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100 thousand reincarnation he became a transcendent hunter RAW novel - Chapter 159
159화 여제의 뜻(2)
동맹.
불사의 마족은 그리 말했다.
“모든 마족이 사라진 지금이 적기다.”
군단장급의 존재가 인간과 동맹을 맺자고 하다니. 마족의 성격을 생각하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간 내가 봐온 대부분의 마족들은 대화는 커녕, 회유나 교섭 자체가 불가능했다.
그들에게 인간은 정복하고 굴복시켜야 할 대상이란 게 그들의 사상이었다.
그런 마족의 입에서 동맹이란 말이 나오다니.
“이제와서 동맹? 늦어도 한참 늦었어.”
그러나 단검을 들어 올린 진세아의 눈빛은 날카로워져 있었다.
“널 제외한 군단장은 전부 죽었잖아. 항복을 하려면 진작했어야지. 네이아, 배제, 배제!”
진세아가 싫증난다는 듯 외쳤지만, 네이아는 침착하게 내 의사를 물었다.
『 이지한 함장님. 어떻게 할까요? 』
불사의 마족.
멸망한 세계에서 놈은 마계왕에게 반란을 일으켰다 죽임을 당했다.
그걸 생각하면 놈의 동맹 제안도 이해가 간다. 놈의 반란은 애시당초부터 결정된 미래였을지도 모른다.
‘내가 가진 이계 규율도 본래대로라면, 불사의 마족의 손에 들어갔을 거다.’
동맹까지는 몰라도, 몇 가지 묻고 싶은 점은 있다.
놈은 검은 피를 옷에 문질러 닦아내며 말했다.
“다른 마족들은 내 손으로 처리하고 왔다. 이제 이 세계에 존재하는 마족은 내가 유일하다. 그러니 배신 같은 걱정은······.”
불사의 마족.
놈의 시선이 나를 향했다.
“대적자인가. 사라졌다고 들었는데······. 아아, 그런건가. 이계 규율이라면······.”
“이계 규율에 대해 뭔가 알고 있나?”
“응? 아아, 알고 말고. 그 힘은 원래 내것이 되어야 했을 힘. 모를 턱이 있나. 네가 중간에 가로채지만 않았다면 순조롭게 끝났을 것을.”
놈은 아예 바닥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버렸다.
턱을 괸 채 유심히 나를 지켜보더니 말을 이었다.
“동맹을 맺는다면 이계 규율에 대해 내가 알고 있는 정보를 전부 알려주마. 마계왕을 쓰러뜨리기 위해 전적으로 협력하는 건 당연하고. 그걸로 끝이 아니다.”
놈의 손끝이 나를 향했다.
“네가 본래의 시간대로 돌아갔을 때, 나를 회유할 방법 또한 알려주지. 군단장 하나를 인간들의 아군으로 삼는 거다.”
진세아의 눈치를 살핀 불사의 마족은 한마디를 덧붙였다.
“나에게 적의는 없다. 뭣하면 저기에 있는 금발의 예언자에게 물어봐라. 내가 네 놈들을 습격하거나 배신하는 미래는 없을테니.”
놈의 말에 엘리스가 진지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사실을 말하고 있기는 한데······. 예지는 만능이 아니에요. 타차원의 변수가 개입하면 언제든지 어그러질 수 있어요.”
당장 싸우고 싶어 죽겠다는 표정의 진세아가 나를 돌아봤다.
“설마 진짜로 마족하고 동맹을 맺겠다는 건 아니지?”
나는 한걸음 다가갔다.
“동맹은 불가능하지.”
이 녀석의 의중을 완벽히 파악할 수 없을 뿐더러 위험 부담을 안고 갈 수 없다.
다만.
“마족의 이름을 걸고 노예의 계약을 맺어라. 그건 받아들이지.”
조건에 따라 항복을 받아주지 못할 것도 없었다.
긍지 높은 마족이 이러한 제안을 수락할 확률은 거의 없다. 그러나 우리가 내밀 수 있는 최대한의 양보다.
