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100 thousand reincarnation he became a transcendent hunter RAW novel - Chapter 179
179화 예언하는 자의 최후(3)
에픽 아이템 중 하나가 대적자의 손에 의해 부숴졌다.
이미 예언과는 완전히 비틀어진 전투 양상.
그러나 예언의 마족은 정신을 가다듬었다. 당황스럽긴 하지만, 패배한 것은 아니었다.
대적자가 예언을 뛰어 넘을 수 있어도 최상위 마족이 가진 본연의 힘은 압도적이다.
【 그깟 반지 하나 꼈다고 달라질 건 아무것도······. 】
예언의 마족이 그리 말하는 순간.
그는 등줄기를 타고 오르는 서늘한 감각을 느꼈다.
‘······?’
타오르던 마기의 기세가 꺾이고 방출하던 격조차 잦아들었다. 예언의 마족이 의도한 것이 아니었다.
공포심? 두려움?
그런 단순한 감정이 아니었다.
애시당초 인간을 상대로 느낄 감정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전신이 움츠러든다. 지금 여기서 섣불리 움직이지 말라는 본능적인 감각이 그의 신체를 잠식했다.
그 찰나의 순간.
무수한 미래가 예언의 마족의 뇌리를 스쳤기 때문이다.
‘하······.’
예언의 마족은 대적자를 향해 마기의 칼날을 날린다.
대적자는 모든 공격을 가볍게 피하고선 자신을 향해 달려 온다.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움직임이다.
놀라우리만큼 무방비한 대적자의 심장을 향해,
예언의 마족이 두번째 에픽급 무기 심판의 검을 꽂아 넣는다.
그 다음 순간,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진다.
한 발 빠르게 이지한의 검이 예언의 마족 자신을 가른다. 마치 자신보다 먼저 공격을 하고 있었던 것처럼.
별빛의 검이 가지고 있던 본래의 능력인 ‘선공권’.
그러나 예언의 마족은 이계 규율에 관해서만큼은 알지 못한다.
‘그럴리가······.’
몇 백 번을, 몇 천 번을 확인해도 그러한 미래는 바뀌지 않는다. 검으로 공격해도, 마기로 공격해도, 함정을 파도 그 결과는 같다.
무슨 짓을 해도 단 한 번.
대적자에게 기회가 생긴다.
그리고 그 기회는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낳는다.
‘이건 말이 안돼.’
대적자가 휘두르는 검에서 피어난 초월의 불길이 예언의 마족의 존재마저 집어 삼킬 것이다. 회피 불가, 회생 불능의 일격.
‘고작 반지 하나가······?’
예언은 거기서 더 나아가지 못한다.
그 앞의 미래는 예언의 마족에게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거기까지 미래를 엿본 예언의 마족이 얼굴이 일그러졌다.
‘피해야 한다.’
애초에 발을 잘못 들였다. 속속들이 빗나가는 예언에 자신도 모르게 흥분하고 말았다.
까득.
이를 악문 예언의 마족의 입가에서 피가 배어나왔다.
꼴사나운 결정이었다. 인간을 상대로 꽁무니를 빼다니.
‘젠장······.’
그래도 이것밖에는 없었다.
도망친다는 선택지.
대적자에게 맞서지 않고 도망가는 길이 최선이었다.
그 미래에선 자신과 검의 마족 둘 다 살아 있다.
‘방법이 없다······.’
당초의 목표는 공간계 능력자의 암살.
그게 불가능해진 상황에서 굳이 불리한 전투를 이어나갈 필요가 없었다.
【 아브렐, 후퇴해야 합니다! 】
예언의 마족은 검의 마족의 이름을 불렀다.
순간 이지한의 눈이 빛났지만 그런 걸 신경 쓸 때가 아니었다. 대적자는 검의 마족도 극복하지 못하는 거대한 힘을 숨기고 있다.
지금은 도망칠 때였다.
【 그런가······. 그리 하지. 】
검의 마족은 무표정으로 검을 휘둘렀다. 격의 개방과 동시에 사방으로 부유하고 있던 은빛의 머리카락이 정신없이 흩날린다.
그녀라고 쉬운 싸움을 하고 있는 건 아니었다.
“도망치게 놔둘 것 같아?!”
콰과과과—!
진세아의 단검이 검의 마족을 향해 사정 없이 몰아쳤다. 진세아가 손에 든 단검 이외에도 또 다른 빛의 단검이 자아를 가진 듯 검의 마족을 압박해왔다.
“오른쪽 위, 중단, 중단이에요!”
