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100 thousand reincarnation he became a transcendent hunter RAW novel - Chapter 3
3화 경험치 10만 배(2)
“허억, 허억…”
나는 거센 숨을 몰아쉬며 바닥에 쓰러졌다.
땀이 비 오듯 흐르고, 각종 근육이 비명을 지른다. 너무 달려서 구역질이 나올 것 같았다.
그래도 일단 살아는 있었다.
쿠훌렌 녀석이 더 따라오는 것 같진 않았다.
“허억, 허억.”
난 흙바닥에 쓰러진 채로 숨을 쉬는 데 모든 정신을 집중했다.
빨리 체력을 회복해야 다시 움직일 수 있다. 이 상황에서 몬스터에게 발견되는 건 피해야 했으니까.
바스락.
“!”
그렇게 숨을 고르고 있는데 발소리가 들려왔다. 개 같은 상황이었다. 당장은 고개를 돌릴 기력도 없다.
“괜찮아요?”
“후우….”
나는 가볍게 숨을 내뱉었다.
다행히 아까 구해줬던 얼간이 헌터였다.
다른 방향으로 도망치는 줄 알았는데, 어느샌가 따라붙었나보다.
“괜찮은거죠?”
녀석은 걱정스런 표정으로 날 내려다보고 있었다.
난 죽을 둥 살 둥인데 녀석은 편안한 모습이다. 조금 얼굴이 붉어졌을 뿐 숨도 몰아쉬지 않는다.
‘이게 헌터로서의 재능 차이인가.’
일반인이 헌터가 되면 각종 스킬을 부여받는다.
이때 얻게 되는 스킬은 단순한 랜덤이 아니다.
개인이 소유한 재능에 따라 달라진다.
예컨데, 저 헌터는 원래부터 체력 관련해서 재능이 있었던 인간이었단거겠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자리에서 일어날 수 있었다.
내 옆을 지키고 있던 헌터가 먼저 말을 걸어왔다.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외모였다. 고생 안 해 본 티가 나는 얼굴이었다.
“저기, 뭐하는 분이세요? 왜 이런 곳에…”
“감사인사가 먼저 아닙니까?”
내가 따지듯이 말하자, 녀석은 급하게 고개를 숙였다.
“아, 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깜짝 놀랐어요. 갑자기 튀어나와서.”
“나도 니 놈이 갑자기 죽으러 와서 정말 놀랐습니다.”
“뭐, 뭡니까, 그렇게까지 말할 필요는 없잖아요.”
새파랗게 어리다. 헌터로서의 경험도 거의 없어보이고. 능력치는 나보다는 좋겠지만···. 네임드 몬스터인 쿠훌렌이 등장한 시점에서 의미가 없다.
시무룩한 표정을 지은 헌터는 자신의 이름을 밝혔다.
“성격 되게 까칠하시네요. 김종연이라고 해요.”
내 이름은 이지한이다.
하지만 통성명을 할 필요성을 못 느끼겠다.
나는 대답 대신 손가락으로 김종연의 갑옷에 있는 문양을 가리켰다.
“진오 길드 맞죠.”
“네? 네, 맞아요. 그런데 대체 왜 여기 계신 거에요? 이번 게이트는 분명히 저희 길드가 먼저 선점했는데요.”
내가 묻고 싶은 말이다. 나는 대체 왜 여기에 있는 걸까. 20년 후에서 회귀해 왔는데 이런 곳이라니. 살아 생전 온 적도 없는 곳이다.
대답을 않고 있자 김종연이 슬그머니 본인의 희망을 담아 물었다.
“아, 혹시 구조대가 온 건가요?”
“글쎄요, 내가 구조대면 여기서 이러고 있겠습니까.”
구조대를 자처할 만큼의 실력이 있었으면 좋았으련만.
조금 달렸다고 숨이나 헐떡대는 이런 사람이 구조대일리가 없다.
“아…”
김종연의 표정이 눈에 띄게 안 좋아졌다. 당연하다.
이 녀석을 포함한 진오 길드 사람들 모두가 곤경에 처해 있을 거다.
이 길드의 이름을 확인했을 때부터 깨달았다.
일명 진오 길드 사건.
F급 게이트에 들어간 초보 길드 전체가 전멸한 사건이다.
내 정체에 대해선 딱히 해줄 말이 없다.
그러니 나에 대해서 더욱 궁금해하기 전에 먼저 질문을 던져야겠다.
“지금 정확히 상황이 어떻게 된 겁니까. 다른 진오 길드 사람들은 어디에 있고요?”
내가 아는 과거대로라면,
이 게이트에서 살아 나갈 수 있는 사람은 없다.
* * *
“그러니까, 게이트에 들어오자마자 검을 든 고블린을 만나서 길드 전체가 뿔뿔이 흩어졌다는 거죠.”
“네, 맞아요.”
사건의 전말은 이러했다.
진오 길드는 초보자들로 구성된 길드였다.
F급 게이트 하나를 잡아 사냥할 생각에 싱글벙글 모였는데,
왠 고블린 한 마리가 검을 들고 설치지 뭔가.
