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100 thousand reincarnation he became a transcendent hunter RAW novel - Chapter 21
21화 VIP(2)
‘와, 이게 다 뭐냐.’
VIP룸의 시설은 남달랐다.
단순하게 근력 운동을 할 수 있는 각종 운동기구 및 기술 테스트를 위한 자동재생 더미는 물론이고 가상 전투를 할 수 있는 시뮬레이션 룸까지.
‘와, 하이텍트제 덤벨이잖아. 원하는대로 무게 조절이 가능하다 그랬지.’
잡지에서만 침 흘리며 보던 것들을 실물로 보니까 확 다르다. 눈이 휙휙 돌아간다.
‘시뮬레이션 룸도 지금 제일 잘나가는 로드옵스 꺼네.’
거의 한 층 전체가 VIP룸이었다.
벽 한쪽 면에는 각종 훈련용 무기가 종류별로 구비되어 있다. 다양한 종류의 음료수와 다과가 준비된 드링크바는 덤이다.
“여기도 꽤 좋네요. 길드 트레이닝 룸보다는 못하지만······.”
나랑 마찬가지로 주위를 둘러보던 신태양이 흘러가듯 말했다. 이것보다 더 좋을 수가 있나. 대형 길드의 재력은 역시 장난아닌가보다.
‘VIP룸답게 보안은 철저한 것 같네.’
인지 스킬로 구석구석까지 살핀 뒤 내린 결론이었다.
헌터의 트레이닝 룸에는 CCTV가 설치되어 있지 않다. 자신의 기술이나 스킬을 밝히고 싶지 않은 헌터는 얼마든지 있었으므로.
‘감탄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니지.’
내가 여기에 온 이유는 현재 가지고 있는 스킬들의 레벨을 11까지 끌어 올리기 위함이었다.
스킬 목록을 불러왔다.
『 보유 스킬 목록 』
검술 Lv.10, 근력 Lv.10, 인지 Lv.10, 보법 Lv.10, 체술 Lv.10, 민첩 Lv.10, 자연 회복 Lv.10, 맷집 Lv.10, 기억 탐색 Lv.10, 지력 Lv.10, 해체 Lv.10, 위압 Lv.7, 일자베기(R) Lv.10, 정신력 Lv.11, 채굴 Lv.11, 행운 Lv.1
펼쳐지는 스킬의 갯수가 무려 16개다.
입가에 만족스런 미소가 걸쳐진다.
레벨 40이라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 스킬의 수와 레벨이었다.
그렇다고 이걸 모두 수련할 수는 없고.
‘이 중에서 내가 수련할 스킬은 정해져 있다.’
근력과 민첩 그리고 일자베기.
이 두 가지가 수련하기도 쉽고 효과도 가장 눈에 띈다.
’10레벨과 다르게 11레벨을 달성하려면 노력이 더 필요하다.’
그간의 경험으로 살피건데, 스킬의 경험치가 오르려면 몇 가지 조건이 붙는다.
특히 Lv.10에서 11로 갈 때 그 조건이 중요해진다.
‘우선 의미 있는 경험이 아니라면 경험치가 안쌓인다.’
특히 내가 재능 없는 분야에선 그게 더 두드러졌다. 반대로 내가 재능이 있는 듯한 채굴이나 해체 같은 건 경험치가 참 잘오른다.
‘아니면 아예 전수 받은 스킬이거나.’
일자베기는 전수 받아서 그런지 레벨이 쭉쭉 오른다. 경험치도 벌써 24%가 찼다. 허공에 대고 쓰는 것만 아니면 경험치가 오르는 것 같다.
슥 고개를 돌리니, 신태양이 나를 지긋이 쳐다보고 있었다.
나는 무심한 듯 말했다.
“뭐해, 니 훈련 할 거 해.”
지난번에 봤지만 일자베기를 제외하고 신태양에게 배울만한 기술은 없다. 아직 내 수준이 부족한 탓이다.
그러니 각자 할 일해야지.