놀랍게도 불사의 마족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받아들이지. 계약을 준비하마.”
“엑, 진짜로······?”
진세아의 반문에 불사의 마족은 당연하다는 표정이었다.
“말했잖은가. 나는 무의미한 살육과 전쟁을 막고 싶을 뿐이다. 마계도, 문명계도 끝없는 피와 증오에서 해방되어야 한다.”
아무래도 그 말이 거짓은 아닌 듯 했다.
놈의 심장 부근에서 검은 마기가 쏟아져 나왔다.
그것은 이내 심장의 형태를 이뤄 진세아의 앞에 놓여진다.
단순한 주술이 아닌 맹약.
이내 최상위 마족만이 구사할 수 있는 마도 계약이 시스템으로 구현되었다.
『 마도:계약에 의거하여 주종관계를 맺습니다. 』
『 불사의 마족이 진세아에게 영혼의 충성을 맹세합니다. 』
“이 의식이 뭔지는 알고 있을 거다. 마계왕조차 맺지 못한 계약이다. 그러나 새로운 시대 위해서는 필히 거쳐야 하는 과정. 네 단검으로 그 심장을 찔러라.”
무조건적인 협력.
실질적으로 인류를 이끌어가는 진세아가 불사의 마족의 주인이 된다. 불사의 마족의 생사를 결정 지을 수 있는 권한을 손에 넣게 되는 것이었다.
“진짜 맹약이잖아.”
진세아의 눈이 커졌다.
“대체 무슨 꿍꿍이인건지.”
“그 또한 대답하겠다.”
“필요가 없다고 생각되면 즉시 죽이겠어.”
“각오하고 있다.”
푸욱!
진세아가 검은 심장에 단검을 찔러 넣었다. 진세아의 마력이 맥동하는 검은 심장을 완전히 뒤덮은 순간.
『 SSS급 헌터 진세아가 불사의 마족을 지배합니다. 』
계약이 맺어졌다.
* * *
불사의 마족이 합류했다.
그러나 예정은 그대로 진행된다.
여제를 설득을 위해.
함선은 대한민국을 향해 다시 움직인다.
불사의 마족은 실제로 자신의 아래에 속해 있던 권속과 마족을 모두 정리하고 온 모양이었다.
찢어진 의복 탓에 상반신이 그대로 드러나있다. 그러나 그런 차림새는 조금도 신경쓰지 않는 것인지.
불사의 마족은 우리의 뒤에서 입을 열었다.
“네 놈들은 간과하고 있다······.”
“네 놈들?”
진세아가 불쾌하다는 듯 눈썹을 찡그렸다.
“실수.”
불사의 마족이 바로 말을 수정했다.
“그대들은 마계왕의 존재를 간과하고 있다. 모든 군단장이 쓰러졌다고 해서 달라지는 건 없다.”
함교에 선 그는 붉은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마계왕은 초월자다. 그러나, 초월의 섭리를 어기고 세계에 간섭하고 있지. 여제와의 싸움에서 승리한다고 해도 마계왕을 막을 수 없을 거다.”
“그건 모르는 거지. 군단장들도 우리 손에 죽을 거라곤 생각 안했을걸.”
불사의 마족은 고개를 저었다.
“그대들도 곧 보게 될 거다. 어째서 마족이 모든 차원의 절대적 패자로 군림하고 있는지······.”
쿠우우웅!
어느덧 함선이 여제가 만들어낸 보랏빛 장막에 닿았다. 테서렉트로 코팅된 함선 전체가 부드럽게 장막을 뚫고 들어간다.
고오오오—!
베일에 가려져 있던 여제의 땅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동화 속에나 나올 법한 거대한 유리성. 빛에 반사되어 무수히 반짝이는 아름다운 성.
“뭐, 마계왕도 문제지만······. 당장은 여제에게 집중하자.”
진세아가 망토를 펄럭이며 함교의 중심부로 이동했다.
