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100 thousand reincarnation he became a transcendent hunter RAW novel - Chapter 203
203화 무한의 서고(3)
촤르르륵!
수백, 수천 장의 황금빛 종잇장이 내 주변으로 날아들었다.
종이의 폭풍 속에서 나는 팔짱을 낀 채 미간을 좁혔다.
“정말 이런 방법으로 괜찮으시겠어요?”
사서인 세레나가 흩날리는 머리를 쓸어넘기며 물었다.
아카식 레코드의 접근 권한 레벨 3.
거기에는 담당 사서의 배정 이외에도 한가지 혜택이 더 있었다.
바로 아카식 레코드의 조형 재구성.
아카식 레코드는 본래 정보의 덩어리다.
그걸 도서관이라는 가공된 형태로 보고 있을 뿐이었다.
권한을 사용하면 이런 식으로 아카식 레코드의 모습을 원하는 환경으로 변형 시킬 수 있었다.
“이런 형태면 충분합니다.”
넓게 펼쳐진 중앙홀은 더 이상 기존의 도서관이 아니었다.
오히려 광장에 가까운 모습이다.
그 가운데를 점거한 채, 나는 필요한 정보들을 내쪽으로 불러 들이고 있었다.
“아카식 레코드에서도 시간이 흐른다고 하셨죠.”
“네, 하지만 그래도 이거······. 읽을 수 있는 건가요?”
종이의 폭풍 속.
그 안에 새겨진 검은 글자가 쉴 새 없이 내 시야를 스쳐 지나간다. 나는 두 눈으로 그것들을 쫓았다.
‘전혀 안 읽히는군.’
사실, S급 헌터의 인지 능력이라면 이 정도 속도를 따라잡는 건 어렵지 않다.
종이에 새겨진 원하는 단어를 찾아내는 것 정도야 간단하다.
그러나 단어를 확인하는 것과 문장을 읽는 것은 완전히 다르다.
종이 낱장의 전체적인 내용을 파악하는 건 더더욱 어려운 일.
‘하지만 해볼만하다.’
헌터라고해도 특수한 훈련을 하지 않는 이상 불가능하다.
어디까지나 일반적인 헌터라면 그러할 것이다.
촤르르륵!
『 일반 스킬 ‘속독 Lv.1’를 획득합니다. 』
『 일반 스킬 ‘속독 Lv.2’를 획득합니다. 』
···
..
.
『 일반 스킬 ‘속독 Lv.12’를 획득합니다. 』
『 추가효과 : 읽기 속도가 300% 증가합니다. 』
기존의 레벨을 두 단계 뛰어 넘은 스킬이 내게 깃들었다.
드문드문 단어 밖에는 보이지 않던 글씨가 문장이 되어 읽히기 시작했다.
몇 시간이 지나자 나는 두 개의 스킬을 더 획득할 수 있었다.
『 레어 스킬 ‘정보 습득 Lv.12’를 획득합니다. 』
『 유니크 스킬 ‘고속 정보 처리 Lv.12’를 획득합니다. 』
‘그래, 이거다.’
이제는 허공을 빠르게 지나쳐가는 종이에 담긴 내용이 전부 파악된다. 단순히 낱장에 담긴 의미를 뛰어 넘어 주변에 존재하는 종이 전체의 내용이 한눈에 정리된다.
‘마계왕의 흔적이 남아 있는 정보는 이쪽으로, 나와 관련된 것들은 전부 이쪽으로.’
내 손짓에 따라 분류 별로 필요한 정보가 다시 정리되고 있었다.
“알고는 있었지만······. 다시 봐도 대단하네요. 지한씨. 벌써 적응하시다니.”
세레네는 계속해서 내 요구에 따라 정보들을 끌어 오고 있었다.
마계왕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정보는 전부 삭제되어 있다. 검색을 우회해 간접적인 정보를 찾아내려면 일일이 대조하는 게 필수였다.
