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100 thousand reincarnation he became a transcendent hunter RAW novel - Chapter 216
216화 타오르는 재능(5)
나는 천천히 녀석을 말려 죽이기만 하면 된다.
놈의 발악에 어울려 줄 필요는 없다.
언데드 군단이 끊임없이 고깃덩이를 베어내고, 이지의 수호자들은 놈이 장악한 영역을 계속해서 파괴해 나갔다.
“이야, 역시 스승님. 단호하군요. 그 흔들림 없는 태도. 본 받아야겠습니다.”
신태양이 옆에서 고개를 끄덕였다.
애초에 마족이랑 교섭을 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놈의 영역이 사라지면 그때부터가 진짜 싸움입니다. 모두 힘을 온존해두는 게 좋을 겁니다.”
“이지한 헌터. 궁금한 게 있는데 어떻게 놈에 대해 그렇게 잘 아는 겁니까?”
헌터 중 하나가 내게 질문했다.
나는 어깨를 으쓱이며 대답했다.
“그런 능력이 있습니다.”
“제 예지 능력도 있고요!”
엘리스가 옆에서 한마디를 거들었다.
아카식 레코드도, 미래의 나로부터 엿본 다차원의 정보도 전부 내 능력 무재조정과 이계 규율에서 비롯된 것이다.
“궁금하군요······.”
질문한 헌터는 궁금한 표정을 지었지만 더 이상 자세히 캐묻지는 않았다. 헌터의 상세한 능력과 특성은 대외비니 당연하다만.
“우리는 이지한 헌터의 말대로 컨디션을 유지하자고.”
“부패의 마족과의 전투에서 우리가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도움이 될 겁니다.”
나는 손을 들어 올렸다.
그에 맞춰 붉은 하늘에 거대한 그림자가 드리웠다.
헌터들의 시선이 그곳에 모였다.
“오오, 드래곤이다!”
“본 드래곤!”
“이야아, 본 드래곤이 진짜 있었구나.”
쿠우웅—!
녀석이 땅에 내려 앉자 옅은 진동이 대지 위로 퍼져나갔다.
자리를 잡은 본 드래곤이 나를 향해 머리를 내밀었다.
마치 쓰다듬어 달라는 것처럼.
“설마, 오르티마에요?”
진세아가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그래.”
나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와우. 나중에 꼭 타봐야지.”
어느 이름 없는 산에 잠들어 있던 본 드래곤을 오르티마에게 먹였다.
근처의 해골을 사냥하고 250 레벨에 도달한 이 녀석은 브레스까지 구사할 수 있다.
“오르티마, 브레스다.”
고개를 들어 올린 본 드래곤의 입가에 응축된 마기의 구체가 생겨났다. 마기에 의해 공기가 저릿해지는 그 순간.
콰아아아——!
녀석이 브레스를 쏟아내며 주변이 한순간 밝아졌다.
본 드래곤의 브레스가 시원스레 오염된 대지를 태웠다.
본 드래곤 오르티마의 합류에 이은 이지의 수호자들과 언데드들의 총공세.
그렇게 3일.
나는 부패의 마족의 영역을 70%이상 줄일 수 있었다.
놈의 끈질긴 발악에 수 만에 달하는 언데드가 사라졌지만, 헌터 측의 손해는 전무.
단 한 명의 사상자도 없다.
꿀렁, 꿀렁······!
“사부님, 고깃덩이들이 줄어들고 있어요!”
부패의 마족이 펼쳤던 피륙의 땅이 중심부를 향해 몰려들고 있었다.
대화와 교섭이 통하지 않는 이상, 놈이 할 수 있는 일은 하나였다.
모든 마기를 자신에게 부여하는 것.
“모든 이지의 수호자는 물러서라.”
나는 이지의 수호자들을 뒤로 물렸다.
지금까지는 최대한 원거리에서 공격을 하도록 명령해뒀었다.
