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100 thousand reincarnation he became a transcendent hunter RAW novel - Chapter 177
177화 예언하는 자의 최후(1)
니콜라이로부터 에픽 아이템을 훔쳐낸 진세아.
그녀는 밀림의 어둠을 가르며 빠르게 달려나갔다.
‘대적자라면······. 분명히 오빠를 말하는 거지? 이걸로 오빠를 가두겠다는 거잖아.’
진세아의 손에 들린 에픽 아이템 ‘차원 격리의 구’.
진세아도 니콜라이가 부패의 마족이란 건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의 뒤를 밟았던 거고.
그러한 미행은 결과적으로 대박이었다.
‘내가 있는데 그런 계략을? 후후, 어림도 없지.’
아이템을 훔쳐냈으니 마족의 계획을 절반 정도 저지했다 볼 수 있다.
남은 건 이 아이템을 들고 오빠에게 도달하는 것 뿐.
그런데, 생각보다 포위망이 만만치 않다.
‘뭐가 이렇게 많아······?’
언데드들이 밀림 전체를 횡단하며 퍼져나가고 있었다. 밀림 곳곳에 숨어 있던 해골들도 천천히 몸을 일으킨다.
대강 눈으로 확인한 것만 기백 마리.
‘알려진 것보다 훨씬 많은 수의 언데드들을 조종할 수 있나봐.’
이것도 오빠에게 전해줄만한 가치가 있었다. 뭐든 알고 있는 듯한 이지한이지만, 알려줘서 나쁠 건 없으니까.
빠르게 달려나가던 진세아의 걸음이 멈춰졌다.
‘진짜 너무 많은데.’
그어어어······
언데드들의 포위망이 상상 이상으로 두터웠다. 언데드들은 원형으로 포위망을 형성하고 있었다. 그것도 겹겹이.
‘아직 내 위치는 모르나본데? 그냥 수로 밀어 붙이려고 하는 걸까.’
진세아는 SS급 게이트에 들어오고 나서 재능 하나를 새로 개화했다. 미래에서의 훈련 성과가 여실이 들어난 것이다.
그 재능이 ‘절대 은밀 기동’
완벽에 가까운 은신 능력을 제공하는 기술.
진세아가 전신의 마력을 끌어 모았다.
자신의 기척과 모습을 숨기는 건 기초 중의 기초다. 진정한 은신을 위해선 주위에 주는 영향까지 감춰야 했다.
스륵.
체중을 줄이고 닿는 면적을 최소화 한다. 진세아는 발자국 하나 남기지 않은 채, 언데드들 사이로 과감하게 뛰어들었다.
그어어······.
그어······.
언데드의 바로 옆을 지나가도, 녀석들은 조금도 눈치채지 못한다. 그들의 감각이 진세아의 은신을 따라잡지 못한 탓이다.
‘좋았어.’
진세아가 주먹을 움켜쥐었다.
미래에서 한 훈련은 결코 헛되지 않았다.
뭐, 훈련을 할 때는 죽을 맛이었지만.
– 너는 생각해 본 적 없겠지만, 알고보면 천재라는 거지.
자연스레 미래의 자신이 해줬던 이야기를 떠올린다.
지금까지 그녀는 딱히 자신이 특별하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윤서현, 신태양, 신아람 그리고 이지한에 비하면 그녀의 능력은 대단치 않아보였으니까.
‘할 수 있겠어.’
그러나 진세아는 미래에서 분명히 목도했다.
자신의 가능성.
세이비어를 이끄는 함장 진세아가 이뤄낸 업적.
진세아의 재능이 갈고 닦아 만들어진 결실.
그러한 재능이 있다는 걸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은 천지차이다.
자신의 재능을 확신하는 순간.
발걸음은 거침이 없어지고 움직임에는 자신감이 깃든다.
밀림을 빽빽하게 메운 언데드들 사이를 자유롭게 지나치는 진세아는 가벼운 해방감마저 느낄 정도였다.
‘더 은밀하게, 더 빠르게.’
앞을 가로막는 나무와 수풀, 덩쿨들이 더 이상 장애물로 느껴지지 않는다. 자신의 움직임을 숨길 수 있는 유용한 도구가 된다.
– 결국에는 네 기척조차 훔쳐내는 거야. 네 존재마저 훔칠 수 있다면, 누가 널 찾겠어?
– 그게 뭔 개소리에요?