근데 내 말에 아랑곳하는 기색이 아니었다. 녀석은 결연한 눈빛으로 날 바라보더니 고개를 숙였다.
“스승님, 일자베기 다시 한 번만 보여주시면 안될까요? 부탁드립니다!”
아직도 일자베기를 마스터하지 못한 모양.
지난번에 헤어질 때 자신만만하게 이야기한지라, 문제 없는 줄 알았는데.
하긴. 신태양을 만난 뒤로 아직 일주일이 채 안지났다. 지극히 정상적이다. 아무리 천재여도 모든 걸 단숨에 깨칠 순 없으니까.
나는 그런 신태양을 가라앉은 눈으로 응시했다.
‘······내가 아는 검성이랑 너무 달라서 적응이 안되네.’
자만심과 자존감으로 어깨가 하늘까지 솟았던 검성은 어디간 건지.
살짝 짐작이 가는 부분이 있긴하다.
‘원래대로라면 검술에 관해서 신태양을 능가하는 사람은 없었을 거야.’
그러니 두려워하는 사람도, 무서워하는 것도 없었을 거다. 오로지 자기 자신만이 최고니까.
일생 동안 검술에 있어선 그가 정답이고, 길이었을테지.
그런데 그 앞에 내가 나타나버렸다.
‘그게 엄청난 충격이었다고 생각하면 이해는 간다.’
어찌보면 다행이다. 지금부터 검성이 일자베기를 수련한다면 미래에는 더 강력한 아군이 될테니까.
“한 번만 보여줄테니 잘 봐.”
살다살다 내가 검성을 다 가르친다.
* * *
쉬익! 콰아앙!
내가 던진 창이 바람을 가르고 쏘아져 목표물에 적중했다. 훈련용 목각 인형은 산산조각이 나며 부숴졌다. 창은 그대로 인형을 뚫고 벽에 깊숙히 박혔다.
‘회수.’
속으로 의지를 표명하자, 벽에 꽂혀있던 창이 자석처럼 내 손으로 날아온다.
처억.
나는 창을 움켜쥐었다. 손맛이 좋다. 이 정도면 실전에서도 충분히 사용해 볼만하다.
구경하던 신태양이 눈을 반짝였다.
“벌써 완성하신건가요. 기술 이름이 뭔가요? 그냥 던지는 것처럼 보이는데 파괴력이 보통이 아니네요.”
“······.”
녀석, 제대로 봤군.
신태양 말대로 그냥 던지는 게 맞다.
‘기술 이름이 어딨어. 그냥 세게 던지는 건데.’
레벨업 보상으로 받은 유니크 창.
열심히 그 창을 던져서 투척 스킬을 만들어냈다. 매일 꾸준히하니까 스킬이 생겼다.
『 스킬 ‘투척 Lv.11’을 획득합니다. 』
『 추가효과 : 투척 데미지, 속도, 정확도 25% 증가 』
창술이나, 투창 스킬은 생기지 않더라.
그래도 11레벨 정도 되면 던진다는 수준이 아니다. 대포처럼 쏘아내는 수준이다. 순간 공격력은 오히려 영혼 포식자보다 강하다.
‘실전에서 충분히 활용할만 하겠어.’
서브 무기로 쓰기에 모자람이 없다.
6일이란 시간은 순식간에 지나갔다. 그 동안은 게이트에 들어가지 않았다. 급하지도 않고, 괜한 문제가 일어날 수 있었으니까.
신태양 덕분에 VIP룸에서 편하게 수련에 매진할 수 있었다.
무게 증가 마법이 걸린 최신 운동 기구로 근력을 키우고, 시뮬레이션 룸에서 회피 훈련을 거듭했다.
『 스킬 ‘근력 Lv.11’을 획득합니다. 』
『 추가효과 : 근력 능력치 + 10% 』
『 스킬 ‘민첩 Lv.11’을 획득합니다. 』
『 추가효과 : 민첩 능력치 + 10% 』
“후우······.”
