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100 thousand reincarnation he became a transcendent hunter RAW novel - Chapter 189
189화 보이지 않는 손(3)
지금까지 여러 미래를 경험했지만,
그 모든 미래에는 공통점이 있었다.
미래의 나는 멸망을 막지 못했다.
군단장이 완전히 땅을 집어 삼키는 것은 막았지만, 결국엔 세계가 마계화 되고 만다.
‘실패의 이유는 명확하다.’
미래의 나는 나의 성장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었다.
10만배의 경험치를 필두로 마계왕을 죽일 방법만을 찾고 있었다.
‘그래선 안된다.’
세계 전체가 마족에게 대항할 수 있는 힘을 기르지 않으면, 그들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 첫번째 걸음이 사도를 막아내는 것.’
마계왕의 권속이 되는 사도.
그들이 소유한 힘은 차원이 다르다.
‘지금 가장 위험한 건 해외 쪽.’
대한민국 내에서는 마족의 ‘프로젝트:마기’가 실패했지만, 해외의 사정은 다르다. 그곳의 대기는 지금도 계속해서 마기로 채워지고 있다.
‘사도들의 출현 장소를 반드시 대비를 해둬야 한다.’
그게 그리 간단하지는 않다는 게 문제다.
세계는 일견 평온하다.
마족의 위협이 가시화 되었다고는 하나 그것이 가장 큰 위협이라곤 인지되지 않는다. 적극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건 나 뿐이란 의미.
“당신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나는 바닥에 엎드려 있는 헨드릭스를 향해 말했다.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하고 있던 그가 머리를 긁적였다.
“······어쨌든 살려주신 거란 말이죠. 후우, 이거 착하게 살았더니 이런 날이 오긴 하네요. 제가 뭐, 이래뵈도 S급 헌터이기도 하고 도움이 될 수는 있는데. 문제가 있습니다.”
통역은 옆에 서 있던 엘리스가 맡아주었다.
헨드릭스는 손으로 돈을 의미하는 제스처를 만들어보였다.
“제가 빚이 좀 많아서······.”
도박광 헨드릭스.
별명에 걸맞게 빚을 많이 지고 있다. S급 헌터임에도 빚이 감당되지 않을 정도일 거다.
나는 미소와 함께 대답했다.
“빚은 걱정 안해도 됩니다. 갚으면 되니까요.”
“보통 빚이 아닌데 감당이 되시려나······?”
옆에 팔짱을 끼고 서 있던 윤서현이 내게 속삭였다.
“아무리 보물이 있다고는 하지만, 저 사람 정말 믿을 수 있는 거 맞아요? 빚을 갚아줘도 다시 생길 것 같은데······.”
“네, 아마 그럴 겁니다.”
“예?”
“그리고 빚을 갚는 건 헨드릭스입니다. 헨드릭스가 직접 일해서 갚아야죠.”
보물이 산더미처럼 있지만, 무의미하게 낭비할 생각은 없다.
“조직에서 거대한 자금을 융통하신 거 맞죠?”
“그래요, 그 놈들······! 날 죽이려고 끝까지 쫓아오는 지독한 놈들이라니까요.”
혹시나 돈을 갚아줄까 싶어 표정이 밝아진 헨드릭스.
“그 부분은 걱정 안해도 됩니다. 그쪽에서 돈을 갚지 않아도 되게 해드리죠. 대신, 저희한테 갚으셔야 할 겁니다.”
“······.”
그는 금세 기죽은 표정이 되었다.
헨드릭스가 돈을 빌린 조직은 바로 해외의 유명 빌런 조직이다.
‘그곳의 수장은 상위 어둠의 마족.’
조직이 통째로 사라진다면······.
돈을 갚을 필요도 없어지는 거 아니겠는가.
* * *
범죄자는 어디에나 존재한다.
각성자라고 해서, 국외라고 해서 그것은 다르지 않다.
불법을 저지른 각성자들이 범죄자가 되는 경우는 의외로 많다.
일반 범죄자들과 달리, 각성 범죄자들은 빌런이라 불리며 큰 사건에 관여하는 경욱 대부분이다.
그 틈을 노리고 있는 것이 상위 어둠의 마족.
“하······. 어디 놈들이 끼어든 거지?”
음지에 존재하는 빌런들을 규합하고, 수족으로 부리는 계획은 순조롭게 진행 중이었다.
파직, 파지직······.
노이즈가 낀 모니터를 바라보던 어둠의 마족이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기계 장치는 부숴졌고, 암살자들도 연락이 끊겼다.
“뭐해, 이 새끼들아!”
어둠의 마족의 호통에 수하들이 몸을 움츠렸다.
“죄, 죄송합니다.”
그 자리에 모인 수하들도 모두 한 이름하는 빌런들이었으나, 어둠의 마족의 잔인한 성정을 알고 있기에 반항하는 자는 없었다.
“헨드릭스 그 새끼가 가져간 돈만 해도 얼만 줄 알아?”
