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100 thousand reincarnation he became a transcendent hunter RAW novel - Chapter 223
223화 초기술마도계(2)
스륵, 토옹!
어깨의 보호구로 변해 있던 오르티마가 들판에 착지했다.
뀨우! 뀨우!
두 마리로 나뉘어진 녀석들은 정신없이 들판을 뛰어다녔다.
‘고향에 돌아와서 기쁜건가.’
초기술마도계는 오르티마의 고향이기도 했다.
원래는 알 상태였다지만, 뭔가 느껴지는 게 있는 모양이다.
저 멀리 황동색의 거대한 도시가 보인다.
하늘 위를 날아다니는 비행선과 증기를 내뿜으며 달려가는 기관차.
근현대풍의 건축물들이 빽빽하게 서 있는 모습.
“우선은 수도로 가면 되는 거죠?”
들판 너머를 바라보던 윤서현이 내게 말했다.
가장 먼저 우리는 신화급 아이템의 복구를 해야 한다.
시공의 마족에게 대항하기 위한 강력한 수단이니.
“네, 맞습니다. 아이템을 복구할 기술자가 수도에 있으니까요.”
신화급 아이템 복구에 필요한 건 두 가지다.
바로 복구 아이템과 복구 기술.
“복구 아이템이 위치한 던전은 이미 알고 있으니, 기술자만 찾으면 되겠죠.”
그러한 복구 기술을 가진 사람은 초기술마도계에서도 단 한 명.
천재 기계 공학자 ‘유클레스’ 뿐이다.
아카식 레코드에서 그에 대한 기록을 전부 살펴봤다.
“문제는 시공의 마족도 우리가 원하는 바를 알고 있다는 거죠. 기술자를 미리 빼돌렸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즉, 이 앞은 내가 모르는 미래가 된다.
정보는 충분하지만, 상황은 언제든 변할 수 있단 뜻.
“설마 죽이지는 않겠죠?”
“예, 시공의 마족에게도 그 기술자가 필요하거든요.”
“그건 다행이네요. 그런데······.”
윤서현이 뒤를 돌아봤다.
따라오고 있어야 할 일행들이 전부 제자리에 멈춰서 있었다.
치이익—! 쿠웅!
그들이 시선은 한군데에 고정되어 있었다.
거대한 요새가 증기를 내뿜으며 움직이고 있었다.
그 크기는 하나의 도시와도 같은 크기.
꽤 멀리 떨어져 있음에도 위압감이 느껴지 정도다.
“우와아—! 대박! 저거, 저거 뭐에요?!”
“기동요새 오르간트.”
진세아의 물음에 내가 가볍게 대답했다.
복잡한 황동색의 기계 장치로 이루어진 요새.
수백에 이르는 함포와 무기들로 무장되어 있다.
치익! 쿠웅—!
불안정한 다리가 아슬아슬하게 무게를 지탱하며 움직인다.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움직이는 성을 떠올리게 한다.
그게 거대한 요새로서 성립한다면 저런 게 되겠지.
“크으윽······. 여기 오길 정말 잘했습니다. 지한님 감사합니다······. 죽어도 여한이 없습니다.”
김건은 눈물을 흘리며 기동요새를 바라보고 있었다.
‘사부님, 걱정 안하셔도 됩니다.’
그의 옆에 선 신태양이 나를 향해 엄지 손가락을 치켜 올렸다.
‘잘 보고 있군.’
녀석에게는 김건을 지켜보도록 미리 지시해놨다.
– 김건을 호위해라. 돌발 행동을 못하도록.
– 예? 왜요? 돌발 행동을 할 사람처럼은 안 보이던데요.
– ······. 내가 확인한 대부분의 미래에서 김건은 죽었거든.
친화력과 실력을 겸비한 신태양이라면 충분히 김건을 억제할 수 있을 거다.
“우와아—! 무조건 훔쳐야지! 지금이라면 할 수 있을지도.”
덥썩.
나는 달려나가려는 진세아의 뒷덜미를 붙잡았다.
“안 돼.”
저런 걸 훔쳤다간 초기술마도계 전체를 적으로 돌리게 된다.
저래뵈도 저건 어느 대공의 소유물이다.
주인이 있는 물건이란 말씀.
“지금은 기술자를 찾는 게 우선입니다. 기동요새는······. 나중에 살펴볼 기회가 분명 있을 겁니다.”
“크윽······. 아쉽지만 참겠습니다. 기회가 있겠죠.”
이를 악문 김건이 고개를 끄덕였다.
의외로 쉽게 수긍해줬다.
설득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줄 알았는데.
은빛의 날개에서 명장으로 있으며, 그의 기인으로서의 기질이 조금은 수그러든 걸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다행인데.
그때였다.
나를 지긋이 바라보고 있던 진세아가 물었다.
“혹시 훔칠 기회는 없나요?”
“······.”
완전히 없다고는 말 못하겠다.
* * *
스팀펑크(Steampunk).
