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100 thousand reincarnation he became a transcendent hunter RAW novel - Chapter 22
22화 VIP(3)
“야, 정신차려. 게이트 가야지.”
수호 길드에서 찾겠다.
나는 신태양의 뺨을 툭툭 쳤다. 반응이 없다.
“이게 이렇게 충격 받을 정도의 일인가.”
『 스킬 설명 』
– 이름 : 지한류(流) 일자베기
– 등급 : 레어
– 레벨 : 11
– 설명 : 태양류 일자베기를 개량하여 더 높은 수준까지 끌어 올린 베기술.
– 추가효과
Lv.10 : 비물질을 베어낼 수 있음
Lv.11 : 위력 및 범위 35% 증가
‘······스킬 이름이 바뀌었네.’
일자베기의 원래 정식명칭은 ‘태양류 일자베기’. 11레벨에 도달하니까 그 앞에 내 이름이 붙었다.
’11레벨이 되면서 위력이랑 범위 증가 효과가 붙었다.’
애초에 10레벨과 11레벨은 기본 위력 차이가 극심하다. 근데, 거기에 추가 효과까지 붙으니 따라잡지 못할 격차가 발생하는 거고.
신태양이 기겁을 하는 것도 어느 정도 이해는 간다.
“으음······.”
정신을 차린 신태양이 몸을 일으켰다. 녀석은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더니 무표정으로 말했다.
“스승님.”
“왜.”
그러더니 벌떡 자리에서 일어난다. 자기 짐을 주섬주섬 챙기더니 내 앞에 서서 고개를 꾸벅 숙였다.
“게이트 공략이 있어서 가보겠습니다. 다음에 뵙겠습니다.”
“어······. 그래.”
애가 말수가 확 줄었다. 몇 걸음 앞으로 가더니, 신태양은 벽에 새겨진 일자베기의 흔적을 잠시 응시했다.
그러더니 주먹을 꽉 쥐고는 룸 밖으로 나갔다.
‘······뭐, 괜찮겠지.’
열심히 할 동력이 생긴다는 건 좋은 일이다. 신태양에겐 꽃 피울 재능이 분명히 있으니, 자극 좀 받아서 나쁠 건 없다.
‘신태양 덕분에 시간을 알차게 보내긴 했다.’
VIP룸의 시설은 그야말로 환상이었다. 근력, 민첩, 투척에 더해 일자베기까지 11레벨로 만들었으니까.
그 기간이 6일이었으니 돈으로 계산하면 1억 8천. 이게 정말 맞는 액수인가 싶지만, 신태양 덕에 공짜로 이용했으니 만족스럽다.
나도 슬슬 나갈 때가 되었다.
“스승님.”
자리에서 일어나는데 신태양이 돌아왔다.
“뭐야, 공략 안 가도 돼?”
“아뇨, 말씀드릴 게 있어서요. 데스크에 물어봤는데, 저기 벽 값은 신경쓰지 않으셔도 된답니다.”
“아아, 그래.”
벽에는 수복 마법이 걸려 있지 않았다. 다만, 더미 구역은 원래 파괴 될 걸 감안하고 만들어진 장소다.
‘오히려 흔적이 남으면 좋아한다고 들었는데.’
헌터의 정보는 곧 돈이 된다. 트레이닝 룸에는 CCTV가 없기 때문에 사후 관리를 하는 센터 관리자 입장에선 박수치고 좋아할 일이었단다.
망한 센터 직원이 자기 입으로 그랬었다.
‘내가 했다곤 생각 못하겠지. 신태양이 했다고 여기려나.’
어쨌든 신태양은 날 신경 써준 거였다.
“그럼 진짜 가보겠습니다.”
“그래, 힘내라······.”
나는 슬쩍 손을 저어줬다. 충격이 심하긴 한 모양이다. 풀이 확 죽었네.
‘그럼 나도 일어나야겠다.’
락커룸에 놓아둔 짐을 챙기는데, 스마트폰이 울렸다.
미리 저장해 둔 번호였다.
– 백묵
슬슬 연락하려했는데, 먼저 전화를 줄 줄이야. 나야 좋다. 나는 스마트폰을 받아들었다.
* * *
“”안녕히가세요!””
