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100 thousand reincarnation he became a transcendent hunter RAW novel - Chapter 171
171화 새로운 세계의 법도(4)
SS급 게이트 공략 1일차.
입장한 모든 헌터가 SS급 게이트에 흩뿌려졌다.
그러나 어떤 상황에서도 당황하지 않는 게 헌터의 철칙.
그들은 연락 수단이 있는 헌터를 중심으로 무리를 짓기 시작했다.
개중에는 의도치 않게 다른 나라의 헌터와 엮이는 경우도 있었다.
그 중 하나가 신태양과 일본의 류노스케였다.
“붉은 갑주 류노스케. 일본의 2위 검객 헌터. 맞죠? 한 번 대화 나눠보고 싶었는데. 잘 됐네요.”
“별명으로 불리니 뭔가 쑥쓰럽습니다. 그쪽은 한국의 초신성 신태양. 맞습니까?”
간단히 통성명을 나눈 그들.
“절 알아봐주시다니. 이야, 이거 저도 유명해졌나보네요. 류노스케씨가 제 이름을 알 정도라니. 헌터 생활의 보람이 여기서 또 하나 늘어가네요. 잠깐, 그 무기는 레전더리급 무기 용의 숨결 아닌가요? 와, 미쳤네요. 만져봐도 되나요?”
“예······.”
대외적인 이미지와는 반대되는 신태양의 수다적인 모습에 류노스케는 잠시 할 말을 잃었다.
“아, 죄송합니다. 검을 제대로 사용하는 헌터를 만난 게 간만이다보니.”
한바탕 말을 쏟아낸 신태양이 머리를 긁적이며 고개를 들어 올렸다.
“어쨌든 다른 헌터들과의 합류가 우선인데······.”
주위를 아무리 둘러봐도 밀림.
여기를 봐도 저기를 봐도 나무와 덩쿨뿐이었다.
“제가 주변 지형을 확인하고 오겠습니다.”
신태양은 선뜻 먼저 말했다. 나무 위로 뛰어 오른 신태양이 주변을 확인하러 사라졌다.
류노스케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지랑 달라서 잠깐 놀랐지만, 괜찮은 움직임이다. 역시 한국 헌터들의 수준은 높아.’
지난번에 공략에 도움을 받았던 이지한이라는 헌터.
이름이 크게 알려지지 않은 헌터가 그 정도였다.
현재 한국에서 가장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는 헌터 신태양의 실력은 어떨까.
‘직접 실력을 보고 싶은데.’
그 기회는 금방 돌아왔다.
나무 사이를 건너서 뛰어 온 신태양은 가볍게 땅에 착지했다.
“이 근처에 마을로 보이는 지점이 몇 개 있어요. 일단은 그곳에서 사정을 설명하고 상황을 지켜보죠.”
“좋습니다. 그런데······.”
크르르······.
어둠 속에서 빛나는 맹수의 눈동자.
“저 놈들이 그냥 보내주진 않을 것 같네요.”
“그러면 가볍게 준비운동하는 셈 치죠.”
신태양이 검집에서 검을 뽑아들었다. 스승이 건네 준 에이나시아 영웅검 위로 푸른 검기가 피어 올랐다.
크르르!
살기를 감지한 맹수들이 사방에서 튀어 나왔다. 등을 맞댄 류노스케와 신태양이 동시에 검을 휘둘렀다.
콰드드득!
‘뭐야, 이 놈들······. 무슨 가죽이 이렇게 질겨······.’
류노스케의 칼날이 검치 호랑이의 가죽에 가로막혔다. SS급 게이트의 마수다운 방어력이었다.
콰앙!
힘으로 밀쳐 내긴 했지만 검치 호랑이는 금세 충격을 떨쳐내고 일어섰다. 류노스케의 붉은 갑주 위로 붉은 마력이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했다.
“하, 이런 기분은 처음인데.”
류노스케는 여지껏 S급 게이트에서 마수를 상대하면서 단칼에 죽이지 못한 마수가 없었다.
이번에는 세 마리의 검치 호랑이가 동시에 류노스케를 향해 달려 들었다. 그 속도와 힘은 S급과 비교해서 최소 5배 이상.