‘그나마 미래의 내가 경험한 일을 알고 있어서 수월하다.’
내가 아카식 레코드에 있는 동안에도 바깥의 시간은 계속해서 흘러 간다.
필요한 정보만 찾은 뒤 나가야 한다.
며칠 정도를 그렇게 아카식 레코드를 뒤적였을까.
“······잠시 쉬죠.”
“네, 좋아요.”
딱히 세레네가 지친 기색은 아니었지만, 내가 생각을 정리할 필요가 있었다.
원형 홀의 한켠에는 다과를 즐길 수 있는 장소를 조형해놨다.
이 안에 있는한 음식을 먹을 필요는 없다지만, 휴식은 기분이 중요한 거니까.
커피 한 잔과 쿠키가 이쪽으로 날아왔다.
“응? 너희도 먹을래?”
세레네가 쿠키를 집어 오르티마들에게 일일이 먹여줬다.
나는 뜨거운 블랙 커피를 마시며 생각을 정리했다.
‘마계왕에 대한 실마리는 어느 정도 가닥이 잡혔다.’
그는 모든 차원을 상대로 정복 활동을 벌이고 있었다. 그 어떠한 종족이나 차원도 마계왕을 쓰러뜨리진 못했다.
그 와중에 치욕의 밤이라는 키워드가 계속해서 중복되고 있었다.
‘치욕의 밤에 대해서 좀 더 조사하면 마계왕을 쓰러뜨릴 방법이 나올지도 모르겠어.’
문제는 자세히 조사해볼려고 치면 초월의 코인을 지불하라는 메시지가 뜬단 거다.
“해당 정보가 인과의 흐름이 뒤바뀔만한 일이라 그런 걸거에요. 특히 아직 초월자가 아닌 지한씨는 더욱 제한을 받기 쉽지만요.”
나에겐 초월의 권리가 있지만, 어디까지나 권리 뿐이다.
‘아직 초월자인 건 아니니 어쩔 수 없나.’
겸사겸사 오르티마에 대해서도 조사해봤다.
이건 초월의 코인이 들지 않는 일이었다.
자볼의 창고에 있었던 ‘등급 없음’의 형상기억마수 오르티마.
뀨.
지금은 두 마리 다 세레네에게서 과자를 받아먹고 기뻐서 뛰어오르고 있다.
저 별 생각 없어 보이는 생물은 사실 고도의 기술을 가진 차원에서 왔다.
‘초기술마도계.’
그곳은 마계의 지배를 받지 않는 독립 차원.
태초에 마력이 존재하지 않았던 문명계와 달리, 그곳은 마력이 존재했다.
산업혁명 시기에 또다른 급격한 기술 혁명이 있었던 모양.
그곳의 기술은 인류와는 다른 방식으로 압도적으로 진보해 있었다.
‘고블린의 재보를 지키던 인공지능도 초기술마도계에서 왔을 가능성이 크다.’
차원 좌표도 알아냈으니 김건을 데리고 한 번 가볼 필요가 있다.
당장은 부패의 마족의 처리가 급하니 우선 순위는 뒤로 밀리겠지만.
‘김건이 그곳의 기술을 배워온다면······. 인류는 비약적인 발전을 이룰 수 있다.’
지금 우리에겐 마계왕에게 대적할만한 힘이 필요하다.
무수한 차원을 정복해 온 마계왕.
그리고 그 사도들.
그 힘은 상상이상으로 강대하다.
회귀 전의 SSS급 헌터들이 그리도 무력하게 패배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어찌보면 당연했다. 우리는 그들이 정복하고자 하는 수많은 차원 중 하나에 불과했으니까.
‘헛웃음이 나올 정도로 어이없는 일이지만.’
그 모든 것을 뒤집을 수 있는 기회가 지금의 내게 주어져 있다.
무기가 될 수 있는 건 남김 없이 활용해야 한다.
“슬슬 다시 시작하죠.”
