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100 thousand reincarnation he became a transcendent hunter RAW novel - Chapter 210
210화 시체를 넘어서(2)
열화 마계 대륙의 중앙.
우뚝 솟은 마족의 성.
“대적자. 끈질기게 살아남아서 화를 돋구는군.”
창문을 통해 바깥을 바라보는 부패의 마족의 미간이 좁혀졌다.
초월체 하나로 대적자를 처리했다고 생각했건만 놈은 살아 있었다.
심지어는 신성 마법계의 성녀를 데려와서 활개를 치고 있었다.
이래선 초월체만 허무하게 잃어버린 꼴이다.
시공의 마족의 비웃음 소리가 벌써 들리는 듯 하다.
‘시공의 마족도 대적자의 미래를 확언할 수 없는건가.’
하기사, 예언의 마족이 대적자에게 당했을 때부터 답은 나와 있었다. 놈의 행동은 예측되지 않는다.
어찌되었든 대적자의 등장은 치명적이었다.
본래대로라면 인간들을 철저하게 유린했어야 할 언데드 군대가 역으로 당했다. 아무것도 못하고 사라진 병력만 수 만 마리.
대적자의 절대 신성을 등에 엎고서 다른 헌터들도 기세가 등등해졌다.
버러지들의 칼 한 번에 병사가 쓰러지는 꼴을 보고 있자니 심기가 불편해지는 건 당연했다.
쯧.
혀를 찬 부패의 마족이 마음을 가라앉혔다.
잃은 병력은 새발의 피에 불과하다.
병력이라면 이 세계 전체를 뒤덮을 정도로 있으니까.
그리고 이제 절대 신성은 통하지 않을 것이다.
『 마도 : 계약에 의거하여 제약이 발생합니다. 』
『 보통연쇄 : 게이트 내부의 모든 존재의 ‘약점’이 사라집니다. 』
보통의 마족의 제약이 활성화 되었기 때문이다.
“이야······. 혜안이십니다. 언데드에게 치명적인 약점을 제 제약으로 극복하실 줄이야. 대적자가 절대 신성으로 진격할 때는 깜짝 놀랐지만요.”
보통의 마족.
놈을 불러 왔을 때부터 목적은 뻔했건만, 눈에 보이는 아부를 하고 있다.
하지만 영 틀린 말을 하는 건 아니었다.
‘대적자, 무르구나.’
언데드의 유일한 약점인 절대신성.
그것을 부패의 마족이 자신이 모를 리가 없지 않은가.
오랜 세월 갈고 닦아온 부패의 힘이다. 약점 정도는 당연히 파악하고 있었다.
보통의 마족이 양손을 꼭 쥔 채 다시 재잘댔다.
“이제 인간 놈들은 독 안에 든 쥐나 다름 없겠네요. 자기들이 이기는 줄 알고 기고만장해서 전진하는 꼴이 어찌나 우습던지. 헤헤.”
인간들의 공략대는 베이스 기지에서 상당히 멀어졌다.
그 공간을 언데드들이 완벽하게 포위하고 있는 상황.
승리에 취해 빠르게 달려 온 것이 오히려 그들을 지옥으로 몰아 넣은 셈이다.
“······보는 눈이 있군. 중위 마족 치고는 꽤나 괜찮은 눈이다.”
“그, 그런데 그 검은 어디에 쓰시려고······?”
부패의 마족이 녹슨 검을 꺼내들었다. 보통의 마족의 물음에 부패의 마족이 차가운 목소리로 답했다.
“응? 네 벌레 같은 힘으로는 열화 명계 전역에 제약을 걸 수 없지 않느냐.”
“예······?”
훅 끼쳐오는 한기에 보통의 마족이 저도 모르게 뒷걸음쳤다.
“네 놈의 제약이 적용되는 범위는 강 너머 근처까지.”
저벅, 저벅.
부패의 마족이 천천히 보통의 마족을 향해 다가가기 시작했다.
“인간들이 후퇴하기 시작하면 다시 절대 신성이 발휘되겠지. 그래선 놈들에게 경험치만 퍼주는 꼴이다. 네 놈도 내가 패배하길 원하지는 않을 것 아니냐.”
보통의 마족의 제약으로는 강 너머의 지역까지 커버하지 못한다.
