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100 thousand reincarnation he became a transcendent hunter RAW novel - Chapter 28
28화 성장형 아이템(1)
길드 은빛의 날개가 게이트 공략을 마친 다음날.
“푸하하하! 아, 배 아파. 서현아 언니 좀 살려줘······.”
윤지은이 배를 붙잡고 소파를 데굴데굴 구르고 있었다.
“아, 언니! 그만 좀 웃어.”
협회 소속 헌터인 윤서현이 이지한과 게이트에서 있었던 말하고 난 뒤였다. 성장의 마족을 쓰러뜨렸을 때의 일이었다.
게이트에 들어가 있느라 사정을 몰랐던 윤지은에겐 이것보다 재밌는 이야긴 없었다.
“어쨌든 정리하자면 까였다는 거잖아. 이름이 뭐라고 그랬지? 김갑환?”
“아니, 그건 가명이었고. 이지한이라니까.”
윤지은이 눈가 맺힌 눈물을 닦아내며 미소지었다.
“그래 이지한. 축하해 서현아. 좋은 동료를 얻었네. 얼마나 좋아. 그래도 협회 실적은 쌓았잖아.”
“그만 놀려. 실적 쌓아서 뭐할건데······.”
언니의 이죽거림에 윤서현은 테이블에 있던 맥주를 벌컥벌컥 들이켰다. 그러곤 한탄하듯 중얼거렸다.
“으으······. 어떻게 관심이 조금도 없을 수가 있어. 번호 달라고······. 분명히 그쪽이 먼저 그랬는데······.”
“내가 너 착각한 걸 줄 알았다. 그래도 변칙 게이트에선 별 일 없었다니 다행이네.”
“별 일이 없······었지. 응.”
사실은 게이트에서 죽을 뻔했다. 거기까지 얘기했다간 언니의 비웃음이 매서운 잔소리로 바뀔 것 같아 윤서현은 말을 목구멍 너머로 삼켰다.
“근데 그렇게까지 말하니까 언니도 그 사람이 좀 궁금해진다. 날 아는 사람이라고 했었지. 길드 관계자래?”
“그건 몰라.”
“그 사람이 밥 사기로 했다며, 전화라도 해봐. 언니도 얼굴이나 한 번 보게.”
윤서현이 윤지은을 찌릿 째려봤다.
“언니가 왜?”
“또, 또 인상쓴다. 왜긴 네 말 들어보니까 꽤 유능한 사람인 것 같아서 그러지.”
윤지은의 길드 은빛의 날개가 S급 게이트를 공략하는 일주일 동안 바깥에선 꽤 여러 일들이 있었다.
그 중 가장 주목할만한 건 ‘수호자의 검’ 길드의 신입 영입.
‘이름이 신태양이라고 그랬지.’
그의 존재는 인터넷 상에서 엄청난 화제가 되고 있었다. 헌터계의 판도를 뒤흔들 슈퍼 루키 신태양 따위의 제목으로 계속해서 기사가 양산되고 있었다.
‘C급 헌터가 보여줄 수 있는 퍼포먼스가 아니었어.’
영상을 같이 보던 은빛의 날개 길드원들의 경악스런 표정이 아직도 생생했다.
만약 그가 수호 길드의 두둑한 지원을 받아 S급을 달성하게 된다면? 수호 길드의 행보에 날개가 달린 듯 거침이 없어질 거다.
가뜩이나 수호자의 검이 압도적인 1위라는 소문이 자자한데 이제서야 2위가 된 은빛의 날개에겐 가혹한 일이었다.
‘진짜로 은빛의 날개가 수호자의 검을 따라잡는 게 불가능해질지도 몰라.’
조금 과한 생각일지도 몰랐으나, 은빛의 날개도 미리 대비해야했다. 조금이라도 가능성이 있는 인재라면 확인해야 했다.
은빛의 날개의 부마스터로써.
윤지은의 눈빛이 사뭇 진지해졌다. 그녀는 동생인 윤서현에게 물었다.
“일주일 뒤에 은빛의 날개에서 헌터 선발 시험 여는 거 알고 있지?”
“응? 게이트 공략한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크게 하는 건 아니거든, 거기에 그 사람 추천해볼까하고.”
그게 아니더라도 동생을 구해 준 은인이었다.
