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100 thousand reincarnation he became a transcendent hunter RAW novel - Chapter 214
214화 타오르는 재능(3)
일자베기의 푸른 선이 마법사를 갈랐다.
콰아아아—!
밤하늘에 새겨진 아름다운 선이 곧은 궤적을 그리며 끝없이 창공을 가로 질렀다.
마법사의 신체는 덧없이 허공으로 흩어졌다.
처억.
나는 공중에서 마법사의 뼛조각을 손에 쥐었다.
‘첫 일자베기는 빗나갔다. 하지만······.’
부패 수호자라는 이름이 우스울 정도로 간단한 승부였다.
의기양양하게 나선 것 치고는 허무한 죽음.
‘나한테도 쉬운 상대는 아니었을 터.’
부패 수호자들은 차원을 제패한 전설적인 영웅이다.
다른 조들과 마찬가지로 나도 마법사를 처치할 생각은 없었다.
놈의 뼈를 잘라내 새로운 수호자를 복사해 내는 게 확실한 방법이니까.
그런데 승부의 결과는 의도치 않은 승리였다.
그것도 압도적인 승리.
내가 강한 게 아니었다.
놈의 능력치는 마법사와 호각이거나 동등했다.
그럼에도 완벽한 승리를 얻어낼 수 있었던 건······.
“그 기술 굉장하네요. 좋았습니다.”
전적으로 윤서현 헌터의 덕이었다.
솔직히 놀랐다.
“그래요? 다행이네요. SS급 게이트에서부터 쭉 생각했거든요. 뭘 어떻게 하면 지한씨한테 도움이 될 수 있을까 하고요.”
내 칭찬에 윤서현 헌터가 환하게 웃었다.
“다음번에도 부탁드리겠습니다.”
“맡겨만 주세요.”
그녀의 신기술은 이후 사도와의 전투에서도 큰 힘을 발휘할 거다.
아니, 비장의 무기라고 봐도 좋을 정도였다.
‘그러면 이제······.’
나는 아이템 찬란한 성배의 스킬 레벨 상승 효과를 ‘절대 강령’으로 옮겼다.
스킬 향상의 반지와 성배의 효과로 절대 강령의 레벨은 14.
휘익.
부패 수호자 ‘마법사’의 뼛조각을 허공으로 던졌다.
『 특수 스킬 ‘부패의 마족 : 절대 강령 Lv.14’를 발휘합니다. 』
번쩍!
황금빛 번개가 허공에서 내리쳤다. 금빛 섬광과 동시에 뼛조각에 불과했던 유해가 서서히 형체를 갖춰갔다.
자라나기 시작한 뼈 위로 핏줄과 피부가 재생되어간다.
대기에 존재하는 마기가 마력으로 전환되며 놈에게 생명을 부여한 것이다.
완성된 모습은 부패의 수호자 ‘마법사’와 똑닮아 있었다.
다른 점을 찾자면 새하얀 로브를 뒤집어 쓰고 있다는 것 정도.
“주인이시여. 명령을.”
그러나 이제 마법사는 부패의 마족의 명령이 아닌 내 명령을 듣는다.
“엇.”
절대 공간 인지로 대륙을 확인하던 윤서현의 눈이 커졌다.
“신태양과 성호가 유해 강탈에 성공했어요. 바로 공간을 연결할게요.”
윤서현 헌터에게서 보랏빛 기운이 퍼져나갔다. 공간이 왜곡되며 멀리 떨어져 있는 장소가 단번에 연결 되었다.
나는 그 방향을 향해 마력을 흘려보냈다.
번쩍!
대지의 저편에서 다시 한 번 황금빛 낙뢰가 내리꽂혔다.
부패의 수호자 ‘전사’와 동일한 개체가 모습을 드러낸다. 그 강력한 기운이 대륙 전체로 훅 끼쳐온다.
다른 장소에서도 비슷한 시기에 뼛조각을 강탈하는데 성공했다.
부패의 수호자들 개개인이 가진 힘은 지극히 강대하다.
완전히 이기는 건 어렵다.
하지만, 상처를 내고 뼛조각을 뺏는 것만이라면 난이도는 대폭 낮아진다.
내 입가에 만족스런 미소가 떠올랐다.
‘순조롭군. 다들 잘해주고 있어.’
부패의 수호자가 둘.
