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100 thousand reincarnation he became a transcendent hunter RAW novel - Chapter 188
188화 보이지 않는 손(2)
나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은빛의 날개 라운지로 올라왔다.
김건에게 전투 인형과 초인지 시스템을 맡겼다.
그의 손에서 어떤 아이템이 탄생할지 기대되는 부분이다.
‘그러면 이제 협회장을 만나러 갈 차례인가.’
헌터 협회.
그곳의 협회장이 나를 찾고 있었다. 이번 SS급 게이트를 공략하면서 내 이름이 크게 알려진 탓일 거다.
라운지에는 윤서현과 검의 마족이 있었다.
둘이서 커피와 케이크를 먹고 있다.
“그러니까, 이게 지구의 디저트라는 건가.”
검의 마족이 눈을 가늘게 뜬 채 포크로 케이크를 한 조각 입에 넣었다.
“쯧, 보나마나 시덥지 않은······. 음······?”
그녀는 미간을 찌푸리더니, 다시 생크림 케이크를 한 조각 입에 넣었다. 나를 발견한 윤서현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 지한씨. 올라왔어요? 당분간 검의 마족은 제가 감시할테니, 신경 안써도 돼요.”
그렇게 해주면 나야 고맙다.
사실, 억지력에 의해 약화된 검의 마족이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다. 지금쯤이면 그녀가 실패했다는 소문도 마계에 퍼졌을 테고.
불사의 마족을 만날 때까지만 고생해주면 될 거다.
“이 케이크라는 거 더 없나?”
“언제는 시덥지 않은 케이크라고 하지 않았나? 더 먹고 싶으면 돈 내요.”
“······.”
나는 창가로 건물의 아래를 내려다봤다. 아직도 많은 기자들이 진을 치고 헌터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어떻게든 인터뷰를 따내겠다는 열기가 느껴진다.
“윤서현 헌터, 저 좀 협회로 보내줄 수 있습니까?”
“아, 네. 물론이죠.”
화제를 일으킨 헌터는 기자들에게 둘러 쌓이곤 한다.
한때는 그게 내 꿈이었다.
F급을 전전하던 나는 절대로 이룰 수 없는 꿈.
그게 어느덧 현실이 되어 있으니 묘한 기분이다.
물론 당장은 할 일이 있으니, 일일히 인터뷰에 응해줄 순 없지만.
우웅—.
윤서현 헌터의 도움을 받아, 은빛의 날개에서 협회 건물 앞으로 단숨에 이동할 수 있었다.
‘이렇게 편할 수가 없군.’
미래를 다녀오며, 윤서현 헌터는 비약적인 성장을 이뤘다.
공간 이동의 쿨타임도 거의 없는 모양이고, 본인이 직접 움직이지 않아도 타인을 보낼 줄 수 있는 수준이다.
‘잘 오기는 했는데.’
문제는 협회에도 기자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는 것.
“이지한 헌터다! 이거 대박인데?”
“협회에는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이지한 헌터! 한 말씀해주시죠!”
“사최헌 헌터가 공략의 중심이 이지한 헌터라고 말했는데, 정말입니까?”
“지금까지 은빛의 날개에 계셨던 겁니까?”
순식간에 질문과 플래쉬 세례가 쏟아졌다.
“······.”
달려드는 기자들로 내 주위가 꽉 찼다. 이들은 헌터들을 상대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는 기자들이었다.
헌터란 인간에서 벗어난 초인적인 신체 능력을 가진 존재.
이런 상황에선 함부로 몸을 움직이기 힘들다.
기자들이 밀려 넘어지기라도 하면 큰일이니까.
그걸 이용해서 원하는 인터뷰를 따겠다는 건데.
나를 향해 마이크와 스마트폰을 들이미는 기자들.
막상 상황이 되고나니, 기분이 나쁘지 않다.
그냥 잠시 서 있는 그때였다.
“기자분들 나오세요!”
“이지한 헌터님께서 곤란해 하시잖아요.”
“다들 비키세요.”
그때, 그런 기자들을 헤치고 검은 양복을 입은 사람들이 다가왔다.
협회의 마성철 팀장과 그의 부하들이었다.
“어휴, 이지한 헌터님 인기가 보통이 아니네요. 이리 오시면 됩니다. 협회장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천천히 오셔도 되는데.”
“네?”
“아닙니다.”
그들은 능숙하게 길을 터서 나를 안내했다.
“궁금한 게 있으면, 수호 길드의 신태양 헌터가 잘 알 겁니다.”
신태양은 기자들의 관심을 더 없이 좋아할 거다.