녀석들이 다시 붙잡힌다면 부패의 마족이 강령술로 부패 수호자를 다시 부활시킬 가능성이 있었으므로.
고깃덩이들은 순식간에 안쪽으로 향했다.
앞을 가로막고 있던 장애물이 없어졌다.
“출발하죠.”
여기서부터는 인간의 싸움이다.
“잠깐, 저건······.”
윤서현 헌터가 전방을 가리켰다.
고오오······.
마기와 고깃덩이가 한데 뭉쳐 거대한 나무의 형상을 하고 있다. 불길하게 일렁이는 마기 때문에 그 형체가 불명확하게 느껴질 정도.
“크으윽······. 더 이상은 무리야. 몸이 안움직여.”
“정신차려!”
짙은 마기와 격은 헌터들의 정신을 혼탁하게 하기 충분했다.
꽤 많은 헌터들이 앞으로 발을 내딛는 것조차 어려워하고 있었다.
“움직일 수 있는 자만 앞으로.”
SSS급 게이트에서 언데드를 사냥하며 힘을 키웠음에도 여기가 한계였다.
쓰러진 자들도 일반적인 헌터가 아니다.
전 세계에서 각국가에서 내노라하는 헌터들.
그럼에도 사도 부패의 마족을 똑바로 마주하는 것조차 어렵다는 게 현실이다.
나는 잠시 뒤를 돌아봤다.
익숙한 얼굴들이 한걸음 한걸음 걸어오고 있다.
“괜찮나?”
“이 정도야 괜찮습니다. 스승님.”
“빨리 이 지긋지긋한 부패의 마족을 없애고 공략을 끝내자고!”
너클을 장착한 그렉스가 어깨를 풀었다.
그리하여 내 뒤에 있는 헌터들의 수는 총 30명.
S급 헌터가 되는 것조차 재능과 운이 따라야 한다.
그러나 더욱 위로 향할 수 있는 것은 그 중에서도 소수.
그래도 예상했던 것보다 많은 헌터들이 버티고 있었다.
이 정도면 충분하다.
‘그래, 그렉스의 말대로 이제 끝을 내자.’
콰과과과—! 콰과광——!
부패한 나무로부터 압축된 마기의 탄환이 쏟아졌다. 놈의 몸에서 고깃덩이로 이뤄진 소환수가 끊임없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 수는 약 삼백마리.
30명 남짓한 헌터들로 소환수를 막아내며 전진해야 했다.
크어어어!
그아아—!
여기서부턴 해골 병사들도 더 이상 진격하지 못한다.
섣불리 언데드를 사용하는 건 적의 병력만 늘려주는 꼴이니.
놈도 그걸 기대하고, 오염된 땅을 접은 것이리라.
촤아악!
“전부 쓰러뜨려! 이지한 헌터를 엄호해!”
“이지한을 지켜라!”
불어오는 부패한 바람 속에서 헌터들이 소리쳤다. 각자의 기술이 빛을 발하며 눈 앞의 소환수들을 차례차례 제거해 나갔다.
기괴한 형태의 소환수들은 검에 베여도 순식간에 재생해 헌터들의 앞을 가로막았다.
“이 놈들 더럽게 질기네!”
“잠시만요. 제가 먼저 가겠습니다.”
『 동료 신태양이 ‘태양류 일자베기 Lv.10’을 발휘합니다. 』
가벼운 발걸음과 함께 신태양의 모습이 사라졌다 앞쪽에서 나타났다. 동시에 경로에 놓인 소환수들이 반으로 갈라졌다.
소환수를 지나친다해도 끝이 아니었다.
콰아앙—!
마기의 탄환이 떨어진 땅에는 거대한 크레이터가 남았다.
한 대라도 직격 당했다간 목숨을 잃게 되는 강력한 공격.
“다들 전진해요! 원거리 공격은 전부 막을테니까 걱정말고요!”
