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100 thousand reincarnation he became a transcendent hunter RAW novel - Chapter 26
26화 환세의 도둑(3)
회귀 전 진세아는 기인이라 불리며 아군 적군 가리지 않고 도둑질을 일삼았다.
진세아가 어쩌다 그렇게 되었는지는 모른다.
그래도 그녀는 영웅이라 불렸다. 그 이유는 명확했다.
‘진세아의 능력이 압도적이었으니까.’
신들린 듯한 도둑질.
좋게 말하자면 적으로부터 아이템을 빼앗아가는 능력 하나만큼은 뛰어났다. 최후의 11인으로 남아 있던 그녀가 훔치지 못하는 것은 없었다.
‘열받은 내가 사람들한테 물어물어 조사한 사실이니까. 틀림 없다.’
그녀는 멸망한 세계에서도 각종 던전과 게이트를 털며 수많은 아이템들을 영웅들에게 보급했다.
‘던전과 게이트를 공략하지 않고도 아이템과 보상을 챙기는 능력.’
시스템을 초월한 도둑질.
그게 진세아의 능력이었다.
인지 스킬이 11레벨에 도달하며 새로 생긴 추가 효과 덕분에 그녀가 가진 스킬의 정체가 드러났다.
『 동료 진세아의 스킬 ‘절대 강탈 Lv.4’가 발휘됩니다. 』
‘등급이 짐작도 안가는구만.’
그냥 도둑질도 아니고, 강탈이란다. 나는 새삼 알게 된 스킬의 이름에 혀를 내둘렀다.
‘효과가 이렇게 좋은데, 본인도 아직 모르고 있었을 줄이야.’
지금의 진세아는 자신의 능력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 이게 어떻게 된거에요?”
후두둑 쏟아져 나온 보상이 진세아의 손을 타고 굴러 떨어졌다. 진세아 본인도 얼떨떨한 표정이었다.
『 보상이 지급됩니다. 』
『 모래 폭풍의 두번째 시련이······. 』
『 □상이 □□됩니□. 』
파지직.
시련을 알리는 시스템 메시지가 연달아 떠오르며 노이즈를 일으켰다. 당장이라도 몸을 일으킬 것 같던 스핑크스 석상도 덩달아 멈췄다.
『 시련□ 끝□······. 』
『 보□이 지급됩□다. 』
넘실거리던 검은 독액의 수위도 점점 낮아진다.
‘시련이 강제로 끝났다. 진짜 미친 스킬이군.’
데구르르······.
나는 발 밑으로 굴러가는 잔 하나를 집어들었다.
‘덕분에 간단하게 하나 찾았네.’
황동 재질의 잔에는 검붉은 보석이 촘촘히 박혀 있었다. 그곳에서 불길한 검은 기운이 스멀스멀 피어 오른다.
이게 바로 내가 찾던 ‘마기의 원천’이다.
그걸 줍자마자 메시지가 떠올랐다.
『 마기의 원천을 회수하였습니다. ( 1 / 3 ) 』
『 첫번째 마기의 원천을 회수하여 일시적으로 특수한 버프를 지급합니다. 』
『 재능 보충 : 1시간 동안 상위 스킬을 획득할 가능성이 대폭 증가합니다 』
‘오오.’
생각치 못한 이득이었다. 입꼬리가 슬쩍 올라갔다.
‘잘하면 상위 스킬을 얻을 수 있겠는데.’
현재 내가 가지고 있는 스킬들은 전부 일반 등급이다. 전수 받은 일자베기만이 레어 등급이다.
10만 배의 경험치를 받고도, 상위 스킬을 습득하지 못하는 이유는 명확했다.
‘더럽게 재능이 없으니까.’
그런데, 그런 부족한 재능을 보충해주는 버프를 받았다.
‘최소 레어 등급의 스킬만 얻을 수 있어도 대박이다.’
레어 등급 스킬인 일자베기만 놓고 봐도 무지하게 강력했으니까. 기대해 볼만했다.
‘······어떤 스킬을 습득하게 될지는 운에 맡겨야겠지만.’
어느 정도 방향성은 잡을 수 있어도, 원하는 스킬을 딱 손에 넣는 건 불가능하니까.
나는 손에 쥔 잔을 바라봤다.
‘우선은 마기의 원천부터 없애자.’
잔을 가볍게 던지고서, 영혼 포식자를 휘둘러 푸른 선을 그었다. 반으로 나뉜 마기의 원천이 연기처럼 흩어졌다.
피오른 연기는 그대로 영혼 포식자에게 빨려 들어왔다.
