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100 thousand reincarnation he became a transcendent hunter RAW novel - Chapter 201
201화 무한의 서고(1)
신성 마법계 전체에 강렬한 빛의 폭풍이 몰아쳤다.
“크으윽······.”
마력을 소유한 생물 모두가 그 격류에 주춤하지 않을 수 없었다.
건물과 같은 무생물에게는 영향을 미치지 않은 채 사라진 게 다행이라면 다행.
그러나 그 충격은 쉽사리 가시지 않았다.
바깥에 있던 성기사들이 멍하니 고개를 들어 올렸다.
손에 무기를 쥐고 있단 것도 잊은 채.
“뭐, 뭐였던 거지······.”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거냐. 그 빛은 대체······.”
“사, 사라졌다. 알테이어가······!”
그들 중 하나가 하늘을 가리켰다.
초월체 알테이어가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 있었다.
텅 빈 하늘은 더 이상 붉지 않았다.
구름 한 점 없이 깨끗한 푸른 하늘이 돌아와 있었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수도의 서쪽.
“엇?!”
검을 내지르던 레온이 발을 헛디뎠다.
평소라면 절대로 하지 않을 실수였다.
하지만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뭐야, 갑자기 언데드들이 사라졌어······?”
돌연 나타난 새하얀 빛과 함께 눈 앞에 있던 언데드 트롤이 갑작스레 사라진 것이다.
그의 시선이 자연스레 푸른 하늘로 향했다.
나무 상자 뒤에 숨어 있던 시민이 레온에게 고개를 숙였다.
“정말 감사합니다. 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아, 네······.”
하지만 시민의 감사 인사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들어 올 리가 없었다.
평온한 푸른 하늘.
그곳을 응시하는 레온의 눈동자가 미친듯이 흔들리고 있었다.
‘저, 정말로 없앴단 말이야······? 그 놈을······?’
이지한이 적을 쓰러뜨렸다.
그것말고는 설명되지 않았다.
도시 전체를 헤짚어 놓던 언데드들이 일제히 사라졌다.
왕성 아래 자리를 잡고 있던 황제와 성기사단들도 일제히 술렁였다.
지금까지 있었던 일이 꿈이 아닌가 싶을 정도.
“성공했나봐요! 이지한님이 성공했어요!”
성녀가 뛸뜻이 기뻐하며 소리쳤다.
“이, 이방인이······?”
황제가 얼떨떨한 표정으로 성녀를 바라봤다.
하지만 유일하게 안심하지 못하는 사람이 한 명 있었다.
바로 윤서현이었다.
“아뇨, 아직 아니에요.”
그녀의 얼굴에서 핏기가 가셨다.
도시의 땅 전체가 불균일하게 솟아올라 있다.
지하의 단층이 드러나고, 어느 장소는 푹 꺼져 있다.
이곳 황궁의 터만해도 평소보다 높이 올라와 있었다.
알테이어가 수도를 마기로 들어 올리는 탓에 발생한 지형이다.
그런데 알테이어가 사라졌으니 도시를 떠받치고 있는 힘이 사라진 셈.
“지금부터 도시가 추락할 거에요.”
이제 오로지 그녀의 힘으로 도시를 안전하게 착륙 시켜야 했다.
“그, 그러고보니······!”
“도, 도시가 떨어진다!”
그제서야 상황을 파악한 성기사들과 황제가 안절부절 못하기 시작했다. 이미 주변의 땅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높이 올라왔다.
“큰일이다······!”
“폐하, 지금이라도 순간이동진으로 가셔야 합니다!”
“그럴 순 없······.”
도시가 추락하면, 그대로 전멸이었다.
“좀 조용히 해줘요. 내가 어떻게 해볼 수도 있을 것 같으니까.”
윤서현은 눈을 감은 채 공간 왜곡을 발휘했다.
도시 전체로 절대 신성을 퍼트린 것보다 훨씬 더 큰 규모의 왜곡이 필요했다.
스으으······.
윤서현의 이마에 식은땀이 맺히기 시작했다. 그녀의 몸 전체에서 보랏빛 기운이 퍼져 나오기 시작했다.
‘지한씨는 나보고 도시의 추락을 막으라고 말했지만······.’
말이나 되는 소리인가.
이만한 규모의 도시 하나를 통째로 착륙시키라니?
‘정신나간 소리야.’
하지만, 그것보다 더 정신 나간 일을 이지한은 해냈다.
