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100 thousand reincarnation he became a transcendent hunter RAW novel - Chapter 192
192화 천부적인 재능(3)
하이텍트.
진세아의 아버지가 회장으로 있는 이곳은,
헌터 산업에 있어서 전세계 1위에 해당하는 기업이다.
작게는 훈련용 아이템부터 크게는 마석을 활용한 각종 에너지 분야까지 두루 섭렵한 대기업.
해외에서 대한민국을 모르는 사람은 있어도, 하이텍트라는 회사를 모르는 사람들은 없을 정도다.
“······해외에서도 SS급 게이트 생성 조짐 보인답니다. 심상치 않은데요.”
“지금 그게 문제냐. 야, 거기 싹 다 정리해.”
“갑자기 무슨 청소입니까?”
대기업답게 연구부서도 여러 갈래로 나뉘어 있지만,
오늘 가장 부산스러운 것은 게이트 연구부서였다.
선임 연구원이 한심하다는 듯 후배를 바라봤다.
“못 들었어? 은빛의 날개에서 게이트 생성 연구를 보러 온다잖아.”
“아, 회장님 따님이 계신 길드요?”
“그래, 그러니까 회장님도 오실 거 아니야. 뭐해 안 움직이고?”
하이텍트와 은빛의 날개는 협력 관계.
최근들어 은날의 행보가 눈부시다. SS급 게이트를 공략한지 얼마나 됐다고, S급 게이트를 일주일만에 연달아 격파하지 않나.
국내 뉴스 헤드라인에서 은빛의 날개에 대한 소식이 빠지는 날이 드물 정도였다.
SS급 게이트 공략의 주연, 용병 헌터 이지한이 은날에 거의 눌러 붙었다는 소문 덕에 관련 주가들이 연일 상한가를 치고 있었다.
“엘리베이터 탑승했단다! 다들 부담 가지지 말고 평소처럼 해, 평소처럼.”
연구실로 이어진 승강기가 도착했다. 승강기에서 문이 열리고, 은빛의 날개 헌터들이 모습을 보였다.
그런데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회장을 포함해 9명.
일반적으로 연구 시설을 견학 왔다기엔 몸에 걸친 장비니, 아이템이니 뭐가 많았다. 마치 공략이라도 떠나는 것처럼.
회장과 은빛의 날개의 길드장 윤지은이 심각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러니까, 세아는 데려가지 않는 조건으로 허락하겠네.”
“말씀드렸다시피, 그게 저희도 어쩔 수가 없어요. 숨어 버리면 아무도 못 찾아요······.”
윤지은이 곤란한 표정으로 회장을 설득하고 있었다. 변명이 아니라 사실이었다.
진세아는 어엿한 한 명의 S급 헌터.
대체 할 수 있는 인원이 아니었다.
“후우······.”
잠시 이마를 짚으며 한숨을 내쉰 회장.
이내 체념한 듯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그래, 세아 뜻이 그렇다면 어쩔 수 없겠지. 만약 함께 가게 되더라도 그냥 별 탈 없이 돌아올 수 있게만 해주게.”
회장의 시선은 이지한을 향해 있었다.
“걱정 안하셔도 됩니다.”
이지한은 진지하게 대답했다.
진세아는 오늘 아침부터 사라져 있었다.
아마, 지금도 이 근처에 있을 거다.
발견되지 않을 뿐.
“그러면 이쪽으로 오시죠.”
이야기가 끝난 것을 확인한 수석 연구원이 헌터들을 안내했다.
연구원들의 힐끗 거리는 시선을 받으며, 이동한 장소에는 원형의 게이트 생성 장치가 있었다. 복잡하게 생긴 장치 군데군데에 마정석이 빛나고 있었다.
“게이트를 생성하는 기술은 있지만, 아직은 딱 거기까지 입니다.”
수석 연구원은 옆쪽의 패널을 조작했다.
우우웅—.
기이한 소리와 함께 기계 장치 중앙에 보랏빛 기운이 응결되기 시작했다.
“거기까지라뇨?”
“넘어갈 차원을 지정하는 기술이 아직까진 없습니다. 자, 게이트는 기동하고 있습니다. 살펴보셔도 좋습니다. 본래 게이트와 얼마나 다른지 말씀해주시면 좋을 것 같네요.”
회장은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게이트를 지켜보고 있었다.