『 도검 영혼포식자가 마기를 포식합니다. 공격력 + 3 ( 3 / 5 ) 』
『 영혼포식자의 현재 공격력 : 30( +9 ) 』
성장의 마족, D급 던전 보랏빛 기사 그리고 이번 마기의 원천까지. 총 3스택을 쌓았다.
맨 처음보다 공격력이 30% 증가한 셈이었다. 곧 있으면 유니크 등급과 맞먹을 정도의 공격력이 된다.
만족스럽게 검을 집어 넣는데 진세아의 시선이 느껴졌다. 녀석은 보상으로 나온 아이템 하나를 손에 쥐고 있었다.
살펴보니 기민함을 살짝 올려주는 팔찌였는데, 나한테는 크게 의미가 없었다.
뭔가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녀석이 물었다.
“뭐에요?”
“뭐가.”
“내 스킬 어떻게 알았냐구요.”
“그런 스킬이 있거든.”
나는 대충 얼버무리곤 석상에서 뛰어내렸다. 진세아한테 모든 걸 세세히 설명할 필요는 없다. 알아서 생각하라지.
“아, 어디가요!”
어쨌든 진세아 덕분에 빨리 끝났다.
피라미드 밖으로 나오자 어둠이 걷히는 게 보였다. 빨리 감기를 하는 것 같은 속도로 어둠이 물러나고, 태양이 솟아오른다.
이제 파티로 돌아가자.
“나도 몰랐던 걸 어떻게 알았냐구요!”
여전히 포기를 못한 진세아가 열심히 나를 따라왔다.
* * *
“오셨습니까. 두 분 다 사라지셔서 걱정했습니다. 찾으러 갈까 했는데, 딱 맞게 돌아오셨네요.”
박인성이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미 떠날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나는 진세아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 꼬맹이 인생상담 좀 해주느라.”
“그게 무슨······이 아니라. 맞아요. 인생상담. 되게 도움 됐죠.”
진세아가 황급히 말을 돌렸다. 진세아도 작은 피라미드에서 아이템을 하나 챙겼다. 그걸 굳이 말할 필요 없다는 것 정도는 아나보다.
“그랬군요, 그러면 더 지체할 것 없이 바로 가도 되겠습니까? 마침 해도 떴으니까요.”
“괜찮습니다.”
일행은 박인성을 따라 큰 피라미드를 향해 움직였다.
내 목적인 마기의 원천은 찾았지만, 아직 백묵이 요구한 ‘알드리아의 보석’은 찾지 못했다.
그건 던전을 공략해야 얻을 수 있는 보상이다.
‘마기의 원천을 없애긴 했지만 아직 그 영향은 남아 있단 말이지.’
따라서 보스의 등급은 최소 C등급 상위는 되지 않을까. D급 헌터밖에 못들어오는 던전치고는 상당한 난이도가 될 거였다.
‘이 파티의 공략 성공 유무를 나는 모른다.’
원래는 여기에 이 파티가 모일 일 자체가 없었다. 내가 건넨 영혼 계약서 탓에 미래가 조금 바뀌었다.
그 덕에 백묵이 김상욱의 던전을 빼앗은 거다.
‘뭐, 나야 좋지만.’
백묵의 신뢰도 얻고 마기의 원천까지 회수했으니 일석이조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동안 일행은 큰 피라미드 앞에 도달했다. 조용히 따라오던 미래의 전기빌런 이예준이 손짓했다.
“······작은 피라미드는 안가봐도 될까요?”
어차피 가도 아무것도 없을텐데.
“우리 목적은 던전을 공략하고 알드리아의 보석을 챙기는 겁니다. 괜히 체력과 시간을 낭비하지말고 빠르게 보스부터 공략합시다.”
박인성이 씩 웃으며 말했다.
좋은 판단이다.
크고, 강해보이는 장소에 보스가 잠들어 있다는 건 게이트와 던전의 상식이다.
큰 피라미드 내부의 구조는 작은 것과 비슷했다. 대신 복도가 훨씬 넓었다.
“헉, 저기봐요!”
으어어······.
벽의 틈새 사이에서 미라들이 기어나오고 있었다. 박인성이 방패를 들고 앞으로 다가갔다.
“초입부터 몬스터가 많은걸 보니 보스가 있는 곳이 확실하네요. 제가 먼저 어그로를 끌겠습니다. 지원 부탁드리겠습니다.”
눈대중으로 세어봐도 스무 마리가 넘는 숫자다. 상대가 어렵진 않았다. 이전처럼 박인성이 도발을 쓰고, 이예준이 전기 마법을 날렸다.
마찬가지로 진세아가 뛰어들어 단검을 휘둘렀다. 단순하지만 효과적인 전투였다.
