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100 thousand reincarnation he became a transcendent hunter RAW novel - Chapter 18
18화 솔로 플레이(2)
마족들 중에서도 극히 빼어나거나거나 압도적인 능력을 가진 존재.
군단장(軍團長).
마계왕의 인정을 받은 그들은 마족을 이끌고 최전선에서 인류를 침략했다. 그들이 보여주는 능력은 차원이 달랐다.
SSS급 헌터를 가뿐히 뛰어넘는 절대적인 힘 앞에서 인류는 절망했다.
마계왕이 세계를 침공하는 동안 인류는 고작 두 명의 군단장을 살해했을 뿐이었다.
‘지난번에 쓰러뜨렸던 성장의 마족. 그 놈도 군단장이 될 운명이었지.’
나는 그걸 사전에 차단했다. 달리말하면 놈이 죽일 수백만의 사람들을 살렸다고도 할 수 있겠다.
그리고 지금 이곳에 미래의 군단장이 사용할 장비가 존재할 수도 있었다.
‘무패(無敗)의 마족.’
놈은 진작에 이 세계에 넘어와 헌터인양 행세하고 있었다. 사람들 사이에 섞여 길드를 만들고 게이트를 공략하며 아이템을 모은다.
그러나 그 실체는 이 세계를 노리는 마족.
‘그 정체가 밝혀졌을 때는 충격이었지.’
놈이 인간들 사이에선 가장 잘 알려져 있는 군단장인 이유였다. 그가 들렀던 던전이나 획득한 아이템은 연구되고 조사되었으니까.
영웅들은 그런 정보를 서로서로 공유했었다.
나는 그렇게 흘러나온 정보를 소문으로 들었고.
물론 그게 아니더라도 이 던전은 유명했었다.
‘D급 던전인데 아무도 못 들어가는 걸로 유명해졌지.’
윤정수는 결국 이곳을 공략하지 못하고 팔아 치우게 될 거다. 그렇게 여러 길드의 손을 거친 이 던전을 무패의 마족이 공략하게 된거고.
그래서 나는 이 안에 잠든 아이템이 무엇인지 모른다.
‘아무래도 주워들은 이야기다보니까.’
소문에 의하면 끝까지 사용하던 아이템이라던데. 그 아이템의 정체에 대해선 말이 많았다. 무기라느니, 소환수라느니, 장비라느니.
무패의 마족과의 전투에서 살아 돌아 온 영웅이 얼마 안 있어 죽었기에 진실은 미궁 속으로 사라졌다.
‘겨우 D급 던전인데 그 정도로 좋은 아이템이 있으려나?’
그래도 보상을 기대해 볼만한 근거는 된다.
다만 한가지 걸리는 점이 있었다. 여기엔 일반 몬스터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게 문제였다.
기껏 성장의 마족을 잡고 레벨 제한이 풀렸는데 아쉬운 일이었다.
‘뭐, 레벨은 보스를 잡아도 오르니까.’
스킬 레벨이 높기 때문에 충분히 도전해볼 만했다.
‘그럼 다시 움직여볼까.’
1차 관문을 통과하고 나서 잠시 휴식을 취했었다.
가져온 이온 음료를 마저 들이켠 뒤 자리에서 일어섰다. 멸망한 세계엔 없어진 음료인지라 꿀맛이었다.
휴식을 취하고 나니 몸 상태가 확실히 가볍다.
나는 팔과 다리를 움직여 준비 운동을 했다.
‘여기서부터는 정신계 공격 뿐만 아니라 함정도 같이 나온다.’
유명한 던전이기에 나는 그 구조를 알고 있다.
‘월간 헌터를 틈틈히 읽어뒀던 게 이런 도움이 될 줄이야.’
월간 헌터는 내가 좋아하던 헌터 관련 잡지책이다. 인터넷에서도 얻기 힘든 귀한 정보를 기사로 만들어 실어주는 훌륭한 책이었다.
비록 F급 헌터였지만, 언젠가 날아오를 그 날을 위해 나는 헌터 정보만큼은 열심히 수집했었다.
‘뭐, 끝까지 날아 오르는 일은 없었지만.’
그래도 결국엔 이런 식으로 도움이 된다. 헛된 일이 아니었다. 정말 사람 일은 모르는 거였다.
나는 준비 운동을 완벽히 끝마쳤다.
‘몸은 다 풀었다. 남은 건 관문을 돌파하는 것 뿐.’
이 던전은 총 4개의 관문으로 구성되어 있다. 방금 첫번째 관문을 돌파했고, 이제 두번째다.
