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100 thousand reincarnation he became a transcendent hunter RAW novel - Chapter 198
198화 죽음, 그 너머의 검사(3)
성소는 완전히 오염되었다.
신성하게 빛나야 할 백색의 벽면은 핏빛 고깃덩이들이 대신하고 있었으며.
조심스레 안치되어 있어야 할 신성 제국의 창시자 3인의 시신은 언데드가 되어 있었다.
그 세 명을 쓰러뜨리긴 했지만, 딱히 성소가 정화되는 건 아니다.
절망스런 표정의 황제가 이를 악물었다.
“마족이란 존재가 신성 제국을 유린할 정도로 강하단 말인가······? 성소가 이리 변하다니······.”
이제껏 신성 제국이 하늘 아래 전부인 줄 알았던 그였기에 충격은 더 하겠지.
“뭘요, 성녀를 죽이려드는 황제가 다스리는 나라다운데요.”
“······.”
윤서현이 쏘아붙이자 황제는 아무말도 못하고 입을 다물었다.
성녀는 씁쓸한 표정으로 중앙에 놓인 성스런 나무를 바라봤다. 썩어서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앙상한 가지에선 요사스런 마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이렇게까지 병들어 있었다는 것을 왜 아무도 몰랐을까요.”
“모르는 게 당연합니다.”
수많은 차원들도 마족들의 농간 앞에 무너져 내렸다.
시스템이 존재하지도 않는 신성 마법계 정도야, 그들이 보기엔 장난감이나 다름 없다.
“마족은 그런 놈들이니까요.”
나는 나무 아래에 놓인 황금관을 향해 다가갔다.
신성 제국의 시조 알테이어의 시신이 안치된 황금관.
부패의 마족은 이곳에 예비 신체를 숨겨두었다.
‘언데드의 약점 그 자체인 신성 제국에 말이지.’
미래의 나는 시체를 찾기 위해 꽤 많은 시간과 노력을 소모해야 했다.
그의 노력과 고생 덕분에 나는 바로 시체를 찾아낼 수 있는 거였다.
덜컥.
나는 황금관의 뚜껑을 밀어 올렸다.
새하얀 피부의 남성이 눈을 감은 채 쥐죽은 듯 누워 있다.
나는 별빛의 검을 들어 올렸다.
“알테이어님의 시신에 손 대지 마라!”
돌연 황제가 소리치며 달려 나왔다. 물론 몇 걸음 못 가고서 진세아에게 발이 걸려 넘어졌다.
“크헉!”
“황제, 의미 없습니다. 말씀하셨잖아요. 알테이어는 죽었다고······.”
성녀는 슬픈 눈으로 황제를 바라봤다.
황제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런 소리가 아니다. 신성 제국을 나타내는 상징으로써 의미가 있다! 이방인의 손에 훼손하는 건······.”
글쎄······.
성소 밖으로 나가면 그런 소리가 안 나올거다.
지금 바깥은 신성 제국의 존속 자체를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을 거다.
나는 황제를 무시하고서 유해를 향해 일자베기를 사용했다.
『 스킬 ‘본질 베기(일자베기 Lv.13)’를 발휘합니다. 』
콰아아아아—!
허공에 그어진 푸른빛의 선이 유해를 통째로 집어 삼켰다.
“아, 아아······. 이방인, 네 놈이 무슨 짓을 한 건지 모를 거다. 신성 제국의 신민들의 희망과 믿음을 네 놈이 짓밟······으으읍!”
“에잇, 시끄럽네!”
진세아는 어디선가 꺼낸 청테이프로 황제의 입을 둘둘 말았다.
시끄러웠는데 잘 했다.
부패의 마족의 예비 신체는 먼지가 되어 흩어졌다.
엘리스가 다가와 내가 소모한 수명을 회복 시켜주었다.
“사부님, 방금 전 싸움에서 일자베기를 또 사용하셨었죠?”
“네 말대로 14레벨은 안썼는데.”
“어라······? 그러면 뭘 쓰셨던 거에요?”
“15레벨.”
엘리스는 당황한 표정이 되었다.
“그, 그렇네요. 그건 괜찮으려나······? 일단 잠을 자서 예지를 받아봐야······.”
애시당초 14레벨 일자베기에 대해 경고한 이유가 뭘까.
정확히는 각성 14레벨.
일반 스킬을 사용했을 때엔 부작용이랄 것도 없었으니.
’15레벨의 일자베기도 내가 아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
지금의 엘리스는 두 개의 재능을 개화하며 이전보다 훨씬 강해진 상태.
