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100 thousand reincarnation he became a transcendent hunter RAW novel - Chapter 222
222화 초기술마도계(1)
다음날.
은빛의 날개 회의실.
“결국 지한씨 말대로라면 초기술마도계에 갈 수밖에 없겠네요.”
내 말을 끝까지 들은 윤서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일행을 불러 놓고 다음 계획에 대해 설명했다.
“다른 건 몰라도 사도 시공의 마족을 처치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가 될 겁니다.”
사도 시공(時空)의 마족 트레이아.
그녀는 시간과 공간을 다루는 권능을 사용한다.
“레벨과 능력을 마음대로 올릴 수 있다니. 그거 완전 사기잖아요!”
진세아가 어이가 없다는 듯 소리쳤다.
녀석의 고개가 슥 돌아갔다.
“그거 엘리스도 할 수 있으려나? 같은 시간 능력자니까.”
“비슷한 걸 할 수 있기는 한데. 아직 미완성이라고 해야 하나······.”
엘리스가 볼을 긁적이며 대답했다.
“아직 불안정해요.”
자연스레 냉장고에 우유를 집어 넣던 엘리스가 떠올랐다.
기술을 연습하고 있던 거였나.
“그러면······.”
모두의 시선이 천천히 내게로 향했다.
꿀꺽.
침을 삼킨 윤서현이 내게 물었다.
“지한씨의 능력으로 시공의 마족의 능력도 가져올 수 있는 건가요······?”
부패의 마족의 강령술을 베꼈듯.
시공의 마족이 가진 능력도 가져올 수 있는가.
거기에 대한 답은 명확했다.
“아뇨, 불가능합니다. 시공의 마족이 행사하는 힘은 재능이나 스킬이 아닌 권능이거든요. ”
타재간파로 가져올 수 있는 능력은 ‘재능’이나 ‘기술’에 한한다.
이름부터가 타인의 재능을 간파하는 것이니.
부패의 마족이 사용하던 절대 강령은 그가 평생에 걸쳐 만든 기술이기에 가져올 수 있었다.
반면 권능은 좀 다르다.
본래 하나의 영역을 관장하는 신(神)이 되었을 자에게 깃드는 힘.
그 본질은 타고난다기보다는 소유에 더 가깝다.
나는 그 사실을 설명했다.
“······따라서 제 능력인 타재간파는 사용할 수 없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공략이 불가능한 상대는 아닙니다.”
나는 품 안에서 하나의 아이템을 꺼내들었다.
파직, 파지직······!
정체 불명의 검은 덩어리.
그 형태는 불분명하며, 지속적인 노이즈를 발산하고 있다.
『 해당 아이템은 인과율의 영향을 받습니다. 』
『 현재 존재 불가능한 아이템입니다. 』
신화급 아이템.
“이걸 복구하면 우리도 충분히 대항할 수 있습니다.”
“그거 고블린 창고에 있던거죠?”
“네. 이건 마계에도 존재하지 않는 등급의 아이템. 이걸 복구하기만 한다면 승리는 따라 올 겁니다.”
따라서 아이템의 복구가 우선이다.
“아무래도 좋습니다. 전 스승님과 함께 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차 오르거든요.”
회의실 구석에서 줄곧 헤실거리고 있던 신태양이 고개를 끄덕였다.
은빛의 날개가 수호 길드를 인수하며, 녀석은 이쪽 소속이 되었다.
이번 작전에는 녀석도 참여한다.
– 형. 나는 왜 안데려가요?! 이 놈은 왜 갑자기 은빛의 날개에 와가지고선······!
천성호가 길길이 날뛰기는 했지만, 진정시키긴 어렵지 않았다.
– 성호야, 네가 해줘야 할 특별한 임무가 있다.
– 트, 특별한 임무······? 할게요. 무조건. 무조건!
어쨌거나 아직 중학생이라 그런걸까.
설득하기 쉬워서 다행이다.
‘내가 문명계에서 자리를 비우면······. 다른 사도들이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할 거다.’
사도 부패의 마족이 실패한 시점에서, 마계의 사도들이 본격적으로 움직일 거다.
