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100 thousand reincarnation he became a transcendent hunter RAW novel - Chapter 211
211화 시체를 넘어서(3)
“이지한 헌터가 돌아왔다!”
“여기서 못 버티면 죽는다는 각오로 버텨라!”
공략대가 함성과 함께 미친듯이 무기를 휘둘렀다.
사방에서 물 밀듯 쏟아지는 언데드들.
잠시라도 공격을 멈추면 진형이 붕괴될 것 같은 아슬아슬한 상황이다.
콰앙! 콰가가각!
그러한 전장의 중심.
시스템 창의 확인을 마친 나는 고개를 들어 올렸다.
‘예상보다 헌터들이 잘 버텨주고 있다.’
나는 품 안에서 뼛 조각 세 개를 꺼내들었다.
윤서현이 뼛조각을 보고 눈을 가늘게 떴다.
“그 뼛조각은 뭐에요? 아, 설마······.”
“맞습니다. 신성 마법계에 있던 전설의 3인방의 유해.”
소드마스터 아간트.
대마법사 아카겔.
필멸의 궁수 로멘.
이 순간을 위해,
신성 국가의 창시자인 이들의 유해를 챙겨두었다.
촤아악!
나는 그 뼛조각들을 허공에 흩뿌렸다.
『 특수 스킬 ‘부패의 마족 : 절대 강령 Lv.1’을 발휘합니다. 』
덜그럭, 덜그럭!
자그마한 뼛조각들은 순식간에 크기를 키워 본래의 모습을 갖추었다.
부패의 마족이 기술 ‘절대 강령’은 일반적인 네크로맨시 스킬들과는 작동 방식이 다르다.
우선 원본이 되는 시체가 무엇이냐에 따라 그 힘이 결정된다.
『 (레전더리) 스켈레톤 소드마스터 Lv.1 』
『 (레전더리) 스켈레톤 아크메이지 Lv.1 』
『 (레전더리) 스켈레톤 보우마스터 Lv.1 』
눈가에서 흉흉한 황금빛 안광을 내뿜는 세 마리의 언데드.
아크메이지는 허름한 로브를 걸치고 있었으며, 소드마스터 또한 허름한 무구를 걸치고 있다. 하지만 그 성능은 일반 해골 병사와 비할 게 못된다.
“가서 싸워라.”
나는 그들에게 손짓했다.
명령과 동시에 세 마리의 언데드가 해골 병사들을 향해 돌진했다.
콰드드득!
소드마스터의 검격 한 번에 부패의 마족의 해골 병사 다섯 마리가 박살이 났다.
콰가가각!
아크 메이지의 파괴 마법이 해골 병사들을 휩쓸고, 뒤쪽에서 발사된 보우마스터의 화살이 해골들의 머리를 깨부쉈다.
“화, 확실히 강하기는한데······.”
“세 마리로는 부족하지 않나요?”
엘리스와 윤서현의 시선이 검은 대지를 새까맣게 뒤덮은 군대를 향했다.
적진에 목숨을 걸고 뛰어들었던 것치고는 아쉽다.
그런 이야기겠지.
확실히 그렇다.
고작 이 세 마리의 스켈레톤 병사로 바꿀 수 있는 건 없다.
적의 병사는 이 땅을 뒤덮을만큼 있으니까.
하지만.
“걱정 안해도 됩니다. 제가 가져온 기술은 부패의 마족이 사용하던 네크로맨시. 일반 강령술과는 차원이 다르거든요.”
거기에 내 50만배의 경험치가 더해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촤르르르륵!
『 스킬 ‘부패의 마족 : 절대 강령 Lv.2’를 획득합니다. 』
『 스킬 ‘부패의 마족 : 절대 강령 Lv.3’를 획득합니다. 』
···
..
『 스킬 ‘부패의 마족 : 절대 강령 Lv.10’를 획득합니다. 』
『 추가효과 : 소유한 모든 언데드의 능력치가 100% 증가합니다. 』
내가 만들어낸 언데드들이 전투에 참여하며, 내가 가진 절대 강령의 경험치가 빠르게 상승했다. 순식간에 기존의 마스터 레벨에 도달했다.
츠즈즈즛!
