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100 thousand reincarnation he became a transcendent hunter RAW novel - Chapter 166
166화 오버 더 월드(4)
이지한의 검이 쿠훌렌의 목에 대어졌을 때.
‘어째서······. 이만한 격차가······.’
고블린 쿠훌렌은 필사적으로 고개를 들어 올리려 하고 있었다. 그러나 압도적인 격의 차이 앞에서 그의 몸은 요지부동이었다.
‘키륵······.’
이해할 수 없었다.
이지한과 쿠훌렌 자신의 차이를 도무지 인정할 수 없었다.
첫 이지한과의 전투 이후 쿠훌렌은 팔과 눈을 잃었다.
양 손에 쥐던 쌍태도를 더 이상 들어 올릴 수 없었고, 균형이 맞지 않는 몸으로 힘겹게 살아남아야 했다.
그의 신체를 고쳐주겠다는 마족도 있었지만 거절했다.
애시당초 고블린 일족의 멸망을 주도한 것은 마족.
마족의 손을 빌릴 바에는 죽는 게 나았다.
살아남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다시는 패배하지 않기 위해서 이를 갈고 뼈를 깎는 수련을 지속했다.
그 결과가 지금의 쿠훌렌이었다.
고블린 중에서도 단연 빛나는 힘을 손에 넣은 전무후무한 존재.
친(親)마족파를 주도한 자볼이 죽고,
그 자리를 반마족파인 쿠훌렌이 이어 받았다.
이제 쿠훌렌은 고블린 일족을 이끄는 수장이다.
S급 게이트의 마수도 그의 상대가 못되며, 보스마저도 자신에게 무릎을 꿇었다.
‘그런데······.’
눈 앞의 남자는 어째서.
어째서 이리도 강한 격을 소유하고 있단 말인가.
‘이것이 재능의 차이인가? 종족의 차이인가?’
같은 시간축을 살아가는 존재로서.
필히 같은 시간을 보내왔을 터.
그럼에도 이 격차는 무엇이란 말인가.
이 남자는 마족을 차례차례 쳐부수고 대적자라고 불리는 존재가 되었다. 마족들이 무시 못할 위협이자 재앙.
‘그 때 마무리 짓지 못한 것은 내 방심 탓이 아니었단 말인가.’
그러한 남자가 쿠훌렌에게 선택을 종용하고 있었다.
여기서 죽을 것이냐.
아니면 인간의 편에 서서 마계왕과 대적할 것이냐.
둘 다 미친 짓이었다.
쿠훌렌이 죽으면 고블린 일족의 미래는 뻔했다. 마족의 노예로 부려지다, 짐승이나 다름 없게 변할 것이다.
이 세계의 일부를 손에 넣는다고 해도, 이성을 잃고 살육을 즐기는 마수가 될 것이다. 그리 된 종족을 쿠훌렌은 직접 보았다.
‘그렇게 살아남는 것은 의미가 없다······.’
하지만 마계왕에게 대적하는 것 또한 제정신이 아니었다.
‘일족 전체가 멸망할 수도 있다. 대체 어떤 선택을 해야 한단 말이냐.’
고민을 거듭하는 쿠훌렌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남자는 차가운 눈으로 쿠훌렌을 내려다 보았다.
“그러고보니 내 이름을 물었었지.”
첫 싸움 때의 이야기였다.
쿠훌렌은 남자의 이름이 무엇인지 물었었다.
인정하고 싶진 않지만, 돌이켜보면 패배였다.
싸운 상대의 이름 정도는 기억하고 싶었다.
그러나 남자는 말해주지 않았다.
“이지한. 이지한이다.”
그 대답을 지금 듣게 될 줄이야.
격에 의해 압도되는 지금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저릿하게 귓가에 울렸다. 그가 한마디 할 때마다 몸이 부숴질 것만 같았다.
쿠훌렌은 저도 모르게 헛웃음이 나왔다.
진짜 미친 놈이군.
그런 생각 밖에는 안들었다.
남자는 재차 물었다.
“그러니 선택해라. 죽을 거냐, 협력할 거냐.”
“······.”
방금 그걸로 생각이 말끔히 정리 되었다.
고민을 거듭했던 쿠훌렌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
이지한.
단기간에 상상을 초월하는 성장력.
만약, 이 자의 재능이 진짜라면.
그것이 마계를 뒤엎을 정도의 능력이라면.
충분히 걸어볼만 하다.
그것이 쿠훌렌의 판단이었다. 그는 힘들게 입을 열었다.
“키륵······. 다만 조건이 있다······.”