이번에는 나도 가만히 서 있는 게 아니라, 창을 들어 올렸다.
『 보유 포인트 : 357 point 』
‘포인트 벌어야지.’
1000포인트짜리 재능 획득의 물약을 꼭 먹어 보고 싶거든.
슬슬 새로운 스킬도 필요할 때였다. 근력, 민첩, 지력 같은 기초 스킬들은 대부분 얻었다.
더 빨리 새로운 재능을 획득하기 위해서라도 인과역전의 상점을 이용할 포인트를 모아야했다.
나는 가벼운 도움 닫기 후에 손에 쥔 창을 내던졌다.
『 스킬 ‘투척 Lv.11’의 효과가 발휘 됩니다. 』
쐐애액!
창날이 공기를 가르며 미라를 향해 쇄도했다. 이내 날카로운 창끝이 미라의 머리를 꿰뚫었다.
창은 미라 하나의 머리를 관통하고도 가속력을 잃지 않았다. 그대로 두번째, 세번째를 연달아 통과하더니 뒤쪽에 서 있던 미라마저 뭉탱이로 넘어뜨렸다.
『 몬스터 ‘미라’를 6마리 처치하셨습니다. 』
『 42 포인트를 획득합니다. 』
내가 쫙 핀 손을 들어 올리자 창이 다시 날아와 손에 안착했다. 미라에게서 나온 희미한 기운 또한 내쪽으로 모여들었다.
굳이 영혼 포식자로 몬스터를 처치하지 않아도 그 영혼이 흡수되고 있었다.
‘아주 좋아.’
이후로는 같은 동작을 반복할 뿐이었다. 미라들은 순식간에 정리되었다.
박인성은 흡족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처음부터 눈여겨보긴 했지만, 창 던지시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시군요. 같은 D급 중에서도 이지한씨만큼 강한 헌터는 못 봤던 것 같습니다.”
그러더니 속보이는 칭찬을 해 온다. 박인성은 미래에 길드를 세울 작정이다. 나랑 친분을 만들어 놓는 게 도움이 된다는 판단이겠지.
어느새 다가온 진세아가 속삭인다.
“솔직히 D급 아니죠.”
“아니었으면 여긴 어떻게 들어왔겠냐.”
“수상해······.”
녀석은 눈을 가늘게 뜨고선 날 째려봤다. 니가 수상해 하면 어쩔건데.
걱정했던 것과 달리 파티는 순조롭게 나아갔다.
* * *
보스의 방에 도착했다. 작은 피라미드와 마찬가지로 넓은 공터였다.
그 가운데에는 10m 높이의 정육면체가 있다. 그 재질은 노란빛을 띄는 석재였다.
보자마자 미간이 찌푸려졌다.
‘하필이면 저건가.’
보스 중에서도 악질인 놈이 뽑혔다. 특히나 우리 파티와의 상성이 안좋다.
“······저게 보스인건가요?”
이예준이 불안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자신의 장기인 전기 마법이 먹히지 않을 걸 걱정하는 모양.
실제로도 그럴 거다.
쿠구구구······.
정육면체의 틈이 천천히 갈라지기 시작하더니 이윽고 투박한 인간의 형태를 띄게 되었다.
“골렘인가 봅니다. 이건 애 좀 먹겠는데.”
박인성의 표정도 그리 좋지 못했다. 골렘의 무게에서 오는 파괴력은 확실히 위험하다. 박인성이 제대로 막아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애만 먹으면 다행일텐데 말이야.’
골렘은 C급 이상의 던전에서 출현하는 마수. 우리 파티가 능력 좀 있는 D급들로 짜여졌다곤 하나 그래봤자 D급이다.
여기 있는 빌런 두 놈이 진짜 뛰어난 놈이었으면 진작에 대형 길드에서 채갔겠지.
푸쉬이익!
골렘의 관절 부분에서 증기가 뿜어져 나왔다. 골렘은 땅을 울리며 전차처럼 돌진해왔다.
쿵, 쿵, 쿵!
그래도 박인성은 물러서지 않았다.
“여기다, 이놈아!”
그는 고함과 함께 도발 스킬을 발동했다. 어느새 지척까지 다가온 골렘의 주먹이 박인성을 향해 날아왔다.
박인성이 아무 생각 없이 도발을 사용한 건 아니었다.
그의 주위로 푸른 방어막이 생겨났다. 역시 아이템 하나 정도는 숨기고 있을 줄 알았다. 그러나 그걸론 부족했다.
콰아앙!