신기하다 생각하면서 다가갔는데 순식간에 동료들이 목숨을 잃었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길드원들이 각자 살길을 찾아 도망쳤고 그 결과 행방을 알 수 없게 되었다.
‘이 시점에선 쿠훌렌의 이름도 알려지지 않았으니까. 어쩔 수 없었겠지.’
F급 게이트는 게이트 중에선 공략 난이도가 가장 쉬운 곳이다. 경험 없는 초보 헌터들이 방심하는 게 정상일 정도로.
갑자기 쿠훌렌 같은 괴물이 나올 거라곤 생각 못 하는 게 당연하다.
“죽은 길드원도 있어요… 누가 살아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F급 게이트에 왜 저런 말도 안 되는 고블린이 있는 거예요?”
김종연이 답답한 마음에 내 옷을 잡고 흔들어댔다.
“일단 이거 놓고, 진정하시죠. 우리 그 정도 사이는 아니잖아요.”
“아, 네.”
내가 손을 들어 올리자 김종연이 반사적으로 몸을 움츠렸다.
멀쩡한 듯 말하곤 있지만 나도 불안한 건 마찬가지다. 내가 이 녀석보다 나은 거라곤 경험밖에 없다.
‘쿠훌렌을 피해서 어떻게 출구로 나갈 수 없을까?’
나가기만 한다면 바깥에 게이트의 상황을 전할 수 있다. 내부가 곤경에 처했다는 것도, 그 위험성도 알리면 된다.
“출구가 어느 방향이죠?”
그 정도는 알고 있기를 바란다.
“뭐가 되었든 나가서 구조부터 요청하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만.”
“저도 그러고 싶은데…”
“그러고 싶은데?”
“바깥으로 향하는 게이트가 아까 만났던 고블린 너머에 있어요.”
“아하.”
빌어먹을 고블린 놈.
영악하기 그지 없었다.
차원이 다른 지능은 네임드 몬스터가 다른 몬스터들과 구별되는 부분 중 하나기도 했다.
놈은 게이트와 헌터들의 움직임에 대해 전부 꿰고 있다.
의도적으로 출구 근처를 맴돌며 헌터들이 다가오기를 기다린 것만 봐도 그렇다.
“그래도 기다리면 구조가 오겠죠?”
김종연의 간절한 바람에 나는 대답 대신 머리를 긁적였다.
‘그랬으면 참 좋았을 텐데.’
공략이 예정보다 너무 늦어지면 협회에서 구조대를 파견한다.
이곳에도 조금만 더 있으면 구조대가 파견될 거다.
다만 이번에는 경우가 좀 달랐다.
구조대는 쿠훌렌이라는 괴물을 상정하지 못한다. 고블린이 규격외 존재로 성장하다는 가정조차 없다.
그야 여기는 F급 게이트다.
겨우 20년 전인데도 인류는 모르는 게 많다.
게이트의 변칙성에 대해서도 잘 알려지지 않았다. 고작 변칙적인 개체의 출현에도 대응하지 못하는 수준이니까.
그냥 이따금 이런 게이트가 나온다는 것만 아는 정도다.
‘어차피 구조대도 상황 파악 못하고 쿠훌렌에게 덤벼들다 죽는 건 마찬가지야.’
협회는 적지 않은 피해를 입고 난 이후 이 게이트는 이례적으로 봉쇄된다. 그러니 구조대에 기댈 순 없었다.
‘남은 시간이란 것도 신경 쓰이고 말이야.’
『 남은 시간 4분 23초 』
시간은 계속 줄어들고 있었다. 시간 내에 게이트를 나간다는 생각은 접어야 할 것 같았다.
뭐가 되었든 간에 살아 남으려면 부지런히 몸을 움직이는 수밖에.
“무기 남는 거 없습니까?”
“인벤토리에 몇 개 들어 있기는 한데, 상태가 별로에요.”
“그거라도 괜찮으니까 주시죠.”
“네, 넵.”
김종연이 인벤토리에서 무언가를 꺼내려고 움직이는 순간이었다.
“응?”
이유를 알 수 없는 소름이 오소소 돋아났다.
번쩍.
푸른 섬광이 주변을 가른 건 그 다음의 일이었다.
“어?”
애써 살려 놓은 헌터의 몸이 반으로 갈라졌다. 붉은 피가 한가득 공중으로 쏟아졌다.
보고서도 믿기 힘든 광경.
내 고개가 느릿하게 돌아갔다.
꿀꺽.
나는 침을 삼켰다.
“….!”
불행하게도 최악의 사태가 일어났다.
출구를 지키고 있을 거라 생각했던 쿠훌렌이 사냥감을 쫓아 이곳까지 온 것이다.
“키륵.”
놈의 서늘한 안광이 이번에는 나를 향했다.
* * *
‘…정신 차리자.’
호랑이 굴에 끌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살 수 있다는 말. 싫어하는 말이다. 애초에 호랑이보다 강하면 끌려갈 일이 없다.
호랑이한테 잡혀가서 겁먹는 건 나같이 약한 사람뿐이다.
그래도 지금 상황에선 옛 격언을 믿는 수밖에 없었다.
