이상 이유를 들어야겠어요. 지한씨의 능력은 대체 뭐에요?”
“맞아! 이제는 알려줘요!”
진세아까지 가세했다.
“정확히하자면 두 사람이 미래에 오게 된 건 제 의지가 아닙니다. 퀘스트의 보상이었어요.”
“퀘스트라면 그 게임에 나오는 그런 거요?”
“네, 맞습니다.”
이런 능력을 가진 헌터는 내가 알기로 없다.
나는 간략하게 내 능력을 설명했다.
경험치를 배로 받고, 타인의 재능을 간파할 수 있는 능력. 퀘스트를 받아 능력치를 높인다는 것 정도.
다들 짐작하고 있었을 거다.
경험치 배율과 이계 규율에 대해선 굳이 언급하지 않았다.
10만배가 터무니 없거니와, 이계규율과 합쳐져 50만배로 받는다는 건 내가 생각해도 어이가 없으니까.
진세아와 윤서현이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아하, 그래서 그런 거였구나. 엄청난 능력이잖아요!”
“뭐, 다 좋은데요. 저희 돌아갈 수 있는거죠?”
윤서현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조건을 달성하면 돌아갈 수 있습니다. 그 조건이란······.”
일자베기 14레벨의 달성이다.
13레벨 일자베기를 달성하기 위해서 유니크 등급의 심화 스킬들이 필요했다. 14레벨엔 어떤 조건이 붙을지 현재로선 미지수다.
‘문제는 그 방법을 누가 아느냐인데.’
어쨌든 재능 개화의 물약이 나를 이 시간대로 보낸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으리라. 진세아와 윤서현이 같이 넘어온 것도 그 이유 중 하나일지 모른다.
그리 설명하려는 순간이었다.
콰아아앙!
강렬한 진동이 함선 전체를 뒤흔들었다. 거센 충격에 내부의 가구들이 사방으로 흔들렸다.
“꺄아악!”
진세아는 바닥을 구르고, 윤서현은 옆에 있던 손잡이를 붙잡았다. 나도 간신히 자세를 잡았다.
“바, 바깥을 봐요······!”
윤서현의 말에 창문을 내다보자 거기엔 가공할 풍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함선과 맞먹는 크기의 대형 마수가 허공을 날아 올랐다. 용과 닮은 마수는 함선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스치고 날아 올라, 이쪽을 향해 아가리를 벌렸다.
고오오오——!
타오르는 태양과도 같은 열기가 놈의 입안에 고이기 시작했다.
“우, 우와앗!”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그저 바라보는 것 뿐.
놈의 입에서 브레스가 분출 되기 직전, 함선에서 한 줄기의 붉은 레이저 포가 발사되었다.
콰아아앙!
레이저에 직격 당한 거대 마수는 구름 사이로 떨어져내렸다.
– 위이잉—! 비상사태입니다. 거주자들은 행동을 멈추고 긴급 피난 시설로 대피해주십시오.
함선 전체에 울려 퍼지는 경고.
붉은 경고등이 방 안에서 깜빡였다.
“이, 이거 어쩌죠? 우리도 긴급피난 시설로 가야할까요?”
다행히 우리끼리 행동할 필요는 없었다.
위이잉!
우리가 있는 방의 문이 열리더니, 금발의 여성 한 명이 들어왔다.
새하얀 로브를 걸친 그녀는 심각한 표정으로 소리쳤다.
“다들 빨리 나와요! 설명할 시간이 없어요!”
“에, 엘리스?!”
“엘리스 맞으니까, 일단 움직여요!”
쿠우우웅—!
다시 한 번 강한 진동이 우리를 덮쳤다. 창밖으로 보이는 함선 반대편에서 검은 연기가 치솟아 오르고 있었다.
“일단 나가죠.”
엘리스라면 믿을 법하다. 그녀는 무엇보다 시간의 능력자다. 현 상황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잠깐만요. 서현 언니. 이거 받아요!”
엘리스는 품에서 가면 하나를 꺼내 윤서현에게 건넸다. 어리둥절해 하는 윤서현에게 강제로 씌웠다.
“자, 잠깐······!”
“설명은 가면서 할게요!”
미래의 엘리스를 따라 복도로 나왔다. 사람들은 우리와는 반대방향으로 뛰어가고 있었다.
붉은 경고등이 점멸하는 복도를 따라 달려갔다. 미로처럼 얽힌 통로를 이리저리 통과해 어딘가로 향한다.
“엘리스, 지금 어디로 가는거야?”
“함장한테요. 지금 시점에서 제일 믿을 수 있는 사람이거든요.”
쿠우웅—!
선체에 울려퍼지는 강력한 진동. 바깥에서는 마수와의 전투가 계속해서 벌어지고 있는 모양.
