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100 thousand reincarnation he became a transcendent hunter RAW novel - Chapter 232
232화 천재 그리고 천재(2)
“으하하-! 굉장하군, 굉장해! 이런 인재가 있을 줄이야. 자자, 이리로 오게. 자네에게 알려줄 게 많아.”
“예? 예? 그, 그거야 좋지만······.”
유클레스는 웃음과 함께 김건을 끌고 갔다.
3년 간 납치 되어 있었다는 게 믿기지 않는 호탕한 웃음소리다.
“스, 스승님. 몸부터 생각하셔야죠.”
제자인 카렌이 당황한 표정으로 유클레스를 말리려 했다.
“괜찮아, 괜찮아. 카렌, 그보다 저들에게 복구의 기술을 가르쳐 준다고 약속 하지 않았나?”
“그거야, 그런데······.”
“이쪽은 신경쓰지 말고 할 일 하게나. 나는 이 녀석하고 창고에 갔다 올테니까.”
“지, 지한님······. 사, 살려······.”
김건의 머리를 옆구리에 낀 유클레스가 그대로 격납고를 벗어났다.
끌려가긴 했지만 이야기를 나눠보면 김건도 마음이 바뀔 거다.
“후우······.”
스승이 사라진 자리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카렌이 착잡한 표정으로 우리를 돌아봤다.
“그 김건이란 사람 대단하기는 한가보네. 스승님께서 저런 식으로 말한 사람은 처음 봐.”
부러우면서도 한 편으로는 씁쓸한 듯한 목소리였다.
반대로 그만큼 김건이 가진 재능이 뛰어나다는 의미기도 했고.
“그런데, 살짝 본 것만으로 재능까지 파악하다니. 대단하네요.”
그리 말을 꺼낸 건 다름아닌 신태양이었다.
경지에 오른 각성자는 상대의 눈빛만 봐도 그 재능을 확인할 수 있다.
뭐, 그런 건데.
“그건 너도 마찬가지 아니었나?”
신태양을 처음 만났을 때 했던 말이 아직도 기억난다.
녀석은 내가 검을 쥐기도 전에 이렇게 말했었다.
– 안되겠는데요. 진지하게. 그쪽 재능이 너무 없어요.
옆에 있던 신태양이 멋쩍은 듯 머리를 긁적였다.
“재능은 보통 타고나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태어날 때부터 지금까지 그 사람이 살아 온 세월이 여러 형태로 몸에 남아 있는 거죠. 손모양이라던가, 어디를 주로 쓴다던가 하는 그런 것들.”
그래서 유클레스가 김건을 만지작댔던 거였나.
“물론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눈으로만 보는 것만으로 그 사람의 모든 걸 파악했다 생각하는 건 오만이니까요. 뭐, 유클레스 그 분한테는 다른 스킬도 있었겠지만요.”
“······나도 슬슬 도둑의 자질이 뭔지 깨달을 것 같달까.”
신태양과의 대화에 갑자기 진세아가 끼어들었다.
“그런 의미에서 오빠는 도둑의 재능이 있다고 볼 수 있죠. 궁금하면 말해요. 후후후.”
“······.”
도둑의 재능이라.
이걸 칭찬으로 받아들여야 하나.
게다가 미래의 진세아는 가르치는 데에는 그리 재주가 없었다.
후드려 맞았던 기억 밖에는 안 떠오른다.
“그래서 당신들은 어쩔 거야? 스승님께서 돌아오시려면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은데.”
복구의 제자 카렌이 팔짱을 낀 채 우리에게 시선을 돌렸다.
김건과 유클레스가 독방에서 대화를 나누는 동안, 우리도 할 일이 있다.
“약속했던대로 복구의 기술을 전수 받고 싶습니다.”
“가르쳐주는 건 어렵지 않지만 쓸 데가 있을까? 신화급 아이템의 복구가 목적이라면 나나 스승님한테 맡기는 게 나을 거야. 난 기초적인 걸 알려주는 게 끝이니까.”
“그 정도면 충분합니다.”
“······그렇게까지 이야기한다면야.”
카렌은 미심쩍어 하면서도 공구가 담긴 상자를 꺼내 작업대 위에 올려 놓았다.
“사부님께서 새로운 스킬을 배우시려나봐요.”
“나도 배울 수 있으려나?”
내 주위로 일행들이 삼삼오오 모여 들었다.
직접 설명한 적은 없지만 일행들도 내 능력에 대해서는 대강 알고 있을 거다.
