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100 thousand reincarnation he became a transcendent hunter RAW novel - Chapter 193
193화 신성 제국의 심판자(1)
“놈들이 방어벽을 돌파했습니다!”
“마을 내부로 언데드들이 침입했습니다!”
“막아라! 신성력을 해방해라!”
황금빛 방패를 든 성기사들이 힘겹게 언데드들을 막으며 소리치고 있었다.
크아아아!
수백 마리의 언데드들이 끊임 없이 달려드는 상황.
신성력은 언데드를 퇴치하는데 효과적이다.
하지만 그것도 물량이 감당이 될 때의 이야기다.
“기사단장님! 마을의 뒤쪽 방어선이 뚫렸습니다!”
“마이크와 그리어. 후방으로 이동해라.”
“옙, 알겠습니다!”
“전방에 특수 개체 출현! 단검을 쓰는 언데드입니다!”
지휘를 하던 성기사단장 엘트린의 미간이 좁혀졌다.
‘······언데드를 상대로 이렇게까지 밀릴 줄이야.’
언데드들의 출현은 성녀에 의해 예견 되었다.
성기사단이 변방의 마을까지 와 있는 이유였다.
문제는 그 규모가 예상을 훨씬 웃돈다는 것.
“아아악! 사, 살려주세요!”
“아아, 전능하신 알테이어여!”
“엄마, 엄마!”
순식간에 들이닥친 언데드들은 마을 전체를 헤짚고 있었다. 놈들은 닥치는대로 건물을 부수고 가축과 인간을 덮쳤다.
엘트린은 마을 곳곳에서 들려오는 비명과 탄식을 애써 무시했다. 악문 이 사이에서 피가 배어나오고 있었다.
‘젠장.’
당장이라도 구하러 가고 싶지만, 자신이 자리를 비웠다간 모든 게 끝장이었다. 자리에서 신성력을 보태야 했다.
마을 전체를 지키기엔 성기사들의 수가 턱없이 모자르다.
‘그래도 전방만 잘 틀어막는다면······.’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마을 전체를 잃진 않을 거다.
그런데 전방의 성기사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았다.
아까 보고 받았던 특수 개체가 성기사들 사이로 파고 든 것이었다.
“으아악!”
“저 놈부터 막아!”
“특수 개체부터······!”
그런 성기사들의 외침이 무색하게, 특수개체는 하늘 높이 뛰어 올랐다.
허름한 망토와 너덜너덜한 옷을 걸친 해골.
“놈을 노려라!”
“신성력을 방출해!”
“절대로 넘어오지 못하게 해라!”
허공의 특수 개체를 향해 황금빛의 신성력이 쏘아졌다.
한 발이라도 스친다면 언데드에게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 있는 공격이었다.
그러나, 해골은 신성력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공중을 박차고 성기사들 사이로 뛰어들었다.
카가가가—!
해골을 감싼 검은 방어막이 모든 신성력을 튕겨냈다.
“마력 방어막······!”
푸우욱!
“크허억!”
해골의 단검이 성기사의 심장을 꿰뚫었다. 황금 갑옷의 방어력이 무색한 치명적인 일격이었다.
“이 자식이!”
부웅!
성기사 하나가 망치를 크게 휘둘렀지만, 해골은 검은 연기와 다시금 하늘로 도약했다.
해골은 또다시 성기사들이 모인 중심부로 뛰어들었다.
푸욱! 푸우욱!
방금 전과 완전히 똑같은 장면이 계속해서 반복되었다.
뒤쪽의 대열이 흐트러지자, 앞에서 방패로 일반 언데드들을 막아내던 성기사들도 점차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뭐냐, 저 특수 개체는······.”
성기사단장 엘트린이 급하게 검을 꺼내 들었다. 신성력을 보급해주는 것만으론 부족했다.
‘언데드가 저만한 실력을 가지고 있을 리가······.”
그야말로 압도적인 속도와 파괴력이었다.
수 십 명의 성기사들이 손도 못쓰고 당하고 있었다.
신성제국의 성기사들은 일반 병사와 다르다.
엘리트 중의 엘리트인 그들은 신성력을 다루는 능력도 최상급.
그런 이들이 언데드를 상대로 손도 못쓰고 당하고 있었다.
한 마리의 언데드에 의해 성기사들의 진형이 완전히 망가졌다.
“전력을 다해라! 신성력을 남김 없이 해방해라!”
검을 뽑아든 엘트린이 함성과 함께 달려나가려는 그 순간이었다.