그 조건은 마계왕에게 승리하면 고블린 일족의 자유 보장할 것.
이미 목 앞에 칼이 들이밀어진 상황.
사실상 동등한 동맹은 맺을 수 없다.
고블린 일족이 흘릴 피는 결국 감수해야 했다.
하지만 종래에 얻을 자유만큼은 지켜내야했다.
쿠훌렌의 먼 미래를 내다본 판단이었다.
“그것만 지켜진다면. 협력하겠다. 크륵······.”
이야기를 들은 이지한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려운 조건이 아니었다.
쿠훌렌에겐 반쯤 협박 식으로 이야기하긴 했지만.
‘모든 차원은 연결되어 있다.’
앞으로 마계와 대적할 다른 종족을 만나게 될 것이다. 그들을 억지로 굴복시킨 채 마계와 대적하게 해선 마족과 다를 게 없다.
“그래, 받아들이지.”
쿠훌렌과 고블린 일족이 이지한의 휘하에 들어오게 되는 순간이었다.
* * *
쿠훌렌은 녹빛의 게이트를 생성해 사라졌다.
나는 방출하고 있던 격을 잠재웠다.
조용했던 뒤편에서 숨소리가 들려왔다.
“허억······.”
“무슨 스킬인 겁니까······?”
일본 헌터들이 가슴을 부여잡고 있었다. 류노스케와 코하쿠만이 멀쩡하게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경악스런 표정을 하고 있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지, 지금 고블린을 말로 설득한 거에요?”
“예, 그렇게 됐습니다. 이제 저 녀석이 인간을 공격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
아니, 사실은 공격했다는 이야기도 조금은 이상하다.
‘사람들을 일부러 나눠서 보스까지 도달하는 시간을 늦췄다. 보스는 입구까지 막은 채 자기가 처리해버렸고.’
놈이 역으로 헌터들을 구하려고 했다는 건 너무 과한 추측인가.
“그냥 저렇게 보내도 괜찮은 거에요?”
윤서현이 걱정스런 표정으로 물었다.
“네, 괜찮습니다. 상위의 격 앞에서 고블린 종족의 발언은 맹약의 성질을 띄거든요.”
“그건 신기하네요······. 그건 미래에서 얻은 지식인가요?”
“네, 맞습니다.”
윤서현이 일본 헌터들에게 들리지 않게 조심스레 한 질문에 가볍게 대답했다.
고오오······.
보스는 쿠훌렌에 의해 진작에 토벌되었다.
공동의 이어지는 통로 끝에서 검은 게이트가 일렁이고 있다.
“출구다!”
“다들 고생하셨습니다.”
“아, 나가기 전에.”
붉은 갑주의 류노스케가 내쪽으로 다가왔다.
“나가면 통역이 필요할 테니 미리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려고 합니다. 한때는 어떻게 되나 했는데, 이지한씨 덕분에 성공적인 공략이 될 수 있었습니다.”
“도움이 되었다니 다행입니다.”
활을 든 코하쿠도 고개를 숙였다.
재능 획득 물약의 귀환 장소가 뒤틀린 탓에 일어난 우연이지만.
결과가 좋으니 오케이다.
화아아악!
바깥으로 나오자 기분 좋은 태양빛이 우리를 반겼다.
멸망한 세계의 붉은 하늘이 아닌, 청량한 푸른 하늘이다.
취재진과 길드 류구의 팬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플래쉬 세례가 터져나온다.
그들은 열렬한 환호를 받으며 텐트로 돌아갔다. 우리를 보고 함께 가자고 손짓했지만 정중히 사양했다.
“우리는 바로 돌아가죠. 가능하죠?”
“물론이죠.”
공간계 능력자가 있다는 게 이렇게 든든할 줄이야.
현시점 윤서현은 해외도 가볍게 넘나드는 수준이다.
“빨리 집에 가고 싶어요······.”
“그래, 돌아가자.”
외부인인 우리를 향해 관심이 쏠리기 전.
『 동료 윤서현이 스킬 ‘공간이동 Lv.9’를 발휘합니다. 』
우리는 한국을 향해 이동했다.
* * *
은빛의 날개.
“그러니까 정말로 오늘 온다는 거 맞지?”
길드장 윤지은은 손톱을 깨물으며 건물의 1층을 부산스럽게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녀의 얼굴에는 드물게 초조함이 드러나 있었다.
엘리스가 조심스레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맞아요. 80%정도······?”
S급 상위 게이트 공략 이후.
이지한과 윤서현 그리고 진세아는 실종되었다.