센터에 대기하고 있던 직원들이 신태양을 향해 90도로 허리를 숙였다. 신태양이 완전히 빠져나가자 여성 직원 하나가 잡담을 시작했다.
“방금 나간 사람. 수호 길드 신입이래. 멋지지 않아?”
“진짜로? 엄청 잘 생겼어. 나 오늘부터 팬해야겠다. 이름이 뭐야?”
“신태양.”
“와, 다음에 오면 사진 찍어 달라 해야겠다.”
“이제 안 올걸. 수호 길드에 트레이닝 룸 리모델링 끝났다더라.”
그들이 사담을 나누는 사이, 신태양과 함께 들어갔던 남자 한 명이 1층으로 내려왔다.
“”안녕히가세요!””
마찬가지로 고개 숙여 인사를 했다. 남자가 사라지자 직원들은 다시 이야기를 시작했다.
“방금 그 사람은 누구야? 신태양이랑 같이 들어 갔던 사람이잖아.”
“글쎄? 같은 수호 길드인가? 잘 생겼어.”
“에이, 잘 생겼다고 할 정도는 아니지않나. 호불호 갈릴 듯.”
흠흠.
그때, 뒤에서 누군가가 헛기침을 했다.
센터장이었다.
“괜한 이야기들 하지 마시고, 일합시다. 일.”
“네에—.”
헌터들은 이런 이야기에 민감하다. 오감이 뛰어난만큼 직원들의 사소한 소리도 헌터의 귀에 들어갈 수 있었다.
특히 방금 고객들은 수호 길드의 손님들이었다. 쓸데 없는 잡담은 안하는 게 좋다.
센터장은 카운터로 다가갔다.
“트레이닝 룸 정리하기 전에 확인 해야하니까, 키 좀 줘.”
“아, 701호 VIP룸 말인데요.”
키를 건네 주던 카운터 직원이 방금 생각났다는 듯 말했다.
“더미 구역 벽면에 큰 손상이 생겼다고 하시더라구요.”
“그래?”
“수호 길드 분이셔서 문제 없는 걸로 처리했습니다.”
“그래, 잘했어. 내가 먼저 확인해 볼테니까 아무도 올려보내지마.”
“네, 알겠습니다.”
센터장은 직원의 어깨를 툭툭 두들기고 나서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듣자하니 수호 길드에서 굉장히 아끼는 헌터라던데, 무슨 짓을 해놨나 한 번 볼까.’
센터장은 방문하는 헌터들이나, 길드 지인들을 통해 헌터계가 돌아가는 사정을 자세히 파악하고 있었다.
반대로 정보를 제공하고 대가를 받는 경우도 자주 있었다.
‘요즘 같은 시대에는 정보가 돈이지.’
이러한 정보는 향후 투자를 하거나, 미리 특정 길드에 줄을 설 때 유용하게 쓰였다.
거대한 규모의 센터를 운영하려면 타 길드와의 협력은 필수.
그런 생각을 하며 701호 VIP룸으로 나왔다.
‘다른 곳도 난리 쳐놨을 줄 알았는데, 깔끔하게 해두고 갔네.’
진짜 미친 놈들이 간혹 있기는 했다. 기구를 박살을 내놓고 나몰라라 하는 놈들. 그 정도만 아니면 괜찮았다.
‘어디보자. 수호 길드 신태양이라고 했었지.’
다른 놈도 하나 껴있기는 했는데, 보자하니 수호길드 소속은 아니었다. 지인에게 물어보니 그런 사람은 없단다.
그냥 매니저 같은 거였겠지.
그리 생각하며 센터장은 발걸음을 옮겼다.
트레이닝 룸 한가운데에서 센터장은 멈춰섰다.
그의 시선이 더미 구역으로 향했다.
확실히 벽면에 큰 균열이 생겨 있었다.
‘허······.’
그걸 바라보는 센터장의 얼굴에도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분명 내가 듣기론 아직 C급이라고 그랬는데.’
벽에 생긴 균열은 결코 C급 헌터가 낼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특히 더미 구역의 벽은 특수 재질로 마감처리가 된 곳이라, 이런 식의 흔적은 불가능했다.
그리고 그 흔적을 읽어내는 솜씨만큼은 자신을 따라올 자가 없다.
센터장은 자부하고 있었다.
그는 차오르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입 밖으로 내뱉었다.
