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100 thousand reincarnation he became a transcendent hunter RAW novel - Chapter 196
196화 죽음, 그 너머의 검사(1)
절대 신성 치유의 빛이 성녀를 감쌌다.
이 세계에는 아직 존재하지 않았던, 절대적 치유 능력이 내 손을 거쳐 발현되고 있었다.
“잠깐 아플 수 있습니다.”
촤악! 촤악!
나는 그녀의 몸에 박힌 신성 무기들을 빼냈다. 응, 문제 없다. 벌어져 있던 상처가 급속도로 아물고 있었다.
치유의 힘이 제대로 작용하고 있단 증거였다.
“당신은······. 누구······?”
나는 쓰러지려는 성녀를 부축했다.
“나중에 설명하겠습니다.”
신체는 완벽히 치유 됐더라도 아직은 휴식이 필요하다.
윤서현 헌터의 공간 격벽을 완전히 깨부순 황제가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그 뒤에서 신성력이 담긴 무기를 들어 올린 성기사들까지.
“이방인······. 네 놈 본인도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모르겠지. 네가 마주한 상대가 누군지도.”
유감스럽게도 잘 알고 있다.
황제는 검을 앞으로 뻗으며 소리쳤다.
“전부 제압해라. 팔이나 다리를 잘라도 상관 없다.”
“폐하의 뜻에 따라라!”
성기사단 전체가 일제히 달려오기 시작했다. 황금빛 갑옷에서 눈부신 빛을 뿜으며 달려오는 그들의 기세는 광신도와도 같았다.
“지, 지한씨. 일단 마력을 회복할 때까지만 어떻게 해줘요!”
“알겠습니다. 성녀를 부탁하겠습니다.”
윤서현과 엘리스가 뒤로 물러나, 성녀를 부축했다.
“결국 싸우게 되는건가. 쯧, 인간들의 어리석음은 이해할 수가 없군.”
“······싸우는 거라면 자신 있습니다.”
레온과 검의 마족이 내 옆으로 다가와 검을 들어 올렸다.
“뭔진 몰라도 저 황제가 나쁜 거 맞죠?”
이번에는 진세아도 단검을 빙글 돌리며 내 옆에 나란히 섰다.
전후 상황을 자세히는 모르지만, 엘리스가 별 말 안하는 걸로 봐선 틀림 없겠지.
어쨌든 이 멤버가 있으면 웬만해선 질 것 같지 않다.
콰아앙!
성기사의 망치가 검의 마족을 향해 크게 휘둘러졌다. 강력한 신성력이 망치 위로 솟구치며 주변의 땅을 파괴했다.
“엇?!”
검의 마족은 가볍게 공격을 피한 뒤, 성기사의 머리를 밟고 뛰어 올랐다. 사뿐한 동작과 함께 그녀의 은발이 부드럽게 휘날렸다.
“이 세계에선 억지력이 약화되는 것 같군. 움직이기가 한층 편해졌어.”
콰과과과—!
그녀가 휘두른 검이 마기의 폭풍을 만들어내며 성기사들을 몰아냈다.
일시적인 동맹이지만, 실력에 관해선 의심할 여지가 없다.
“너희들도 가라.”
나는 어깨 왼편에 달려 있던 보호구를 떼어서 허공으로 던졌다. 어깨 보호구는 공중에서 오르티마로 변화했다.
이어서 하나였던 오르티마가 두 마리로 나뉘어 바닥에 떨어졌다.
스물, 스물.
『 형상기억 마수 오르티마1이 ‘흑색 전투 인형 Lv.250’으로 변화합니다. 』
『 형상기억 마수 오르티마2가 ‘백색 전투 인형 Lv.250’으로 변화합니다. 』
편의상 1과 2의 넘버링을 붙인 두 마리의 오르티마가 전투용 인형으로 변화했다.
에픽 아이템을 둘둘 두른 두 인형이 거침 없이 성기사들을 향해 파고들었다.
콰아앙!
두 오르티마가 뻗은 주먹이 성기사의 방패에 직격했다.
“커허억!”
그 가공할 힘에 밀려난 성기사가 근처의 동료들과 뒤엉켰다.
“오르티마, 최대한 안으로 뛰어 들어라.”
내 명령에 오르티마 둘이 적진 한가운데로 완전히 파고들었다.
콰앙! 쾅!