나는 애매한 재능의 결실을 꺼내 손에 쥐었다.
“그 보석은 뭐야? 처음 보는 재질인데.”
카렌이 내가 쥔 보석을 잠시 바라봤다.
물론 잠시 뿐이었다.
“별 거 아닙니다.”
『 일시적으로 일반적인 재능을 소유합니다. 』
“뭐, 상관 없겠지. 간단히 설명부터 하자면 이 복구의 기술은 스승 유클레스님으로부터 배운 것을 개량한 거야. 그 분은 천재적인 면이 있어서 일반적인 머리로는 이해하기 어렵거든.”
잠시 주변을 둘러 본 카렌은 탁상 시계를 가져와 작업대에 올렸다.
“나는 이걸 좀 더 쉽게 배울 수 있게 개량했어.”
콰앙!
카렌은 도구상자에 있던 망치로 시계를 완전히 박살냈다.
한 번에 그치지 않고 계속해서 내리쳐 부품들을 완전히 조각냈다.
폐품 조각이 되어 버린 시계.
수리공에 맡긴다 한들 원형을 되찾긴 어려워 보인다.
“가장 우선시 되는 건 도구, 그리고 포기를 모르는 마음가짐. 복잡한 마공학 수식이 있지만, 그런 건 몰라도 되고. 내 마력의 흐름에 집중해.”
그러고는 렌치를 가져다 시계에 대었다.
『 동료 카렌이 ‘유클레스 비전(祕傳) : 복구의 기술(개량) Lv.10’을 발휘합니다. 』
츠즈즛!
렌치에서 퍼져나간 금빛 기운이 박살난 시계의 파편을 덮어나가기 시작했다.
기운이 전부 걷어졌을 때 시계는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다.
“와아······. 대단해요. 이게 복구의 기술. 비슷한 같은 결과지만 제 능력하고는 다른 힘이 있네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지켜보던 엘리스가 감탄했다.
오히려 더 깔끔하고 단단해진 느낌마저 든다.
“물론 이건 완성된 기술이고, 그쪽이 배우려면 상당히 고생 좀 해야 할 거야. 그 던전이 개방되기까지 3일이라 그랬나? 그 안에 배울 수나 있으면 다행인거고.”
까칠하게 말하면서도 카렌은 품 안에서 큐브 하나를 꺼내 들었다.
주먹보다 작은 크기의 정육면체다.
아마 미리 준비하고 있었던 것 같다.
콰득.
카렌이 큐브를 쥔 손에 힘을 주자, 큐브는 수십 조각으로 나뉘었다.
일종의 퍼즐처럼 보였다.
“시작은 이것부터 맞춰봐. 복구 기술을 빠르게 습득하기 위한 교보재라고 보면 돼. 보기엔 간단해보여도 마력을 섬세하게 컨트롤해야 해서 쉽지 않으니까.”
카렌이 큐브를 작업대에 내려 놨다.
“저도 해볼래요! 혹시 다른 큐브는 없나요?”
“그래, 안될 거 없지. 잠깐 기다려. 몇 개 더 가져올테니까.”
카렌이 발걸음을 옮기려는 그 순간이었다.
쿠우우웅─!
비행선 로스트 세이비어 전체에 강한 진동이 울려퍼졌다.
동시에 격납고 전체가 비스듬하게 기울지기 시작했다.
“우와악!”
“뭐, 뭐야?”
카렌의 얼굴에 당혹감이 스쳤다.
곧바로 그녀의 앞주머니에 있던 황동색 무전기가 노이즈를 뱉어냈다.
치직, 치지직!
– 비행선의 우현 2번 엔진이 피탄되었습니다! 엔진 출력 손실 26%!
“설마, 위치를 들킨건가. 그럴리는 없을텐데.”
카렌이 미간을 좁혔다.
무전기 너머로 비행선의 선원이 고함이 들려 왔다.
카렌은 침착하게 무전기를 들어 올렸다.
“무슨 종류의 무기지? 방어막을 뚫고 들어 온 건가?”
– 육안으로 봤을 때는 레이저입니다! 방어막 손실률은 3%지만 회복 불가능한 구멍이 뚫렸습니다!
레이저의 화력이 보호막을 그대로 꿰뚫을 정도란 의미였다.
“복구는? 접근 가능한가?”
카렌의 복구의 기술이 있다면 망가진 엔진도 순식간에 수복할 수 있으리라.