일부러 그에게 접근해 고이율의 사채를 빌려 준 뒤, 손에 넣고 이용해 먹을 생각이었건만.
“당장 찾아내. 어떤 놈들이 우리를 방해한 건지도 알아내고.”
“아, 알겠습니다.”
일단 호통을 쳐놓기는 했지만 상황이 꽤 심각했다.
암살자들은 모두 S급 빌런들이었다.
그 놈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헨드릭스까지 빼갔다.
그만한 힘을 가진 다른 조직이 존재하던가?
어둠의 마족이 운영하는 빌런 조직 보이드.
단순히 강할 뿐 아니라 음지의 사업까지 활발히 하고 있는 조직이었다.
해외 각국으로 불법 아이템과 헌터들을 수출하고 법망을 교묘히 비껴간 아이템 약물 사업에도 손을 뻗어 지금은 국제적으로 이름 있는 조직이 되었다.
‘대체 어떤 정신 나간 놈들이 우리를 공격한건지······.’
그의 머릿속으로 한 인물이 떠올랐다.
바로 대적자.
‘설마 아니겠지.’
아무리 그래도 너무한 상상이었다. 대적자는 자신의 존재조차 알고 있을 리가 없다.
‘대적자에 대한 조치는 이미 취해 놨어.’
이미 다양한 불법적인 경로를 통해서 대적자에 대한 수배를 내려놓은 상태다. 시간만 더 있으면 제대로 된 성과가 나올 것 같은 상황.
‘같은 인간에게 노려질 거라곤 생각하지 못할 거다.’
시간만 더 있으면 된다.
모든 것은 완벽하다.
그리 생각하며 어둠의 마족이 의자에 몸을 뉘이는 순간이었다.
콰아아앙—!
거대한 굉음이 건물 전체를 뒤흔들었다.
그가 재빨리 몸을 일으켰다.
“뭐, 뭐냐? 영웅들이냐? 그럴 수는······.”
빌런을 전문적으로 잡는 영웅들이 간혹 산하 조직을 박살내는 경우가 있었다. 하지만, 여기는 완벽히 숨겨진 본진.
놈들이 알아낼 방법은 없어야 정상이었건만.
“크아악!”
“커헉! 이, 이 놈들······!”
“여기가 어디라고, 크억!”
퍼져나오는 먼지 속에서 빌런들의 비명이 울려 퍼졌다. 차례 차례 격파당한 빌런들이 힘없이 바닥에 늘어졌다.
어둠의 마족이 헛웃음을 내뱉었다.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헨드릭스를 데려간 놈이구나. 어디 그 낯짝이나 한 번 볼까?”
자신은 상위 어둠의 마족.
실력으론 인간에게 지지 않는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그러나, 연기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건 두 기의 인형이었다.
얼굴이 없는 마네킹.
“잠깐······. 뭐냐. 저것들이 어떻게 여기에······.”
그는 전투 인형들을 알고 있었다.
문제는 문명계의 기술로는 그것들을 비슷하게 구현하는 것조차 불가능하다는 것.
콰아앙!
그가 의문에 대한 해답을 찾기도 전에.
두 기의 전투 인형들이 어둠의 마족을 덮쳤다.
“어딜!”
화아악!
어둠의 마족은 곧바로 제약을 발휘했다. 주변의 모든 공간이 어둠으로 휩싸였다. 자그마한 빛조차 허락하지 않는 무한한 어둠이 건물 전체를 잠식했다.
콰앙! 콰앙!
그러나 두 기의 전투 인형들은 시야에 얽매이지 않고 어둠의 마족을 정확하게 노려왔다.
‘크으윽, 내가 보이는 건가? 그건 그렇다쳐도 뭐가 이렇게 세냐······?’
팔로 공격을 받아내는 어둠의 마족이 이를 악물었다.
레전더리와 에픽 아이템을 거침 없이 두른 전투 인형의 능력은 이미 S급 헌터를 초월한지 오래.
“그래 봤자, 인형들!”
콰아아아!
어둠의 마족은 거리낌 없이 인간의 모습을 해제했다. 그 누구도 확인할 수 없는 어둠의 공간 속에서 당당히 마족의 힘을 드러냈다.
이걸로 몇 번이고 조직의 위기를 넘겨왔다.
마족의 힘을 사용하면 인형 둘 쯤은 쉽사리 이길 수 있을 거란 판단.
“죽어라!”
강력한 마기가 수 백 발의 화살이 되어 인형을 향해 쏟아졌다.
콰과과과—!
건물이 무너져 내리고, 주변이 완전히 초토화 되는 마기의 폭격.
그러나 그 공격 어느 하나 인형에게 닿는 일은 없었다.
전투 인형의 얼굴에 달려 있는 이어폰을 너머.
실시간으로 지령이 내려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은빛의 날개, 특별 회의실.
“3초 후에, 큰 공격이에요. 천장에 붙어요!”
눈동자에서 금빛 이채를 발하는 엘리스가 예지를 전달하고 있었다.