나는 아쉬워하는 기자들을 향해 그리 말하고선, 협회로 들어섰다.
* * *
협회 건물의 상층부.
“아아, 지한군! 어서오게! 이렇게 얼굴을 보는 건 아마 처음이지.”
협회장은 두 팔 벌려 나를 환영했다.
포마드로 가르마를 탄 깔끔한 헤어 스타일과, 날카로우면서도 어딘가 초조한 눈빛.
한마디로 허술해 보이면서도 빈틈이 없는 느낌이다.
언론에서만 보던 얼굴을 직접 보니 감회가 새롭다.
그런데, 그 옆에는 협회장 이외의 인물이 있었다.
“지한씨. 여기서 다 뵙네요.”
백묵이었다.
SS급 게이트 공략 이후로 메시지는 받았지만, 직접 만나는 건 처음이다.
워낙 발이 넓은 인물다만,
아무 이유도 없이 있을 리는 없는데.
“둘 다 그렇게 서 있지 말고 여기 앉게나. 차라도 내와야겠군. 잠깐 기다리게.”
협회장은 직접 자리에서 일어나 커피 포트에 전원을 넣었다. 마정석으로 만든 제품인지, 물이 곧장 끓어 올랐다.
나와 백묵에게 차를 건네 주고서, 협회장은 믹스 커피를 저으며 자리에 앉았다.
“지한군에 대해서는 이전부터 주목하고 있었다네. 여기 백묵군이 칭찬을 아끼지 않더군. 이전 마족 사건도 그렇고 말이지.”
협회장은 쓴 웃음을 지었다.
“부협회장이 마족이었을 줄은 정말 몰랐네. 자네가 아니었다면 정말 큰일이 났을 거야.”
환상의 마족을 그대로 놔뒀다면 협회장은 죽었을 거다.
그것도 원인 불명의 정신병으로.
그 공석을 환상의 마족이 차지하게 되는 게 본래의 시나리오였다.
“SS급 게이트 공략에서의 활약도 인지하고 있다네. 대통령께서도 크게 기뻐하셨어.”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하하, 겸손하기까지. 더욱 마음에 드는군.”
투욱.
믹스 커피를 한모금 마신 협회장이 종이컵을 테이블에 올려두었다.
“그런데 아직 길드를 정하지 않았다고 하던데, 혹시 다른 이유라도 있는 건가?”
“활동하기 편해서 그렇습니다.”
“흐음, 그렇군. 그렇다면 협회에서 일해보지 않겠는가?”
그가 나를 여기로 부른 이유였다.
부협회장 마족 사건을 거치며, 협회의 입김은 많이 약해진 상태.
길드를 관리 감독하는 협회 본래의 역할이 힘을 잃어가고 있을 거다.
“보수야 헌터들만큼은 줄 수 없겠지만······. 지금 같은 상황에는 자네 같은 적임자가 꼭 필요해.”
나는 고개를 들어 백묵을 확인했다.
그는 말 없이 싱긋싱긋 웃고 있을 뿐이다.
‘내가 협회로 넘어갈 걸 방지하려고 여기에 있는 건가?’
내 눈치를 살피던 협회장이 다시 말을 이어갔다.
“마족들의 위협이 가시화 된 작금의 상황에서, 협회가 구심점이 되어 헌터들을 이끌 필요가 있네. 지금의 협회는 아무래도 그런 힘이 많이 부족한 상태야.”
협회장 판단은 상당히 정확하다.
실제로 마족들이 이 세계를 침공했을 때, 길드들을 하나로 묶어줄 구심점이 필요한 것은 맞다.
다만, 그게 협회여야 할 필요는 없다.
나는 가볍게 운을 떼었다.
“좋은 제안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생각을 좀 더 해봐야할 것 같습니다. 아직 해결하지 못한 일이 많아서요.”
“해결하지 못한 일이라니?”
협회장이 눈빛이 달라졌다.
“‘마족을 막아야 한다.’ 그 생각에 관해서는 협회장님의 생각과 제 생각이 일치하는 것 같습니다. 다만, 그러기 위해선 여러가지로 선행되어야 할 문제가 있다고 보거든요.”
나는 고심하는 척 미간을 좁혔다.
“협회장님께서 손을 써주신다면 더 빨리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을 것 같긴 합니다.”
“그 문제라는 건······?”
“각종 규제입니다. 마족들이 등장하고, S급 게이트의 출현이 늘어나는데 규제는 이전에 머물고 있어요.”
S급 게이트를 공략하는데 필요한 과정이 너무 복잡하다.