녀석들은 성기사들의 공격을 종이 한 장 차이로 피하며 진형을 완전히 붕괴시켰다.
‘오르티마 둘의 전투력은 완벽하고.’
SS급 게이트에서도 다른 헌터 이상으로 뛰어난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있다. 나는 레온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그 순간이었다.
촤아악!
성기사의 검이 레온의 어깨에 큰 상처를 남겼다. 피가 한가득 바닥으로 쏟아져 내릴 정도였다.
“크으윽!”
레온의 실력이 부족한 게 아니었다.
사람을 상대로한 전투는 마수들을 상대로 한 일반적인 전투와 다르다.
다수를 동시에 상대하고 있기도 했고.
“지금이다, 몰아쳐!”
“꼬맹이부터 죽여라!”
레온이 급하게 포션을 뿌리려 했지만, 성기사들이 그 틈을 쉽게 내어줄 리가 없었다.
그들이 치고 들어오려는 찰나.
『 스킬 ‘절대 신성 치유 Lv.13’을 발휘합니다. 』
레온의 팔이 감쪽 같이 회복 되었다.
“!”
레온은 그 찰나의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 동료 레온이 스킬 ‘차원 복제 : 만화경 Lv.6’을 발휘합니다. 』
성기사들의 주변으로 생겨난 수 십개의 푸른 원형 평면.
레온은 양 손으로 거머쥔 대검을 앞으로 밀어넣었다.
동시에 모든 평면에서 대검이 튀어나왔다.
콰과과과——!
열 명이 넘는 성기사들이 그대로 바닥을 휩쓸었다.
“황궁 성기사단이 이방인들에게 밀리다니? 네 놈들, 정신차려라!”
검을 들어 올린 황제의 눈가에 핏줄이 도드라졌다.
신성력이 가득 담긴 오러 블레이드가 그의 검에서 피어났다.
황제가 소유한 격이 성역의 사방으로 방출되었다.
성기사들이 일제히 휘청거리는 격의 향연.
황가의 핏줄이 소유한 고유의 위엄이 그들을 압도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성기사들에게만 해당하는 이야기다.
“오빠가 진심을 내는 거에 비하면 별 거 없는데?”
뻐억!
뒤쪽에서 나타난 진세아가 황제의 등을 걷어찼다.
마족의 격까지 경험해 온 일행에겐 이미 익숙한 상황이었다.
“크으윽! 감히······.”
바닥에 엎어진 황제가 바닥을 더듬었다.
떨어뜨린 검을 찾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검은 어디에도 없었다.
“이걸 찾아요?”
황제의 검은 진세아의 손에 있었으니까.
* * *
황제를 포로로 잡자, 성기사들은 빠르게 진압 되었다.
자기들이 먼저 무기를 내려 놓고 무릎을 꿇었다.
“휴우, 생각보다 별 거 없네요.”
마력을 회복한 윤서현이 공간 격리를 사용해 그들을 밀어냈다.
철컥.
나는 성기사들 중 한 명이 가지고 있던 수갑을 황제에게 채웠다.
“······네 놈들이 이러고도 무사할 것 같으냐? 엘카임? 로덴? 어느 나라에서 온 첩자인지 정체를 밝혀라!”
황제는 우리가 다른 나라에서 온 첩자라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아뇨······.”
입을 연 것은 의외의 인물이었다.
정신을 차린 성녀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 분들은 이 세계의 사람들이 아니세요.”
반면, 황제는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소리치고 있었다.
“성녀! 네 놈이 저지른 일이군! 그래, 이 간악한 계집! 자비를 두어 성역에서 죽게 해준 것이건만. 네 년을 광장에 매달아······.”
“······그것 좀 잠시 빌려주시겠어요?”
“단검이요? 여기요.”
성녀는 진세아에게서 단검을 빌리더니, 높이 치켜 들었다.
뻐억!
그러고선 손잡이에 신성력을 담아 황제의 머리를 세게 내리쳤다.
“크아아악!”
발버둥치는 황제. 마력을 차단 당해서 그 아픔은 더 할 거다.
“후우······. 고마워요.”
가슴을 쓸어내린 성녀가 진세아에게 단검을 돌려줬다.
진세아가 오히려 당황하며 되물었다.
“엥, 괜찮아요? 더 패도 되요. 치료하면 되잖아요.”
악마 같은 발상이 따로 없다.
“아, 아뇨. 괜찮아요.”
성녀는 고개를 저었다.
