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100 thousand reincarnation he became a transcendent hunter RAW novel - Chapter 157
157화 세이비어(5)
군단장 검의 마족.
그녀와 그의 군대는 과거 중국 땅을 너머 대한민국을 향해 진격 중이었다. 헤아리기 힘든 수의 군대가 검은 물결처럼 일렁이며 대지를 나아간다.
여제가 점령한 최후의 국가 대한민국.
그들이 전력을 외부로 분산시켰다는 소식을 들은 찰나였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인간들의 기세를 꺾을 수 있는 중요한 기회였다.
‘문명계를 지배하는 게 이렇게까지 길어질 줄이야······.’
검의 마족의 새하얀 백발이 마기 섞인 바람에 흩날렸다.
‘이번 공격이 실패한다면 나도 끝이겠군.’
인간의 저항이 상상 이상으로 거셌다. 마족들의 예상과 달리 프로젝트는 난항을 겪었고 그런 상황은 끝까지 바뀌지 않았다.
가장 큰 원인을 꼽자면······.
대적자.
프로젝트 아포칼립스가 엎어지면서부터 모든 것이 뒤틀리기 시작했다.
‘빌어먹을.’
예언의 마족이 대적자에게 죽임 당하던 순간을 잊을 수가 없었다. 긴 세월 끝에 무감해져 있다고 생각했건만.
‘대적자는 사라졌으니······. 분풀이를 할 상대가 없군.’
세계의 억지력만 아니었다면, 프로젝트 아포칼립스만 순조롭게 진행 되었다면 진작에 끝났을 지배가.
유난히도 길어지고 있었다.
‘그것도 이제는 끝이다.’
자신의 군대가 대한민국을 점령하고나면, 남은 것은 함선 세이비어 뿐이다.
여제 측의 전력에 비하면 그들의 힘은 미미한 수준이었다.
검의 마족은 허리춤에 찬 검집을 움켜쥐었다.
‘힘은 완전히 돌아왔다. 패배는 생각하기 어렵다.’
여제측 최대의 전력은 최후의 5인.
자리를 비운 급히 돌아오는 것은 불가능할 거다.
검의 마족은 품 안에서 푸른 정육면체를 꺼내들었다. 그 내부에는 또하나의 정육면체가 오묘한 빛을 띄고 있다.
아티팩트 테서렉트.
검의 마족은 그것을 다시 품 안에 집어 넣었다.
‘더 이상 여제의 공간 지배를 걱정할 필요도 없겠군.’
인간들도 그녀가 테서렉트를 소지하고 있단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러니, 이번 움직임은 이해가 안가는 부분이 존재했다.
‘인간들에게 영향을 끼칠만한 사건이 일어난 건가?’
예언의 마족이 없는 지금, 그리 짐작하는 게 최선이었다.
스릉.
검집에서 검을 꺼내든 검의 마족이 군대를 향해 소리쳤다.
“들어라. 대적자는 사라졌다. 이제 우리를 막을 자는 없다.”
그녀의 새하얀 풀 플레이트 메일이 햇빛에 반사되어 번쩍였다. 들어 올린 칼날은 마기로 벼려져 한없이 날카롭다.
“그러니 우리는 인간들을 몰아내고 이 세계를 손에 넣는다. 인간들의 마지막 발악과 희망을 남김 없이 삼켜 우리의 것으로 만들어라. 마(魔)를 따르는 자의 비호 아래 모든 힘을 보여라!”
마족과 마수들에게도 물러설 자리는 없었다.
이 세계를 점령하지 못한다면 그들의 앞에 펼쳐진 미래는 죽음 뿐이었기에.
마기로 증폭된 그녀의 말은 군대 전체로 퍼져나갔다.
우오오——!
마족과 마수들의 함성이 대지 위로 들끓었다. 땅이 떠나가라 울리는 함성이 끊이지 않고 터져나왔다. 사기는 최고조였다.
그들의 마음에 있던 일말의 불안을 지워내는 연설이었다.