은빛의 날개가 게이트로 들어갈 거란 이야긴 이미 들었다.
문제는 그게 정말 가능하냐였다. 연구원들이 머리를 맞대도 해결하지 못한 문제였다.
“한 번 볼게요.”
금발의 소년 레온이 앞으로 나섰다.
그는 게이트를 향해 손을 가져다 대었다. 손은 게이트를 그대로 통과해 반대편에서 쑥 나왔다.
차원 좌표가 설정되지 않은 게이트는 문으로써의 기능을 수행하지 못한다.
『 레전더리급 스킬 ‘차원 탐색 Lv.6’을 발휘합니다. 』
레온은 눈을 감고 스킬을 발휘했다.
게이트 너머로 연결 가능한 차원을 탐색하는 스킬.
이 스킬은 수련으로 획득한 게 아니다.
차원과 관련된 스킬들을 사용하다보니 자연스럽게 깨달았다.
문명계와 연결된 인접한 차원들.
게이트가 이어질 수 있는 수많은 가능성들을 넘보는 힘이.
스으으······.
순식간에 많은 마력이 빠져나가고 있었다.
‘큭, 너무 많아. 원하는 차원을 찾기도 전에 쓰러지게 생겼네.’
그래도 레온은 손을 빼지 않았다.
이지한이 말했던 차원을 찾기 위해 탐색을 계속했다.
그의 머릿속으로 많은 수의 차원에 존재하는 풍경이 스쳐 지나갔다.
스윽.
레온을 지켜보던 이지한이 한 발자국 앞으로 다가왔다.
턱.
그는 레온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 스킬 ‘차원 간섭 Lv.12’를 발휘합니다. 』
여제를 도와, 미래의 자신을 구할 때 사용했던 ‘차원 간섭’.
높은 레벨의 차원 간섭이 레온의 차원 탐색에 힘을 더했다.
고오오—.
미동도 않던 게이트에 푸른 빛이 일렁이기 시작했다.
“자, 잠깐 어떻게 하신겁니까?”
패널과 게이트를 살피던 수석 연구원이 놀라며 물었다.
지금까지 무슨 짓을 해도 소용 없던 게이트가 잔잔한 파문을 일으키고 있었다.
오오오오—!
갑자기 뒤에서 연구원들이 환호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와, 뭐야?”
“잠깐, 이거 기록 해놔야겠습니다.”
“설마. 우리가 밤을 새워도 못한 걸 이렇게 단숨에······?”
어느새 연구원들이 방 바깥의 창문에 다닥다닥 매달려 있었다. 게이트의 좌표가 고정되는 걸 직접 확인하기 위해서 였다.
샤아아······.
푸른 빛은 게이트에 완전히 뒤섞였다.
게이트를 뚫고 나갔던 레온의 손은 이제 게이트 내부로 들어가 있었다.
회장은 기쁘면서도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정말로 해결할 줄이야.”
회사를 생각하면 성공은 기쁜 일이지만, 세아를 생각하면 실패하는 게 나았기에.
좌표 고정을 마친 레온이 천천히 두 눈을 떴다.
이해할 수 없는 건 레온도 마찬가지였다.
무수한 갈림길 속에서 갑자기 목적지로 보이는 장소가 번뜩였다.
굳이 묻지 않아도 이지한 때문이란 건 알 수 있었다.
‘뭐, 뭐냐고 진짜.’
차원과 관련된 능력은 자신의 고유 능력이라고 생각했는데.
“······100% 연결 됐습니다. 하, 굉장합니다. 이게 정말로 될 줄이야. 게다가 이 방식은······. 하하, 연구 방법에 대한 실마리도 풀린 것 같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수석 연구원이 레온을 바라보며 감탄했다.
뒤쪽의 연구원들도 난리가 나 있었다. 서류를 집어 던지고 난리였다.
“데이터, 데이터부터 봅시다!”
“여보, 오늘은 야근 안해도 될 것 같아.”
“이 순간을 내 눈으로 보다니······.”
슬쩍 뒤를 돌아 본 윤서현이 얼떨떨하게 중얼거렸다.
“그렇게까지 좋아할 일인가······.”
수석 연구원이 들뜬 목소리로 설명했다.
“예, 노벨상은 따놓은 당상이고 특허와 관련해서 막대한 이득을 얻게 될 겁니다. 인류의 발전이 한 단계 앞당겨지는 겁니다.”