“농담이죠? 쉬기 시작한지 3분 됐는데······.”
“······. 1분만 더 쉬죠.”
* * *
『 유니크 스킬 ‘고속 정보 처리 Lv.12’를 발휘합니다. 』
약 일주일 동안, 핵심적인 정보는 대강 살펴볼 수 있었다. 워낙 방대한 양이다보니, 전부 다 살필 엄두는 나지 않기에 어쩔 수 없었다.
‘재능이 부족한 게 아쉽군.’
애매한 재능의 결실로 얻을 수 있는 정보 관련 스킬은 딱 고속 정보 처리까지.
경험치가 50만배가 된다고 해도, 애매한 재능으로는 한계가 있는 것이다.
그래도 정해둔 기한 동안 최선을 다한 셈이다.
예상치 못한 다른 정보도 많이 얻을 수 있었다.
신화급 아이템에 대한 정보.
시스템의 억지력을 뛰어 넘은 복원 방법과 애매한 재능의 결실에 대한 정보까지도.
이제부터는 내실을 다질 시간이다.
“지금부터는 스킬을 습득하는데, 주력하겠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사도 부패의 마족은 움직이고 있다. 지금까지의 패턴으로 보건데, 곧 총공격을 감행에 올 거다.
즉, 아카식 레코드에서 보낼 수 있는 시간은 정해져 있단 의미.
내 말에 종이더미 속에 파묻혀 있던 세레네가 고개를 들어 올렸다.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됐나요?”
사서인 그녀가 아카식 레코드의 정보를 열람할 권리는 없지만, 내가 확인한 정보를 그녀에게 넘겨주는 일은 가능했다.
세레네는 정보를 살피는 일이 굉장히 즐거운 모양이었다.
삐뚤어진 안경을 고쳐쓴 세레네가 나를 지긋이 바라봤다.
“지금 지한씨에게 필요한 스킬이라면······.”
그녀가 가진 스킬 ‘초절 삼라만상 : 전지(全知)’는 현재를 완벽히 파악하는 능력이었다. 마족의 실험체였던 그녀가 이만큼 강해질 줄 누가 알았겠는가.
“음, 역시 잘 모르겠네요. 인과의 사슬이 더욱 복잡하게 지한씨를 옭아매고 있어요. 아카식 레코드에서 지내면서 그게 더 심해진 것 같아요.”
“······.”
그러고보니 엘리스도 그런 말을 했었지.
“그렇다면 제가 원하는 항목의 검색을 부탁드립니다.”
“그건 맡겨만 주세요. 아카식 레코드의 사서가 되고서 300년. 완전 전문이거든요.”
300년······?
어쨌든 세레네가 품 안에서 등불을 들어 올렸다.
‘내가 필요한 스킬이라.’
그건 당연히 레전더리급의 새로운 스킬이다.
현재 내가 가진 유니크 심화 스킬은 다음과 같다.
영웅의 힘.
초인의 체력.
공중 기동.
초마력회로.
힘, 민첩, 지력, 체력에 해당하는 유니크 스킬들이 합쳐져 심화 스킬이 된다.
미래에서 여러 스킬을 얻으며 심화 과정은 끝이 났다.
『 통합 유니크 스킬 ‘심화 능력 Lv.12’ 』
– 레전더리급 스킬의 획득 확률이 소폭 증가합니다.
‘얻느라 꽤 고생했었지.’
환상계와 미래에서 얻었던 스킬들이다.
이것들은 레전더리 스킬을 얻을 기반이 되었다.
이제는 레전더리 완성 스킬을 모을 차례.
‘그 다음 등급의 스킬을 위해서라도 필수적이다.’
아카식 레코드에서 일주일을 보낸 결과,
그것들을 가장 빠르게 모을 수 있는 방법을 알아냈다.
‘아카식 레코드는 정보를 기록한 장소.’
편리하게 스킬을 배울 수 있는 스킬북과 같은 아이템은 없다.