함선의 그늘 아래로 수 백의 헌터들이 보인다.
우리의 습격을 막아내기 위해 결집한 최정예들이란다.
현시점 인류를 이끌어가는 건 소수의 영웅이라는 점은 예나 지금이나 같다.
홀로그램창을 통해 보이는 그들의 표정은 불안 그 자체.
일주일 전에 벌어졌던 전투에 대한 정보가 그들에게도 들어갔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전쟁을 하러 온 게 아니다.
테서렉트를 손에 넣고 함선이 제 기능을 되찾은 지금.
여제와의 교섭이 우선이다.
“가시죠, 사부.”
“가자, 오빠.”
“그래.”
불사의 마족에게는 로브를 입혔다. 유사시에 전력이 되어 줄거다. 네이아의 공간이동 기능을 활용해 우리는 땅 아래로 내려왔다.
헌터들 사이에서 대표로 보이는 자가 우리 쪽으로 걸어나왔다.
“대적자께서 친히 방문하실 줄이야. 이거 영광입니다.”
의외의 얼굴이었다. 하지만 내가 잘 아는 얼굴이었다.
대한민국 최후의 5인은 이름 그대로 총 다섯명이었다.
대마법사 김민수.
성녀 채아연.
최후의 리더 천성호.
이들 모두를 제외하더라도 둘이 남는다.
그 둘 중 하나가 바로······.
만물의 주인 한기성.
그는 최후의 5인 중 하나였다.
능글 맞은 미소를 지어보이는 그의 태도에는 여유가 넘쳤다.
그를 알아본 엘리스가 입을 열었다.
“우리가 뭘하러 왔는지는 알고 있다는 표정이네요.”
“물론이죠. 삼라만상(森羅萬象). 현 시간대에 존재하는 모든 건 모두 제 손 안에 있으니까요.”
엘리스가 시간을 다루는 예언자라면, 한기성은 모든 존재를 다루는 책략가.
물론 내가 아는 그보다 훨씬 발전해 있었다.
“······그래서였군요.”
엘리스의 설명에 따르면, 삼라만상은 전지(全知)의 능력에 무척이나 가까운 스킬. 한기성은 그런 스킬을 손에 넣었단다.
“그래서 사부가 나타나자마 습격이 시작된 거였어요.”
사소한 의문이 풀렸다.
나는 한발자국 앞으로 나섰다.
“여제와 대화하고 싶다. 무력이 아닌 대화로 상황을 풀고 싶은데.”
“그런가요. 대화라, 그거 좋죠. 참 좋은데······.”
한기성은 비릿한 미소를 흘리며 뒤로 물러났다.
“지금은 필요 없을 것 같네요. 당신은 우리의 리더가 아니니까요.”
그의 양 옆으로 익숙한 얼굴 둘이 나타났다.
신태양과 천성호.
그들의 표정은 어둡다.
그러나 결의에 찬 눈빛만큼은 변하지 않았다.
다시 천천히 보게 되는 천성호도 결코 광인의 모습은 아니었다.
그러나, 이미 싸우기를 작정한 얼굴이었다. 둘 다 양측에서 검을 뽑아 들었다.
“······대화는 불가능한건가.”
내 말에 신태양이 입을 열었다.
“당신은······. 이해하실 수 없을 겁니다.”
카아아앙!
눈으로 쫓을 수조차 없는 속도의 검이었다.
내게는 진세아가 단검으로 신태양의 검을 막아낸 모습만 보였다.
“그래, 다들 아주 돌았다니까! 일단 때려 눕히고 생각하자!”
『 상황을 확인했습니다. 전투 안드로이드 출격합니다. 』
푸쉬이이—! 콰아앙!
함선 내부에 잠들어 있던 수 백 기의 안드로이드들이 일제히 땅으로 떨어져 내렸다. 그것을 신호로 상대편의 헌터들도 우리를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그 뒤에 서 있던 한기성이 의기양양한 얼굴로 소리쳤다.