아무리 경험치 10만배라지만 노력하는 과정이 쉽진 않았다. 거의 쉬지도 않고 훈련을 거듭했다. 정신력 스킬이 없었다면 6일 안에는 못 했을 거다.
‘그래도 일반적인 수련은 역시 시간이 꽤 드네.’
물론 6일만에 최고 레벨을 한 단계 올린 게 말이 안되는 일이긴 하다.
그 증거가 바로 저기에 있다.
“창을 활용한 기술을 새롭게 마스터하신 스승님에 반해 저는······. 쓰레기에요.”
신태양이 중얼거리더니 바닥에 쓰러졌다. 좌절한 모양새다.
“전 이제 한계인가봐요. 이제 경험치가 안올라요. 깨달음도 없고요.”
침울한 표정으로 중얼거린다. 신태양은 진심이었다. 내가 하루에 한 번 보여주는 일자베기를 보며 수련에 매진했지만 큰 성과가 없는 모양이었다.
‘······딱히 해줄 말이 없는데.’
가르치는 재주가 있는 것도 아닌지라.
그래도 VIP룸을 빌려준 값을 생각하면 뭐라도 알려줘야겠지 싶다.
별로 있지도 않은 검성 관련 기억을 끄집어 냈다.
– 내 일자베기가 배우고 싶다고? 크하하하! 이만한 기술이 없기는 하지. 시스템이 일자베기를 인정할 때까지 휘둘러라! 너희 같은 둔재들한텐 방법이 없다, 나같은 천재라면 모르겠지만······.
– 그러니까 하늘과 땅을 하나로 잇는다 생각하고 죽어라 휘둘러. 마족한테 뒤지기 싫으면 죽기 직전까지 휘두르란 말이야.
다행히 기억에 남는 말이 하나 있긴 했다. 검성이 말이 많은 게 이런 식으로 도움이 된다.
근데 하늘과 땅을 잇는 건 신태양이 이미 나한테 알려준 방법이다. 본인도 알고 있으니 무의미하겠고.
그러면 남는 건 하나인데.
나는 짐짓 근엄한 목소리로 말했다.
“······죽을 때까지 휘둘러.”
“네?”
“뒤지기 싫으면 죽기 직전까지 휘두르라고.”
“네, 넵.”
신태양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다. 그러더니 검을 열심히 위아래로 휘두른다.
전에 없이 진지한 태도로 땀을 뻘뻘 흘리면서 수련한다.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되겠지.’
내가 지어낸 말도 아니다. 지가 한 말인데 뭐 어쩌냐.
『 일자 베기 Lv.10 [ 97% ] 』
시범을 보여주다보니 내 일자베기도 11레벨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읏차.
나는 기지개를 폈다.
뒤에 있는 푹신한 소파에 몸을 기댔다. 몸을 혹사 시킨 뒤에 취하는 휴식이라 몸이 녹는 것 같다.
‘올릴만큼 올렸다.’
트레이닝으로 경험치를 쌓을 수 있는 스킬들은 이미 최대치를 올렸다. 나머진 실전에서 틈틈히 사용하는 수밖에 없다.
‘그러고보니, 신태양 이 녀석은 길드에서 안 찾나?’
6일 동안 신태양도 훈련에 매진하고 있다. 이따금 수호 길드와 연락을 하는 것 같기는 했는데, 밖에 나가는 꼴을 못봤다.
덕분에 최고급 시설에서 편하게 훈련을 하긴 했다만.
나는 떠오르는 질문을 그대로 했다.
“근데 너 게이트 공략이나 길드 훈련은 안가냐?”
“아, 게이트를 잡아 줄 때까지는 자율 훈련 기간이랬거든요. 가르쳐 줄 사람 없다고 혼자하라던데요.”
뛰어난 재능을 가진 헌터는 길드 차원에서 직접적인 관리가 들어가는 게 일반적이다. 근데 그 재능이 지극히 뛰어나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길드 내에서도 검술을 가르쳐 줄 사람이 없겠구나.’