그리고 F급 게이트에 있었다는 이름 있는 고블린 쿠훌렌. 동생은 그리 대수롭지 않게 말했지만, 아무래도 심상치 않았다.
‘보고서에도 이름을 가진 몬스터가 출현한다는 내용이 있었어······.’
그러한 마수들이 가진 능력은 그야말로 예측불허.
공략을 마치고 나온 윤지은이 직접 보고 받은 내용이었다.
그런 이름 있는 마수를 몰아낸 게 이지한이라는 남자였다. 그러니 더더욱 직접 만나서 확인해 볼 가치가 있었다.
“서현아, 빨리 전화 해봐. 밥은 언니가 산다고 해.”
“싫어, 죽어도 안 걸거야.”
“으음. 그래?”
윤지은은 소파에서 일어나 윤서현의 옆에 걸터 앉았다.
딸칵, 치익!
윤지은이 테이블에 놓여진 맥주캔을 땄다.
“그래, 뭐가 중요해. 일단 마시자! 제대로 까인 윤서현을 위하여!”
“까이긴 누가 까여!”
유난히 기분 좋은 날이기도 했다. 은빛의 날개 길드가 무사히 S급 게이트를 공략하며 2위를 달성하기도 했고.
캉!
윤지은이 캔을 부딪혔다. 윤서현이 그에 맞춰 소리쳤다.
“절대로, 절대로! 먼저 연락 안할거야!”
* * *
– 바ㅂ왜 아넘그은 너뭏ㄹ. [ 발신자 윤서현 ]
“뭐야.”
자고 일어나니 뜬금 없이 윤서현 헌터한테서 문자가 한 통 와 있었다.
나는 눈을 가늘게 뜬 채 해석해보려다가 포기했다. 뭐라고 쓴 거야. 밥?
‘그때 일이 잘 처리 됐는지 물어보긴 해야 되는데.’
무소식의 희소식이라고 잘 됐으니까 날 안찾는 거겠다 싶지만, 슬슬 밥을 사긴해야 할 것 같았다.
그러면 뭘 먹어야 할지 고민하던 그때였다.
스마트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 백묵
멸망한 세계의 정보상. 바로 그 백묵한테서 온 전화였다. 해외에 갔다더니 벌써 귀국했나. 전화를 받자 활기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 어제 공략이 끝나고 잘 들어가셨나요? 늦게 연락드려서 죄송하네요. 진세아양한테서 들었는데 엄청난 활약을 하셨다면서요.
“예, 뭐.”
엄청난 활약이라.
그에겐 내가 D급 헌터라는 정보가 각인 되어 있을 거다. 어제 공략한 던전은 D급 헌터밖에 들어갈 수 없는 곳이었으니까.
– 겸손해 하실 거 없어요. 이번 공략, 저는 정말로 감명 받았거든요. D급을 뛰어 넘는 엄청난 능력. 설마 그 정도일 줄은 저도 몰랐어요.
그렇게 본다면 충분히 인상적인 활약이긴 했다.
잠시 숨을 삼킨 백묵이 씁쓸한 척 말했다.
– 그 활약의 이면에는 던전의 난이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제 잘못도 있어서요. 솔직히 가슴 한구석이 아리네요.
그의 말에 진심은 없어 보인다.
향상된 인지 스킬 아래 백묵의 연기 톤이 느껴졌다. 자신이 신뢰할 수 있는 인간이란 인상을 심어주려는 듯하다.
‘뭐, 백묵은 원래 이런 사람이라고 했으니까.’
내 존재가 이득이 된다고 생각하는 한 이용하려 들겠지. 뭐, 그거면 충분했다.
“같이 던전에 들어갔던 박인성과 이예준은 어떻게 됐습니까?”
– 아, 그 둘은······. 유감스럽게도 헌터 생활을 다시 하긴 어려울 것 같아요.
듣던 중 좋은 소식이다.
“그 정도로 심각합니까?”
– 대개 정신적인 문제죠. 예준군은 아예 스킬을 못 쓴다고 하더라구요.
게이트 공략에 실패하거나, 죽을 뻔한 헌터들이 흔히 겪는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였다. 헌터는 목숨만 붙어 있으면 죽지는 않으니까.
“둘이 멀쩡해지면 꼭 알려주시죠.”
– 꽤나 정이 드셨나보네요?
“예, 뭐.”
정은 무슨.