“새, 생각보다 엄청난 거였네요.”
설명을 들은 검의 마족이 코웃음을 쳤다.
“기초적인 게이트 조작으로 기뻐하다니. 인간들도 아직 멀었군.”
“그 인간들한테 인질로 잡혀 있는 게 누군데요.”
“······.”
윤서현의 말에 검의 마족이 입을 다물었다. 여전한 사이다.
이번 공략에 참가하는 인원은 다음과 같다.
이지한을 필두로 윤서현, 진세아, 엘리스.
검의 마족과 레온까지.
길드장 윤지은과 다른 이들은 길드에 남는다.
은날을 완전히 비울 수는 없기에.
“그러면 출발하죠.”
“예, 들어가신다고요?”
“네, 그러려고 여기에 온 거거든요. 회장님께서도 이미 허락하셨습니다.”
회장이 확인차 고개를 끄덕였다. 수석 연구원은 말문이 막힌 듯 굳어졌다.
“테, 테스트까지 직접 해주실 줄이야.”
착각은 아무래도 좋았다.
여기서 지체하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시간은 흐르고 있다.
“그러면 이제 들어가겠습니다. 금방 돌아오겠습니다.”
이지한은 그렇게 말한 뒤 게이트 내부로 들어갔다.
“사, 사부님 같이가요!”
“언니 갔다 올게.”
다른 길드원들도 하나둘씩 그 뒤를 따라 게이트에 입장했다.
목표는 부패의 마족 처치.
나름대로의 각오를 가지고 새로운 차원을 향해 발을 내딛었다.
* * *
『 SS급 게이트 : 신성 마법계 』
시스템이 표시한 게이트의 등급은 SS급.
애당초 현재 문명계에게 허락된 차원의 등급은 SS급까지.
그 이상으로 넘어가는 건 불가능하다.
“와아······. 되게 예쁜 마을이네요.”
엘리스가 감탄했다.
푸르게 펼쳐진 초원과 마을이 한눈에 들어 온다.
새하얀 대리석으로 지어진 자그마한 마을.
해외의 유명 관광지에 온 것 같은 느낌이다.
스윽.
나는 수납 마법이 걸린 배낭에서 종이를 꺼내들었다. 미리 그려 온 신성 마법계의 지도였다.
“여기는 신성 제국 알테이아가 지배하는 세계입니다.”
미래의 나는 당연히 이곳에 방문했었다.
나는 그 지식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되게 평화로워 보이는 세계네요. 여기에 부패의 마족이 있다는 건가요?”
“정확히는 부패의 마족의 분신이 있는 세계입니다.”
나는 설명을 이어갔다.
“부패의 마족은 죽어도 다시 부활할 수 있습니다. 차원 곳곳에 숨겨 놓은 예비 신체들이 존재하거든요. 그 수는 총 2개.”
“잠깐.”
내 말에 검의 마족이 수상쩍다는 듯 물었다.
레온도 이해가 안 간다는 표정이다.
“그걸 네가 어떻게 아는거지?”
거기에 대한 답은 간단했다.
“세아양과 서현 언니, 그리고 사부님. 이 세 명은 미래에 다녀왔거든요!”
“잠깐, 엘리스. 그건······.”
나는 윤서현을 안심시켰다.
“말해도 괜찮습니다.”
검의 마족에게는 맹약이 걸려 있다.
여기서 들은 이야기는 발설할 수 없다.
그리고 레온도 알고 있어야 이후의 이야기가 빠르다.
“······.”
“미래요······?”
레온과 검의 마족은 한층 어이 없단 표정을 지었다.
레온은 그렇다쳐도 검의 마족의 반응이 의외였다.
“이상하군. 그런 짓을 했다간 무사할 수 없을텐데.”
“왜요?”
“알 거 없다.”
미래에 다녀온 일 자체가 특이한 일이라는 듯하다.
하여간,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부패의 마족이 살아날 수 있는 시체를 미리 없애야 합니다. 그래야, 정말로 죽일 수 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신성 제국에 숨겨져 있고요.”
“이해했습니다.”
레온은 복잡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대강 이해해 준 모양이었다.
잠시 침묵하던 레온이 입을 열었다.
“정말 미래에 가봤다면, 혹시······.”
그 질문이 미처 끝나기 전.
“네 놈들은 누구냐! 정체를 밝혀라.”