아쉽지만 함정의 세세한 위치까지는 모른다.
‘두번째 관문의 핵심은 화살이다.’
나는 다음 관문으로 발을 내딛었다. 왠지 모를 저항감이 느껴진다. 공기의 무게가 한층 무거워진 기분.
이 정신계 공격을 받아내면서 함정을 피해야 한다.
쉬이익!
어디선가 날아온 화살이 공기를 가르는 소리가 귓가에 생생히 들렸다.
『 스킬 ‘인지 Lv.10’을 발휘합니다. 』
『 스킬 ‘민첩 Lv.10’을 발휘합니다. 』
촤악!
보자마자 반응했지만 화살은 내 팔을 스치고 지나갔다. 피한다고 피했는데 몸이 마음 같지 않다.
『 정신계 공격을 받고 있습니다. 모든 능력치가 일부 감소합니다. 』
『 스킬 ‘정신력 Lv.5’를 발휘해 정신계 공격을 일부 방어합니다. 』
두 개의 상반된 메시지가 떠오른다.
정신력 스킬이 없었다면 화살은 그대로 내 심장을 꿰뚫었을 거다.
‘이대로 돌파한다.’
나는 멈추지 않고 계속 걸어나갔다. 특정 구간을 지날 때마다 여러 방향에서 화살이 날아왔다. 나는 침착하게 귀를 기울였다.
높아진 인지 능력은 오감에 전부 작용한다. 그간 나는 너무 시각에만 의존해왔다.
‘보고 피하려면 늦어진다.’
『 스킬 ‘인지 Lv.10’을 발휘합니다. 』
‘듣고 피해야 해.’
소리의 속도는 화살보다 빠르다. 그것으로 먼저 방향을 파악해야 했다. 보는 건 그 다음이었다.
어디선가 화살 쏘아지는 소리가 났다.
‘좌측이다.’
그대로 몸을 반대로 틀자 화살이 나를 피해서 지나갔다.
‘이번엔 우측.’
화살을 피하는 건 더 이상 어렵지 않았다.
『 스킬 [ 정신력 Lv.6 ]를 획득합니다. 』
『 스킬 [ 정신력 Lv.7 ]을 획득합니다. 』
정신력 스킬도 다량의 경험치를 얻고 있었다. 레벨이 오르자 주변 공기의 무게가 덜어졌다. 몸을 움직이기 한결 편하다.
수십 개의 화살이 나를 노리고 쏟아졌지만 전부 어렵지 않게 피해낼 수 있었다.
터억.
그렇게 2관문을 통과했다.
* * *
회색이었던 바닥의 색깔이 보라색으로 바뀌었다. 다음 관문으로 넘어왔다는 의미였다.
나는 통로의 너머를 내다봤다.
‘세번째 관문에서 필요한 건 속도.’
발을 들이는 순간부터 좌우의 벽이 줄어들고 서 있을 바닥이 차례차례 꺼진다. 공략자는 압사 당하기 전에 빠르게 달려서 길을 통과해야 했다.
간단한 함정이었지만, 3관문부터는 정신계 간섭이 더욱 강력해진다.
유명한 헌터들도 여길 공략하다 심각한 부상을 입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굳이 도박을 할 필요는 없지.’
나는 다시 2관문 쪽으로 돌아섰다. 그 안쪽으로 들어갔다. 이미 함정이 사라진 2관문에도 여전히 정신 방벽만큼은 남아있다.
다시금 공기가 살짝 가라앉는다.
거기에 똑바로 서서 팔짱을 끼었다. 그리곤 요지부동으로 서 있는다.
『 스킬 ‘정신력 Lv.7’의 경험치가 상승합니다. 』
입가에 미소를 돌았다.
이곳의 공략법은 간단하다.
적어도 나한테는 말이지.
‘좋아.’
이대로 레벨이 충분히 오를 때까지 쭈욱 기다리면 되는 거다.
* * *
쿠구구구······.
서서히 줄어드는 벽 사이를 나는 거침없이 뛰어나갔다. 도중에 발판이 무너지거나, 사라진 부분이 보였지만 가뿐하게 뛰어 넘었다.
『 스킬 ‘정신력 Lv.9’를 발휘합니다. 』
정신력 스킬이 9 레벨에 이르자 정신계 방벽이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아무런 방해 없이 장애물을 뛰어넘고, 발판을 찾아 밟는 건 내겐 너무 간단하다.
타악.
3관문을 순식간에 통과했다.