그 둘이 사고치기 전에 막아야 해서 그렇다. 그래도 꼴을 보아하니 당분간은 냅둬도 되겠다.
– 이야기가 잠시 다른 길로 샜네요. 지난번에 마정석을 판 돈이랑 이번 던전 공략 비용. 둘 다 방금 보냈습니다.
그 말에 스마트폰의 앱을 확인해보니 정말로 돈이 들어 와 있었다.
계좌 잔액 : 121,093,040 원
‘드디어.’
헌터로써 많은 돈을 버는 순간이었다. 자그마치 1억 2천만원이다. 던전 하나를 나 혼자서 독식하고 이만한 돈을 벌어들였다.
‘그 던전이 특이한 거긴했지만.’
일반적으로 하위 등급의 던전을 돌아서 한 번에 이만한 금액을 챙기기는 쉽지 않다. 혼자서 던전을 휩쓸면서 독식한다면 모를까.
– 마정석을 판매한 금액이 1억 천이고 나머지 천만원이 이번 던전 공략에 대한 돈이에요. 저희쪽 수수료는 이미 뗐고요, 세금도 처리했습니다.
“좋네요.”
– 만족하셨다니 다행입니다. 그리고 그때 주셨던 정보말인데요.
지난번 만남 때 마기의 원천에 대한 단서나, 중요한 인물들을 단편적으로 적어둔 종이를 백묵에게 줬었다.
사실상 던전 공략이 그에 대한 대가였다.
– 거기 쓰여 있는 게 우선 순위 맞죠?
“맞습니다.”
– 그것도 조만간 좋은 소식 들려드릴 것 같네요. 아직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기엔 좀 이르지만요.
일이 잘 진행 되고 있단 소리였다. 정보 조사와 관련해서는 백묵에게 맡기는 게 낫다.
– 이지한씨 만나고 나서부터 뭔가 일이 잘 풀리네요. 더 거래할 아이템이나 부산물이 있다면 언제든지 환영입니다. 그럼 이만.
전화가 끊겼다.
‘드디어 목돈이 생겼다.’
나는 계좌에 찍힌 잔액을 흐뭇하게 바라봤다.
자그마치 1억 2천만원이다.
‘흠······.’
근데 이걸로 아이템도 사고, 투자도 하려고하니 부족하게만 느껴진다.
‘헌터용 아이템이 어지간히 비싸야지.’
투자처는 이미 정해두었다. 오늘은 그곳에 들를 거였다.
‘그 전에······.’
나는 손에 끼고 있던 반지를 다시 확인했다.
어제 유니콘의 피를 뿌려 봉인을 해제 했던 방어의 반지였다. 그것이 본래의 모습을 되찾아 무패의 반지로 이름이 바뀌었다.
『 아이템 설명 』
– 이름 : 무패의 반지(성장형)
– 등급 : 유니크
– 레벨 : 0 / 100 ( 0% )
– 효과 : 방어력 10 ( + Lv당 0.15 )
‘다시 봐도 미쳤어.’
반지는 레벨 100까지 달성할 수 있다. 달성하면 방어력이 25가 될 거다. 반지 하나를 꼈는데 방어력이 25다.
레어급 아이템을 전신에 둘둘 둘러야 얻을 수 있는 방어력이었다.
‘그게 끝이 아니라는 게 좋은거지.’
이러한 반지는 대개 레벨 100에 도달하면 특수 기능이 개방 된다.
‘아이템 등급 자체를 올릴 수도 있을 거야.’
솔직히 그 방법까지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 군단장이 끼고 다녔을 정도면 겨우 유니크 급에서 멈추는 일은 없겠지.
‘백묵에게 말해서 게이트를 하나 빌려볼까.’
돈도 생겼겠다. 일단은 아이템 구매가 먼저였다. 솔로 플레이 전에 다시 한 번 제대로 정비를 끝내야 한다. 나는 반지를 단단히 끼고서 현관을 나섰다.
* * *
“감사합니다.”
터억.
차문을 닫자, 택시가 매연을 내뿜으며 떠나갔다.
‘좋군.’
버스타다 택시타니 이렇게 편안할 수가 없었다. 이번 기회에 차를 살까 생각했는데, 좀 더 여유가 생기면 사는 게 나을 것 같았다.
내가 온 곳은 경기도 인근의 장인 거리.
