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100 thousand reincarnation he became a transcendent hunter RAW novel - Chapter 173
173화 전쟁의 판도(1)
“자자, 필요한 무기의 목록을 적어오세요! 각 부족에게도 전달해주시고요!”
무녀 렘의 명령에 따라 마을의 전사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그들은 익숙한 밀림 내부를 빠르게 오고 갈 수 있었으며, 주술을 활용한 통신에 능했다.
내가 할 일은 이계 규율의 상점에서 무기를 구입해 나누어 주는 것 뿐.
『 유니크 무기 ‘섀도우 크리티컬 보우’를 구입합니다. 』
『 5500 포인트를 소모합니다. 』
『 유니크 무기 ‘아크타의 이빨 단검’을 구입합니다. 』
『 4300 포인트를 소모합니다. 』
『 유니크 방어구 ‘레살리아제 천갑’을 구입합니다. 』
『 12000 포인트를 소모합니다. 』
···
..
.
초맹림계에 퍼져 있는 부족의 수는 약 100개.
싸울 수 있는 자들의 숫자는 2000명 정도다. 그들 모두에게 유니크 아이템을 풀세트로 나눠줘도 포인트가 남아돈다.
미래에서 마족의 대군을 물리치고 획득한 포인트가 1억 2천 가량이니. 인당 3만 포인트를 잡아도 6천만 포인트가 남는다.
“저는 활로 주십쇼.”
“활이 좋습니다.”
“저도 활을 부탁합니다.”
아스카할 부족 내에서는 활을 달라는 사람들이 많았다. 무녀가 지니고 있던 활도 그렇고 이들의 주특기는 활이 틀림 없다.
다른 부족들은 다양하게 무구를 받아갔으니, 밸런스는 맞다.
“이, 이런 아이템을 받아도 되는 겁니까?”
“이만한 물량을 도대체 어디에서······.”
“정말 감사합니다!”
“다들 조심히 실어!”
무기와 방어구가 수레에 잔뜩 실렸다. 아이템들은 그대로 각 부족을 향해 최단 거리로 운송된다.
맹수왕의 활동이 주춤한 지금이 아이템을 보급하기엔 최적의 시기다.
모든 상황을 관리 감독 하던 무녀 렘.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던 그녀도 내가 아이템을 마구 뽑아내자, 표정이 바뀌기 시작했다.
“······. 믿을 수가 없어.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거야······?”
도와준다는데도 의심이 참 많다.
“맹수왕도 마족과 결탁해 부하들을 강화해서 올 거다. 우리 헌터들만으론 막기 어렵고.”
SS급 게이트.
이것을 공략하기 위해 세계 유수의 헌터들이 모두 모였다.
희생을 감수하면 부족의 도움 없이도 공략이 가능할 정도다.
그러나 이번에는 마족이 관여했다.
단순히 전력을 쏟아붓는 것만으론 부족하다.
부족 전사들의 능력치는 죄다 S급. 이런 이들이 무기가 부족해서 싸우지 못한다면 어마어마한 전력낭비지.
‘물론 나도 그냥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건 아니다.’
유니크급 무기들.
가져다 팔면 천문학적인 돈을 벌어들일 수 있는 규모의 아이템이다. 그것들을 각 부족에게 뿌리고 있는 이유가 있다.
『 소수의 초월자들이 당신의 활약을 기대합니다. 』
『 선 성향의 초월자들이 당신의 선의에 감동합니다. 』
이계 규율을 통해 초월자들이 나를 지켜보고 있다.
당장은 떨어지는 게 없지만 이들이 간섭이 심화되는 지점이 올 것이다.
‘무엇보다 이 세계에도 존재 한다.’
나는 무녀 렘을 바라보았다. 그녀가 몸에 두르고 있는 장신구들과 각종 제사 도구.
그녀의 존재가 이미 증명하고 있다.
모든 부족이 따르고 숭배하는 신이 있다는 것을.
신이라는 이름의 초월자가 이 세계에는 분명히 존재한다.
“너희들의 유적을 확인하고 싶은데.”
“그러니까, 여기 처음 오는 네가 그걸 어떻게 아는 거냐고······.”