그러나 돌아온 대답은 절망적이었다.
– 불가능합니다. 접근 조차 어렵습니다!
– 보고드립니다. 로스트 세이비어가 잔류하고 있는 상공 근처로 무수한 레이저포가 날아들고 있습니다!
적습이었다.
시공의 마족과 오르티마 대공이 쉽게 물러날 리가 없었다.
낮의 전투에서 비행선의 위치를 확인해 둔 모양.
콰아아아! 콰아아!
창 밖으로 보이는 우중충한 하늘.
그 위로 수십 갈래의 레이저가 미친듯이 쏟아지고 있었다.
“도, 돌았네······.”
“막 쏘는 걸 보니, 아직 우리 위치가 정확히 파악된 건 아니─.”
쿠우우웅─!
다시 한 번 비행선 전체를 뒤흔드는 진동이 몰려왔다.
장치를 살피는 카렌의 눈이 경악으로 흔들렸다.
“큭, 저만한 출력의 레이저를 이렇게 마구잡이로 쏘는 게 어딨어······?”
– 좌현 1번 엔진 완전 파괴! 로, 로스트 세이비어 추락합니다!
무전기 너머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바닥이 더욱 크게 기울기 시작하며 중력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어디서 쏘는지 보고 올게요!”
“저도 갈게요. 상황에 따라서 비행선 자체를 옮기는 방법도 있을지 모르니까요.”
진세아와 윤서현이 곧바로 비행선 바깥으로 이동했다.
엘리스는 두 손을 모은 채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다.
“왜, 왜 몰랐던 걸까요? 으으으······.”
시공의 마족이 가진 권능은 이름 그대로 두 가지다.
시간과 공간.
여관에서 엘리스가 무언가 벽에 가로막힌 것 같단 말을 했었다.
시간의 권능에 의해 미래 예지가 막힌 상황이란 뜻.
엘리스가 눈치채지 못하는 것도 이상하지 않다.
나는 엘리스의 머리에 손을 올렸다.
“우리는 엔진으로 가자. 네 능력이면 금방 복구할 수 있을테니까.”
“사, 사부님!”
“나는 반대편으로 갈테니까, 이거 받아라!”
기울어진 격납고를 급하게 달려나가던 카렌이 우리쪽을 향해 무전기를 던졌다.
현재 파괴된 엔진은 좌현 1번과 우현 2번.
이대로 로스트 세이비어가 지면에 곤두박질 치는 걸 막으려면 엔진의 수복이 우선이다.
유클레스의 전투기나 캡슐 같은 발명품들은 격납고에 단단히 고정되어 있어 문제 없고.
나는 미끄러지듯 달려나가 비행선 바깥으로 향했다.
솨아아아!
잿빛 하늘에선 비까지 쏟아지고 있었다.
눈치채지 못한 사이에 불길한 기운이 상공을 뒤덮고 있다.
난간을 붙잡은 윤서현 헌터의 머리카락이 비바람에 휘날리고 있었다.
“지한씨! 공간 전체가 마기에 장악 당하고 있어요. 레이저는 막아내고 있는데······.”
콰앙! 콰앙!
윤서현이 펼친 거대한 공간 방어막 위로 수백 발의 레이저가 빗발치고 있었다.
이 상태를 유지 할 수 있는 시간이 길지 않다는 건 명백하다.
“여긴 부탁하겠습니다. 저희는 엔진을 고치러 가겠습니다.”
“네, 알겠어요!”
난간 아래로 연기를 뿜는 엔진의 모습이 보인다.
“신태양 너는 준비하고 있다가 강한 레이저를 막아라. 우리의 위치가 특정되면 제대로 된 무기로 공격해 올 테니까.”
“예? 제대로 된 공격이 더 있다고요?”
우리를 향해 쏘아지는 레이저의 위력은 우리가 쐈던 거랑 크게 다르지 않을 정도.
이런 공격이 대기 시간도 없이 수백, 수천 발이나 쏟아지는 건 확실히 경악스럽지만.
‘시공의 마족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가정한다면 그리 이상할 것도 없지.’
결국 엘리스와 크게 다르지 않은 힘이다.
시간을 되돌려 레이저포의 과열을 막고 있을 거다.
“출발한다.”
나는 엘리스를 옆에 끼고서 땅을 박찼다.
그대로 아래쪽에 보이는 엔진을 향해 날아갔다.
몰아치는 비바람을 뚫고서.