대적자가 아니라면 괜찮다.
여제는 결코 우리를 막지 못한다.
사기가 좋아지는 건 당연했다.
그들의 뒤에는 최상위 마족 중에서도 강함을 달리하는 검의 마족이 있으니.
그녀의 뒤로 보좌 권속이 다가왔다.
“훌륭하십니다. 곧 여제의 영역에 들어서는데 선두에 서시겠습니까?”
곧바로 여제와의 전면전이 될 가능성을 부정할 수 없었다.
“아아, 그래야겠······.”
검의 마족이 고개를 끄덕이려던 그 순간이었다.
번쩍.
붉은 하늘에서 푸른 빛줄기가 보였다.
“······?!”
땅 위로 내려 앉은 푸른 빛줄기는 광범위한 폭발을 일으켰다.
아니, 폭발이란 단어로는 설명하기에 한참 모자랐다.
검의 마족이나 다른 마족, 권속, 마수 모두 일찍이 경험한 적 없던 막대한 규모의 폭발이 대지를 뒤덮었다.
고밀도의 에너지가 마족의 군대를 싸그리 집어 삼키며 하늘 위로 피어올랐다. 버섯의 형상을 한 구름이 아득하게 솟아올랐다.
압도적인 충격파가 마족과 마수를 덮쳤다.
콰아아아아—!
별안간 닥쳐온 습격이나 마찬가지였다.
검의 마족이 검을 들어 올려, 에너지를 베어내려고 했지만 늦어도 한참 늦었다. 그저 버텨내는 게 최선이었다.
“크으으윽······!”
그녀의 눈가로 핏줄이 새겨졌다. 검을 들어 올린 순백의 장갑 위로 무수한 상처가 새겨지기 시작했다.
수십 시간 같은 몇 초가 지나고.
주위를 둘러싸고 있던 메마른 산이나, 과거 인간의 흔적 전체가 사라진 평평한 대지가 모습을 드러냈다.
“······.”
검의 마족은 허탈한 표정으로 땅을 바라보았다.
“하······.”
수백만에 달하던 단 한순간에 먼지가 되어 하늘 위로 흩어졌다. 방금 전까지 자신의 옆에 있던 보좌 권속의 흔적도 찾을 수가 없었다.
“이, 인간의 짓이란 말인가······?”
여제의 공격인가? 아니라면 무슨 일이 일어난건가?
무엇하나 이해할 수 없었다.
이러한 병기를 개발했다는 소식은 듣지도 못했다. 아니, 이만한 힘을 구태여 숨기고 있을 필요가 있기는 했단 말인가?
그러한 그녀의 의문에 답하듯 하늘 위에서 붉은 빛이 떨어져 내렸다.
“설마 한 번 더······?”
자세를 바로 잡았지만, 다행히 그건 아니었다.
콰아앙!
메마른 땅에 착지한 것은 다름 아닌 진세아였다. 그녀는 망토를 툭툭 털어내고선 검의 마족을 바라봤다.
“어이, 잘 지냈냐. 어때? 우리 레이저포 맛은? 기가 막히지?”
“여제도 아니었단 말인가······.”
이 순간이 꿈이 아닌가 의심이 들 정도였다. 자신의 군대를 일격에 박살낸 이가 여제도 아닌 고작 진세아라니.
꽈악.
흑도를 움켜쥔 검의 마족이 자세를 잡았다. 진세아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녀의 손에 들린 에픽급 단검이 마력에 의해 붉게 타올랐다.
진세아는 함장모를 고쳐썼다. 그리고 여유로운 표정으로 말했다.
“내놔, 테서렉트. ”
검의 마족에게 선택지는 없었다.
* * *
가공할 위력이었다. 그것말고는 딱히 설명할 방법도 없다.
‘······.’
함선 ‘세이비어’의 대규모 절대 마력 파괴광선.
마족의 군단 하나가 사라졌다. 김건은 도대체 이런 무기를 어떻게 만들어서 단건지 의문스러울 정도다.