볼 것도 없었다. 골렘의 주먹 한 방에 방어막이 산산조각나며 부숴졌다. 보스의 주먹은 그대로 박인성과 충돌했다.
“커허억!”
박인성의 눈이 돌아갔다. 붕 떠오른 박인성이 그대로 뒤쪽의 벽에 쳐박혔다. 쩌저적하는 소리와 함께 벽면이 거미줄처럼 갈라졌다.
박인성은 팔을 부들부들 떨더니, 이내 고개를 축 늘어뜨렸다.
“미, 미친······!”
그 모습을 지켜 본 이예준의 앞으로 푸른 전기가 모여들었다. 본인의 공격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도 잊어버린 것 같았다.
푸른 전기 구슬이 골렘의 안면을 향해 쏘아졌다.
파아앙!
잠깐 검은 연기가 솟아오른 게 전부였다. 오히려 골렘이 이예준을 향해 고개를 돌리는 계기가 되었다.
겁 먹은 이예준이 마구 소리쳤다.
“으, 으아아! 오지마!”
그러나 골렘이 그 말을 들어 줄 리가 없었다. 골렘은 새하얀 증기를 배출해내더니 이예준을 향해 달려나갔다.
쿵! 쿵! 쿵!
크기에 걸맞지 않는 가공할 속도였다. 골렘의 거대한 발이 뒤로 뻗어지더니, 다음 순간 이예준을 차올렸다.
콰앙!
그대로 허공으로 솟아오른 이예준이 천장에 처박혔다. 저 정도면 살았는지 죽었는지도 모르겠다.
‘돌았네.’
손 써볼 틈도 없이 순식간에 두 명이 쓰러졌다. 마기의 영향을 보스가 몰아 받은 모양.
어쩐지 피라미드 내부가 너무 쉽더라.
골렘답지 않은 기동력에 나까지 등골이 서늘해진다.
덜커덩.
골렘의 고개가 나와 진세아를 향해 돌아갔다. 안면의 붉은 보석이 섬뜩하게 번뜩였다.
“야, 정신 차리고 반대편으로 뛰어. 내가 부르면 와라.”
진세아가 상대하기엔 적이 너무 강하다.
나는 진세아의 어깨를 툭 쳤다.
“아, 아! 넵!”
내 말에 멍하니 있던 진세아가 정신을 번뜩차리고선 반대 방향으로 뛰어나갔다.
동시에 10m에 달하는 골렘이 뛰어올랐다.
콰아앙!
놈의 양 주먹이 내가 있던 땅을 깨부쉈다. 조각난 바닥에서 큼지막한 돌덩어리가 비산했다.
『 스킬 ‘인지 Lv.11’의 효과가 발휘 됩니다. 』
『 스킬 ‘민첩 Lv.11’의 효과가 발휘 됩니다. 』
처음의 공격부터 마지막 돌멩이 하나까지 완벽하게 피해냈다.
‘좋아.’
스킬의 도움 덕이었다. 그대로 바닥에 착지해서 창을 손에 움켜줬다.
‘혹시라도 맞으면 그대로 끝이다.’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저 공격은 스쳐서 맞아도 중상이다.
공격의 반동으로 골렘이 주춤거리는 사이, 나는 창을 던지기 위한 자세를 잡았다. 뒤로 뻗은 팔 위로 부풀려진 근육이 꿈틀거렸다.
골렘이 자세를 잡기 전에 그대로 던져냈다.
콰아앙!
날아간 창이 골렘의 머리에 명중했다. 놈은 몸을 가누지 못하고 한쪽으로 넘어질 듯 기울었다.
타격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아닐 거다.
‘어차피 몸 속에 잠든 핵을 파괴하는 게 아니면 무의미하다.’
핵을 보호하고 있는 몸통은 가장 단단한 재질로 이루어져 있을 거다. 당장에 거길 깨부수려고 하는 것보다는, 확실한 수를 취하는 게 낫다.
타악
나는 재빨리 골렘의 위로 올라 탔다. 그대로 놈의 팔을 거친 뒤, 어깨를 발판 삼아 크게 도약했다.
동시에 영혼 포식자를 꺼내 쥐었다. 스산한 냉기와 함께 메시지가 떠올랐다.
나는 몬스터를 잡으며 모여 들었던 영혼이 일제히 방출했다.
『 영혼 포식자 : ‘혼령 개방’을 사용합니다. 』
『 일시적으로 공격 범위 및 위력이 대폭 증가합니다. 』
새파란 연기가 칼날에서 폭발하듯 쏟아져 나왔다. 그 기세를 몰아 단숨에 골렘을 베어내렸다.
