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100 thousand reincarnation he became a transcendent hunter RAW novel - Chapter 219
219화 격변하는 세계(3)
많은 사람들이 이지한을 찾아 헤매는 사이.
이지한은 윤서현과 함께 미국으로 건너왔다.
“여기에 불사의 마족이 있을 겁니다.”
미국 서부에 위치한 연구소 H&G.
황량한 사막에 존재하는 새하얀 돔 형태의 건물.
“불사의 마족이면, 그 미래의 세이비어에서 봤던 녀석이죠? 여제를 상대할 때.”
“네, 맞습니다. 놈에게는 마계왕을 상대할 비책이 있거든요.”
SSS급 게이트 공략에 성공했지만,
문명계는 이제서야 마족의 위협을 실감하는 상황.
남은 사도는 셋.
그들의 힘에 비해 아직 인류는 연약하다.
따라서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은 모두 사용한다.
마계왕을 없애기 위한 일이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작정이다.
일행에는 두 명의 마족이 포함되어 있었다.
검의 마족과 부패의 마족.
부패의 마족을 노리는 기관이 꽤 있었지만, 부패의 마족은 내 소환수.
1차적인 권리는 내게 있기에 데려 오는 건 어렵지 않았다.
“이런 곳에 불사의 마족이 있단건가? 내가 아는 불사의 마족이 이런 곳에 있을 것 같지 않은데.”
연구소를 유심히 바라보던 부패의 마족이 짙은 눈썹을 찡그렸다.
인간의 모습으로 변해 있기에 위화감은 없다.
“길 막지 말고 비켜라.”
뻐억.
옆에 서 있던 검의 마족이 부패의 마족을 발로 걷어 찼다.
“크윽······!”
바닥에 자빠진 부패의 마족이 이를 드러내며 으르렁거렸다.
“네 놈······. 마계의 배신자가 무슨 낯짝으로 잘도······.”
검의 마족은 최상위 마족.
부패의 마족은 사도이긴 하나 마계에서의 취급은 큰 차이가 없다.
사도가 조금 더 존경을 받는 정도.
어째서 그런가.
흥미로운 부분이다.
마계왕이 사도와 자신의 기록 임의로 지운 게 아닌가 하는.
그런 합리적인 의심도 들고.
검의 마족은 한심하단 표정으로 부패의 마족을 내려다봤다.
“네 놈의 처지를 모르는 건가. 넌 노예다. 반면 나는 협력자라고 할 수 있지. 처한 입장이 다르단 거다.”
“뭐, 뭣······?”
뭐, 틀린 말은 아니다.
절대 강령으로 부활 시킨 부패의 마족은 소환수.
협박에 의해 맹약을 맺은 검의 마족은 그보다는 위의 위치라고 볼 수 있겠지.
“비켜라, 노예.”
“예, 옙.”
내 말에 부패의 마족이 옆으로 물러났다.
그 둘을 주시하던 윤서현이 내게 말했다.
“······같이 오는 게 맞았을까요?”
“네, 다른 마족이 있으면 마계의 상황을 종합하기 쉬울테니까요. 진위 여부를 파악하기도 쉽고요.”
연구소에 달려 있는 인터폰을 누르자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영어였다. 게이트 내부와 달리 바깥에선 언어가 다르면 통하지 않는다.
“어떻게 여기에 왔냐는데요?”
“루카스 브라운. 연구소에 있을 거라고 전해주세요. 이지한 헌터가 왔다고 하면 이해할 겁니다.”
영어에 능숙한 윤서현 헌터가 인터폰에 대고 대화를 하자, 얼마 지나지않아 연구원 하나가 바깥으로 나왔다.
“Oh······.”
나를 바라본 연구원이 심각한 표정을 짓더니, 펜과 종이를 꺼내 내게 내밀었다.
신분을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한 건가.
하긴, 갑작스런 방문이기도하니.
H&G는 작은 연구소가 아니다.
헌터와 게이트에 관련해서는 권위를 가진 최상위 연구 기관.
그런 곳의 보안 절차가 그리 간단할 리는 없다.
내가 잠시 머뭇거리자, 연구원이 무어라 몇 마디를 더 했다.