말그대로 실종이었다.
엘리스가 아니었다면 윤지은은 불안함에 잠도 제대로 못 잤을 것이다.
‘지한씨가 같이 사라진 게 위안이라면 위안이지만······.’
그래도 1달이 지났다.
무려 1달!
유지은 본인의 걱정도 걱정이지만, 딸(진세아)이 사라졌다는 소식을 들은 하이테크 회장을 설득하느라 진땀을 뺐다.
그리고 드디어 오늘.
이들이 귀환한단다.
“멀쩡히 돌아와야 할텐데.”
그리 중얼 거리는 윤지은의 앞.
정문에 사람의 그림자가 비쳤다.
윤지은의 얼굴이 밝아지려는 찰나.
“어라, 길드장 누나 여기서 뭐해요?”
“성호왔니······.”
천성호를 확인한 윤지은의 얼굴에 순간 그림자가 드리웠다. 괜히 찔린 천성호가 손을 내저었다.
“저 사고 친 거 없어요. 진짜요. SNS에 신태양보다 내가 세다고 올려서 댓글 불판 나고 기사 터진 것 정도······?”
“너······. 아냐, 나중에 이야기하자.”
천성호도 자연스레 합류해서 의자를 깔고 와 앉았다.
“아아, 형이 오늘 온다고요? 그러면 저도 기다릴래요.”
스마트폰을 살피던 엘리스가 소리쳤다.
“오, 대박이에요!”
“왜? 도착했대?”
“여기, 방금 일본 1위 길드 류구 공략이 끝났는데요······.”
스마트폰의 기사에 올라와 있는 사진.
그 끄트머리에 조그맣지만 분명히 나와 있었다.
이지한과 윤서현.
진세아는 머리카락만 나왔다.
“어디, 어디? 나도 볼래.”
“진짜잖아. 그러면 곧······.”
모두가 고개를 들어 올리는 순간.
“어? 다들 기다리고 있었네?”
“언니!”
그토록 기다리던 이들이 돌아왔다.
이지한은 양손 가득 봉투를 들고 있었다.
도쿄 바나나 빵과 병아리 빵이었다.
그는 봉투를 내려다 놓으면서 말했다.
“돌아왔습니다.”
“어서와요! 기다리고 있었어요!”
“형!”
“사부님! 어서오세요!”
모두를 맞이한 윤지은은 곧장 윤서현을 향해 달려갔다. 거의 울먹일 지경이었다.
“괜찮아? 어디 다친 데는 없고?”
“완전. 나 애 아니라니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면 깜짝 놀랄 걸.”
“다행이다.”
자매의 감격스런 만남.
윤지은은 묻지 않을 수 없었다.
“대체 어디에 있었다 온 거에요?”
그녀의 물음에 진세아가 씩 웃으며 고개를 들어 올렸다.
“후후, 말하자면 길어요. 아니, 말해도 못 믿을 걸요. 야, 천성호. 지금부터 나한테 잘해. 너랑 나랑은 클라스가 다르니까.”
“사라진 동안 이상한 거 먹은 건 아니지?”
천성호가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내 앞으로 엘리스가 다가왔다.
“사부님, 전할 말이 있어요. 미래로부터 온 메시지에요.”
대강 무슨 내용일지 예상이 간다.
그 이야기를 듣기 전에 해야 할 일이 있다.
“일단은 미래에서 있었던 일을 설명하겠습니다.”
“미, 미래요? 잘못 들은 거 아니죠?”
윤지은이 눈을 가늘게 떴다.
“자세한 건 회의실로 가서 말해도 될까요? 저희도 이곳의 상황을 들어야하는 건 마찬가지니까요.”
미래에서는 약 3주였지만.
이곳에서는 1달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그 사이, 많은 일이 있었을 거다.
회의실로 이동해 우리는 서로의 정보를 공유했다.
멀지 않은 미래 마족들에 의해 세계가 멸망하고 대부분의 인간이 죽는다는 충격적인 이야기.
“말도 안돼요. 아무리 그래도······.”
이 부분은 같이 미래에 갔던 윤서현과 진세아가 있어 설명하기 편했다. 증인이 있으면 사실감이 더해지는 건 당연하다.
“지, 진짜냐······.”
천성호는 아연실색한 얼굴이었다.
“그래, 너는 서현 언니 부하였다니까. 부하도 아니지, 따까리.”
의기양양한 얼굴로 천성호를 놀리는 진세아.
“큭, 그럴 리가 없어. 내가, 내가 따까리라니······.”