– 일자베기
골렘의 팔에 푸른 선이 새겨졌다. 11레벨의 일자베기와 혼령개방이 합쳐지자 그 위력은 막강했다.
쿠구궁!
흙먼지와 함께 놈의 거대한 팔이 땅으로 떨어져 내린다.
‘아직 부족해.’
땅이 발에 닿자마자 나는 고개를 치켜들었다. 다시 한 번 놈을 향해 뛰어올랐다.
푸쉬익!
증기를 내뿜은 골렘은 하나 남은 팔을 휘둘러 나를 막으려했다. 방어를 하겠다는 심산인가본데, 나야 좋다.
혼령 개방이 불과 1초 가량 남은 상황. 내 일자베기가 작렬하며 놈의 팔을 잘라냈다.
쿠우웅!
골렘의 남은 팔 하나가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이걸로 보스를 거의 무력화 시켰다.
지금이었다.
“진세아!”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시야 한켠으로 녀석의 잔상이 빠르게 스쳐지나갔다. 단숨에 골렘에게 접근한 진세아 스킬을 발동했다.
그 주위로 새하얀 빛이 솟아난다.
『 동료 진세아의 스킬 ‘절대 강탈 Lv.4’가 발휘됩니다. 』
마공학 핵을 에너지원으로 움직이는 골렘은 일종의 기계다. 이 경우 진세아의 능력이 완벽한 상성의 우위다.
『 대상과의 격차가 지대하여 강탈에 실패합니다. 』
물론 진세아의 능력치가 높다는 가정하에.
‘그렇게 쉽게 풀리진 않는건가.’
그래도 확인해 볼 필요는 있었다.
“이, 이제 어떻게 해요?”
당황한 표정의 진세아가 물어왔다.
“도망쳐.”
내 말에 진세아가 허둥지둥 도망쳐 나왔다. 나는 그 사이 아까 던졌던 창을 손으로 회수했다. 영혼 포식자는 인벤토리에 집어 넣었다.
푸쉬익!
위험을 감지한 건지, 골렘은 등 뒤로 미친듯이 증기를 뿜어냈다. 놈은 그 추진력에 힘 입어 자세를 바로 잡으려 했다.
‘어딜.’
나는 곧바로 창을 투척했다.
『 스킬 ‘근력 Lv.11’의 효과가 발휘 됩니다. 』
『 스킬 ‘투척 Lv.11’의 효과가 발휘 됩니다. 』
콰아앙!
굉음과 함께 날아간 창이 골렘의 가슴팍에 꽂혔다. 그러나 골렘은 등쪽에서 증기를 뿜어내며 내 공격의 충격을 무시했다.
‘뭐 저런 미친 골렘이······.’
아무리 마기에 의해 변형 되었다지만 저건 심하잖아.
그래도 데미지는 충분히 줬다. 창이 꽂힌 부분 주위로 깊은 균열이 생겨있었다.
그럼에도 골렘은 멈추지 않고 나를 향해 돌진했다. 두 다리로 쿵쿵 달려 온 골렘의 발이 뒤로 뻗어졌다.
‘문제는 다음이다.’
이제 한걸음으로 골렘의 발길질이 내게 닿을 것이다.
피하기엔 늦었다. 골렘은 내 창을 무시하고 달려 온 거니까.
그렇다고 저걸 정통으로 맞았다간 나도 지금 벽에 박혀 있는 놈들 꼴이 될 게 뻔하다.
선택지는 하나 뿐이었다.
‘쓰러뜨리는 수밖에.’
그리 생각하며 인벤토리에서 다시 한 번 영혼 포식자를 꺼내 한 손에 움켜쥐었다.
이제 준비한 수도 없다. 순수하게 내 기량으로 승부를 봐야했다.
‘해보자.’
각오를 다진 그 순간이었다.
팅!
갑작스레 알림 하나가 내 앞으로 떠올랐다.
『 버프 ‘재능 보충’에 의해 상위 스킬 습득 가능성이 대폭 증가합니다 』
마기의 원천을 없애며 받은 버프였지만, 지금 그게 무슨 상관이던가.
긴박한 전투 상황에선 도움이 되지 않는 메시지기에 무시하려고 했지만.
“!”
이번에는 뭔가 달랐다.
『 해당 버프의 효과로 특수 레어 스킬을 획득합니다. 』
‘특수 레어?’
그냥 레어도 아니고. 특수 레어란다. 스킬의 등급 중에서도 극히 드물게 나타나는 등급. 얻고 싶어도 얻을 수도 없는 그런 등급.
샤아아!
내 의문과 동시에 푸른 빛이 내 몸을 미친듯이 휘감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