“무슨 뜻이죠?”
“아, 지한씨의 완전 팬인데 사인을 해달래요.”
“······.”
별 거 아니었군.
슥슥.
대충 이름 몇 글자를 적어서 건네줬더니, 연구원은 환한 미소와 함께 나를 포옹했다.
“종이에 이름을 적어줬다고 기뻐하는 꼴이라니. 인간들도 참 신기한 문화를 가지고 있군.”
부패의 마족이 코웃음과 함께 중얼거렸다.
나는 녀석의 어깨를 잡았다.
“······너 이 사람이 뭐라 하는지 알고 있는 건가?”
“아, 예? 그렇습니다. 지금 대적자, 아니 주인님하고 말이 통하기도 하고 있지 않습니까? 마기를 활용한 다종간 통역 기술입니다.”
“그런 좋은 걸 혼자 쓰고 있었던 거냐? 내게도 적용 시켜.”
“옙.”
부패의 마족의 마기가 내게로 흘러들자, 이해되지 않던 영어가 이해되기 시작했다.
“루카스 브라운은 저희 수석 연구원입니다. 내부에는 기밀 사항이 많아서 외부인의 출입이 금지되어 있으니, 잠시 기다려주십쇼. 이지한 헌터님이 왔단 이야기를 들으면 바로 나올 겁니다. 저희 연구소에도 화제거든요.”
이런 말을 하고 있었구만.
그리 말한 연구원은 연구소 내부로 들어갔다.
잠시후, 꾀죄죄한 회색 머리의 연구원 하나가 나왔다.
하드보일드한 영화 배우 같은 생김새.
“으음······. 나를 찾으셨다고? 이지한 헌터가 왜 날······..”
그는 시큰둥한 얼굴로 일행을 찬찬히 살폈다.
내가 미래에서 봤던 모습과는 상당히 괴리감이 있다.
“이 자가 불사의 마족이라고? 그럴 리가.”
“내가 아는 불사의 마족은 좀 더 야생성이 강한 녀석이었을텐데.”
두 마족이 얼굴을 들이밀고서 연구원을 살폈다.
공통 되는 의견은 누군지 모르겠다.
하지만, 확실하다.
이 자가 불사의 마족이다.
회귀 전, 이계 규율의 소유자이자.
마계왕에게 반란을 꿈 꾼 유일한 인물.
나는 미래의 불사의 마족으로부터, 그를 설득할 재료를 가져왔다.
그 재료란 진명(眞名).
– 과거의 나를 만나거든, 내 이름을 대라. 그러면 무조건 협력할 거다.
– 고작 이름이 아니다. 이 이름을 아는 자는 대적자 네가 유일할 거다.
불사의 마족 스스로가 간직해 온 이름.
“유그리아스 아르카나.”
그 이름에 어떠한 의미가 있는지는 나도 모른다.
흥미로운 것은 아카식 레코드에서조차 그 이름에 대한 기록을 찾을 수 없었단 것.
같은 이름을 가지고 있는 마족조차 없었다.
마계의 역사에서 의도적으로 지워진 이름.
녀석의 반란도 그렇고, 마계왕과 깊은 관련이 있는 것만큼은 확실하다.
그 진정한 의미는 불사의 마족만이 알겠지.
어쨌든 진명을 말한 효과는 있었다.
내 입에서 나온 말에 연구원이 굳어졌다.
잠시 그 이름을 곱씹는 듯 침묵하던 연구원.
“······난 실패한 건가.”
그가 이내 고개를 들었다.
화르륵!
그의 몸에서 짙은 마기가 방출되었다.
동시에 숨겨져 있던 굵은 뿔과 붉은 눈동자가 드러났다.
꾀죄죄한 모습의 연구원은 온데간데 없다.
어느새 내 앞에는 야차와 같이 이글거리는 눈을 가진 마족 하나가 서 있었다.
“들어와라.”
새하얀 연구복을 벗어던진 불사의 마족이 뒤를 돌았다.
* * *
불사의 마족이 모습을 드러냈음에도.
연구소 내부의 연구원들은 아무 일도 없다는 듯 행동하고 있었다.
마치 우리가 연구소를 활보해도 보이지 않는 것처럼.