무한의 마족과 생명의 마족.
그들이 문명계를 노릴 확률이 다분하다.
‘대비는 충분히 했다. 남은 건 믿는 것 뿐.’
불사의 마족과 부패의 마족이 속한 레기아.
그곳을 이끄는 백묵.
거기에 더해 붉은 혜성 천성호와 버서커 신아람, 은빛의 날개 길드장인 윤지은까지.
전세계의 다른 헌터들도 있다.
문명계는 그리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다.
“출발은 3일 뒤. 철저히 준비하죠.”
* * *
회의가 끝나고.
은빛의 날개 라운지.
“흥흥······. 응?”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라운지의 냉장고를 연 엘리스가 굳어졌다.
회의가 끝나서, 즐겁게 다과를 즐길 생각이었는데······.
“어라?”
애지중지 보관해 놨던 각종 한과와 전통자가 흔적도 없이 사라져 있었다.
그리고 그 자리를 가득 메우고 있는 건 1L짜리 우유.
떨리는 손으로 냉장고 내부를 가리키는 엘리스의 얼굴은 창백했다.
“누, 누가 없앴어요······?”
“응? 뭐야, 누가 이렇게 우유를 가득 넣어 놨어?”
과하다 싶을 정도의 양이었다.
아니, 유통기한 전에 이걸 전부 마실 수나 있으려나.
윤서현이 냉장고를 확인하는 사이.
“도, 돌려줘요······!”
엘리스가 진세아를 향해 달려들었다.
“잠깐, 이번에는 진짜 나 아니야! 지난번에 전부 돌려줬잖아!”
“그러면 누구란 말이에요!”
“아브렐 언니······?”
진세아의 대답이 모두의 시선이 구석으로 향했다.
술에 취해 늘어진 검의 마족.
아무리 봐도 범인은 아니었다.
“그럴 리가 없잖아요! 빨리 돌려줘요!”
울상이 된 엘리스가 소리치며 달려 들었다.
우당탕탕!
현란하게 쫓고 쫓기는 추격전.
책상과 가구 사이를 잽싸게 가로지르는 진세아.
그 뒤를 엘리스가 쫓았다.
『 엘리스가 스킬 ‘절대 미래 예측 Lv.10’을 발휘합니다. 』
엘리스의 눈에서 솟은 금빛 이채가 어지러이 은빛의 날개 라운지에 흩어졌다.
덥썩.
“나도 억울해! CCTV 돌려봐!”
결국 후드를 붙잡힌 진세아가 소리쳤다.
* * *
“라운지 쪽이 소란스럽네요. 그보다 스승님 지금 어디 가는거죠?”
라운지가 있는 방향을 힐끗 확인한 신태양이 물었다.
수호 길드가 인수되자마자 녀석은 은빛의 날개로 달려왔다.
복도를 지나치며 만나는 사람마다 신태양에게 인사를 건넨다.
“오, 안녕하세요! 지난번에 말씀드렸던 건 해결 됐나요?”
“신태양군 반가워요.”
“나중에 사인 부탁해도 될까요?”
녀석은 타고난 친화력으로, 위화감 없이 은빛의 날개에 눌러 앉았다.
천성호를 제외하면 신태양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을 거다.
“근데, 스승님. 어디로 가신다고 했죠?”
“은빛의 날개 김건이라고 알고 있나?”
“아이템 제작자였나요? 그 분에 대한 소문은 들어 봤어요. 최근 제일 핫한 제작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저도 한 번 만나보고 싶었는데 잘 됐네요. 슬슬 아이템을······.”
신태양의 말을 흘려 들으며 엘리베이터를 타고 장인 공방이 있는 층으로 향했다.
이번 초기술마도계에 가기 전, 김건을 직접 만날 필요가 있다.
치이익.
엘리베이터가 열리자, 일반 건물의 내부와는 완전히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이전에 내가 왔을 때랑은 차원이 다르다.
“우와······.”
하나의 층이 요새처럼 변해 있었다. 미래에서 봤던 최후의 기지와 비슷할 정도.
