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100 thousand reincarnation he became a transcendent hunter RAW novel - Chapter 30
30화 성장형 아이템(3)
백묵의 입김 한 번에 박종필의 태도가 달라졌다. 그의 얼굴에서 험악한 표정은 쑥 사라지고, 어울리지 않는 미소가 피어났다.
“말씀하셨던 망치입니다.”
그는 허리를 깎듯이 숙이며 두 손으로 망치를 내밀었다. 백묵과의 통화 이후에 그가 부랴부랴 부하들을 시켜 망치를 가져왔다.
“김건이 가지고 있던 것 중에 그나마 값이 나가 보이는 걸 담보물 형식으로 맡고 있었던 겁니다.”
그 뒤로 땅에 일렬로 엎드린 부하들이 보인다.
‘전화 한 통했을 뿐인데. 효과 좋네.’
이게 인맥의 힘인가. 멀리 돌아가야 할 길을 단숨에 건너온 기분이었다.
근데 이 놈 뭔가 착각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백묵하고 그렇게 대단한 사이는 아닌데.’
하여튼 힘들이지 않고 김건의 망치를 되찾았다. 나는 아이템 정보를 확인했다. 내가 찾던 그게 맞다.
나는 색이 바랜 망치를 김건의 눈 앞으로 들어 올렸다.
“재료가 시원치 않아서 아이템을 못 만들겠다고 했었죠.”
“네······.”
“이걸 보면 마음이 달라지실 겁니다.”
“글쎄요······. ”
못 믿겠다는 표정이었다. 하지만 보면 알 거다.
인벤토리에 고히 모셔두었던 ‘유니콘의 피’를 꺼내들었다. 조그마한 유리병 안에 조금 줄어든 미량의 붉은 액체가 보였다. 반지의 봉인을 해제하는데 한 방울을 소모했었다.
‘이번에 써도 몇 방울 남겠어.’
망치만 되찾아 준다고 끝날 거였다면 김건이 알아서 망치를 쥐고 아이템을 만들고 있었을 거다.
이 망치에 숨겨진 힘을 일깨워야했다.
또옥.
『 대상 아이템이 본래의 모습을 되찾습니다. 』
유니콘의 피를 한 방울 흘리자, 오래 되어 굳은 백갈색의 껍질이 망치에서 투두둑 떨어졌다. 그 안에서 광택을 머금은 검은 철제 망치가 모습을 드러냈다.
‘성공이다.’
『 유니크 아이템 ‘다이달로스 망치’를 획득하셨습니다. 』
어떤 아이템에는 현세의 역사나 신화가 깃들기도 한다. 이 아이템이 그런 경우였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명장 다이달로스.’
그는 미궁 라비린토스를 만든 장인이다. 밀랍 날개를 매고서 너무 태양 가까이 올라간 탓에 죽은 이카루스의 아버지로도 유명하다.
“허억······.”
그 광경을 바라보고 있던 김건의 눈에 생기가 돌았다. 그의 입이 천천히 벌려졌다.
그도 장인이니 보자마자 알았을 거다.
‘미래의 본인이 자기 입으로 말했었을 정도로 중요한 장비니까, 당연히 끌리는 게 있겠지.’
어느새 김건이 얼굴을 망치 가까이 들이대고 있었다. 당장이라도 손에 들어 보고 싶다는 표정이었다.
그가 홀린 듯 손을 뻗어왔다.
“대체 이걸 어떻게 아시고······?”
“잠깐만요. 그게 중요한 게 아닙니다.”
나는 망치를 휙 뒤로 잡아뺐다.
“이 망치의 소유자는 김건씨였지만, 제가 아니었다면 창고에서 썩거나 박종필씨 길드의 소유물이 되었을 겁니다.”
내 말에 정신을 차린 김건이 눈을 꿈뻑였다.
“그, 그거야 그렇죠.”
“그리고 이 아이템의 본래 모습을 되찾는 데에도 돈이 들었습니다. 유니콘의 피가 얼마나 하는지는 알고 계시죠?”
나는 유니콘의 피가 담긴 병을 들어 올렸다. 그러자 김건이 내게 매달렸다. 아직 말이 다 끝나지도 않았는데.
“뭐든지, 뭐든지 할테니까! 그 망치를 들게만 해주세요!”
김건은 반쯤 미친 사람처럼 나를 향해 소리쳤다. 원하는 것을 향한 집념과 똘끼가 장난이 아니다.
설마하니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아이템은 본래 자기꺼였다 우길 줄 알았는데. 뭐, 나야 좋다.
나는 씩 웃으면서 말했다.
“그러면 일단 계약서부터 작성하시죠.”
