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100 thousand reincarnation he became a transcendent hunter RAW novel - Chapter 161
161화 여제의 뜻(4)
“뭐, 뭐야······?!”
“여제님!”
“저 놈을 당장 막아!”
당황한 여제측의 헌터들이 나를 바라보며 소리쳤다.
“아니, 잠깐.”
그러나 여제는 이 변화를 눈치챈 모양이었다. 헌터들을 향해 손을 들어 올려 제지했다.
“도대체 어떻게······?”
그리 중얼 거리는 여제.
절대 차원 간섭 Lv.13
본디 이 스킬의 최대 레벨은 10 이고 등급은 유니크에 불과하다.
그러나 무재조정의 효과와 스킬 향상의 반지, 에픽 아이템인 성배는 기적을 만들어냈다.
그렇게 완성된 레전더리급 13레벨 스킬.
이 세계에는 아마 존재하지 않을 스킬이 내 손에서 발휘되고 있었다.
샤아아아—!
막대한 양의 빛이 초월의 비석으로부터 흘러나온다. 방대한 양의 정보가 비석을 통해 내게 전해진다.
‘크윽······.’
버거울 정도의 정보량이 뇌속에 새겨지고 있었다. 머리가 타오르듯 시큰거리고 뇌 속이 불로 지져지는 것처럼 뜨겁다.
『 유니크 스킬 ‘지고의 정신 Lv.3’을 획득합니다. 』
『 스킬 ‘지고의 정신 Lv.4’을 획득합니다. 』
『 스킬 ‘지고의 정신 Lv.5’을 획득합니다. 』
여지껏 느릿하게 경험치를 얻고 있던 지고의 정신의 경험치가 빠르게 올라간다. 그만큼 내 정신에 걸리는 부담이 크다는 의미다.
“사부······!”
“오빠!”
주변으로 다가오던 헌터들과 그들의 목소리가 아득하게 멀어지고 있었다. 시간이 끊임없이 늘어지며 느리게 흐르기 시작한다.
동시에 미래의 나 ‘이지한’이 듣고 보고 겪었을 무수한 일들이 내게 전달된다.
‘대체······.’
『 스킬 ‘지고의 정신 Lv.6’을 획득합니다. 』
강렬한 격통이 머릿속을 뒤흔들었지만 나는 비석에서 손을 떼지 않았다.
무수한 차원 속에서 여제가 찾아낸 미래의 나.
그를 온전히 이곳으로 데려오기 위해선 차원 간섭을 멈춰서는 안되었다. 정신에 걸리는 부하는 심해지고, 전신에서 땀이 비오듯 흘러내린다.
『 스킬 ‘지고의 정신 Lv.7’을 획득합니다. 』
『 스킬 ‘지고의 정신 Lv.8’을 획득합니다. 』
내가 알지 못했던 사실들과 내가 겪지 않았던 일들이 거듭하여 머릿속을 채워나간다.
‘젠장······.’
조금이라도 실수하면 모든 것이 뒤틀어진다. 조금만 잘못 건들인다면 부숴질 것 같다는 생각이 자꾸만 든다.
미래의 내 영혼은 수많은 차원을 방랑하며 너덜너덜해져 있었다. 도저히 사람의 것이라고는 볼 수 없을 정도로.
셀 수 없이 많은 인과의 사슬들이 영혼을 구속하고 있다.
그를 온전히 이곳으로 데려오기 위해선.
그 전부를 이해해야만했다.
그러니 애초부터 나밖에 할 수 없는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나를 이해하는 건 결국 내가 될 수밖에 없으니.
화아아악!
격류와 같은 시간의 흐름이 나를 훑고 지나간다.
이지한은 아무도 모르게 사라졌다.
자신도 돌보지 않은 채.
동료들도 내버려둔 채.
무언가를 찾아 헤맨다.
환상계, 맹림계, 증기계, 정령계, 마계, 대양계, 행성계, 고차원계······.
다른 차원에서 있었던 일들이 휙휙 내 기억을 스치고 지나간다.
『 스킬 ‘지고의 정신 Lv.9’을 획득합니다. 』
『 스킬 ‘지고의 정신 Lv.10’을 획득합니다. 』
다른 차원에서의 만남과 인연이 얽히고 섥혀 나를 옭아맨다.
새로운 동료, 잊지 못할 경험, 죽음의 위협과 절망스런 재앙.
그러한 시간이 쌓일수록 기억은 희미해지고 본래의 목적은 의미를 잃을 것만 같아진다.