진세아와 검의 마족 간의 싸움이 시작되었다.
잠시 상황을 지켜보던 엘리스가 말했다.
“사부, 저희도 내려가죠. 이번에는 서현씨는 여기 있어요.”
“그게 낫겠죠?”
화면으로만 보이지만 전투의 수준이 차원이 달랐다.
땅이 갈라지고 지형이 바뀌는 정도니.
내게도 예외는 아니다.
이계 규율의 필드 보너스가 있다고는 하지만,
지금은 멸망한 세계의 말기.
SSS급 상위의 전투는 내가 끼어들기엔 벅차다.
눈으로만 봐도 알 수 있다.
엘리스가 주먹을 불끈 쥐었다.
“사부는 걱정마세요. 제가 전력으로 서포트할게요. 그리고 사부는 존재만으로 충분해요.”
『 저도 서포트하겠습니다. 검의 마족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
물론, 함선 내부에서 구경만하고 있을 생각도 없었다.
‘시간 승부가 된다.’
전투가 벌어지는 장소는 여제의 땅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
이변을 알아차린 그들이 다가오기 전에 테서렉트를 손에 넣어야 한다.
내가 앞으로 나서자, 인공지능 네이아가 전송을 시작했다.
『 텔레포테이션이 시작됩니다. 』
과연 미래의 기술이다 싶다.
순식간에 눈앞의 풍경이 뒤바뀌었다.
함장실 내부에서 메마른 평원 위로.
앞쪽에서 벌어지는 전투의 후폭풍이 이쪽에도 생생히 전해진다.
『 함장님, 함선 바깥에서도 저는 여전히 함께하고 있습니다. 우선은 검의 마족에 대한 정보를 분석하겠습니다. 』
그래, 그건 네이아에게 맡기도록 하자.
“우리는 조금이라도 검의 마족의 주의를 끌어보자고.”
“네, 사부!”
마족들 사이에서도 내 죽음이 알려져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내가 나타나는 것만으로 놈에게 동요를 주기엔 충분할 터.
딱히 무언가를 할 필요도 없었다.
【 대적자······! 살아 있었던 거냐······?! 】
진세아를 향해 검을 휘두르던 녀석이 멈춰섰다. 그 눈이 붉게 달아 오른다.
압도적인 살기와 격이 나를 향해 쏟아졌다. 심장이 멎을 듯한 충격이 내게 덮쳐온다. 생물 본연의 공포가 내 몸에 새겨지는 듯하다.
『 스킬 ‘영웅의 격 Lv.1’을 발휘합니다. 』
잊혀진 영웅에게서 받았던 격을 발휘함하는데도 온 몸이 떨릴 지경이다.
“사부, 제가 있어요. 편히 이야기 나누시면 돼요.”
그 사이를 엘리스가 가로 막았다. 확실히 격이 사라지는 게 느껴진다. 그러나 나는 엘리스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아니, 괜찮아.”
미래의 진짜 최상급 격이 나를 향해 쏟아지고 있다.
이런 절호의 기회를 놓칠 수는 없다.
내 입가엔 희미한 미소가 감돌 지경이다.
“알겠습니다.”
잠시 나를 쳐다보던 엘리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어딜 한눈 팔아!”
“크윽!”
진세아의 공격이 검의 마족을 향해 쏟아졌다. 내 눈으로 간신히 쫓을 정도의 연격이 마족을 향해 쏟아졌다.
콰과과과가—!
근처의 땅이 완전히 파헤쳐지고 바위의 파편이 미친 듯이 치솟아 올랐다. 그 와중에도 검의 마족은 끝까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대적자! 덤벼라! 네 놈만큼은 내 손으로 죽이겠다!”
나를 죽일 듯이 노려보고 있다. 무슨 원한이라도 있는가 싶을 정도.
나는 그런 놈의 분노와 격을 그대로 받아냈다.
“큭.”