자기를 죽이려던 사람을 이 정도로 끝내는 위인이다.
성녀의 올곧은 눈이 일행을 향했다.
“여러분은 다른 세계에서 오신 게 맞죠?”
“네, 맞습니다.”
“무슨 목적으로 여기에 온 건가요? 제가 본 미래에 분명 여러분은 없었는데······.”
그때였다.
쿠구구구······!
성역 전체가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아니, 어쩌면 신성 제국 전체가 요동치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종말의 때가······.”
성녀는 슬픈 눈으로 중얼거렸다.
“바깥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나본데요.”
“사부님······.”
그러나 여기서 모든 걸 설명하기엔 시간이 부족하다.
“우선 가면서 설명하죠.”
“이거 놔라!”
퍽, 퍼벅.
발버둥치는 황제를 몇 대 쥐어박고선 일으켜세웠다. 머리가 엉망이 되고나서야 황제는 입을 다물었다.
매 앞에 장사 없다는 게 맞다.
“······.”
나는 그의 멱살을 쥐었다.
“잘 들어라. 황제 벡스. 유감스럽게도 성녀의 예언은 이뤄질 거다. 무엇보다 네 놈이 봐야 할 게 있다.”
“그게 무슨 소리냐······.”
우리는 긴 계단을 통해 지하로 깊숙히 내려갔다.
성역의 심부.
신과 직접 닿을 수 있다고 알려진 그 장소로.
가는 길에 성녀와 황제에게 마족에 대한 이야기를 간략히 했다.
반응은 극과 극이었다.
“그렇다면 최근의 언데드들이 증가한 일도······.”
“웃기는 소리. 이단 심문관이 언데드? 신성 제국을 뭐라고 보는 거냐.”
어차피 돌아가면 알게 될 거다.
난간이 없는 계단의 좌측과 우측으로 거대한 지하 도시가 형성되어 있었다. 주변을 살피던 엘리스가 감탄했다.
“굉장해요. 유적지 같아요.”
성역의 지하는 주신 알테이어가 인간이었을 적 모든 것을 시작했던 장소다. 이 시기 인류는 지하에서 살았단다.
쿠구구궁!
지상에서의 진동이 더욱 거세지고 있었다.
지하의 건축물들이 무너지고, 천장의 거대 종유석이 계속해서 떨어져 내렸다.
『 잊혀진 영웅이 지상의 상황을 경고합니다. 』
『 쇠락한 신궁이 당신을 조마조마하게 지켜봅니다. 』
『 다수의 초월자들이 당신의 행보에 관심을 가집니다. 』
초월자들이 내게 메시지를 보내기 시작했다.
위쪽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단 의미다.
“여기입니다.”
한참을 내려간 우리는 이내 황금색 문 앞에 도달할 수 있었다.
거대한 황금빛 문에는 기하학적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황제는 아연실색한 얼굴로 우리를 바라봤다.
“지금 성소에 발을 들이려고 하는 거냐? 이곳은 봉인된지 100년도 넘었다. 함부로 열었다간 저주가 내릴 것이다. 알테이어의 분노가 두렵지 않느냐?”
황제의 말에 성녀가 차갑게 대답했다.
“황제, 신은 죽었다면서요.”
“······.”
옆에 있던 윤서현이 내게 물었다.
“어쩌죠. 열까요, 말까요?”
“당연히 열어야죠.”
“혹시나 해서 물어봤어요. 잠시만요.”
『 동료 윤서현이 스킬 ‘공간 조작 Lv.10’을 발휘합니다. 』
우웅.
윤서현의 손이 닿은 황금문이 가볍게 진동했다.
철컥.
이내 문에 설치 되어 있던 잠금 장치가 해제되었다.
육중한 황금문이 천천히 열리기 시작했다.
쿠우웅!
그 내부는 성스럽다는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문이 열릴 때부터 극심한 썩은내가 진동을 하고 있었다.
“우웩, 이게 무슨 냄새에요?”
“피 냄새 같기도 하고······. 내장 썩은 냄새 같기도 하고······.”
“알겠다. 부패의 마족과 같은 냄새다.”
“와, 완전 지독해요.”
황제와 성녀의 얼굴도 딱딱하게 굳어졌다.
“이럴 리가 없다. 신성력으로 가장 청결해야 할 성소가······.”
“세상에······.”