“제, 제가 직접 움직이겠습니다. 인간들이 움직이는 속도에 맞춰서요!”
보통의 마족이 필사적으로 혀를 놀렸다.
“그러다 네가 죽어버리면 모든 게 허사잖느냐. 네 놈은 살아 있어야 한다. 살아 있되 표적이 되지 않게 죽어 있어야겠지.”
부패의 마족은 싸늘한 미소와 함께 고개를 가로 저었다.
다음 순간.
푸우욱!
뒤쪽에서 솟아난 날카로운 뼈의 창이 보통의 마족을 꿰뚫었다.
부패의 마족은 들고 있던 검을 내려 놓고, 왕좌에 앉아 손을 까닥였다.
대기하고 있던 6인의 수호자가 보통의 마족을 향해 다가갔다.
“커허억······. 부, 부패의 마족이여. 자, 잘할 수 있습니다······! 부디 기회를······!”
부패의 수호자.
그들은 한때 차원을 통틀어 전설로 군림했던 혹은 여러 차원에 악명을 떨친 존재들.
그러나 지금은 부패의 마족의 명령을 따라 기계적으로 움직이는 인형에 지나지 않았다.
부패의 마족은 무심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걱정마라. 완전히 죽이지는 않을 거다. 네 놈이 살아 있어야 제약을 유지할 수 있으니.”
촤아아악!
부패의 수호자들이 보통의 마족의 몸을 난도질하기 시작했다. 그가 조각조각 나뉘는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까악, 까악!
성으로 날아든 수십 마리의 까마귀들이 시체 조각을 들고 붉은 하늘로 날아 올랐다. 보통의 마족의 조각이 열화 마계 전역으로 퍼져나간다.
이 대지에 그의 제약이 닿지 않는 곳이 없도록.
‘대적자, 이곳에서 끝을 내주마.’
왕좌에 앉은 부패의 마족의 눈가에 붉은 빛이 피어올랐다.
* * *
공략대는 강을 앞에 두고 완전히 포위되었다.
어느새 눈이 닿는 모든 지역에 언데드들이 득실대고 있었다.
“뭐, 이런 개같은 상황이 다 있냐!”
“이 새끼들 끝이 없어!”
절대 신성이 있을 때는 만만하던 언데드들이었지만, 직접 검을 맞대게 되니 절망적인 수가 아닐 수 없었다.
덜그럭, 덜그럭······!
쿠웅! 쿠웅!
“뭐, 뭐냐 저건······.”
헌터들의 낯빛이 어두워졌다.
저 멀리 보이는 뼈만 앙상하게 남은 거대 스켈레톤.
자그마치 빌딩에 맞먹는 크기.
무수한 해골 병사들을 이끌고 천천히 진격해오는 모습은 가히 공포.
“다들 버텨라. 방법이 있다고 하니까!”
“그래, 우리도 여기까지오면서 많이 강해졌으니까. 아직 버틸만 해.”
“탱커들 앞으로!”
각 길드의 리더가 길드원들을 격려했다.
수 백에 달하는 헌터들이 완전히 고립된 상황.
이만한 인원은 공간이동으로도 커버되지 않는다.
도망친다고해도 희생이 생길 수밖에 없다.
죽기 아니면 살기로 버텨내야했다.
이들 모두 절대 신성을 두르고 7일 간 미친듯한 사냥을 해왔다.
절대 신성을 몸에 두르고 지속적인 레벨업을 했단 의미.
SSS급 게이트는 고난이도의 사냥터였지만, 적응만 할 수 있다면 오히려 미친듯한 레벨업의 기회가 된다.
‘그리고 실제로 헌터들은 사냥에 성공했다. 그 결과는 폭발적인 레벨업.’
은빛의 날개의 이지한, 성녀 에리카, 채아연 세 명의 힘입어 전체적인 전투력의 증강이 이뤄진 셈.
그렉스가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어이, 이지한. 정말 방법이 있는건가? 아니라면 지금이라도 철수 명령을 내리겠다.”
“물론이다. 헌터들이 얼마나 버티느냐에 달렸지만.”
“그거라면······. 걱정마라.”
콰앙!