“크하하! 수호 길드가 괴물 신인을 영입했구만. 이런 정보를 이리 쉽게 얻을 줄이야.”
이렇게 기쁠 수가 없었다. 한바탕 웃어젖힌 그는 다급하게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당장 수호 길드 신태양한테 지원금 넣고, 최대한 성장 지원해. 싹 다 들이 부어! 우리 쪽에서 먼저 후원 하겠다고 해야지. 지금부터 미리미리 줄을 잘서야 될 거 아니야.”
신태양이 S급이 되고나서 움직이면 늦는다.
센터장의 입에서 탐욕스런 웃음이 끊임없이 쏟아져 나왔다.
* * *
백묵과의 약속 시간까지 30분.
‘버스 시간이랑 맞춰서 오다 보니까, 더 일찍 도착했네.’
이번 일이 잘 성사되면 소형차 한 대 정도는 뽑아야겠다. 계속 버스만 타고 다닐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나는 근처 서점에 들렀다. 단순한 시간 때우기는 아니고, 확인하고 싶은 잡지가 있어서였다.
‘월간 헌터.’
회귀 전에 애독하던 잡지였다. 인터넷 상에서 얻기 힘든 정보가 이 안에 듬뿍 들어 있다.
언젠가는 상위 헌터가 되겠노라 다짐하며 참 열심히 잡지를 읽었었다.
촤르륵.
잡지를 넘기자, 익숙한 사진과 기사가 보인다.
‘그 당시엔 별 도움 안됐지만, 회귀하고 나니까 여기 있는 지식들이 상당히 도움이 된다.’
나는 밑바닥 F급이었던 것 치고는 정보에 빠삭했다. 그게 다른 던전에 대한 정보를 잘 아는 이유였다.
‘오, 김민수가 표지에 나왔네.’
그 표지를 장식하는 건 최후의 5인 중 하나였던 대마법사 김민수다. 성실하게 생긴 얼굴이지만 한껏 꾸며 놓으니 인물이 산다.
‘한참 젊구만.’
나는 잡지를 펼쳐 내용을 살폈다. 과거의 추억이 새록새록 돋아난다. 대부분의 내용은 기억 탐색을 사용하면 떠올릴 수 있는 거긴 하다만, 직접 보는 느낌은 또 다르다.
‘대한민국 세계 최초 게이트 제어 성공, 미국의 헌터 ‘그렉스’ 최고 등급 게이트 단독 격파······.’
나는 과거에 내가 미처 확인하지 못했던 구석구석까지 잡지를 탐독했다.
붉은 혜성 천성호, 성녀 채아연.
나와 멸망한 세계의 한국 사람들을 이끌던 영웅 둘.
그들의 이름은 아직 어디에도 없다.
‘역시 둘의 이름이 알려지는 건 더 나중의 일이다. 나보다 나이가 더 어리기도 했고.’
지금은 고등학생 정도일 거다. 심지어 아직 각성을 안했을 수도 있다.
‘오히려 각성 전인 게 좋기는 하지.’
혹시 모를 마족과의 연결고리를 배제할 수 있으니.
‘문제는 찾아보고 싶어도 어디에 있는지 모른단 거다.’
내가 팔도강산을 뒤지면서 찾아 돌아다닐 순 없다. 나는 나 성장하기도 바빴다. 대신 누가 찾아줘야 한다.
이번 백묵과의 만남이 중요한 이유기도 하다.
잡지를 덮고 서점을 나서려는데 바깥이 소란스러웠다.
호수 공원 앞쪽으로 엄청난 인파가 몰려 있었다.
“지금 대한민국 최상위 길드 ‘은빛의 날개’가 S급 게이트 공략을 앞두고 있습니다!”
“미쳤습니다. 최단기 기록이에요! 이러면 ‘은날’이 이번에 오성을 꺾고, 한 단계 순위가 올라가는 게 확정입니다.”
기자랑 유튜버, 구경꾼들이 뒤섞여서 혼잡하다. 그러고보니 오늘이 S랭크 길드 ‘은빛의 날개’가 예정된 공략을 마치는 날이었다.
‘윤서현 헌터의 언니가 있는 길드였지.’
실제로 이번 공략은 성공적으로 끝난다. 오성을 뛰어 넘고 은날이 2위가 된다.