『 유니크 스킬 ‘공중기동 Lv.12’를 발휘 합니다. 』
“사, 사부님 숨을 못 쉬겠어요!”
“미안.”
엘리스가 양 팔을 벌려 내 허리를 붙잡았다.
“후, 후아-─.”
이 편이 낫겠다.
엔진의 상태는 심각했다.
비가 내리고 있음에도 짙은 연기와 레이저의 잔열이 훅 끼쳐온다.
중심부는 당장이라도 폭발할 것처럼 빛을 내고 있었다.
문제는 엘리스가 시간 조작을 사용하려면 손이 닿아야 한다는 것.
“으윽, 뜨거워요!”
“잠깐 기다려. 오르티마.”
내 어깨에 붙어 있던 오르티마가 엘리스에게 착 달라 붙었다.
그런 오르티마의 주위로 보랏빛의 장막이 생성된다.
『 오르티마가 내재된 형상인 ‘황혼의 장막’을 발휘합니다. 』
현시점 초기술마도계에 존재하는 가장 강력한 보호막.
마법, 물리, 공간 등 대부분의 것에 면역이 있다.
“오오······.”
나는 엘리스와 함께 더욱 가까이 엔진에 다가갔다.
보호막 한 장을 사이에 두고서 엘리스의 손이 엔진에 닿았다.
『 동료 엘리스 스튜어트가 ‘시간조작 Lv.10’을 발휘합니다. 』
샤아아―!
새하얀 빛무리와 함께 엔진이 순식간에 본래의 모습을 되찾았다.
엔진 주변을 둘러싸고 있던 비행선의 외피도 전부 복원되었고.
우우웅!
“서, 성공이에요!”
힘찬 소리와 함께 돌아가기 시작하는 마공학 엔진.
로스트 세이비어가 다시금 부력을 가지고 떠오른다.
‘남은 건 카렌 쪽인가.’
– 어이, 고쳤나? 이쪽은······. 도저히 다가갈 수가 크윽. 다들 소화 장비를 사용해!
무전기에서는 카렌의 다급한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반대편의 엔진은 여전히 회복되지 않고 있었다.
고치는 것 자체는 그리 어렵지 않다만······.
“사, 사부님! 저기······!”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굵은 레이저 줄기가 로스트 세이비어를 향해 날아오고 있었다.
붉은 레이저가 비행선의 중앙에 직격하기 바로 직전.
난간에서 튀어 나온 푸른 섬광이 적색의 레이저를 양단했다.
콰아아앙─!
신태양의 활약 덕분에 어떻게든 직격 당하는 건 피했다만, 레이저의 일부가 로스트 세이비어의 우측 날개를 관통했다.
파직, 파지직!
억지력을 넘어서는 일격이었다.
‘이런 식으로 공격해 오겠다 이말인가.’
시공의 마족의 습격은 꽤 성공적이다.
실제로 우리는 로스트 세이비어를 지키느라 급급하니까.
다만, 이쪽도 그냥 맞고만 있을 생각은 없다.
나는 엘리스를 향해 말했다.
“엘리스, 오르티마와 함께 날개를 수리하러 가라.”
“그러면 사부님은요?!”
“나는 좌현의 엔진을 수리하러간다.”
본 드래곤으로 변한 오르티마가 엘리스를 태우고 비행선이 날개를 향해 올라갔다.
나는 공중 기동으로 좌현의 엔진을 향해 날아갔다.
한 손에는 카렌이 건넸던 큐브가 들린 채로다.
쏟아지는 비바람에 조각 하나를 놓칠 뻔했지만 나는 어렵지 않게 큐브를 맞출 수 있었다.
내게는 일반적인 재능밖에 없다.
그러나 나는 재능 이외에도 많은 것을 소유하고 있다.
지금까지 내가 모아온 스킬도 내가 가진 능력의 일부라고 본다면.
『 유니크 스킬 ‘고속 정보처리 Lv.12’를 발휘합니다. 』
『 유니크 스킬 ‘공간의 여제 : 절대 마력 회로 Lv.11’을 발휘합니다. 』
지금의 나는 그리 재능이 없지 않다.
철컥.
큐브의 마지막 조각이 순식간에 맞춰졌다.
과연 배우기 쉽다. 유클레스 본인에게 배우는 것보다 제자인 카렌에게 배우는 게 정답이었다.
큐브를 맞추는 것만으로 기술을 배울 수 있다니.