강기를 두른 너클을 부딪힌 그렉스가 근육을 부풀리며 전방으로 뛰어나갔다. 그가 뛰어내린 자리에 강력한 낙뢰가 떨어지며 주변의 언데드들을 산산조각냈다.
“오오. 그렉스 헌터······. 역시 세계 1위. 눈에 잘 새겨놔야겠어요.”
그렉스의 활약을 지켜보던 엘리스가 눈을 반짝였다.
헌터에 관심이 많은 엘리스 답다.
나는 엘리스, 윤서현을 불러 작전의 개요를 설명했다.
“실제로 움직이는 건 윤서현 헌터와 저만이 될 겁니다. 물론, 엘리스의 역할도 중요하지만요.”
“하지만 적진 한가운데로 뛰어든다니, 그건 자살이나 다름 없지 않아요?”
윤서현이 불안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렇다.
이 작전은 부패의 마족이 위치한 성까지 공간 이동으로 단숨에 도약하는 것이었다.
“부패의 수호자란 6인의 언데드가 우리를 막아설 겁니다. 그들이 가진 힘은 최상위 마족을 가볍게 웃돌 거고요.”
“더더욱 위험하잖아요.”
“괜찮습니다. 제약은 공평하게 적용됩니다. 지금은 우리의 약점도 없어졌으니까요.”
“우리의 약점이라면······. 인간의 약점이요?”
“그렇죠. 동시에 적이 방심하고 있을 지금이 적기입니다.”
처음부터 놈의 면전에 절대 신성을 박아 넣었더라도 이길 순 없었을 거다.
아직 부패의 마족에겐 예비 신체 하나가 남아 있으니까.
콰아아앙! 콰앙!
붉게 물든 하늘에서 새빨간 유성우가 떨어져내기 시작했다. 유성우는 그대로 지면에 낙하해 굉음과 함께 일대의 언데드들을 박살냈다.
천성호도 그 사이에 많이 성장한 모양이다.
신태양이 만들어내는 푸른 검기, 신아람이 만들어내는 붉은 검기가 어지러히 대지를 가로지른다.
하지만 이 힘은 무한하지 않다.
우리가 움직이지 않는다면, 언젠가 힘을 다할 거다.
“좋아요. 까짓꺼 한 번 해보죠.”
각오를 다진 윤서현이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그러면······.”
출발하기 전에 문득 떠올랐다.
– 사람이 왜 이렇게 무뚝뚝해요?
– 주변을 좀 둘러 보란 말이야!
아카식 레코드의 기록체험에서 윤서현과 진세아가 내게 했던 말들.
나는 윤서현을 향해 다시 한 번 말했다.
“여기까지 설명이 불친절했던 점이나 궁금한 점 있습니까?”
“네? 없어요, 갑자기 무슨 소리에요. 빨리 가죠. 한시가 급하다면서요.”
“······.”
이게 아닌가.
“······그럼 출발하죠. 준비 됐습니까?”
“물론이죠.”
나는 윤서현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 동료 윤서현이 ‘공간이동 Lv.10’을 발휘합니다. 』
공간이 일렁이기 시작했다.
언데드로 가득했던 검은 대지가, 헌터들이 벌이는 전투의 열기와 함성이 일시에 희미해져간다.
이윽고 우리의 앞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어두운 성의 내부.
왕좌에 거만한 자세로 앉아 있는 부패의 마족과 그의 옆을 보좌하는 6인의 부패의 수호자였다.
“응······?”
부패의 마족의 미간이 좁혀졌다.
* * *
부패의 마족은 당황했다.
이지한과 윤서현을 바라보는 그의 눈동자가 미묘하게 흔들렸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죽이려던 상대가 눈 앞에 떡하니 나타났다.
‘대적자? 정말인가?’
아무리 실력에 자신 있다고 한들, 성채 가운데로 직접 쳐들어 올 줄은 상상도 못했기에. 그가 손을 뻗자 마기가 성 전체로 퍼져나갔다.
‘무슨 속셈인거지?’
부패의 수호자 중 하나가 공간 마법을 발휘했다. 공간 마법으로 이곳까지 들어 온 놈들이 바깥으로 빠져나갈 수 없도록.
성채는 견고할 뿐 아니라, 마법적으로도 완벽히 구축된 요새.
이 공간에 들인 이상 빠져나가는 건 불가능하다.