그때는 그렇게 답했지만, 지금 이 순간 조금은 그 뜻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언데드들은 더 이상 진세아의 상대가 아니었다. 바로 앞에 있어도 눈치채지 못하는 허수아비나 다름 없다.
‘그런데 이 언데드들은 어디까지 있는거야?’
예상보다 니콜라이의 언데드들이 넓은 범위에 포진해 있다. 일반적인 헌터의 조종 범위를 아득하니 넘어서 있다.
그래도 조금만 더 가면 언데드들의 포위망을 벗어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 생각한 순간이었다.
“흐음······. 뭔가가 있기는 있는데. 빠르네요. 으, 내 다리로는 오래 못 달려.”
진세아의 옆으로 나란히 달리는 금발의 소년.
러시아의 S급 헌터 이반이었다.
‘뭐야, 어느 틈에······?!”
진세아의 얼굴이 굳어졌다.
‘들킨건가?’
그러나 그런 기색은 아니었다. 이반의 시선은 정확히 진세아를 향하고 있지 않았다. 그 언저리를 대강 짚어낼 뿐이었다.
“조금 천천히 가죠.”
그러나 발견 당한 것은 맞았다.
파아앙—!
이반의 주변으로 푸른색의 노이즈가 방사되었다. 진세아의 몸이 일순 기울었다. 잠깐이지만 몸이 안 움직였다.
‘윽, 몸이!’
촤아악!
달려나가던 반동에 의해 진세아는 그대로 바닥에 미끄러졌다. 밀림의 진흙에 진세아가 넘어지며 만든 자국이 선명하게 생겨졌다.
“아, 놀랐죠?”
이반도 따라서 자리에 멈춰섰다. 그는 여유로운 표정으로 말했다.
“제 특기는 텔레파시. 아무리 기척을 숨겨도. 정신적인 활동까지 멈출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 안 거에요.”
묻지도 않은 말을 나불나불 잘도 말한다.
퉤, 퉤.
진세아는 얼굴에 묻은 진흙을 털어내고 몸을 일으켰다.
‘저 녀석 어디를 보는거야?’
절대 은신 기동은 해제되지 않았다. 이반은 실제 진세아가 있는 곳과는 다른 쪽을 보고 있다.
‘완벽히 들킨 건 아니야. 그대로 빠져나가면······.’
진세아가 몸을 움직인 순간이었다.
뻐억!
이반의 발차기가 진세아를 향해 날아왔다. 오른팔로 막아내긴 했지만 저릿한 통증이 팔을 타고 올라왔다.
“도망치면 곤란해서요. 아이템은 돌려주세요. 대장이 화났어요.”
“······.”
“대답이 없으면 무력을 쓰는 수밖에요.”
이반의 반대쪽 다리가 그대로 진세아를 공격해 왔다.
뻐억! 뻐억! 뻐억!
러시아의 군용무술 시스테마를 바탕으로 한 압도적인 체술이었다. 이반은 보이지 않는 진세아를 상대로 거침없이 몰아붙였다.
뻐어억!
‘뭐야, 내가 분명히 더 빠를텐데······.’
막아내는 게 고작이었다. 수십 차례에 걸쳐 쏟아지는 연타 앞에 진세아가 한 방을 허용하고 말았다.
뻐억! 쿠우웅!
그대로 나무에 받혀 쓰러진 진세아. 입가에서 비릿한 피맛이 느껴졌다.
‘으윽, 대체 어떻게 한거야? 내가 보이지도 않을텐데······.’
이반은 검지 손가락으로 자신의 머리를 툭툭 쳤다.
“생각이 전부 읽히거든요. 이런 점이 능력의 상성이란 거겠죠.”
스피드에선 앞서있지만 진세아의 움직임이 전부 읽히고 있었다.
이반은 무전기로 보이는 물건을 들어 올렸다.
치지직, 치직.
텔레파시를 활용한 노이즈가 퍼져나감과 동시에 통신이 연결되었다.
“대장. 찾았어요. 얼굴은 아직 확인 못했어요.”
– 누군지 확인해라. 어디까지 들었나도 확인하고.
“절대 정신 세뇌. 사용해도 되는 거에요? 알겠습니다.”
그어어어······.
설상가상으로 언데드들이 몰려들어 완벽히 주위를 포위하고 있었다. 진세아가 이를 악물었다.
‘큭······.’
분명히 이전보다 더 강해졌을텐데, 왜 여기에 쓰러져 있어야 하는거야.