그래도 헌터로써 기초적인 교육은 받아야하는 거 아닌가 싶다. 실전에서 교육하겠다는 건가? 뭐, 내가 신경 쓸 일은 아니지만.
“안 그래도 말씀드리려 했는데, 오늘은 좀 일찍 가봐야 할 것 같아요. 단독 게이트가 잡혀서요. 이른바 데뷔전이라는 거죠.”
신태양의 취급은 길드의 슈퍼 루키.
수호 길드에선 단독 게이트를 잡아 몹을 몰아주면서 신태양을 중점적으로 키우려는 모양이다.
그러고보니 이 녀석 지금 헌터 등급이 뭐지?
“지금 등급이 어떻게 되냐.”
“아, 말씀을 안드렸네요. 아직 C등급이에요.”
생각보다 높진 않았다.
헌터의 등급은 각성과 동시에 정해진다.
운이 좋거나, 재능이 뛰어나다면 처음부터 A급인 경우도 더러 있다.
“근데, 입단시험때 보니까 A급도 이기더라구요. 그때 싸웠던 상대 이름이 진영민? 저 때문에 탈락했으니까 안타깝게 됐죠. 하지만 어쩌겠어요. 제 빛나는 재능을······.”
“······물어본 것만 대답하자.”
물론 재능이 모든 걸 씹어 먹는 경우도 있다.
“하여튼 열심히 해라.”
“그러면 스승님의 등급은—.”
“마지막으로 일자베기 보여줄테니 잘 봐.”
어차피 신태양 정도 되면 내 등급도 대략은 알 거다.
‘신태양에겐 일자베기를 하루에 한 번씩만 보여줬다.’
거창한 이유가 있었던 건 아니다. 신태양 본인이 그다지 매달리지 않았서였다.
한 번 보고선 그걸 곱씹으며 수련하는 게 신태양의 방식이기도 한 것 같았고.
‘괜히 신태양 앞에서 11레벨에 도달해서 귀찮아지는 게 싫었던 거긴 한데.’
사실상 오늘이 마지막이니 잡다하게 신경 쓸 필요는 없었다.
나는 푹신한 소파에서 일어나 훈련용 검을 집었다. 왼편에 위치한 검술 훈련 영역으로 향했다.
스윽
사람의 형상을 한 타격용 더미 앞에 서서 검을 들어 올렸다.
‘그래도 신태양이 있을 때 일자베기를 11레벨로 올려두는 게 낫겠어.’
며칠간 깨달았다. 스킬의 전수자가 옆에 있으면, 경험치 오르는 속도가 훨씬 빨랐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러니 지금 나머지도 올려두는 게 맞았다.
서걱-!
서슬퍼런 검날이 더미를 대각선으로 갈랐다. 겉에 새겨진 직선의 균열이 더미를 파고 들었다. 이내 더미가 반으로 나뉘어 떨어졌다.
훈련용 검인데다가 마력을 두르지도 않았데도 이 정도 위력이다.
“와우······. 다시 봐도 대단하네요.”
어느새 다가온 신태양이 심각한 표정으로 내 일자베기를 바라보고 있었다. 한 동작, 한 호흡이라도 놓치지 않겠다는 눈빛이다.
여기까지가 10레벨 일자베기였다.
『 스킬 ‘일자베기 Lv.11’을 획득합니다. 』
『 스킬 레벨 11을 달성하여 추가효과를 획득합니다. 』
나는 훈련용 검을 들어 올렸다.
잠시 기다리자, 부숴진 더미가 다시 제 모습을 되찾는다. 고레벨의 수복 스킬이 붙어 있어서 아무리 베어도 원상 복귀 된다.
검을 단단히 쥐고서 숨을 들이마셨다.
– 일자베기
공간의 시작과 끝을 잇는 직선 하나를 그려낸다. 거창하지도, 화려하지도 않은 단출한 검격이다.
그러나 그 안에 함축된 검의 진수는 보잘 것 없지 않다. 이제서야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내가 갈라낸 공간 위로 찬란한 빛이 새겨졌다.