미래의 자신들로부터 새로운 답을 얻을 수 있을지 모른다.
쿠구구궁!
지진이 더욱 거세지고 있었다. 성소 천장에서 떨어진 돌조각이 바닥과 충돌해 산산조각이 났다.
“빨리 올라가죠.”
나는 눈 앞에 떠오른 메시지를 확인했다.
『 사도를 처치하셨습니다. 』
『 한계 돌파 퀘스트의 목표 수치가 상승합니다. 』
『 한계돌파 퀘스트 』
– 목표 : 사도 처치 ( 2 / 4 )
진짜 사도가 아닌 사도의 시체를 처치한 것임에도 숫자가 하나 올라 있다.
‘이건······.’
예상 외의 결과였다.
그것도 좋은 쪽으로.
‘예비 신체를 처치하는 것도 사도 처치로 인정되나 본데.’
부패의 마족은 본체라고 부를만한 것이 없다.
정확히는 본인이 기거하는 신체가 곧 본체.
따라서 예비 신체를 파괴하는 것이 곧 사도를 처치하는 게 되는 모양.
‘남은 예비 신체는 하나가 더 있다. 거기에 더해 현재 부패의 마족까지 생각하면······.’
부패의 마족을 처치하는 것만으로 한계돌파 퀘스트를 클리어할 수 있단 의미였다.
녀석을 쓰러뜨리는 게 곧 한계 돌파로 이어진다.
‘생각했던 것보다 빨리 SS급에 오를 수 있겠어.’
물론, 당장 직면한 문제를 해결해야 가능한 일이었다.
성소의 바깥.
신성 제국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 벌어지고 있으리라.
『 쇠락한 신궁이 당신을 재촉합니다. 』
『 다수의 초월자들이 초조하게 당신을 지켜봅니다. 』
우리는 내려왔던 길을 따라 다시 지상으로 향했다.
쿠구구······. 쿠우웅!
지하에 넓게 퍼져 있던 유적 전체가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오랜 시간을 버텨 온 지하 도시가 완전히 붕괴하고 있다.
“으으읍······!”
청테이프로 입이 막힌 황제가 신음했다.
그러게 진작에 성녀의 말을 잘 듣지 그랬나.
그랬다면 뭔가 달라졌을지도 모를텐데.
“화, 황제 폐하!”
“네 이 놈들! 죽음이 두렵지 않느냐!”
“당장 풀어라, 이 망할 것들아!”
지상의 성역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던 성기사들이 소리쳤다.
바깥이 난리가 나고 있을텐데,
줄곧 여기서 기다리고 있었던 모양이다.
쫘아악!
“크아악!”
나는 청테이프를 풀고서 황제를 성기사들에게 넘겼다.
얼굴이 벌개진 황제가 우리를 노려봤다.
“네, 네 놈들······. 지금은 물러나지만 후회하게 될 것이다.”
그리 말하는 그 순간.
쩌저적! 쿠우우웅!
“폐하를 보호해라!”
“크윽, 이쪽으로!”
성역을 감싸고 있던 거대한 돔의 일부가 무너져 내렸다.
“사, 사부님······!”
“오빠, 대체······?”
무너진 성역의 틈새로 바깥의 하늘이 언뜻 보였다.
황제를 감싸던 성기사들도 자리에 멈춰서 굳어졌다.
피처럼 붉게 물든 하늘.
불길하게 뭉쳐진 마기들이 구름처럼 흘러가고 있다.
멸망한 세계에서 지겹도록 보았던 그 하늘이.
지금 신성 마법계에 도래했다.
“무, 무슨······?”
성기사들도 일제히 술렁이기 시작했다.
쿠구구구······! 쿠웅!
성역의 천장이 계속해서 무너져내렸다. 잔해에 깔려 죽고 싶지 않다면, 바깥으로 나가야했다.
“일단 밖으로 나가라!”
성기사들이 황제를 호위하며 성역을 먼저 빠져나갔다.
“지한씨, 무슨 일이 일어난거죠······?”
“부패의 마족이 저희를 막으려 하고 있는 거겠죠.”
일행들과 함께 성역을 빠져나갔다. 길을 막는 경비병이나, 성기사들은 보이지 않았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성역을 둘러싸고 있던 건물을 빠져나오자, 신성 제국 수도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났다. 그렇게 드러난 모습은 그야말로 종말의 때.
쿠구구구······!