류노스케의 눈에 붉은 이채가 번뜩인 순간.
콰드드득!
마수 세 마리의 심장이 동시에 꿰뚫렸다. 마수들은 그대로 땅에 떨어졌다.
진심을 다하지 않으면 가죽을 가르는 것도 어렵다. 아무리 버프를 받지 않은 상태라곤 해도 이 정도라니.
반면 한국의 신태양은 어떨까.
류노스케의 시선이 뒤쪽으로 돌아갔다.
“가죽이 진짜 질기네요.”
신태양의 앞에 놓인 검치호랑이들은 완전히 두동강이 나 있었다.
‘오, 단면이 거칠기는 하지만······.’
훌륭한 솜씨였다. 일점에 공격을 집중한 자신과는 달리 마수들의 가죽을 정면으로 베어냈다.
“아, 맞다.”
감탄하고 있는 류노스케의 앞에서 신태양은 쭈그려 앉아 마수를 해체 하기 시작했다.
류노스케는 이 상황이 허탈하면서도 신기했다.
“잠시만요, 이런 상황에서 소재까지 챙기시는 겁니까?”
“네. 스승님께서 챙기라고 하셨거든요.”
“스승······?”
이 정도 실력을 갖춘 신태양을 가르친 스승이 있다니. 류노스케의 눈이 살짝 커졌다.
“제게 중요한 가르침을 주신 분이 계시거든요. 나중에 류노스케 씨에게도 소개 시켜드리겠습니다. 아주 굉장한 분이죠.”
“······. 설마 신태양씨보다 더 강한 헌터인겁니까? 사최헌?”
“아뇨, 길드장님도 강하긴 하지만 스승님에 비하면······.”
류노스케의 얼굴이 굳어졌다.
게이트에서 보았던 무명의 이지한 헌터도 그리 강했는데.
그보다 유명한 신태양보다 강한 사람이 있다니.
믿기지가 않았다.
“······한국은 정말 무서운 나라였군.”
“네?”
“아닙니다.”
류노스케는 동료들과 합류하면 이 사실을 알려주자고 다짐했다.
* * *
촤아악! 촤악!
별빛의 검이 백사자들의 가죽을 종잇장처럼 갈라냈다. 시원시원하니 휘두르는 맛이 있었다.
‘무기를 업그레이드한 보람이 있군.’
백사자들은 내 상대가 되지 못했다. 놈들이 발톱을 들고 내게 달려드는 순간, 그대로 발톱째 잘려나갔으니까.
급기야 이를 드러내며 다가오던 백사자들이 슬금슬금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다.
‘어딜 도망치나.’
나는 놈들을 추격하며 사냥했다.
『 스킬 ‘공중 기동 Lv.11’을 발휘합니다. 』
땅을 박차고 뛰어 올라 놈들의 바로 앞에 착지.
촤아악!
검의 칼날이 백사자의 머리를 단칼에 베어냈다. 퇴로를 잃은 백사자들이 뒤돌아 도망치려하지만 이미 늦었다.
촤악, 촤악!
별빛의 검의 날카로움 앞에 그대로 쓰러지는 백사자들.
『 50만배의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
『 경험치 ‘60,251,500,000’을 획득하셨습니다. 』
동시에 나타나는 막대한 양의 경험치 알림.
그 양은 자그마치 602억이다.
‘이렇게 보니 더 터무니 없는 수치군.’
그럼에도 목표치인 100조에 도달하려면 약 1600마리 가량의 마수를 잡아야 한다.
‘무재조정이 없었다면 절대로 불가능 했겠어.’
이계 규율이 내게 준 칭호 ‘초성장’과 ‘절대 성장’을 합쳐도 경험치 증가량은 5배다.
경험치 10만배를 주는 특성 무재조정이 없었다면 도전할 엄두도 못냈을 것이다.
‘아마 이 말도 안되는 경험치 양은······.’
이 세계의 기준이 아니겠지.
촤아악!
마지막 사자의 목이 잘려나갔다.
10마리의 마수를 순식간에 처치했다.
‘······남은 건 1590마리인가.’