솔로 공략도 가능한 시점에서 내 발목을 붙잡게 된다.
“마족들은 언제 어디서 활개 칠지 모르는데 말입니다.”
“알겠네. 그 부분은 고려 해보겠네.”
“그리고······.”
협회장은 내 부탁 대부분을 수용하겠단 의지를 보여주고 있었다. 그만큼 상황이 급하다고 보는 걸지도 모른다.
“협회가 좀 더 적극적으로 움직여줬으면 좋겠습니다. 문제가 되는 길드들이 눈에 보여서요. 그 부분은 백묵씨가 잘 알 겁니다.”
불법적인 길드나, 범죄를 일으킬 가능성이 큰 길드들이 남아 있다.
인류의 배신자 김상욱들이 빌런들을 모아두곤 있지만 모두를 관리할 순 없다.
이렇게 착실하게 내실을 다져 놓으면, 마족이 침입 했을 때 모든 길드가 깔끔하게 힘을 합칠 수 있을 거다.
내 말에 백묵이 맞장구를 쳤다.
“지한씨도 그 부분을 신경쓰고 계셨군요. 저도 동의합니다. 독자적으로 조사하고 있었는데, 이제 협회장님께 알려드릴 때도 된 것 같네요.”
방금 꺼낸 이야기지만, 완전히 준비가 되어 있다는 듯한 말이다.
백묵의 말에 협회장은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내 최선을 다해보도록 하지.”
어떻게 해서든 나를 협회로 데려오고 싶은 모양이다.
“잘 됐네요. 협회장님도, 지한씨도 둘 다 윈윈하는 전략인거죠.”
능글맞게 웃는 백묵.
그가 별안간 뭔가 떠올랐다는 듯 입을 열었다.
“아, 이건 사적인 이야기인데. 지한씨가 찾아달라고 했던 정보를 상당수 찾았거든요? 협회장님께서도 알아두시면 좋을 겁니다.”
그리 말한 백묵이 옆에 놓인 가방에서 태블릿 PC를 꺼내들었다.
* * *
영국, 런던.
그곳의 랜드마크인 빅벤 시계탑.
타다다닥!
남자는 빠르게 뛰어가고 있었다.
지저분하게 수염이 난 중년의 남성은 죽어라 도망치고 있다.
바닥의 빗물이 그의 버버리 코트 끝자락을 적시지만, 신경쓸 여유가 없었다.
“비, 빌어먹을······! 언제까지 쫓아오는 거야?”
뒤를 돌아봐도, 남자의 뒤에는 아무것도 없다.
하지만 다섯의 암살자들이 그의 뒤를 쫓고 있었다. 기척과 모습을 숨긴 채 끈질기게 따라붙고 있는 것이었다.
콰드득!
어디선가 날아온 비수가 건물에 큰 상처를 남겼다.
“으아악!”
가까스로 피한 남자가 코너로 몸을 숨겼다. 그도 헌터였지만, 이번에는 상대가 나빴다. 벌써 사흘째 집요한 추격이 이어지고 있었다.
“젠장, 내가 미쳤지. 일주일에 천만 달러를 날려? 아니야. 돈만 더 있었어도······.”
땅을 박차고, 건물의 지붕을 넘어 도망치려는 순간.
“어엇?!”
암살자의 단검이 그의 복부를 꿰뚫었다. 지붕에 대기하고 있던 암살자가 있었다.
“크아악!”
남자는 붉은 피를 흩뿌리며 바닥으로 떨어졌다. 고통에 몸부림치고 있을 시간은 없었다.
그대로 있다간 살해 당한다.
헨드릭스는 재빠르게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갚을테니까! 일주일만 여유를 줘. S급 게이트 공략 한 번만 하면 그 정도 돈은 언제든지······.”
츠즈즈······.
투명하게 몸을 숨기고 있던 기계 형태의 구체가 모습을 드러냈다. 보이지 않던 암살자들도 전부 모습을 드러냈다.
그 수는 총 15명.
예상했던 것보다 세 배는 많은 수였다.
암살자들이 헨드릭스의 몸을 거칠게 붙잡았다.
기계 구체 속에서 노이즈와 함께 목소리가 들려왔다.
– 헨드릭스, 이 불쌍한 친구야. 널 받아줄 길드가 없단 건 본인이 더 잘 알텐데.
그 말대로였다. 공략을 하면서 워낙 큰 사고를 치고다닌지라, 모든 길드에서 기피 대상이었다.
철컥!
헨드릭스를 둘러 싼 암살자들이 그의 목에 목걸이를 채웠다. 이 세계의 재질이 아닌 아이템이었다.