공간계 스킬이 담긴 아이템을 통해서 확장된 공방.
“상상보다 대단한데요. 뭐 이런 곳이 다 있나 싶을 정도네요······.”
곳곳에서 스파크가 튀어오른다. 은빛의 날개에 속한 장인들이 쉴틈없이 아이템을 뽑아내고 있었다.
그들 사이로 한 명의 남자가 헐레벌떡 뛰어 왔다.
“지한님!”
멸망한 세계의 또라이.
아이템 제작자 김건이었다.
“오신다고해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덥수룩한 머리와 작업복은 여전했지만, 그 눈빛만큼은 생생히 빛나고 있다.
그는 더 이상 일반 장인이 아니었다.
가슴에 달린 녹색의 명찰이 그 증거였다.
『 은빛의 날개 수석 명장(名匠) – 김건 』
압도적인 실력으로 재능과 공로를 인정 받은 그는 은빛의 날개의 장인들을 이끄는 명장이 되어 있었다.
“이 분이 김건 명장님. 반갑습니다. 신태양이라고 합니다.”
“아, 신태양 헌터님! 반가워요. 우와, 굉장한 아이템······.”
“이야, 알아보시는군요. 역시 명장님이십니다. 나중에 아이템 하나 부탁드려도 될까요? 이전에 사용하던 건······.”
“잠깐.”
괜히 길어질 것 같아서 나는 신태양의 말을 잘랐다.
“명장 축하드립니다.”
“아, 지한님. 이게 전부 지난번에 가져다 주신 아이템 덕입니다. 그리고 이번에 SSS급 게이트에서 얻은 소재까지. 최근 정말 행복해 죽을 것 같습니다. 천국이 있다면 여기가 아닐까 싶은 정도······. 정말 감사합니다.”
이쪽도 말이 많아서 둘 다 들어 줄 여유가 없다.
김건이 바닥에 기다시피 하며 나를 껴안았다.
콧물, 눈물 범벅이 되어 있다.
그걸 뒤쪽에서 보고 있던 여비서가 김건을 끌어 당겼다. 아마 자그마한 공방일 때부터 있었던 직원이었지.
“죄송합니다. 저희 사장님이 주책이네요. 자중 좀 하세요. 수석 명장이란 사람이 이러고 있으면 어떻게 해요.”
“아아, 그렇지. 지한님 죄송합니다.”
감격의 눈물을 닦아낸 김건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전투 인형들의 대량생산 준비도 끝났습니다. 전부 A급 전투력을 가진 인형들이죠. SSS급 게이트의 소재가 들어오면서 재료도 충분하고요. 아직까지는 아이템으로 취급되니 딱히 법적인 문제도 없고요.”
전투 인형을 가져다 준 지 얼마나 지났다고.
굉장한 속도다.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지어질 정도.
전투 인형들은 레기아의 활동과 약소 길드를 지원하게 될 거다.
“문제는 초인지시스템에 대한 연구인데······.”
고블린의 창고를 지키고 있던 인공지능 시스템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것만큼은 기술 재현율이 13% 이상으로 끌어 올려지지 않아서요. 으······. 벽에 가로 막혔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아니, 오히려 대단하다.
지구상에는 존재하지도 않는 기술이니까.
‘상상 이상이군. 역시 김건을 선택하길 잘했어.’
김건이 아니었다면, 전투 인형이나 인공지능 시스템의 양산은 꿈도 못 꿨을 거다.
“그런데 이번에는 절 초기술마도계에 데려가신다니······. 대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 지 가늠도 안 갑니다.”
이미 초기술마도계에 김건이 합류하는 건 전달해놨다.
그가 가로막혔다는 벽.
그걸 뛰어넘기 위해선 초기술마도계에 동행해야만 했다.
“편하게 오시면 됩니다. 마음 비우고 편하게요.”
“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번에 온 건 다른 이유에서였다.
나는 조심스레 입을 떼었다.
“그러고보니 제가 굉장한 걸 발견했는데. 들어보시겠습니까?”