지각변동이 일어난 것처럼 주변의 지형이 완전히 변해 있었다.
근처의 건물들은 하늘 위로 치솟아 올라 있었고, 왕성은 반파되어 불길이 치솟고 있었다.
– 키야아아!
수십 마리의 언데드들이 시민들을 향해 달려 들고 있었다. 혼비백산하며 도망치는 시민들의 얼굴에는 공포만이 가득했다.
“살려주세요, 제발!”
“다들 도망쳐!”
“아아, 알테이시어 어째서······!”
콰과광—!
윤서현의 공간탄이 언데드들을 찢어 놓았다.
“가, 감사합니다!”
“이봐, 걸을 수 있겠어?”
“······.”
그러나 윤서현 헌터의 얼굴에는 핏기가 사라져 있었다.
초공간 인지로 도시 전체의 양상을 파악한 모양이다.
윤서현은 입술을 깨물었다.
“도시 전체가······. 지옥이나 다름 없어요.”
신성 주괴로 둘러진 성역에선 알 수 없었던 바깥의 상황이었다.
콰아아앙!
폭발과 함께 근처의 건물에서 불길이 치솟았다.
윤서현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도시 전체가 공중에 부유하고 있어요. 이 사람들이 도망칠 수 있는 곳은 어디에도 없어요.”
근처의 건물을 박살내며, 솟아난 바실리스크의 언데드.
수 천마리의 우글대는 좀비떼가 사람들을 덮친다.
도시에 피어오른 불길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혼란은 가중된다.
“여러분은 이 세계의 사람들이 아니죠. 그러니 돌아가세요.”
성녀가 우리에게 말했다. 피묻은 백색의 의복이 바람에 휘날렸다.
“이 세계는 그저······. 종말의 때가 도래했을 뿐이에요. 사람이 노쇠해 운명을 다하듯, 신성 제국에도 그러한 때가 다가온 것 뿐이니까요.”
“그럴 수는!”
“아뇨, 그럴 수 있어요.”
성녀가 윤서현의 어깨를 잡았다.
그녀의 눈은 진지했다. 진심으로 생면부지의 우리를 걱정해주고 있었다.
“나쁘지 않은 방법이죠.”
“지, 지한씨?”
도망칠 수 있다면 도망간다.
그것도 나쁘지 않다.
나는 오랜 시간을 그렇게 도망쳐왔었다.
살아남는 것을 목표로 그저 살기 위해 살아왔었다.
회귀 전, 내 인생이란 그런 것이었다.
나쁘다곤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최선의 방법은 아니다.
“도망쳐서 해결되는 문제라면 그렇게 했을 겁니다.”
나는 별빛의 검을 들어 올려 하늘을 가리켰다.
모두의 시선이 하늘에 고정된다.
일행 중 그 누구도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너무나도 비현실적인 광경에 말을 잃고서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멸망한 세계처럼 변한 붉은 하늘 위.
【 ························. 】
아득하게 거대한 한 쌍의 눈동자가 우리를 주시하고 있었다.
마기의 먹구름으로도 가려지지 않는 막대한 크기의 초월체.
존재만으로 압도적인 위압감을 과시하는 비현실적인 생명체가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 세계를 뒤덮은 막대한 양의 마기는 그로부터 나온 것이리라.
“아, 알테이어여······!”
성녀가 보았던 미래가 지금 이 자리에서 재현되고 있었다.
심장이 아려올 정도의 강렬한 마기가 도시 전체를 뒤덮고 있다.
사도 부패의 마족.
놈의 능력은 죽어 있는 것들에 대한 절대적인 지배.
인간도, 짐승도, 식물도.
죽어서 시체가 된다면 그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 대상은 예외가 없기에.
하나의 세계를 호령하던 신조차도.
죽었다면 어찌할 도리가 없는 것이다.
【 그어어어어······. 】
짐승의 울음소리와 다름 없는 괴성이지만,
그곳에 담긴 강대한 격이 신성 도시 전체를 휩쓸고 지나간다.
데들리 갓 알테이어.
신성 제국의 신이었던 존재가 이젠 언데드가 되어 우리를 위협하고 있었다.
“지, 지한씨. 이거 맞아요?”
나는 별빛의 검을 움켜쥐었다.
『 레전더리급 스킬 ‘영웅의 격 Lv.11’을 획득 및 발휘합니다. 』
일행이 격에 삼켜지지 않도록 내 격을 발하며.
“네, 맞습니다. 부패의 마족에게 큰 타격을 입힐 수 있는 절호의 기회죠.”