“······.”
바람 한 점 없던 실내의 공기 흐름이 뒤바뀌고 있었다. 가녀린 한줄기 바람이 모든 걸 집어 삼킬 듯한 광풍이 되는 과정이 생생히 느껴진다.
검격은 훈련용 더미 따위를 가뿐하게 가르고도 멈추지 않는다.
원근을 무시한 상처가 트레이닝 룸의 벽면을 가로지르고 나서야 바람은 잦아들었다.
좌에서 우로, 10m의 벽면 전체를 양단하는 한 줄기의 선이 그려졌다.
투두둑······. 투둑······.
부숴진 벽에서 특수 콘크리트 자재의 파편이 떨어져 나왔다.
‘뭐냐.’
그제서야 내가 쥐고 있었던 게 훈련용 검이란 사실이 떠오른다. 내가 해놓고도 상상 을 뛰어넘는 효과에 놀라고 있는 그 때였다.
털썩.
뒤쪽에서 무언가가 쓰러지는 소리가 났다.
신태양이었다.
아무리 충격을 받았거니와, 쓰러지는 건 좀······.
근데 녀석의 눈에 초점이 없었다. 그 공허한 눈이 나를 향했다. 그대로 무어라 중얼거린다.
“괴물, 스승님은 괴물이야······.”
나는 신태양에게 다가갔다.
“야, 정신차려. 게이트 공략 가야 된다면서.”
* * *
천외천(天外天).
하늘 밖에도 하늘은 있는 법이었다.
신태양은 검에 대해서만큼은 자신이 있었다. 검을 다루는 일이라면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분명히 그랬는데.
“신동이야, 신동.”
“이제 겨우 중학생인데, 검도 사범들도 못 당해낸다던데.”
신태양은 어렸을 적부터 검에 관한 재능이 뛰어났다. 검도장을 운영하던 아버지는 그런 신태양을 적극적으로 밀어주었다.
“아버지를 닮아서 태양이가 대단한가 봅니다.”
“자재분을 키운 훌륭한 비법이라도 있는 겁니까?”
아버지를 뛰어 넘는 천재. 그런 질문을 받던 아버지의 씁쓸한 눈빛이 신태양의 뇌리에 아직도 선명했다.
어쨌든 그의 재능은 천재적이었다.
신태양은 내노라하는 검술 대회를 휩쓸고 다녔다. 날고 긴다하는 천재들도 신태양 앞에서 무너졌다. 나이 차이를 막론하고 그의 검을 뛰어 넘는 사람은 없었다.
“어떻게 하면 너처럼 검도를 잘할 수 있어?”
“연습을 얼마나 해야 태양이처럼 검을 쓸 수 있을까?”
쏟아지는 질문과 선망의 눈빛.
신태양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냥 하면 되는데.’
TV에서 방송하는 세계 대회에 나선 이들조차 신태양의 눈에는 허접하기 그지없었다. 실제로도 그러했다.
국제 대회에서 큰 성적을 거머 쥔 검도 선수와의 승부조차도 신태양은 간단히 이겼다.
“대박, 국가대표 선수를 신태양이 이겼어.”
“멋있다! 신태양! 대한민국에 천재가 나타났다!”
주변 사람들은 난리를 쳤지만 그게 그리 대단한 일인가 싶었다.
책을 찾아봐도, 동영상을 뒤져봐도 만족스럽지가 않았다.
발단이 된 생각은 가벼웠다.
‘그렇다면 내가 하나 만들까.’
그 날부터 신태양은 자신만의 검술을 추구하기 시작했다. 자신이 휘두르는 검이 규칙이고 정도(正道)였다.
비교할 대상 따위 없었다. 있더라도 그의 검술 앞에 모두 무릎을 꿇었다. 심지어는 헌터조차 비각성자인 신태양의 검술을 당해내지 못했다.
“그게 끝이에요? 아직 난 시작도 안했는데.”