『 동료 윤서현이 ‘절대 공간 지배 Lv.10’을 발휘합니다. 』
빠른 속도로 날아오던 마기의 탄환이 공간의 왜곡을 만나 기이하게 꺽인다. 단 한 발도 우리 쪽으로 날아오지 못한다.
모든 힘을 해방한 부패의 마족 본연의 힘
가까이 다가갈수록 놈의 저항이 거세지고 있었다.
서걱—!
나의 검에 베인 소환수가 마기의 바람에 날려갔다.
이제 부패의 마족에 거의 근접했다.
콰과과——! 콰과과과과—!
미친듯이 발악하는 부패의 마족.
놈의 마기가 채찍처럼 휘날리고 있었다.
녀석은 피아를 구분하지 않고 나를 몰아내려 하고 있다.
“우와앗!”
진세아가 곡예를 부리는 수준으로 모든 공격을 피해냈다.
덕분에 내쪽에 약간의 틈이 생겼다.
물론 조그마한 틈에 지나지 않는다.
여기를 그대로 뚫고 나가는 건 나라고 해도 불가능하다.
“엘리스.”
따라서 나는 나지막하게 엘리스를 불렀다.
“드디어 제 차례가 온 거네요······!”
엘리스의 양 손에 들린 권총이 끊임 없이 불을 뿜었다.
녀석은 내쪽으로 다가왔다.
“갑니다, 사부님!”
엘리스의 눈동자에 서린 금빛 이채가 한층 진해지는 그 순간.
녀석은 내 등에 손을 대고 나를 가볍게 밀쳤다.
『 동료 엘리스가 스킬 ‘절대 미래 예지 Lv.10’을 발휘합니다. 』
파아아아——!
내가 나아가야 할 방향으로 푸른 빛의 잔상이 생겨난다.
이전 미래에서 보았던 그 기술이.
지금 현재의 엘리스를 통해서 재현 되었다.
어두운 밤을 밝히는 한줄기의 빛처럼.
쏟아지는 마기의 폭풍을 돌파할 수 있는 단 하나의 길이 모습을 드러냈다.
콰앙—!
나는 땅을 박차고 뛰어나갔다.
부웅! 부우웅—!
마기의 채찍이 종이 한 장 차이로 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이어서 쏟아지는 연격 전부 또한 아슬아슬하게 내 옷깃을 스쳤다.
머리카락의 일부가 잘려나가고, 옷의 찢겨져 나간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
놈의 공격은 절대로 내게 닿지 못한다.
촤아악—!
딱 하나 검은 마기의 칼날이 나를 향해 떨어졌지만.
콰아아앙—!
『 동료 윤서현이 ‘절대 공간 격리 Lv.10’을 발휘합니다. 』
놈의 공격은 윤서현의 격리 방어막에 의해 완전히 방어 되었다.
【 대적자! 대적자! 어째서냐, 왜 이길 수가 없는거냐! 한낱 인간한테 어째서······! 】
근처에 다가서자 발악하는 부패의 마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목소리만 들어도 놈이 궁지에 몰렸다는 건 알 수 있었다.
“글쎄.”
대답을 원하고 물은 것은 아니리라.
모든 공격을 피해낸 나는 부패의 마족의 본체 앞에 도달했다.
고깃덩이로 이뤄진 기괴한 나무.
부패의 마족의 본체.
기둥에 새겨진 놈의 얼굴이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 어째서······! 】
놈의 입장에선 억울할만도 했다.
수만 년의 시간 동안 모아온 그 힘과 병력을.
고작 1달 남짓한 시간에 전부 빼앗겼으니.
그러나 문명계를 노리고 쳐들어 온 침략자가 이제와서 불평해도 소용 없다.
『 찬란한 성배의 효과로 지정 스킬의 레벨이 1 상승합니다. 』
『 스킬 향상 반지의 효과로 스킬 레벨이 1 상승합니다. 』
콰과과과과—!
별빛의 검을 움켜쥔 손아귀에 무게가 더 해진다. 별빛과 마력이 한데 뒤섞여 강한 힘을 뿜어내고 있었다.