세 마리의 스켈레톤이 검은 스파크를 내뿜으며 눈 앞의 적들을 불도저처럼 밀고 나가기 시작했다.
“뭐, 뭐야. 이 해골들은······. 적을 공격하는데?”
“이지한 헌터가 소환한 언데드다! 다들 주의해서 공격해!”
해골을 쓰러뜨리면 쓰러뜨릴수록, 적을 박살내면 박살낼수록 세 마리의 전설 스켈레톤들이 펼치는 공격의 규모가 증가했다.
콰아아앙—!
세 마리를 부수는데서 그쳤던 참격이, 주변의 일대와 중대 규모의 해골 병사들을 일격에 지워냈으며.
콰과과과광!
작은 범위를 지원하던 아크 메이지의 마법은 더욱 넓은 지역을 초토화 시켰다. 연달은 폭발에 적 해골 병사들의 뼈 파편이 하늘로 솟구쳤다.
내가 소환한 언데드들은 착실히 성장을 거듭하고 있었다.
소환수에는 당연하게도 레벨이 존재한다.
그것은 오르티마와 마찬가지.
강령술로 만들어낸 소환수라고해도 크게 다르지 않다.
즉, 50만배의 경험치 배율을 공유한다는 뜻.
『 소환수의 레벨의 상승합니다! 』
『 소환수의 레벨의 상승합니다! 』
『 소환수의 레벨의 상승합니다! 』
···
『 소환수의 레벨의 상승합니다! 』
눈이 아플 정도의 메시지 창이 빠르게 솟아오른다.
나는 스켈레톤 소드 마스터의 레벨을 확인했다.
『 (레전더리) 스켈레톤 소드마스터 Lv.164 』
‘좋군.’
방금 전까지 1레벨이었던 소드마스터 스켈레톤의 레벨이 지금은 164다. 내 언데드들은 압도적인 속도로 성장하고 있었다.
콰아아앙—!
헌터들과 비교해도 손색 없는 전투.
“지, 진짜 잘 싸우네요. 어떻게 저렇게 한순간에······.”
“우리가 싸웠던 그 언데드랑 거의 일치해요.”
윤서현과 엘리스가 감탄을 내뱉었다.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부패의 마족의 강령술.
이건 강령술의 재능을 타고난 마족이 무구한 세월에 걸쳐 빚어낸 강령술의 극치다.
놈이 열화 명계를 가득 채울만큼의 언데드를 거느릴 수 있는 건 모두 이 강령술 덕.
그리고 그 힘이 지금 내게 있다.
『 스킬 ‘부패의 마족 : 절대 강령 Lv.11’를 획득 및 발휘합니다. 』
『 추가효과 : 소유한 모든 언데드가 전투를 학습합니다. 』
내가 손을 들어 올리자 사방에 조각 나있던 뼛조각들이 자라나기 시작했다. 세 마리의 전설 언데드에게 파괴된 놈들이 재구성되기 시작했다.
덜그럭, 덜그럭!
덜그럭, 덜그럭!
검은 대지에서 고개를 드는 수 백 마리의 해골 병사들.
그들의 눈두덩이에서 황금빛 귀화가 피어난다.
이제 이들은 나의 것이다.
입을 벌린 채 멍하니 해골 병사들을 지켜보던 윤서현이 나를 바라봤다.
“자, 잠깐······. 괜찮은거에요? 마력이라던가.”
이만한 수의 소환수를 부리기 위해선 막대한 양의 마력을 필요로 하는 게 일반적이다.
“네, 괜찮습니다. 일단 한 번 만든 언데드는 쓰러질 때까지 유지되기도 하고, 마력이 될만한 자원은 얼마든지 있으니까요.”
“자원이요?”
부패의 마족이 다스리는 이곳 열화 명계는 완전히 마계화 되어 있다.
즉, 이 세계 전체를 마기가 가득 채우고 있단 의미.
그건 무한한 자원이나 다름 없다.
『 레전더리급 스킬 ‘공간의 여제 : 절대 마력회로 Lv.10’을 발휘합니다. 』
『 절대 마력회로가 마기를 마력으로 전환합니다. 』
이전 멸망한 미래에서 초마도파괴 광선을 사용했던 것처럼.
내 절대 마력회로가 마기를 마력으로 바꾸어주고 있으므로.