신태양이 느끼기엔 검에 대해서 아무도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았다.
‘최선을 다해서 검술은 연마한 게 겨우 그 정도라고?’
그러나 그런 생각을 토로할수록 주변 사람들은 멀어져 갔다.
“천재라서 평범한 사람들 마음을 모르는 거겠지.”
“대단한데, 너무 건방져.”
“원래 천재는 본인 잘난 맛에 사는건가?”
선망을 넘어선 시기와 질투. 그것은 비단 주변 사람 뿐만이 아니었다.
“내가 감당하기에 네 그릇이 너무 큰 것 같다. 미안하다.”
심지어는 아버지조차도 그리 말하며 떠나갔다. 자식을 질투하는 못난 부모가 있다는 걸 어린 신태양은 알지 못했다.
그저 검에 깊이 빠져들 뿐이었다.
– 축하드립니다. 각성하셨습니다.
그러던 와중 신태양은 각성했다.
– 스킬 ‘신태양류 검술’을 획득합니다.
– 스킬 ‘일자베기’를 획득합니다.
– 스킬 ‘만월일섬’을 획득합니다.
자신이 구사하던 검술은 모두 스킬로 변해 있었다. 그가 상상만으로 그리던 기술이 손끝에서 구현되기 시작했다.
떠나간 아버지를 잊기 위해 더욱더 검에 몰두했다.
언젠가 찾아올 찬란한 미래를 그리며.
밖에선 검을 휘두르고, 방에선 싸인을 연습했다.
그러던 도중.
누군가가 도장을 찾아왔다.
처음엔 자신을 보러 온 팬이라고 생각했다. 근데, 생각해보니 아직 활약한 일이 없어서 팬이 없었다. 그냥 팬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이제 한 번 해보세요.”
검에 소질이 없는 불쌍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
그가 자신을 넘어섰다.
신태양은 일자베기의 다음 경지를 보고 말았다.
검술만큼은 최강이라고, 최고라고 자부했는데.
그렇게 생각하며 살아왔는데 그게 한순간에 꺾여버렸다.
“대, 대체 어떻게······.”
그의 이름은 이지한.
‘아직 나는 애송이였구나.’
세상은 아직 넓었다. 자신이 검도장에 쳐박혀 있는 동안 많은 것들이 변화했다는 걸 그제야 깨달았다.
정신이 아득해졌다.
하지만 인정하는 수밖에 없었다.
‘인정해야 다음이 있다.’
무채색이라고 생각하던 신태양의 세계에 하나의 색이 늘어나는 순간이었다.
적어도 이 남자만큼은 나를 뛰어넘었다. 자신이 만들어 낸 기술을 순식간에 따라잡고 그것 마저 뛰어넘었다.
일생의 경험이 부정되는 순간 앞에서 신태양은 결심했다.
‘앞으로 내 스승이 될 수 있는 사람은 이 사람이 유일하겠구나.’
이 사람에게선 시기와 질투를 받을 일이 없었다. 나보다 뛰어나니까.
가야할 길을 순식간에 개척해버린 그의 천재성에 반했다.
거기까지는 좋았다. 이제 배우면 되는 거니까.
‘금방 따라잡을 수 있을 것 같다. 느낌이 와.’
스승의 한 단계 진보한 일자베기를 눈에 새기며 신태양은 납득했다.
노력한다면 충분히 닿을 수 있는 거리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불과 일주일.
이지한, 스승님은 그 단계마저 아득히 뛰어넘었다.
그의 검이 그려낸 한줄기의 직선은 감탄을 넘어 경이롭기까지했다. 지금의 신태양으로선 감히 넘볼 수도 없는 영역.
‘앞으로 내가 저런 검의 경지에 닿을 수나 있을까?’
신태양은 힘이 쭉 빠지는 걸 느꼈다.
예측하는 것조차 불가능한 새로운 경지.
따라잡을 수 있다고 생각했던 자신이 어리석었다.
신태양은 그대로 정신을 놓아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