“예언자 비슷한 거라니까. 거기로 안내해라.”
렘은 어이 없어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실질적인 도움을 받은 시점에서 렘도 한결 누그러져 있을 수밖에 없었다.
자연스레 유적으로 발을 돌리려던 렘이 멈춰섰다.
“근데, 문제가 있어.”
그녀가 손가락을 들어 올렸다.
“맹수왕의 부하들이 점령하고 있어.”
그런 거라면 문제 없다.
“안내해.”
전부 쓸어버리면 되니까.
* * *
“이제 마지막 남은 건······. 러시아의 헌터들······. 알아서 잘 모여 있어서 금방 끝나겠네.”
윤서현은 부족민들의 도움을 받아 초맹림계에 흩어진 헌터들을 도왔다. 이지한의 말을 전하고, 그들이 본인의 길드와 합류할 수 있도록 했다.
그 마지막 차례가 러시아의 헌터들이었다.
주변이 풍경이 일변하며 윤서현이 공간을 넘어섰다.
언데드와 해골병사들로 가득한 한가운데.
러시아의 헌터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들은 흩어진 상황에서도 가장 먼저 합류에 성공했다.
길드장 니콜라이의 언데드들이 밀림 전체로 퍼져, 헌터들을 모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들의 윤서현을 향해 시선이 모였다. 주근깨가 있는 금발의 소년이 가장 먼저 반응했다.
“엇, 뭐야? 공략대이신가요?”
“한국 은빛의 날개 소속 윤서현입니다. 몇가지 전할 말이 있어서요.”
윤서현은 부족민들과의 연합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이야기를 끝까지 들은 소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고개가 뒤로 돌아갔다.
“아하, 그래서 대장은 어떻게 할 건데?”
나무에 기대어 있던 니콜라이의 미간이 좁혀졌다. 그의 군복 바지는 이미 맹수들의 피로 얼룩져 있었다.
“그런 쓸데 없는 이야기를 전하려고 여기까지 온 건가?”
“······. 이야기는 전했으니 돌아갈게요. 서로 방해만 안된다면 저희도 상관은 없거든요.”
윤서현은 어깨를 으쓱이고선 바로 공간 너머로 사라졌다. 협회에서 일하며 온갖 진상들에게 익숙해진 그녀였다.
말이 안통할 게 뻔하면 굳이 이야기 하지 않는 것도 하나의 방법.
“엇······.
윤서현이 사라진 자리를 향해 손을 뻗었던 금발의 소년이 아쉬운 듯 손을 내렸다.
“간섭에 실패했어요. 한국에 저런 공간이동 능력자가 있었나요?”
그리 말하는 소년의 눈은 탁했다. 이어서 장발의 여성 헌터가 고개를 갸웃했다. 그녀의 목이 기이하게 꺾였다.
“대적자와 연관이 있는 건가? 죽여서 확인해봤으면 됐을텐데. 아쉽네요.”
“대장, 다시 오면 어떻게 할까요. 저런 공간이동 능력자는 우리도 필요해요.”
10명 가량의 러시아 헌터들.
그들 중에 살아 있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모두가 살아 움직이는 시체이자, 니콜라이를 따르는 충실한 언데드였다.
러시아 1위 니콜라이.
최상위 부패의 마족이기도 한 그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맺혔다.
“아, 죽여서 가지는 것도 나쁘지 않지. 하지만.”
지금 당장 중요한 것은 대적자다.
그의 손에서 검은 기운이 감도는 오브가 떠올랐다.
“나는 상황을 만드는 것 정도면 충분해. 이 무대는 예언의 마족과 검의 마족의 것이야. 마계왕께서도 내가 나서길 원하시지 않을테니까.”
그는 담배를 한 대 꺼내 입에 물었다. 불을 붙인 담배 연기가 뿜어져 나오지만, 니콜라이의 표정은 여전히 일그러져 있다.
“담배 맛 더럽군. 인간들이 만든 건 죄다 이래. 하여간 자료나 수집해라. 러시아의 수뇌부를 장악할 일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까.”
바스락.
그런 그의 뒤로 나뭇잎이 밟히는 소리가 났다. 그리 특별할 것도 없는 소리였으나.