나는 그 자리에서 노예, 아니 거래 계약서를 작성했다.
별 건 아니고 내가 원할 때 나를 우선적으로 아이템을 만들어 주겠다는 내용이었다. 이걸로 박종필의 문제도 해결이 될 거다.
“감사합니다!”
기다렸다는 듯 달려든 김건이 싸인을 휘갈겼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박종필이 혀를 내둘렀다.
“그렇게 후드려 패도 말을 안듣던 놈이 저렇게 단박에······.”
* * *
다이달로스의 망치를 쥔 김건이 모루 앞에 섰다. 망치를 쥔 그의 손이 부르르 떨리고 있었다.
망치가 휘둘러지려는 찰나, 김건이 얼어붙은 듯 멈춰섰다.
“저기요······.”
“또, 왜 뭐! 이 새끼야! 아이템 좀 그냥 만들어!”
박종필이 답답한 듯 소리쳤다.
“니 새끼 때문에 우리 길드도 지금 공략 일정 미루고 있는 거 안 보여? 애써 얻은 게이트 소유권이 딴 놈들한테 넘어가게 생겼다고!”
김건은 기어들어가는 듯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무리 그래도 C급 마정석 하나는 있어야 뭘 만들겠는데요······. 큰 걸로요······.”
“이 새끼 진짜 안 되겠네. 지금 C급 마정석을 어디서 구하냐? 그냥 있는 F급 섞어서 만들라니까.”
각종 에너지의 원천인 동시에 마력 부여의 기초가 되는 마정석의 수요는 엄청나다.
‘큰 거라면 보스급이겠지. 금방 구하긴 어렵겠는데.’
김건도 지지 않고 말했다.
“큰 게 없으면 안돼요. 큰 게 없으면······.”
“가져다 줄게! 근데 아이템을 먼저 내놔! 니가 원하는 그 C급 게이트를 공략할 장비가 없어서 우리가 공략을 못하고 있는 거잖아. 이 미친 놈아!”
박종필이 소매를 걷어 붙이며 김건에게로 다가갔다.
근데 그 정도면 그냥 다른 장인한테 맡기면 되는 거 아닌가.
나는 박종필에게 물었다.
“지금 C급 게이트를 가지고 있는 겁니까?”
“예? 아, 그렇죠. 원래 이번주에 공략 예정이었는데 저 놈 때문에 다 꼬였습니다.”
그는 인상을 찌푸린 채 한탄했다.
“알고 계시겠지만 저 놈이 아이템 하나는 기깔나게 만들거든요. 기왕이면 싼 값에 효율을 최대로 뽑아보려고 했더니 이 사단이 난겁니다.”
패거리를 모아 사람을 후드려 팬 놈이 할 소리는 아니다. 김건은 또라이니까 그러려니 하지만.
그래도 나한테는 괜찮은 기회였다.
“결국 C급 게이트를 공략하기만 하면 되는 거 아닙니까?”
“예? 아, 그렇죠. 각종 투자비용을 회수하려면 그렇습니다. 게이트 붕괴 조짐은 아직 없지만 다른 길드에 넘기면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라······.”
어쨌든 C급 게이트 하나를 잡아 놨다는 이야기다.
“그럼 내가 하죠. 용병 한 번 하겠습니다.”
게이트 하나 잡아서 포인트도 모으고, 반지를 성장 시킬 계획이었다.
내 말에 박종필의 눈이 커졌다.
“예? 실례지만 헌터 등급 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물어보는 게 당연하다.
“······.”
나는 대답 대신 백묵에게 문자를 보냈다. 내 레벨은 40이지만, 등급은 D급인지라 박종필을 설득하긴 무리가 있으니까.
띠링
OK 라는 문자가 왔다.
동시에 박종필의 스마트폰이 울렸다. 전화 너머로 들리는 목소리는 백묵이 아니었다. 그의 부하들 중 하나겠지.
전화가 끝나고, 사색이 된 박종필이 고개를 끄덕였다.
“의심해서 죄송합니다. 바로 가시죠.”
* * *
드넓게 펼쳐진 논밭 위.
검은 게이트 하나가 일렁이고 있었다. 그 근처로 열 명의 사내들이 모여들었다.
“여기입니다. 정말 바로 공략하셔도 괜찮으시겠습니까?”
박종필이 조금은 미심쩍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지한이라고 했나.’
박종필은 백묵이 운영하는 호라이즌 길드에서 상당한 수준의 지원을 받고 있었다.
이 지역 장인 거리를 장악할 수 있던 것도 사실상 호라이즌 길드의 정보와 자금 덕이었다.
‘정말로 이 남자가 C급 게이트를 공략할 수 있다고?’