그 중에서도 초기술마도계는 증기와 마력이 조화를 이룬 세계다.
문명계는 전자 공학과 컴퓨터 공학이 발달했다면.
초기술마도계는 마공학과 기계 공학이 발전한 차원이다.
그 기술의 발전 수준은 문명계와 비교해도 손색 없다.
‘아니, 오히려 마공학 분야라면 우리를 압도한다.’
우리 문명계는 마력을 이용한지 얼마 되지 않은 반면, 이곳은 수 세기 전부터 마공학 기술을 발전 시켜왔으므로.
“오오, 여기저기 기계가 많아요. 사람처럼 걸어다녀요.”
“으앗, 도시 한복판에 전차가 막다니는데요?”
우리는 별 다른 제지 없이 도시에 들어 올 수 있었다.
“세아야, 너무 두리번거리면 수상하게 생각할 수도 있어.”
“시골에서 상경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이것저것 구경할 게 많은 곳이다.
그래도 가장 먼저 향할 곳은 장물아비가 있는 도시의 뒷거리다.
복잡한 골목을 지나, 낡은 간판이 있는 가게 앞에 섰다.
“이곳에서 사용할 화폐를 먼저 교환하죠.”
가지고 있는 금과 보석은 많다.
고블린의 창고에서 가져 온 대량의 금은보화
그건 이 세계에서도 마찬가지로 통용된다.
다만, 음식점에서 금괴로 계산을 할 수는 없는 법.
이것들을 현금화 하려면 장물아비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오늘 일 안합니다.”
가게로 들어가자, 너구리의 얼굴을 한 수인이 시큰둥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걸 보면 생각이 달라질텐데.”
나는 길게 말하지 않고 인벤토리에 있던 금은 보화를 쏟아냈다.
촤르르륵—! 땡그랑.
“······.”
무시하기에는 막대한 양.
너구리 장물아비의 눈이 화등잔만하게 커졌다.
“뭐, 뭐야 댁들? 이 근방에서 처음보는 얼굴인데. 이만한 양을 도대체 어디서······.”
“그건 신경 쓸 필요 없고.”
“잠깐, 출처를 모르면 함부로 매입 못해. 무슨 탈이 날 줄 알고.”
그리 말하면서도 너구리는 고글을 끼고서 보석을 유심히 살피기 시작했다.
장물아비 넥.
그는 장차 초기술마도계의 수도 ‘기간트 데이아’를 주름 잡을 인물.
이만한 장물을 처리해 줄 수 있는 것도 여기가 유일하다.
꿀꺽.
그의 침 넘어가는 소리가 들려온다.
“이거 원······. 상태가 전부 최상급······.”
덩달아 내 뒤쪽의 일행들도 숨을 죽인 채 기다렸다.
이 장물이면 넥에겐 둘도 없는 기회.
쉽사리 놓치고 싶진 않을 거다.
그가 내 눈치를 보더니, 입을 열었다.
“변방의 귀족이라도 되시는 겁니까? 이만한 양이면 2억 에온까지 드릴 수 있습니다.”
살짝 공손해진 목소리다.
그런데, 그 공손함에 불순한 의도가 섞여 있다.
“너무 후려치는군. 10억.”
초기술마도계의 시세를 생각하면 이 정도가 적당하다.
“허······. 말도 안됩니다. 그런 가격에는 절대 매입 못해요. 아마 이곳 시세를 모르시나본데······.”
딱.
넥이 손가락을 튕기자, 가게의 문이 저절로 닫혔다.
그게 신호였는지 옆쪽의 문에서 큰 덩치들이 걸어나왔다.
그 수는 여섯 명 가량.
넓지 않은 가게가 순식간에 꽉 찼다.
그들의 손에는 독특한 형태의 권총이 들려 있었다.
“뒷골목이 그리 안전한 장소는 아니라서요. 괜히 험한 꼴 보지 마시고, 쉽게 쉽게 가시죠. 변방 귀족 하나 죽는다고 아무 일도 안 생깁니다.”
넥이 비릿한 미소를 흘리며 말했다.
두둑!
“이렇게 될 것 같더라.”
진세아가 기지개를 펴듯 손을 풀었다.
신태양도 검집 위에 손을 올렸다.
엘리스도 쌍권총을 양 손에 쥐었다.
넥의 입가에 걸린 미소가 더욱 진해졌다.
“허허, 말리진 않겠습니다. 얘들아, 깔끔하게 처리해라.”
콰앙—!
그의 명령에 덩치들이 달려들기 시작했다.
동시에 우리 일행들이 움직였다.
무기를 사용할 것도 없었다.
콰앙! 콰앙! 쾅!
모든 덩치들을 처리하는데 걸린 시간은 5초.
가게 내부에 자욱하게 먼지가 솟아올랐다.
“생각보다 약하진 않은데요? 일반인들은 아니네요.”
“벌써 끝?”
SSS급 게이트로 취급 받는 세계다.