성소 내부는 엉망이었다. 피의 웅덩이가 바닥을 완전히 뒤덮고 있었다. 벽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고깃덩이들이 가득이었다.
성소의 중앙.
어슴푸레한 빛이 황금관을 비추고 있었다.
그 위에 자란 나무는 완전히 썩어 있어 툭치면 부서져 내릴 것 같다.
“저 황금관 안에 부패의 마족의 신체가 있을 겁니다.”
“빨리 처치하고 나가죠. 뭔가 불길해요.”
“그럴 수 있으면 좋을텐데······.”
쿠웅!
하늘에서 한 덩이의 그림자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럼 그렇지.
부패의 마족이 자신의 신체 주변에 아무런 대비도 안 해놨을 리가 없었다.
삐걱거리며 몸을 일으킨 남자의 손에는 푸른 검이 쥐어져 있었다.
언데드지만 겉은 완전한 인간의 모습이다.
“저 사람은······!”
얼굴을 확인한 성녀가 경악했다. 황제도 마찬가지였다.
진세아가 성녀를 돌아봤다.
“누군데 그래요? 같이 좀 놀라면 안될까요?”
“주신 알테이어의 세 동료 중 한 명이에요. 그러니까······. 신성 제국 검술의 창시자인 셈이죠. 전해지는 모습과 똑같네요.”
신성 제국의 전설적인 인물 중 하나인 소드마스터 아간트.
부패의 마족이 거느린 수하 중 하나인 셈이다.
이 세계에서 태어나 이 세계에서 죽은 아간트는 억지력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그의 힘과 능력은 SSS급 헌터에 비견될 것이다.
그가 천천히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봤다.
“그대들은······. 어째서 내 오랜 동지의 유해를 해하고자 하는가.”
쿠웅! 쿠웅!
우리의 뒤쪽으로 두 개의 덩어리가 또다시 떨어졌다.
진세아가 미리 선수를 쳤다.
“저 사람들도 유명한 뭔가에요?”
“······네, 맞아요. 대마법사 아카겔, 필멸의 궁수 로멘.”
성녀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그들이 신성 제국을 건설하며 펼친 위용은 말하자면 입 아플 정도다.
“어째서 우리가 살아났는지······. 이유는 모르겠다만······.”
“그대들을 막아야한다는 것만큼은 분명하게 느껴진다.”
자아가 강하신 인물들이라,
부패의 마족이 그리 명령해 둔 거겠지.
“대화가 통하는 상대가 아닙니다. 나눠서 맡죠.”
성녀는 그래도 설득하려고 노력하는 것 같았다.
“신성 제국의 위대하신 영령들이여. 저는 성녀 에리카라고 합니다. 여러분은 마족에 의해 지배 받고 있습니다. 부디 우리의 이야기를······.”
콰아아앙!
“꺄아악!”
대마법사 아카겔의 마법이 성녀의 머리 위에서 터져나왔다.
엘리스가 미리 성녀를 잡아당기지 않았더라면 즉사했을 공격이었다.
“고, 고마워요.”
“헤헤, 별 거 아닌데요.”
문답무용이란걸까.
수십 발의 마력 화살과 마법이 잇달아 터졌다.
부패의 마족의 명령을 받은 이상 놈들은 무슨 짓을해도 우리 말을 듣지 않을 거다.
윤서현의 공간 왜곡이 모든 공격을 튕겨내긴 했지만, 한대라도 맞았다간 치명이 될 거다.
“으아악! 수갑, 수갑을 풀어다오! 나도 싸울테니!”
황제가 다급하게 소리쳤지만 무시했다.
뒤통수에 적을 하나 더 만들고 싶진 않거든.
『 특수 스킬 ‘절대 신성 Lv.13’을 발휘합니다. 』
이 자리의 모두에게 절대 신성을 걸어준 뒤.
나는 눈 앞의 적을 향해 별빛의 검을 겨눴다.
이 바깥에 있을 적을 생각하면 여기서 오래 시간을 끌 순 없다.
“덤벼라.”
14레벨의 일자베기는 사용하지 마라.
엘리스로부터 그런 경고를 들었지.
하지만, 15레벨의 일자베기를 쓰지 말라곤 안 했잖아.
『 스킬 향상 반지의 효과로 스킬의 레벨이 1 상승합니다. 』
『 스킬 ‘일자베기 Lv.15’를 발휘합니다. 』
그러니 처음부터 전력으로 가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