놈과 나의 차이가 지대하다는 건 분명하다.
입 안에서 쇠맛이 느껴진다. 피가 울컥 솟아 올라 입 밖으로 터져나올 지경이다.
그러나 나는 태연한 척 놈 앞에 섰다.
『 함장님, 치명적인 데미지가 누적되고 있습니다. 』
『 돌이킬 수 없는 정신적 트라우마와 신체적 결함을 낳을 가능성이 존재합니다. 』
나도 안다.
그래도 가만히 있어라.
레전더리급의 스킬의 경험치를 이렇게 많이 얻을 수 있는 곳은 어디에도 없으니까.
『 레전더리급 스킬 ‘영웅의 격 Lv.2’를 획득합니다. 』
『 스킬 ‘영웅의 격 Lv.3’를 획득합니다. 』
『 스킬 ‘영웅의 격 Lv.4’를 획득합니다. 』
『 스킬 ‘영웅의 격 Lv.5’를 획득합니다. 』
50만배의 경험치에 힘 입어.
단숨의 레벨이 5단계가 올라갔다.
그 효과는 극명하다.
어느새 나는 놈을 마주 볼만한 수준이 되었다.
“지금까지 숨어 있었던거냐?! 대적자! 정정당당히 나와 내 검을 받아라!”
검의 마족은 진세아를 상대하면서도 나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그 검기가 땅을 가르며 나를 향했다.
그러나 그것은 내게 닿지 못한다.
『 동료 엘리스가 스킬 ‘시간 조작 Lv.10’을 발휘합니다. 』
검기는 왔던 길을 되돌아가 그대로 사라졌다.
‘마족들도 정말 내가 죽었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모양이군.’
내 죽음에 대해선 아무도 아는 바가 없다. 그 말이 진짜였다.
나는 검의 마족을 향해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정정당당 같은 소리하고 있네.”
세계가 망했다고는 하나 언제부터 마족이 정정당당이란 소리를 할 줄이야.
“대적자아아아!”
검의 마족은 괴성과 함께 검을 휘둘렀다. 보이지 않는 검기가 저 멀리 산의 땅을 베어내고, 시야 너머의 장소에서 폭발을 일으킨다.
아찔한 마기에서 생겨난 검은 구름들이 하늘을 뒤덮는다.
역시 아직은 그 수준을 가늠하기 힘들다.
그러나, 놈은 분명히 동요하고 있었다.
그 빈틈이 승패를 갈랐다.
푸욱!
진세아의 단검이 마족의 철제 갑옷을 꿰뚫었다. 마족에게 올라타듯 검을 박아넣은 미래의 진세아가 말했다.
“나는 네 움직임을 강탈하겠어.”
『 동료 진세아가 스킬 ‘절대 강탈 Lv.10’을 발휘합니다. 』
“대적자!!!”
새하얀 빛이 한순간 검의 마족을 휘감았다. 시간이 정지한 듯 마족의 움직임이 멈췄다.
SSS급 상위에 도달한 진세아의 능력은 추상적인 움직임마저도 강탈해낸 것이다.
서걱—!
진세아의 단검이 마족의 목을 잘라냈다. 최상위 마족이자 군단장이라는 게 어이 없을 정도로 간단한 최후였다.
“나이스, 오빠. 완벽한 도발이었어. 이 녀석 오빠한테 원한이 있었던 것 같거든. 뭐, 자세히는 모르지만.”
그런 것 같더라.
그게 아니더라도 나는 이미 마족의 원수나 다름 없는 사람이다.
쓰러진 검의 마족에게서 진세아가 푸른 정육면체를 들어 올렸다.
『 테서렉트 : 고유 차원 (유일) 』
– 해당 아티팩트의 영향을 받는 모든 존재는 차원 고정 됩니다.
아티팩트를 확인한 진세아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이제 여제와 교섭하러 갈 수 있겠어.”
윤서현.
어째서 그녀가 그렇게 변해야만 했는지.
직접 들을 때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