나의 자원은 무한이나 다름 없다.
놈이 마계로 만든 이 땅이 내게는 무한한 마력의 원천이 된다.
거꾸로 생각해보면 놈의 절대적인 자신감에는 이런 이유가 있었던 거다.
‘부패의 마족. 자신의 패배를 생각해 본 적도 없겠지만······.’
덜그럭, 덜그럭!
덜그럭, 덜그럭!
붉은 하늘 아래 내가 만들어낸 수백의 해골 병사들이 진격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한 마리의 적을 쓰러뜨릴 때마다 적어도 수십 배는 견고해질 것이다.
그리고 쓰러뜨린만큼 새로운 언데드를 만들어 낼 것이다.
‘이번에는 고심 좀 해야 할 거다.’
진짜 반격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 * *
믿기지가 않는 광경이었다.
“······정말로 밀어내고 있잖아.”
눈 앞에서 펼쳐지는 말도 안되는 광경에 그렉스가 헛웃음을 지었다.
아까까지만 해도 적이었던 해골들이 지금은 같은 해골들을 쳐부수고 있다. 부서진 해골들은 또다시 몸을 일으켜 공략대에 가담한다.
푸른 눈빛의 언데드로 가득했던 전장이 점차 황금색 눈을 가진 언데드들로 바뀌어 나가고 있었다.
“뭐, 뭐야? 해골들이 더 이상 달려들지 않는데?”
“아니, 그게 아니야. 아군이 늘어난거야.”
정신없이 검을 휘두르던 헌터들도 압박감이 사라진 것을 느꼈다. 그들이 뒤를 바라보자, 수백 마리의 해골들이 푸른 귀화를 풍기며 전진하고 있었다.
중대에 불과했던 이지한의 해골 병사들은 빠르게 세를 부풀려 대대급으로 성장했다.
그럼에도 멈추지 않는다.
계속해서 그 수는 늘어가고 있었다.
“허억, 허억······.”
“서, 성공한건가? 해골들이 우리 편이 된거야?”
“뭐가 어떻게 된거야?”
힘겹게 막아내던 적의 공격이 사라지고 헌터들이 쉴 틈이 생겨났다.
눈 앞에서 일어나는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는 자는 없었다.
검을 바닥에 꽂은 채 땀을 닦아낸 영국 헌터가 허탈한 웃음을 내뱉었다.
“무슨 수를 쓰면······. 한 명의 헌터가 이런 일을 벌일 수 있는거지······?”
이지한의 해골들은 마치 자아라도 가진 듯 압도적인 전투력을 보여줬다.
해골 하나가 가진 전투력이 A급 헌터에 못지 않다.
일반적인 해골 병사들론 상대가 안되는 게 당연했다.
쿠우우우웅!
빌딩 크기의 초거대 스켈레톤도 금방 무너져내렸다. 놈의 몸에 올라탄 수백 마리의 해골 병사들의 견디지 못하고 쓰러진 것이다.
“아······.”
더 이상 헌터들이 직접 움직이지 않아도 될 지경이었다.
이 비현실적인 감각에 헌터 하나가 중얼거렸다.
“지금 꿈을 꾸고 있는건가······?”
“정신 차려. 꿈은 무슨 꿈이야.”
“굉장하군······.”
방금까지 필사적으로 언데드들을 막아낸 보람이 있었다.
정말로 이것이 이지한이라는 헌터 개인의 업적이란 말인가?
전장이 해골들에 의해 지배되기 시작하자 헌터들은 중심부로 모여들었다.
이지한을 찾아서.
“이지한 헌터는 어디에 있지?”
미국 넥스트 길드의 길드장 그렉스도 마찬가지였다.
마구 휘두르던 주먹을 내린 그렉스.
그의 입가에 진심 어린 미소가 피어났다.
‘어이, 백묵. 이건 대단한 정도가 아니잖냐.’
그렉스의 친구이기도 한 백묵.
백묵은 이지한이란 인물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만간 그를 자신과 함께하게 만들겠다는 말도 덧붙였었다.
‘뭐? 자신을 따르게 하겠다고? 누가 누구를······?’
하지만 그렉스가 직접 확인한 이지한은 누군가가 품을 수 있는 그릇이 아니었다.