“이해가 가지 않는군. 제 발로 죽으러 들어 온 건가? 아니면······.”
대적자는 초월체를 쓰러뜨렸다. 그러니, 자신의 실력을 과신할만도 하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부패의 마족의 눈썹이 일그러졌다.
‘아니, 과신이 아니라······. 정말로 날 쓰러뜨릴만한 힘을 가지고 있는건가?’
그럴 리는 없다.
그랬다면 처음부터 자신을 노리고 쳐들어왔을테니까.
그렇다면 어째서 대적자는 제 발로 여기까지 들어 온 거지?
그의 생각이 깊어지려는 찰나, 성 내부에 이지한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사도 부패의 마족 라그나.”
대적자가 자신의 진명을 알고 있다는 사실에 부패의 마족의 얼굴이 다시 한 번 일그러졌다.
“네가 그 이름을 어떻게 아는건지······. 참으로 궁금하군.”
“대답해 줄 것 같은가?”
이지한의 말에 부패의 마족이 입가를 비틀어 올렸다.
“······대답하지 않아도 좋다. 어차피 네 시체로부터 확인하게 될테니.”
문답무용.
대적자로 인해 너무 많은 자원을 소모했다.
그가 정확히 무슨 힘을 가지고 있는지 여전히 파악되지 않는다.
따라서 부패의 마족은 조용히 손을 들어 올리려 했다.
그의 지시에 6마리의 부패의 수호자가 대적자를 공격할 것이었다.
그러나 그 찰나의 순간에.
콰아앙!
대적자가 땅을 박차고 뛰어 올랐다.
“!”
예상을 뛰어 넘은 속도였다.
문명계의 수준으론 결코 도달할 수 없는 압도적인 빠르기.
SSS급 헌터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의 능력이었다.
그러나 부패의 마족이 대처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수많은 차원의 패자로 군림해 온 그였으므로.
‘결국 한다는 게 이건가? 최후의 발악치고는 형편 없군.’
허나, 꽤 괜찮은 시도였다.
실제로 대적자가 눈 앞에 나타났을 때는, 자신마저도 당황했으니까.
그리 생각을 마친 부패의 마족이 손을 마저 들어 올리려는 찰나였다.
한 가지의 가능성이 부패의 마족의 머리를 스쳐지나갔다.
‘아니, 정말로 대적자가 아무 준비도 없이 이곳에 왔을리가.’
마족들의 계획을 차례차례 쳐부수고, 종국에는 초월체 언데드마저 쓰러뜨린 대적자가 그저 운에 맡긴 돌진으로 모든 걸 끝내려고 한단 말인가?
오랜 세월에 걸친 부패의 마족의 감이 경종을 울리고 있었다.
‘무언가가 있다.’
하지만 그 무언가가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그 찰나의 망설임이 이지한에게 틈을 만들어줬다.
고작해야 반 걸음.
그러나 부패의 마족을 정확히 베어낼 수 있는 거리였다.
‘쯧, 쓸데 없는 생각이 깊었군.’
부패의 마족이 손을 들어 올렸다. 부패의 수호자들은 늦을 수밖에 없었다.
뭐가 되었든 여기서는 승부를 봐야했다.
이지한을 둘러싼 모든 방향에서 마기와 함께 뼈창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단순한 뼈창이 아니었다.
사도의 마기를 듬뿍 머금은 치명적인 공격이 대적자를 전방위에서 노리고 있었다.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분명 그랬을 터인데.
촤아아악!
“?!”
부패의 마족의 몸이 절반으로 나뉘어졌다. 그의 신체 뿐만이 아니었다. 성의 내부를 반으로 가로지르는 선 하나가 선명하게 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이해할 수 없었다.
여지껏 보아온 적도 없는 불가해한 힘.
분명 대적자는 검을 휘두르기도 전이었을텐데.
콰아아아앙——!
어째서 자신의 몸이 잘려 있단 말인가.
성이 통째로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절대로 놓치지 말아라!”
부패의 마족이 부패의 수호자들에게 명령했다.
이까짓 상처쯤이야 회복하면 그만이다.
그러나 놈들은 이미 자신의 영역에 발을 들였다.
빠져나갈 수단은 공간 이동이 유일할 터.