“H&G 연구소면 굉장히 유명한 연구소잖아요. 이런 곳에 불사의 마족이 숨어 있었다는 건, 그 간의 정보도 전부 조작이라는 거······?”
“거꾸로겠지. 불사의 마족이 정보를 제공해왔기에 유명한 연구소가 될 수 있었다. 그리 보는 게 맞을 거다. 허나, 이유를 모르겠군.”
윤서현의 의문에 검의 마족이 답했다.
그녀는 날카로운 눈으로 불사의 마족을 바라봤다.
“불사의 마족. 네 놈은 왜 시키지도 않은 짓을 하는거지? 마계왕의 명은 어쩌고?”
아직 검의 마족은 마계왕을 완전히 배반한 게 아니다.
그녀의 연인인 예언의 마족이 인질로 잡혀 있기에 일시적인 협력을 하고 있을 뿐.
“······.”
불사의 마족은 대답하지 않고서 계속 걸어 나갔다.
우리는 각종 첨단기기와 관측 장비가 설치된 연구소 내부를 지나 지하로 향했다.
지하로 향하는 길목.
마기로 새겨진 복잡한 문양들이 길목 전체를 뒤덮고 있었다.
불사의 마족이 먼저 입을 열었다.
“이곳을 지나면 맹약을 맺는 것과 동일하게 취급된다. 보면 알겠지만 내부의 일을 발설할 수 없게 되는 간단한 맹약이다. 물론 마족에 한해서다. 인간은 맹약을 맺을 수 없는 종족이니.”
“난 이미 노예나 마찬가지라고. 맹약 하나 얹어진다고 달라질 건 없겠지.”
부패의 마족이 두 손을 들고서 길목을 통과했다. 무언가 마기가 작용하며 그의 전신에 스며 들었다.
반면 검의 마족은 팔짱을 낀 채 불사의 마족을 노려봤다.
“어이, 먼저 내 질문에 대답해라.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거지?”
콰아앙—!
한순간이었다.
불사의 마족이 검의 마족을 맹약의 문양 위로 집어 던졌다.
강제적인 맹약이 스멀스멀 올라와 검의 마족을 옭아맸다.
“질문은 받지 않겠다.”
“······.”
바닥에 거꾸로 처박힌 검의 마족.
은색의 머리카락이 완전 산발이 되어있었다.
그녀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스릉—!
검을 뽑아 드는 검의 마족의 눈가가 떨리고 있었다.
“죽고 싶어 환장했나 보군.”
“넌 날 죽일 수 없다.”
“그거야 해보지 않고는 모르는 일이지.”
뭔가 둘의 싸움이 시작 되려는 찰나.
나는 그 사이로 끼어들었다.
“쓸데 없는데 낭비할 시간 없다.”
“칫.”
내 말에 검의 마족이 검을 집어 넣었다.
여기에 온 목적은 불사의 마족의 협력을 얻어내기 위함.
다툼을 하러 온 게 아니었다.
“대적자, 넌 네 이름을 어디에서 알아냈지? 과거인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로 내려가는 도중.
불사의 마족이 내게 물었다.
“미래다.”
“그런가. 나는 실패한 건가. 아쉽군.”
부패의 마족은 그리 중얼거렸다.
지하에는 수많은 거대 시험관이 있었다.
내부에 보관 된 건 다양한 종류의 몬스터들과 신체의 일부.
조금 더 내부로 들어가자, 모아둔 종족이 하나로 좁혀졌다.
“악취미군. 네 놈 정말로 무슨 꿍꿍이인거지?”
검의 마족이 경악했다.
그 내부에 잠들어 있는 건 마족들이었으므로.
불사의 마족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대답했다.
“반란.”
그 말에 부패의 마족이 어이없다는 듯 웃음을 터트렸다.
“크하하! 웃기는 이야기를 하는군. 최상위 마족이 반란? 어림도 반푼어치도 없는 소리. 과하게 큰 꿈을 꾸는군. 아니지, 네 놈 머리가 어떻게 된 건가?”
불사의 마족은 부패의 마족의 비웃음을 무시하고서 앞으로 걸어나갔다.