“대답할 필요는 없겠지.”
끊임없는 마기의 폭발.
헌터들을 가로막는 수환수들의 으르렁거림.
부패하는 걸로 모자라 끓어 오르는 오염된 땅에서 나오는 소음.
그 모든 것을 포함한 전장의 열기가 일순 잦아들었다.
열화 명계에 고요한 침묵의 장막이 내려 앉았다.
『 레전더리급 스킬 ‘각성 일자베기 Lv.15’를 발휘합니다. 』
새하얀 빛이 열화 명계 전체를 감싸기 시작했다.
거기에 더해진 선 하나.
땅과 하늘을 잇는 한줄기의 선.
그 안에 공존하는 별빛과 어둠이 위아래로 뻗어나갔다.
지금 이 순간.
콰아아아아——!
선(線)은 차원의 한자락에 존재하는 이 세계를 분명하게 양분했다.
열화 명계의 지독한 마기를 삼키며.
한때 이 차원의 주인이었던 자를 단죄하며.
선은 무한하게 뻗어나갔다.
저항할 수 없는 압도적인 힘이 놈을 집어 삼켰다.
『 사도 부패의 마족을 처치했습니다! 』
『 달성이 불가능한 업적! 해당 업적의 달성 가능성은 0%입니다. 』
『 이계규율이 해당 업적을 신화급으로 정의합니다. 』
『 아카식 레코드에 당신의 활약이 영원불멸 기록됩니다. 』
『 이계 규율이 보상을 정산합니다. 』
쏟아지는 메시지들.
『 사도를 처치하셨습니다. 』
『 한계돌파 퀘스트를 클리어하셨습니다!』
– 목표 : 사도 처치 ( 4 / 4 )
한계돌파 퀘스트도 클리어 되었다.
『 150의 레벨 제한이 해제 됩니다. 』
『 이제부터 레벨업 시 3배의 능력치를 획득합니다. 』
『 한계돌파 보상을 정산합니다. 』
각성 일자베기의 빛폭풍이 점차 걷혀나갔다.
하늘을 떠다니던 검은 먹구름이 사라지고, 붉었던 하늘은 새파랗게 변해 있었다. 대지를 감싸던 음습한 마(魔)의 기운도 사라졌다.
‘이겼다.’
『 사용자가 존재하는 필드의 변화를 감지합니다. 』
『 필드 ‘마계’에 적용되는 칭호의 효과가 사라졌습니다. 』
여기는 더 이상 마계로 취급되지 않는다.
본래의 모습을 되찾은 열화 명계일 뿐이다.
쿨럭.
입가에서 비릿한 피가 흘러 나왔다.
각성 15레벨의 반동이다. 손가락 하나 까닥 못하겠다.
나는 그대로 무릎을 꿇고 자리에 주저 앉았다.
“지한씨!”
“사부님!”
공간 이동으로 단번에 윤서현 헌터가 다가왔다. 윤서현 헌터가 다급하게 포션을 들이 부었다.
가장 근처에 있던 엘리스도 빠르게 다가와 시간 조작으로 체력을 회복 시켜주었다.
“둘 다 고맙습니다.”
나는 부축을 받아 다시 일어섰다.
쏟아지는 보상과 알림창에 정신이 없지만.
지금 해야 할 일은 하나다.
“괜찮아요?”
“네, 아직 안끝났습니다.”
“아직도요······?”
저벅, 저벅.
나는 부패의 마족이 죽은 장소로 향했다.
그 자리에는 놈의 팔 하나만 덩그러니 남아 있다.
“이게 남았으니까요.”
마기를 띄지 않은 순수한 부패의 마족의 팔.
나는 그걸 들어 올렸다.
『 특수 스킬 ‘부패의 마족 : 절대 강령 Lv.14’를 발휘합니다. 』
사도 부패의 마족.
여기서 쓰러지기엔 너무 이르다.
그러니 다시 일어나 내 질문에 답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