뒤쪽에선 엘리스의 지원이 이어지고 있었다. 엘리스가 날리는 총알을 큰 피해는 없었지만, 검의 마족을 지속적으로 괴롭혔다.
“고개 숙여요!”
검의 마족의 공격을 전부 꿰뚫어 보는 듯한 지시였다. 엘리스의 예언이 검의 마족을 앞질러 쏟아졌다.
진세아는 그 틈을 노리고 공격을 퍼붓고 있었다.
그 뿐이라면 어거지로 밀어붙일만도 했으나.
우우웅—!
보랏빛의 장막이 검의 마족의 팔 목을 감싼다. 재빨리 마기로 장막을 쳐내지만 곧바로 다른 쪽의 공간이 격리되기 시작한다.
“도망 가게 놔둘 순 없지.”
윤서현의 부분 격리.
팔, 다리, 몸통, 손목이 번갈아가며 공간 격리 된다. 신체가 같은 공간에 있지만, 다른 공간에 존재하는 것처럼 통제권에서 벗어나게 된다.
따라서 큰 기술을 낼 수 없다.
【 ······. 】
결국 검의 마족도 별다른 성과를 못낸 채 진세아와 검을 맞대고 있을 수 밖에 없었다.
【 생각했던 것보다 뛰어나군. 그건 인정하마. 】
그러나 본 실력을 드러낸다면 금방 정리 할 수 있다. 그러나 예언의 마족이 허락이 필요했다.
최상위 마족의 힘은 세계의 억지력에 제한 받는다. 그것을 해제하기 위해선 막대한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어쩌면 최상위 마족으로서의 이름을 포기해야할 정도로.
검의 마족이 예언의 마족을 살폈다.
그의 붉은 눈동자가 흔들리고 있다. 여지껏 본 적 없는 큰 동요였다.
그렇다면 도망치는 게 맞다. 그 판단이 옳은 것이리라.
【 여기까지다. 】
“어딜 도망가는거야!”
진세아가 달려들었지만, 예언의 마족은 땅을 강하게 내리쳤다.
콰과과과—!
마기가 폭발하며 주변의 대지가 솟구쳐 올랐다.
“크윽!”
진세아가 양손으로 마기를 막아냈다. 무형의 대상도 훔쳐낼 정도로 실력이 늘었지만, 상대에게 닿지 못한다면 소용없다.
세 명이서 몰아세웠음에도 손끝조차 닿지 못했다.
콰아아앙!
검의 마족과 동시에 예언의 마족도 마기를 폭사시켰다. 대적자를 향한 것이 아닌 바닥을 향한 공격이었다.
쿠구구구······!
마을의 지반이 허공으로 떠오르며, 가옥이 무너져내리기 시작했다. 일대의 밀림이 통째로 허공으로 부유한다.
“으아아!”
“조, 조심해!”
“다들 꽉 붙잡아!”
헌터들과 부족 전사들이 필사적으로 달라붙었다. S급도 견디기 힘든 막대한 격의 홍수 속에서 그들은 살아남는 게 최선이었다.
그 거대한 덩어리들은 도망치는 두 마족의 진로를 가로 막았다.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르르르······!
그어어어!
“뭐, 뭐야?! 왜 여기에 맹수왕의 부하들이······?”
이 주변은 아스카할 부족의 본거지다. 헌터들과 부족 전사들이 전선을 넓혔기에 이곳까지 침공한다는 건 불가능했지만.
맹수왕의 부하들은 날렵한 움직임으로 부유한 땅 덩어리 사이를 뛰어다니며 부족의 전사들을 덮쳤다.
“언데드에요! 죽었던 맹수왕의 병사들이 되살아났어요! 다들 조심해요!”
저 멀리서 무녀인 멜이 나무를 붙잡은 채 가까스로 소리쳤다.
“크아악!”
“이 놈들부터 떼어내!”
“서 있을 자리가 없어!”
마기에 의해 떠오른 땅들과 갑작스레 나타난 맹수 좀비들에 의해 마을은 완전히 아수라장이 되었다.
아이템을 빼앗긴 부패의 마족이 보여준 최소한의 성의.
도망치려는 상황에선 훌륭한 패였다.
뒤로 멀찍히 물러선 예언의 마족은 이지한을 향해 비릿한 미소를 흘렸다.
【 이번엔 인정하겠습니다. 대적자, 당신의 승리에요. 하지만······. 이 다음은 다를 겁니다. 】
검은 마기와 함께 그들이 멀어져 간다.