본래라면 있을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스킬 ‘부패의 마족 : 절대 강령’의 법칙에 따르면 하나의 유해로 만들 수 있는 건 한 마리까지다.
그러나 현시점, 이 세계에 절대 강령은 두 개 존재한다.
‘하나는 부패의 마족, 다른 하나는 나다.’
그게 같은 뼈를 매개로 하는 언데드가 둘이나 존재할 수 있는 이유였다.
번쩍! 번쩍!
황금빛 번개가 연달아 대지를 향해 떨어졌다.
부패의 수호자들이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그들과 똑같은 상대가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심지어 그 상대는 경험치가 50만배라면.
“마법사, 부패의 마족이 거느린 해골들을 처치하고 내가 지정한 방향을 지원해라.”
“알겠습니다.”
마법사가 새하얀 로브를 휘날리며 대지를 향해 내려갔다. 그녀의 주변으로 모인 강렬한 마력은 그녀가 지나가는 주변의 공간을 왜곡할 정도다.
“이제 부패의 수호자들을 끝장내죠.”
나는 윤서현 헌터를 바라보며 말했다.
위기는 넘겼다.
유해를 뺏어오는 가장 어려운 일을 해냈으니까.
이제부터는 우리의 반격이다.
* * *
콰아앙—!
이지(理智)의 수호자 전사.
그는 상대 부패의 수호자를 향해 돌진했다.
“이럴리가······.”
반대편에서 그 존재를 확인한 부패의 수호자가 중얼거렸다.
조금의 감정도 내비치지 않던 전사의 얼굴에 균열이 생겼다.
그가 명백히 동요하고 있단 뜻이었다.
부패의 수호자인 자신과 완전히 똑같은 존재가 하나 더 있다니······?
전사 마카이거.
세 개의 차원을 제패하고 절대적 폭군으로 군림했던 그다.
그가 죽음을 극복하고 다시 살아날 수 있었던 건 전부 부패의 마족의 덕이었다.
그런데, 어째서 저기에 자신과 똑같은 인물이 하나 더 있는 거란 말인가.
‘나는······. 내가 아닌 건가······?’
지금까지 유일하다 여겼던 자기 자신.
그 정체성이 무너져 내리려 하고 있었다.
처음으로 느낀 존재에 대한 의문.
그러나 그런 의문은 순식간에 씻겨져 내려갔다.
– 대적자를 막아라. 그의 군대를 지도상에서 지워라.
부패의 마족이 내린 명령만이 ‘전사’의 머릿속을 가득 채우기 시작했다.
콰아아앙—!
이지의 수호자와 부패의 수호자.
그 둘의 검이 격돌했다.
전에 없이 강력한 충격파가 대지 전체로 퍼져나갔다. 갈라져 있던 땅 위에 얼마 남지 않은 지반이 무너지고, 근처의 공기가 폭풍처럼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크윽······.”
“으악!”
천성호가 충격파에 균열 밑으로 떨어지려는 것을 신태양이 붙잡았다.
“야, 꼬맹이. 조심 좀 해.”
“안 잡아줘도 됐거든?”
“······놓는다.”
“아, 잠깐! 신태양 형!”
형이라는 말에 신태양이 씩 웃으며 천성호를 끌어 올렸다.
“뭐라고?”
“젠장. 말이 헛나왔네.”
절벽을 기어 오른 천성호가 옷을 털어냈다.
평소라면 충격파가 아무리 강해도 멀쩡히 버텼을 거다.
다만, 부패 수호자와 전면전을 벌이며 체력을 너무 많이 소모했다.
신태양도 마찬지였다.
늘 생기를 띄던 그의 눈동자에는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결국 이지의 수호자가 이기길 바라는 수밖에 없나.’
결국 이런 언데드에게 승부를 맡겨야 한다니.
스승의 기대에 더욱 부응하지 못한다는 게 아쉬울 따름이었다.
‘스승님보다 강해지는 건 솔직히 불가능하다.’
처음에는 그리 생각했었다.
열심히 한다면 닿을 수 있을 거라고.
시간이 흐르고, 스승 이지한의 활약을 지켜보며 그런 생각은 점점 희미해져갔다. 애초에 따라잡을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
그리고 지금에 이르러 그 생각은 더욱 강한 확신이 되었다.
따라잡을 필요는 없다.
그래도 발목을 붙잡지 않을 정도는 되야 하지 않겠는가.