“그러면 대장이 오기 전에 얼굴을 먼저 볼까요. 아이템을 훔쳐간 인물이 누군지. 국제적인 비난을 감수해야겠죠.”
같은 S급이지만, 이반은 니콜라이가 만든 언데드다. 신체의 한계를 무시하고 행동할 수 있으니, 체술에서도 체급 차이가 날 수밖에 없었다.
“만약 선을 넘었으면······. 그냥 여기서 죽어야겠지만요. 아니다, 혹시 대적자의 동료라면 인질로 쓸모가 있겠네요. 어라, 말해버렸네.”
진세아에겐 알 바가 아니었다.
어쨌든 졌다.
살아남지 못하면 무의미하다.
뭘 하려는지 몰라도 그냥 당하고 있을 순 없다.
진세아가 몸을 일으켰다.
‘훔쳐야 해.’
미래의 자신은 분명히 말했었다.
– 너와 내가 훔칠 수 있는 건 겨우 물건이나 아이템이 아니야. 마음 먹기에 따라 더 대단한 것도 훔칠 수 있어.
미래의 자신이 했다면.
나라고 못할 거 없지 않은가.
“응? 다시 일어난 거에요? 편하게 누워있지. 괜히 고통스러울텐데. 세뇌하려면 정신을 꺾어 놓을 필요가 있으니까요.”
뻐억!
이반의 발차기가 진세아의 오른팔에 막혔다.
“반항해도 결과는 같을텐데.”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진세아의 왼손이 이반의 다리를 붙잡았다. 그것뿐이라면 이반이 금세 빠져나왔겠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진세아의 눈에 붉은 이채가 감도는 그 순간.
『 레전더리 스킬 ‘절대 강탈 Lv.10’을 획득합니다. 』
『 추가 효과 : 비물질적인 대상을 강탈 할 수 있습니다. 』
샤아아—!
『 대상 ‘오를로프 이반’의 스피드를 강탈합니다. 』
“뭣?!”
이반은 자신의 속도를 강탈 당했다.
일시에 그의 움직임이 느려진다. 슬로우 비디오의 주인공처럼 완전히 정지한 것처럼 흐느적거렸다.
이반 본인은 인지조차 못하고 있을 것이다. 사고도, 판단도, 인지능력도 전부 느릿하게 흘러가고 있을테니.
그의 눈엔 세상이 빠르게 지나가는 것처럼 보리리라.
‘······해냈어!’
반면 진세아의 움직임은 압도적으로 가속했다.
콰앙! 쾅! 콱! 콰앙!
이반의 급소에 연격을 꽂아 넣고선, 언데드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가속된 시간 속.
언데드들의 움직임조차 느리게 보였다. 진세아는 끊임없이 단검을 휘두르며 전진했다.
『 강탈 가능한 스피드가 한계에 도달했습니다. 』
콰아앙!
빽빽하게 주변을 감싸고 있던 언데드들 뚫고 진세아는 밀림을 빠져나왔다.
“허억······. 허억······.”
체력도 정신력도 이제 슬슬 한계다.
‘헐······.’
그런 진세아의 앞에 나타난 것은 거대한 절벽.
그 간격은 뛰어넘을 수 없을 정도로 넓다. 뛰어내리자니, 지금의 컨디션으로 다시 올라올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그어어어······!
그어어!
진세아의 뒤로 밀림을 뚫고 다가오는 언데드들.
일반적인 언데드가 아니었다. 무장을 한 언데드 워리어와 레인저들이 진세아에게 무기를 겨눴다.
그 사이에서 몸이 완전히 부서진 이반이 걸어나온다. 빼앗았던 속도도 되찾은 모양이다.
“아아, 반항하지 말라니까요. 그쪽이 도망갈 장소는 없어요.”
영화 속의 좀비처럼 몸에서 내장이 흘러나오고, 팔에 뼈가 튀어나온 끔찍한 몰골이다.
‘윽, 진짜로 언데드잖아.’
그러나 이반은 실실 웃고 있었다. 고통따위는 없다는 표정이다.
“절벽으로 뛰어서 죽는다면 그것도 좋죠. 새로운 동료가 생기는 거니까요.”
그리 말하는 이반의 뒤로 수백 마리의 언데드들이 걸어나왔다.
“만약 살아남는다해도······. 저 아래에 우리의 동료가 없을 것 같나요?”
진세아는 결단을 내려야 했다.
‘······.’