『 대상 ‘카렌 에나임’으로부터 스킬을 전수 받습니다. 』
『 특수 스킬 ‘유클레스 비전(祕傳) : 복구의 기술(개량) Lv.1’을 획득합니다. 』
쿠웅-!
좌현의 엔진을 둘러싼 난간 위에 착지했다.
휘몰아치는 비바람 속에서 어떻게든 엔진에 다가서려는 연구원들이 보였다.
“어떻게든 접근만 할 수 있다면······!”
“젠장, 이대로는 추락할거야!”
연구원들은 접근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
우현 2번 엔진보다 훨씬 상황이 심각했다.
저벅, 저벅.
나는 그들을 지나쳐 엔진의 중심부로 다가섰다.
내 몸에 뭍은 빗물이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카렌은 심각한 표정으로 엔진을 지켜보고 있었다.
우우웅.
엔진 내부의 동력원인 푸른 마정석으로부터 역장이 형성되어 있었다.
콰득, 츠즈듯!
너덜너덜해져 있던 엔진의 일부가 역장에 닿자, 그 즉시 검은 재가 되며 소멸했다.
무리하게 진입하려고 했었던걸까.
카렌이 붉은 머리카락의 끝부분이 새까맣게 타 있었다.
그녀의 시선이 들고 있던 인과조율예상 장치로 향했다.
“이 상태까지 됐으면 손쓸 수가 없겠는데. 빌어먹을. ······로스트 세이비어는 버린다. 전원 대피시키는 수밖에.”
나는 그녀의 옆으로 다가서며 십자 모양의 드라이버를 들어 올렸다.
“비행선을 버리기엔 너무 이른 것 같은데요. 어차피 시공의 마족이 적인 이상 도망갈 장소는 없고.”
확실히 고치기엔 쉽지 않아보인다. 마정석을 제외하면 엔진의 원형이 거의 남아 있지 않은 수준이니까.
“엘리스인가 뭔가 하는 여자애는 어디가고 혼자 온 거야?! 시간을 되돌리는 게 아니면. 크윽, 하긴. 어차피 늦었어. 엔진은 완전히 파괴 되었으니까. 복구는 불가능하다고!”
카렌이 소리쳤다.
거의 무에서 유를 창조해야 할 지경.
복구가 불가능하게 보이는 것도 이해가 간다.
그녀가 말했던 대로 없는 걸 만들어내는 건 복구의 영역이 아니니까.
그러나 나는 망설이지 않고 앞으로 나섰다.
“카렌, 엔진은 내가 고칠테니······.”
애매한 재능의 결실을 손에 쥔 채로.
드라이버를 들어 올렸다.
내 오러를 두른 드라이버가 조금씩 역장을 뚫고 나아가기 시작했다.
『 특수 스킬 ‘유클레스 비전(祕傳) : 복구의 기술(개량) Lv.2’를 획득합니다. 』
『 특수 스킬 ‘유클레스 비전(祕傳) : 복구의 기술(개량) Lv.3’를 획득합니다. 』
···
『 특수 스킬 ‘유클레스 비전(祕傳) : 복구의 기술(개량) Lv.12’를 획득합니다. 』
그와 동시에 쏟아지기 시작하는 시스템 메시지.
복구 기술은 50만배의 경험치를 받아 단번에 12레벨에 도달했다.
그러니 이쪽은 문제 없다.
엔진의 수리는 완벽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대로 끝내는 건 뒤가 찜찜하지 않은가.
고오오.
마공학 에너지 역장이 점차 줄어들기 시작한다.
망가졌던 엔진이 불가해한 방식으로 본 모습을 가춰 나가고 있었다.
“어떻게······.”
“보, 복구가 아니라 창조하는 수준이잖아.”
“뭔······. 도대체 무슨 능력이야······.”
그 모습을 홀린 듯 바라보고 있는 카렌과 연구원들.
나는 그들에게 말했다. 놀랄 것 없다.
카렌 그녀가 말한 복구의 기술이다.
다만 레벨이 조금 더 올랐을 뿐.
“유클레스를 불러서 비행선에서 가장 화력이 좋은 무기를 준비해줬으면 좋겠습니다.”
시공의 마족에게 당한 채로 끝낼 순 없다.
“미완성이어도 괜찮습니다. 아니, 만들다만 것도 괜찮고요. 가장 강하기만 하면 뭐든지 상관 없습니다.”
받은만큼 우리도 돌려줘야 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