“진세아, 당신은 정의로워요. 우리를 죽이지 않을 거잖아요! 날을 갈지 않은 무기를 들이대 봤자 우스울 뿐이라고요!”
“시끄러, 이 아저씨야!”
카앙! 카앙!
안드로이드들과 헌터들이 격돌했다. 최정예 헌터들을 상대로 밀리지 않는 모습이다. 함선의 기술력이 대단하긴 하다.
마법이 날아들고, 검과 창이 부딪히는 소리가 성 주변으로 울려퍼진다.
인간끼리 검을 맞대는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진세아, 얌전히 이지한을 넘겨라. 그러면 모두 해결된다.”
“웃기시네. 넘기겠냐!”
진세아가 신태양을 향해 발차기를 날렸다.
콰아아아—!
쏘아지듯 붉은 궤적을 그리며 날아간 신태양이 유리성의 꼭대기에 쳐박혔다. 옅은 연기와 유리가루가 하늘 위에서 반짝인다.
어마어마한 각력이다.
진세아는 신태양을 향해 다시 붉은 마력을 분출하며 뛰어들었다.
그러는 사이, 천성호가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그의 검에서 붉은 마력이 뚝뚝 떨어져 내린다.
“리더······. 취급은 해줄 필요 없겠지. 금빛의 현자, 후회하지 않을 자신있나? 그 자가 있으면······. 진짜 리더를 되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천성호의 차가운 눈빛은 엘리스를 향했다.
“그런거였나.”
내가 있으면 진짜 리더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천성호의 그 발언으로 확신할 수 있었다.
이 시간대의 나를 찾기 위해선 내가 필요하단 의미였다. 사라진 나에 대한 단서가 그들에게 있단 의미기도 하고.
“설령 그렇다고해도······. 사부는 절대로 넘길 수 없어요.”
“이번에는 봐주지 않는다. 어차피 과거의 존재는 이 시대의 싸움을 쫓아 올 수 없을테니.”
천성호가 천천히 대검을 들어 올렸다. 엘리스는 내 어깨에 손을 올렸다.
“사부, 전력으로 서포트하겠습니다. 지금의 사부와 저라면 충분히 상대할 수 있어요.”
『 동료 엘리스의 스킬 ‘시간 가속 Lv.10’이 발동됩니다. 』
내 시간이 빠르게 흐른다. SSS급 상위에 올랐을 천성호의 공격이 전부 눈에 보인다.
나는 역전의 검을 들어 올린 뒤 공중으로 뛰어올랐다.
『 유니크 스킬 ‘공중 기동 Lv.11’을 발휘합니다. 』
『 유니크 스킬 ‘초인의 체력 Lv.11’을 발휘합니다. 』
미래에서 새롭게 익힌 스킬이 발동되며 부족한 능력치를 메꿔진다.
애시당초 한계돌파의 효과로 2배가량 올라가 있던 능력치가 크게 상승.
『 필드 ‘마계(魔界)’의 칭호가 적용됩니다. 』
『 마계의 재앙 : 데미지가 1,000% 증가합니다. 』
『 마(魔)의 대적자 : 능력치가 3배 상승합니다. 』
거기에 더해 멸망한 세계에선 이계 규율의 칭호가 그대로 적용된다.
콰아아앙!
“뭐?!”
예상치 못한 빠르기와 힘에 검을 받아낸 천성호의 얼굴이 굳어졌다.
속도를 따라잡았으니, 이제 공격할 차례다.
『 스킬 ‘일자베기 Lv.13’을 발휘합니다. 』
『 유니크 심화 스킬에 의해 위력이 더해집니다. 』
서걱—!
천성호의 검이 그대로 잘려나갔다. 이해가 가지 않는단 표정으로 고개를 들어 올리는 천성호.
『 ‘일자베기 Lv.13’의 경험치가 12% 상승합니다. 』
14레벨 일자베기까지 앞으로 열 번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