그 옆에 붙어 있는 윤서현에게서도 보랏빛 마력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이지한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그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현장에 나가있는 건 두 마리의 오르티마다.
전투는 길지 않았다.
미래를 알고 있는 엘리스와 실시간으로 공간에 대한 정보를 전달하는 윤서현이 합쳐지니, 상대가 될 리가 없었다.
“······.”
이내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 ‘검은 전투 인형 1’의 레벨이 250에 도달했습니다. 』
『 ‘검은 전투 인형 2’의 레벨이 250에 도달했습니다. 』
어둠의 마족은 처치하는데 성공했다.
빌런 조직 보이드가 와해되는 순간이었다.
“잘했다. 이제 복귀다.”
이지한이 마이크에 대고 말했다.
해외의 조직이라고 해도, 정보만 충분하다면 공략이 어렵지 않다.
상황이 종료되고 오르티마가 가져온 정보들이 은빛의 날개에 전해졌다.
증거들을 확인한 윤서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백묵이란 사람이 준 정보 확실하네요. 보통 범죄 집단이 아니었어요.”
보이드는 일반적인 인신매매는 기본인데다가, 각성자를 팔아 넘기는 일까지 서슴지 않는 조직이었다.
“마족이 운영하는 범죄집단이라니. 대체 마족들은 얼마나 파고든 건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깊게 얽혀 있는 경우가 많을 겁니다.”
세계 곳곳에 숨어 있는 마족들의 정보를 난 알고 있다.
거기에 백묵의 정보가 더해지면 그들 모두를 견제하는 건 어렵지 않다.
“조금만 더 힘내보죠.”
이지한은 이러한 방식으로 미래의 문제가 되는 지점들을 착실히 지워나갔다.
빌런 조직들이 차례차례 격파되는 가운데.
아이템 제작자 김건의 연구도 순조롭게 흘러가고 있었다.
“굉장한데요? 이렇게나 많이 만들 수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양산형 전투 인형 100여기.
내 칭찬에 김건이 별 거 아니라는 듯 머리를 긁적였다.
“원형이 되는 진짜 인형들에 비하면 훨씬 약해요. 그래도 최근 들어 실력이 계속해서 상승하는 것 같아요.”
인형들을 살펴보던 은날의 길드장 윤지은은 연신 싱글벙글이었다.
“이거 발표되면 파장이 보통이 아니겠는데요.”
지난번 고블린의 보물 창고를 턴 뒤로 연달아 좋은 일이 일어나고 있었으니, 당연했다.
“이대로라면 수호 길드 따라잡는 건 문제도 아니겠어요.”
“네, 은빛의 날개의 영향력이 더 강화 될 겁니다.”
“그런데, 지한씨는 정말 은빛의 날개 안 들어올 거에요?”
이미 은날 식구나 다름 없는 생활을 하고 있지만 아직은 어디에 들어갈 생각이 없다.
이 애매한 포지션에 있기에 백묵도 협회장도 내게 부담없이 협조하는 걸테고.
“아직은 생각 없습니다. 그러면 잠시 헨드릭스를 만나고 오겠습니다.”
“그래도 나중에는 들어와요! 언제든지 환영이에요!”
그리 말해주니 고맙다.
이제는 빌런 조직에게 돈을 갚을 필요가 없어진 헨드릭스.
그는 지금 백묵에게 맡겨졌다.
투두두두두—.
헬기의 날개소리가 귀따갑게 들려온다. 은빛의 날개 옥상 헬기 착륙장에는 백묵과 헨드릭스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지한씨, 오셨네요. 가시죠. 깜짝 놀라실 거에요.”
“oh, my god······.”
“헨드릭스 씨 한국말 알려드렸잖아요.”
“이지한씨. 저 좀 살려주세요.”
헨드릭스가 어눌한 한국말로 그리 말하고 있었다.
백묵은 은은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도박광 헨드릭스는 백묵의 아래에서 특훈을 받는 중이었다. 도박을 끊고, 인재를 선별할 수 있는 눈을 기르기 위해.
한 달 정도 지났는데.
오늘은 그 성과를 확인하러 가는 날이다.
날아오른 헬기가 시원하게 하늘을 가로 질렀다.
강원도의 끝자락.
별 모양의 거대한 구조물이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직접 보여드리는 건 처음이네요. 여기에요. 세계 각국의 헌터들을 모아, 훈련 시키는 장소. 이른바 헌터 아카데미.”
백묵은 이전 사건 이후로 재능 있는 헌터들을 긁어 모아 훈련 시키고 있었다.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수 백명의 헌터들.
그들의 시선이 우리가 탄 헬기로 향하고 있었다.
“그러면 헨드릭스씨 지금까지 훈련한 당신의 눈을 시험해 볼 때네요.”
나는 헬기에서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이 중에 분명히 있을 거다.
차원 이동이 가능한 각성자.
그런 찬란한 재능을 가진 인물.
‘각성자를 찾는대로 사도 사냥에 나선다.’
지금까지는 너희들이 침략자였다면.
이번에는 우리 쪽에서 먼저 가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