* * *
“오빠, 뭐해요! 당장 쫓아가요!”
“지한씨!”
나는 도망치는 예언의 마족과 검의 마족을 보고도 쫓아가지 않았다.
“아뇨, 그럴 필요 없습니다. 그보다 은빛의 날개 채아연을 데려와주세요. 언데드들을 금방 정리할 수 있을 겁니다.”
“거의 다 이긴 거 아니에요? 이대로 보내도 괜찮아요?”
윤서현 헌터의 말대로다.
『 몰락한 신궁이 당신을 재촉합니다. 』
『 이계의 찬탈자가 당신의 의도에 의문을 품습니다. 』
『 소수의 초월자가 마족을 쫓을 것을 종용합니다. 』
이계 규율이 보내오는 알림 속 초월자들도, 빨리 마족들을 붙잡으라고 난리다.
“이대로 보내면 당연히 안되죠.”
나는 인벤토리에서 항마의 활을 들어 올렸다.
예언의 마족은 일단 전면에 나서지 않고 나에 대한 정보를 수집했겠지만, 나또한 그에 대한 정보를 수집했다.
그의 예언은 그리 정확하지 못하다.
나와 관련된 것들에 한해서는 거의 다 그렇다.
무재조정의 존재도, 이계 규율의 간섭도 전부 정확하게 짚어내지 못하고 있다. 진세아가 아이템을 훔친다는 것조차 몰랐으니까.
오히려 진세아의 활약을 잡아낸 엘리스의 잠재력이 뛰어날 정도다.
파직, 파지직!
활을 잡은 손 위로 스파크가 튀어 오른다. 마력이 내 몸에 새겨진 마력 회로를 타고 빠르게 흘러 손 끝으로 모였다.
그러니 예언의 마족은 예언은 커녕 생각조차 못했을 거다.
아스카할 부족의 유적에서 만난 초월자 ‘몰락한 신궁’.
본래 스킬의 주인인 그도 의아해 했으니 말 다했다.
그가 가진 스킬이 얼마나 강력한 위력을 발휘하는지.
이런 상황에서 얼마나 유용하게 작용하는지.
나는 특수한 화살을 활에 매겼다. 항마의 화살은 아니고, 내가 아이템을 꽂아 만든 화살이다.
마족의 격압이 사라지자, 뒤늦게 다가온 무녀 멜이 내게 물었다.
“······지금 뭐하려는 거에요?”
“보면 알잖아. 너한테 배운 스킬을 쓰려고.”
“그게 지금 무슨······?”
보면 안다.
나는 활의 시위를 놓았다.
파앙!
『 레어 스킬 ‘요행 : 따라가는 화살 Lv.2’를 발휘합니다. 』
손 끝을 떠나간 화살이 밀림을 향해 쏘아져나갔다.
몰락한 신궁이 말한대로 대단한 스킬은 아니다.
유도 기능이 있는 수많은 스킬 중 하나에 불과하다.
심지어 태생적인 등급은 레어에 불과하기까지 하니까.
우우웅.
그러나 허공을 가르는만큼 화살에 담긴 내 마력이 요동치기 시작한다.
『 특성 무재조정의 효과가 발휘됩니다! 』
『 대량의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
그것은 그대로 50만배의 경험치가 되어 내게로 흘러든다.
항마의 화살을 쐈을 때와 마찬가지로. 화살이 나아가며 경험치가 축적된다.
『 레어 스킬 ‘요행 : 따라가는 화살 Lv.3’를 획득합니다. 』
『 레어 스킬 ‘요행 : 따라가는 화살 Lv.4’을 획득합니다. 』
···
..
『 레어 스킬 ‘요행 : 따라가는 화살 Lv.11’을 획득합니다. 』
『 추가효과 : 초(超)명중의 효과가 적용됩니다. 』
푸른 꼬리를 남기며 밀림의 어둠 속으로 사라진 화살.
그럼에도 화살은 멈추지 않는다.
밀림의 수풀을 가로 지르고, 기이한 곡예를 펼치며 나무들을 피해 나아간다. 그 목표는 예언의 마족. 놈에게 닿을 때까지 화살은 멈추지 않는다.
고작 레어 스킬에 불과하지만.
일자베기도 시작은 특수 레어 스킬이었다.
11레벨.
그러나 획득하는 경험치는 끝나지 않는다.
내 스킬 최대 레벨은 12니까.
A등급 한계 돌파 퀘스트를 끝낸 보상이다.
품 안에 잠든 애매한 재능의 결실이 빛을 내뿜는 게 느껴진다.