내가 완전히 관문을 통과하자 한껏 줄어들었던 벽이 다시 제자리를 찾아간다.
‘다음이 마지막 관문인가.’
이번에는 아예 보랏빛 안개가 던전 안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더 이상 이곳으로 들어오지 말라고 경고하는 모양새다.
여길 공략하는 법은 아까 전과 마찬가지다.
‘쉽다, 쉬워.’
나는 뒤로 돌아가 정신에 걸리는 부하를 그대로 받아들였다.
느긋하게 경험치를 쌓아간다. 10만배가 된 경험치가 순식간에 불어났다.
벽이 나를 향해 줄어들지만 언제든지 빠져나가면 그만이었다.
이윽고, 메시지가 떠오른다.
『 스킬 ‘정신력 Lv.10’을 획득합니다. 』
『 스킬 ‘정신력 Lv.11’을 획득합니다. 』
『 ‘정신력’ 스킬이 최대 레벨이 도달했습니다. 』
‘오.’
정신력 스킬의 경험치는 순식간에 차올랐다.
어쩌다보니 11레벨까지 달성했다. 최초의 11레벨 스킬이었다. 그 효과가 바로 체감 된다.
‘몸이 오히려 가벼워졌어.’
관문에 서 있는데도 정신 간섭이 아예 느껴지지 않는다. 한줄기 상쾌함마저 느껴진다.
나는 금방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 ‘정신력’ 스킬이 11레벨을 달성하여 추가 효과를 획득합니다. 』
『 이제 정신계 ‘마법’에 한해 부정적인 효과를 받지 않습니다. 』
‘정신계 마법 완전 면역?’
믿겨지지 않는 효과였다. 나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11레벨에 도달한 스킬은 대부분 추가 효과를 부여 받는다. 이때 부여되는 효과는 개인마다 다를 수 있다.
내가 받은 추가 효과는 사기 그 자체.
꿀꺽.
나는 고개를 들어 정면을 바라봤다.
보랏빛 안개가 던전 내부를 꽉 채우고 있다. 저 내부에는 이전보다 지독한 정신계 마법이 펼쳐져 있을 거다.
S급 헌터조차 버티지 못하는 기형적인 난이도.
근데 이제 괜찮다. 나는 정신계 마법에 면역이니까. 방벽과 같은 던전의 저주는 일종의 마법으로 취급되기도 하고.
‘가보자.’
나는 망설임 없이 안개 속으로 들어갔다.
푸쉬이이······.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뿌연 안개 속을 무던히 걸어 나간다.
‘여긴 1관문과 마찬가지로 함정은 없지만······.’
멀지 않은 곳에서 아른거리던 무언가가 형체를 이룬다. 바닥에 엎드린 채 덜덜 떨고 있는 어떤 난쟁이의 모습이 나타났다.
– 제, 제발······. 꺼내줘, 살려줘. 나를······. 죽여줘······.
판타지에서나 볼법한 갑옷을 걸치고 있는 난쟁이는 공포를 이기지 못하고 횡설수설하고 있었다.
그 환영 뒤로 끔찍한 참상이 비춰진다.
– 죽어! 죽어버려! 니 새끼만 아니었더라면 내가······!
– 이 빌어먹을 새끼가!
서로에게 미친듯이 칼을 휘두르며 피를 흩뿌리는 두 사람. 그들은 처절하게 울부짖으며 서로를 난도질하고 있었다.
– 잘못했어요. 잘못했어요. 잘못했어요······.
어떤 이는 쉴 새 없이 후회의 말을 되뇌이면서 바닥에 쓰러진 동료를 찌른다.
그러한 환영이 점차 늘어간다. 수십에 달하는 환영이 미쳐 날뛴다.
보고 있자니 미간이 찌푸려졌다. 흡사 지옥도다.
‘이 던전의 마법에 집어 삼켜졌던 사람들의 기억인가.’
마법과는 별개로 던전이 만들어내는 기억의 형상일까?
나는 그 환영들을 무감하게 지켜봤다. 끔찍한 광경이었지만, 이 세계에서 일어난 일은 아니다.
‘이 던전은 아직 아무도 공략을 시도하지 않았으니까.’
다른 세계가 있는 거겠지. 그것은 마족의 존재로도, 게이트의 존재로도 짐작할 수 있는 일이었다.
거기서도 일어나는 일은 크게 다르지 않았을 거다.
던전에 잠든 마정석과 아이템이라는 막대한 보상.
거기에 불나방처럼 모여드는 헌터 혹은 모험가들.
그 최후의 기억이 여기에 생생히 새겨져 있다.