그는 신성 마법계를 내려다보던 주신 알테이어를 없앴으니까.
‘이번에는 내가 해내야 해.’
미래의 여제 윤서현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아니, 그런 가정은 의미가 없다.
그녀는 지금보다 10년 가량 뒤의 자신이다.
쿠구구구궁!
도시 전체가 진동하기 시작했다.
갑작스런 충격에 황제와 성녀가 비틀거렸다.
“축복을, 축복을 드릴게요.”
성녀의 버프가 윤서현에게 깃들었다.
허나, 10년의 세월을 뛰어넘는 건 불가능하다.
도시 하나를 착륙시키는 일은 지금까지 해왔던 것과는 차원이 다른 일이다.
하지만 방법이 없지는 않았다.
‘공간에, 공간을 중첩시켜서······.’
당장 미래의 여제의 만큼 강해질 순 없다.
하지만 그만큼 강해지기 위한 방법을 윤서현은 미래에서 배워왔다.
‘왜곡된 공간을 잇는다면······.’
공간을 다루는 노하우.
가장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방법을 배워오지 않았는가.
쿠우우우우——!
도시 전체가 기이한 울음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어긋나 있던 땅이 제자리를 찾고, 미처 자리를 잡지 못한 것들이 파괴되며 나는 소리였다.
윤서현의 악문 이에서 피가 배어나오고 있었다.
그녀는 필사적으로 미래의 여제에게 배운 내용을 떠올렸다.
‘넓게 퍼진 공간을 계속해서 중첩시켜 압축하고······. 압축된 공간을 하나의 공간으로 생각한다면······.’
이론으론 알고 있다.
지금까지 여러번 시도 했지만 번번히 실패했다.
하지만 지금이 성공 시켜야 할 때였다.
쿨럭.
한 번에 과도한 마력을 사용한 탓일까.
윤서현의 입가에서 피가 흘러나왔다.
‘마지막으로 중첩된 공간을 잇는 하나의 선을 만든다.’
그럼에도 윤서현은 끝까지 집중을 놓지 않았다.
‘······이제 공간에 대한 절대적인 소유권을 발휘한다.’
윤서현의 눈동자에 보랏빛 이채가 발하기 시작하는 그 순간.
『 레전더리급 고유 스킬 ‘절대 공간 지배 Lv.1’을 발휘합니다. 』
파아아아——!
윤서현에게서 퍼져나간 보랏빛 물결이 신성 제국의 수도 전체를 뒤덮기 시작했다. 도시 곳곳에 그녀의 마력이 닿지 않는 장소가 없었다.
중첩된 공간을 통해서 도시 구석구석으로 뻗어나간 마력이 땅덩어리를 들어 올리기 시작했다.
공간에 대한 절대적 지배.
어긋나 있던 땅이 맞춰지고, 추락하던 땅이 느릿하게 낙하하고 있었다.
공간 왜곡이나, 조작으로는 할 수 없었던 기적이 윤서현에 의해 발현되고 있었다.
이지한의 타재간파는 여전히 유효했다. 경험치 배율의 상승.
그것이 윤서현의 재능과 결합되며 다시 한 번 압도적인 시너지를 내기 시작했다.
『 스킬 ‘절대 공간 지배 Lv.2’를 획득합니다. 』
『 스킬 ‘절대 공간 지배 Lv.3’를 획득합니다. 』
『 스킬 ‘절대 공간 지배 Lv.4’를 획득합니다. 』
다량의 경험치가 윤서현에게 흘러 들어오며, 공간에 대한 지배권이 한층 강화되었다.
쿠우우우웅!
마침내 도시가 본래의 위치에 내려 앉았다.
도시의 외곽을 뒤덮는 흙먼지가 장벽처럼 크게 피어 올랐다.
하지만 추가적인 충격은 없었다.
붕괴되었던 지반은 제자리를 되찾았다. 몇 무너진 건물을 제외하면, 추가적인 피해는 없었다.
“해, 해냈어요!”
기쁨의 환호와 함께 성녀가 윤서현을 껴안았다.
“기, 기적이군······.”
다리에 힘이 풀린 황제가 바위에 주저 앉았다.
성기사들이 황제를 부축했지만, 그들도 이 상황이 믿기지가 않았다.
“언니! 대, 대박!”
“서현 언니!”
“······정말로 성공할 줄이야.”
진세아, 엘리스, 검의 마족이 뒤늦게 다가왔다.
저 멀리 레온의 모습도 보였다.