‘웃어······?’
그러나 이지한은 웃고 있었다.
그를 향해 달려드는 6명의 수호자들의 무기가 휘둘러지고 있음에도 눈 하나 까딱하지 않은 채 말이다.
“역시 시간에 대한 대비는 하지 않은 모양이군.”
『 동료 엘리스가 스킬 ‘시간 조작 Lv.10’을 발휘합니다. 』
이지한과 윤서현의 모습이 푸른 잔상을 남기며 사라졌다.
부패의 마족과 그의 성채에 큰 상처를 남긴 채.
쿠구구구구······!
단단했던 성채가 차례차례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몸이 반으로 나뉜 부패의 마족이 마기로 몸을 수복하려고 했지만, 어째선지 회복되지 않는다. 알 수 없는 끔찍한 통증이 그를 잠식할 뿐이었다.
“대적자——!”
분노에 찬 부패의 마족의 외침이 무너진 성채 전체에 울려 퍼졌다.
* * * *
우리는 다시 본래의 전장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사부님! 서현 언니! 무사해서 다행이에요!”
“후우······. 후······. 주, 죽는 줄 알았네······.”
윤서현의 머리카락이 땀으로 흠뻑 젖어있었다. 부패의 마족과 부패의 수호자들. 그들의 격을 받아내는 것만으로도 정신적으로 한계였다.
실제로 그 자리에서 싸워서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
6명이 수호자 전부를 나 혼자 상대하는 건 불가능하다.
‘운이 좋았군.’
작전은 성공적이었다.
“그래서, 성공했어요······? 목적이 있었다면서요.”
부패의 마족에게 일자베기를 사용하는 건 작전의 일부.
나는 지나간 시스템 로그를 확인했다.
『 별빛의 검(2★)의 특수 효과 ‘역전의 기회’를 사용합니다. 』
『 이계 규율에 의해 선공권이 발휘됩니다. 』
별빛의 검의 선공권 덕분에 놈에게 확실한 피해를 줄 수 있었다.
나는 윤서현의 성공했냐는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 기회에 설명해두겠습니다. 제 능력 중 하나는······. 타인의 능력을 가져오는 것입니다. 그게 적이라고 해도 예외는 없습니다.”
“네······. 아니, 네?”
『 대상의 진명(眞名)을 알고 있습니다. 』
부패의 마족의 진명은 라그나.
그의 정보가 담긴 아카식 레코드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 대상의 종족과 주특기를 알고 있습니다. 』
종족은 마족, 주특기는 강령술(네크로맨시)과 부패.
『 대상에 대한 정보가 충분합니다. 』
『 ‘사도 부패의 마족’의 재능 중 하나를 선택합니다. 』
놈의 무수한 재능 중에서 나는 한 가지를 골랐다.
약점이 없는 언데드.
그걸 상대하기 위해서 필요한 건 하나다.
나도 같은 규모의 군대를 소유하면 된다.
『 재능 ‘부패한 자의 강령술(SSS)’를 선택하셨습니다. 』
『 조건 달성시 일시적으로 해당 재능을 소유합니다. 』
곧이어 내 앞으로 떠오르는 조건 하나.
그러나 나는 그것을 무시하고 손에 초월의 코인을 쥐었다.
순백의 코인이 새하얀 빛을 뿜어냈다.
이 코인의 진정한 사용법은 인과의 조정에 있다.
초월자들이 시스템의 인과를 무시하고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수단이 바로 이 초월의 코인이다.
그러니 시스템의 지배하에 있는 인과는.
이것을 지불하는 것으로 대신할 수 있다.
『 초월의 코인 3개를 소모하여 ‘부패한 자의 강령술(SSS)’을 습득합니다. 』
『 특수 스킬 ‘부패의 마족 : 절대 강령 Lv.1’을 습득합니다. 』
파아아아—!
검은 기운이 전신에 스며든다. 거부감은 없다.
놈이 소유한 지식과 기술이 내게 스킬이 되어 깃든 것이니.
재능의 탈취.
이것이 이번 작전의 진정한 목적.
약점이 없는 언데드 군단을 사냥할 수 있는 방법은.
똑같은 언데드 군단 뿐이다.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부패의 마족.
네 놈의 해골 군단을 전부 집어 삼켜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