‘대체 이만한 헌터가 어떻게 지금까지 숨어 있을 수 있었던건지 궁금해 미칠 노릇이군.’
흥분한 그렉스가 주변을 둘러봤다.
헌터로서 정점에 올라 더 이상 새로운 것은 없다고 생각했건만.
그건 자신의 오만한 생각이었음을 그렉스는 깨닫았다.
이지한 헌터.
그와 이야기를 더 나눠보고 싶었다.
어떻게 그런 힘을 얻은 건지.
앞으로 무슨 세상을 꿈꾸고 있는지 이야기하지 않고선 참을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런데.
이지한이 어디에도 없었다.
그렉스는 그와 함께 다니던 금발의 여자애를 하나 붙잡아서 물었다.
“이지한 헌터는 어디에 있는거지?”
“그, 그렉스 헌터! 사부님은 저기에 있어요······.”
눈을 반짝이던 엘리스가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켰다.
붉은 창공을 가로지르는 거대한 목룡.
분명 저기라면 모든 상황을 한 눈에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그래, 그렇단 말이지.”
다른 헌터들도 이지한을 찾아 헤매고 있었다.
그렉스는 망설이지 않았다.
콰아아앙!
곧바로 땅을 박차고 달려나갔다.
이지한을 따라잡기 위해서.
* * *
“크으윽······.”
부패의 마족이 무너진 성의 잔해 속에서 신음했다.
근처의 시체를 끌어 모아 임시로 몸을 기워낸 뒤에야 간신히 일어날 수 있었다.
“내가 얼마나 쓰러져 있었던 거지?”
“3시간 정도입니다.”
“큭, 굴욕도 이런 굴욕이 없군. 대적자는 도망쳤나?”
“예, 놓쳤습니다. 저희 중에 시간을 다룰 수 있는 자는 없기에.”
부패의 수호자 중 하나인 ‘전사’가 대답했다.
억지로라도 시공의 마족을 붙들었어야 했나?
그런 후회가 부패의 마족을 스쳐지나갔다.
어쨌든 꽤 시간이 지나 있었다.
대적자에게 당한 상처가 범상치 않았다.
통각을 차단했는데도 이상하게 고통에 몸이 뜯겨나갈 것만 같았다.
후두둑.
“······?”
부패의 마족이 자신의 몸 아래를 내려다봤다. 억지로 끼워 맞춘 장기가 바닥으로 떨어져 있었다.
‘허, 이상하군.’
마기를 아무리 사용해도 신체가 회복되지 않는다.
다른 시체의 장기를 사용해봐도 마찬가지였다.
지울 수 없는 상처가 남은 것처럼 자꾸만 분리된다.
‘무슨 공격을 맞은 건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군.’
그래도 괜찮았다.
예비 신체로 갈아타면 그만이었다.
마지막 하나 남은 예비 신체를 미리 열화 명계로 가져와 두길 잘했다.
“인간들은 어떻게 됐느냐?”
“그것이······. 직접 보시는 게 좋을 듯 합니다.”
정신을 잃고 있었다곤 하나, 언데드 병사들은 미리 내려둔 명령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었을 거다.
압도적인 수의 병력이었다.
고작해야 수 백명의 헌터들로는 절대로 막아낼 수 없다.
대적자가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그 힘이 무한하지는 않을테니.
지금쯤이면 모든 헌터들이 체력을 전부 소진했을 터.
그리 생각하며 부패의 마족이 눈을 감았다.
까마귀 언데드의 시야가 공유되며 전장의 시야가 한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
상황을 확인한 부패의 마족의 미간이 좁혀졌다.
자신이 무언가 잘못 본 게 아닌가? 그리 의심할 정도였다.
대지를 덮고 있던 무수한 언데드의 병력이 차례차례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초거대 스켈레톤, 언데드 메이지, 언데드 비스트 뭐 하나 할 것 없이.
‘······.’
많은 수의 병력이 빠르게 지워져 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 빈자리를 황금색 눈빛의 언데드들이 채우고 있었다.
황금빛의 물결이 새까맣던 대지를 차츰차츰 물들여 간다.
부패의 마족은 할 말을 잃었다.
일자베기에 당한 고통조차 잊을 정도였다.