그럼에도 미래의 나는 무수한 차원을 돌아다니며 무언가를 찾고 있었다.
‘뭘 위해서 이렇게까지 하고 다닌거냐······.’
감정조차 바래질만큼.
기억조차 희미해질만큼.
나는 필사적으로 돌아다닌 것이다.
한때는 F급에 불과했던 재능 없는 헌터가.
세계를 구하기 위해 단 하나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 차원을 넘었다. 지치지도 않고 계속해서 나아간다.
그 모든 기억을 훑은 나는 알 수 있었다.
나는 돌아오지 않은 게 아니었다.
돌아오기 위해 안간힘을 쓴 것이었다.
본래의 세계를 구하기 위해.
초월자 마계왕을 죽일 방법을 찾아내기 위해.
나는 최선을 다했다.
“크으윽······.”
『 스킬 ‘지고의 정신 Lv.11’을 획득합니다. 』
『 추가효과 : 이제 최상위 정신계 스킬을 습득할 수 있습니다. 』
화아아악!
내 주변을 뒤덮고 있던 검은 장막이 걷히며 본래 내가 서 있던 풍경이 드러났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무감각해지는 기분이었다.
1초? 2초? 그 정도였을지도 모른다.
투명한 유리성 내부.
놀란 헌터들의 모습과 내게로 달려오는 동료들이 보인다.
여제의 눈은 흔들리고 있었다. 변화를 알아챈 걸까?
나는 쓰러지다시피 주저 앉았다.
“사부! 괜찮아요?!”
“오빠! 정신차려!”
평생 살아 온 것 이상의 삶을 살아냈다. 그것도 단숨에. 지치는 게 당연했다. 그러니 잠깐만 내버려둬라.
그래도 확실히 성공했다.
촤르르륵······.
초월의 비석을 두르고 있던 쇠사슬이 흘러내렸다.
굉음과 함께 비석이 무너져내렸다.
가벼운 연기가 비석 내부에서 피어올랐다.
그 사이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한 남자.
“······.”
그는 아무 말없이 몸을 털고 일어섰다.
그 등장만으로 유리성 내부에 있던 모두가 말을 잃고 멈춰선다. 침묵의 장막이 가라앉은 듯 한없이 고요하다.
무기를 들고 달려오던 이도 거센 고함을 치던 이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조용했다.
모두를 천천히 둘러 본 남자가 침묵 속에서 입을 열었다.
“고생했다.”
고작 한마디였지만.
이제껏 만나왔던 어떤 이보다 강한 카리스마와 격이 성 내부를 잠식한다.
나도 무릎이 꺾이고 고개가 내려갈 것만 같은 강대한 격이었다.
대부분의 헌터들은 고개조차 제대로 들지 못할 정도였다.
그러나 두려워하는 이는 없었다.
그들의 가슴에선 공포가 아닌 희망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남자는 품에서 검은 가면을 꺼내들어 자신의 얼굴에 올렸다. 일대를 짓누르던 격이 단숨에 사라졌다.
이어지는 건 엄청난 환호성과 기쁨의 함성이었다.
“와아아아아!!”
“리더가! 리더가 돌아왔다!”
“리더!!!”
“사부······. 진짜, 사부가······.”
“진짜 오빠야······?”
미래의 진세아도 엘리스도.
신태양 천성호, 한기성 누구 할 것 없이.
남자를 향해 고개를 들어 올린다. 그들의 눈에 눈물이 글썽였다.
기다리고 있었던 그.
미래의 진세아의 눈에서 큼지막한 눈물이 방울 방울 떨어져 내렸다.
“지한씨······.”
얼음장 같이 차가운 얼굴을 하고 있던 여제조차도.
한없이 풀어진 표정으로 눈물을 쏟아낸다.
여제는 그대로 남자에게 달려가 와락 안긴다.
그녀 뿐만이 아니다. 남자의 귀환을 모두가 기다렸을 것이다.
모두가 남자를 향해 달려나갔다. 방금 전까지 적이었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 그를 마주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그들의 얼굴은 미소로 가득했다.
“이 정도면 해피 엔딩인건가? 구해준 건 오빠인데, 다들 정신은 미래의 오빠한테 팔려 있네.”
내가 잘아는 현재의 진세아가 몰려드는 사람들을 보고 내게 말했다.
나는 한발자국 뒤로 물러서 현재의 동료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윤서현이 멋쩍은 듯 어깨를 으쓱였다.