일단 저 무리에 끼는 건 죽어도 싫다.
그렇다고 여기서 투항하는 건 멍청한 짓이다.
진세아의 스킬 ‘절대 위험감지’가 머릿 속에서 경종을 울리고 있었다.
이반 쪽으로는 죽어도 가지 말라고.
이반과 언데드들이 문제가 아니다. 그 뒤는 더욱 거대한 위협이 도사리고 있다.
절벽 쪽이 조금이나마 가능성이 있는 장소다.
‘아씨, 오빠 말 잘 들을 걸.’
빨리 합류나 하지 괜히 뭣 좀 해보겠다고 설친 게 급 후회되기 시작했다. 그래도 한 번 엎질러진 물.
되돌리는 방법은 없다.
타다다닷!
진세아는 뒤돌아 뛰었다. 아무것도 없는 절벽을 향해 전속력으로 내달렸다.
투웅—! 투웅—!
언데드 레인저들이 뒤늦게 쏜 화살이 하늘을 뒤덮었다.
“진짜에요?!”
이반이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보이지는 않아도 진세아가 귀찮은 선택을 했단 건 알 수 있었다.
파아앙—!
그의 주변으로 뒤늦게 파란 노이즈가 뿜어져 나왔다.
노이즈는 절벽을 향해 뛴 진세아를 덮쳤다.
‘으아아아아!’
이반의 공격 때문에 순간, 몸이 굳었다.
그 탓에 도움 닫기가 짧았다.
강하게 몸을 끌어당기는 중력 앞에서 진세아는 생각했다.
‘뭐, 뭘 어떻게 해야 되는 거지······?!’
반대편 벽에 닿기라도하면 단검으로 떨어지는 속도를 늦출 수도 있겠지만.
이미 도움 닫기를 실패했다.
턱 없이 멀다.
이건 그냥 추락이나 다름 없다.
‘아, 나 죽나.’
솔직히 이제 좀 강해졌는데.
도움 좀 되겠다 싶었는데.
이렇게 허무하게 떨어져서 죽는 건 너무하잖아.
슈우우우——!
그리 생각하는 찰나였다.
‘어?’
절벽의 밑바닥, 검은 와이번이 진세아를 향해 날아오고 있었다.
이런 장소에 와이번이 있어도 특별히 이상하지는 않지만.
그 위에 타고 있는 것은······.
“잡아요!”
금발을 흩날리는 엘리스였다.
진세아의 눈이 커졌다.
엘리스가 뻗은 손이 이렇게까지 감동적일 수 있다니!
터억!
진세아는 그녀의 손을 붙잡았다. 아슬아슬하게 와이번의 등에 올라탈 수 있었다.
십년감수했다는 말이 이럴 때 쓰는 거였구나.
“허억, 허억······. 주, 죽는 줄 알았어······. 어떻게 알고 온거야······?”
자신이 여기에 숨어 있단 사실은 아무도 몰랐을텐데.
“후후. 그냥 와이번을 타고 드라이브하고 있었는데, 세아양이 있는 거 아니에요?”
“아니, 그게 가능할 리가······.”
그리 말하는 진세아를 바라보며 미소를 짓는 엘리스.
그녀의 눈에는 금빛 이채가 감돌고 있었다.
이전에는 없었던 한없이 밝은 금색의 빛이 눈동자에 머물고 있다.
엘리스는 새로운 재능 ‘리미트 해제’를 개화하고 SS급에 도달한 것이었다.
“물론 농담이고, 예지했어요. 어떤가요?”
손가락으로 브이자를 만든 엘리스.
“완벽해······!”
진세아는 엄지 손가락을 치켜 들었다.
“고생했다. 진세아.”
엘리스의 옆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모습을 드러낸 인물은 다름아닌 이지한이었다.
활공하는 와이번의 바람에 그의 머리가 휘날렸다.
“오빠······.”
진세아는 품 안에서 검은 구체를 꺼내들었다.
“이거, 훔쳤거든요······?”
이지한은 진세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잘했어.”
“아으······.”
진세아의 눈가에 눈물이 핑돌았다. 다시 만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그러면 가볼까.”
구체를 받아 품에 넣은 이지한은 와이번의 고삐를 바로 잡았다. 그의 입가에는 진한 미소가 맺혀 있었다.
“예언의 마족을 잡으러.”
모든 퍼즐 조각은 맞춰졌다.
예언의 마족 놈.
크게 당황 좀 해야 할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