“자, 잠깐만······. 지하 노역장만큼은 안 돼.”
– 소문을 듣기는 한 모양이군. 걱정마라. 이번 일에 실패하면 떨어질거니까.
뒷세계의 지하 노역장.
게이트를 개방한 그곳에선 끊임없이 강력한 마수들이 쏟아져나오고 죽을 때까지 부산물을 채취 해야 한다는 소문이었다.
치지직.
기계 구체의 전면부 패널에 사진 하나가 떠올랐다.
동양인 남자였다.
헌터인 헨드릭스가 그 얼굴을 모를 리 없었다.
최초의 SS급 게이트 공략에 참여한 남자 아니던가.
“이 남자를 죽여라. 그러면 모든 빚은 탕감해주지. 물론, 노역장에 가지 않아도 되고 말이야.”
사진을 바라보는 헨드릭스의 얼굴이 굳어졌다.
“사, 살인을 하라고? 제 정신이냐?”
– 돈을 갚던가, 목숨으로 갚던가. 네 선택에 맡기지.
목에 찬 목걸이가 헨드릭스의 목 안으로 파고들고 있었다.
“크윽, 아, 젠장······.”
그가 포기하려는 그 순간이었다.
우우웅!
주변의 공간이 일렁이더니, 안쪽에서 검은 인형이 튀어나왔다.
그 수는 셋.
마네킹처럼 생긴 인형들은 무장을 잘 갖추고 있었다.
– 뭐냐, 저 놈들은······?
콰아앙!
인형이 쏜 마력 탄환에 의해 기계 구체는 바로 터져버렸다. 암살자들은 곧바로 무기를 들어 올렸다.
“헨드릭스 네 놈 짓이냐?”
“뭔진 모르겠지만, 일단 다 없애!”
암살자들이 기척을 감추고 인형들을 향해 뛰어 들었지만.
푸욱, 푸욱!
인형들은 기계처럼 정확하고 빠르게 암살자들의 급소를 꿰뚫었다.
“크아악!”
“정신차려, 저딴 게 뭐라고······!”
그러나 큰 소리치며 달려든 암살자들도 인형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암살자들이 검을 휘두르기도 전에 인형의 칼날이 먼저 그들을 꿰뚫었다.
푸우욱!
15명의 암살자가 모두 정리되는데 걸린 시간은 불과 3분.
“으아아······.”
벌벌 떨던 헨드릭스가 새하얘진 얼굴로 고개를 들었다.
이제 내 차례인가?
지난번에 돈을 빌리고 튀었던 조직의 짓인가?
주마등이 수차례 지나가는 가운데.
그의 발 아래로 검은 게이트가 열렸다.
투웅······!
정신을 차리고 보니 헨드릭스는 어떤 건물의 휴식 공간에 있었다. 꽤 많은 인수의 사람들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잠시만요.”
윤서현은 그런 헨드릭스에게 다가와 목에 착용된 폭탄 목걸이를 빼냈다. 일종의 저주 아이템을 공간 왜곡으로 해제한 셈이었다.
영문을 모르겠단 표정을 하고 있는 헨드릭스.
그런 그의 앞으로 남자 하나가 걸어나왔다.
기계 구체가 보여준 사진 속의 남자였다.
그래, 이름이 기억났다.
바로 이지한이었다.
시스템창을 살피던 그의 입가에 만족스런 미소가 맺혀 있었다. 그의 옆에 서 있던 인형 중 하나가 슬라임으로 되돌아갔다.
“경험치가 굉장하군······. 백묵의 정보는 변함없이 유용하고.”
그리 중얼 거린 이지한이 헨드릭스 확인했다.
“아, 웰컴 투 코리아.”
간단한 영어와 함께.
‘하, 한국······?’
헨드릭스.
도박광이라고 불리는 이 남자는 뛰어난 재능을 가진 인물이다.
문제는 그 재능을 본인도 모르고 있다는 것.
마족을 처치하며 세계는 계속해서 변화하고 있다.
죽어야 할 인물이 살아나고, 살아야할 사람이 죽는다.
따라서 미래 또한 끊임 없이 바뀐다.
그 과정 속에서 새로운 재능이 끊임 없이 피어나는 것은 당연지사.
“그쪽이 해야할 일이 있습니다.”
새로운 시대에서 가장 중요한 능력은.
재능을 알아보는 재능.
헨드릭스는 그러한 재능에 최적화 된 사람이다.
여기에 백묵의 정보가 더해진다면······.
마족이 오히려 우리를 두려워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