김건이 만드는 아이템은 성장형이 된다.
그 사실을 말해 줄 때가 되었다.
* * *
3일 뒤.
하이텍트의 독립 연구소.
게이트 생성 장치 앞.
“와, 이거 정말로 성장형 아이템잖아요? 말도 안돼. 그냥 받아도 되는 거에요?”
“너무 편해요. 효과도 말도 안되고요!”
“감사합니다.”
녹색의 망토가 일행들에게 전원 배부되었다.
뒤쪽에는 은색 자수로 날개와 슬라임이 새겨져 있다.
각자 착용한 망토를 들여다보며 감탄을 내뱉었다.
성장형 아이템의 값어치는 이루말할 수 없다.
심지어 그게 명장 김건이 만든 작품이라면 더더욱 높아진다.
“다들 기뻐해주시니 밤을 새워 만든 보람이 있네요.”
눈이 벌겋게 충혈된 김건이 미소를 지었다.
탐험 가방을 등에 맨 그의 눈이 이글거리고 있다.
편하게 오라고 했건만.
그래도 아이템은 훌륭하다.
『 빛이 깃든 자유로운 실크 망토(ver.은빛의 날개) Lv.1 』
– 등급 : 레전더리
– 유형 : 성장형 ( Lv. 1 / 250 )
– 효과 : 모든 능력치 15(+0.1)% 상승
– 설명 : 명장 김건이 정성들여 만든 망토. 수십 개의 편의 마법이 중첩되어 있다.
‘김건의 성장도 굉장하고.’
과거 김건이 만들었던 아이템의 최대 레벨은 100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만들어 온 아이템의 최대 레벨은 무려 250.
수치상으로만 봐도 2.5배 더 강해질 수 있는 거였으니.
“게이트 시스템의 준비는 끝난건가요?”
“예, 그렇습니다. 목표로 설정하신 초기술마도계로 코드도 일치합니다.”
길드장 윤지은의 질문에, 하이텍트의 연구원이 대답했다.
지난번 레온의 도움으로 하이텍트의 연구는 빠르게 진척되었다.
이제 완벽히 게이트를 제어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으아, 늦어서 미안요.”
뒤쪽에서 진세아가 나타났다.
“아빠랑 담판을 지었어요. 갔다와도 된데요. 어라, 설마 나 없는 줄 몰랐던 거 아니죠?”
“무, 물론이죠! 세아양, 빨리 와요.”
우우우웅——!
게이트 생성 장치가 기동하며, 그 내부에 검은 원하나가 소용돌이 치기 시작했다.
이번 게이트의 공략 인원은 다음과 같다.
윤서현, 진세아, 엘리스.
신태양, 김건.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까지 총 6명.
은빛의 날개 특별팀.
“다들 잘 다녀와요. 꼭 이겨요.”
윤지은이 결연한 표정으로 우리를 바라봤다.
“걱정하지마, 언니. 우리가 누군데?”
“지한 오빠가 있으니까 잘 될 거에요!”
진세아와 윤서현이 그녀를 지나쳐 게이트로 발을 내딛었다.
“그러면 다녀올게요!”
이어서 엘리스까지.
“이기고 돌아오겠습니다.”
그녀에게 맡겨둔 일이 많다.
내가 문명계를 떠나 있는 동안의 일은 그녀의 손에 달렸다.
게이트를 통과하자 기이한 감각이 전신을 휘감았다.
하나의 세계를 통과하여, 다른 차원으로 나아가는 기분.
그리하여, 본래라면 닿을 리 없는 땅에 도달한다.
『 게이트 내부로 진입합니다. 』
『 특수 SSS급 게이트 : 초기술마도계(超技術魔道界) 』
게이트를 빠져 나오자마자 푸른 평원이 펼쳐졌다.
파란 하늘 아래 끝없이 뻗어나가는 평원.
저 멀리 비행선 하나가 날아가는 게 보인다.
“여기가······. 초기술마도계.”
시원한 바람에 모두의 녹색 망토가 펄럭였다.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은빛의 날개 특별팀 ‘오르티마’.
작전 개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