엘리스는 곤란한 표정으로 설명을 시작했다.
“상황이 바뀌었어요. 저쪽에서 눈치를 챘어요.”
“저쪽이라니?”
“으으, 함장이 설명 안했을 줄 알았어요. 세계를 구하는데 실패했을 뿐만 아니라······. 인류는 분열되었어요.”
쿠웅!
복도의 코너를 돈 순간이었다.
길을 막아선 남자 하나가 보였다. 심상치 않은 기운을 내뿜어내고 있는 남자. 그는 검은 제복을 걸치고 있었다.
붉은 머리카락, 신경질적으로 좁혀진 미간, 날카로운 눈매.
“금빛의 현자······. 포기하고 얌전히 리더를 넘겨라.”
그 정체는 천성호였다.
엘리스가 인상을 찌푸렸다.
“이런 늦었나······.”
“저, 저 사람은······?”
“천성호에요.”
“그 중딩이 저렇게 변했다고?”
천성호는 검을 들어 올렸다.
단지 그 뿐이었지만.
“윽, 숨이······.”
“뭐야······?”
그 압도적인 격 앞에 진세아와 윤서현이 무릎을 꿇었다. 엘리스도 쉽사리 움직이지 못한채 상황을 살필 뿐이었다.
그러나 그 격은 나에게는 조금도 닿지 않는다.
내 격이 뛰어나서가 아니었다.
천성호는 고개를 숙였다.
“리더. 이런 배신자들에게 속지마시고, 저희와 함께 가시죠.”
그 말에 엘리스가 양 손에서 권총을 꺼내들었다.
“함선을 공격하면서 그런 말을 해도······.”
인류는 분열되었다는 게 이런 말이었을 줄이야.
최후의 10인이 따로 나뉘었을 줄은 상상하지도 못했다.
그러면 반대쪽의 리더는 천성호라는건가?
“리더께서 동의하지 않으셔도 상관 없습니다. 여제의 명을 따를 뿐입니다.”
그게 아닌 모양이었다.
천성호는 ‘여제’라는 자의 명을 따른다고 말하고 있었다.
“사부! 제가 실패하더라도 이 길을 쭉 따라 올라가서 함장을 만나요!”
“네가 나를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건가?”
천성호의 검에서 시뻘건 마력이 뚝뚝 떨어져내린다. 그 모습이 피처럼 섬뜩하다. 엘리스가 침을 꿀꺽 삼켰다.
권총을 손에 쥔 그녀의 손이 떨리고 있었다.
“못 막아요. 하지만······.”
『 동료 엘리스가 ‘절대 미래 예지 Lv.10’을 발휘합니다. 』
『 동료 엘리스가 ‘시간 조작 Lv.10’을 발휘합니다. 』
파아아—!
점멸하듯 시야에서 사라진 엘리스.
그녀는 어느 순간인가 천성호의 뒤에 서 있었다.
“이건 몰랐을 걸요.”
『 동료 엘리스가 ‘절대 시간 정지 Lv.1’ 을 발휘합니다. 』
엘리스의 이마에서 땀방울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
천성호는 시간이 멈춘 듯 멈춰 서 있었다.
콰아앙!
엘리스눈 발로 복도의 벽면을 발로 찼다.
콰아아—!
부숴진 벽면으로 강렬한 기류가 휘몰아쳤다. 지친 엘리스가 휘청거렸다. 천성호를 저기로 떨어뜨리려고 하는 것 같은데.
“도, 도와주세요! 시간이 얼마 없어요!”
나는 엘리스의 뒤에 섰다.
지금 상황에서 누가 배신자이고 뭐가 어떻게 굴러가는지까지는 모르겠다.
다만, 이야기를 충분히 듣고 나서 생각해도 늦지 않을 거다.
나는 엘리스를 도와 천성호를 바깥으로 밀었다.
후우웅!
굳어진 천성호가 그대로 추락했다.
“지, 진짜로 밀어버린거에요?!”
“괜찮은거 맞아요?”
“두 분 다 진정해요, SSS급 헌터니까요. 금방 다시 쫓아 올 거에요.”
“SSS급······?!”
SSS급은 상상을 초월한 존재니.
엘리스가 한숨을 내쉬며 흐르는 땀을 닦아냈다.
“빨리 갑판 위로 올라가죠.”
* * *
함선 바깥으로 나오자 강한 바람이 휘몰아친다.
함교의 중심부.
함선 전체가 한눈에 보이는 자리에 진세아가 서 있었다. 그녀가 찬 망토가 바람에 휘날리고 있다.
함선 전체가 어마무시한 크기다.
그러한 배가 하늘을 날고 있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
그녀를 돕는 사람들이 갑판 위에서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콰앙—! 콰앙!