까득.
‘더 강해져야 한다. 적어도 스승님께 힘이 될 수 있을만큼은.’
분한 감정에 못이긴 신태양이 이를 악물었다.
그 모습에 천성호가 히죽였다.
“뭐야, 어디 아파? 상처라도 나셨나? 호해줄까?”
“······. 재밌네. 더 해봐.”
승부의 결정권은 이미 저쪽에 넘어갔다.
이지의 수호자가 승리하느냐, 부패의 수호자가 이기느냐.
둘 중 하나였다.
이지의 수호자와 부패의 수호자는 여전히 검을 맞댄 채 대치하고 있었다.
힘의 균형은 팽팽하게 유지되고 있었다.
그러나, 이 균형은 의도적인 것이었다.
“그래. 그럴 리가 없지.”
부패의 수호자의 입가에 미소가 피어났다.
단 한 번의 격돌로 많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지의 수호자와 부패의 수호자.
이 둘 사이에는 순수한 힘의 격차가 존재했다.
그것도 부패의 수호자인 자신이 우세했다.
“내가 진짜다.”
확신에 찬 부패의 수호자 전사가 입을 열었다.
“모조품에 불과한 넌 날 이길 수 없다.”
“······별로 관심 없는 주제다.”
이지의 수호자는 검을 강하게 움켜쥐었다.
그 순간.
콰아아아—!
이지의 수호자 앞으로 부채꼴처럼 충격파가 퍼져나갔다.
그 공격을 온 몸으로 받아낸 부패의 수호자의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
“약하군. 그런 공격으로 날 쓰러뜨릴 수 있을 리가 없잖나. 내 모조품을 자처하면서 그 정도도 알지 못하는가. 실망이군.”
그러나 이지의 수호자는 담담히 검을 쥐고 있을 뿐이었다.
애시당초 눈 앞의 부패 수호자가 목적이 아니었기에.
콰아아아—!
뒤로 퍼져나간 충격파가 먼 거리에 있는 해골병사들을 덮쳤다. 충격과 함께 땅이 출렁이며 해골들을 순차적으로 깨부쉈다.
콰가가가가—!
균열에 떨어지지 않고 살아남았던 해골들이 전부 부숴졌다.
그 수는 자그마치 천에 달했다.
이지의 수호자의 목적은 처음부터 뒤쪽의 해골들이었다.
그들의 경험치는 예외 없이 50만배가 되어 이지의 수호자에게 흘러들었다.
『 명명 ‘이지의 수호자 : 전사’의 레벨이 상승합니다. 』
『 레벨이 상승합니다. 』
『 레벨이 상승합니다. 』
···
..
『 레벨이 상승합니다. 』
무수히 쏟아지는 메시지와 알림음.
SSS급 게이트에 존재하는 마물인만큼 경험치는 높게 책정되어 있다.
그것이 50만배로 뻥튀기 되었으니, 레벨은 단숨에 최대치에 도달할 수밖에 없었다.
그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이지의 수호자의 기세가 달라졌다.
주변의 공기가 한층 무겁게 가라앉으며, 맞대고 있던 검에서 솟아난 마력이 주위를 짓누르기 시작했다.
“······!”
부패의 수호자 또한 그 변화를 알아차렸다.
‘무슨······?!’
이해할 수 없는 것을 넘어 불합리한 성장.
파삭!
부패 수호자의 검이 칼날이 미세하게 부서졌다.
그것을 신호로 두 수호자의 검이 미친듯이 부딪히기 시작했다.
콰아아앙! 콰앙!
대지가 흔들리고, 나무가 뿌리째 뽑혀나간다.
충격파에 의해 근처의 산이 무너져 내리는 규모의 전투.
신태양과 천성호는 그 둘을 눈으로 쫓는 게 고작이었다.
아니, 충격파에 밀려나지 않게 땅에 검을 고정한 채 버티는 게 최선이었다.
이미 체력이 다한 둘로선 어쩔 수 없었다.
‘이게 스승님이 만들어낸 언데드······.’
그저 감탄하고 바라볼 뿐.
반면 부패의 수호자 전사는 동요를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어째서, 어째서냐.’
자신이 휘두르는 검과 정확히 똑같은 궤도로 검이 날아온다.
그 동작은 자신과 한치의 차이도 없다.