무기의 성능이 뛰어난 게 크게 체감된다. 김건에 의해 무기 개량까지 막았으니, 어지간한 마수들로는 검을 막아낼 수 없을 거다.
그리하여 나는 사냥을 시작했다.
직접 마수들을 찾아다니며 밤낮 없이 전진했다.
『 스킬 ‘자연 재생 Lv.11’을 발휘합니다. 』
『 스킬 ‘자연 회복 Lv.11’을 발휘합니다. 』
헌터들이 합류를 시작할 때까지 시간이 남아 있다. 착실하게 사냥을 해놓아야 마족과 대항할 카드가 늘어난다.
무차별적인 사냥이 이어졌다. 마수들의 흔적을 찾아내는 건 어렵지 않았다. 녀석들이 무리를 짓는 습성이 있기도 했고.
『 스킬 ‘탐색 Lv.11’을 발휘합니다. 』
여기 서식하는 마수들은 맹수왕의 비호 아래 있으니 흔적을 구태여 숨기지 않는다. 밀림의 최상위 포식자인 셈.
마수들의 피가 내 옷에 스며 들고, 죽음의 향기가 짙어짐에 따라 놈들이 나를 피해다니는 게 느껴졌지만.
개의치 않는다.
『 유니크 스킬 ‘마수 탐지 Lv.1’을 획득합니다. 』
『 유니크 스킬 ‘마수 탐지 Lv.2’을 획득합니다. 』
..
..
『 유니크 스킬 ‘마수 탐지 Lv.11’을 획득합니다. 』
더 빠르게 많이 찾아내면 될 뿐이니까.
* * *
초맹림계의 지배자는 맹수왕 아한발타제였다.
이곳의 주인들은 맹수의 형태를 한 마수들.
그들이 밀림을 자유롭게 활보하고 있었다.
몇 개의 마을이 있긴 하지만 그 규모가 크지 않았다.
“허, 외인(外人)들이 나타났단 말인가?”
인간들은 부족의 형태로 간신히 마수들을 몰아내며 살아가고 있었다. 맹수왕 아한발타제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기 위해 노력하며 말이다.
“예, 그것도 수백 명에 달하는 큰 규모입니다.”
“허어, 도대체······.”
새하얀 수염을 기른 부족장의 얼굴에 주름이 깊어졌다.
“그들의 목적은 무엇인지 물어보았느냐?”
그의 물음에 몸에 장신구를 걸친 소녀가 답했다.
“맹수왕 아한발타제의 굴복. 그리 말하더군요.”
“이제야 인간의 영역을 구축하고, 식량을 확보한 참인데······. 신도 무심하시지. 이럴 수가 있나.”
이런 외인의 침입이 과거에도 있었다.
모두 아한발타제의 먹이가 되어 사라졌다.
그 사건 탓에 부족은 뿔뿔히 흩어지고 말았다.
이번에도 그때와 크게 다르지 않으리라.
“외인들을 전력으로 막아야······.”
부족장이 그리 말하려던 찰나.
누군가가 다급하게 천막을 열고 들어왔다.
“부, 부족장님! 큰일났습니다!”
청년은 가쁜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구릿빛 피부에는 명중을 뜻하는 검은 문신이 새겨져 있다.
그는 몹시 당황한 표정이었다.
“뭔 일인데 그러느냐.”
부족장이 수염을 쓸어내리며 물었다. 청년이 숨을 가다듬는 동안, 부족장의 머리를 스치는 생각이 하나 있었다.
“설마······. 외인이 맹수왕의 애완마수를 건드린 건 아니겠지?”
그 말에 줄곧 부족장과 이야기를 주고 받던 소녀가 코웃음을 쳤다.
“그럴리가 있겠습니까. 찢기지나 않으면 다행이지요.”
초맹림계에 존재하는 백색(白色)의 마수들.
그들은 맹수왕이 애지중지하는 애완 마수들이다. 일반 마수들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강함을 가진 존재.
외인들이 어설피 상대할 대상이 아니었다.
그러나, 만약 조금이라도 그들에게 상처를 입혔다면.
맹수왕의 분노는 피하기 힘들 것이었다.