놈이 움직이기 전에 내가 먼저 움직여야 했다. 이미 공격이 시작된 뒤에 보고 피하는 건 불가능했으므로.
타악!
나는 땅을 박차고 뛰쳐나갔다.
검격이 휘둘러지기 전에 공격 범위에서 벗어나야 한다. 동시에 무기도 챙겨야 했다.
나는 바닥을 구르며, 김종연이 들고 있던 철검을 손에 쥐었다.
미리 움직인 게 정답이었다.
한 박자 늦게 쿠훌렌이 보낸 공격의 후폭풍이 몰아쳤다.
콰아아아!
“?!”
바닥의 흙과 식물이 한바탕 뒤집어지며 솟아올랐다. 피할 길 없는 충격파가 날 덮쳤다.
“크윽!”
몸의 균형이 무너지고, 상하좌우 분간이 안 간다.
쿠당탕탕.
그대로 몇 바퀴를 굴렀는지 모르겠다. 가까스로 손에 쥔 검을 놓지 않았을 뿐이었다.
그래도 정신은 멀쩡했다.
‘살아남으려면 지금 도망가야 한다.’
흙먼지 때문에 시야가 제한되어 있다. 이건 나한테만 해당되는 일이 아니다. 쿠훌렌의 시야도 마찬가지일 터.
콰아앙! 콰아앙!
몰아치는 검격 속에서 나는 자세를 낮춘 채 뛰었다. 어차피 내 눈에 보이는 검격도 아니다. 흙먼지가 있거나 없거나 동일하다.
‘젠장, 하나라도 맞으면 끝이야.’
이 방향이 맞나? 제대로 된 방향으로 도망치는 건지도 알 수가 없었다. 쿠훌렌이 있는 방향이 아니기만을 바랄 뿐이다.
더듬거리며 흙먼지를 벗어나려고 하는 그때였다.
눈앞으로 검은 그림자가 스쳐 지나갔다.
“!”
까앙!
녀석의 검을 막아낸 건 순전한 우연이었다.
몸이 잘려 나가는 치명상은 피했지만, 그 충격은 그대로 나를 덮쳐왔다.
우우웅…!
손아귀에서 거센 진동이 느껴짐과 동시에 내 몸이 중력을 거슬렀다.
나는 흙먼지를 뚫고 허공으로 떠올랐다. 별안간 위와 아래가 반전되더니 갑자기 나타난 땅이 몸을 강타했다.
“커헉!”
바닥에 튕겨져서 그대로 옆에 있던 나무뿌리에 처박혔다.
그야말로 압도적인 실력 차이.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파악할 능력조차 내겐 없었다.
아니지, 쿠훌렌이 나를 가지고 놀고 있다는 건 알겠다.
이런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젠장…’
쳐 맞는 게 일이라면 또 모르겠지만.
“끄으으…”
나는 후들거리는 다리를 억지로 일으켜 세웠다. 그래도 일어서야 했다. 포기하긴 뒤져도 싫었다.
손에 들린 검을 들어 올렸다.
‘…무기를 놓치면 끝이야.’
엉망진창이 된 몸으로 비틀대면서도 끝까지 일어섰다.
이미 내 몸은 한계를 넘어서고 있었다. 검격을 받았을 때 뼈 몇 개가 부러지는 느낌을 받았다. 본래대로라면 쓰러지는 게 당연할 정도.
그럼에도 나는 일어섰다.
“키륵.”
어느새 걷힌 흙먼지 사이로 푸른 안광이 드러났다.
고블린 쿠훌렌이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본다.
결코 좋은 의미가 아니었다. 약해 빠진 벌레가 꿈틀대는 게 즐겁단 미소다. 빌어먹을.
그러거나 말거나.
여기서 죽을 수는 없었다. 내가 원하든 원치 않든, 나름대로 세계의 명운을 짊어지고 있는 몸이다.
아니, 그렇게 거창하게 말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나는 살고 싶었다.
순수하게 살아남고 싶었다.
하지만 내 마음과 다르게 내 몸은 여기서 끝인 것 같았다.
주르륵.
입가에서 붉은 피가 흘러내린다.
내장 어디를 크게 다친 것 같다.
서 있을 순 있지만 그게 전부다.
시야가 흐릿해진다.
팽팽하게 이어져 있던 의식의 끈이 느슨해진다.
그렇게 정신을 잃기 직전.
띠링!
『 남은 시간 00분 00초 』
잊고 있던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 인과조정 프로토콜 : ‘데우스 엑스 마키나’의 실행에 성공했습니다. 』
『 시스템이 대상의 결함을 완전 복구합니다. 』
‘아······.’
붉은 메시지가 연달아 내 시야를 가득 메운다. 이제 와서 뭐 어쩌라는건지. 죽이든 살리든 마음대로 해라.
절망스런 최후의 순간.
『 인과의 흐름이 완벽하게 조정됩니다. 』
『 EX급 특성 ‘무재 조정(無才調整)’을 획득합니다. 』
“······?”
믿을 수 없는 메시지가 내 앞으로 떠올랐다.
『 이제부터 당신의 경험치가 10만 배가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