같은 역사가 깃든, 동일한 종류의 기술이 그를 노리고 날아든다.
그야말로 자기 자신과의 싸움.
그러나 아주 미세하지만 이지의 수호자 쪽이 강했다.
‘도대체 어째서 내가 밀리는거냐······!’
전사의 눈동자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같은 능력치를 가졌더라도 소유한 아이템이 질적으로 다를 터.
이지의 수호자는 제대로 된 아이템조차 걸치고 있지 않았다.
아무리 대적자가 부패의 마족이 사용하는 강령술을 베꼈다고 해도.
부패의 마족에게는 강령술 뿐만 아니라 언데드를 보조하는 다양한 스킬들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계속해서 밀려나고 있었다.
그 조그마한 간격이 끊임없이 누적되며 거대한 격차로 이어져 나간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 현재 필드 ‘마계’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
『 칭호 ‘마계의 재앙(災殃)’의 효과가 적용됩니다. 』
『 마(魔) 속성 대상 1,000%의 데미지가 적용됩니다. 』
이지의 수호자는 이지한이 소유한 언데드.
따라서 칭호는 소환수에게도 적용된다.
콰아아앙—!
처음 균열로 벌어졌던 절벽은 더욱 넓고 깊어졌다.
검기가 스치고 지나간 산이 깎여나갔으며, 더 이상 발을 디디고 서 있을 자리조차 없었다.
그나마 성한 대지에 거대한 크레이터를 수백 개 남기고서야 전투는 끝에 도달했다.
처음 싸우던 장소와는 아득히 멀어진 장소.
콰드드득!
이지의 수호자의 검이 부패 수호자의 복부를 꿰뚫었다.
“내가······. 패배하다니······.”
여전히 이해할 수 없단 표정이었다.
이만한 힘의 차이가 도대체 어디에서 난단 말인가.
어째서 방금 만들어진 가짜가 자신을 이길 수 있는 건지.
그는 끝까지 이해할 수 없었다.
푸화아악!
꿰뚫린 상처로부터 다량의 마기가 분수처럼 쏟아졌다.
“······나또한 그저 부패의 마족의 손에 놀아난 것 뿐인가.”
삐걱대던 부패 수호자의 손이 떨어졌다.
이지의 수호자의 싸늘한 눈길이 그것을 확인하고서 검을 뽑아냈다.
밤하늘을 향해 들어진 검.
승리의 표시였다.
“이, 이겼다.”
멀리서 승부를 바라보던 신태양이 입을 열었다.
신태양, 천성호 페어의 승리였다.
* * *
“나이스! 이겼다!”
“세아야, 고생했어.”
비슷한 시각.
모든 조에서 승리의 함성이 들려 왔다.
“우리가 이긴거야······.”
“믿기지가 않네.”
전황이 불리하던 장소도, 이지한이 보낸 마법사가 가세하니 상황은 금세 역전되었다.
무도가도, 사제도, 궁수도 마찬가지였다.
자신과 똑같은 이지의 수호자 앞에서 최후를 맞이했다.
물론 쉬운 전투는 아니었다.
다수의 사상자가 나왔으며 그 중에는 목숨을 잃은 헌터도 존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헌터들은 입을 모아말했다.
“기적이다.”
도저히 이길 수 없는 상대를 이겼다.
SSS급 공략을 개시한지 어느덧 시간이 꽤 지났다.
그들도 체감하고 있었다.
대지 전역을 뒤덮고 있던 언데드와 부패의 수호자들.
하나 같이 차원이 다른 존재였다.
“이 게이트는 지금까지 우리가 공략해 왔던 게이트와는 완전히 다르다.”
“마족이 정말로 우리 세계를 없애기 위해······. 전력을 쏟아부은 장소인 거야.”
“이토록 거대한 적이 우리 세계를 노리고 있었던 거다.”
이번 전투로 팔 하나를 잃은 그렉스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리고 우린 그런 놈들로부터 이긴거고.”
만약 이지한이 없었다면.
공략대는 전멸했을 것이다.
그것만큼은 모두가 100% 확신할 수 있었다.
“모두 이지한 덕이다.”
이지한은 SSS급 게이트 공략을 철저히 준비하고 있었다.
절대 신성을 가져 온 처음부터 그들의 전력을 우리 것으로 만드는 지금까지.
눈에 보이는 무수한 언데드의 눈에는 황금빛이 흐르고 있다.