직접 스킬로 망치를 두드리고 담금질하는 소리가 거리에 울려 퍼진다. 현대에 걸맞지 않은 풍경이다.
가게 바깥으로 각종 무구를 전시해 놓은 곳도 있었다.
‘오랜만이야.’
몇 번 심부름을 하러 온 적은 있었지만 내가 아이템을 사러 온 건 이번이 처음.
나에게 맞는 방어구를 얻기 위해선 주문 제작이 필수다. 나는 장인들이 만들어 낸 아이템들을 살피며 거리를 나아갔다.
땀을 뻘뻘 흘리며 아이템을 만들어내는 장인들이 몇 보인다.
‘장인으로 살아가는 것도 나쁘지 않지.’
장인도 헌터와 마찬가지로 대부분이 각성자다. 직접 몸을 부딪혀가며 전투를 하는 헌터와 달리 아이템을 제작하는 것으로 간접적인 지원을 한다는 것만 달랐다.
관련 스킬만 습득한다면 평생 직업으로 나쁘지 않다. 그들이 창출해 내는 가치는 전문직 뺨치는 수준이니까.
‘뭐, 스킬을 배울 수 있다면 말이지만.’
전수 되는 스킬에 관해선 특히 민감한 분야이기도 했다. 이들 장인은 함부로 타인에게 자신의 스킬을 전수하지 않는다.
막대한 비용을 지불하고나서야 배울 수 있다나.
‘좋은 건 많은데, 살 돈이 부족하네.’
1억 2천으로는 우습게도 레어 아이템 풀세트를 맞추기도 어렵다. 그래서 나는 다른 방식을 쓸 생각이었다.
그러려면 그 사람을 찾아야하는데······.
혹시나 놓칠세라 좌우를 살피며 나아가는데 왠지 앞쪽이 시끄러웠다.
“이 새끼야! 돈 갚으라고! 말로하면 못 알아 듣지?”
“으아악! 갚는다니까요! 무조건!”
“지랄하고 있네, 그 개소리에 몇 번을 넘어갔는 줄 알아?”
덩치 큰 남자 셋이 바닥에 쓰러진 남자를 뒤지게 패고 있었다.
‘저런.’
주변의 장인들도 전부 나서지 않고 보고만 있는 걸로 봐서는 무슨 이유가 있어보였다.
맞고 있는 사람도 각성자 같았다.
‘복장을 보아하니 이 거리의 장인인가본데.’
그렇게 가고 있을 때였다.
내 미간이 확 찌푸려졌다. 쳐맞는 녀석의 얼굴이 묘하게 익숙했다.
나는 뒤로 후진해서 다시 그 얼굴을 확인했다.
“으아악! 진짜로! 진짜 갚을게요! 제발!”
젠장.
하필이면 내가 찾던 게 바로 이 놈이다.
나는 그 자리에 서서 쓰러진 남자의 얼굴을 지긋이 살펴봤다. 남자를 두들겨 패던 덩치 하나가 나를 향해 고개를 돌리더니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구경났어? 괜히 참견하지 말고 가던길 가쇼.”
나야 모른 척 지나가고 싶었지만, 안타깝게도 분명했다. 바닥에 쓰러진 남자의 눈썹을 확인하고서 한숨을 내쉬었다.
‘김건’
멸망한 세계, 그 중에서도 대한민국에는 기인이라고 불리는 자들이 존재했다.
가령 이전에 만났던 진세아가 도둑질로 모든 것을 해결하는 도둑놈이었다면.
바닥에 쓰러진 이 남자는.
손에 잡히는 모든 것을 재료로 사용해 아이템을 만들어내는 미친놈이었다. 아이템을 만들기 위해서라면 어떤 일이든 서슴치 않는 놈.
진짜로 자신의 뼈를 갈아 넣고, 코딱지만한 재료를 얻으려 마족 진영에 뛰어들고, 동료를 던전에 유기하고······. 그런 소문이 끊이질 않던 미친 인간.
‘한마디로 또라이.’
나는 덩치의 어깨를 잡았다. 어깨에서 꽤 힘이 느껴지는 걸로 봐서 일반인은 아니다. 그래도 상관 없다.
이 남자를 구해야했다.
“아무리 그래도 대낮에 길거리에서 사람을 패면 안되죠.”
김건은 대한민국에서 유일하게 성장형 아이템을 제작할 수 있는 인간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