그래도 나는 어느 기록을 살펴야 할지 분명하게 알고 있었다.
“제가 필요한 건······.”
무수한 세계가 있었고.
셀 수 없이 많은 종족과 문화가 있었다.
마족에 의해 스러져간 문명들은 아무것도 남기지 못했다.
쓰임을 다한 차원은 통째로 버려졌기에, 그들의 존재를 아는 것은 이제 아카식 레코드가 유일하다.
기록을 전부 뒤져봐도.
마족에게 대항할 수 있었던 세계는 그리 많지 않았다.
그래도 하나 확실한 것은······.
내가 있었던 미래가 가장 멸망에서 벗어나 있었다는 것이다.
“미래의 문명계. 멸망 직전의 문명계에 대한 기록이 필요합니다.”
“······괜찮으시겠어요?”
“네, 부탁드립니다.”
내 말에 세레네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등불을 들어 올렸다. 등불에서 솟아나온 빛과 함께 저편에서 책 수십권이 이쪽을 향해 날아왔다.
나는 그 중에 하나를 들어 올렸다.
『 문명계 이지한 S22-612-28 』
어쩌면 내 앞에 놓였을지도 모르는 가능성 중 하나.
가볍게 책을 훑어보니 확실해졌다. 이게 내가 찾던 기록이다.
하지만 글만으론 알 수 없다.
정확히는 배울 수 없다.
그러나, 아카식 레코드에는 또 하나의 기능이 있다.
파직, 파지직······!
『 해당 기록을 체험하시겠습니까? 』
『 시스템이 해당 기록의 인과적 타당성을 평가합니다. 』
『 아카식 레코드가 정당한 가치를 평가합니다. 』
『 해당 기록의 체험 비용이 초월의 코인 4개로 책정됩니다. 기록체험을 진행하시겠습니까? 』
필요한 초월의 코인은 4개다.
현재 내가 가진 초월의 코인은 6개.
코인을 지불하고 나면 남은 건 2개가 된다.
······바가지도 이런 바가지가 없다.
그래도 가장 빠르고 확실하게 스킬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이다.
레전더리 완성 스킬은 현 시점에선 어디에서도 배울 수 없기에.
정확히는 내가 원하는 스킬은 여기에 밖에는 없다.
“진행한다.”
나는 책에 손을 올리고 말했다.
세레네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등불을 들어 올렸다.
“이용자의 의지를 확인했습니다. 지한씨, 충격에 대비해주세요.”
나를 둘러싸고 있던 원형의 홀과 성벽처럼 쌓여 있던 종이 뭉치가 순식간에 흩어졌다. 이내 강한 중력이 나를 뒤흔들었다.
쿠우우웅!
“크윽.”
대비하란 말은 들었지만, 이렇게 막무가내일 줄은 몰랐다. 나는 바닥에 붙은 먼지를 털어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 아카식 레코드 기록 체험 – 문명계 』
『 시공 코드 : S22-612-28 』
황량하게 메마른 절벽 위.
한없이 붉게 물든 하늘 아래.
거대한 흑색의 게이트가 소용돌이 치고 있다.
고오오오오——.
이전에 보았던 초월체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의 크기다.
지구를 그대로 집어 삼킬 것 같은 압박감이 느껴진다.
그리고 그런 붉은 하늘 아래.
다섯 명의 인물이 모여 있었다.
“응?”
너덜너덜해진 망토와 뭉툭해진 검의 끝. 아이템을 묶은 끈은 닳아 끊어지기 일보직전이었다.
희망이라고는 조금도 없는 절망적인 상황.
그러나 그들의 눈은 결연하게 빛나고 있었다.
진정한 최후의 5인.
이들은 대한민국이 아닌 세계에서 유일하게 남은 각성자들이다.
진세아, 윤서현, 신태양, 천성호 그리고······.
또 하나의 나.
멸망이 확정된 이 세계에서,
나는 그들에게 스킬을 배워야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