“잘 됐네요. 근데 여제랑 저는 다른 사람인 거 알죠? 저 여자랑 나랑은 상관 없어요. 진짜요.”
“예. 참고하겠습니다.”
나는 그들의 리더가 아니다. 이방인이자 손님이다.
이번 미래가 특별한 이유였다.
진세아가 두 명이고, 윤서현이 두 명이다.
미래의 존재가 현재와 공존한다.
물론, 그들의 입장에선 우리가 과거다.
우리는 그들의 세계에 잠시 들른 방문객인 셈.
그들에게 그들의 세계가 있듯, 우리에겐 우리의 세계가 있다.
내 옆에 서 있던 진세아가 물었다.
“근데요······. 여기가 미래면 오빠도 언젠가는 사라진다는 뜻?”
“설마.”
윤서현의 눈이 나를 향했다.
아마 같은 일은 안 일어날 거다.
“그렇게 안되게 해야겠지.”
이로써 인류의 두 진영 간의 전쟁은 불필요한 피를 내지 않은 채 끝이났다. 남은 건 인류의 화합과 재건 뿐.
그렇게 마무리 지을 수 있다면 좋았겠지만.
그우우우우우······.
유리성 바깥의 붉은 하늘에서 기이한 소음이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붉은 하늘의 중심부에 거대한 균열이 생겨나있었다.
하늘이 부숴질 것처럼 무너진다는 표현이 맞을 거다.
그 틈으로 검은 마기가 끊임 없이 쏟아져 내린다. 흡사, 이전에 보았던 재액처럼. 구멍에서 검은 액체가 폭포처럼 떨어진다.
당황한 진세아(현재)가 묻는다.
“뭐, 뭐에요······? 이제 다 끝난 거 아니었어요?”
“세계의 끝이 다가오는 거다. 마계왕이 내 배신을 알아차린 모양이야. 본격적으로 움직일 생각인 것 같군.”
어느틈에 다가온 불사의 마족이 설명을 시작했다. 많이 맞았는지 몸 전체가 너덜너덜했다.
그는 내 어깨에 손을 올렸다.
“하지만, 설마하니 사라진 대적자를 부활시킬 줄은 몰랐다. 정말 놀랐다. 인간들 말로는 이런 걸 두고 대박이라 하던가.”
이변을 감지한 건 모두가 마찬가지였다. 축제처럼 과열되었던 분위기도 금세 얼어붙을 정도였다.
들리지는 않지만 미래의 내가 사람들을 안심시켰다. 그제서야 다시 활기가 돌아왔다.
어쨌든 이들에게는 마계왕이라는 진짜 적이 남아 있다.
“이후의 일은 지금의 인간들이 해낼 일이다. 과거의 대적자여. 넌 충분한 기적을 보여줬다.”
“그래.”
잘난 듯이 말하는 불사의 마족에게서 고개를 돌렸다. 이계 규율에 대해서 물어봐야했지만, 지금은 잠깐 미뤄두자.
저 멀리에 있던 미래의 진세아.
그리고 여제가 함께 내게로 오고 있었으므로.
“······진짜 고마워. 이걸 말로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오빠. 이거 세이비어라도 선물로 주고 싶은 기분이라니까.”
가볍게 주먹을 내미는 진세아(미래).
투욱.
나도 주먹을 마주했다.
풀리지 못할 것 같은 갈등의 고리.
그 해결은 어렵지만 나에 의해 극적으로 타결되었다.
내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 다행인 셈이었다.
내 옆에 서 있던 윤서현은 여제를 째려보았다. 여제에게 불만 가득한 얼굴이었다.
“그래서, 무슨 할 말이 있어요? 지한씨를 죽여서 그쪽 지한씨를 살린다는 생각을 한 사람이.”
여제는 고개를 들지 못한 채 내게 말했다.
“미안해요. 그건 변명의 여지가 없네요. 원망해도 당연하겠죠. 하지만······. 고맙다는 말만큼은 전하고 싶었어요. 정말 고마워요.”
“설마 용서해주는 거 아니죠?”
윤서현은 단단히 화가 난 모양이었다. 뭐, 여제가 윤서현이고 윤서현이 여제니 만약 같은 상황이었다면 비슷한 결론을 내지 않았을까.
“그렇게 미안하면······. 강해지는 방법이나 알려주시죠.”
“네?”
되묻는 여제.
물론 내 이야이가 아니다.
나는 윤서현을 가리켰다.