최대한 이지한의 의도를 존중하라는 게 위쪽의 말이었다. 하지만 이번 C급 게이트 공략은 박종필에게도 큰 의미가 있었기에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었다.
‘이번 게이트 공략하려고 내가 얼마를 썼는데. 잘못되면 절대 안 된다고.’
그런데 어쩌겠어.
위쪽에서 까라니까 까야지.
박종필은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눈 앞의 남자 이지한은 무표정한 얼굴로 고개를 슬쩍 끄덕였다.
“충분합니다.”
백묵님의 지인만 아니었더라면 진작에 무시해 버렸을 건데. 하긴, 그 고집쟁이 김건이 망치를 들게 한 것만 해도 대단한 일이었다.
“게이트에서 있는 일은 바깥에 새어나가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거야 당연합죠.”
비위를 맞추며 대답은 했지만 속으론 비웃음이 났다.
‘얼마나 대단한 능력이 있으시길래 비밀로 하라는건지. 한 번 보기나 하자.’
박종필은 부하들에게 손짓했다. 박종필은 C급 하위의 헌터였지만, 부하들은 전부 D급이었다.
그래서 아이템이라도 입혀 놓고 가려한건데. 김건 빌어먹을 개자식.
‘그래, 뭐가 됐든 제발 적자만 면하게 해줘라······.’
기도하며 게이트 내부로 들어오자, 평원이 펼쳐졌다. 듬성듬성 굵은 나무가 있기는 했지만 넓은 초원을 가리진 못했다.
이지한은 뒤에 있는 부하들을 쓱 훑어보더니, 박종필을 가리켰다.
“그쪽만 따라오고, 나머지는 여기서 기다리시죠.”
“지금 저희 둘이서 C급 게이트를 공략하자는 겁니까?”
기가 막힌 박종필이 헛웃음을 내뱉었다.
C급 게이트를 공략하기 위한 적정 인원은 C급 헌터 5명이다. 그걸 두 명이서 공략하자고 하니 제정신인가 싶다.
‘설마 고등급 헌터인가?’
그런 생각을 하다가도 이내 고개를 저었다. 그랬으면 고작 김건 따위를 만나러 오진 않았을 거다. 유명한 장인이 얼마나 많은데.
그리고 행색도 썩 대단해보이진 않았다.
“아무리 그래도······.”
곤란하다는 말을 꺼내려고 했는데, 이미 이지한이 저 멀리 앞서 가고 있었다. 어찌나 멀리 갔는지 벌써 점으로 보일 지경이었다.
“흐어, 엄청 빠르시네.”
부랴부랴 박종필이 그를 따라잡았다.
“응?”
고개를 든 박종필의 주변으로 몬스터의 사체가 한가득이었다. 사납고 끈질기기로 유명한 홉고블린들이 몽땅 가슴이 꿰뚫린 채 죽어 있었다.
‘진짜 혼자서 이걸 전부 다 한거야?’
그것도 이 짧은 시간에. 여기가 정말 C급 게이트가 맞나 의심스러울 지경이었다.
그때였다.
키야악!
죽은 척 쓰러져 있던 홉고블린 하나가 박종필에게로 달려들었다.
“이, 이 새끼가!”
손에 쥔 너클로 머리를 두들겨 팼지만 홉고블린은 떨어질 생각을 안했다. 오히려 손에 쥔 칼날을 마구 휘두르기 시작했다.
박종필은 바닥에 몸을 던졌다. 그 충격에 홉고블린이 주춤한 사이 다시 너클로 두들겨 팼다.
“허억, 허억.”
한 마리를 잡는데 정변 길드의 마스터인 자신조차 잠시 애먹을 정도였다.
박종필이 고개를 들자 이지한이 또 저멀리 뛰어가고 있었다.
“벌써?”
박종필이 허탈하게 중얼거렸다.
쫓아가는 속도보다 이지한이 마수를 잡아 죽이는 속도가 더 빨랐다. 따라가기를 포기하고 눈으로만 그를 쫓았다.
앞에서 보이는 이지한은 창을 던지고 회수하고를 반복하고 있었다.
그때마다 홉고블린들 서넛이 꼬챙이가 되어 딸려 돌아왔다.
‘하, 백묵님 지인이 괜히 지인이 아니었구만.’
괴수도 저런 괴수가 없었다. 이지한을 향했던 의심은 어느덧 씻은 듯 녹아내렸다.
‘의심한 내가 멍청이였지.’
손해를 면할 수 있다 생각하자 박종필의 입꼬리가 귀에 걸릴 지경이었다.
이지한은 순식간에 던전을 휩쓸며 마수들을 도륙내고 있었다. 그렇게 반복하기를 몇 번.