“!”
니콜라이는 그 즉시 손을 휘둘렀다. 동시에 바닥에서 날카로운 뼈 창이 솟아났다.
콰드득!
뼈 창에 꽂힌 맹수 한 마리. 놈의 몸에서 붉은 피가 뚝뚝 떨어졌다.
“대장, 그 정도는 저희한테 맡기시지. 아니면 무슨 문제라도?”
니콜라이는 소년의 물음을 무시하고 혼잣말을 했다.
“쯧, 최근 안 좋은 소식을 너무 들어서 예민해졌나.”
그리 말한 니콜라이는 다시 한 번 손 끝에 검은 구체를 띄워 올렸다. 에픽급 아이템이 그의 손에서 빛나고 있었다.
“완전 격리 구역. 이걸로 대적자를 가두고 공략을 저지한다.”
그는 흡족스런 얼굴이었다.
“이걸로 대한민국은 멸망할 거다.”
그는 예민한 상황의 탓으로 돌렸지만, 니콜라이의 감각은 날이 서 있었다고도 볼 수 있었다.
실제로 불청객이 있었기 때문이다.
맹수가 있던 장소와 정확히 반대편.
절대은밀기동으로 몸을 숨긴 진세아가 있었다.
‘호오······.’
오빠에게 들어서 니콜라이가 부패의 마족이란 건 알고 있었는데.
러시아 헌터들 전부가 언데드일 줄이야.
심지어 저 아이템은······.
진세아의 눈이 날카롭게 반짝였다.
* * *
무기의 보급도 맹수왕과 싸우기 위한 전술의 준비도 끝났다.
그 사이 내가 향해야 할 장소는 하나다.
이 세계의 신이 기거하는 유적지.
“······지한씨 말대로 소름끼치던데요.”
“그가 다루는 언데드는 기존의 섭리를 벗어난 존재라고 하니 조심해서 나쁠 건 없겠죠.”
임무를 마친 윤서현과 대화를 나누며 렘의 안내를 따라 유적 내부로 들어섰다. 뒤를 흘끗 쳐다보던 렘이 물었다.
“근데 두 사람은 무슨 관계? 연인?”
“동료.”
“······그치, 동료지.”
“흐음······.”
잡담은 길게 이어지지 못했다. 유적으로 통하는 길목에서 맹수왕의 부하를 마주쳤기 때문이다.
푸른 호랑이 수인.
놈은 이빨을 드러내며 우리를 위협했다.
“아스카할의 무녀인가. 맹수왕께서 유적에 발을 들이지 말라고 했을텐데.”
그의 몸 위로 살기가 피어오른다.
적은 방어구를 전부 갖추고 있다. 일반 부족민들이 상대하기엔 강한 적이다.
“다시 찾아왔다는 건 죽고 싶다는 말이겠지.”
놈의 입가에 주르륵 침이 흘러내린다. 렘을 먹이로밖에는 보지 않는 시선이다. 그 섬뜩한 모습에도 렘은 기죽지 않았다.
“면상에 화살이 박히면 그 생각도 달라질 걸?”
“크르르······. 뭐, 좋다. 죽는 게 소원이라면.”
일순 호랑이 수인의 모습이 사라졌다. 적어도 렘의 눈에는 그렇게 보였을 거다.
“뭐?!”
놈은 나무 위로 뛰어 오른 뒤 날카로운 발톱에 마력을 부여했다.
‘빠르군.’
나는 곧장 타재간파의 서를 발동시켰다. 포인트의 압박이 사라진 지금. 타재간파의 서는 상시 발동이 가능하다.
『 타재간파의 서를 발휘합니다. 』
서걱—!
허공에서 휘두른 발톱째로 놈의 몸이 잘려나갔다. 방어구도 종잇장처럼 단번에 베어내는 공격력이다.
너무하다 싶을 정도의 격차지만, 쓸데없는 자비는 없다.
렘의 얼굴이 순식간이 밝아졌다.
“여, 역시! 대단해!”
“안에는 맹수왕의 부하들이 더 많이 있는 건가?”
“그럴 거야. 놈들이 유적을 훼손하지 말았어야 하는데.”