이 던전은 그런 식으로 사람들을 집어 삼켜 온 거겠지.
『 스킬 ‘정신력 Lv.11’을 발휘합니다. 』
『 부정적인 영향을 무시합니다. 』
던전의 마법에 가로막힌 자들의 좌절과 공포가 생생히 느껴진다. 이러한 일들이 여전히 다른 세계에서도 반복되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니 한편으론 씁쓸하다.
푸쉬이······.
나는 환영들을 지나쳐 안개 속을 빠져나왔다. 보랏빛 안개가 아쉬운 듯 연기를 뿜어냈다. 그런다한들 나에게 해를 끼칠 순 없었다.
* * *
‘이제 남은 건 보스인가.’
4관문을 통과하자 원형으로 된 넓은 장소가 나왔다.
일렁이는 횃불과 스산한 분위기를 풍기는 안개. 그 너머로 반짝이는 마정석의 덩어리들.
그 한 가운데.
보라색 안개를 흘리는 갑옷이 있다.
전신에 검은 갑옷을 두른 검사. 그 투구 속의 어둠이 나를 응시했다.
철컥.
녀석이 검을 들어 올렸다.
‘이 던전의 난이도는 비정상적이다.’
외부에서 관측되는 마력의 양과 그 힘이 비례하지 않는다. 아마도 마기의 영향을 받은 거겠지.
마계에 존재하는 마족들의 활동으로 인해, 던전이나 게이트에 마기가 스며든다는 게 정설이었다.
‘모든 변칙 게이트나 던전이 그런 건 아니지만 이번에는 그렇다고 봐야겠지.’
크게 걱정할 건 아니었다.
아무리 마기에 오염되어 봤자 그 토대는 D급 던전이다. 그 중심이 되는 보스의 힘은 잘해봐야 C급을 넘지 않을 거다. 잘 쳐서 D급 상위 정도.
나는 심호흡을 하고 인벤토리에서 도검 영혼 포식자를 꺼내 들어 올렸다.
그런데 영혼 포식자의 상태가 이상했다.
‘응?’
영혼 포식자의 칼날에서 흘러나오는 한기가 한층 강해져 있었다. 그것뿐이었으면 몰랐겠지만 그 한기에 검은 기운이 묻어져 나오고 있었다.
아직 갑옷 검사는 움직이지 않고 있다, 나는 슬쩍 영혼 포식자의 정보를 확인 했다.
『 아이템 정보 』
– 이름 : 마기가 깃든 영혼 포식자
– 등급 : 특수 레어
– 능력치 : 공격력 30(+3)
– 특수 기능 : 영혼 개방, 마기 포식
공격력이 3 늘어 있고, 웬 기능 하나가 더 생겨나 있다.
『 영혼포식자 : 마기 포식 』
– 설명 : 마(魔)를 흡수할 때마다 공격력이 영구적으로 3 증가합니다. ( 1 / 5 )
오호라.
마족을 처치할 때마다 공격력이 늘어난단 거였다. 성장의 마족을 처치하고 나서 처음 꺼내서 미처 몰랐다.
‘이런 기능이 붙었을 줄이야.’
잘 됐다. 이번 보스를 잡고도 공격력을 올릴 기회가 있었다. 마족은 아니지만, 마기가 묻어 있는 것 같으니까.
갑옷 검사는 여전히 가만히 서서 나를 주시하고 있다.
‘내가 먼저 오는 걸 지켜보겠다는 건가.’
그렇다면 먼저 가주마.
나는 바닥에 닿은 발에 힘을 주었다. 그 즉시 땅을 박차고 쏘아지듯 뛰어나갔다. 순식간에 보스와의 거리가 좁혀졌다.
뒤로 뻗었던 검을 그대로 내지른다.
카아앙!
그러나 다음 순간, 보스의 검은 나의 검과 맞닿아 있었다. 저릿한 충격이 도검을 타고 흘러들어 왔다.
‘그래도 검대검이라면 물러설 이유가 없다.’
『 스킬 ‘검술 Lv.10’의 효과가 발휘 됩니다. 』
나는 몰아치듯 수차례의 연격을 퍼부었다. 검에 의한 풍압이 보스가 흘리는 안개를 떨쳐냈다.
한걸음, 한걸음씩 보스가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다.
‘지금이다!
결정타를 날리려던 그때였다.
보스의 검에 보랏빛 안개가 회오리처럼 모여들었다. 더없이 불길한 기운을 내뿜는 안개 덩어리.
“!”
콰아아앙!