“······!”
뒤쪽에서 강한 기운이 느껴졌다.
언데드들과는 또 다른 마력의 힘.
‘뭐냐, 이 타이밍에······.’
설마 또 다른 적이 나타난 건가?
“가, 감옥에 임시로 가둬뒀던 이방인들이 탈출했습니다!”
마을 병사의 보고에 엘트린의 얼굴이 구겨졌다.
이런 급박한 상황에 탈출이라니.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또다른 의심이 피어올랐다.
설마, 저 자들이 언데드들을 끌고 온 건가?
이방인들이 이 곳에 온 것과 언데드들이 나타난 타이밍이 일치했다.
우연이라고 보기엔 힘들었다.
엘트린은 빠르게 판단했다.
“마을 병사들 모두 최대한 붙들고 있어라! 우선은 앞의 언데드를 처리하고 오겠다.”
“그, 그게······!”
“또 뭔가?!”
엘트린이 짜증 섞인 목소리와 함께 병사를 돌아보는 순간이었다.
이방인 서너명이 엘트린을 스쳐지나갔다. 미처 잡지 못할 정도로 빠른 속도였다.
마을 병사들로 막을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이런······! 실수다!’
뒤늦게 엘트린의 고개가 앞쪽의 성기사들을 향했다. 이방인들이 성기사들을 공격하게 된다면, 이 마을은 끝이었다.
그러나 엘트린이 걱정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콰과과과—!
앞으로 달려나간 이방인들은 성기사가 아닌 언데드들을 공격했다.
‘오, 오해였던건가?’
그녀가 주춤하는 사이, 금발의 여자 아이가 엘트린의 곁으로 다가왔다.
“도우러 왔어요! 언데드들을 몰아낼 수 있게 협력할게요!”
“협력한다니······. 말이 되는 소리를······.”
성기사들도 간신히 막아내고 있는 언데드 무리다.
이방인이 몇 명 끼어든다고 상황이 달라질 리가 없다.
그런 엘트린의 예측은 다시 한 번 빗나갔다.
콰아앙!
윤서현의 공간 마력탄이 언데드들 사이에 떨어졌다.
콰드드득!
놈들은 단숨에 압축되어 형체를 잃고 썩은 고깃 덩어리가 되었다.
서걱—!
레온의 비대해진 차원검이 단숨에 적들을 갈랐다.
콰아아—!
이어서 검의 마족의 마기가 언데드를 휩쓸었다. 마기에 닿은 적들은 먼지가 되어 흩어졌다.
마구잡이로 달려들던 언데드들의 수가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었다.
별 생각 없이 가둬놨던 이방인들이 이런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니.
덕분에 상황이 많이 나아졌다.
엘트린은 검을 움켜쥐며 말했다.
“실력은 인정하지. 하지만 아직 끝이 아니다.”
특수 개체가 남아 있었다. 녀석은 검은 연기와 함께 성기사들을 교란하고 있었다. 벌써 일곱이나 되는 성기사가 쓰러졌다.
“그대들이 상대할 수준이 아니다. 성기사들도 상대하지 못하는 놈이다.”
그렇게 엘트린이 달려나가려는 찰나.
한 남자가 뒤늦게 앞으로 걸어나왔다.
일시에 주변이 정적에 휩싸였다.
성기사들을 구하러가려던 엘트린도.
지성 없이 마구잡이로 돌진하던 언데드들도.
심지어는 무섭게 성기사들을 공격하던 특수개체조차.
모두가 그에게 주목하고 있었다.
남자가 소유한 격이 차원이 달랐기에.
자연스럽게 돌아볼 수밖에 없었다.
‘대, 대주교급······?’
엘트린의 눈동자가 경악으로 물들었다. 이만한 격은 대주교에게서나 느낄 법한 수준이었다.
남자는 천천히 손을 움직였다.
가벼운 손동작이었지만, 그 효과는 대단했다.
샤아아아—!
하늘에서 금빛의 가루가 내려오기 시작했다. 이지한이 만들어낸 황금의 장막이 느릿하게 마을 전체에 내려 앉는다.
타재간파의 서를 개방한 이지한의 ‘절대 신성’.
언데드에 대한 절대적 약점.
그 앞에 견딜 수 있는 언데드는 존재하지 않는다.
으어어······.
그으으······.
정신 없이 성기사들을 향해 달려들던 언데드들이 점차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황금빛 가루에 닿은 부위는 여지없이 녹아 무(無)로 되돌아간다.