그들 모두 환한 얼굴이었다.
도시는 구해졌다.
그러나, 흐르는 땀을 닦아낸 윤서현의 표정은 좋지 못했다.
“없어······.”
“네? 그게 무슨 소리에요? 우리가 이긴 거 아니에요?”
가벼운 발걸음으로 다가오는 진세아.
그러나 윤서현은 필사적이었다.
초공간인지가 닿는 지점까지 인지를 확장시켜봤지만.
“지한씨······. 지한씨가 어디에도 없어.”
찾을 수 없었다.
이지한은 이 세계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이다.
* * *
우주를 배경으로 끝없이 펼쳐진 도서관.
내가 확인한 아카식 레코드의 모습을 정의하자면 그렇다.
‘다중 차원의 모든 지식이 존재하는 곳.’
고개를 올려야 간신히 끝이 보이는 책장이 이곳을 가득 채우고 있다. 왼쪽을 봐도, 오른쪽을 봐도 그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길다.
‘일단 오기는 왔는데······.’
차원베기가 만들어낸 차원에서 벗어나 아카식 레코드로 왔다.
살려고 발버둥치다보니 왔으니, 의도한 건 아니다.
하지만 이곳에 오는 걸 기대하고 있었다.
‘아카식 레코드는 세계의 모든 정보가 담긴 이른바 정보집합체.’
나는 이곳에 처음 온다.
미래의 내가 다녀간 수많은 차원에도 아카식 레코드는 없었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미래의 나에겐 초월의 팔찌가 없었으므로.
다녀온 모든 미래에서, 초월의 팔찌를 가지고 있는 건 내가 유일했다.
내가 최후의 리더가 된 미래에서, 엘리스는 이렇게 말했다.
– 미래의 나한테는 이게 없었나?
– 네, 처음봐요. 뭔가······. 이해할 수 없는 아이템이네요. 시간의 흐름에서 벗어난 아이템······. 이게 뭔가요?
함선 세이비어가 존재하던 미래에서도 마찬가지다.
미래의 나에게는 초월의 팔찌가 없었다.
『 초월의 팔찌 (黑) 』
이 팔찌는 오직 나만이 가지고 있는 아이템이었다.
따라서 나는 아카식 레코드에 대한 정보를 조금도 알지 못한다.
‘그래도 대강은 예상 할 수 있다.’
이곳에 있는 지식을 이용하면 내가 원하는 기술을 습득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것을 50만배로 부풀린다면 부패의 마족과 맞설 큰 무기가 될 거다.
‘어쩌면 마계왕에 대한 단서를 얻을 수 있을지도.’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책장 사이로 향했다.
‘그뿐이 아니다. 이계 규율이나, 초월자에 대한 정보도 있을 거다.’
문제는 그것들이 어디에 있냐는 거다.
시험 삼아 책 한 권을 뽑아봤다.
알아볼 수 없는 언어로 빽빽한 글씨가 새겨져 있었다.
이 방대한 장소에서 내가 원하는 정보를 찾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거지?
다행이라고 해야할지, 도서관에 있는 건 나 혼자가 아니었다.
뽈뽈뽈······.
내 옆을 지나가는 검은 슬라임 두 마리.
황금색 눈을 가진 본 적 없는 형태의 슬라임이다.
뀨우, 뀨우.
오르티마 둘이 툭툭 두드려도 반응하지 않고 가던 길을 간다.
길을 막고서 검은 슬라임을 슥하고 들어 올려봤지만, 버둥거리기만 할 뿐 특별한 행동은 하지 않는다.
‘이 녀석들은 뭐지?’
『 해당 차원은 지식의 열람을 위한 장소입니다. 』
『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행위는 할 수 없습니다. 』
메시지가 떠올랐다. 나는 검은 슬라임을 다시 바닥에 내려놨다.
‘······물어 볼만한 상대가 없다는 게 문제인가.’
이곳에 들어 온 이후로 메시지를 보내던 초월자들도 잠잠해졌다.
무작정 발걸음을 옮기긴 했지만, 보이는 건 계속해서 같은 풍경 뿐이다.
무한이 이어진 책장과 우주의 배경 너머로 흐르는 은하수.
“사서 같은 사람은 없나······?”
한참을 걷다 지쳐서 중얼거린 순간이었다.
『 아카식 레코드의 자가의사 실현 프로그램이 당신의 의문에 답을 제시합니다. 』
『 현재 문명계 이용자 이지한의 정보 접근 레벨은 1입니다. 』
“!”