나는 윤서현 헌터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알테이어 죽으면 도시가 추락할 겁니다. 그때 잘 부탁하겠습니다.”
“자, 잠깐만요. 지금 저거랑 싸우러 가겠다는 것처럼 들리는데요······?”
“그게 맞습니다.”
도시 전체가 지하의 성역과 함께 공중에 부유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지.
반대로말하면 이걸 원상 복귀할 수 있는 것도 윤서현 헌터뿐이다.
방대한 공간조작이 가능한 그녀말고 이 일을 해낼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성녀님도 절대 신성을 깨우쳤으니 언데드들을 몰아낼 수 있겠죠.”
나는 스킬 레벨로 찍어 눌렀다만, 성녀는 본래 가지고 있는 신성 친화적 능력이 있으니 나 못지 않은 위력을 낼 수 있겠고.
나는 이어서 엘리스와 진세아, 레온, 검의 마족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모두가 가진 힘이라면 충분할 겁니다.”
“오빠, 왜 마지막처럼 말해요?! 저런 거랑 어떻게 싸워요······?!”
진세아가 내 옷깃을 붙잡고 늘어졌다. 나는 진세아를 억지로 떼놓으면서 말했다.
“그냥 가는 거 아니야. 미래에서 받은 기술이 있어.”
미래의 내가 보여줬던 궁극의 일자베기.
현 시점의 나로선 다가서지 못한 고레벨의 일자베기다.
단 한 번 쓸 수 있는 기술이기에 이 순간을 위해 아껴두었다.
“이해가 가지 않는다. 사도가 저만한 힘을 가지고 있다면······. 마계왕은 대체 어째서······.”
검의 마족은 혼란스런 얼굴이었다.
그에 대한 답은 나중에 알게 될 거다.
“사부님······. 이런 미래는 없었어요. 정말 괜찮은 거 맞죠?”
엘리스도 걱정스러운 듯 말했다.
성녀의 예언에도 우리의 존재는 예언되지 않았다.
과거 전지(全知)의 능력을 가지고 있던 엘프 세레네도 그런 말을 했었다.
내 행동은 예측되지 않는다고.
그 이유를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예측되지 않는다고 해서 문제가 될 건 없다.
“그러면 다들 부탁 좀 하겠습니다.”
“지한씨!”
나를 만류하려는 윤서현에게서 시선을 돌린 채 땅을 박차고 뛰어 올랐다. 도시가 빠르게 멀어졌다.
도시가 떠오른 부분만큼, 아래쪽의 땅이 휑하니 비어 있다. 검은 마기의 구름이 도시 전체를 떠받치고 있는 형국이다.
‘윤서현 헌터의 실력은 믿을 만하니, 걱정할 필욘 없겠고.’
『 스킬 ‘공중 기동 Lv.12’를 발휘합니다. 』
나는 마기의 격류를 뚫고 하늘 위로 날아 올랐다. 놈에게 다가갈수록 거대한 격이 내 발목을 붙잡지만, 그대로 떨쳐내고 직진할 뿐이다.
고오오오오······.
거대한 눈동자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초월체의 시선이 나를 향하고 있었다.
놈은 분명히 나를 의식하고 있다.
『 잊혀진 영웅이 당신에게 엄중히 경고합니다. 』
『 쇠락한 신궁이 당신의 선택에 경악합니다. 』
『 다수의 초월자들이 해당 상황을 흥미롭게 지켜봅니다. 』
놈과의 거리는 지대하게 멀다.
놈은 행성 전체를 한 눈에 바라볼 정도로 거대하게만 보인다.
그러나, 완전히 근접할 필요는 없다.
마기의 구름을 뚫고 데들리 갓 알테이어를 향하는 순간.
샤아아아——!
내 손목의 검은 팔찌에서 빛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 초월급 퀘스트 : 첫번째 길 』
달성 조건 : 초월에 다가선 존재 처치 0 / 1
보상 : 초월의 권리, 아카식 레코드 접근 권한
『 초월의 팔찌가 초월에 다가선 존재를 발견합니다. 』
“······!”
팔찌에서 형성된 금빛의 기류가 알테이어를 향하고 있다.
‘그런가······.’
한때 초월자였으나, 몰락하여 언데드로 전락한 알테이어.
그 존재는 어느 누구보다 초월에 가까운 존재이리라.
꽈악.
나는 별빛의 검을 강하게 움켜쥐었다.
그렇다면 더더욱.
놈을 해치워야 할 이유가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