“그, 그게 아닙니다.”
숨을 고른 남자가 드디어 말을 꺼냈다.
그 입에서 나온 말은.
“외인이 맹수왕의 애완마수들을 모조리 학살하고 있습니다. 벌써 확인한 것만해도 몇 백마리입니다!”
대학살.
그것도 맹수왕의 애완마수들을.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식이었다.
“허어억······!”
그대로 뒷목을 잡고 쓰러지는 부족장.
“부족장님! 부족장님!”
“뭣들하고 있냐?! 냉수라도 퍼와라!”
“정신 차리십쇼!”
한바탕 소란이 이어졌다.
그러한 소란스러운 가운데.
소녀의 눈이 빛났다.
“그게 진짜라면······.”
멋모르는 외인이 저지른 대참사.
그건 이미 막기에는 한참 늦었다.
아주 화끈하게 저질러 주셨다.
하지만 그런 미친 짓을 벌일 수 있는 힘과 능력.
백(白)마수쯤은 가뿐하게 죽일 수 있을 정도라면······.
“할아버지, 일어나보세요. 어쩌면 맹수왕을 몰아낼 절호의 기회일지도 모릅니다.”
* * *
1002마리.
주변에 있는 마수는 모조리 때려 잡았다. 놈들의 흔적을 찾고 추격하는 것도 이제는 어렵지 않다.
‘특히 하얀 놈이 경험치를 많이 주더군.’
하얀 놈들은 맹수왕이 직접 기르는 우두머림 개체다. 강한만큼 경험치도 두둑하다.
‘다른 녀석들은 어떻게 하고 있으려나.’
내가 따로 움직임을 취하지 않는다면 모든 헌터가 집결하기까지 1주일이 넘게 소모될 거다.
‘아니지, 윤서현이 참여했으니 내가 없어도 모이는 속도는 더 빠를 거다.’
나는 굳이 사람들을 찾아다닐 필요가 없다. 윤서현측에서 먼저 접근해 올테니.
‘문제는 마족인데.’
이 게이트에 존재하는 마족은 예언과 검.
그리고 부패의 마족이다.
부패의 마족은 헌터로 위장하고 있으니 먼저 건드리지 않는 이상 공격해 올 일은 없으니 일단은 논외.
‘예언의 마족이라면 분명히 맹수왕과 결탁해서······.’
거기까지 생각을 마쳤을 때였다.
피잉! 팍!
어디선가 날아온 화살 하나가 발 앞에 꽂혔다.
동시에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멈춰라, 외인. 지금 네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느냐?”
밀림의 어둠 속에서 나타나는 단발의 소녀.
까무잡잡한 피부, 붉은색과 푸른색 옷으로 치장한 것으로 보아 이곳 부족의 무녀가 틀림 없다.
이쪽을 먼저 마주할 줄은 몰랐는데.
나는 태연하게 말했다.
“잘 알고 있지. 사냥.”
“그런 뻔한 걸 말한 게 아니다. 넌 맹수왕의 애완마수를 죽이고 있는 거다. 당장 맹수왕의 병사가 널 죽이러와도 이상하지 않다고!”
그리 말하는 소녀.
“그런데? 여기에 맹수왕의 병사가 있나?”
“······.”
조심스레 주변을 살피는 소녀.
병사의 기척은 커녕 그 시체조차 찾을 수 없다.
소녀의 미간이 좁혀졌다.
“운이 좋은 건가······?”
운일 리가.
맹수왕이 마족과 이야기를 나누시느라 바쁠 뿐이다.
애완마수들이 죽어나가는 걸 모를 정도로 달콤한 제안이겠지.
물론 그것과는 별개로 내 쪽에서도 할 말이 있다. 나는 검을 집어 넣으며 그녀에게 물었다.
“아스카할 부족의 무녀 렘.”
이름을 불린 렘의 눈동자가 사정없이 흔들린다.
“뭐? 내 이름을 어떻게······?”
그야, 당연히 알고 있다.
“렘, 네 부족을 구원하고 싶다면 협력해라.”
지금 이곳 SS급 게이트에서 일어나는 일은.
미래의 내가 한 번 겪었던 일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