필드에 있던 마수들의 씨가 말라갔다. 이제 남아 있는 건 보스 뿐이었다.
* * *
나는 만족스런 미소를 지었다.
『 체인지 웨펀 Lv.10 [ 7% ] 』
『 스킬 ‘위압 Lv.10’ 을 획득합니다. 』
『 위압 당한 대상의 모든 능력치가 30% 감소합니다. 』
『 특성 : 무재조정의 효과로 아이템 경험치를 10만 배 획득합니다. 』
『 무패의 반지(성장형)의 레벨이 상승합니다. ( Lv.76 ) 』
나는 떠오르는 메시지들이 하나 같이 훌륭하다.
‘드디어 위압 10레벨을 달성했다.’
스킬의 경험치 통이 크기도 하고, 자신보다 약한 상대에게만 통하다보니 레벨을 올리기가 힘들었다.
무엇보다 내 재능이 부족했던 게 가장 큰 원인이었겠지.
‘그래도 잡몹 사냥할 때는 이만한 게 없겠어.’
무패의 반지도 어느덧 76레벨이 되었다. 미친 속도였다.
반지의 레벨이 오를 때마다 필요한 경험치도 기하급수적으로 오르기에 단번에 만렙을 찍진 못했다.
‘상위 헌터들이 하위 게이트를 휩쓸지 않는 이유기도 하지.’
심지어 하위 등급의 마수들에게선 얻을 수 있는 경험치가 낮아진다. 때문에 자신에게 맞는 게이트를 선택하는 게 중요했다.
‘뭐, 나랑은 크게 상관 없는 이야기다만.’
경험치가 10만배니까. 이제 보스만 처치하면 무패의 반지를 거의 만렙으로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키야약!
삽시간에 부하들을 잃고 분노한 홉고블린 족장이 소리쳤다. 일반 홉고블린보다 세 배는 커보이는 크기다. 족장이 이번 게이트의 보스였다.
그의 옆에 있던 홉고블린 마법사들이 해골 지팡이를 마구 휘둘렀다. 마력의 파편이 폭죽처럼 사방으로 튀어 올랐다.
나는 마법사들을 무시하고 족장을 향해 달려 들었다.
키약?!
마법사들이 쏘아낸 마력 파편들이 나를 향해 쏟아졌다. 그러나 파편들은 내 몸에 닿자마자 사그라들었다.
당황한 홉고블린 마법사들이 나를 쳐다본다.
‘오.’
마력에 닿은 부분이 살짝 가려울 뿐이었다. 성장한 반지의 방어력이 벌써부터 체감된다. 여기에 더해 갑옷까지 걸치게 된다면 얼마나 단단해질지.
촤아악!
영혼포식자의 일자베기에 보스의 목이 솟구쳤다. 이어서 옆에 서 있던 마법사 놈들의 머리도 공중으로 날아 올랐다.
C등급 게이트치고는 낮은 난이도였다. 아니면 내가 강해졌던가. 둘 다일 거다.
“후우······. 벌써 끝내신겁니까?”
뒤늦게 도착한 박종필이 눈을 크게 떴다. 그의 도움이 필요할 수도 있어서 부른 건데. 필요 없게 됐다.
“이야, 진짜로 보통이 아니십니다.”
아부하는 박종필을 뒤로하고, 쓰러진 보스에게로 다가갔다.
스윽
검으로 놈의 배를 가르고 마정석을 끄집어냈다. 10레벨의 해체 스킬 덕분에 단번에 찾아냈다.
이게 바로 김건이 원하던 큼지막한 C급 마정석이었다.
‘이거면 당분간은 알아서 하겠지.’
내가 가진 돈의 절반 6천만원도 재료비 투자 명목으로 내어주면 이제 아이템을 못 만드는 일은 없을 거다.
장인은 돈을 잘 버니까 템도 알아서 사겠지.
그보다 중요한 게 있었다.
나는 떠올라 있는 메시지창을 향해 시선을 옮겼다.
『 무패의 반지(성장형)의 레벨이 상승합니다. ( Lv.76 → Lv.96 ) 』
『 반지의 현재 방어력 : 10 + 14.4 』
단 한 번의 공략으로 이 정도 레벨이라니. 흡족스러운 결과다. 지금 내 방어력은 레어 갑옷을 몸에 두른거나 마찬가지다.
‘그래도 진짜는 따로 있지.’
『 245 포인트를 획득하셨습니다. 』
『 현재 소유 포인트 : 1239 point 』
모인 포인트를 확인하는 내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드디어 1000포인트가 모였다.
이 순간만을 기다렸다.
‘좋았어.’
이제 고대하던 재능 획득의 물약을 마시러 갈 수 있게 되었다.