여기에도 마찬가지로 시스템이 존재하니.
“끄어억······.”
“으으윽······.”
가게의 나무벽에 쳐박힌 놈도 있고, 천장에 대롱대롱 매달린 놈도 있다. 하나 같이 정신을 잃은 채 늘어졌다는 것만 공통점이다.
“뭔······.”
입을 떡 벌린 채 말을 잇지 못하는 넥.
“S급들인데······. 이럴 수는······.”
나는 녀석의 앞으로 다가갔다.
쨍그랑.
금이 간 칸막이의 유리가 저절로 떨어졌다.
쿠웅.
나는 검의 손잡이로 유리를 완전히 박살냈다.
“그냥 넘어갈 수도 있었는데. 아쉽게 됐군.”
“드, 드리겠습니다. 10억 에온 맞죠?.”
그리 말하며 허겁지겁 뒤쪽의 금고에서 돈을 꺼내려는 넥.
“20억 에온.”
“예?”
스릉.
넥이 반문자하자, 뒤쪽에 있던 신태양이 검집에서 검을 슬쩍 뽑았다. 서슬퍼런 칼날이 반짝였다.
“뒷골목 장물아비 하나 죽는다고 아무 일도 안 생길텐데······.”
그 말에 넥의 두 눈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 드리겠습니다.”
넥과 거래하길 잘 했다.
덕분에 아주 좋은 거래를 할 수 있었다.
* * *
초기술마도계의 여관.
이곳의 1층은 식당 겸 주점으로 운영되고 있다.
우리는 바꿔온 돈으로 여관을 잡고 식사를 시켰다.
20억 에온이면 여기 있는 동안 돈을 펑펑써도 남아 돌 거다.
“근데 그 기술자라는 사람 정말로 없네요. 흔적조차 못 찾을 줄이야.”
스파게티를 한 입 먹은 윤서현이 아쉬운듯 말했다.
“시공의 마족이 먼저 움직일 수 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시간과 공간에 대한 두 가지 권능을 가진 존재니까요.”
내가 아는 것과 초기술마도계의 상황이 많이 다르다.
우선은 정보를 모을 필요가 있다.
“복구 아이템이 있는 던전은 보름달에만 열린다고 했었죠······.”
“네, 그러니 며칠간 수도에 머물면서 정보를 수집해야 할 것 같습니다.”
나는 스테이크를 썰어 입에 넣었다.
진세아도 한 입 맛보더니 눈을 반짝였다.
“이거 엄청 맛있어요! 설마 오빠, 여기도 미리 알고 온 거에요?”
“그래.”
평판이 좋은 여관을 아카식 레코드에서 미리 확인했었다.
윤서현이 엘리스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엘리스, 뭐 짐작가는 건 없니?”
“으음······. 지금은 예지를 사용해도 답답한 벽에 가로막힌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시공의 마족이 가진 능력 때문인건가.
예상하고 있던 부분이었다.
예지 능력을 사용할 수 없으니 기술자 유클레스를 찾는데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정보 수집이라······. 당장 시작해야겠네요.”
김건은 당장이라도 달려나갈 기세였다.
“같이 가시죠. 저도 둘러보고 싶거든요. 좋은 아이템이 있을지도 모르고요.”
“좋습니다.”
“아, 필요하신 게 있으면 사셔도 됩니다.”
나는 김건에게 돈이 담긴 가방을 내밀었다.
“지한님······. 좋은 아이템으로 보답하겠습니다.”
김건이 감격한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신태양을 붙여놨으니 당분간은 안심해도 될 거다.
“본격적인 활동은 내일부터 시작하죠. 오늘은 일단 쉬어도 괜찮습니다. 주변을 둘러봐도 좋고요.”
앞으로 있을 전투를 생각하면, 지금이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다.
그래서 이쯤에서 해산하려고 했는데.
우물거리던 진세아가 조용히 말했다.
“아까부터 누가 우리를 쳐다보고 있어요. 붉은 머리 여자인데······. 아까 넥이 보낸 사람들일까요?”
“잠깐, 외관을 더 설명해 봐.”
“예뻐요. 엄청. 그리고······. 머리가 길고······.”
“눈 옆에 점이 있나?”
“어떻게 알았어요? 손에 무슨 기계 같은 걸 들고 있어요.”
내가 아는 사람이다.
자연스럽게 고개를 돌려 확인하니 더욱 확실해졌다.
‘우연인가······.’
초기술마도계의 정점이자, 이 세계의 부흥을 일으킨 천재.
유클레스.
그는 11명의 제자를 거느리고 있었다.
각 제자들은 그가 달성한 위업들을 하나씩을 맡아 계승하도록 했다.
문제는 수도에서 제자들의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는 것.
낮에 거리를 돌아다니며 확인한 바였다.
아마, 시공의 마족이 어떤 수를 쓴거라고 생각했는데.
“잡아야 합니다.”
유클레스에게로 이어지는 길을.
그녀가 가지고 있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