내 혼잣말에 아카식 레코드가 시스템에 메시지를 띄우며 답했다.
『 배정된 사서는 없으며 제한적인 정보 이용이 가능합니다. 』
“제한적인 정보라면······.”
『 이용자의 역량에 따른 탐색 및 정보 습득이 가능합니다. 』
한마디로 알아서 찾아보라는 의미였다.
시험 삼아 몇 가지를 물어봤다.
이계 규율이나 이곳의 지도 같은 것들.
돌아오는 대답은 같았다.
『 정보 접근 레벨을 초과한 질문입니다. 』
이 넓은 도서관에서 아무런 도움 없이 원하는 정보를 찾을 수 있을까?
당연하지만 불가능하다.
책장들이 제대로 분류가 되어 있지 않을 뿐더러, 책의 내용도 이해할 수 없는 언어로 되어 있다.
‘글자는 다세계 해석을 사용하면 읽을 수는 있겠다만······.’
원하는 내용이 아니면 의미가 없다.
“정보 접근 레벨을 올리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그래도 기본적인 이용 방법에 대한 건 대답해주는 모양이었다.
『 아카식 레코드의 기여도를 환산하여 정보 접근 레벨을 올릴 수 있습니다. 』
『 기여도는 초월의 권리를 가진 존재의 범차원적 영향력을 기준으로 측정 됩니다. 』
“······더 쉽게 설명 안되나?”
『 아카식 레코드에 이름을 올릴만한 업적을 세웠는가. 얼마나 많은 초월자들이 정보를 열람했는가가 주된 평가 요소가 됩니다. 』
그거라면 몇 번이고 있었던 일 아닌가.
이계 규율에 의해 내 정보가 판단되고 기록 되었다는 메시지를 보아왔다.
『 문명계 이용자 이지한의 아카식 레코드 기여도를 확인하시겠습니까? 』
“그래.”
그리 말하는 순간.
눈 앞에 떠있던 메시지 창이 바뀌었다.
『 아카식 레코드에 기록된 대상의 업적을 확인합니다. 』
– 흐름의 마족(최하위) 처치
– 소규모 기적(하위 발전의 마족 처치, 하이 엘프 세레네의 귀환)
···
···
···
– 최상위 예언의 마족 포획
– 데들리 갓 알테이어 처치
아카식 레코드에 기록 되어 있던 모든 업적이 하나씩 떠올랐다.
아직 정산되지 않은 알테이어 처치도 올라와 있다.
그리하여 나온 포인트는.
『 아카식 레코드 기여도 : 5,302,403 Pt ( 차원 멸망급 ) 』
약 530만 포인트.
그에 대한 평가는 차원 멸망급.
나는 미간을 좁혔다.
‘어느 정도 되는 건지 파악이 잘 안되는데.’
비교할만한 대상이 없으니 당연하다만.
『 기여도를 사용하여 정보 접근 레벨을 올리시겠습니까? 』
『 100만 포인트를 소모해 정보 접근 레벨을 3까지 올릴 수 있습니다. 』
『 담당 사서를 배정 받을 수 있으며, 아카식 레코드의 조형을 원하는 형태로 재구성 할 수 있습니다. 』
“그래.”
내가 동의를 표하자, 내 주위로 가벼운 빛이 날아들었다.
사서가 있다면 이것저것 물을 수 있을 거다.
내가 원하는 정보도 찾을 수 있을 거고.
『 이용자 이지한의 정보 접근 레벨이 ‘3’으로 올라갑니다. 』
『 담당 사서를 배정합니다. 』
또각, 또각.
무한히 뻗어진 아카식 레코드의 회랑을 누군가가 걸어오고 있었다.
······모르는 인물이 아니었다.
“어서오세요. 범차원의 모든 정보가 담긴 무한의 서고에.”
안경을 걸친 엘프가 산뜻한 미소와 함께 걸어 오고 있었다.
내가 아는 엘프라곤 한 명 뿐이다.
“기다리고 있었어요. 지한씨. 이 시공이 교차할 때, 우리는 반드시 만나게 되어 있었거든요.”
마족의 실험체이자,
전지의 능력을 가진 엘프 학자 세레네.
그녀가 여기에 있었다.
『 동료 세레네가 스킬 ‘초절 삼라만상 : 전지(全知) Lv.10’ 발휘합니다. 』
“제가 직접 아카식 레코드를 안내해 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