꽤 충격 받았는지 넋이 나간 모습.
그리 풀 죽을 필요는 없다.
어떤 미래에선 네가 인류의 리더이기도 하니까.
“서현이가 여제······. 쉽게 믿어지진 않지만······. 믿을 수 밖에 없겠네요.”
충격적인 이야기지만 윤지은은 진지하게 들었다.
“복잡하니, 나중에 생각하기로 하고. 이제 여기에서 있었던 일을 알려드릴게요.”
미래에 관한 이야기가 끝난 뒤, 우리는 우리가 사라져 있던 1달 간의 일들을 전해 들을 수 있었다.
“협회의 부협회장이 마족이었다는 게 밝혀진 이후로 전세계가 뒤집혔어요.”
빔 프로젝터에 떠오른 화면에는 각종 기사가 떠올라 있었다.
– 대한민국의 협회 부협회장 마족으로 밝혀져.
– 다가오는 마족의 위협, 길드와 정부의 대처는?
– 전세계에서 한국을 주시하다.
각 나라의 정부에서는 마족을 잠재적 위협으로 간주하고 대대적인 조사를 실시. 실제로 소기의 성과를 내고 있단다.
“정보 길드 호라이즌의 백묵. 그 사람의 입지가 굉장히 올라갔어요. 여론의 호응도 압도적이고요.”
백묵은 나름대로 세를 불려나가고 있는 모양.
“늘어나는 게이트의 수와 더불어 헌터의 수도 폭증하고 있어요. 백묵은 대대적으로 마족을 사냥하기 위해 헌터들을 양성하고 있습니다.”
길드에서 늘릴 수 있는 헌터의 수에는 제한이 있다.
하나의 길드에 힘이 치중되는 것을 막기 위한 규정이지만.
– 호라이즌 백묵 “헌터 아카데미 만들 것”
– 전세계의 헌터들을 S급 헌터로.
– “마족에게도 지지 않을 헌터 양성 목적” 백묵의 행보
백묵은 정부와의 로비를 통해 이런 부분을 편법으로 넘어갔다는 모양.
마족의 침략이 가시화 된 지금, 그의 행보는 그야말로 영웅적이었다.
‘나쁘지 않군.’
그의 성장은 내게도 도움이 된다.
당장은 상부상조할 수 있는 관계니.
잠시 내 눈치를 보던 엘리스가 스마트폰을 꺼내 보여줬다.
“사부님, 사부님 기사는 전부 스크랩해놨어요.”
– 초대형 S급 게이트 공략의 주역은 누구?
– 베일에 쌓인 천재 신인 ‘이지한’
– 수호 길드 사최헌 “탐나는 인재”
“헤헤.”
“그래, 잘했다.”
백묵의 폭로에 묻힌 감이 있지만, 실종 사건도 같이 묻혔으니 상관 없다.
그보다 신경쓰이는 점은 이거였다.
헌터 수의 증가.
마족들의 활동이 이 세계의 억지력에 영향을 준 것이다.
반대로말하면 그만큼 마족들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단 의미.
아니나 다를까 윤지은이 말을 꺼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일이 있어요. 돌아 온 첫 날부터 이런 말을 꺼내는 게 맞을까 모르겠지만.”
띡.
바뀐 빔프로젝터의 화면에는 제주도의 지도가 떠올라 있었다.
그 중간에 보이는 게이트의 아이콘.
옆에는 97%라는 수치가 쓰여져 있다.
윤지은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전세계의 전문가들이 입을 모아 말하고 있어요. 대한민국에 세계 최초로 SS급 게이트가 생길 거라고요.”
그녀는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대한민국은 한국의 헌터만으로는 클리어가 불가능하다고 판단. 타국의 길드에게 지원 요청을 보낸 상태입니다. 조만간 유례 없는 규모의 공략이 시작될 거에요.”
세계 최초 SS급 게이트.
여기서부터는 모든 게 달라진다.
난이도도 공략의 방식도.
전세계의 헌터들이 힘을 합치지 않고서는 나아갈 수 없는 길.
아니, 합치더라도 나아갈 수 있을지조차 미지수.
이곳은 세계 멸망의 또다른 시작점이니까.
“지한씨도 참여하실거죠? 아니, 참여를 부탁하고 싶어요.”
윤지은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입니다.”
그 준비는 지금까지 어떤 공략보다 철저해질 것이다.
엘리스와의 강화를 포함해서.
아직 얻지 못한 아이템까지.
새로운 지식들을 활용해, 남김 없이 모조리 챙겨갈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