“허······.”
“알테이아여······.”
그 광경을 바라보는 성기사들의 경탄 어린 탄식이 쏟아졌다.
그러한 기적은 마을 전체를 뒤덮었다. 건물을 부수고 민가를 습격하던 언데드들도 재가 되어 그대로 스러져 간다.
시체를 뜯어먹던 언데드도 아무런 저항 없이 정화되어 사라졌다.
“저 남자는 대체······.”
이지한을 바라보는 엘트린의 눈동자는 흔들리고 있었다.
대주교급의 기적.
그것이 지금 여기에서 발현되었기에.
* * *
나는 뻗고 있던 손을 내렸다.
성녀 채아연의 재능을 개화하며 얻은 절대신성의 효과는 확실했다.
윤서현이 뒤돌아보며 웃었다.
“생각해보니까, 그 능력이 있으면 부패의 마족도 어렵지 않겠는데요?”
“그랬으면 좋겠지만 충분한 대비를 해놨을 겁니다. 저 녀석처럼요.”
나는 아직 살아남은 해골 한 마리를 가리켰다.
너덜너덜한 넝마를 걸친 녀석은 절대 신성 앞에서도 멀쩡했다.
구형의 검은 보호막이 놈을 감싸고 있는 덕이었다.
“뭐, 뭐에요?”
“녀석이 끼고 있는 반지 때문일겁니다.”
해골의 손가락에 있는 검은 보석이 박힌 반지.
신성력을 차단하는 아이템이다.
절대 신성도 마찬가지로 막히는 모양이다.
나는 별빛의 검을 들고 앞으로 나섰다.
“저 녀석은 제가 처리하겠습니다.”
잔챙이 언데드들이 사라진 가운데 덩그러니 서 있는 해골.
녀석은 평범한 언데드가 아니다.
다른 차원에 존재하는 전설적인 암살자의 뼈로 만들어진 엘리트 언데드다.
생전의 능력과 힘을 여과없이 발휘한다는 게 무서운 점이다.
『 스킬 ‘통찰 Lv.12’를 발휘합니다. 』
『 대상 ‘죽음을 몰고다니는 암살자 레아카’의 등급은 SSS입니다. 』
SS급 게이트에 존재하는 SSS급 마수.
이곳의 성기사들이 힘을 못쓰는 것도 당연하다.
왜 이런 미친 마수가 여기에 있는가.
그 답은 뻔했다.
‘우리가 이곳에 왔단 걸 부패의 마족이 알아차린 모양이군.’
억지력 때문에 본인이 직접 여기로 넘어오진 않을 거다.
검의 마족에게 다시 살해 당하고 싶은 게 아니라면 말이지.
그래서 부하를 대신 보냈나본데.
타앗.
나는 땅을 박차고 해골을 향해 달려들었다. 주변의 풍경이 빠르게 지나간다.
해골과 1m를 남겨두고 가까워진 순간 별빛의 검을 휘둘렀다.
스슷!
녀석은 검은 연기와 함께 하늘 위로 뛰어 오르며 내 공격을 피했다.
‘······빠르다.’
딱 한 번 검을 휘둘러 봤을 뿐이지만 바로 느낄 수 있었다.
지금까지 만났던 적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 스킬 ‘공중 기동 Lv.12’를 발휘합니다. 』
나는 곧바로 땅을 박차고 녀석을 쫓았다.
카앙! 카아앙!
이어지는 공중전.
해골은 단검을 들고서 내 공격을 전부 맞받아쳤다. 단숨에 하늘이 푸른 선과 검은 연기가 어지러이 뒤덮였다.
녀석은 조금의 틈도 허용하지 않은 채, 계속해서 나를 공격할 틈만 노리고 있었다.
‘마족들하고는 다른 방식으로 성가시군.’
녀석은 생전에 수많은 사람을 죽여 본 암살자.
대인전에 대한 감각이 압도적으로 뛰어났다.
나를 바라보는 해골의 눈두덩이 속에서 은은한 불꽃이 일렁였다.
“사부님, 뒤에요!”
그 순간 뒤쪽에서 검은색 칼날이 빗발쳤다.
『 스킬 ‘초시공인지 Lv.11’을 발휘합니다. 』
나는 가볍게 몸을 틀어 칼날을 전부 피해냈다. 나를 빗겨나간 칼날은 마을 어귀에 떨어졌다.
콰과과과!
떨어진 장소에서 수 십 쌍의 날카로운 가시가 솟아났다. 한 대라도 허용했다간 치명타가 되는 공격이었다.