우리의 뒤편에 있던 숲 속에서 사람들이 튀어 나왔다. 금빛 무장을 걸친 신성 마법계의 성기사들이었다.
총 세 명.
그들은 망치와 대검을 우리에게 겨눈 채 경계를 풀지 않았다.
“신성 제국의 국민 같지는 않아보이는데, 어디서 온거지?”
대장으로 보이는 자의 질문에 모두가 침묵했다.
정확히는 일행들 모두가 나를 향해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
이 세계에는 게이트가 없다.
헌터도 없다.
그런 개념을 이해시키는 건 어려울 것 같고.
나는 고민을 거듭해 입을 열었다.
그래 이것 밖에는 없지.
“이 세계의 거대한 악을 부수기 위해 찾아왔다.”
* * *
철컹.
“······.”
우리는 그대로 마을 감옥에 수감 됐다.
새하얀 창살로 된 특수한 감옥이었다.
이 안에선 마나의 흐름이 억제 된다. 즉, 스킬을 사용할 수 없단 의미.
반대편 감옥에 갇힌 윤서현이 나를 째려봤다.
“화술 스킬을 배워야 하는 거 아니에요?”
“······.”
실제로 거짓 연기라는 스킬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이번 일은 거짓말이 아니라 발동하지 않은 모양.
“사부님 잘못이 아니에요. 제 예지에 따르면 사부님의 말솜씨로는 어차피 무슨 말을 해도 잡혔을 거라구요!”
돌려까는 건지 뭔지.
그래도 아무 생각 없이 붙잡힌 건 아니다.
“대신 큰 마찰 없이 마을에 들어올 수 있었죠. 가능하면 이 세계의 사람들과의 전투는 피하는 게 낫습니다.”
“뭐, 좋아요. 그래서 그 예비 신체라는 건 어디에 있는거에요. 공간이동으로 가져 올 순 없는 거겠죠?”
그 말대로다.
이곳 감옥만 해도 마력이 통하지 않는 장소다.
공간이동으로 갈 수 있는 곳이면 굳이 이런 번거로운 과정은 거치지 않았다.
“신성 제국의 중심부 ‘성역’에 있습니다.”
부패의 마족은 굉장히 용의주도하게 예비 신체들을 숨겨 두었다.
“그곳에 가려면 최소 주교급 인물의 허락이 필요합니다. 마침 우리를 재판할 인물이 주교급이니, 그를 설득하면 됩니다.”
“······이번에는 제가 설득할게요.”
전투 없이 말로 해결한다라.
쉬운 일은 아니다.
성역은 일반인들에게는 결코 허용되지 않는 장소.
외국인 취급 받는 우리가 갈 수 있는 곳은 아니다.
하지만, 말이 아니라 다른 방법이라면 가능성이 있다.
그걸 설명하려던 그때였다.
콰아아앙!
바깥에서 굉음이 울려 퍼졌다. 지하 감옥에 조그맣게 나있는 창으로 흙먼지가 쏟아졌다.
“으엑.”
창문에 매달려 있다가 흙먼지를 뒤집어 쓴 엘리스가 고개를 흔들었다. 녀석은 다급한 목소리로 상황을 전달했다.
“마수들이 쳐들어왔나봐요. 상황이 꽤 심각해요. 마을 내부까지 들어왔어요! 돕지 않으면 마을이 무사하지 못할 거에요······.”
카앙!
윤서현이 들고 있던 단검으로 새하얀 창살을 가격했다.
흠집도 없다.
“철이랑 비교도 안될 정도로 단단한가봐요.”
신성력이 듬뿍 담긴 신성 주괴로 만들어진 창살이다. 많은 차원 속에서 손에 꼽는 단단함을 자랑하는 물건이다.
부수려면 시간이 좀 필요할 거다.
“괜찮습니다.”
“우리는 괜찮은데······. 마을 사람들이 안 괜찮을 것 같은데요.”
“아뇨, 그런 의미가 아닙니다.”
저벅, 저벅.
그때 지하 감옥으로 누군가가 걸어 들어왔다.
머리에 로브를 뒤집어 쓴 작은 체구의 인물.
그 인물은 우리가 갇힌 감옥까지 다가와 로브를 쓱 벗었다.
“다들 날 잊은 건 아니지?”
짤랑, 짤랑.
진세아가 손에 든 열쇠 꾸러미를 흔들었다.
“세아야!”
“세아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