“기왕이면 가장 빨리 강해지는 방법으로요.”
“저, 저요?”
당황하는 윤서현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 일로 그녀가 여제급의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는 게 증명되었다. 따라서 그녀는 더욱 강해져야 한다.
그야, 우리는 다른 미래를 향해 나아갈 거니까.
* * *
“근데 나 이번에 한 게 아무것도 없는데? 그 지옥 같은 훈련은 대체 무슨 소용이었던거냐고요!”
“자자, 진정해. 이거나 마셔. 아, 술은 안되나? 그러면 주스라도.”
미래의 진세아가 과거의 진세아의 입에 주스를 물렸다.
파티였다.
인류의 리더가 돌아 온 중요한 날이었으니까.
그들은 성대한 환영 파티를 열었다.
두 파벌로 나뉘어 있던 인류 전체가 세이비어에 집결했다.
내가 둘이 되자 인공지능 네이아가 심히 당황해 했지만 결과적으로 함장은 진세아가 이어서 맡기로 했다.
여제 측 사람들은 내게 사과와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그들이 주는 사죄의 선물들로 방 안이 가득 채워질 지경이었다.
인류의 리더가 돌아왔단 소식이 함선 전체에 알려졌다.
내 얼굴을 모르던 사람들도 내 이름과 행적만큼은 잘 알고 있었기에. 한동안 세이비어에는 축제 분위기가 이어졌다.
군단장도 전부 쓰러뜨린 마당에 마계왕이라고 이기지 못할 건 없어보였으니까.
어찌되었건 희망은 분명히 존재했다.
윤서현의 훈련과 진세아의 훈련이 남았기에 나는 일부러 일자베기의 레벨을 올리지 않았다.
그렇게 일주일이 흘렀다.
‘물론 여기에 평생 있을 순 없겠지.’
이전처럼 우리의 세계에서도 시간이 흐르고 있을 가능성이 있었다.
돌아갔는데 세계가 멸망해 있다거나, 그런 일은 없어야 했으니까.
“오늘은 또 뭐냐.”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문 앞에 선물이 한가득이었다. 각종 아이템들과 몸에 좋다는 영약이 떨어져 있었다.
미래의 무기나 장비는 과거로 가져갈 수 없다.
운 좋게 이계 규율이 발동해야 가져갈까 말까니까.
그래도 영약 같은 건 도움이 된다.
『 100년급 체력 증진 영약 』
아마 천성호와 신태양의 짓일 거다. 미안했는지 계속해서 이런 아이템들을 가져다 받치고 있었다.
멸망한 세계 어디에서 이런 걸 구해오는 건지.
근데 주면 받아야지.
나는 영약을 들이켰다.
입 안 가득 쓴맛이 퍼진다.
『 체력이 영구적으로 25% 상승합니다. 』
『 체력 관련 스킬의 습득 가능성이 증가합니다. 』
마지막 한 방울까지 털어 넣고 트레이닝 센터로 향했다.
『 오늘이 함장님을 뵙는 마지막 날이라는 게 아쉬울 따름입니다. 』
네이아의 안드로이드가 나를 안내한다.
“함장은 진세아로 바뀌었잖아. 그리고 이 시대의 내가 있는데. 뭐, 어때.”
『 각인효과라고 아시나요? 태어난 새끼 오리가 처음 본 대상을 부모로 여기는 현상입니다. 』
“알지.”
『 마찬가지로 저도 처음 뵌 함장님께 충성심을 느낍니다. 』
“너는 오리가 아니잖아.”
『 그런 냉정함도 오늘로 마지막이라는 것에 슬픔을 느낍니다. 』
네이아도 학습을 하는 건지. 부쩍 말이 많아져 인공지능이란 느낌이 거의 사라졌을 정도다. 녀석이 어디에서 왔는지, 어디서 찾을 수 있는지는 알아냈다.
조만간 다시 보게 될지도 모른다.
나는 늘 하듯이 트레이닝 센터로 들어왔다. 전투 안드로이드들을 상대로 연습하다보니, 아직 100%가 되려면 꽤 남았다.
여기서 최대치까지 채우고 모두가 있을 때 다같이 귀환할 예정이었다.
“응?”
그런데, 트레이닝 센터에서 의외의 인물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검은 가면을 쓴 남자.
아무런 기운도 느껴지지 않지만, 그 고요함이 오히려 압도적인 느낌을 불러 일으킨다.
“왔나.”
그 정체는 다름 아닌 미래의 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