발을 동동 구르는 렘.
팅!
우리는 나무를 걷어내고, 유적으로 들어갔다.
새하얀 대리석으로 이루어진 유적의 내부. 정교한 조각상들과 각종 벽화가 심하게 훼손되어 있다.
“아아······.”
렘의 실망한 목소리가 유적 내부에 울려 퍼진다.
윤서현은 신기하다는 듯 주변을 둘러봤다.
“여기는 굉장히 독특한 느낌이 나는 공간이네요. 다른 공간과 분리된 특별한 느낌······.”
동시에 내 눈 앞으로 메시지가 떠올랐다.
『 무성(無星)등급 칭호 : 기적의 발현자 』
『 유적 필드에서 데미지가 1,000% 상승합니다.』
이전에 엘프 학자 세레네를 도우며 얻었던 칭호다.
“응? 뭐야, 인간 놈이 어떻게 여기에 있는거야?”
“입구를 지키던 놈은 어디갔어?”
“일단 죽여!”
앞쪽에서 진을 치고 있던 수인들이 일제히 우리를 향해 달려오기 시작했다. 맹수다운 날렵한 움직임이다.
렘이 활 시위에 화살을 매겼다.
피잉!
그녀의 활 또한 유니크 아이템으로 바꿔준 상태.
파악!
마력을 품고 올곧게 나아간 화살은 수인의 머리에 정학히 박혔다. 수인은 그대로 바닥에 엎어졌다.
렘은 뒤로 빠지며 소리쳤다.
“나머지는 부탁할게요!”
“오케이, 신체 능력은 좋아보이지만 별 거 없네요.”
윤서현의 주변에서 보랏빛 오오라가 퍼져나갔다. 수인들이 위치한 공간이 만화경처럼 나뉘며 분리되었다.
“뭐, 뭐야······?”
“큭, 움직여지지가 않아!”
녀석들은 그대로 공간에 고정되었다. 수 십 마리의 수인이 별다른 저항도 못한 채 속박된 것이다.
“윤서현 헌터. 좋습니다.”
“이 정도야 별 거 아니죠.”
서걱—! 서걱—!
나는 놈들을 베어내며 앞으로 전진했다.
다 쓰러져가는 유적의 중심부.
거기에는 검은색 바위가 놓여 있다. 그 크기는 익숙하다.
『 초월의 비석 』
그 아래에 놓여 있는 녹슨 대야.
금이 가고, 칠이 벗겨져 보기 흉할 정도다.
“으윽, 얼마나 지났다고 이렇게······. 여기는 원래 신을 모시던 장소야. 맹수왕의 탄압이 심해지는 바람에 빼앗겼지만······.”
렘이 아쉬운 듯 입술을 깨물었다.
그들의 지켜오던 터전이자,
맹수왕에게 빼앗긴 자리.
나는 품 안에서 초월의 코인을 하나 꺼냈다.
이 코인의 사용법을 이제는 알고 있다.
『 소수의 초월자가 당신의 행동에 관심을 보입니다. 』
아마, 보고 있을 거다. 이 세계의 신이라고 불린 초월자도. 여기까지 왔는데 못 알아채는 건 이상하니까.
팅!
나는 초월의 코인을 튕겨 대야에 던져 넣었다.
그 순간.
샤아아아—!
새하얀 빛이 휘몰아치기 시작한다.
한때는 번영한 초맹림계를 이끌던 초월자.
이제는 쇠락한 유적을 지키는 초라한 신이지만.
그런 건 상관 없다.
이계 규율이 그를 억지로라도 불러 올테니까.
유적 내부에 몰아치기 시작하는 빛의 폭풍.
“지, 지한씨. 이거 괜찮은 거 맞아요?!”
“으아아, 신께서 노하셨다······! 죄송해요! 유적을 못 지켜서!”
바닥에 바짝 엎드리는 렘.
범상치 않은 등장이지만 문제는 없다.
이윽고, 빛의 무리 속에서 메시지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 쇠락한 신궁(神弓)이 당신을 바라봅니다. 』
드디어 나타나셨구만.
네 부족을 구하는 대신.
나도 받아야 할 게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