달려드는 아룡들을 향해 각종 함포들이 쉴 새 없이 불을 내뿜고 있다.
“함장님, 데려왔습니다.”
“고마워, 엘리스. 다들 무사해서 다행이야. 일이 이렇게 될 줄은 몰랐어.”
전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크어어어어—!
거대한 아룡 한 마리가 함선을 향해 돌진해 오고 있었다. 그 크기는 일반 함포의 저지력을 상회하는 수준이었다.
“잠깐, 이것만 해결하고.”
이를 악문 진세아가 바닥에 손을 올렸다.
『 동료 진세아가 ‘절대 강탈 Lv.10’을 발휘합니다. 』
『 함선 ‘세이비어’의 조종 권한을 강탈합니다. 』
그와 동시에 함선이 크게 기울기 시작했다.
쿠구구구—!
그 덕에 함선이 달려드는 아룡을 아슬아슬하게 스쳐지나갔다. 진세아의 절대 강탈 때문일까.
함선은 말도 안되는 움직임을 보여주었다.
어느새 배의 머리가 아룡들을 향해 있었다.
진세아가 손을 뻗으며 소리쳤다.
“조져버려!”
“변함없이 막나가는 명령······.”
“주포 최대출력으로 발사!”
함선의 가장 큰 레이저포 위로 붉은 마력이 모여들었다. 공기가 저릿해질 정도로 압축된 마력이 절정에 달한 순간.
콰아아아—!
주포에서 발사한 레이저포가 아룡을 꿰뚫었다. 레이저는 놈의 아가리부터 꼬리까지 완벽하게 관통했다.
투두두두······.
마수의 피가 비처럼 갑판 위에 쏟아져 내렸다. 그럼에도 아룡들은 포기를 모르고 바닥에서부터 쫓아오고 있다.
“함장님, 이제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어쩌긴 도망가야지.”
“넵! 알겠습니다!”
비서로 보이는 사람이 진세아의 말을 전달했다.
그제서야 진세아도 한숨을 내쉬며 난간에 기대었다.
“그래도 한숨 돌렸어. 그러니까 다들 궁금하겠지. 무슨 상황인가하고.”
미래의 진세아가 손가락으로 아래쪽을 가리켰다. 수십 마리의 아룡이 함선을 노리고 날아오고 있었다.
“저것들은 이 세계의 존재가 아니야. 지구에 마족이나, 각종 마수들은 많지만 저런 용들은 보기 드물었으니까.”
말 그대로다.
저만한 크기와 저만한 힘을 가진 아룡종은 정말로 드물었다. 인간의 수백 배에 달하는 크기를 가진 아룡은 멸망한 세계에도 몇 없었다.
“모두 여제가 다른 차원에서 불러 온 존재들이야. 말했다시피 지금 인류는 두 개의 파벌로 나뉘어 있어.”
“네가 말한 적은 없는 것 같은데.”
“아, 맞아. 말하는 걸 까먹었네.”
진세아가 머리를 긁적이다 소리쳤다.
“어쨌든! 세계는 내가 이끄는 함선 ‘세이비어’와 여제가 이끄는 최후의 10인으로 나뉘었어. 이 공격은 전부 여제의 짓이고.”
인류는 분열되었다.
세이비어와 여제로.
“여제는 이 세계를 새로운 멸망으로 끌고 가고자 하는 존재. 대한민국의 영토 전체를 지배하고 있는 그 사람은······. 어쩌면 마족보다 더 위험할지도 몰라.”
여제.
진세아는 이 모든 게 여제의 공격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다른 차원에서 마수들을 불러낼 정도로 강력한 존재.
미래의 천성호가 따르는 그 사람.
나는 묻지 않을 수 없었다.
“대체 그 여제란 건 누구야?”
기억을 뒤져봐도 그런 힘을 가진 마족은 없었다. 다른 차원에서 아룡종을 불러오는 능력을 가진 마족이라니.
‘설마······.’
영 짐작이 가지 않는 건 아니었다. 진세아와 엘리스의 행동으로 유추하건데.
그리 생각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답은 나와 있었다.
“여제의 정체는······.”
미래의 진세아는 씁쓸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어 올렸다.
그녀의 시선은 윤서현에게 향해 있었다.
이쯤했으면 알 수 있었다.
“서현 언니야.”
“나, 나라고······?”
당황하는 윤서현.
그녀의 얼굴에 씌여진 가면은 그런 의미였다.
진세아는 진지한 눈으로 내게 말했다.
“그러니까, 오빠의 책임이 막중할지도 몰라. 오빠, 미안하지만 한 번만 우리를 도와줘. 우리가 이 세계를 구할 수 있게.”
어떻게 되먹은 미래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