그에 따라 경험치가 가파르게 치솟아 올랐다.
『 레어 스킬 ‘요행 : 따라가는 화살 Lv.12’를 획득합니다. 』
『 추가효과 : 절대 명중의 효과가 적용됩니다. 』
콰아아아—!
도약하는 로켓처럼 화살이 붉은 마력을 내뿜으며 가속한다. 그 사이를 가로막는 부패한 언데드의 뇌리를 꿰뚫고, 나무와 바위를 박살내며 전진한다.
『 찬란한 초월의 성배(에픽)의 효과로 지정 스킬의 레벨이 1 상승합니다. 』
『 스킬향상의 반지(기적급)의 효과로 모든 스킬의 레벨이 1 상승합니다. 』
『 레어 스킬 ‘요행 : 따라가는 화살 Lv.14’를 획득합니다. 』
『 추가효과 : 공간 도약의 효과가 적용됩니다. 』
과거 아스카할 부족을 세운 초월자.
몰락한 신궁의 경지마저도 뛰어넘은 한 발의 화살.
이지한은 조용히 활을 내렸다.
“피할 수 없을 거다.”
* * *
예언의 마족은 게이트에 심장을 적당히 숨겨 놓고서 마계의 틈으로 급히 들어갔다. 그의 얼굴에서 식은땀이 비오듯 흘러내리고 있었다.
자신만만하게 말하며 도망쳤지만, 간발의 차였다.
조금만 판단이 늦었어도 대적자의 검이 자신을 베었을 거다.
“······.”
게이트와 분리된 마계의 틈.
검의 마족이 그런 예언의 마족을 걱정스런 눈빛으로 바라봤다.
“무슨 일이었지?”
“······완전한 오판이에요. 대적자가 숨기고 있는 힘을 심하게 간과했어요. 제 상상 이상이에요. 나름대로 조심한다고 했던 건데. 이런 상대는 여지껏 없었으니까요.”
“그야, 그렇다만······.”
마족의 역사상 압도적인 승리만이 존재해왔다. 치욕의 밤을 제외하면 그렇다할 패배는 없었다.
그것이 방심을 부른 걸까.
“어쨌든 곤란하게 됐네요. 아브렐, 당신은 괜찮나요?”
한숨 돌린 예언의 마족이 검의 마족에게 물었다. 검의 마족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여지껏 그가 이만큼 당황한 적은 없었다.
“필요하다면 내 힘을 해방해도 괜찮다.”
“아뇨, 그래선 안되죠. 지금의 게이트 수준에서 억지력을 무시하고 힘을 썼다간, 하위 마족으로 격하될 위험이 있······.”
그 순간이었다.
마계의 틈.
우우웅—!
마족이 지배하는 또 하나의 세계이자, 게이트와는 분리된 공간.
그곳으로 의문의 물체가 날아들었다.
화살 한 발.
그 앞에는 화살 촉이 아닌 검은 구체가 달려 있다.
공간을 꿰뚫고 나왔음에도 그 기세는 조금도 누그러져 있지 않은 화살이.
“!”
예언의 마족을 향해 쇄도했다.
철컥.
검의 마족이 곧장 검을 빼어드려는 순간, 예언의 마족이 그 앞을 가로 막았다.
“막지 마세요!”
“뭐?”
그의 입가에는 허탈한 미소가 맺혀 있었다.
“이거야, 완전히······.”
그의 예언이 지금 상황에서의 모든 미래를 예지했다.
무슨 수를 썼는지 몰라도 화살을 피할 방법은 없었다.
평범한 화살이었다면 맞아도 상관 없었겠지만, 그 끝에 달린 아이템이 문제였다.
차원 격리의 구.
여기에 닿는 이는 대적자가 소유한 공간으로 빨려들어 갈 것이다.
검의 마족이 사로잡히느니, 자신이 죽는 게 낫다.
예언의 마족은 두 손을 들어 올렸다.
“······완전히 제가 졌네요.”
파아아아앙—!
강렬한 폭발이 마계의 틈의 지축을 울렸다. 검은 반원형의 폭발이 세계를 뒤덮는다. 마족조차 항거할 수 없는 필중(必中)의 화살이 예언의 마족을 집어 삼켰다.
『 차원의 구가 대상을 차원 격리 합니다. 』
폭발이 잦아들고 고요해진 세계.
예언의 마족이 사라진 자리.
검의 마족이 덩그러니 남았다.
“······.”
그녀의 뻗어진 손이 허망하게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