대적자······?
이런 능력이 있었다고?
그가 강령술에 자질이 있었나?
그런 이야기는 들어 본 적도 없었다.
아니, 아무리봐도 이 능력은 마치 자신의 강령술과 같지 않은가.
비슷하다.
아니, 똑같다고 해도 될 것이다.
그런데 이 힘의 차이는 도대체 뭐란 말인가······.
능력의 복사가 틀림 없었다.
대적자의 능력은 그것이었나?
‘절대 신성을 막아냈더니, 이번에는 내 능력을 가져가?’
이대로라면 대륙 전체가 이지한의 손에 들어 오는 건 시간 문제였다.
부패의 마족이 6인의 부패 수호자들에게 손짓했다.
“나는 신체를 바꿔오겠다.”
지금 신체로는 제대로 힘을 낼 수가 없었다.
손상이 극심하다.
‘예비 신체를 미리 열화 명계에 가져 오길 잘했군.’
대적자가 신성 마법계처럼 미리 선수를 칠 수도 있을 거라 생각해서 옮겨둔 게 좋게 작용했다.
‘대적자······. 네 놈은 명백한 적이다. 마계에 위험이 될 치명적인 존재. 무슨 수를 써서라도 제거 해주마.’
지금까지 부패의 마족은 자신의 패배를 조금도 생각하지 않았다.
그도 그럴게 이만한 수의 군사와 다시 일으킬 마기가 존재했으므로.
그러나 방금 확신했다.
대적자의 힘은 비정상적이다.
자신이 패배해도 이상하지 않다고, 부패의 마족은 판단을 내렸다.
전력을 다해야 했다.
“너희들은 내가 신체를 바꿔 올 때까지 대적자를 상대해라.”
상처를 부여 잡은 부패의 마족의 붉은 눈동자에 선홍빛 이채가 서렸다.
“100% 전력을 발휘해라. 대적자가 소유한 군대를 지도 상에서 지워라. 대륙을 갈라도, 섬을 침몰 시켜도 문제 없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대적자를 막아라.”
“알겠습니다.”
처억.
부패의 수호자 6인이 일제히 고개를 숙였다.
차원을 제패한 전설보다 더욱 전설 같은 존재들.
전해져 오는 영웅담은 한때 그들이 신을 죽였다고 말하기도, 행성의 모든 생명을 절멸 시켰다고 말한다.
6인의 힘에 비하면 언데드 병사들의 전력 따위 아무것도 아니다.
아무것도······. 그리 부정하기엔 이지한이 거느린 언데드들의 전투력이 심상치 않다는 게 문제였지만.
‘우선은 새로운 신체다.’
부패의 마족은 마기를 사용해 허공으로 날아 올랐다.
그가 예비해 둔 신체는 명계의 지하에 따로 보관되어 있다.
이 방법도 무적은 아니었다.
본체가 죽어버리면 부활하기 위해 순도 높은 마기가 필요했다. 부활 시에 시공의 마족이 곁에 있었던 이유다.
아직 본체의 목숨이 남아 있는 지금.
직접 자신의 영혼을 옮겨야 했다.
부패의 마족은 붉은 하늘을 가로질러 은신처로 이동했다.
쿠구구궁······.
돌로된 문이 육중한 소리와 함께 열렸다.
일부러 성채와는 멀리 떨어진 장소에 예비 신체를 안치해 두었다.
만에 하나에 대비한 방책이었으나, 이런 식으로 예비 신체를 낭비하게 될 줄이야.
‘잘 있군.’
석재 복도를 지나 도착한 방 안에는 관 하나가 놓여 있었다.
저곳이 예비 신체를 보관해 둔 장소.
부패의 마족이 빠른 걸음으로 관을 향해 다가갔다.
욱신 거리는 고통이 여전히 심하다.
한시라도 빨리 이 망가진 신체를 버리고 싶었다.
덜컹.
그가 관뚜껑을 열어젖혔다.
그러나, 그 내부를 확인하는 순간.
그는 굳어질 수 밖에 없었다.
“······없잖아.”
관 속은 아무것도 없었다.
텅 비어 있었다.
‘어, 어떻게······?’
부패의 마족.
그의 눈동자가 미친듯이 흔들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