그가 손을 앞으로 뻗자 허공에 검은 마법진이 맺히기 시작했다.
그렇게 드러난 건 수십 장의 데이터였다.
각 대륙을 맡고 있는 마족들의 정보와 작전이 상세히 담겨 있다.
거기엔 주요 마족들의 제약과 정보까지 포함되어 있었다.
“이만한 정보가 있으면 굉장히 도움이 되겠는데요······?”
빠르게 정보를 훑은 윤서현이 감탄했다.
“원래대로라면 내가 직접 마계왕을 쓰러뜨리고, 이 세계의 기억을 되찾을 예정이었다.”
불사의 마족은 씁쓸한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그런데, 대적자. 네가 나타났다. 내 이름을 불렀다. 죽을 때까지 잊고자 했던 이름을.”
“뭐, 진명(眞名)이랄 게 특이할 게 있다고 그러는지 모르겠군. 진명이라면 나도 있다. 나는 부패의 마족 라그나다.”
부패의 마족이 끼어들었다.
그 말대로다.
진명 자체로는 큰 의미가 없다.
그러나 불사의 마족은 고개를 저었다.
“마족 네 놈들은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
그의 시선이 부패의 마족을 향했다.
“사도 부패의 마족. 마계왕의 충실한 개. 넌 어째서 마계왕을 따르지?
“쯧, 당연한 것을. 그 분이 진리이자 마계의 유일한 구원자이기 때문이다.
“그럼 어째서 그가 구원자라는 거냐?”
부패의 마족이 손가락을 튕기자, 새로운 홀로그램이 나타났다.
마족에 의해 황폐해진 수많은 차원들.
끔찍한 참상과 비극적인 장면들이 잇달아 펼쳐졌다.
“마계왕은 다른 세계를 짓밟고 멸망 시키는 학살자다. 어딜봐서 구원자라는 거지?”
“흥, 마계를 위한 일이다. 오로지 마족만이 범차원의 힘을 제대로 이용할 수 있다.”
“대적자, 이 말에 동의하나?”
나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수많은 미래에 다녀와도.
아카식 레코드를 살펴봐도.
이 침략 행위에 정당성이란 눈꼽만큼도 없다.
그러나 부패의 마족은 인정하지 않았다.
“어이, 약육강식이란 말을 모르는 거냐? 강자가 모든 것을 지배하고 가져간다. 당연한 사실이잖냐.”
그는 입에 침을 튀겨가며 열심히 설명했다.
“모든 마족이 그렇게 살아왔다. 약자는 죽고, 강자는 살아 남는다. 자연의 법칙이자, 이 세계의 순리다. 불사의 마족, 네 놈은 단단히 미친 게 분명하군.”
약육강식.
강한 것이 진리이며, 강자만이 살아남는다.
그것이 마족의 사회 전반에 존재하는 절대적 이념.
“그런데 말이다.”
잠시 부패의 마족을 바라보던 불사의 마족이 씩 웃었다.
“그리 하지 않고도 잘 살아가는 존재들이 많다. 마족이 제 손으로 쳐부순 많은 차원들 중에는 평화를 사랑하고, 자연을 즐기는 이들도 분명 있었지.”
“결국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지?”
잠자코 이야기를 듣고 있던 검의 마족이 그에게 물었다.
“언제부터 마족이 파괴와 살육을 즐기는 괴물이 되었는지. 적어도 내가 아는 마족은 그렇지 않았다.”
“재밌는 말을 하는군. 네가 아는 마족. 불과 수 천년 남짓 살아왔을 네가 마족이 역사를 논하다니. 더 이상 못 들어 주겠다.”
부패의 마족이 돌아서려는 찰나.
“고작 수 천 년이 아니다. 네가 아는 것보다 더 아득한 시간이 나를 스쳐 지나갔다.”
불사의 마족은 이렇게 말했다.
“내 진명(眞名)은 유그리아스 아르카나.”
이 이름이 어째서 중요했는지.
단 한마디로 어째서 내게 협력하고자 할 마음이 들었는지.
그가 어째서 마계왕에게 반란을 꾀하고자 했는지.
“내 진정한 별호는 태초.”
그 이유가 이 한마디에 담겨있었다.
“나는 태초의 마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