‘관련 주식 좀 사두고 싶었는데. 돈이 없어서······.’
이번에 마정석 팔면 투자 좀 해야겠다.
그런데 빽빽한 사람들 사이로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협회 사람들이 대기하고 있는 천막 아래에 윤서현이 있었다.
아직 공략의 성공 여부는 가늠할 수 없는 상태. 그럼에도 언니에 대한 신뢰가 상당한지, 여유로운 모습으로 커피를 홀짝인다.
‘윤서현은 원래 죽을 예정이었다만······.’
쿠훌렌에게 살해 당해야했을 윤서현은 내 개입으로 인해 살아남았다. 자연스레 그녀의 언니인 윤지은의 미래도 바뀌었을 거다.
최후의 11인이자 무한의 궁사라고 불렸던 윤지은.
그녀는 고블린을 지극히 혐오하던 영웅이었지만, 이제는 그 이유가 없어졌다. 동생 윤서현의 죽음은 발생하지 않았으므로.
때문에 윤지은의 미래가 어떻게 변할지는 알 수 없다.
‘그런 계기가 없더라도 강인한 사람이니 알아서 잘 하겠지만.’
그녀는 동생과 길드원들을 잃고도 끝까지 마족과 싸웠던 진짜 영웅이었다.
그때 윤서현이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아.’
그녀의 얼굴을 보자 잊고 있던 약속이 떠올랐다.
‘밥 사기로 했었지.’
다행히도 윤서현은 나를 발견하지 못하고 다른 곳으로 시선을 옮겼다.
‘후. 다행.’
약속을 어기려는 건 아니었다. 지금은 백묵을 만나러 가는 길이라 사주고 싶어도 못 사준다.
‘다음에 사자.’
지난번 사건이 협회에서 어떻게 해결 됐는지도 물어볼 겸.
나는 들킬세라 서둘러 백묵과의 약속 장소로 이동했다.
* * *
한 자그마한 카페.
백묵은 먼저 도착해서 날 기다리고 있었다. 그의 앞에 커피가 두 잔 놓여 있었다. 그는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었다.
“아, 오셨네요. 음료는 미리 시켰어요. 아메리카노 괜찮죠?”
멋대로 내 커피까지 시켜놨다.
‘내가 아메리카노 좋아하는 건 어떻게 알고.’
사실 공짜면 다 좋다.
나는 그의 앞에 앉았다. 백묵은 안경을 고쳐쓰며 말했다.
“지난번 일은 정말 큰 도움이 됐어요. 자세히는 말씀 못드리지만 그걸로 저희 길드의 입지 자체가 달라진지라.”
1주일 전, 내가 헌터 사무소를 습격했을 때의 이야기였다.
백묵이 운영하는 정보 길드 ‘호라이즌’이 내가 건네 준 영혼 계약서 덕에 큰 이득을 본 모양.
‘그러고보니 뭐였을까.’
거기 새겨진 문자와 문양은 기억에 남아 있다. 해석 스킬을 얻는다면 내용을 알아낼 수 있다만 당장 중요한 일은 아니었다.
“정말이지, 천운이라고 할까요?”
백묵은 빨대로 커피를 휘휘 저었다. 둥둥 뜬 얼음이 커피를 따라 빙글빙글 돈다.
“그 종이를 빼돌린 범인이 다섯 정도로 좁혀지긴 했는데, 그렇다고 모든 장소를 들쑤시고 다닐 순 없잖아요.”
백묵은 정보 길드의 수장인 동시에 S급 헌터다. 때문에 직접 행동하는데 거리낌이 없었다.
재밌는 건 활동량에 비해 그의 얼굴이서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는 거다. 현시점에서는 그렇다.
“그럴 때 이지한씨가 딱 나타난 거예요. 제겐 구세주나 다름 없었죠.”
백묵은 과장된 찬사를 늘어 놓았다. 알듯 모를 듯한 미소는 덤이었다.
그는 차가운 커피를 살짝 들이켠 뒤, 말을 이었다.
“그래서, 제 나름대로의 보답을 드리고 싶은데요.”
멸망한 세계의 정보상이라 불렸던 백묵.
그가 구축하고 있는 네트워크와 정보는 내 상상이상으로 방대할 거다.
나는 지금 그것을 이용할 기회를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