막강한 힘을 지닌 대군이 인류의 편이었다.
이보다 든든할 수는 없었다.
쿠구구구구······!
모든 전투가 끝난 뒤.
이지한이 목룡을 타고 땅으로 내려왔다.
“이지한 헌터다!”
“이지한! 이지한!”
“이지한 헌터!”
처음에는 단순하게 그의 이름을 부르던 것이 어느덧 기백 명의 헌터들이 입을 모아 소리치고 있었다.
전투의 흔적이 남아 있는 대지 위로 헌터들의 함성이 울려 퍼졌다.
이지한이 잠시 멈춰 그들을 바라봤다.
별 생각 없이 내려왔는데, 환호성이 쏟아지니 당황스러웠으므로.
“그럴만한 일을 했으니까요.”
뒤에서 윤서현 헌터가 이지한의 어깨를 툭쳤다.
“······.”
회귀 전, 이런 연호를 들었던 기억이 있다.
최후의 1인 천성호.
그를 따르는 사람들이 그의 이름을 소리 높여 외쳤었다.
그리고 이지한 자신도 그 무리에 속해 있었고.
그 환호성을 자신이 받게 될 줄이야.
“······.”
이지한은 잠시 멍하니 그 환호를 듣다 걸음을 옮겼다.
아직 축하하기엔 이르다.
아직 아무것도 끝나지 않았다.
“아직 열화 명계에는 언데드들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지금부터 이 땅 전체를 지배하기 위해 움직여야 합니다.”
헌터들에게 언데드 병력을 쥐어 준 뒤, 대륙 전역에 배치할 예정이다.
부패의 수호자들 6인을 우리 편으로 만든 이상.
대륙을 점령하는 건 손쉬운 일이다.
사도 부패의 마족.
그가 오랜 세월에 걸쳐 쌓아 온 언데드 병력은 이제 우리의 것이 될 것이다.
“그래, 움직이자고!”
“어서 나가서 여기서 있었던 일을 말할 생각에 입이 근질거릴 정도라니까.”
“SSS급 게이트를 마저 공략하자고.”
헌터들의 사기는 어느때보다 올라 있었다.
부패의 수호자 같은 괴물을 상대로도 이겨냈다.
이지한 헌터가 있다면 패배는 상상할 수조차 없었다.
23일.
대륙 전역을 이지한의 언데드가 집어 삼키는데 걸린 시간이었다.
푸른 빛의 눈동자는 사라지고, 황금빛의 안광을 가진 언데드들이 대륙 전체를 뒤덮었다.
언데드 군단은 쉬지 않고 진격했다.
살아 있는 생명체가 아닌 그들은 휴식 시간마저 필요치 않는다.
호수를 지나 산을 올랐고.
강을 건너 평야를 점령했으며.
숲과 바다 그 구석구석까지 이지한의 영향력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었다.
어디에나 황금빛 안광이 흘러 넘친다.
남은 것은 대륙의 중심에 위치한 보스.
사도 부패의 마족 뿐이었다.
절벽에 올라선 이지한.
그의 가라앉은 눈이 대지의 중심을 향했다.
“공략을 개시한지 약 한 달.”
부패한 고깃덩이로 점철된 땅에서는 파리와 구더기가 들끓고 있었다.
부패의 마족 또한 최후의 발악을 준비하고 있었다.
“이제 마지막 전투입니다.”
그 주위를 이지한의 언데드들이 빽빽하게 채우고 있다. 산, 들, 숲 눈에 닿는 모든 지역이 이지한이 지배하는 언데드로 가득했다.
“오케이, 오빠 난 준비 됐어.”
“스승님, 저도 컨디션 100%입니다.”
“준비 끝났어요.”
엘리스, 윤서현, 진세아.
진세아, 신태양, 천성호, 채아연······.
이번 공략의 주축들이 모두 한 자리에 모였다.
“우리도 철저하게 준비를 마쳤다.”
거기에 더해 각국의 정상급 헌터들도 자리하고 있었다.
“주인이시여, 명령을.”
마지막으로 이지의 수호자 여섯까지.
준비는 완벽했다.
“그럼 출발하죠.”
『 한계돌파 퀘스트 』
– 목표 : 사도 처치 ( 3 / 4 )
목표는 사도 부패의 마족 처치.
이건 전투가 아닌 일방적인 사냥이 될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