보스의 검에서 나온 반월형 마력이 나를 덮쳤다. 형언하기 힘든 기운이 몰아치며 나를 밀어냈다. 나는 그 충격파에 휩쓸려 바닥을 굴렀다.
벽에 부딪히고 나서야 멈출 수 있었다.
‘크으윽······. 뭐, 저리 세냐.’
영혼포식자를 쥔 손에 피가 스며들었다. 온 몸이 망치로 두들겨 맞은 것 같이 아프다. 지금 내겐 마력 공격을 막을 수 있는 수단이 없다.
있다면 영혼 포식자의 영혼 개방 정도인데, 스택이 모자르다.
『 스킬 ‘맷집 Lv.10’의 효과가 발휘 됩니다. 』
『 치명적인 데미지를 받아도 행동할 수 있습니다. 』
『 맷집 Lv.10 [ 34% ] 』
맷집 스킬 덕분에 아직 몸을 움직일 수 있었다. 나는 아쉬움에 이를 악물었다.
‘젠장, 조금만 더 빨랐으면 됐는데.’
일자베기를 먼저 사용했으면 내가 녀석을 집어 삼킬 수 있었다. 그걸 알고 녀석도 내게 빈틈이 생기는 틈을 노린 거겠지.
‘위압 스킬도 안통하고.’
방금 전 공격 속에 욱여 넣어 봤지만, 통하지 않았다. 놈이 가진 능력치가 나보다 더 높다는 의미다.
나는 이미 모든 스킬을 발휘하고 있는 상태다.
‘하다 못해 레벨이라도 높았으면······.’
지금 내 레벨은 20.
이제 막 D급이 된 레벨이었다.
‘이런.’
여기가 내가 아는 던전인 줄 알았으면, 몬스터 한 마리라도 미리 잡아왔을텐데.
스으윽.
내가 아무런 행동을 취하지 않자, 이번에는 보스가 검을 들어 올렸다. 순식간에 검 주변으로 보랏빛 안개가 모여든다.
다시 한 번 반월형의 마력이 내 쪽으로 쇄도했다.
콰아아앙!
나는 가까스로 몸을 굴려 피했다. 이미 부상을 입은 마당에 싸움이 길어지면 불리하다.
‘무슨 쿨타임도 없냐, 저건.’
잠시 숨을 돌릴 틈도 없이 놈의 마력은 계속해서 날아왔다. 그 동작이 눈에 뻔히 보였기에 피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지난번 성장의 마족이 쏘던 미사일에 비하면 피하는 건 간단하다.
‘내가 공격할 틈이 없어서 그렇지.’
더 이상의 정면 승부는 위험하다. 놈은 내가 결정타를 날리기 전에 분명 카운터를 노릴테니.
철컥.
연달아 마력이 담긴 참격을 날려대던 놈의 움직임이 멈췄다. 내게 공격이 먹히지 않고 있단 걸 학습했나보다.
그러나 나를 향해 다가오진 않았다.
‘보스 녀석, 그 자리에서 못 움직이는 건가?’
비정상적으로 강한 힘에는 제약이 따르는 법이었다.
내 추측이 맞는 것 같았다.
보스는 그 자리에 멈춰선 채로 손을 들어 올렸다.
스윽.
차가운 금속음과 함께 안개가 모여든다.
스스스······.
곧이어 보스의 앞에 작은 기사가 생겨났다. 보스보다는 더 작은 크기의 기사들.
철컥, 철컥.
그 수는 총 두 마리였다.
부하 두 녀석이 곧장 나를 향해 다가오기 시작했다. 도망치지 못하게 확실히 붙잡겠다는 위압감을 풍기면서.
‘그냥 도망가야하나. 그러기엔 너무 아쉬운데······.’
다시 레벨업을 하고 돌아온다는 선택지도 있었다. 하지만 뭔가 아쉬운 건 어쩔 수 없었다.
‘뭔가 어떻게 안되나.’
나는 슬금슬금 뒷걸음질 쳤다.
턱.
어느새 나타난 벽이 등과 부딪혔다.
그때였다.
잊고 있던 생각 하나가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어, 잠깐만.’
보스가 소환한 몹도 경험치를 주던가?
내가 아는 지식들을 종합해 본 결과 답은 금방 나왔다.
‘그래, 분명히······.’
하수인 몬스터는 경험치를 준다.
『 레벨 정보 』
– Lv.20 (0%)
그리고 난 아직 레벨업을 하지 않은 상태.
‘이건 기회다.’
하수인 병사 두 마리를 바라보는 내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