나는 잠시 공중에 멈춰서 해골을 바라봤다.
‘일자베기는 쉽사리 맞아줄 것 같지 않고······.’
조금이라도 헛점을 보이면 방금 같은 공격이 날아 올 거다.
별빛의 검이 가진 선공권은 이런 곳에 소모하고 싶지 않다.
그러면 답은 하나다.
나는 해골을 향해 마력의 검을 들어 올렸다.
녀석이 내 손의 움직임에 집중한 바로 이 순간.
“지금이다.”
아무것도 없던 허공에서 진세아가 나타났다.
“오케이!”
해골이 급하게 뒤를 돌아 봤지만, 이미 늦었다.
진세아의 손이 녀석에게 닿았다.
『 동료 진세아가 ‘절대 강탈 Lv.10’을 발휘합니다. 』
새하얀 빛줄기와 함께 해골의 손에 끼워져 있던 반지가 진세아의 손으로 이동했다.
두 눈 뜨고 아이템을 빼앗긴 해골이 단검을 휘두르려는 찰나.
『 스킬 ‘절대 신성 Lv.11’을 발휘합니다. 』
콰아아아—!
내 절대 신성이 폭발하듯 주변을 뒤덮었다.
폭죽처럼 퍼져나간 금빛의 가루가 해골을 그대로 집어 삼켰다.
으어어어······!
절대 신성에 뒤덮인 해골이 울부짖었다. 전설적인 암살자라 그런가, 다른 언데드들과 달리 필사적으로 몸을 비틀며 저항했다.
그러나 절대 신성 앞에 견딜 수 있는 언데드는 존재하지 않는다.
자연의 법칙을 거스른 언데드라는 존재를 단죄하는 황금의 빛.
놈의 몸이 녹아내리기까진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 * *
모든 광경을 목격한 성기사단장 엘트린.
특수 개체가 죽는 것까지 확인하고 나서야 검을 쥐고 있던 그녀의 손아귀에 힘이 풀어졌다.
“······성기사단의 대표로서 어떻게 감사의 표시를 해야 할지.”
마을의 뒷수습을 도와준 뒤, 이지한 일행은 신성 교단의 건물로 안내했다.
“이곳에서 얼마든지 편히 쉬셔도 괜찮습니다.”
이방인 취급은 끝난지 오래였다.
우리는 따뜻한 음식과 차를 대접 받았다.
“필요하신 게 있으시면 말씀해주셔도 됩니다.”
성기사단장 엘트린.
그녀는 전에 없는 공손한 태도로 우리를 맞이했다.
오히려 약간 긴장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아, 그러면 좀 달콤한 거 없어요?”
“금방 준비해 드리겠습니다.”
진세아는 거리낌 없이 주문했다. 마을을 구한 영웅인데 이 정도 대접은 받아도 된다는 말을 덧붙이면서.
덕분에 이지한은 거리낌 없이 물을 수 있었다.
“신성 제국의 수도로 가고 싶은데, 주교급 인물과 대화를 좀 나눌 수 있겠습니까?”
이지한의 물음에 엘트린이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입니다. 이 옆 마을에 계실 겁니다. 금방 모셔오겠습니다.”
성기사단장의 목소리는 가볍게 떨리고 있었다. 묘한 존경심이 담겨 있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그러나 일행 중에 이 사실을 눈치 챈 이는 엘리스 하나였다.
문을 닫고 방을 빠져나온 성기사단장 엘트린.
“후우······.”
그녀는 참고 있던 숨을 내쉬었다. 긴장으로 경직되었던 몸이 그제서야 풀리는 듯했다.
틀림 없었다.
이들은 그냥 이방인이 아니었다.
‘그 강렬한 격과 압도적인 신성력······.’
대주교 이상이나 될 법한 능력을 가진 남자.
그리고 그와 함께하는 다섯 명의 뛰어난 사람들.
이들은 이단심문관이 틀림 없다.
신성 황제 바로 아래에 존재하는 절대적인 권력을 가진 조직.
엘트린도 소문으로 언뜻 들었을 뿐이었다.
그런 이들을 이방인이라고 가둬 놓다니.
천벌 받을 일이 따로 없었다.
현장의 총 책임자였던 엘트린.
그녀가 긴장할 수 밖에 없던 이유였다.
‘지금부터라도 만회해야 한다.’
그녀의 주먹에 자연스레 힘이 들어갔다.
지금부터라도 그들을 극진히 대접해야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